2021/05/24

강미숙 언젠가 남편, 아들과 한국남성의 젠더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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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남편, 아들과 한국남성의 젠더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한민국의 성문화는 기본적으로 강간문화라고 했다가 너무 가학적이지 않냐고 거센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남자로서 듣기 싫기는 하겠지만 그동안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상식 아닌가 했는데 이야기 나누면서 남성들이 얼마나 일면만을 바라보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50여년을 살아오면서 겪은 성희롱, 성추행 경험과 남성들이 일상적,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과 행동들이 얼마나 여성에게 폭력적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구체적이지 않으면 남자들은 저멀리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동안 전혀 짐작조차 못했다며 안쓰러운 눈빛이길래 “그거 일일이 다 말하면 여성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죽을 때까지 그것만 얘기해도 모자랄 걸. 여자들이 말하는 건 1할도 안되는데 남자들이 아주 지랄들을 하시잖아.”했다. 그리고 말나온김에 "한국사회가 강간을 조장하고 방임하며 심지어는 장려하기까지 하는 강간사회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해." 너무 지나치다 펄쩍 뛰던 두 사람은 부끄럽다고 했다. 평소 젠더이슈에 대해 자주, 다양하게 이야기해온 사람들도 이 정도면 일반적으로는 참 갈 길이 멀구나 생각했다.
N번방. 노래방도 키스방도 아니고 스스로 짐승이 되는 방이라니, 그런데 이것은 이미 우리 사회가 그래도 된다고 늘상, 아주 강력한 시그널을 준 결과라 그리 놀랍지 않다. 다만 내가 놀란 것은 그 연령대가 매우 낮아졌다는 것. 가끔 길에서 마주치는 20대 젊은 남성들의 이상한 눈빛과 젠더 이슈에 달리는 일베스러운 혐오의 댓글들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5급 행정고시 합격후 연수도중 휴대전화로 동료여성 연수생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내린 퇴학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승소, 2019년 5월 퇴학처분 취소.
*2019년 11월 춘천지법은 자신이 소지한 9만여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물 중 2500여개를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한 남성에게 징역 1년 선고
*2017.5-2019.8까지 서울 강남구 한 고등학교 교실에 침입해 24차례 음란행위를 한 대학생에게 1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서울중앙지법의 양형사유는 젊다, 반성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윤중천씨의 성폭행사건 무혐의 선고
*성매매알선 의혹을 받은 양현석 전 YG 엔터테인먼트 대표 무혐의
*여성을 만취시킨 후 집단성폭행하고 단체채팅방에서 부적절한 영상을 수차례 공유한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 1심에서 각각 징역 6년과 5년 선고, 현재 항소심중.
*버닝썬게이트 가수 승리 구속영장 두차례 기각, 군입대
*故가수 구하라씨는 전 남친인 최씨가 리벤지 포르노를 전송하고 자신을 협박했다며 최씨를 성폭력처벌 위반과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불구속 기소
*최근 3년동안 검경에 수사받은 서울시 교육청 성범죄 사건의 74.5%가 일선 교사이고 2019년 3월부터 6개월간 교육공무원 성비위 사건 310건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
*초중고 성범죄 교사 연간 50여명, 그중 20-30명이 교단에 복귀
*2010년 이후 481명의 교사가 성범죄(절반이상이 미성년자 대상)로 징계, 182명은 교단에 복귀. 성비위 교사 대부분 견책, 감봉 등 경징계. 정직되더라도 10명 중 7명은 추후 복직
*2019년 3월 같은 과 신입여학생들의 나이, 얼굴을 공유, 품평하며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초등 제자를 대상으로 가상의 성희롱을 한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에게 2-3주 정학 징계
*길거리에서 자위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기소유예, 변호사 등록
*교사시절 지속적으로 여고생 제자를 성폭행한 배용제 시인에게 1심 징역 8년 선고
*몰카 판사, 후배 성추행 판사 법조계 복귀
*아동 청소년 성범죄 유죄판결 받은 79명의 목사 중 절반이 목회활동 복귀. 일부는 법원명령을 무시하고 등록된 거주지에 살고 있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음
굵직한 성범죄 처벌현황이다. 이것 뿐이겠나. 아마 밤을 새도 모자랄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위 O양 비디오 사건이 무려 20년 전의 일인데 사회적 반성과 강력한 법을 제정하여 통제했다면 지금 한국은 좀 다른 모습이 아닐까. 이러고도 한국이 강간문화가 아니라 할 수 있나. 국민청원 1호 법안으로 제안된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안을 다루는 올해 3월 3일 국회 법사위 제1소위 회의록을 보자.
딥페이크(사진을 음란영상에 합성) 관련하여 '반포' 등을 목적으로 한 합성물 제작만 처벌할지가 쟁점이었는데 채이배(민생당 비례) 의원이 “반포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딥페이크로 (피해자의)인격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참석자 다수는 개인 소지 목적의 영상제작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며 회의적이었다.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갈(처벌할) 것이냐.” (정점식 미통당,경남 통영)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한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
이에 백혜련 의원이 문제제기하자 송기헌 민주당 법사위 간사(강원 원주)는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냐.” 고 했고 김도읍(미통당 부산북구), 김인겸 차장도 동의했다.
결국 3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톡방 집단 성착취와 같은 N번방 청원에 관한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고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 유통행위를 처벌하는 내용만을 넣은 성폭력범죄 법안 개정안으로 졸속처리, 3월 17일 공포되었다. 회의록을 보면 정점식, 김오수, 김인겸, 송기헌, 김도읍은 디지털 성범죄를 옹호하는 사법처리감이지만 그들은 오늘도 당당하다.
결과적으로,
*현재 대한민국 법에는 성착취 범죄라는 게 없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집단성폭행 혐의가 없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이 없다.
*N번방에서 스트리밍으로 본 관람자를 처벌할 조항이 없다.
*25만원, 150만원을 지불하고 성착취에 가담한 성범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결론은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은 없으며 성폭력처벌법상 촬영죄, 유포죄, 협박죄로만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떼를 쓸 때도 엄마의 눈치를 살핀다. 어디까지 떼를 쓰는 게 좋은지, 울고불고 할것인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좋은지 아이들은 양육자가 대응하는 태도에 대한 나름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양육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아동의 행동양식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아동심리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엄마들은 이러한 사실을 안다. 법도 마찬가지다. 범죄는 늘 법의 테두리를 뛰어넘지만 가만히 보면 법이 허용하는 선 언저리에서 일어난다.
10대 후반 20대 남성들이면 소위 386세대의 아들딸들이다. 신천지도 그렇고 디지털 성착취도 그렇고 도대체 우리가 어떻게 자식을 키웠길래 우리 아이들이 이지경이 되었을까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 우리 사회가 미투를 희화화하고 성범죄를 혈기왕성한 남자의 일탈쯤으로 여기며 웃어넘기는 강간문화가 끔찍한 괴물들을 만들었다.
3월 3일 국회 법사위 회의록을 보면 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때 국민청원 1호 N번방 법안을 제대로만 만들었어도 갓갓이든 박사든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안일하게 사안을 바라본 후진적인 젠더의식을 가진 법사위원들도 이 사건의 선량한 가해자라는 점이다. 모든 남성들은 잠정적인 성범죄자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말을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1만명 선에서 코로나는 관리되고 통제되겠지만 26만이라는 디지털성범죄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로 나아가는 데 또다른 책임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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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선숙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게
    N번방 범죄 같아요
    끔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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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ungMee Kim
    너무 옳으신 말씀들!! 공유합니다 (허락을 먼저 구했어야 하는데 맘이 급해서..) 특히 성범죄 처벌 결과들을 보니.. 정말 참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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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숙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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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동식
    남자들이 스스로 자각해야하는데 너무 일상적인 문화에 젖어 있다보니 , 커가는 아이들이 상상도 할수 없는 짓을 하게만드는것 같아 우리가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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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gHyeun Lim
    강력한 처벌을 기회로 삼아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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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옥자
    기성인들의 반성이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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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정
    죄의식의 부재가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기에 이지경이 되었을까.....
    굳이 쌤의 포스팅이 아니더라도 결국은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곳에서 시작이고 그들이 키워냈다는 생각에 참 기가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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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정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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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임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지고 용납되는 사회.
    위안부 문제를 보는 시각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습니다.
    분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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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숙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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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홍석
    전부 문제지만 판사들 어떻게 해요?
    판결이 고무줄이라도 뭐라 말도 못해요 ㅡㅡ,
    비슷한 사안에 변호사 쓰면 형이 줄거나 죄가 없어지는 신기한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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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홍석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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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unjoo Koh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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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숙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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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근곤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
    같은 남자로서 부끄럽네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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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근곤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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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 Kwan Soo
    인간성 교육은 실종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성적만 올리면 지고지선이라 가르친 우리 교육현실이 괴물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한 방으로 일생을 결정짓는 여러 시험들.. 삶의 가치를 돈과 권력에만 두는 천민자본주의적 사고가 만연하는 한, 이런 범죄는 계속 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꾾이질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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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숙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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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주
    탁현민 사건 때 탁현민 아웃을 외치니 지역에 이름난 역사학자이자 진보주의자이며 신사 교육자로 이름난 사람이 페미니스트인지 페니스트인지 하며 지랄한다고 글 올리고는 당당해 하기에 얼른 페절했는데 지역사회라 자꾸 겹치는데다 내가 좀 의식있는 발언을 다른 페북 댓글로 쓰니까... 그 아저씨 자꾸 나한테 관심 가지며 기억도 못하고 자꾸 페친 신청함.
    심지어 어제는 울 샵이 궁금하다고 음료 마시러 옴. 나보고 녹색당이냐며 관심을 보이며 신사적인 대화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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