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31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은 가능한가?* 김상범

  움직임의 철학 : 한국체육철학회지. 2018, 제26권 제2호, 99-107 https://doi.org/10.31694/PM.2018.06.26.2.008

Philosophy of Movement :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the Philosophy of Sport, Dance & Martial Arts. 2018, 26(2), 99-107 pISSN 1229-5663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은 가능한가?*

김상범** / 한국교통대학교

Can Martial Arts Training Cultivate Morality?

Kim, Sang-Bum /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Transportation

요약 

동양의 전통무도는 신체적 수행의 과정을 통해 올바른 길에 이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존경, 규율, 결단, 용기, 인 내, 협동 등과 더불어 도덕성을 함양시켜주는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와 함께 경기화와 상업화 된 무도는 불가피하게 본질적인 가치들이 많이 훼손되었으며, 이로 인해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은 불가능한 것처 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 연구에서는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의 가능성을 형(形, 型)의 복원과 강조를 통해 찾아 볼 것을 제안하였다. 형은 수행의 내재적 가치와 경기의 수단적 가치로 인한 양극화를 보완할 수 있는 주체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형의 수련은 반복성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어 도덕적 습관의 형성을 통한 도덕성 함양 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무도에서 형의 수련만이 유일한 도덕성 함양의 수단은 아닐 것이다. 형의 수련은 전통성의 고수와 개방화의 갈림길에서 본래 가지고 있는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지 못하는 무도가 처한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주제어 : 무도, 수행, 도덕성, 형

Abstract

Traditional martial arts of Asia aim to help practitioners reach a righteous path through physical training and practice. Traditional martial arts have been perceived to cultivate morality, respect, regulation, determination, courage, patience, and cooperation. However, martial arts have lost or deteriorated in their essential values due to excess commercialization and competitions as time has passed. Thus cultivating morality through martial arts training seems impossible due to corruption. This study suggested the reattainment of morality through martial arts training by restoration and emphasis of form. Emphasis of form has drawn attention for its ability to complement the polarization of the internal value of practice and the methodical value of games. Also, training of form can become the main way of cultivating morality through the formation of moral habits. Training of form can be a good amendment to overcome the crisis of martial arts inability to realize its original moral value during the modern era.

※ Key words : martial arts, training, morality, form

 

*  이 논문은 2015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5S1A5B8037121). 

** dwbm8@hanmail.net

Copyrightⓒ2018 KSPSDM

Ⅰ. 서론

최근 뉴스를 보다보면 이른바 ‘막장사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

지 않았던 적이 없긴 하나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살인, 강도, 강간, 폭력, 절도 등 5대 강력범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권태연, 전새봄, 2016), 청소년들의 비행과 관련된 범죄도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정희태, 2011).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진행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사회의 도덕성 결핍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일부 윤리학자들은 지금의 세계촌을 ‘도덕의 위기(moral crisis)’ 혹은 ‘도덕적 쇠퇴기(moral decline)’라 지적하기도 한다(박성주, 임현주, 2011). 도덕성의 결핍은 필연적 으로 도덕성 강화를 요구한다. 도덕성 회복과 같은 보편적 가치는 사회적으로 당위의 차원에서 인식되기 때문 이다. 그리고 도덕성 회복과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으 로 도덕·인성1)교육을 들 수 있다(박병기, 추병완, 2007). 도덕이 교육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 대한 전통적인 해답은 긍정과 부정을 모두 포함한다. 이것은 도덕을 교과 과목으로서 도덕과교육으로 한정하는데서 기인하는데 긍정의 입장에서는 규범과 덕목의 의미를 깨우치고 도덕적 갈등 상황에서 어떠한 도덕적 가치를 선택하여 행동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교과로서 도덕과목은 도덕교육의 출발점이 된다고 주장한다(박병기, 추병완, 2007). 반면, 부정의 입장에서는 도덕교육이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실제적인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적 근거가 부족하며, 개인의 복종만 을 강요한다고 지적한다(김정효, 2015 재인용; 강민석 역, 1996).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도덕교육에 대한 더 실 제적인 대안을 수반하고 있지 못하기에 크게 지지받지 못한다.

도덕과교육은 목적과 내용이 도덕이라는 단독의 교과목으로 성취하기 어려운 교과 통합적 기능과 가치 통 합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도덕적 삶과 자아실현, 가치관의 형성은 교육 일반의 목표이며 학교라는 제도의 존 재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도덕교육은 도덕과 교육에 한정될 수 없으며 체육도 이러한 점에서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김정효, 2015). 주지하다시피 체육은 전인교육을 강조하며 인간을 인지적, 정의 적, 심동적 영역에서 조화롭고 균형 있게 발달시켜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유교문화권 안에서 인성교육 의 전통이 강한 국내에서는 이 가운데 정의적 영역에 대한 체육교과의 공헌을 매우 중요시 여겨왔다는 점(최 의창, 2010)에서 체육은 보편적 도덕교육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나아가 동양에서 태동한 무도(武道)는 본질적으로 도덕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많다. 무도는 그 목적이 단순

히 신체적 우위를 다루는 데 국한되어 있거나 전쟁의 수단 정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존경, 용기, 규율, 겸손, 자기통제, 겸양 등의 가치들이 무도에 내재되어 있고, 이를 습득하기 위한 신체적 수행을 강조한다. 한편, 아 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감정 및 욕구의 구조가 자연스럽고 안정감 있게 형성된 상태를 성격적 탁월성을 갖춘 상태라 하였고, 이를 갖추기 위해 직접 자주 행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그는 도덕성의 조건으로 아는 것과 합리적 선택, 확고부동한 상태에서의 행위를 내세우는데 특히 행하는 것에 큰 중요성을 부여한다(정연재, 2014). 즉, 도덕적 행위와 무도는 내재하고 있는 가치들뿐만 아니라 신체적 수행을 통해 발현되어질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무도와 도덕성의 관련성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1) 일반적으로 도덕이란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뜻하는 것으로 개인의 심성을 가리키고, 인성이란 바람직한 인간의 특성을 의미한다. 이 연구 에서는 도덕과 인성의 개념이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공통점에 주목하여 문맥에 따라 혼용 해서 사용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무도인 태권도의 경우 다른 종목에 비해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 중이며, 대체적으로 이들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고하고 있다(김성문, 이계산, 2017; 김장환, 이광수, 박진기, 2002; 이충영, 2003; 정현도, 2005; 최공집, 박동수, 2014; 허정식, 2007). 또한 이를 근거로 교육 콘텐츠나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개 발이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무도와 도덕성의 관계가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되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는 쉽게 수긍

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위의 전제가 사실이라면 무도인들은 도덕적 현인이나 성인군자 정도는 아닐지라도 분명 일반인들과는 다른 도덕적 수준을 보여야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무도계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되는 파벌, 폭행, 비리 등의 부정적 일탈 사건들은 일반 사회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무도와 도덕성은 깊은 관련이 있으며, 무도를 통한 도덕성 함양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 로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 무도와 도덕성의 관계에 대한 경험적 증명이 아니라 본질적인 차원에서 이 둘의 관 계성을 논하고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다.

Ⅱ. 신체활동과 도덕성의 관계성

신체활동을 전제로 하는 체육과 도덕성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자랑한다.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Plato)은 체육이 육체와 정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위한 중요한 교육 수단(Plato, 1966)이라 여기며 체육과 도덕의 관련성을 언급했다. 자연주의 사상가 루소(J. J. Rousseau)의 경우 그의 저서 󰡔에 󰡕에서 학생들 간에 이루어지는 신체활동이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백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체적인 단련은 아 이들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 효과를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교육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 하였다(김정효, 2015 재인용; 김중현 역, 2003). 근대 체육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구츠무츠(J. C. F. Guts Muths) 도 체육의 목표를 도덕적 시민의 형성을 목적으로 한 바른 행동력을 가진 인간의 육성이라 여겼다. 그가 체육 에서 추구한 구체적인 인간은 체력과 기능, 남성적 기질을 겸비한 도덕적 행동인 이었다(김동규, 1999).

이 밖에도 영국의 럭비스쿨의 교장이었던 아놀드(T. Arnold)는 종래의 형식적이고 엄격한 훈육주의를 폐지

하고 청소년들이 정열을 쏟을 수 있는 스포츠활동을 활용하여 규칙의 준수, 충성, 전통존중, 공정심 등과 같은 스포츠맨십을 체득케 하였다(김동규, 1999). 실존주의 철학자 까뮈(A. Camus)도 인간의 도덕과 의무에 대해 내 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축구에서 배웠다고 언급(Camus, 1969)하며 신체활동과 도덕성의 관계를 인정하고 있

다. 이처럼 고대부터 근대, 그리고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신체활동과 도덕성의 관계를 긍정한다. 즉 신체활동이 도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가치들인 준법정신, 협동성, 상대방에 대한 배려, 공정성, 정의, 용기 등을 함양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임을 인정한다.

반면에 신체활동과 도덕성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카(D. Carr)는 스포츠와 게임이 비도적적인 성향, 믿음, 태도에 이바지하는 방식으로 가르쳐질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체육교육이 좋은 가치를 증진시키기도 하지만 오히려 잘못된 가치로 여겨지는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로 인한 비도덕적 행위 또한 가르친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나아가 스포츠가 인성을 형성하게 해 준다면, 그것은 범죄에 적 합한 인성이라는 과격한 주장도 있다(박성주, 임현주, 2011 재인용; Leonard, 1972, Simon, 2003). 이들은 근대

스포츠의 주요 속성인 경쟁성이 강화되면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들에 주목하며 신체활동과 도덕성의 관계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축구, 농구 등 상대방과의 신체 접촉이 빈번하고 경쟁성이 높은 스포츠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의 도덕적 판단 능력이 일반 학생이나 비경쟁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에 비해 낮음을 증명한 연구(Beller & Stoll, 1995)는 위의 사실을 더욱 뒷받침해준다. 박정준(2013) 역시 경쟁이 고도화된 국내외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끊임없이 발 생하는 금지약물 복용, 승부조작, 성폭력 사건 등을 근거로 신체활동이 바람직한 태도와 인격을 길러줄 수 있 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신체활동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도덕성과 깊은 관 련이 있으며 신체활동의 대표적인 영역인 체육·스포츠가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 해서는 도덕성 함양에 긍정적 요소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해야 함에 공감한다는 사실이다.

Ⅲ. 무도의 도덕적 속성

  

앞서 신체활동과 도덕성이 깊은 관계가 있음을 살펴보았다. 동양의 전통적 신체문화인 무도 역시 도덕성과 깊은 관련성을 지닌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무도라는 용어가 내포하고 있듯이 무도는 싸움(武)의 기법을 몸으로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 올바른 길(道)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싸움과 올바른 길이라는 모순된 개념이 성 립될 수 있는 것은 싸움의 본질이 자신의 마음에 있다고 보는 것과 도덕적 이상이 인간의 신체적 수행을 통 해 이루어진다는 동양의 도덕관념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김정효, 2015). 

무도의 종류 중 한국에서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태권도의 경우 도덕성과의 연관성을 도장들의 이름에 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지도관(智道館), 무덕관(武德關), 강덕원(講德院), 송무관(松武館) 등과 같은 초창기 도장 의 명칭에는 지혜를 뜻하는 지(智), 하늘과 땅과 인간이 마땅히 가야할 길 또는 만물의 오묘한 본질을 뜻하는 도(道), 반복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인성을 터득하거나 축적함을 의미하는 덕(德) 등과 같은 윤리적 덕목에다가 민족의 기개를 상징하는 소나무(松)까지 곁들어 있다(강원식, 이경명, 1999). 태권도 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 의 의지가 도장의 이름에 묻어난 것이다.

많은 학자들도 무도의 도덕적 속성을 인정하고 그 가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최의정(2000)을 비롯한 많은 학 자들은 존경, 규율, 결단, 자기통제, 인정, 겸양, 용기 등의 인성적 가치들이 무도교육의 내용 속에 내재해 있 으므로 이러한 내재적 가치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정학과 장성수(2009)도 무도 의 수련과정속에는 철학과 종교, 교육적 관념이 깊게 내재되어 있으며, 수련을 통해 인격수양, 인간완성, 자타 공영, 예시예종, 예의, 덕, 염치, 관용과 같은 동양사회의 이상적 가치들이 제시될 수 있다고 보았다. 더 나아 가 인간의 덕을 완성하고 사회의 난세를 그치도록 하여 평화를 얻게 한다는 거시적 가치도 내포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박성주와 임현주(2011)는 도덕적 품성을 쌓는 활동의 두 가지 필수요소로 ‘도덕적 습관(moral habit)’의 형성

과 ‘도덕적 추론기술(skill in moral reasoning)’의 습득을 제시하며, 이들을 근거로 체육교육이 도덕적 품성을 쌓는 활동이 될 수 있음을 논증하였다. 이러한 프레임(frame)을 무도수련에 적용해보면 무도수련과 도덕성의 관계는 더욱 명확해진다. 김용옥(1994)은 움직임을 통해 도(道)라는 보편적 요소를 갖는다고 보았으며, 특히 반 복적 수련을 통해 몸은 덕(德)을 획득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한 원리를 대표할 수 있는 활동으로 태권도 를 제시하고 있는데 반복적 수련은 도덕적 습관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점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태권도가 도덕적 습관을 쌓는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또한 도덕적 추론기술 역시 무도수련을 통해 습득이 가능한데, 여기서 말하는 도덕적 추론기술이란 도덕적 상황에서 판단과 행위를 할 때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그 판단과 행위가 옳다고 주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박성주, 임현주, 2011). 다시 말해 단순히 반복된 습관을 통한 사유(思惟)가 배재된 행동이 아니라 복 잡한 상황 속에서도 도덕원리에 근거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의 배양을 의미한다. 무도는 신체의 움직임과 수련과정을 통해 정신의 사색과정을 동시에 추구하며, 동양무도의 철학적 근간인 심신일여(心身一如) 와 지행합일(知行合一)사상이 내포하고 있듯이 신체와 정신의 통일론적 입장을 견지한다(여인성, 2001). 이처럼 기본적으로 남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무(武)의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 무도는 이러한 인지적 요소, 즉 도덕적 추론기술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성립자체가 불가능하다.

한편, 무도수련에 내재된 도덕적 속성에 대한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무도수련을 하게 되면 도덕

적 자질이 자연스레 습득된다는 것은 근거가 미약함으로 이 둘의 관계를 당위적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형석과 이규형(2009)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태권도수련에서 도덕교육을 강조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태권도수련을 통해 습득된 기술이 단순한 폭력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 기 위해서 도덕교육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함과 폭력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태권도 기술을 습 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 기술을 익히기 이전에 먼저 자신을 억제하고, 인간을 존중하며, 자신이 습득한 기술 을 함부로 남용하지 않는 내면적 태도인 도덕성을 길러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권도는 특히 많은 어린이들이 수련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도덕성 함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 4월 기 준 국기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태권도장은 전국에 9,438개로 조사된다. 소속된 회원 수는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진 않지만 대략 60만 명 정도로 예측 된다2). 회원의 다수가 어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도자들에게는 많 은 도덕적 책임과 의무가 부여된다.

Ⅳ.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의 가능성 탐색

무도수련이 도덕성과 깊은 관계가 있음은 확인된다. 무도수련은 존경심과 규율성, 결단력, 용기, 겸양, 자신 감, 인내력, 자기통제, 협동심, 지도력을 함양시킨다. 또한 무도수련은 예의(禮儀)를 강조한다. 즉 예절을 존중 하는 것은 무도수련의 교의(敎義)이자 모든 가르침의 근본이다. 이는 무도의 본질적 의미에 자기단련, 자아확 립, 반성, 통찰, 수양과 같은 내재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적 가치와 효과는 수련생이 청 소년일 때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이정학, 장성수, 2009; 최의정, 2000). 

그런데 실제로 무도수련이 도덕성을 함양시켜주고 우리사회에 인성교육적 가치를 높이는데 일익을 담당하

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전통무도를 단순한 호신술과 투기술로 인식하거나 초능력을 발휘하는 신기한 기술정도로 치부하는 등 무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이정학, 장성수, 2009). 또한 무도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부정적 일탈사건들은 무도와 도덕성의 관계에 대한 회의 감마저 들게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성교육과 무도의 관계에 대한 주장들은 일선 도장의 홍보용 수사(修辭) 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무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데이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수련목적과 가치 추구 등 방향성의 변화가 크게 작용한다(김병태, 2007). 동양 문화권에서 대인격투에 필요한 신체기능의 발달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였던 무도수련은 인격수양, 정신단련, 자아발견 등의 교육적·종교적·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영역으로 발달해 왔다. 이러한 무도의 수련목적과 가치에는 儒·佛·道 등과 같은 동양의 전통사상이 그 기저 에 존재한다(Capener, 1998).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화라고 하는 명분하에 각종 무도는 스포츠화(경기

 

2) 국기원에 게시된 통계수치와 전국 태권도장 평균 수련생이 60명이라는 신문기사(http://www.tkdbox.com)를 토대로 이와 같이 예측하였음.

화)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 결과 동양무도와 서양스포츠의 구분은 모호해졌으며, 두 양상을 바라보는 시각 도 불명확해졌다(김동규, 2011). 무도에 과도한 경쟁적 요소가 투입되면서 수련목적과 방향성이 과거에 비해 많이 변질된 것이다.

일선 도장들의 지나친 상업성 또한 여기에 일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무도인 태권도의 경우 전국에 약 9,000개 이상의 도장이 존재한다.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있듯이 많은 도장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윤수경, 2014. 04. 09). 그러다보니 태권도 이외에도 줄넘기, 축구, 농구, 수행평가 등 다양한 수업을 병행 하고 있으며, 심지어 영어로 태권도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물론 도장의 생존이라고 하는 현실적 측면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이로 인해 무도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을 묵과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적 조건에서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은 불가능한 것인가? 이 연구에서는 무도수

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의 가능성을 형(形, 型)의 복원과 강조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형은 유도와 검도에서는 본(本), 태권도에서는 품새, 합기도에서는 형(形), 아이기도는 교(敎), 태극권에서는 식(式), 소림무술에서는 투로 (套路)라고 한다(김동규, 2011). 형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앞서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한 바 있다. 김동규 (2006, 2011)는 내재적 가치지향과 수단적 가치지향의 양극화를 보완하고, 이를 소통시킬 수 있는 가치지향으 로서 ‘품새 동작의 창안 및 경연’등의 융합적 가치지향을 제안하였다. 또한 수행과 경기의 소통 주체로 형의 역할과 과제를 탐색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배영상 등(2002: 25)도 “품새는 동양무술이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심미적이고, 환상적인 경연예술의 한 장르로 탈바꿈하고 있다. 내면적인 힘의 외적 표현, 정신성의 육체화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품새의 미학은 무도의 무도다움을 규정짓는 특성으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무도에 있어서 품새의 중요성을 언 급하였다. 임일혁(2009)은 태권도 품새가 인위적인 마음과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인간의 본성을 찾고자 하는 깊은 의미에 철학적 가치가 있음을 논하였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형의 기능과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문제는 형의 수련과 도덕성의 관련성에 대한 부분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을 구별하였으며, 덕에도 ‘지성적 덕’(intellectual 

virtue)과 ‘도덕적인 덕’(virtue of character)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지적인 덕이 가르침을 통해 획득된다면 도 덕적 덕은 습관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하였다(Aristotle, 1984). 즉 도덕성을 습관의 형성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후천적인 성질로 본 것이다. 최종균과 손수범(2004: 140)은 무도에서 반복 훈련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신체활동을 매개로 하는 무도에서는 수행이라는 선불교적 의미의 과정을 수련체계에 적용시켜 왔고 

이를 토대로 나름대로의 신비성을 유지하였다. 여기서 수행이라는 것은 일련의 신체활동을 철저하게 반 복 훈련을 통하여 자기제어(自己制御)를 초월한 것으로 지극(至極)의 경지까지 승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검성(劍聖)으로 알려진 미야모토 무사시는 “천일의 각고 수련을 단(鍛)이라하였고 만일(萬日)의 각 고수련을 련(鍊)”이라 하였다. 이러한 단련의 개념은 각고의 신체활동을 통하여 얻어진 정신적 경지를 하 나의 깨달음이라는 완성체로서 구현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수행과정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기 위해 서는 신체를 통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단순히 구체화된 언어로서 문자를 읽음으로서 얻어지 는 간접적 경험세계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경험에 의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최종균, 손수범, 2004: 140).

형의 수련은 완성이라는 의미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도의 의미를 되새김 하듯이 수련을 계속해야 그 맛

을 알 수 있는 오묘한 가치가 숨어있으며, 태권도에 있어서 품새에 적용되는 반복성의 원리는 신체와 정신의 균형 잡힌 발달을 유도할 수 있다(김병태, 김현수, 김동규, 2008; 황인식, 2005). 즉 무도에 있어 형의 수련 역 시 반복 훈련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도덕적 습관의 형성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배영상 등(2002)도 형이란 예 (藝)의 문화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보존하며, 재현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련의 동작이며, 추상적으로 인식 된 문화가치를 육체를 통해 보존하는 것이라 하였다. 따라서 형을 정확히 되풀이해서 반복 연습할 때 예에 도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밖에도 이경명(2004)은 태권도의 품새에 대해 고유한 사상과 정신을 담고 있는 개념이라 지칭하며, 수련 자들은 품새가 담고 있는 기술과 사상, 그리고 정심을 함께 닦고 일깨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권 오륜(2007)도 태권도 수련에 있어서 겨루기와 품새의 다른 역할에 주목하면서 품새의 내재적 가치는 스스로 느끼고, 인격도야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면이 강조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이들은 모두 태권도에 있어서의 품 새, 즉 형에 대해 단순히 정형화된 신체적 공방기술로만 보지 않고, 사상, 깨달음 등의 철학적 의미와 가치, 가능성 등에 주목한 것이다. 

서구화된 삶속에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것이 최고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오늘날 전통성을 추구하는 무도에 대해 많은 이들이 위기가 도래했음을 이야기한다. 무도계는 전통성의 유지와 대중성의 확보, 세계화와 스포츠화 등으로 많은 변화를 겪으며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도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가치는 현대사회에서 많은 의미가 있으며 도덕성의 부재가 전 세계의 이슈가 된 지금 무도가 지닌 도덕성 함 양의 가능성은 무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무도에서 형의 복원과 강조는 전통과 현대의 갈림길 에서 도덕성 함양의 주요 수단으로 기능하며 무도가 자생력을 갖추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Ⅴ. 요약 및 결론

동양의 무도는 본질적으로 존경, 용기, 배려, 규율, 겸손, 자기통제, 겸양 등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고, 이를 습득하기 위한 신체적 수행을 강조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가치에 공감하며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을 상식으로 여긴다. 이 연구는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이 가능하다는 것을 논증하기 위해 수행되 었다.

무도의 수련목적과 추구하는 가치는 시대와 함께 많이 변화되었다. 특히 경기화와 상업화 등으로 무도가 지 닌 본질적인 가치들이 많이 훼손되었으며, 이로 인해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은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 기도 한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실적 조건들을 고려하여 무도수련을 통한 도덕성 함양의 가능성을 형의 복원과 강조를 통해 찾아볼 것을 제안하였다. 형은 내재적 가치지향으로 대표되는 수행과 수단적 가치지향의 전형인 경기의 양극화롤 보완하고 소통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이러한 형의 수련은 위의 가치와 역할뿐만 아니라 도덕적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형의 수련의 목적은 단순히 정형화된 신체적 공방기술의 습득에 그치지 않고, 무도의 사상과 깨달음, 인격도 야 등의 고차원적 의미와 가치가 있다. 또한 도덕적 습관 형성에 주요한 반복성의 원리가 형에 내포되어 있으 며, 단순한 지성적 활동에 의지하기보다 꾸준한 수련 즉, 실천적 지식을 통한 습득을 전제하기에(하피터, 2010) 도덕성 함양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무도에서 형의 수련만이 유일한 도덕성 함양의 수단이라는 것은 아니다. 형의 수련이 전통성의 고수와 개방화의 갈림길에서 본래 가지고 있는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일종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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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접수일자 : 2018년 05월 10일

*논문심사일자 : 2018년 05월 17일

*게재확정일자 : 2018년 06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