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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 세계철학사 1
이정우 (지은이)길(도서출판)2018-01-15
세계철학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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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872쪽====
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세계철학사 2 - 아시아세계의 철학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책소개<세계철학사> 3부작은 다음과 같은 구도를 취하려고 한다. 우선 철학이라는 행위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되었고 근대 이전에는 동과 서의 철학 전통이 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1권을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그리고 2권을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할애했다. 그 후 마지막 3권에서는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기준에 입각해 ‘근현대 세계의 철학’을 살펴보려 한다.
목차
여는 말
1부 이성(理性)의 빛
1장 철학의 탄생
§1 ‘헬라스’세계
§2 정의를 찾아서
§3 철학의 탄생
2장 퓌지스의 탐구
§1 ‘탄생’의 문제
§2 ‘아르케’를 찾아서
§3 합리와 신비 사이
3장 존재와 생성
§1 생성의 로고스
§2 영원부동의 일자(一者)
4장 현상과 실재
§1 질과 양의 조합
§2 질들의 상대적 비율
§3 양으로의 환원
5장 “너 자신을 알라”
§1 소피스트들의 사유
§2 “네 영혼을 돌보라”
6장 이상과 현실
§1 ‘이데아’론
§2 이상국가를 향하여
7장 현실과 이상
§1 논리학: 사유의 문법
§2 자연철학: 퓌지스의 탐구
§3 형이상학 1: 탁월한 존재들로서의 우주, 신, 영혼
§4 형이상학 2: 일반 존재론
§5 실천철학: 인간적인 행복의 추구
2부 신과 인간 그리고 세계
8장 ‘삶의 기예’로서의 철학
§1 회의주의의 발흥
§2 진정한 쾌락을 찾아서: 에피쿠로스학파
§3 스토아철학 1: 헬레니즘 시대
§4 스토아철학 2: 로마 제국 시대
9장 구원의 갈구
§1 그리스.로마의 종교와 신플라톤주의
§2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3 이슬람세계의 도래
10장 이슬람세계의 철학
§1 이슬람 학문의 형성
§2 이븐 루쉬드의 철학
§3 유대 철학, 페르시아 철학
11장 스콜라철학의 흥륭
§1 스콜라철학의 도래: 존재론과 정치철학
§2 아리스토텔레스 혁명과 스콜라철학의 흥륭
§3 토마스 아퀴나스와 둔스 스코투스
§4 중세의 황혼
12장 ‘인간적인 것’의 발견
§1 국민국가의 탄생
§2 자본주의의 탄생
§3 인본주의의 발흥
§4 자아 탐구의 새로운 방향들
§5 자연의 새로운 상(像)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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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정우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타자-되기의 윤리학’과 그 정치철학적 구체화의 세 갈래로 전개되어왔다. 철학사적 저술로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한길사, 2008), 『세계철학사1: 지중해세계의 철학』(도서출판 길, 2011),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도서출판 길, 2016) 등이 있고, 존재론적 저술로는 『사건의 철학』(그린비, 2011), 『접힘과 펼쳐짐』(그린비, 2011) 등이 있으며, 실천철학적 저술로는 『천하나의 고원: 소수자 윤리학을 위하여』(돌베개, 2008), 『전통, 근대, 탈근대』(그린비, 201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 등이 있다. 현재는 『세계철학사 3: 근현대세계의 철학』, 『다양체론: 기하학에서 건축까지』를 집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길(도서출판)
최근작 : <독일인들>,<세계철학사 3>,<역사, 오늘이 묻고 어제가 답하다>등 총 174종
대표분야 : 철학 일반 12위 (브랜드 지수 44,177점), 고전 30위 (브랜드 지수 52,15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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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책소개
지금까지 저술된 철학사들은 대개 세계철학사가 아니라 일정한 지역적 테두리를 전제한 철학사들이었다. 철학사의 대부분이 ‘서양 철학사’이거나 ‘중국 철학사’, ‘한국 철학사’, ‘일본 철학사’, ‘인도 철학사’ 등이었던 것이다. 특정한 지역이나 언어권을 다룬 철학사가 대부분이며,
세계철학사는 드물었다. …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前史) 정도로 보았을 뿐이었다. 『세계철학사』 3부작은 다음과 같은 구도를 취하려고 한다. 우선 철학이라는 행위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되었고 근대 이전에는 동과 서의 철학 전통이 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1권을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그리고 2권을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할애했다.
그 후 마지막 3권에서는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기준에 입각해
‘근현대 세계의 철학’을 살펴보려 한다.
2011년에 출간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의 개정판이다. 세계철학사 3부작 중 1권 출간 이후 7년 만에 2권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완성해 내놓으면서, 동시에 1권의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개정판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각 장의 말미에 붙은 결론부이다. 이전의 판본에서는 단지 맺음말 정도의 의미를 띠었지만, 개정판에서는 저자가 각 장의 중요한 논점을 하나씩 잡아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분석을 가했다. 각 장의 내용을 이해한 후 결론부를 읽으면 보다 진전된 관점에서 흥미진진한 철학적 문제를 음미할 수 있다. 또한 책의 구성을 약간 손보았다. 초판에서 여러 장(章)에 흩어져 있던 그리스-로마 종교와 세 일신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대한 논의를 하나의 독립된 장으로 한데 묶어 다루었다. 지중해세계 종교들의 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그간 새롭게 읽고 공부한 자료들을 참조해서 본문을 보완했고, 각주를 다수 추가했다. 이전 판본에 남아 있던 강의투의 글을 새롭게 바꾸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사가 나왔지만 진정한 세계철학사는 없었다
『접힘과 펼쳐짐』, 『주름, 갈래, 울림』, 『사건의 철학』, 『기술과 운명』, 『개념-뿌리들』, 『탐독』, 『세계의 모든 얼굴』,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 등 다수의 저작들을 통해 전통과 현대, 과학과 철학을 회통하는 철학을 모색해온 열정적인 철학자 이정우가 오랜 세월의 구상과 집필 끝에 한국 철학자로서는 최초로 『세계철학사』를 발표했다. 이번에 도서출판 길에서 출간한 책은 『세계철학사』 3부작 가운데 첫째 권으로 ‘지중해세계의 철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서구 편향적인 철학사를 지양하면서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놓고서 보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철학사를 보려 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장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사가 나왔지만 서양 철학사, 중국 철학사, 한국 철학사, 인도 철학사처럼 특정 지역, 언어권을 다룬 철학사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을 단 대표적인 저작들(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저작,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연구소의 저작)조차 실질적으로는 서구의 철학사에 머문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슈퇴리히의 “세계”철학사는 실질적으로 서구 철학사이며, 그 모두(冒頭)에 중국과 인도의 철학 전통을 일종의 ‘전사(前史)’로서 배치하고 있을 뿐이다. 인도 철학사와 중국 철학사를 연대를 무시하고서 맨 앞에 붙인 것이다. 이런 식의 구도는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철학연구소의 “세계”철학사에서도 거의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편견은 근본적으로 ‘근대성=모더니티’가 이룩한 성과에의 도취를 근대 이전으로 추후적으로 투사한 데에서 유래한다고 본다. 근대성은 그리스 사유의 재발견을 그 추동력으로 삼았고 따라서 비서구는 당연히 그 앞의 단계로서, 즉 전(前)그리스적인 것들로서 배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근대 서구인들에게 비서구 지역들은 반드시 ‘전그리스적’이어야 했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러나 본 저작이 앞으로 보여줄 것인바, 전근대에 관련한 이런 배치는 허구에 가깝다.”
허구에 가까운 역사 서술은 결국 오늘날의 일방적인 세계화를 낳았다. 오늘날 세계화의 흐름은 어떤 정신적 준비나 사상적 비전을 가지고서 이루어진 것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정우가 세계철학사를 쓰고자 한 데에는, 단순히 철학의 역사를 정리해보고자 하는 동기만이 아니라, 편견이 낳은 사유의 정향을 타개하고 허울 좋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 진정한 보편성을 찾고자 하는 의욕이 작용했다.
오늘날 세계화의 흐름은 … 자본과 기술, 대중문화의 맹목적인 팽창이 빚어낸 난맥상일 뿐이다. 이런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식인들 스스로 지역, 국가․언어권, 전공 등등 편협한 울타리들에서 탈출해 함께 거시적인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음미를 거쳐 현재에로 회귀함으로써 장래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철학적 비전은 우선 과거에 대한 역사적 음미를 현재에로까지 끌고 올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세계철학사』 3부작은 이렇게 음미와 회귀를 경과해 비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서 기획되었다. ― 「여는 말」 중에서
이는 이정우가 오랜 세월 추구해왔던 “철학하기”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철학하기’를 일컬어 ‘가로지르기’라 한다. 그의 전작 『가로지르기』의 한 대목은 곧바로 『세계철학사』를 집필하는 그의 기본 관점과 연결된다.
요컨대 가로지르기는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도 아니요, 여기저기 방황하는 것도 아니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로지르기의 정신은 우리에게 주어진 격자가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 그 격자가 필연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 출발하며, 그런 격자에 저항하는 데서 출발한다. 가로지르기는 격자화되기를 거부하는 자유의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할 수 있는 삶의 태도인 것이다.
요컨대, 이 3부작은 철학자 이정우의 가로지르기, 그 오랜 유목 생활의 중간 결산인 것이다. 또한 2000년에 그가 철학아카데미를 창설한 이래 줄곧 강의해왔던 철학사 강좌의 총정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이 『세계철학사』 3부작과 더불어 “우리 철학자의 손으로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를 가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특정 문명과 언어권에 갇혀 절름발이 사유만을 배태했던 기존의 철학사를 극복하고 “객관성과 보편성에 한발 더 가까이 간 진정한 세계철학사”를 만나게 되었다.
아시아세계와 이슬람세계의 철학사에 제자리를 찾아주다
이정우는 자신의 『세계철학사』 3부작의 구도를 이렇게 세웠다. 시기적으로는 고중세와 근현대로 크게 나누고 지역적으로는 지중해세계와 아시아세계로 크게 나눈 뒤, 1권에서는 고중세 유라시아 서쪽에서 전개된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2권에서는 고중세 인도와 동아시아에서 전개된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루었다. 적어도 근대 이전에는 지중해세계의 철학과 아시아세계의 철학이 따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현대 세계의 철학은 이들 두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3권에서 함께 다루었다. 여러 문제도, 한계도 많았지만 근현대에 들어와서 지중해세계의 철학과 아시아세계의 철학이 만났고, 함께 나아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양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가 일정 부분 형성되어 있는 데 비해, 동양 철학사 또는 아시아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권이 다른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접어둔다 쳐도, 한문을 공통언어로 하는 동북아 삼국의 철학사조차 개념과 구도를 갖추지 못한 것은 흥미롭기까지 하다고 이정우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우는 세계철학사 안에서 아시아세계의 철학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고자 한다. 이를 위한 그의 전략은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지중해세계의 그것과 계속 비교해가며 논하는 것이다. 이는 이후 출간될 2권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시도이지만,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루는 1권에서도 역시 간간이 볼 수 있다.
또한 1권의 부제를 “지중해세계의 철학”으로 붙인 것은 유라시아 서쪽에서 전개된 문명이 기본적으로 지중해를 둘러싸고 전개된 문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양 철학사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는 영국, 프랑스, 독일 철학은 아무리 이르게 잡아도 16세기나 돼서야 성립된 관념이다.
서양 철학사를 생각할 때면 으레 영불독(英佛獨)의 철학을 떠올리지만 이를 고중세에 적용할 경우에는 이 또한 추후적 투사가 되어버린다. 나아가 고대 서구 철학으로 늘 그리스만을 또는 그리스-로마만을 논하지만, 이것은 편협한 것이며 우리의 시선을 지중해 문명 전체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리스가 다른 지역에 준 것 못지않게 받은 것도 많은 데다가, 지중해 문명 전체를 참조해야만 다른 지역의 철학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철학사 1―지중해세계의 철학』은 이슬람세계의 철학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지중해세계 동쪽 이슬람세계의 철학 역시 지중해세계 서쪽의 철학과의 비교, 그리고 그 두 철학이 주고받은 영향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이러한 철학사 서술은 그간 ‘세계’라는 보편적 지평과 무관하게 근대의 산물인 국민국가, 지역, 민족, 언어에 갇힌 채 철학사를 바라보았던 근대 철학(영국 철학 전공, 독일 철학 전공, 프랑스 철학 전공)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역사 없는 철학도 또한 철학 없는 역사도 지양한다
철학사는 ‘철학’사이자 철학‘사’이다. 철학사는 철학을 다루지만 어디까지나 역사적 지평에서 다루며, 역사에 속하지만 어디까지나 철학의 역사이다. 때문에 철학사의 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사와 철학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고중세 지중해세계의 역사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이는 지은이가 말한 바와 같이 “철학사는 ‘철학’사이자 철학‘사’이”기 때문이다. 이정우는 하나의 철학사상이 배태되어 나온 역사적 지평을 경시하면서 사상을 그 자체로서만 요약하는 경우와, 철학사상의 고유함을 무시하고서 그것을 역사적 배경으로 환원해버리는 경우 둘 다를 경계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한 철학자가 이룩한 철학화의 높이이다.
한 철학자에 있어 철학적 측면과 역사적 측면은 대개 반비례한다. 한 인간이 역사와 철학에 동시에 헌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플라톤과 페리클레스를, 칸트와 나폴레옹을, 주자와 제갈량을 겸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때문에 우리는 논의 대상 각각에 있어 역사와 철학의 비중을 달리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역사와 철학을 논의 대상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달리 배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책의 곳곳에서 고중세 지중해세계의 인문지리적 설명을 만날 수 있으면서도 역사 서술에 파묻혀버리지 않고, 동시에 수준 높은 철학화를 이룩한 철학자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철학사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러한 균형 덕에 우리는, 한 철학자의 생애가 함축하는 당대의 전체적 구조가 풍부하게 드러내는 대목에서 그 철학자의 사상이 태어난 배경과 당대에 끼쳤던 영향을 파악할 수 있으며, 또한 철학사상 고유의 높이를 상세히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역사에 묻혀버리지 않는 빛나는 성취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철학의 탄생 설화로부터 세 가지 상이한 전통에 이르기까지
『세계철학사 1』의 「맺는 말」에서 지은이 이정우는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은 신화와의 대립 의식, 허무주의와의 대립 의식, 그리고 ‘동방’과의 대립 의식을 통해서 태어났다. 이런 탄생 설화는 그러나 이후 다양한 굴곡을 거치면서 점차 현재(각각의 당대)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그 여운은 사라지지 않고 어떤 측면에서는 오늘날의 서구 철학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 여운을 어떻게 해석하든 (20세기 서구 철학의 성과들이 계속 기초적인 사유 문법으로 기능할) 21세기의 철학도 여전히 지중해세계 철학의 탄생 설화와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철학의 이러한 탄생 설화를 동북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관해서도 언급을 빼놓지 않는다.
철학의 탄생이 고대 그리스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탄생 조건의 인식론적 측면은 당대 그리스인들의 지각과 일상 언어였다고 할 것이다. 그들의 지각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간접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으니, 오늘날 우리는 그들의 언어가 처했던 상황으로부터 철학의 요람에 접근할 수 있다. … 이렇게 파악된 철학의 초기 조건들은 인도의 초기 조건들 및 동북아의 초기 조건들과는 당연히 현저하게 다르다. 고(苦)로부터 해방되어 해탈(解脫)에 이르려 한 인도의 전통, 난세(亂世)를 치세(治世)로 바꾸려 한 동북아의 전통, 그리고 허무(虛無)에서 해방되어 영원(永遠)을 향하려 한 그리스 전통은 철학의 매우 상이한 세 전통을 형성한다. 철학에 대한 이해는 추상적인 보편성에서가 아니라 이렇게 구체적인 역사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만일 철학적 보편성이 있다면 그것은 이런 역사적 구체성‘들’에서 출발해 그것을 성실하게 (‘통합’이 아니라) 접합시켜가는 한에서만 가능하다. 이 책 『세계철학사』는 이런 작업을 위한 한 시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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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철학을 균형있기 알게 해주는 철학이라 생각한다. 3권의 출판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 아무래도 근현대 철학이 지금의 시대와 가장 가깝고 철학의 모습을 완전히 갖추었으니... 이정우 선생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구매
북극성 2021-05-1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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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흐름을 매우 심도 깊게 서술한 대작이다. 수많은 인류사의 철학자들이 어떠한 과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사색했는가를 역사적 흐름에 따라 꼼꼼히 밝히고 있다. 독서에 시간이 몇배 소요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 구매
bada0915 2019-09-2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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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권합니다 구매
shuita 2018-12-2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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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8-02-04 공감 (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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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세계철학사
3부작 세계철학사를 예고하고 1권까지 나왔다가 소식이 없던 이정우 교수의 <세계철학사>(길)가 7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룬 1권과 ‘동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룬 2권이 동시에 나왔는데 1권은 30쪽 가량 증면된 개정판이다. 마지막 3권은 ‘근현대 세계의 철학‘이란 부제가 예고돼 있다.
다루는 범위가 방대하기에 두권 모두 850쪽이 넘는 분량이다. 한 개인이 이런 규모의 세계철학사를 집필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설사 있다 하더라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지 않을까). 책의 의의는 이렇게 소개된다.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前史) 정도로 보았을 뿐이었다.
<세계철학사> 3부작은 다음과 같은 구도를 취하려고 한다.
우선 철학이라는 행위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되었고 근대 이전에는 동과 서의 철학 전통이 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1권을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그리고 2권을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할애했다.
그 후 마지막 3권에서는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기준에 입각해 ‘근현대 세계의 철학’을 살펴보려 한다.˝
‘철학‘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철학사 기술의 향방이 많이 달라질 텐데, 얼핏 무모해 보이는 기획이었지만 실물로서 나온 만큼 그 성취에 대해서 살펴보아야겠다. 완간된다면 저자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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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8-02-02 공감 (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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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 2 - 아시아세계의 철학 | 세계철학사 2
이정우 (지은이)길(도서출판)2018-01-15
정가
40,000원
판매가
36,000원 (10%, 4,000원 할인)
양장본852쪽
책소개
철학자 이정우의 <세계철학사> 3부작. 1권 이후 무려 7년 만에 2권이 출간되었다. 당초 1년에 한 권씩 총 3년에 걸쳐 완간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수차례 강의를 거치고 퇴고를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을 통해 1권만으로는 채 다 가늠할 수 없었던 이정우 세계철학사의 너비와 깊이, 관점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철학자가 쓴 최초의, “세계” 철학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의미의 철학사이다.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루는 2권에서는 동북아와 인도의 철학을 살펴본다. 인도 자체의 맥락을 놓고 볼 때, 인도 철학은 인도-유럽어라는 언어적 측면에서나, 논리학.인식론의 발달 같은 사유의 양태에서나, 또 페르시아 지역과의 본래적 친연성, 알렉산드로스의 원정 이래 지중해세계와 가졌던 역사적 연관성에서나 오히려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철학사적 전개 과정을 볼 때 그리고 고중세에 초점을 맞추는 한에서, 결과적으로 인도 철학? 핵심적으로는 불교?은 동아시아로 전파되어 이 세계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서양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가 일정 부분 형성되어 있는 데 비해, 동양 철학사 또는 아시아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권이 다른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접어둔다 쳐도, 한문을 공통언어로 하는 동북아 삼국의 철학사조차 개념과 구도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우는 세계철학사 안에서 아시아세계의 철학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고자 한다.
목차
여는 말
1부 잃어버린 길을 찾아서
1장 동북아세계의 형성
§1 점복에서 ‘역(易)’으로
§2 동북아 왕조국가의 구조
§3 ‘천하무도’의 시대와 ‘사’의 등장
2장 ‘역’의 사유: 사건, 의미, 행위
§1 ‘역’이란 무엇인가
§2 『역경』의 구조
§3 역(易)의 사상
§4 ‘역’과 동북아 사유의 전개
3장 기(氣)의 세계: 신체, 생명, 문화
§1 ‘기’란 무엇인가
§2 음양과 오행의 존재론
§3 기학과 동북아 사유의 전개
4장 ‘도’를 찾아서: 난세의 철학자들
§1 헤게모니의 시대
§2 공자: 만세(萬世)의 사표(師表)
§3 자연과 작위
§4 예치와 법치
§5 인과 겸애
5장 하늘과 땅 사이에서
§1 전쟁하는 국가들
§2 학파들의 시대
§3 맹자와 유교 도덕형이상학의 정초
§4 장자와 ‘천하’질서로부터의 탈주
§5 종합적 사유의 출현
6장 ‘천하’의 철학과 ‘강호’의 철학
§1 유교사회의 도래
§2 다원화의 시대
§3 ‘천하’와 ‘강호’
2부 마음의 등불을 들고서
7장 해탈에 이르는 두 길
§1 본체적 자아로의 해탈
§2 붓다의 가르침
8장 존재와 생성 사이에서
§1 ‘법’이냐 ‘공’이냐
§2 6파의 철학, 다시 ‘우파니샤드’로
§3 힌두교와 불교
9장 삼교정립(三敎鼎立)
§1 유교와 도교
§2 도교와 불교
§3 불교와 유교
10장 본연과 원융의 철학
§1 성리학의 탄생
§2 상수학, 기학, 이학
§3 주자의 종합
11장 사람의 마음
§1 사단과 칠정
§2 인심과 도심
§3 인성과 물성
12장 새로운 자아의 발견
§1 ‘양지’의 행동철학
§2 인정(人情)을 찾아서
맺는 말
참고 문헌
인물 찾아보기
개념 찾아보기
=====
책속에서
P. 154
‘마음‘을 뇌 또는 다른 어떤 곳에 위치시키기보다는 몸 전체에 다양한 갈래로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본 점, 나아가 더 중요하게는 신체의 내부에만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지 않은 점은 지중해세계 철학의 점의 사유와 동북아세계 사유의 선의 사유를 다시 한번 잘 드러내준다. 이 점은 오늘날 베르그송, 신경과학 등과 연계해 논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들 중 하나이다. 접기 - 겨울호랑이
이정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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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 더보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길(도서출판)
출판사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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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독일인들>,<세계철학사 3>,<역사, 오늘이 묻고 어제가 답하다>등 총 174종
대표분야 : 철학 일반 12위 (브랜드 지수 44,177점), 고전 30위 (브랜드 지수 52,15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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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지금까지 저술된 철학사들은 대개 세계철학사가 아니라 일정한 지역적 테두리를 전제한 철학사들이었다. 철학사의 대부분이 ‘서양 철학사’이거나 ‘중국 철학사’, ‘한국 철학사’, ‘일본 철학사’, ‘인도 철학사’ 등이었던 것이다.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前史) 정도로 보았을 뿐이었다.
지난 2011년 철학자 이정우는 3부작으로 구상한 역작 『세계철학사』의 첫째 권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내놓았다. 당초 1년에 한 권씩 총 3년에 걸쳐 완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간 많은 독자들이 2권의 출간 소식을 기다려왔으나, 수차례 강의를 거치고 퇴고를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1권 이후 무려 7년 만에 둘째 권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펴내게 되었다. 그리고 더불어 1권 역시 전면 개정을 통해 내용을 다듬어 다시 내놓는다.
이 두 번째 책을 통해, 1권만으로는 채 다 가늠할 수 없었던 이정우 세계철학사의 너비와 깊이, 관점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철학자가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의미의 철학사이다.
이것이 진정한 세계철학사
반쪽짜리 사유를 넘어 보편성을 바라보다
한국 철학자가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할 터인데, 사실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철학사 자체가 한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사가 나왔지만 서양 철학사, 중국 철학사, 한국 철학사, 인도 철학사처럼 특정 지역, 언어권을 다룬 철학사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을 단 대표적인 저작들(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저작,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연구소의 저작)조차 실질적으로는 서구의 철학사에 머문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 세계철학사 3부작에서 이정우는 서구 편향적인 철학사를 지양하면서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놓고서 보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철학사를 보려 했다. 바로 이 점,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놓고 보다 보편적인 시각으로”가 여태껏 우리가 진짜 세계철학사를 갖지 못했던 이유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서양의 철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동북아 한자문명권의 유교와 도교, 그리고 인도에서 유래해 동아시아로 퍼진 불교를 두루 꿰뚫고 그것을 지중해세계의 사상과 비교해 가면서 철학사를 꿰어 쓴다는 것은 아시아의 철학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아시아에서도 역시 그런 시도가 없었다. 그 어려운 일을 이정우가 해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따고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땄으니 서양 철학 전문가인 것이야 당연한데, 아시아 철학까지 섭렵했다. 부친이 한학자였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한문을 배웠고 한학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익혔던 덕분. 그러나 보기 드문 학문적 편력만으로 이런 역작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문이란 지식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 아니다.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 앎을 가지고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더 나은 관점을 제시하는 것, 이정우가 세계철학사를 쓰고자 함은 바로 이러한 학문적 태도의 발로이다.
이정우가 세계철학사를 쓰고자 한 데에는, 단순히 철학의 역사를 정리해보고자 하는 동기만이 아니라, “비서구를 전근대로 보는” 편견을 타개하고 허울 좋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 진정한 보편성을 찾고자 하는 의욕이 작용했다.(이정우는 이런 편견이 근본적으로 ‘근대성=모더니티’가 이룩한 성과에의 도취를 근대 이전으로 추후적으로 투사한 데에서 유래한다고 본다.) “본 저작이 앞으로 보여줄 것인바, 전근대에 관련한 이런 배치는 허구에 가깝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 『세계철학사』 3부작과 더불어 “우리 철학자의 손으로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를 가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특정 문명과 언어권에 갇혀 있던 반쪽 사유만을 배태했던 기존의 철학사를 극복하고 “객관성과 보편성에 한발 더 가까이 간 진정한 세계철학사”를 만나게 되었다.
유라시아 대륙이 낳은 철학적 전통의 양대 산맥
지중해세계 철학과 아시아세계 철학의 비교
철학적 사유의 요람이었던 유라시아 대륙은 불모의 땅인 북방과 정주문명들이 나란히 늘어선 남방 그리고 유목적 삶이 펼쳐진 중앙으로 구성된다. 차가운 북방에서는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생명체들의 삶이 펼쳐졌고, 그 반대편 남쪽에서는 동서에 걸쳐 동아시아, 인도, 오리엔트, 유럽으로 이어지는 위대한 문명들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인 중앙아시아에서는 각종 형태의 유목적 삶이 비-역사적 역사를 수놓았다. 세계철학사의 흐름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공간적으로 이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유라시아 대륙 아래쪽으로 빙 둘러 있는 정주문명들 중 동북아, 인도, 이슬람, 서구는 철학적 담론을 양산해낸 대표적인 문명들이다. 오늘날 이슬람은 지리학상 ‘서남아시아’ 또는 ‘중동’으로 분류되며, 그 문명도 ‘아시아 문명’의 일부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동북아・인도・이슬람 모두를 “동양”으로 묶어 부르고, 이슬람 철학 전통도 “동양 철학”의 일부로서 다루는 것은 적어도 철학사적으로는 적절치 않다. 정치경제적 맥락이 아닌 철학사적 맥락에서 이슬람 사상은 어디까지나 유대-기독교 사상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아울러 정치경제적으로도 오리엔트 지역은 늘 서방과 착잡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래서 “지중해세계의 철학”이라는 부제를 단 이 세계철학사의 1권에서 이미 이슬람 철학을 함께 다룬 바 있다.
이제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루는 2권에서는 동북아와 인도의 철학을 살펴본다. 인도 자체의 맥락을 놓고 볼 때, 인도 철학은 인도-유럽어라는 언어적 측면에서나, 논리학・인식론의 발달 같은 사유의 양태에서나, 또 페르시아 지역과의 본래적 친연성, 알렉산드로스의 원정 이래 지중해세계와 가졌던 역사적 연관성에서나 오히려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철학사적 전개 과정을 볼 때 그리고 고중세에 초점을 맞추는 한에서, 결과적으로 인도 철학—핵심적으로는 불교—은 동아시아로 전파되어 이 세계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서양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가 일정 부분 형성되어 있는 데 비해, 동양 철학사 또는 아시아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권이 다른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접어둔다 쳐도, 한문을 공통언어로 하는 동북아 삼국의 철학사조차 개념과 구도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우는 세계철학사 안에서 아시아세계의 철학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고자 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조들이 그리스 철학에 뿌리 두고 있는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비해,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다질적(多質的)이다. 우선 이 세계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인도 철학과 동북아 철학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도 동방과 서방이라는 두 축에 입각해 전개되었지만, 아시아세계에서의 이질성이 더 크다. 동북아세계의 경우 한자문명권을 이루었음에도, 지리적인 장벽 등 여러 이유로 지중해세계에 비해 그 통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철학사의 서술에서도 대체적으로 인도・중국・한국・일본이 따로 논의되어왔을 뿐, 아직도 ‘아시아 철학’의 개념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철학사’, ‘동북아 철학사’ 같은 개념들 자체가 정확히 서 있지 않다. 서구 철학사가 비교적 일정한 틀을 갖추고서 내려온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서 나는 인도와 동아시아를 포괄하는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대한 역사적 서술을 시도할 것이다. 이번의 시도로써 ‘아시아 철학’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나아가 ‘세계철학사’의 개념이 새롭게 정초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한 그의 전략은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지중해세계의 그것과 계속 비교해가며 논하는 것이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루는 1권에서도 간간이 볼 수 있었지만, 이번 2권에서 비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2권은 일종의 ‘비교철학’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개별적인 비교 연구가 아니라 지중해세계의 철학과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전체적으로 비교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물론 아시아세계 내 여러 철학 전통들 사이의 비교도 포함하지만, 그보다는 아시아세계의 철학 전체를 지중해세계의 철학과 비교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철학의 출발점과 동북아철학의 출발점, 그리고 인도 철학의 출발점이 제각기 달랐고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리스에서 철학이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형이상학적 탐구에 매진하는 데서 시작했다면, 동북아 지역에서는 난세를 극복하고 치세로 가려는 정치적 탐구, 즉 정치철학에서 철학이 출발했다. 한편 인도에서는 철학이 종교적 갈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다음과 같은 서로 다른 태도를 낳았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이 현상세계의 실재성을 부정했다면, 아시아세계, 특히 동북아세계의 철학은 실재성을 긍정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동시에 이 두 철학적 사유의 흐름이 각 단계들에서 서로 동조(同調)하면서 철학사를 이루어왔다고 본다.
[지중해세계와 아시아세계 모두] BC 6세기를 전후해서 사유에 눈뜬 많은 선구자들, 최초의 철학자들이 이후 모든 사상들의 뿌리가 될 다채로운 사상들을 쏟아냈다. ‘제자백가’라는 개념이 이를 상징하며, 이 점은 인도 철학이나 그리스 철학에도 해당된다. 이런 과정은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 공자 같은 성인들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나가르주나, 바수반두, 노자, 장자, 맹자, 순자를 비롯한 위대한 철학자들을 낳았다.
수백 년간 지속된 이와 같은 과정은 최초의 철학자들이 행했던 사유 실험들로부터 점차 학파적 활동으로 이행하고, 급기야는 교파, 정치 세력 등으로 변질되기에 이른다. 이윽고 거대한 제국들(로마 제국, 페르시아 제국, 마우리아 제국, 한 제국 등)이 등장하면서, 고대의 사유 실험들 중 어떤 특정한 사조가 삶의 정답으로서, “정통”으로서 채택된다. 이로써 철학은 종교화 또는 정치화하며, 철학사에서의 “중세”는 이렇게 교조화한 사상들—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유교, 도교—로 특징지어진다.
사실 ‘난세’를 ‘치세’로 바꾸는 데 일생을 바친 동북아의 철학자들과 인생의 ‘고(苦)’를 넘어 ‘해탈’을 찾은 인도의 철학자들 그리고 ‘허무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퓌지스’, ‘아르케’를 탐구한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그 출발점에서부터 크게 달랐다고 해야 하리라. 이런 근본적인 차이점 외에도, 고중세 철학의 갈래들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우리는 거기에서 적지 않은 크고 작은 차이들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멀리 떨어져서 철학의 역사를 회고해볼 때, 처음으로 사유에 눈뜬 최초의 철학자들이 각종 실험을 펼치던 고대, 그중 일정한 대안들이 ‘채택’되어 ‘~교’의 형태를 띠게 되는 “중세”, 새롭게 등장한 근대성이 전-지구적 보편성의 지평을 획득해간 근대, 근대성에 대한 비판・해체와 새로운 탈-근대적 실험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대라는 일반적 도식은 우리로 하여금 철학사의 밀림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나침판의 역할을 해주리라고 본다.
아시아세계의 哲學 그리고 지중해세계의 philosophia
사람의 마음을 탐구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정우는 아시아와 지중해의 철학의 차이는 양 문명의 정치 및 종교의 성격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고 말한다. 결정적인 것은 그리스(와 공화정 로마)가 고대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민주정을 실시한 데에 비해, 아시아세계의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왕조’의 형태를 띠었다는 점이다.
이 점이 양 철학 전통의 성격을 결정적으로 좌우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이 민주정이 특히 활발하게 전개된 아테네와 로마에서 만개했고, 인도와 동북아의 철학은 상고 시대의 강고한 권력이 와해된 공간들에서 만개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그러나 다시 아시아세계의 인도와 동북아는 다른 정치적 맥락을 띠었다. 인도의 철학자들이 정치의 세계와 거리를 둔, 어떤 면에서는 카스트제도에 의해 지배된 인도 사회 바깥에서 활동했다면, 동북아의 철학자들은 정치의 심장부에서 ‘문사-관료’들로서 활동해야 했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그리스-로마 철학과 인도 철학 그리고 동북아 철학은 서로 다른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아울러 종교와의 연관성 또한 본질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리스에서 유래한 철학 전통은 본래 다신교의 환경에서 성립했고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공기를 호흡했다. 그러나 향후 지중해세계는 ‘일신교’의 문명을 구축하게 되며, 철학자들은 그 그늘 아래에서 ‘신과 세계와 인간’이라는 구도에 입각해 사유하게 된다. 반면 인도와 동북아에서는 다신교가 일반적인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해서 볼 때, 고중세 시대에 지중해세계에서건 아시아세계에서건 철학이 활짝 피어날 수 있었던 때는 강고한 정치적-종교적 권력으로 자유로워졌을 때임을, 또한 정치적 권세이든 종교적 권세이든 권세를 얻은 철학은 철학 자체로서는 반드시 퇴락함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이정우는 말한다.
동북아 철학자들의 특장은 기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면서 현실의 생성을 사유한 점에 있다. 그들에게 어떤 집요함이 있었다면 그것은 차라리 윤리적-정치적 맥락에서의 높은 도덕성과 실천성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중해세계 철학자들의 사유가 객관적이고 엄정한 탐구를 통해 어떤 궁극의 점을 찾았던 것에 비해, 동북아세계 철학자들의 그것은 인간적이고 역사적인 지혜를 통해서 끝없이 이어져가는 어떤 길을 찾았다. 때문에 지중해세계 철학의 기초는 ‘존재’의 탐구에 있었고, (불교를 포함한) 동북아세계 철학의 기초는 ‘사람의 마음’의 탐구에 있었던 것이다. ●「맺는 말」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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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은 언제 나와요????? 구매
소수정예 2020-05-07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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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선생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빨리 3권이 출판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구매
북극성 2021-05-19 공감 (0) 댓글 (0)
3권은 다시 7년을 기다려야 할까요?^^ 그때까지 1권과 2권을 읽고 또 읽으려고 합니다! 구매
klimt0405 2020-03-2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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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마이리뷰] 세계철학사 2 새창으로 보기 구매
겨울호랑이 2020-11-17 공감(39) 댓글(4)
2장까지 읽었던 리뷰 기록 새창으로 보기 구매
우선 2장까지만 읽고서 기록한다.
문사철이 하나라는 말이 있다. 철학사도 역사와 철학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머리 잘린' 철학사가 아닌 갑골문시대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철학사. 인도문명권과 한자문명권을 포괄하는 철학사. 나는 예전에는 이런 철학사 서적이 없어서 내가 나중에 공부를 쌓아서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철학사가 저술되어 나온 것이다. 궁금해서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보았다.
서문에 밝혀진 "세계철학사" 저술의 의도는 공감되는 바가 크다. 인류의 '현재'에 대한 거시적인 비전을 만들어가려면 이 '현재'가 어떤 과정으로 생겨 왔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각 분야의 세부 전공에서 활약하는 연구자들이 각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것도 물론 유의미하겠지만, 이렇게 거시적인 안목으로 전체를 조감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저자의 전공은 프랑스철학이지만, 사유가 워낙 넓어서 다른 분야에서도 참고할 만한 통찰을 많이 보여준다. 동양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저자의 저술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한다면 언어가 다소 낯설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저자의 저작집(특히 『사건의 철학』)을 먼저 보고 나서 다시 돌아오면 될 것이다. '계열화', 'dx' 등등의 어휘들이 다 의도적으로 선택된 개념어들이다.
초심자들의 경우 낯선 용어들의 풀이가 처음 어휘 등장할 때 제시되지가 않아서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을 위해 내용이 서로 연결되는 부분들을 아래에 페이지 번호 붙여서 정리해본다. 미리 표시해둔 뒤에 읽어나가면 한결 앞뒤를 연결지어 입체적으로 독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 "또 애초에 그리스의 'physis'는 오늘날의 자연이 아니었고"(33쪽 각주 12) ☞ '오늘날의 자연'이 무엇인지 알려면 256쪽의 각주 84를 같이 보면 좋다. '문화와 대립하는 자연'이 그 뜻이다. 여기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통 일반에서 '자연'은 노자적인 자연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251쪽 전후를 참고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리스의 physis'라는 말에 대해 71쪽 맨 아래 단락을 같이 보면 좋다.
* "때로 '변'은 음에서 양으로의, '화'는 양에서 음으로의 이행을 뜻하는 것으로 변별되기도 한다."(67쪽) ☞ 93쪽을 같이 보면 좋다.
* "위 인용문에서는 성인이 괘를 그은 후 거기에서 상을 보고 있지만"(73쪽) ☞ 아래의 오타 정리를 참고.
* "상사와 단사는 본래 '전'으로서 따로 편집된 것이었으나"(74쪽) ☞ '단사'는 82쪽을, '전'은 99쪽을 같이 보면 좋다.
<18. 2. 15 추가. '단'에 대해서는 109쪽 (본문의 밑에서 3째 줄)을 참고할 수 있다.>
* "이처럼 괘의 상을 자연철학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사를 논하는 방식을 '괘기설'이라 한다."(80쪽) ☞ '괘기설'에 대해 93쪽과 104쪽 등을 같이 보면 좋다.
* 92쪽 각주 39 (변증법 관련) ☞ 94쪽 본문을 같이 보면 좋다.
* "앞에서 '단사'에 관련해 인용한 구절에는"(109쪽 각주 60) ☞ 아래의 오타 정리를 참고.
* 91쪽 본문의 밑에서 2번째 줄에 '음양사상'이라는 게 나오는데, 이에 대해 156쪽 이하를 같이 보면 좋다.
* 117쪽 각주 67의 '개천설'과 '혼천설'에 대해, 142쪽 본문 위에서 5째줄 이하 및 183쪽 본문 위에서 2째줄 이하 등을 같이 참고하면 좋다.
* (21. 11. 11 추가) 131쪽 본문 중에 "… 그런 생각은 역시나 곧 반론에 부딪친다."라는 언급이 있는데, 728쪽 전후에 나오는 내용이 관련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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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정리》
오타 찾아낼 목적으로 독서한 건 아닌데, 내가 성격상 이런 게 눈에 잘 잡혀서.. 그냥 읽다가 눈에 띈 것들만 메모해 둔다. 혹시 오늘 읽은 장에서 후일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오탈자가 있거든 추가 날짜를 기입하여 업데이트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정리하는 김에 꼭 오타가 아니더라도 표기상 엄밀했으면 하는 부분까지 망라한다.
<2018. 2. 13까지 발견한 오탈자 혹은 교정 제안하고자 하는 사항들>
* 우선 페이지를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비일관적인 사항 두 가지.
첫째는 서명과 편명 사이의 쉼표 문제이다. 가령 55쪽의 각주 39에서는 "『좌전』, 「소공 2년」"이라고 썼는데 101쪽 본문의 위에서 7째 줄을 보면 "『춘추좌전』「소공 5년」"이라고 썼다. 『좌전』과 『춘추좌전』은 서로 통용되는 축약어이니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서명과 편명 사이에 쉼표를 쓸 것인지 안 쓸 것인지는 표기방식을 통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87쪽 본문의 위에서 10째 줄에 "「설괘전」, 5장"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의 쉼표의 쓰임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점검해야 할 대상일 것이다.
둘째는 서명 기호와 편명 기호의 일관성 문제이다. "역경"인지 "『역경』"인지. 책이름이라면 후자로 일관되게 표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74쪽 본문의 위에서 8째 줄, 80쪽 본문의 위에서 6째 줄, 84쪽 본문의 밑에서 3·4·5·6·7·8째 줄 등등, 많은 부분에서 서명에 겹낫쇠 기호가 누락되어 있다. 92쪽 본문의 위에서 6째 줄에는 겹낫쇠 기호가 정상적으로 잘 씌워져 있다. 그런데 또 94쪽 본문의 위에서 14째 줄에는 겹낫쇠가 아닌 홑낫쇠 기호로 다르게 쓰였다. 일관성 문제가 적지않게 보인다. (참고로 '역전'이 99쪽 본문의 밑에서 2째 줄에서는 홑낫쇠 기호로 쓰였다.)
이런 문제는 출판사 편집자가 저자와 상의하여 일관되게 교정해야 할 것이다. 요즘은 컴퓨터상에서 '찾아보기'(검색) 기능으로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지 않은가? "역경" 뿐만 아니라 "역전"도 그런 기호사용의 문제가 있으니 모쪼록 전체적인 교정을 바란다.
이제 아래부터는 구체적인 페이지를 한정해 가면서 정리한다.
* 47쪽 본문. 위에서 7번째 줄에는 '우하서'라 표기되었고 9번째 줄에는 「우하서」라 표기되어 일관되지 않는다. 홑낫쇠 표기를 쓰는 것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자면 "「우서」·「하서」"라고 표기해주는 편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49쪽 본문의 위에서 8번째 줄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68쪽 각주 6에서 "알파벳"이라는 어휘가 사용되었는데, '알파벳'보다는 '아라비아숫자'라는 어휘를 써야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이건 확신은 없다. 'alphabet'이라는 단어의 뜻에 아라비아식 숫자표기의 의미도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 70쪽 각주 9에서, 해당 역주자의 이름은 '정병식'이 아니라 '정병석'이니 교정해야 할 것이다.
* 72쪽 본문의 밑에서 4번째 줄. "기인 ㅡ 그리고 우인 =" 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가 아닌 "- -"여야 할 것 같다. 음효를 나타내어야 하니까.
* 73쪽 본문의 밑에서 7째 줄에 "위 인용문에서는 성인이 괘를 그은 후 거기에서 상을 보고 있지만"이라 하였는데, 그 위의 어디를 봐도 해당하는 '인용문'이 없다. 편집과정에서 인용문이 누락되어 버린 것 같다. 중대한 오식이다. 해당 인용문은 바로 뒷장인 74쪽의 위에서 13째 줄을 보면 나오는데 여기에는 또 출처 표기가 누락되어 있다. (참고로 이 인용문은 127쪽에 다시 등장한다.)
* 76쪽 본문의 밑에서 7째 줄에서 "체계와 충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라 하였는데 '충동'이 아니라 '충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줄 바로 아랫줄에 "역학 전체로 볼 때 후자가 일관성이 있다"고 하였는데 '후자'가 아니라 '전자'라고 해야 내용상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 77쪽 본문의 위에서 5번째 줄 끝에 '유리에 갇힌 문왕'이 뭘 상징하는지 아무 정보도 제공되어 있지 않다. 간단하게 각주라도 달아 주면 좋을 듯하다.
<+ 19. 3. 17 추가. 관련 언급이 『장자』 「도척」에 나오는데, 이에 대해 이강수 번역본(제3권 394)에 인용된 조초기의 주석을 보면 "유리는 은대의 감옥인데 오늘날 하남성 유성에 있다. 상나라의 주왕이 무도하니 주문왕이 그 때문에 탄식하다가 뒷날 숭후에게 고소당하니, 이리하여 주왕이 그를 잡아서 유리에 가두었다"고 한다.>
<+ 20. 5. 25 추가. 관련 언급이 본책 68쪽에 살짝 나오긴 한다. "... 문왕이 유리라는 곳에서 7년 동안 유폐되어 있을 때 역의 '사'를 지었다는 이야기 ...">
<+ 20. 11. 27 추가. 올재클래식스 『회남자(2)』 「범론훈」 126쪽에도 나온다.>
* 78쪽 본문의 한문 인용에서 '九四'로 시작하는 줄에는 문장 끝에 마침표가 찍혀 있지 않다. 그리고 '上九'에만 쉼표가 달려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둘 다 교정해야 할 듯하다.
* 79쪽 본문의 밑에서 7째 줄. "자의적일 수 있음을 뜻하다"라 하였는데 '뜻하다'가 아닌 '뜻한다'로 써야 한다.
* 91쪽 본문의 위에서 4째 줄에 "待對"라고 한자가 쓰였는데, 글자가 앞뒤가 바뀐 것 같다. 대대관계를 나타낼 때의 '대대'는 '對待'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어대사전』 참고)
* 109쪽의 각주 60에서 "앞에서 '단사'에 관련해 인용한 구절에는"이라 하였는데, 아마 82쪽 본문의 밑에서 1째~2째 줄에 나오는 문구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단사는 괘에 대해 총체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며 한 괘의 핵심을 들어 밝혀주는 말이다"라는 문장이 82쪽에 나온다. 그런데 이 문장은 82쪽을 보면 인용문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설명처럼 처리되어 있다. 그리고 「주역약례」를 확인해 보면 왕필의 원문과는 살짝 표현들이 다른 것도 있다. 엄밀히 말해서 이는 인용문은 아닌 것이다. 그럼 109쪽 각주 60에서 말하는 "인용한 구절"이란 어느 구절을 말하는 것일까? 이는 바로 그 페이지(109쪽) 본문의 밑에서 2~3째 줄에 쌍따옴표로 인용된 그 구절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를 따른다면 그 인용문이 각주 60번의 위치보다 더 뒤에 있기 때문에 각주에서 말하는 바 '앞에서' 인용한 것이 아니게 된다. 뭔가 퇴고과정에서 이리저리 편집하는 중에 순서가 얼크러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출판사에서 저자와 상의하여 정확한 교정을 해주길 바란다.
* 111쪽의 각주 62에서 『도덕경』을 인용하고 "44장"이라고 했는데, 44장이 아니라 42장이다. 그리고 여기서 『도덕경』을 사용했으므로 본 저작에서의 "『도덕경』"이 백서본 이후의 왕필본이라는 사실을 앞서 밝혀줄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그걸 밝힌 부분을 뒤에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페이지 수가 기억나지 않는다(250쪽인가 싶기도 한데 여기의 설명은 내 기억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18. 2. 15 추가. 『도덕경』이 왕필본을 가리킨다는 언급은 136쪽 각주8에 있다. 그리고 이 판본문제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174쪽 각주51에서도 볼 수 있다.>
* 112쪽 본문의 밑에서 6째줄에 괄호를 치고 "각주 68"이라 하였는데, 68이 아니라 62일 것이다.
* 120쪽 본문의 밑에서 11째 줄에서 변혁을 설명하기를 "주례와 공맹의 도리로의 복귀"라고 하였는데, 의도는 어떤 것인지 이해되지만, 이 표현은 앞뒤 문맥을 보면 마치 '혁괘'가 맹자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문의 서술처럼 혁괘에서의 변혁이 공맹의 도리로의 복귀라고 한다면 최소한 그 변혁은 맹자 이전일 수가 없겠기에 말이다. 그런 전제를 깔고 서술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 (21. 11. 11 추가) 121쪽 각주 75에서 '정현 옮김'이라 하였는데, '정하현 옮김'으로 교정되어야 한다.
* 123쪽 본문의 위에서 8째줄을 보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두 거장에 의해 파르메니데스가 남긴 지중해세계의 존재론적 분열증은, 적어도 그리스세계 내에서는, 드디어 높은 수준에서 치유되기에 이르렀다." 하였다. 쉼표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도 될 곳에는 있다. 이 문장을 쉼표가 지시하는 대로 읽으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아서 파르메니데스가 존재론적 분열증을 남긴 것이라고 읽힌다. 만약 내가 이 문장을 교정한다면 우선 기존에 찍힌 두 쉼표를 모두 없애버리고 '두 거장에 의해' 뒤에만 쉼표를 하나 찍어줄 것 같다. 그러면 오해의 여지가 없는 문장이 될 것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두 거장에 의해, 파르메니데스가 남긴 지중해세계의 존재론적 분열증은 적어도 그리스세계 내에서는 드디어 높은 수준에서 치유되기에 이르렀다."
* 127쪽 본문의 위에서 7~14째 줄에 나오는 쌍따옴표 처리된 인용문은 출처가 안 적혀 있다. 이렇게 출전이 밝혀지지 않은 인용부분을 앞에서도 몇 번 목격했던 기억이 난다. 전반적으로 교정되길 바란다.
아래는 2장 뒷 범위인데 아직 포스트를 따로 생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다가 일단 기록해둔다.
* (21. 9. 22 추가) 152쪽 각주 34에서 '精神' 개념이 『좌전』「소공7년」에 나온다고 하는데, 내가 찾아본 바로는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精爽'이라는 어휘가 있고 이를 '정신'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아마 한문 원문을 확인하지 않고 어느 번역서의 번역문만 본 것이 아닌가 싶다.
* (18. 2. 15 추가) 379쪽의 각주 73에서는 『荀子』(순자)라고 한자가 정확하게 표기되었다. 그러나 837쪽의 참고문헌목록 및 843쪽의 인덱스에서는 『苟子』(구자)라고 잘못 입력되었다. 荀(순)과 苟(구)를 편집자가 혼동한 모양이다. 다른 데서 또 '구자'라고 쓰였을런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교정해야 할 것이다.
* 595쪽 본문의 하단부에 "『유식삽십송』을 읽어보자"라고 하였는데, '삽'이 아닌 '삼'이어야 한다. 즉 "『유식삼십송』"으로 고쳐야 한다.
* (21. 1. 6 추가) 582쪽, 밑에서 7째 줄 '플로티노스에서의 누스=이성에 해당한다' 부분에서 작은따옴표 하나가 불필요하게 들어가 있다. 확실한 오타이다.
* (21. 11. 11 추가) 728쪽 본문 밑에서 3번째 줄 '실 체적으로는'은 '실체적으로는'으로 붙여 써야 한다.
* (18. 2. 15 추가) 834쪽 참고문헌목록 페이지 중간 쯤에 "마명춘 외, 심경호 옮김, 『주역철학사』...."라고 나와 있던데, 마명춘이 아니라 '요명춘'인 것으로 알고 있다.
<20. 3. 10 추가> 99쪽 각주 48에는 '료명춘'이라고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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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2018-12-09 공감(2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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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너무너무 기다려집니다.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정우 선생님, 많은 노력이 필요하시겠지만 3권 꼭 내 주세요.기다리고 있습니다. 1권 2권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넓고 깊어졌습니다.감사합니다.작가로써 꼭 3권이 필요합니다.^^
arial_chayoo 2021-09-26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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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읽을 만한 책 새창으로 보기
막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2월을 짧기도 하거니와 설연휴도 끼여 있어서(핑계야 언제든 있는 것이지만) 한껏 욕심을 부리기 어렵다. 한데 올겨울처럼 한파가 잦다면 외출을 자제하게 되니 유리한 조건이 될 수도. 여하튼 읽고 또 읽다 보면 봄꽃 소식이 들려올 터이다. 1. 문학예술 먼저 문학쪽으로는 황순원문상상과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고른다. 이기호의 <한정희와 나>(다산책방)와 박상순의 <무궁무진궁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오>이다. 이상문학상 작품... + 더보기
로쟈 2018-02-04 공감 (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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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세계철학사 새창으로 보기
3부작 세계철학사를 예고하고 1권까지 나왔다가 소식이 없던 이정우 교수의 <세계철학사>(길)가 7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룬 1권과 ‘동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룬 2권이 동시에 나왔는데 1권은 30쪽 가량 증면된 개정판이다. 마지막 3권은 ‘근현대 세계의 철학‘이란 부제가 예고돼 있다.
다루는 범위가 방대하기에 두권 모두 850쪽이 넘는 분량이다. 한 개인이 이런 규모의 세계철학사를 집필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설사 있다 하더라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지 않을까). 책의 의의는 이렇게 소개된다.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前史) 정도로 보았을 뿐이었다. <세계철학사> 3부작은 다음과 같은 구도를 취하려고 한다. 우선 철학이라는 행위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되었고 근대 이전에는 동과 서의 철학 전통이 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1권을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그리고 2권을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할애했다.
그 후 마지막 3권에서는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기준에 입각해 ‘근현대 세계의 철학’을 살펴보려 한다.˝
‘철학‘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철학사 기술의 향방이 많이 달라질 텐데, 얼핏 무모해 보이는 기획이었지만 실물로서 나온 만큼 그 성취에 대해서 살펴보아야겠다. 완간된다면 저자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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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8-02-02 공감 (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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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구입을 위한. 바늘구멍 새창으로 보기
날마다 책을 들여다보는게 일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사무실에서 하는 업무는 똑같은 것 같은데 업무량이 늘어나서 그런지 일은 해도해도 끝없이 자꾸만 어디선가 몰려온다. 바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정신차리고보면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하아.그래도 이런저런 굿즈욕심에 책박스를 골라보기는 해야하는데 요즘은 어떤 신간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책구매도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쌓여있는 마일리지 소멸의 시기가 다가온다고 해서 책을 한 권, 두 권 그렇게만 주문을 하기는 했는데.올해는 정말 집에 쌓여있는 책을 먼저 정리할... + 더보기
chika 2018-03-05 공감 (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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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이 기다려지는 책 새창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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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특히 중국철학의 흐름전반을 살펴보는데 유용하다. 다만 지나치게 중국철학위주의 서술이다. 불교철학파트를 한 두 장 더 서술했으면 균형이 맞지 않았나 생각. 특히 디그나가나 다르마키르티의 불교논리학이라던지 티베트불교도 좀더 다루어야 하지 않았을까? 더불어 원효같은 동아시아 대승불교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서술하고 지나간 점도 아쉽다. 주역과 관련해서 정역에 대한 서술이 생략된 점도.
이런 몇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동양철학전반을 1권의 지중해(서양)철학과 비교해가면서 이정도 스케일과 디테일로 자신만의 관점을 투영해서 서술하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3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한가지 단점을 더 추가하자면 철학 초심자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책일 수 있다. 저자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설명을 생략하는 개념이나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니 이점 감안해서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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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ta 2018-04-09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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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 세계철학사 3
이정우 (지은이)길(도서출판)2021-12-20
정가
40,000원
판매가
36,000원 (10%, 4,000원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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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744쪽
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세계철학사 2 - 아시아세계의 철학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책소개국내 철학계에서 보기 드문 학문적 깊이와 폭을 겸비한 동시에 교양 독자들을 위한 저술 작업에 꾸준히 매진해온 철학자 이정우가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세계철학사 3』을 내놓았다. 지난 2011년, 철학사가 서양 철학사의 동의어와 다름없던 때에 그는, 우리 학자가 쓴 “철학의 진짜 역사, 진정한 세계철학사”를 써내 주목을 받았다.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으로 시작한 장대한 여정은 많은 독자들을 그 길로 이끌었고, 이후 7년 만에 펴낸 둘째 권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2018)을 거쳐, 다시 거의 3년 만에 세 번째 기착지에 당도했다.
당초 이 세 번째 책은 여정의 끝이 될 예정이었으나, 목적지가 아닌 기착지로 수정되었다. 3부작으로 완간하려던 처음 계획이 4부작 완간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에 펴내는 『세계철학사 3』은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즉 ‘근대성의 전체 지도를 그리는 작업’의 결과를 서구와 비서구를 가로지르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더욱 풍성하게 담는 데 집중했다.
목차
여는 말
1부 자연의 새로운 상(像)
1장 ‘과학기술’의 탄생
1절 ‘외물(外物)’에의 지향
2절 ‘자연과학적 사유’의 탄생: 근대 역학의 존재론
2장 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1절 합리주의 인식론
2절 기계론적 자연철학
3장 과학혁명의 전개
1절 힘의 과학과 질의 과학
2절 새로운 과학혁명
2부 표현의 형이상학
4장 환원에서 표현으로
1절 스피노자의 신 - 즉 -자연
2절 정신과 신체 그리고 인식
3절 욕망과 감정의 철학
4절 예속된 삶과 자유로운 삶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1절 모나드의 존재론
2절 모나드들의 상호 표현
3절 신(神)에 대한 변론
6장 기학적 표현주의
1절 ‘기’의 표현으로서의 세계
2절 사람의 마음
3절 역사의 의미
3부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7장 실학의 시대
1절 경학과 경세학
2절 근대 기학의 전개
3절 민중사상과 민족사상
8장 계몽의 시대
1절 경험의 분석: ‘관념’의 이론
2절 계몽의 시대: 근대 문명의 향방
9장 선험적 주체의 철학
1절 과학과 형이상학: 새로운 정초
2절 도덕형이상학의 새로운 정초
3절 합목적성의 사유
4절 절대자의 사유
5절 이념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4부 시민적 주체와 근대 정치철학
10장 시민적 주체의 탄생
1절 권력 배분의 새로운 논리: 계약
2절 계몽의 정치철학
3절 역사철학의 만개( 滿開)
11장 자유냐 평등이냐
1절 자본주의의 ‘진화’와 자유주의
2절 혁명의 시대와 공산주의
12장 왕조에서 국민국가로
1절 이슬람에서의 전통과 근대
2절 인도에서의 전통과 근대
3절 동북아에서의 전통과 근대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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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정우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타자-되기의 윤리학’과 그 정치철학적 구체화의 세 갈래로 전개되어왔다. 철학사적 저술로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한길사, 2008), 『세계철학사1: 지중해세계의 철학』(도서출판 길, 2011),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도서출판 길, 2016) 등이 있고, 존재론적 저술로는 『사건의 철학』(그린비, 2011), 『접힘과 펼쳐짐』(그린비, 2011) 등이 있으며, 실천철학적 저술로는 『천하나의 고원: 소수자 윤리학을 위하여』(돌베개, 2008), 『전통, 근대, 탈근대』(그린비, 201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 등이 있다. 현재는 『세계철학사 3: 근현대세계의 철학』, 『다양체론: 기하학에서 건축까지』를 집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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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책소개
서구 편향적인 반쪽짜리 철학사들을 넘어서는 선구적 시도
근대성이 형성되고 전개된 17~20세기의 유라시아 대륙
서구와 비서구에서 무엇이 근대성을 추동했고
근대성은 어떻게 역사를 바꾸어왔는가
오늘을 만든 사상들의 세계지도
국내 철학계에서 보기 드문 학문적 깊이와 폭을 겸비한 동시에 교양 독자들을 위한 저술 작업에 꾸준히 매진해온 철학자 이정우가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세계철학사 3』을 내놓았다. 지난 2011년, 철학사가 서양 철학사의 동의어와 다름없던 때에 그는, 우리 학자가 쓴 “철학의 진짜 역사, 진정한 세계철학사”를 써내 주목을 받았다.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으로 시작한 장대한 여정은 많은 독자들을 그 길로 이끌었고, 이후 7년 만에 펴낸 둘째 권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2018)을 거쳐, 다시 거의 3년 만에 세 번째 기착지에 당도했다. 당초 이 세 번째 책은 여정의 끝이 될 예정이었으나, 목적지가 아닌 기착지로 수정되었다. 3부작으로 완간하려던 처음 계획이 4부작 완간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에 펴내는 『세계철학사 3』은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즉 ‘근대성의 전체 지도를 그리는 작업’의 결과를 서구와 비서구를 가로지르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더욱 풍성하게 담는 데 집중했다.(마지막 네 번째 책에서는 현대, 즉 탈근대 사유의 지평들을 다룰 예정이다.)
철학사의 긴 여정을 지나서 이제 현대로 직접 이어지는 시대에까지 도달했다. 서양의 전통과 동양의 전통을 논한 후, 이제 우리에게 가까운 시대〔近代〕까지 온 것이다. 이 ‘가깝다’라는 말은 양적 의미로서가 아니라 질적 의미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것은 시간의 외연〔代〕이 지금과 가깝다는 뜻이 아니라, 삶의 양식에서의 유사성을 뜻한다.
이 저작에서는 대략 17세기에서 19세기 중엽까지를 근대성이 형성된 시대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를 근대성이 전개되는 동시에 탈근대성이 도래하는 시대로, 그리고 20세기 중엽 이후를 현대성의 시대로 이해했다. 이에 입각해 『세계철학사』의 이 3권은 17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근대성의 형성과 변화를 다루었다.(「여는 말」)
『세계철학사』 전체의 구도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두고 인류 문명의 사유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첫 번째 권은 부제 “지중해세계의 철학”이 말하듯,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이슬람세계까지 포함)에서 고대와 중세에 전개된 철학의 역사를, 두 번째 권(“아시아세계의 철학”)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동북아와 인도)에서 고중세에 전개된 철학의 역사를 다루었다. 적어도 근대 이전에는 두 세계의 철학이 따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이제 완성한 3권에서는 동과 서를 구분하지 않고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두고 함께 다루며 근대의 사상지도를 그린다. 근대에 들어와 두 세계의 철학이 만났고, 함께 나아갔기 때문이다.
애초 『세계철학사 3』은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을 다루기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원고를 집필할 때마다 늘 그랬듯 수차례 강의를 거치고 퇴고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740쪽에 이르는 책 한 권이 근대 사유에 관한 내용만으로 이미 꽉 차버렸다. 이 책은, 지금 여기 우리의 삶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친 “근대” 300년간의 여러 사유들의 알짜를, 서구와 비서구, 자연철학(자연과학)과 형이상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일이관지하게 엮어낸다.
16~17세기의 유럽은 이미 근대성이 발아하기 시작한 시대로 간주되지만, 명·조선·에도막부 등 동북아 왕조들의 경우 이 시대는 여전히 전통 문화가 전개되던 시대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 또한 문화의 어떤 면에 초점을 맞추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역사를 구성하는 여러 갈래들에 있어 이 왕조들에서도 이미 근대성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근대성이 서구에서 급속도로 개화하면서 그 속도 차이가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휘감았다. 우리는 근대성을 이런 유라시아 대륙의 보편적 지평과 서구와 비-서구 사이의 속도차를 동시에 감안하면서 논해야 한다.(「여는 말」)
이러한 “가로지르기”는 지은이가 평생을 고수해온 “철학하기”의 기본 관점이다. 이미 다수의 저작들과 대안공간(철학아카데미, 소운서원)에서의 강의를 통해 전통과 현대, 서구와 비서구, 과학과 철학을 회통하는 철학을 모색해왔고, 또한 공대를 나와 서양 고대철학(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 서양 현대철학(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땄으며, 한학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한문에 능하고 일본 학자들과의 교류까지 활발히 해온 보기 드문 학문적 편력이 쌓여 이 역작이 나올 수 있었다. 덧붙여 현대 수학과 과학, 기술의 영역까지 섭렵함으로써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움과 편견을 타파한 보편적인 관점을 장착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내공을 갖추었다.
이 철학사는 동·서양의 사상들을 하나의 구도에 담아 논했으나, 양 전통을 하나로 통합하려 하기보다는 다만 일정한 방식으로 접합하려 했다. 무리한 통합이 양 전통의 이질성과 간극을 외면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모험’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다만 이 시도가 신중한 균형감각을 통해 이루어졌기를 소망한다.(같은 곳)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해
서구의 자연과학/자연철학과 비서구의 기학
서구에서, 근대가 태동한 17세기는 천재들의 세기, 과학혁명의 세기였다. 케플러·갈릴레오·뉴턴으로 대표되는 과학과 데카르트·라이프니츠 등이 비조가 된 새로운 철학은 자연 이해에 혁명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이 새로운 자연관은 근대성을 형성한 강력한 추동력 중 하나였다. 철학의 한 부분이었던 자연철학이 ‘자연과학’이라는 별도의 분야로 분화하고 나아가 ‘과학기술’이 된 것은 근대 문명의 전개 전반을 압축한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인류 문명의 성격과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같은 시기 아시아에서도 내면으로부터 외물(外物)로 관심의 방향이 바뀌었다. 기학(氣學)이 주자학과 양명학을 극복하며 기(氣)에 대한 객관적인 탐구를 펼쳤는데, 이 객관의 사유가 바로 근대성의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다만 과학과 형이상학의 거리가 멀어져버린 서구의 경우와 달리, 여기서 둘 사이의 거리는 최소화된다. 기학적 세계관은 구체적 현상으로부터 자연철학적 이치 그리고 형이상학적 원리의 차원까지를 연속적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이정우는 서구와 비서구에서 공히 외물, 즉 객관세계에 대한 탐구가 근대성을 견인했으나 서구에서만 과학혁명이 일어났던 이유를 바로 여기서 찾는다. 즉 아시아에서는 자연철학이 형이상학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기에 사물의 차원으로 내려와 자연과학과 기술로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다른 각도에서 볼 경우, 동북아 철학자들은 그런 종류의 인식을 추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아니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경계했다고 해야 한다. 동북아 지식인들은 사물들을 설명하고 조작하면 결국 자연과 인간이 갈라서고 소외가 발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외물’에 사로잡혀 ‘존심(存心)’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동북아 지식인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인격의 완성과 문화세계/이화세계의 구축이지 외물들을 그것들 자체로서 탐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천인합일’로부터 멀어져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1장)
데카르트가 낳은 환원주의적·기계론적 자연관
자본·국가·과학기술의 삼위일체
철학으로부터 독립한 자연과학은 필연적으로 인식론적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서구 사유의 최초 대답은 데카르트의 철학이었다. 데카르트의 철학(합리주의, 기계론, 이원론)과 고전 역학의 체계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자연관을 도래시켰다. 이것이 서구에서 발원한 근대성=‘모더니티’의 한 축을 형성한다. 그런데 앞의 인용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 책의 곳곳에서 지은이는 서구의 환원주의적·기계론적 자연관이 배태한 문제를 지적한다.
자연철학/과학기술의 맥락에서 출발점이 되는 근대성은 대상화, 등질화, 결정론, 환원주의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근대 자연철학은 자연을 대상화하고(자연은 더 이상 ‘퓌지스’가 아니다.), 그것을 인간이 정복해서 유용하게 이용하는 재료로 만들었다. 또 자연의 모든 것들을 등질화해서 양화하고 공간화하고 측정하고 함수화하고 계산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또, 자연을 기계적 인과에 따라 움직이는, 시계처럼 결정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어떤 최종적인 요소들이 형성하는 존재면으로 다른 모든 존재면들을 환원했다.(1부 결론부)
나아가 지은이는 “근대성의 이 축은 근대성의 다른 한 축인 자본주의 및 또 다른 한 축인 국민국가와 밀접하게 얽히게 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자본과 국가 그리고 과학기술의 삼위일체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근대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세계 인식의 토대로 삼고 그것에 자본과 국가가 결합해 자연과 인간을 대상화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삶의 양태를 근대성=모더니티로 규정할 수 있다.(같은 곳)
스피노자·라이프니츠와 왕부지의 표현주의 형이상학
경험주의·계몽주의·칸트와 실학·기학·민중사상의 주체철학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17세기 갈릴레오로부터 촉발되어 뉴턴에게서 완성된 1차 과학혁명과 데카르트의 합리주의·기계론 철학, 그리고 19세기 볼츠만·맥스웰·다윈 등의 열역학과 진화론에 의해 일어난 2차 과학혁명과 그로 인한 인식론과 존재론에서의 변화를 다루었다.
이후 2부에서는 17세기에 데카르트 환원주의의 대척점에서 구축되었던 새로운 형이상학들을 다룬다. 지은이는 이러한 새로운 형이상학을 “표현주의” 형이상학이라 일컫는데, 표현주의의 입장에서 볼 때 환원주의는 무수한 존재면들 중 어느 하나를 특권시하고, 다른 모든 존재면들을 그 존재면으로 환원해 설명하려는 존재론이다. 지은이는 서구에서는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사유를, 그리고 동시대 아시아세계에서는 왕부지의 기 일원론을 표현주의의 관점에서 함께 비교하며 논하는 획기적인 시도를 감행한다. 스피노자·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이 데카르트 환원주의와 정면으로 대결하고자 했다면, 동북아의 서경덕·왕부지·대진 등이 펼친 기 일원론은 리기 이원론의 성리학 전통과의 대결의식을 가지고 전개된 철학체계이다. 그리고 이는 최한기에 이르러 근대적 철학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지은이는 “기 일원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동북아에서의 근대적 사유가 형성・발전되어가는 과정—적어도 그 한 갈래—을 세밀하게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그리고 왕부지(를 중심으로 한 기 일원론)의 사유는 공히 초기 근대가 이룩한 새로운 형태의 자연철학(physica)을 배경으로 해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형이상학(metaphysica)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형이상학은 공히 표현주의의 형태를 띠었다.
이들은 모두 이전의 이원론적 사유체계—스피노자·라이프니츠의 경우에는 데카르트의 이원론, 왕부지의 경우는 주희의 이원론—를 논적으로 삼았다. 이들에 반(反)해 일원론적 표현주의 철학을 전개했던 것이다. … 자신이 속한 전통을 송두리째 전복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스피노자가, 새로운 참신한 개념들과 과학적 성취를 이룩했다는 점에서는 라이프니츠가, ‘역사’와 ‘주체’라는 이후 철학적 사유의 중핵을 차지할 개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왕부지가 보다 혁신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2부 결론부)
다른 한편, 근대의 철학은 또한 주체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점은 경험주의적 정향과 맞물려 있는데, 왜냐하면 경험이란 결국 주체가 하는 것이고 주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험주의와 주체철학은 서로 맞물려 있다. 그리고 이런 주체철학은 근대적인 시민적 주체를 만들어간 정치적 주체이기도 했다. 3부와 4부는 바로 이 주체의 철학을 다룬다.
3부에서는 먼저, 성리학을 비판하면서 유학을 당대의 현실 속에서 다시 사유하고 그 실천적 성격을 회복시키려는 혁신의 흐름, 즉 실학(實學)을 경학·경세학과 기학 그리고 민중·민족의 사상이라는 세 갈래로 나누어 살펴본다. 지은이는 “동북아 근대 사상의 고유한 성취들 중 하나는 근대적 주체—칸트의 ‘선험적 주체’와는 다른 형태의 근대적 주체—의 개념을 사유했다는 점에 있다”고 말한다. 이토 진사이, 대진, 정약용이 근대적 주체성 개념을 제시한 철학자들로, 오규 소라이가 ‘정치적인 것’의 수립과 구체화를 이룬 철학자로 제시된다. 또한 19세기에 근대 기학을 전개한 최한기는 당대에 이미 서구 과학의 성과들을 흡수하면서 보기 드문 동북아적 인식론과 선험적 주체론을 정립한 인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동학(東學)이 대표하는 동북아의 민중사상은 봉건사회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형태의 민본주의로서 현대 민주주의를 사상적으로 예비했다고 서술된다. 그다음으로 서구의 경험주의와 계몽주의, 그리고 칸트의 선험적 주체의 철학이 함께 3부에서 다루어진다. 이때 비서구와 서구의 주체철학은 각각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에 토대를 두었다는 점에서 대별된다.
마지막 4부는 홉스·스피노자·로크 등에 의해 마련되고 흄·스미스·계몽사상가들·루소·칸트·헤겔 등으로 이어진 서구의 근대 정치철학과 이슬람과 인도, 동북아(중국, 조선, 일본) 등 비서구의 국가들이 서구 제국주의와 맞닥뜨려 근대화=서구화되는 과정을 돌아본다. 이때 서구 제국주의는 그들의 정치철학에 이미 내장되어 있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사회진화론이 결합해 빚어진 비극적 귀결이었다. 요시다 쇼인, 후쿠자와 유키치의 사상 내용과 그 수용 과정은 근대 정치철학이 제국주의로 치닫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서구 근대 철학의 존재론과 인식론
근대성 타락의 원인과 그 극복의 모색
지은이는 근대성 타락의 원인을 근대 철학의 심층에 깃들어 있는 존재론과 인식론에서 찾았다. 그것은 곧 “인간의 개념 및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 대한 개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4부의 결론에서 “근대 이래 사상사의 가장 큰 비극들 중 하나는 자연과학에서 성립하는 패러다임을 인간/사회에 덮어씌워 온 것이었다”라고 지적한다.
18세기에는 물리학적 범주를 무차별 적용함으로써 조잡한 기계론적 유물론이 흥기했고, 19세기에는 진화론을 무차별 적용함으로써 사회진화론이 나왔던 것이다.
근대의 자연철학과 형이상학은 데카르트의 기계론을 그 주요 출발점으로 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해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근대 철학에는 등질화, 결정론, 일방향적 인과론, 환원주의, 발생적 오류 같은 측면들이 내장되어 있었다.
근대 철학의 빛나는 성취는 인간을 주체로서 우뚝 세운 것과 그러한 철학적 기반 위에서 근대적 시민(넓은 의미)이 주체가 되는 정치철학을 수립한 점에 있다. 그러나 그 귀결은 결국 비-유럽 국가들을 침탈하는 제국주의였다. 중요한 것은 이 귀결을 단지 철학과 현실의 괴리로 간주하기보다 근대 철학 자체에 어떤 결함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맺는 말」)
이제 근대 철학을 이은 20세기의 철학은 “‘형이상학의 부활’로 특징지어지며, 이 새로운 형이상학은 근대의 인식론과 형이상학에 내장되어 있는 문제점들과 대결하면서 펼쳐진다.” 제국주의, 환경 파괴, 인간 소외, 기술 지배 등 근대성이 초래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는 현대 철학의 탈근대적 시도들은 <세계철학사>의 마지막 4권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에 앞서 근대성의 전체 지도를 그린 이 작업(카르토그라피)은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를 파악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우리가 철학의 진정으로 보편적인 역사를 다시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철학에서 비롯된 인간 문명의 역사를 성찰하는 데까지 나아가길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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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철학사에서 그야말로 세계의 철학사이다. 4권 마감으로 결정한 필자의 결정을 존중한다! 4권도 빠른 시일 내 만나길 기대한다!!! 구매
북극성 2022-01-20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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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되어 읽히고 있는 일반적인 철학사와는 깊이와 넓이 자체가 다르다 구매
shuita 2022-01-16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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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1 월 1 주 신간 인문학 적바림 새창으로 보기
2022년 1월 1주 (01/03 ~ 01/09) 신간 인문학 적바림.
<세계철학사 3>는 이정우 교수의 세계철학사 세 번째. 주제는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그 동안 지중해 세계 철학을 다룬 1권은 2011년에 나왔고, 아시아 세계 철학을 소개한 2권은 2018년에 출간됐다. 그리고, 20세기 초반 이후 탈근대 철학 흐름을 분석한 4권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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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 1 주에 리뷰/추천된 신간 인문학 중에서 점수 순으로 뉴 페이스는 다음과 같다.
인문학 (21)
1. 요망하고 고얀 것들 (이후남 지음) [20.3]
2. 스필버그의 말 (스티븐 스필버그 지음) [15.7]
3. 미식가의 어원 사전 (앨버트 잭 지음) [9.4]
4. 세계철학사 3 (이정우 지음) [6.1]
5.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윤혜준 지음) [4.4]
6.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들에게 (이상근 지음) [4.1]
7. 일본의 각성 (오카쿠라 텐신 지음) [2.9]
8.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 지음) [2.8]
9. 음악인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3]
10.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이시한 지음) [3]
11. 우리나라 탈 (한국민속극박물관 지음) [3]
12. 두 비교문학자의 편지 (강정화, 신이연 공저) [3]
13. 기적의 와인 (미엔코 마이크 그르기치 지음) [3]
14.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학 (이중원 외 지음) [3]
15. 레드 로드 (손호철 지음) [3]
16. 중국유학의 정신 (곽제용 지음) [2]
17. 그래서 유럽풍이란 게 뭔가요 (이은화 지음) [1.7]
18. 호모 씨피엔스 (윤학배 지음) [1.7]
19. 기술철학 입문 (알프레트 노르트만 지음) [1.2]
20. 지식인의 아편 (레몽 아롱 지음) [1.1]
21.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파스칼 세이스 지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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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 안의 숫자는 추천+빈도 누적 점수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름)
주2. 읽고 있거나 읽은 책의 리스트가 아님 (향후에 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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