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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5

알라딘: 기학의 모험 1,2 - 동서양 철학자, 유배된 氣의 부활을 말하다 김교빈,이현구,김시천,이정우

알라딘: 기학의 모험 1



기학의 모험 1 - 동서양 철학자, 유배된 氣의 부활을 말하다 
김교빈,이현구,김시천,이정우 (지은이)
들녘200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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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284쪽

책소개

"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기학의 부활을 말하다."

주변부로 밀려난 '기' 담론의 활성화를 위해 '철학 아카데미'와 들녘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책으로 전 3권으로 예정이다. 80년대부터 기철학을 연구해온 동양철학자 김교빈, 서양철학을 전공한 이정우, 중국철학을 전공한 김시천, 최한기 사상을 전공한 이현구 등 4명의 학자가 진행한 강의와 토론에 바탕에 두고 있다.

1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기의 역사와 철학. 동아시아 전통사회에서부터 현대까지의 기학의 변화와 발전과정을 검토하고, 기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2권에서는 동아시아인의 문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기를 다루었다. 김시천과 이정우 외에도 조동일, 정세근, 박소정, 김병삼, 박석준 씨가 참여해 기의 문화와 전통 기 담론, 사례 들을 설명했다. 또한 대담에서는 기와 문화의 관계와 기의 철학적, 문화적 접근 방식을 이야기한다.

'기의 과학'을 다루는 3권도 출간될 예정이다.

목차

1권

기획의 말: 氣學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들어가는 글: 氣를 통해 세상을 본다

첫째 마당 역사 속의 氣를 찾아서
1강 기학이란 무엇인가―기학의 탄생과 진화
2강 기 과학의 형성―음양오행과 한의학
3강 기학의 승화―천문학과 이기론
4강 기의 자연학과 인간학―화담 서경덕과 율곡 이이
열린토론: 역사 속의 기, 우리시대의 기

둘째 마당 氣의 새로운 모색
5강 기란 무엇인가―기의 비교 담론학 서설
6강 마음 이론에서 과학 이론으로
7강 기와 근대과학의 만남―혜강 최한기의 기학
열린토론: 다양한 사유들의 교차 속에서 기의 부활을 말하다

더 읽어야 할 책들


2권
기학의 모험 2 - 氣를 통해 문화를 말하다

기획의 말―氣學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프롤로그― '기'에서 '끼'까지, 기를 통해 문화를 말하다

첫째 마당 문화 속에 살아 움직이는 氣

1강 문학, 氣의 문학론을 찾아서 _조동일
서두의 논의/ 기학과 이학/ 타당성과 유용성/ 생극론의 의의/ 변증법에서 생극론으로/ 앞으로의 과제
열린대화

2강 회화와 서예, 氣로 채우는 無의 여백 _정세근
기의 문화와 회화/ 서예의 운명
열린대화

3강 음악, 소리로 듣는 氣 _박소정
시작하는 말/ 기로 이해되는 음악.소리/ 바람으로 일으킨 음악.소리: 삼뢰 이야기/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氣로 들어라/ 동아시아와 서구 음악론의 차이: 혜강과 한슬릭/ 실제 음악에서 나타나는 양상들
열린대화

둘째 마당 생명으로 살아 숨쉬는 氣

4강 침, 氣―神을 깨워 치료하는 예술 _김병삼
기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가?/ 경락과 기/ 침을 맞을 때 기의 변화/ 치신治神과 침
열린대화

5강 한의학에서 음식과 氣 _박석준
공기는 음식이 아니다/ 분류의 문제/ 의식동원醫食同源의 의미/ 음양과 오행 그리고 유類/ 몸을 통해 기를 본다

6강 음식 속의 氣味를 찾아서 _박석준
음식과 약의 기미/ 몸이 음식과 관계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들/ 큰 의사는 병이 아니라 사회를 고친다
열린대화

7강 표정, 氣와 情을 통해 본 '몸의 현상학' _김시천
'몸의 현상학'을 찾아서/ 氣, 보이지 않는 몸/ '바람'의 형이상학/ 몸, '저절로 그러함'의 세계/ 심성에서 심정으로/ 거센 바람에서 상쾌한 바람으로/ 표정, 몸의 안에서 밖으로
열린대화

에필로그:기획대담―추상에서 구체로, 인식에서 감응으로 _김시천,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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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기와 무라는 너무도 큰 주제를 놓고 말한다는 것은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는 무엇인가'라고 묻기 보다는 '기는 어떻게 쓰이는가'를 물어야 한다. 실체론적 접근이 아닌 기능론적 접근을 해야 좀더 많은 기의 모습과 역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종교란 무엇인가'를 묻느니 차라리 '종교란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묻는 종교현상학적 태도와 비슷하다. - 본문 중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교빈 (지은이) 
호서대학교 문화기획학과 교수.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이며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 인문콘텐츠학회 회장. 저서에 『동양철학에세이 1, 2』(공저)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 『몸으로 본 중국사상』(공역), 『중국고대의 논리』(공역), 『기』(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 <동양철학산책>,<망각과 기억의 변증법>,<정신의 풍경에서 노닐다> … 총 35종 (모두보기

이현구 (지은이) 
1957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부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의과학연구소 편집위원 및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전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고전의 품격》, 《최한기의 기철학과 서양과학》,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것》 등이 있고, 김교빈 교수와 함께 집필한 《동양철학 에세이》 1권과 여럿이 함께 지은 《박물관에서 꺼내온 철학이야기》, 《기학의 모험》 등이 있다.
최근작 : <최한기>,<동양철학 에세이 1>,<고전의 품격> … 총 23종 (모두보기)

김시천 (지은이) 
동양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상지대학교 교양대학에서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4년부터 인문학 전문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제작, 진행해 왔고, 2020년부터는 유튜브에서 새로운 인문학을 소개하는 방송 〈휴프렌즈〉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는 지혜를 모색하는 방송 〈휴애니프렌즈〉에 출연하고 있다. 그동안 쓰고 옮긴 책으로, 『철학에서 이야기로』,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장자』, 『죽은 철학자의 살아 있는 위로』(공저),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공역), 『펑유란 자서전』(공역)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철학에서 이야기로>,<동양철학산책>,<똥에도 도가 있다고?> … 총 46종 (모두보기)

이정우 (지은이) 
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타자-되기의 윤리학’과 그 정치철학적 구체화의 세 갈래로 전개되어왔다. 철학사적 저술로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한길사, 2008), 『세계철학사1: 지중해세계의 철학』(도서출판 길, 2011),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도서출판 길, 2016) 등이 있고, 존재론적 저술로는 『사건의 철학』(그린비, 2011), 『접힘과 펼쳐짐』(그린비, 2011) 등이 있으며, 실천철학적 저술로는 『천하나의 고원: 소수자 윤리학을 위하여』(돌베개, 2008), 『전통, 근대, 탈근대』(그린비, 201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 등이 있다. 현재는 『세계철학사 3: 근현대세계의 철학』, 『다양체론: 기하학에서 건축까지』를 집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마이리뷰

     
기철학에 대한 대중강좌

전통적인 동양의 기(氣)철학을 현대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바라보기 위해 동양철학자들이 모여서 책을 냈습니다. 철학아카데미라는 대중강좌를 통해서 진행됐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서 기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권인 이 책은 역사 속에서 기철학이 어떻게 형성됐고 발전해왔는지를 중심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소통의 철학으로서 기철학을 접해보는 재미가 솔솔치 않습니다.
바람소리 2010-06-03 공감(0) 댓글(0)
Thanks to
 
     
문화와 생명 속에서의 기철학

동양 기(氣)철학에 대한 대중 아카데미를 강의와 토론 내용을 모아놓은 두 번째 책입니다. 문학, 서화, 음악, 한의학, 음식 등에서 기철학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역동적 창조성을 강조하는 기철학이 문화와 생명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들이 쉽고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2022/02/03

알라딘: [전자책]사건의 철학 - 삶, 죽음, 운명 이정우

알라딘: [전자책] 사건의 철학
[eBook] 사건의 철학 - 삶, 죽음, 운명 
이정우 (지은이)그린비2018-06-21 

책소개

‘소운 이정우 저작집’의 2권 <사건의 철학>은 1999년에 출간한 <시뮬라크르의 시대>와 <삶, 죽음, 운명>을 합본하여 개정한 <사건의 철학>(2003년)을 다시 수정ㆍ보완하여 저작집으로 엮은 책이다. 오늘날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시뮬라크르(혹은 사건)라는 개념을 이론적으로 정교화하고, 이 개념이 갖는 철학사적인 의미와 실천적인 맥락을 사유한다. 특히 이 책은 20세기 후반 사유혁명에 큰 공헌을 한 들뢰즈(『의미의 논리』)와 후기구조주의의 사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고 집필되었다.


목차
머리말(저작집에 부침) 5

1부 시뮬라크르의 시대
1강_ 생성과 구조 13
사건 13 l 형이상학사에서의 시뮬라크르 20 l 생성과 구조 24 l 구조주의를 넘어서 38
2강_ 시뮬라크르 59
플라톤과 가치 존재론 61 l 시뮬라크르를 사유하라 71 l 스토아학파와 시뮬라크르 80
3강_ 사건과 의미 98
세 가지 의미론 100 l 언표로 표현되는 순수사건 123 l 언표의 이론 131 l 현대 사유의 길 134
4강_ 계열화 141
계열화 142 l 우발점으로서의 사건 150 l 선험적 계열학 156 l 연접, 통접, 이접 160
5강_ 특이성 171
특이성 171 l 특이성과 사건 182 l 특이성과 문제 189 l 잠재성과 분화 197
6강_ 객관적 선험 207
객관적 선험의 장 208 l 정적 발생과 동적 발생 215 l 선험철학의 두 형태 223
7강_ 무-의미와 역-설 244
의미와 무-의미 244 l 독사와 파라-독사 250 l 탈주와 회귀 사이에서 259

2부 삶, 죽음, 운명
8강_ 표면 271
사건의 존재론 271 l 스토아 철학자들 281 l 익살의 철학 288 l 선(禪) 입문 300
9강_ 사건 312
자연과 인간 312 l 자연 인식과 삶 319 l 섭리, 운명, 인과 324 l 당신의 사건을 살아라 337
10강_ 운명 346
‘fatum’과 사건의 두 얼굴 346 l 운명의 얼굴들: 죽음, 균열, 몰락 358 l 행위와 깨달음 370
11강_ 시간 382
크뤼시포스의 시간론 382 l 크로노스와 아이온 402 l 시간의 미로 407
12강_ 긍정 414
모순과 불공가능성 416 l 이접의 긍정적 종합 426 l 최대한을 긍정하는 삶 443

ㆍ보론
1. 들뢰즈와 ‘meta- physica’의 귀환 454
2. 비판적 긍정의 사유 - 禪과 하이데거를 넘어서 505

참고문헌 543 l 개념 찾아보기 547 l 인명 찾아보기 550

접기
책속에서

“이 강의록은 이전에 ‘담론학’(discoursique)의 이름으로 제시한 ‘객관적 선험철학’을 존재론적으로 정교화하고자 시도되었다. 언어, 사유, 문화, 역사,……의 가능 근거로서의 ‘객관적 선험’을 언어철학, 담론사/문화사, 인식론적인 방식으로 논했거니와, 여기에서는 보다 존재론적으로 논의함으로써 객관적 선험의 ‘객관성’을 좀더 보완하고자 했다. 이 작업은 문화의 아래쪽으로 향해 자연/물질과 접하는 부분까지 내려갔을 때 발견하게 되는 ‘사건’ 개념을 실마리로 하고 있으며, ‘사건의 철학’을 통해서 객관적 선험철학의 의미는 보다 풍부해질 것으로 믿는다.” _‘머리말’ 중에서  접기
“지식인은 항상 두 얼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에서 말한 소요의 얼굴과 투쟁의 얼굴이다. 한편으로 우주의 모든 것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소요의 얼굴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삶의 부조리와 모순에 저항해 싸우는 투쟁의 얼굴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얼굴은 결코 쉽게 화합하지 않는다. 두 얼굴에는 영원히 화합되기 어려운 긴장이 존재한다. 때문에 이 두 얼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 있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참으로 어렵고도 절실한 문제로 다가온다.”(451쪽)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이정우 (지은이) 

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 더보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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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시대의 물음에 도전해 온 철학자의 사유 기록!
-소운 이정우의 사유를 집대성한 저작집 1차분(1, 2, 3권) 출간

오랜 기간 동안 인문학의 대중화에 힘써 온 철학자 이정우의 사유를 저작집의 형태로 묶어 펴냈다. 1994년부터 1999년 사이에 출간했던 『담론의 공간』과 『가로지르기』, 『시뮬라크르의 시대』와 『삶, 죽음, 운명』, 『인간의 얼굴』을 각각 『객관적 선험철학 시론』, 『사건의 철학』, 『전통, 근대, 탈근대』라는 제목으로 변경하고, 본문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흩어지고 절판된 그의 철학적 사유를 다시 모음으로써 그리스 철학, 르네상스 철학, 고전주의 철학, 근대 자연과학, 그리고 구조주의와 푸코?들뢰즈 이후까지 쉼 없이 지속되고 있는 그의 사유 여정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소운 이정우는 일찍이 소속 대학뿐 아니라 여러 공간에서 대중 강연을 벌여 왔고, 2000년에는 철학아카데미를 창설하며 본격적으로 철학을 일반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을 해왔다. 그리고 현재는 2011년 3월에 문을 연 시민철학대학 파이데이아(http://www.paideia21.org)의 학장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이라는 제도권에 얽매이지 않고, 또 동·서양 철학과 인문·자연과학 등을 가리지 않고 인문학 전반을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데 열성을 다하고 있다. 이번에 편찬하는 저작집은 이러한 그의 인문학적 활동과 맺고 있는 그의 철학적 사유의 특징을, 즉 사변적 형태로만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실의 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담론적 실천으로서의 특징을 잘 드러내 줄 것이다.

2권_철학사에서 소외된 ‘사건’의 철학 깊이 읽기

‘소운 이정우 저작집’의 2권 『사건의 철학』은 1999년에 출간한 『시뮬라크르의 시대』와 『삶, 죽음, 운명』을 합본하여 개정한 『사건의 철학』(2003년)을 다시 수정ㆍ보완하여 저작집으로 엮은 책이다. 오늘날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시뮬라크르(혹은 사건)라는 개념을 이론적으로 정교화하고, 이 개념이 갖는 철학사적인 의미와 실천적인 맥락을 사유한다. 특히 이 책은 20세기 후반 사유혁명에 큰 공헌을 한 들뢰즈(『의미의 논리』)와 후기구조주의의 사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고 집필되었다.

ㆍ사건이란 무엇인가?
철학에서 말하는 ‘사건’이란 순간적인 존재이다. 예컨대 운동장에 깃발이 서 있고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어 깃발이 흔들렸다. 그리고 바람이 그쳐 이제 깃발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때 모든 사물은 그대로인 상태이지만, ‘흔들림’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런 순간적으로만 존재하는 것, 그럼에도 인간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 그것이 바로 사건이다. ‘A나 B’가 아니라 ‘A에서 B로’ 넘어가는 짧은 시간 속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 이런 시뮬라크르(순간적인 것, 이미지, 환영)를 사유하는 것이 현대철학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플라톤 이래의 철학사가 움직이지 않는 사물의 철학을, 고정된 실체를, 본질=이데아를 사유해 왔다면, 사건의 철학은 순간적인 것, 시뮬라크르를 사유한다. 바람에 의한 깃발의 흔들림, 누군가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 한 장소의 일정한 분위기, 순간적으로 생겨나 우리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는 허공으로 사라지는 말,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 등 ‘사건’이 존재한다. 본질철학에서 탁자가 네모나다고 말한다면 사건철학은 자세히 보면 네모나지 않다고 말하며, 본질철학에서 탁자가 녹색이라고 말한다면 사건철학은 빛에 따라 녹색 아닌 다른 색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현실의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도 역시 ‘사건’이다. 스포츠나 드라마 속의 반전과 같은 사건을 인간은 일부러라도 만들고 즐기고 싶어 하며, 대학이나 입사시험에 ‘합격’하고 발표되는 순간과 같이 결정적 변화를 맞이하는 일을 경험한다. 이 책은 이렇게 (들뢰즈를 비롯한 후기구조주의 사유 성과를 이어받아) ‘사건’을 철학사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위치시킨다.

ㆍ세계를 긍정하는 실천철학
‘사건의 존재론’과 함께 이 책은 ‘사건의 윤리학’을 다룬다. 특히 실천적 맥락에서 지은이가 강조하는 ‘소요의 길’과 ‘저항의 길’ 중 이 책은 ‘소요의 길’에 초점을 맞춰 다룬다. 삶, 죽음, 운명을 어떻게 긍정하고 사랑할 것인가를 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토아 철학과 선불교를 현대 사유의 접점에서 새롭게 모색해 보고, 근대적 주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긍정의 철학을 제시한다.
사건은 우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서’ 발생한다. 마치 우리가 운명에 매인 존재인 듯하지만, 그러나 스토아적 숙명론은 오히려 이런 사건을 피하지 않고 맞이하는 것, 용기 있게 사건에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것, 그러나 그 사건이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고통과 불행을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사건을 피하는 것도 아니고, 한탄하는 것도 아니다. 사건을 맞이하면서, 겪으면서, 그것에 초연하는 것이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평상심, 즉 ‘깨달음이 깃든 일상’을 긍정하는 것과도 같다. 현실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고 현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닌, 현실을 포함한 수많은 차원들을 긍정하는 것이다. 소요의 길은 이렇듯 운명에 몸을 내맡기거나 일상을 단순히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여러 차원을 긍정하는 태도이다. 세계 내지는 우주를 긍정하는 삶(다만 이 길은 ‘저항의 길’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이 책은 1권에서 제시한 ‘객관적 선험’의 추상적 구조를 사건 개념을 통해 구체화하는 한편 이렇게 실천적 맥락에서 현대인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 시도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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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터뷰에서 저자가 자신의 책 ‘시뮬라크르의 시대‘를 혹평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사건론과 의미론을 이처럼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구매
wonderkid 2017-02-24 공감 (2) 댓글 (0)


알라딘: 탐독 - 유목적 사유의 탄생 이정우

알라딘: 탐독

탐독 - 유목적 사유의 탄생   
이정우 (지은이)아고라2006-02-27
===
13,000원
390쪽



책소개

<사건의 철학>, <개념―뿌리들> 등의 저서로 알려진 철학자 이정우의 독서 에세이. 사춘기에 읽은 소설과 시, 대학 시절 읽은 자연과학/사회과학 서적들, 본격적으로 학문의 길에 들어서면서 읽은 이론서와 사상서 등 저자의 성장 과정에 따른 독서 여정을 담았다. 저자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들을 본인 스스로 1년여간 다시 읽고 이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읽은 책 하나하나마다 평을 다는 대신, 문학(1부)/과학(2부)/철학(3부)의 세 학문별로 저자가 읽은 책들을 글의 주제에 맞게 모아 소개한다. 1부에서는 동서양의 문학작품들을 통해 저자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과정을, 2부에서는 그 관심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방법론을 터득하는 과정을, 3부는 이리하여 얻은 다양한 지식들을 창조적으로 사유하는 철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저자의 모습을 그려낸다.

한 소년이 철학자로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각 학문의 핵심적인 지식과 저자의 주요 철학 사상을 접할 수 있다. 또한 각 학문의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글을 통해 과학과 인문학의 상보적 중요성과 종합적인 사고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교양을 보여준다.
목차
프롤로그|책과의 만남

문학과 더불어
생의 애환
역사 속의 군상들
동경
인간의 심연

과학의 세계
공간의 진화
물질의 심층
우주론적 고뇌
끝없는 회로들의 주름
계급투쟁의 역사와 정치경제학

철학 마을 가로지르기
최초의 텍스트들
사유를 시작하다-소은과의 만남
전통, 근대, 탈근대
존재론의 구상

에필로그|끝없이 이어지는 길
후기

접기
책속에서
<삼국지> <수호지> <임꺽정>을 다시 읽으면서 나름대로 옛 기억과 새로운 감흥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전쟁과 평화>의 경우는 좀 달랐다. 그토록 웅장하고 낭만적이고, 찬란할 정도로 정신적인 소설로 기억되었던 작품이 이번 독서에서는 왜 그렇게 범상해 보이고 지루하고 거부감이 들었을까. 기본적으로는 작품 전체에 넘흐르는 기독교 신학적 분위기 때문일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서구 근대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그만큼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 소설이 뛰어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웅장한 스케일과 젊은 날의 꿈을 상기시키는 낭만적 필치, 그리고 역사에 대한 집요하고 일관성 있는 관찰이 돋보이는 대하소설임이 틀림없다. 귀족 사회의 위선과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해 들어가는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며, 고통스러운 체험을 통해서 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가는 삐에르의 모습은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 본문 109쪽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이정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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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타자-되기의 윤리학’과 그 정치철학적 구체화의 세 갈래로 전개되어왔다. 철학사적 저술로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한길사, 2008), 『세계철학사1: 지중해세계의 철학』(도서출판 길, 2011),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도서출판 길, 2016) 등이 있고, 존재론적 저술로는 『사건의 철학』(그린비, 2011), 『접힘과 펼쳐짐』(그린비, 2011) 등이 있으며, 실천철학적 저술로는 『천하나의 고원: 소수자 윤리학을 위하여』(돌베개, 2008), 『전통, 근대, 탈근대』(그린비, 201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 등이 있다. 현재는 『세계철학사 3: 근현대세계의 철학』, 『다양체론: 기하학에서 건축까지』를 집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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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분포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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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하면 나는 그의 `가로지르기`가 생각난다. 그의 분신과도 같은 이러한 가로지르기가 여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정우에 대한 보다 내밀한 생생함을 맛보고자 한다면 이 책은 크게 만족스러울 것이다.  구매
september 2011-12-16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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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재미를 주는 책입니다. 
파워클래식 2011-10-28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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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讀書餘墨 새창으로 보기
선택하지 말고 창조하라. 오직 어려운 텍스트를 붙들고 읽고 또 읽고 거듭 읽으면서 사유를 단련시킬 때만 그 내용은 자기 것이 된다. 그렇다. 이러한 주장은 '독서여묵'의 처지에 있는 나에게도 해당 사항이다. 이 책을 지은 저자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저자의 육성을 들어보자. " 사회가 결정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인정받으려 하기 보다는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길을 가는 것, 사회가 만들어 놓은 가치의 위계를 비웃으면서 순수하고 자유로운 길을 가는 것, 상투적이고 결정되어 있는 삶과는 다르게 사는 것...그것이 바로 유목적... + 더보기
雨裝愚齋 2006-02-28 공감(4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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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때까지 그저 문자만 읽었던 같다. 어떻한 텍스트를 읽을때 읽으면서  생각하고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한 점을 깨우쳐 준 고마운 책이다/
김황제 2006-03-10 공감(1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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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적 사유''로서 책읽기 새창으로 보기
 독서에 관한 수많은 책들은 특별한 장르로 분류하거나 묶어낼 수가 없다. 개성에 따라,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사유의 방식 그리고 그 결과물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책에 관한 책만큼 다양하고 많은 책들이 책을 읽은 후의 책들이다. 학자들의 경우 연구 저작물의 형태나 해설서, 주석서 혹은 평저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결과물을 정리한다. 인류가 남긴 지적 재산이라고 불릴만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단 한권의 책에 수많은 연구 논문과 다양한 해석이 따라 붙기도 하고 논쟁이 벌어지다가 전혀 다른 형태의 이론가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게 인류의 지성사는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선 시대에 대한 부정과 반발 한 분야의 대가에 대한 도전들은 반드시 필요하며 정의와 진리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그 모든 행위들은 발전과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된다.

  읽은 책의 종류와 내용들, 그리고 책을 읽는 목적과 방법들은 책을 읽는 사람 수만큼 다양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인 철학자 이정우의 책읽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 <탐독耽讀>이다. 대안 철학학교인 ‘철학 아카데미’를 이끌고 있는 이정우의 서재와 책읽기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한 일이다. 학부에서 공학과 미학을 공부한 후 대학원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이정우는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4년만에 사임했다. 그의 책읽기는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유목적 사유’라 이름 붙일 수 있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역사, 문학의 여정을 거쳐 ‘철학’이라는 종착역에 다다른 저자의 ‘사유의 방식과 흐름’을 따라가 보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부러움과 시기심, 극단적인 질투를 만들어낸다. 이정우의 유목적 사유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소은 박홍규 선생의 영향으로 촉발된 ‘존재론’이라는 축과 푸코에 빚지고 있는 윤리적 ․ 정치적 문제에 대한 사유가 그것이다. 사회문화적 관심은 철학자에게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대사회에서 철학을 ‘한다’는 의미를 제대로 짚어보고 철학자의 역할과 의미를 고민해본다면 앞으로 전개될 저자의 저작들이 기대된다. 단순히 인류의 지성사에 대한 깊은 연구와 개인적인 사유의 내밀한 성과들이 학문적 성과만으로 끝난다면 이정우는 훌륭한 학자나 연구자로서 허명을 남길지도 모를 일이다. 너무 섣부른 판단과 기대가 될 지 모르겠으나 그가 말한 ‘유목적 사유’의 끝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 여정을 지켜볼 용의는 있다.

  저자의 인생과 더불어 중학교 이후 대학 입학시절까지 이어진 문학 서적들에 대한 유목, 학부시절의 과학에 대한 유목, 대학원 시절 이후 철학에 대한 유목이 연대기처럼 펼쳐진다. 물론 살아온 과정과 시기에 특히 주목하고 관심을 가진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나간 시기들이 있겠지만 저자의 경우는 그 이력과 독서의 과정이 재미있다. 단순히 다독가이거나 높은 학문적 성취를 이룬 사람의 이야기로 읽어서는 안된다. 사회적으로 이름을 날린 명망가의 서재를 들여다 보는 호기심도 제외된다. ‘인간’을 주제로 철학을 ‘하는’ 한 인간의 방랑과 유목에 대한 고백을 진지하게 들어 볼 만하다.

  국어 교사인 아버지 덕에 문학과 동양 고전에 파묻혀 지낼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출발하는 이정우의 책읽기는 책을 통해 하나의 인격체로서 사유하는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얻는다. 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책읽기를 소개하는 저자의 속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탐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 이정우와 나누는 대화의 시간들,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한 저자의 감상과 견해들, 잊고 있던 책들을 기억 속에서 꺼내보는 즐거움, 읽지 않은 고전들을 이제라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까지 덤으로 얻는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나름의 방법과 틀을 갖추어 나가는 사람들의 방식을 넘겨다보는 일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나의 책읽기와 사유의 방식은 무엇을 따라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그 지향점은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으나 저자의 말에 공감할 뿐이다. 독서를 통해 그저 나를 풀어놓고 자유롭게 유목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지적 희열과 사유의 즐거움을 책이 아닌 어느 곳에서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그것을 찾는 순간, 러셀의 반어적 표현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내가 철학자라고도 또 다른 무엇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사유하는 사람, 저작 활동과 교육 활동을 하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할 뿐이다. 오랜 시간 옛?유목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는 유목이 특별히 유목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내 사유가 흘러가는 대로 사유하고 글을 쓸 뿐이며, 그런 가로지르기의 사유, 유목의 사유가 내게는 오히려 더 편안하고 친숙한 것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갈라놓은 범주들은 내게는 의미가 없다. 오직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문제, 다루고 있는 주제에 따라 관련되는 연구와 사유를 할 뿐이다. 내 학문은 다음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선택하지 말고 창조하라.’ - P. 285


06042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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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nizer 2006-10-29 공감(6)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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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유목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탐독의 여정... 새창으로 보기
새 책을 구입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나는 책장을 넘기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거기에서 내 영혼과 사유에 영향을 끼칠 글들을 발견한다. 책을 통해서 내영혼은 다른 영혼들을 만난다. 그들과 대화한다. 내가 쓰는 글들에도 어느새 그런 글들의 흔적이 묻어나온다.

문학책들을 읽으면서 인간과 인생을 깊숙이 반추할 수 있었다. 그후 과학책들을 읽으면서 물질, 생명, 문화를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철학책들을 읽으면서 다양한 지식들을 창조적으로 종합하는 사유 능력을 얻었다. 그 많은 책들이 내 마음에 심어준 여러 생각들, 지식들이 없었다면 삶이란 얼마나 공허한 것이었을까.

때로 내게 언어는 '갈등'으로 다가오지만, 가다가 아니 가는 것은 시작하지 않음만도 못하다. 나는 언어의 세계에 들어왔고 거기에서 행복을 찾아왔다. 그러니 그 세계의 끝까지 가봐야겠다. 책들과 더불어 사유했던 시간들, 다양한 진리·진실들과 대면했던 순간들, 그 사유의 순간들이 한 올 한 올 되살아난다. 책갈피 속에 묻었던 그 소중한 시간들이.(에필로그) 

나의 후각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은,
수학의 정석이다.
책을 넘길 때마다 맡아지던 알싸한 계피향 비슷한 냄새는 아직도 뇌의 한 부분에 갈무리되어 있어,
그 냄새를 맡으면 바로 정석에 대한 추억이 떠오를 것 같다. 

이정우의 독서 편력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도서들은 뒷표지의 책날개 안쪽에 적혀 있다. 

 

문학과 과학과 철학을 두루 가로지르는 그의 독서 행위는 그를 철학적 사유에 익숙하게 만들었나보다.
그렇지만, 그의 과학 이야기는 일반인이 읽기엔 지나치게 복잡하다. ^^ 

문학을 통하여 그의 편력을 읽는 일은 재미있었으나,
과학과 철학의 파트로 넘어가면서는 지나치게 자신의 탐독 성향을 드러낸 것 같아서
이정우가 쓴 다른 책을 찾다가,
<고전의 향연>이란 책을 만났다. 

한겨레 지면에 소개되었던 고전의 백과사전식 서술인 모양인데,
필자들이 탁월하다.
결국 살 수밖에 없었다. 

 

그의 과학 이야기 중,
과학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면서 분위기가 중후함과 깊이가 없어지고 천박함과 오만방자함으로 바뀌고 과학자들의 상이 현저하게 변했다...(221)는 이야기는 놀랍다.
리처드 파인만을 비롯해 미국 과학자들이 쓴 저서들을 읽으면서 유럽적 교양과는 너무나도 판이한 세계를 만나고서 실망했던 기억... 더구나 책 중간중간 철학에 대한 이해하기 힘든 구절들, 무지와 악감정으로 갇그찬 구절들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의 독서 지평의 밑바탕이 된
인문학(사건들, 인물들, 텍스트들, 작품들...)
인간과학(언어, 사회, 의식/무의식, 정치, 경제...)
생명과학(신체, 환경, 면역, 기억...)
그리고 이들을 포괄한 철학(비판적, 종합적 사유)에 대한 표를 그릴 정도로 그의 탐독은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른 것이다.
부럽기도 하고, 그런 수준의 외국어 공부를 하기까지의 노력도 본받을 만 하다. 

그의 스승 소은 박홍규 선생의 글을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
다름과 모순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다름이라는 것은 모순과 다릅니다.
다름의 정도를 점점 극대화시키면 반대, 모순으로 갑니다.
그러나 다름의 이면에는 어딘가 또 닿는 데가 있어요.
그러니 다름의 성격 자체가 공존과 비공존의 양면을 지니고 있죠.
그래서 비공존에서 나타날 때는 시간이라고 하고,
공존에서 나타날 때에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다름을 통해 나올 때는 항상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나온다...(309) 

천민 자본주의가 삶의 기본 양식이 되어버린 한국,
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탈근대사유를 한다는 것은 결국 <탈주와 회귀> 사이에서 사유하는 것.
맹목적 탈주도 시대착오적인 회귀도 아닌 탈주와 회귀 사이에서 근대성을 재고하는 것.
전통-근대-탈근대가 모두 균형있게 성찰되는 사유를 시도하는 것.
이것을 이야기하면서 다산 정약용에 이른다. 

다산이 시대에 맞서려 공부한 성리학...
결국 천민자본주의와 맞서려면 경제학과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인 모양이다. 

그의 공부 궤적이 탈주하는 곳을 따라가노라면 끝간 데가 없어보이지만,
또 그를 따라가는 재미도 만날 수 있다.
마침 도서관에서 '다산의 재발견'을 빌려다 둔 참이다. 든든하다.

 ----------- 틀린 글자 하나...

192. 윤형자...는 운형자가 맞다. 구름 모양으로 생긴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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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10-25 공감(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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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바보의 바보같은 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구매
  새 책을 구입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다. 알라딘에서 최소한 1년 이상 서재질을 하는 사람치고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는가? 나도 처음에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한 이래로 4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산 책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눈치를 주던 아내였지만 내가 어디가서 술을 먹고 들어오는 사람이 아닌지라 다른 사람들 술 먹을 때 책을 산다고 눈을 감아 준다. 매일 알라딘에 들어가 새로운 책이 나왔는지 살펴보고 몇번의 망설임 끝에 책을 보관함에 담는다. 그렇게 담겨진 책들을 따져보기를 몇번하고 난 다음에 어렵사리 구입한 책이 배송되었을 때의 그 기쁨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알라딘을 통하여 안면을 트게 된 택배 아저씨, 그리고 낯익은 박스를 뜯을 때의 설렘임이란...마치 소풍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같다. 이 두근거림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번 똑같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책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책을 구입하고 닥치는대로 읽기를 시작했다. 새 책을 읽고,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감동, 그리고 그 책에 대한 짧은 감상을 적을 때의 감동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그런 대에 노란색 표지에 "탐독"이라고 적힌 제목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온다. 

  아고라 서재를 통하여 알게 된 책을 한 장씩 넘겨가면서 다른 알라디너들이 했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게 된다. 문학을 다루고 있는 1부는 거의 접해본 책들인지라 술술 넘어간다. 문학을 가지고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철학자들이 왜 문학에 그렇게 공을 들이고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이정우라는 사람의 문학에 대한 이해에 때론 고개를 끄덕이면서, 혹은 갸웃거리면서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2부에 도착했다. 초반에는 그런대로 읽을만 하지만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공학도라면 모르겠지만 수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나에게 과학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척이나 난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3부로 넘어가면서 더 난이도가 높아진다. 3부는 철학자들의 존재론에 대해서, 동양 고전에 대해서 철학 강의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유체이탈 현상 비슷한 것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자 한자 이해하는 것이, 한장 한장 넘기는 것이 결고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내 이해력과 책장과의 투쟁이라고나 해야할까? 참 대단한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지막장까지 다 읽고 난 후에 드는 생각은 정말로 책바보가 이런 사람이구나 대단하다 뿐이다. 간서치는 아마도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서 놀면서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그의 말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닥치는대로" 읽었기 때문에, 그리고 공학도에서 철학도로 전공을 바꾼 그의 이력 때문에 그의 책 읽기는 폭이 상당히 넓다. 게다가 한번도 자신을 철학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저 사유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그의 태도 때문일까? 그의 책 읽기는 문학, 과학, 고전을 넘나든다. 나처럼 인문학 책만을 편식해 온 사람이라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가 다른 이들에게 읽기 쉬운 교양서를 쓰기 위하여 이 책을 기록했다는 그의 말이 왜 그렇게 바보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왠만한 내공으로는 그의 책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읽기 쉬운 교양 서적이라니... 

  이 책을 덮으면서 그의 책 읽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흔히 독서는 자기가 자신이 있는 분야, 혹은 전공 분야에 몰입하기 쉬운데, 그 몰입이 매몰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의 폭을 넓힌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독서가 자기의 생각을 넒히기 위해서라면 더욱 그러하다. "유목적 사유의 탄생"이라는 말 속에서 결코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면서 폭 넓게 책을 탐독하는 그의 독서가 그대로 담겨 있다. 언젠가 이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레벨업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이 책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 때에는 분명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고, 지금과는 또 다른 것들을 보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 본다. 

ps.별이 2개인 이유를 순전히 책이 너무 어려워서 후반부에는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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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11-01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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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세계철학사 1,2,3 이정우

알라딘: 세계철학사 1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 세계철학사 1
이정우 (지은이)길(도서출판)2018-01-15


세계철학사 1


미리보기
정가
40,000원
판매가
36,000원 (10%, 4,000원 할인)
양장본8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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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세계철학사 2 - 아시아세계의 철학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책소개<세계철학사> 3부작은 다음과 같은 구도를 취하려고 한다. 우선 철학이라는 행위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되었고 근대 이전에는 동과 서의 철학 전통이 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1권을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그리고 2권을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할애했다. 그 후 마지막 3권에서는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기준에 입각해 ‘근현대 세계의 철학’을 살펴보려 한다.

목차
여는 말


1부 이성(理性)의 빛


1장 철학의 탄생
§1 ‘헬라스’세계
§2 정의를 찾아서
§3 철학의 탄생


2장 퓌지스의 탐구
§1 ‘탄생’의 문제
§2 ‘아르케’를 찾아서
§3 합리와 신비 사이


3장 존재와 생성
§1 생성의 로고스
§2 영원부동의 일자(一者)


4장 현상과 실재
§1 질과 양의 조합
§2 질들의 상대적 비율
§3 양으로의 환원


5장 “너 자신을 알라”
§1 소피스트들의 사유
§2 “네 영혼을 돌보라”


6장 이상과 현실
§1 ‘이데아’론
§2 이상국가를 향하여


7장 현실과 이상
§1 논리학: 사유의 문법
§2 자연철학: 퓌지스의 탐구
§3 형이상학 1: 탁월한 존재들로서의 우주, 신, 영혼
§4 형이상학 2: 일반 존재론
§5 실천철학: 인간적인 행복의 추구


2부 신과 인간 그리고 세계


8장 ‘삶의 기예’로서의 철학
§1 회의주의의 발흥
§2 진정한 쾌락을 찾아서: 에피쿠로스학파
§3 스토아철학 1: 헬레니즘 시대
§4 스토아철학 2: 로마 제국 시대


9장 구원의 갈구
§1 그리스.로마의 종교와 신플라톤주의
§2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3 이슬람세계의 도래


10장 이슬람세계의 철학
§1 이슬람 학문의 형성
§2 이븐 루쉬드의 철학
§3 유대 철학, 페르시아 철학


11장 스콜라철학의 흥륭
§1 스콜라철학의 도래: 존재론과 정치철학
§2 아리스토텔레스 혁명과 스콜라철학의 흥륭
§3 토마스 아퀴나스와 둔스 스코투스
§4 중세의 황혼


12장 ‘인간적인 것’의 발견
§1 국민국가의 탄생
§2 자본주의의 탄생
§3 인본주의의 발흥
§4 자아 탐구의 새로운 방향들
§5 자연의 새로운 상(像)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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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정우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타자-되기의 윤리학’과 그 정치철학적 구체화의 세 갈래로 전개되어왔다. 철학사적 저술로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한길사, 2008), 『세계철학사1: 지중해세계의 철학』(도서출판 길, 2011),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도서출판 길, 2016) 등이 있고, 존재론적 저술로는 『사건의 철학』(그린비, 2011), 『접힘과 펼쳐짐』(그린비, 2011) 등이 있으며, 실천철학적 저술로는 『천하나의 고원: 소수자 윤리학을 위하여』(돌베개, 2008), 『전통, 근대, 탈근대』(그린비, 201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 등이 있다. 현재는 『세계철학사 3: 근현대세계의 철학』, 『다양체론: 기하학에서 건축까지』를 집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길(도서출판)

최근작 : <독일인들>,<세계철학사 3>,<역사, 오늘이 묻고 어제가 답하다>등 총 174종
대표분야 : 철학 일반 12위 (브랜드 지수 44,177점), 고전 30위 (브랜드 지수 52,15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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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책소개

지금까지 저술된 철학사들은 대개 세계철학사가 아니라 일정한 지역적 테두리를 전제한 철학사들이었다. 철학사의 대부분이 ‘서양 철학사’이거나 ‘중국 철학사’, ‘한국 철학사’, ‘일본 철학사’, ‘인도 철학사’ 등이었던 것이다. 특정한 지역이나 언어권을 다룬 철학사가 대부분이며,
세계철학사는 드물었다. …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前史) 정도로 보았을 뿐이었다. 『세계철학사』 3부작은 다음과 같은 구도를 취하려고 한다. 우선 철학이라는 행위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되었고 근대 이전에는 동과 서의 철학 전통이 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1권을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그리고 2권을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할애했다.
그 후 마지막 3권에서는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기준에 입각해
‘근현대 세계의 철학’을 살펴보려 한다.


2011년에 출간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의 개정판이다. 세계철학사 3부작 중 1권 출간 이후 7년 만에 2권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완성해 내놓으면서, 동시에 1권의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개정판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각 장의 말미에 붙은 결론부이다. 이전의 판본에서는 단지 맺음말 정도의 의미를 띠었지만, 개정판에서는 저자가 각 장의 중요한 논점을 하나씩 잡아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분석을 가했다. 각 장의 내용을 이해한 후 결론부를 읽으면 보다 진전된 관점에서 흥미진진한 철학적 문제를 음미할 수 있다. 또한 책의 구성을 약간 손보았다. 초판에서 여러 장(章)에 흩어져 있던 그리스-로마 종교와 세 일신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대한 논의를 하나의 독립된 장으로 한데 묶어 다루었다. 지중해세계 종교들의 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그간 새롭게 읽고 공부한 자료들을 참조해서 본문을 보완했고, 각주를 다수 추가했다. 이전 판본에 남아 있던 강의투의 글을 새롭게 바꾸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사가 나왔지만 진정한 세계철학사는 없었다


『접힘과 펼쳐짐』, 『주름, 갈래, 울림』, 『사건의 철학』, 『기술과 운명』, 『개념-뿌리들』, 『탐독』, 『세계의 모든 얼굴』,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 등 다수의 저작들을 통해 전통과 현대, 과학과 철학을 회통하는 철학을 모색해온 열정적인 철학자 이정우가 오랜 세월의 구상과 집필 끝에 한국 철학자로서는 최초로 『세계철학사』를 발표했다. 이번에 도서출판 길에서 출간한 책은 『세계철학사』 3부작 가운데 첫째 권으로 ‘지중해세계의 철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서구 편향적인 철학사를 지양하면서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놓고서 보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철학사를 보려 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장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사가 나왔지만 서양 철학사, 중국 철학사, 한국 철학사, 인도 철학사처럼 특정 지역, 언어권을 다룬 철학사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을 단 대표적인 저작들(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저작,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연구소의 저작)조차 실질적으로는 서구의 철학사에 머문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슈퇴리히의 “세계”철학사는 실질적으로 서구 철학사이며, 그 모두(冒頭)에 중국과 인도의 철학 전통을 일종의 ‘전사(前史)’로서 배치하고 있을 뿐이다. 인도 철학사와 중국 철학사를 연대를 무시하고서 맨 앞에 붙인 것이다. 이런 식의 구도는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철학연구소의 “세계”철학사에서도 거의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편견은 근본적으로 ‘근대성=모더니티’가 이룩한 성과에의 도취를 근대 이전으로 추후적으로 투사한 데에서 유래한다고 본다. 근대성은 그리스 사유의 재발견을 그 추동력으로 삼았고 따라서 비서구는 당연히 그 앞의 단계로서, 즉 전(前)그리스적인 것들로서 배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근대 서구인들에게 비서구 지역들은 반드시 ‘전그리스적’이어야 했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러나 본 저작이 앞으로 보여줄 것인바, 전근대에 관련한 이런 배치는 허구에 가깝다.”
허구에 가까운 역사 서술은 결국 오늘날의 일방적인 세계화를 낳았다. 오늘날 세계화의 흐름은 어떤 정신적 준비나 사상적 비전을 가지고서 이루어진 것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정우가 세계철학사를 쓰고자 한 데에는, 단순히 철학의 역사를 정리해보고자 하는 동기만이 아니라, 편견이 낳은 사유의 정향을 타개하고 허울 좋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 진정한 보편성을 찾고자 하는 의욕이 작용했다.


오늘날 세계화의 흐름은 … 자본과 기술, 대중문화의 맹목적인 팽창이 빚어낸 난맥상일 뿐이다. 이런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식인들 스스로 지역, 국가․언어권, 전공 등등 편협한 울타리들에서 탈출해 함께 거시적인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음미를 거쳐 현재에로 회귀함으로써 장래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철학적 비전은 우선 과거에 대한 역사적 음미를 현재에로까지 끌고 올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세계철학사』 3부작은 이렇게 음미와 회귀를 경과해 비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서 기획되었다. ― 「여는 말」 중에서


이는 이정우가 오랜 세월 추구해왔던 “철학하기”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철학하기’를 일컬어 ‘가로지르기’라 한다. 그의 전작 『가로지르기』의 한 대목은 곧바로 『세계철학사』를 집필하는 그의 기본 관점과 연결된다.


요컨대 가로지르기는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도 아니요, 여기저기 방황하는 것도 아니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로지르기의 정신은 우리에게 주어진 격자가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 그 격자가 필연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 출발하며, 그런 격자에 저항하는 데서 출발한다. 가로지르기는 격자화되기를 거부하는 자유의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할 수 있는 삶의 태도인 것이다.


요컨대, 이 3부작은 철학자 이정우의 가로지르기, 그 오랜 유목 생활의 중간 결산인 것이다. 또한 2000년에 그가 철학아카데미를 창설한 이래 줄곧 강의해왔던 철학사 강좌의 총정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이 『세계철학사』 3부작과 더불어 “우리 철학자의 손으로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를 가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특정 문명과 언어권에 갇혀 절름발이 사유만을 배태했던 기존의 철학사를 극복하고 “객관성과 보편성에 한발 더 가까이 간 진정한 세계철학사”를 만나게 되었다.


아시아세계와 이슬람세계의 철학사에 제자리를 찾아주다


이정우는 자신의 『세계철학사』 3부작의 구도를 이렇게 세웠다. 시기적으로는 고중세와 근현대로 크게 나누고 지역적으로는 지중해세계와 아시아세계로 크게 나눈 뒤, 1권에서는 고중세 유라시아 서쪽에서 전개된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2권에서는 고중세 인도와 동아시아에서 전개된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루었다. 적어도 근대 이전에는 지중해세계의 철학과 아시아세계의 철학이 따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현대 세계의 철학은 이들 두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3권에서 함께 다루었다. 여러 문제도, 한계도 많았지만 근현대에 들어와서 지중해세계의 철학과 아시아세계의 철학이 만났고, 함께 나아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양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가 일정 부분 형성되어 있는 데 비해, 동양 철학사 또는 아시아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권이 다른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접어둔다 쳐도, 한문을 공통언어로 하는 동북아 삼국의 철학사조차 개념과 구도를 갖추지 못한 것은 흥미롭기까지 하다고 이정우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우는 세계철학사 안에서 아시아세계의 철학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고자 한다. 이를 위한 그의 전략은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지중해세계의 그것과 계속 비교해가며 논하는 것이다. 이는 이후 출간될 2권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시도이지만,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루는 1권에서도 역시 간간이 볼 수 있다.
또한 1권의 부제를 “지중해세계의 철학”으로 붙인 것은 유라시아 서쪽에서 전개된 문명이 기본적으로 지중해를 둘러싸고 전개된 문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양 철학사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는 영국, 프랑스, 독일 철학은 아무리 이르게 잡아도 16세기나 돼서야 성립된 관념이다.


서양 철학사를 생각할 때면 으레 영불독(英佛獨)의 철학을 떠올리지만 이를 고중세에 적용할 경우에는 이 또한 추후적 투사가 되어버린다. 나아가 고대 서구 철학으로 늘 그리스만을 또는 그리스-로마만을 논하지만, 이것은 편협한 것이며 우리의 시선을 지중해 문명 전체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리스가 다른 지역에 준 것 못지않게 받은 것도 많은 데다가, 지중해 문명 전체를 참조해야만 다른 지역의 철학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철학사 1―지중해세계의 철학』은 이슬람세계의 철학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지중해세계 동쪽 이슬람세계의 철학 역시 지중해세계 서쪽의 철학과의 비교, 그리고 그 두 철학이 주고받은 영향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이러한 철학사 서술은 그간 ‘세계’라는 보편적 지평과 무관하게 근대의 산물인 국민국가, 지역, 민족, 언어에 갇힌 채 철학사를 바라보았던 근대 철학(영국 철학 전공, 독일 철학 전공, 프랑스 철학 전공)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역사 없는 철학도 또한 철학 없는 역사도 지양한다


철학사는 ‘철학’사이자 철학‘사’이다. 철학사는 철학을 다루지만 어디까지나 역사적 지평에서 다루며, 역사에 속하지만 어디까지나 철학의 역사이다. 때문에 철학사의 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사와 철학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고중세 지중해세계의 역사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이는 지은이가 말한 바와 같이 “철학사는 ‘철학’사이자 철학‘사’이”기 때문이다. 이정우는 하나의 철학사상이 배태되어 나온 역사적 지평을 경시하면서 사상을 그 자체로서만 요약하는 경우와, 철학사상의 고유함을 무시하고서 그것을 역사적 배경으로 환원해버리는 경우 둘 다를 경계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한 철학자가 이룩한 철학화의 높이이다.


한 철학자에 있어 철학적 측면과 역사적 측면은 대개 반비례한다. 한 인간이 역사와 철학에 동시에 헌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플라톤과 페리클레스를, 칸트와 나폴레옹을, 주자와 제갈량을 겸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때문에 우리는 논의 대상 각각에 있어 역사와 철학의 비중을 달리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역사와 철학을 논의 대상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달리 배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책의 곳곳에서 고중세 지중해세계의 인문지리적 설명을 만날 수 있으면서도 역사 서술에 파묻혀버리지 않고, 동시에 수준 높은 철학화를 이룩한 철학자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철학사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러한 균형 덕에 우리는, 한 철학자의 생애가 함축하는 당대의 전체적 구조가 풍부하게 드러내는 대목에서 그 철학자의 사상이 태어난 배경과 당대에 끼쳤던 영향을 파악할 수 있으며, 또한 철학사상 고유의 높이를 상세히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역사에 묻혀버리지 않는 빛나는 성취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철학의 탄생 설화로부터 세 가지 상이한 전통에 이르기까지

『세계철학사 1』의 「맺는 말」에서 지은이 이정우는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은 신화와의 대립 의식, 허무주의와의 대립 의식, 그리고 ‘동방’과의 대립 의식을 통해서 태어났다. 이런 탄생 설화는 그러나 이후 다양한 굴곡을 거치면서 점차 현재(각각의 당대)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그 여운은 사라지지 않고 어떤 측면에서는 오늘날의 서구 철학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 여운을 어떻게 해석하든 (20세기 서구 철학의 성과들이 계속 기초적인 사유 문법으로 기능할) 21세기의 철학도 여전히 지중해세계 철학의 탄생 설화와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철학의 이러한 탄생 설화를 동북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관해서도 언급을 빼놓지 않는다.

철학의 탄생이 고대 그리스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탄생 조건의 인식론적 측면은 당대 그리스인들의 지각과 일상 언어였다고 할 것이다. 그들의 지각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간접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으니, 오늘날 우리는 그들의 언어가 처했던 상황으로부터 철학의 요람에 접근할 수 있다. … 이렇게 파악된 철학의 초기 조건들은 인도의 초기 조건들 및 동북아의 초기 조건들과는 당연히 현저하게 다르다. 고(苦)로부터 해방되어 해탈(解脫)에 이르려 한 인도의 전통, 난세(亂世)를 치세(治世)로 바꾸려 한 동북아의 전통, 그리고 허무(虛無)에서 해방되어 영원(永遠)을 향하려 한 그리스 전통은 철학의 매우 상이한 세 전통을 형성한다. 철학에 대한 이해는 추상적인 보편성에서가 아니라 이렇게 구체적인 역사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만일 철학적 보편성이 있다면 그것은 이런 역사적 구체성‘들’에서 출발해 그것을 성실하게 (‘통합’이 아니라) 접합시켜가는 한에서만 가능하다. 이 책 『세계철학사』는 이런 작업을 위한 한 시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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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철학을 균형있기 알게 해주는 철학이라 생각한다. 3권의 출판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 아무래도 근현대 철학이 지금의 시대와 가장 가깝고 철학의 모습을 완전히 갖추었으니... 이정우 선생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구매
북극성 2021-05-1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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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흐름을 매우 심도 깊게 서술한 대작이다. 수많은 인류사의 철학자들이 어떠한 과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사색했는가를 역사적 흐름에 따라 꼼꼼히 밝히고 있다. 독서에 시간이 몇배 소요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 구매
bada0915 2019-09-2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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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권합니다 구매
shuita 2018-12-2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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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8-02-04 공감 (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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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세계철학사


3부작 세계철학사를 예고하고 1권까지 나왔다가 소식이 없던 이정우 교수의 <세계철학사>(길)가 7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룬 1권과 ‘동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룬 2권이 동시에 나왔는데 1권은 30쪽 가량 증면된 개정판이다. 마지막 3권은 ‘근현대 세계의 철학‘이란 부제가 예고돼 있다.


다루는 범위가 방대하기에 두권 모두 850쪽이 넘는 분량이다. 한 개인이 이런 규모의 세계철학사를 집필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설사 있다 하더라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지 않을까). 책의 의의는 이렇게 소개된다.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前史) 정도로 보았을 뿐이었다. 
<세계철학사> 3부작은 다음과 같은 구도를 취하려고 한다. 
우선 철학이라는 행위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되었고 근대 이전에는 동과 서의 철학 전통이 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1권을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그리고 2권을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할애했다.
그 후 마지막 3권에서는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기준에 입각해 ‘근현대 세계의 철학’을 살펴보려 한다.˝


‘철학‘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철학사 기술의 향방이 많이 달라질 텐데, 얼핏 무모해 보이는 기획이었지만 실물로서 나온 만큼 그 성취에 대해서 살펴보아야겠다. 완간된다면 저자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남겠다...


- 접기
로쟈 2018-02-02 공감 (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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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 2 - 아시아세계의 철학 | 세계철학사 2
이정우 (지은이)길(도서출판)2018-01-15



정가
40,000원
판매가
36,000원 (10%, 4,000원 할인)

양장본852쪽


책소개

철학자 이정우의 <세계철학사> 3부작. 1권 이후 무려 7년 만에 2권이 출간되었다. 당초 1년에 한 권씩 총 3년에 걸쳐 완간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수차례 강의를 거치고 퇴고를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을 통해 1권만으로는 채 다 가늠할 수 없었던 이정우 세계철학사의 너비와 깊이, 관점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철학자가 쓴 최초의, “세계” 철학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의미의 철학사이다.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루는 2권에서는 동북아와 인도의 철학을 살펴본다. 인도 자체의 맥락을 놓고 볼 때, 인도 철학은 인도-유럽어라는 언어적 측면에서나, 논리학.인식론의 발달 같은 사유의 양태에서나, 또 페르시아 지역과의 본래적 친연성, 알렉산드로스의 원정 이래 지중해세계와 가졌던 역사적 연관성에서나 오히려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철학사적 전개 과정을 볼 때 그리고 고중세에 초점을 맞추는 한에서, 결과적으로 인도 철학? 핵심적으로는 불교?은 동아시아로 전파되어 이 세계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서양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가 일정 부분 형성되어 있는 데 비해, 동양 철학사 또는 아시아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권이 다른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접어둔다 쳐도, 한문을 공통언어로 하는 동북아 삼국의 철학사조차 개념과 구도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우는 세계철학사 안에서 아시아세계의 철학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고자 한다.


목차
여는 말


1부 잃어버린 길을 찾아서


1장 동북아세계의 형성
§1 점복에서 ‘역(易)’으로
§2 동북아 왕조국가의 구조
§3 ‘천하무도’의 시대와 ‘사’의 등장


2장 ‘역’의 사유: 사건, 의미, 행위
§1 ‘역’이란 무엇인가
§2 『역경』의 구조
§3 역(易)의 사상
§4 ‘역’과 동북아 사유의 전개


3장 기(氣)의 세계: 신체, 생명, 문화
§1 ‘기’란 무엇인가
§2 음양과 오행의 존재론
§3 기학과 동북아 사유의 전개


4장 ‘도’를 찾아서: 난세의 철학자들
§1 헤게모니의 시대
§2 공자: 만세(萬世)의 사표(師表)
§3 자연과 작위
§4 예치와 법치
§5 인과 겸애



5장 하늘과 땅 사이에서
§1 전쟁하는 국가들
§2 학파들의 시대
§3 맹자와 유교 도덕형이상학의 정초
§4 장자와 ‘천하’질서로부터의 탈주
§5 종합적 사유의 출현


6장 ‘천하’의 철학과 ‘강호’의 철학
§1 유교사회의 도래
§2 다원화의 시대
§3 ‘천하’와 ‘강호’


2부 마음의 등불을 들고서


7장 해탈에 이르는 두 길
§1 본체적 자아로의 해탈
§2 붓다의 가르침


8장 존재와 생성 사이에서
§1 ‘법’이냐 ‘공’이냐
§2 6파의 철학, 다시 ‘우파니샤드’로
§3 힌두교와 불교


9장 삼교정립(三敎鼎立)
§1 유교와 도교
§2 도교와 불교
§3 불교와 유교


10장 본연과 원융의 철학
§1 성리학의 탄생
§2 상수학, 기학, 이학
§3 주자의 종합


11장 사람의 마음
§1 사단과 칠정
§2 인심과 도심
§3 인성과 물성


12장 새로운 자아의 발견
§1 ‘양지’의 행동철학
§2 인정(人情)을 찾아서


맺는 말


참고 문헌
인물 찾아보기
개념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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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154
‘마음‘을 뇌 또는 다른 어떤 곳에 위치시키기보다는 몸 전체에 다양한 갈래로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본 점, 나아가 더 중요하게는 신체의 내부에만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지 않은 점은 지중해세계 철학의 점의 사유와 동북아세계 사유의 선의 사유를 다시 한번 잘 드러내준다. 이 점은 오늘날 베르그송, 신경과학 등과 연계해 논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들 중 하나이다. 접기 - 겨울호랑이

이정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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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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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지금까지 저술된 철학사들은 대개 세계철학사가 아니라 일정한 지역적 테두리를 전제한 철학사들이었다. 철학사의 대부분이 ‘서양 철학사’이거나 ‘중국 철학사’, ‘한국 철학사’, ‘일본 철학사’, ‘인도 철학사’ 등이었던 것이다.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前史) 정도로 보았을 뿐이었다.


지난 2011년 철학자 이정우는 3부작으로 구상한 역작 『세계철학사』의 첫째 권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내놓았다. 당초 1년에 한 권씩 총 3년에 걸쳐 완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간 많은 독자들이 2권의 출간 소식을 기다려왔으나, 수차례 강의를 거치고 퇴고를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1권 이후 무려 7년 만에 둘째 권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펴내게 되었다. 그리고 더불어 1권 역시 전면 개정을 통해 내용을 다듬어 다시 내놓는다.
이 두 번째 책을 통해, 1권만으로는 채 다 가늠할 수 없었던 이정우 세계철학사의 너비와 깊이, 관점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철학자가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의미의 철학사이다.


이것이 진정한 세계철학사
반쪽짜리 사유를 넘어 보편성을 바라보다


한국 철학자가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할 터인데, 사실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철학사 자체가 한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사가 나왔지만 서양 철학사, 중국 철학사, 한국 철학사, 인도 철학사처럼 특정 지역, 언어권을 다룬 철학사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을 단 대표적인 저작들(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저작,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연구소의 저작)조차 실질적으로는 서구의 철학사에 머문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 󰡔세계철학사󰡕 3부작에서 이정우는 서구 편향적인 철학사를 지양하면서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놓고서 보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철학사를 보려 했다. 바로 이 점,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놓고 보다 보편적인 시각으로”가 여태껏 우리가 진짜 세계철학사를 갖지 못했던 이유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서양의 철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동북아 한자문명권의 유교와 도교, 그리고 인도에서 유래해 동아시아로 퍼진 불교를 두루 꿰뚫고 그것을 지중해세계의 사상과 비교해 가면서 철학사를 꿰어 쓴다는 것은 아시아의 철학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아시아에서도 역시 그런 시도가 없었다. 그 어려운 일을 이정우가 해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따고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땄으니 서양 철학 전문가인 것이야 당연한데, 아시아 철학까지 섭렵했다. 부친이 한학자였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한문을 배웠고 한학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익혔던 덕분. 그러나 보기 드문 학문적 편력만으로 이런 역작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문이란 지식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 아니다.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 앎을 가지고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더 나은 관점을 제시하는 것, 이정우가 세계철학사를 쓰고자 함은 바로 이러한 학문적 태도의 발로이다.
이정우가 세계철학사를 쓰고자 한 데에는, 단순히 철학의 역사를 정리해보고자 하는 동기만이 아니라, “비서구를 전근대로 보는” 편견을 타개하고 허울 좋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 진정한 보편성을 찾고자 하는 의욕이 작용했다.(이정우는 이런 편견이 근본적으로 ‘근대성=모더니티’가 이룩한 성과에의 도취를 근대 이전으로 추후적으로 투사한 데에서 유래한다고 본다.) “본 저작이 앞으로 보여줄 것인바, 전근대에 관련한 이런 배치는 허구에 가깝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 『세계철학사』 3부작과 더불어 “우리 철학자의 손으로 쓴 최초의 세계철학사”를 가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특정 문명과 언어권에 갇혀 있던 반쪽 사유만을 배태했던 기존의 철학사를 극복하고 “객관성과 보편성에 한발 더 가까이 간 진정한 세계철학사”를 만나게 되었다.


유라시아 대륙이 낳은 철학적 전통의 양대 산맥
지중해세계 철학과 아시아세계 철학의 비교


철학적 사유의 요람이었던 유라시아 대륙은 불모의 땅인 북방과 정주문명들이 나란히 늘어선 남방 그리고 유목적 삶이 펼쳐진 중앙으로 구성된다. 차가운 북방에서는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생명체들의 삶이 펼쳐졌고, 그 반대편 남쪽에서는 동서에 걸쳐 동아시아, 인도, 오리엔트, 유럽으로 이어지는 위대한 문명들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인 중앙아시아에서는 각종 형태의 유목적 삶이 비-역사적 역사를 수놓았다. 세계철학사의 흐름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공간적으로 이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유라시아 대륙 아래쪽으로 빙 둘러 있는 정주문명들 중 동북아, 인도, 이슬람, 서구는 철학적 담론을 양산해낸 대표적인 문명들이다. 오늘날 이슬람은 지리학상 ‘서남아시아’ 또는 ‘중동’으로 분류되며, 그 문명도 ‘아시아 문명’의 일부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동북아・인도・이슬람 모두를 “동양”으로 묶어 부르고, 이슬람 철학 전통도 “동양 철학”의 일부로서 다루는 것은 적어도 철학사적으로는 적절치 않다. 정치경제적 맥락이 아닌 철학사적 맥락에서 이슬람 사상은 어디까지나 유대-기독교 사상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아울러 정치경제적으로도 오리엔트 지역은 늘 서방과 착잡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래서 “지중해세계의 철학”이라는 부제를 단 이 세계철학사의 1권에서 이미 이슬람 철학을 함께 다룬 바 있다.
이제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루는 2권에서는 동북아와 인도의 철학을 살펴본다. 인도 자체의 맥락을 놓고 볼 때, 인도 철학은 인도-유럽어라는 언어적 측면에서나, 논리학・인식론의 발달 같은 사유의 양태에서나, 또 페르시아 지역과의 본래적 친연성, 알렉산드로스의 원정 이래 지중해세계와 가졌던 역사적 연관성에서나 오히려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철학사적 전개 과정을 볼 때 그리고 고중세에 초점을 맞추는 한에서, 결과적으로 인도 철학—핵심적으로는 불교—은 동아시아로 전파되어 이 세계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서양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가 일정 부분 형성되어 있는 데 비해, 동양 철학사 또는 아시아 철학사는 개념과 구도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권이 다른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접어둔다 쳐도, 한문을 공통언어로 하는 동북아 삼국의 철학사조차 개념과 구도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우는 세계철학사 안에서 아시아세계의 철학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고자 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조들이 그리스 철학에 뿌리 두고 있는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비해,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다질적(多質的)이다. 우선 이 세계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인도 철학과 동북아 철학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도 동방과 서방이라는 두 축에 입각해 전개되었지만, 아시아세계에서의 이질성이 더 크다. 동북아세계의 경우 한자문명권을 이루었음에도, 지리적인 장벽 등 여러 이유로 지중해세계에 비해 그 통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철학사의 서술에서도 대체적으로 인도・중국・한국・일본이 따로 논의되어왔을 뿐, 아직도 ‘아시아 철학’의 개념은 물론이고 ‘동아시아 철학사’, ‘동북아 철학사’ 같은 개념들 자체가 정확히 서 있지 않다. 서구 철학사가 비교적 일정한 틀을 갖추고서 내려온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서 나는 인도와 동아시아를 포괄하는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대한 역사적 서술을 시도할 것이다. 이번의 시도로써 ‘아시아 철학’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나아가 ‘세계철학사’의 개념이 새롭게 정초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한 그의 전략은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지중해세계의 그것과 계속 비교해가며 논하는 것이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루는 1권에서도 간간이 볼 수 있었지만, 이번 2권에서 비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2권은 일종의 ‘비교철학’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개별적인 비교 연구가 아니라 지중해세계의 철학과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전체적으로 비교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물론 아시아세계 내 여러 철학 전통들 사이의 비교도 포함하지만, 그보다는 아시아세계의 철학 전체를 지중해세계의 철학과 비교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철학의 출발점과 동북아철학의 출발점, 그리고 인도 철학의 출발점이 제각기 달랐고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리스에서 철학이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형이상학적 탐구에 매진하는 데서 시작했다면, 동북아 지역에서는 난세를 극복하고 치세로 가려는 정치적 탐구, 즉 정치철학에서 철학이 출발했다. 한편 인도에서는 철학이 종교적 갈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다음과 같은 서로 다른 태도를 낳았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이 현상세계의 실재성을 부정했다면, 아시아세계, 특히 동북아세계의 철학은 실재성을 긍정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동시에 이 두 철학적 사유의 흐름이 각 단계들에서 서로 동조(同調)하면서 철학사를 이루어왔다고 본다.


[지중해세계와 아시아세계 모두] BC 6세기를 전후해서 사유에 눈뜬 많은 선구자들, 최초의 철학자들이 이후 모든 사상들의 뿌리가 될 다채로운 사상들을 쏟아냈다. ‘제자백가’라는 개념이 이를 상징하며, 이 점은 인도 철학이나 그리스 철학에도 해당된다. 이런 과정은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 공자 같은 성인들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나가르주나, 바수반두, 노자, 장자, 맹자, 순자를 비롯한 위대한 철학자들을 낳았다.
수백 년간 지속된 이와 같은 과정은 최초의 철학자들이 행했던 사유 실험들로부터 점차 학파적 활동으로 이행하고, 급기야는 교파, 정치 세력 등으로 변질되기에 이른다. 이윽고 거대한 제국들(로마 제국, 페르시아 제국, 마우리아 제국, 한 제국 등)이 등장하면서, 고대의 사유 실험들 중 어떤 특정한 사조가 삶의 정답으로서, “정통”으로서 채택된다. 이로써 철학은 종교화 또는 정치화하며, 철학사에서의 “중세”는 이렇게 교조화한 사상들—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유교, 도교—로 특징지어진다.


사실 ‘난세’를 ‘치세’로 바꾸는 데 일생을 바친 동북아의 철학자들과 인생의 ‘고(苦)’를 넘어 ‘해탈’을 찾은 인도의 철학자들 그리고 ‘허무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퓌지스’, ‘아르케’를 탐구한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그 출발점에서부터 크게 달랐다고 해야 하리라. 이런 근본적인 차이점 외에도, 고중세 철학의 갈래들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우리는 거기에서 적지 않은 크고 작은 차이들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멀리 떨어져서 철학의 역사를 회고해볼 때, 처음으로 사유에 눈뜬 최초의 철학자들이 각종 실험을 펼치던 고대, 그중 일정한 대안들이 ‘채택’되어 ‘~교’의 형태를 띠게 되는 “중세”, 새롭게 등장한 근대성이 전-지구적 보편성의 지평을 획득해간 근대, 근대성에 대한 비판・해체와 새로운 탈-근대적 실험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대라는 일반적 도식은 우리로 하여금 철학사의 밀림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나침판의 역할을 해주리라고 본다.


아시아세계의 哲學 그리고 지중해세계의 philosophia
사람의 마음을 탐구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정우는 아시아와 지중해의 철학의 차이는 양 문명의 정치 및 종교의 성격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고 말한다. 결정적인 것은 그리스(와 공화정 로마)가 고대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민주정을 실시한 데에 비해, 아시아세계의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왕조’의 형태를 띠었다는 점이다.


이 점이 양 철학 전통의 성격을 결정적으로 좌우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이 민주정이 특히 활발하게 전개된 아테네와 로마에서 만개했고, 인도와 동북아의 철학은 상고 시대의 강고한 권력이 와해된 공간들에서 만개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그러나 다시 아시아세계의 인도와 동북아는 다른 정치적 맥락을 띠었다. 인도의 철학자들이 정치의 세계와 거리를 둔, 어떤 면에서는 카스트제도에 의해 지배된 인도 사회 바깥에서 활동했다면, 동북아의 철학자들은 정치의 심장부에서 ‘문사-관료’들로서 활동해야 했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그리스-로마 철학과 인도 철학 그리고 동북아 철학은 서로 다른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아울러 종교와의 연관성 또한 본질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리스에서 유래한 철학 전통은 본래 다신교의 환경에서 성립했고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공기를 호흡했다. 그러나 향후 지중해세계는 ‘일신교’의 문명을 구축하게 되며, 철학자들은 그 그늘 아래에서 ‘신과 세계와 인간’이라는 구도에 입각해 사유하게 된다. 반면 인도와 동북아에서는 다신교가 일반적인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해서 볼 때, 고중세 시대에 지중해세계에서건 아시아세계에서건 철학이 활짝 피어날 수 있었던 때는 강고한 정치적-종교적 권력으로 자유로워졌을 때임을, 또한 정치적 권세이든 종교적 권세이든 권세를 얻은 철학은 철학 자체로서는 반드시 퇴락함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이정우는 말한다.


동북아 철학자들의 특장은 기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면서 현실의 생성을 사유한 점에 있다. 그들에게 어떤 집요함이 있었다면 그것은 차라리 윤리적-정치적 맥락에서의 높은 도덕성과 실천성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중해세계 철학자들의 사유가 객관적이고 엄정한 탐구를 통해 어떤 궁극의 점을 찾았던 것에 비해, 동북아세계 철학자들의 그것은 인간적이고 역사적인 지혜를 통해서 끝없이 이어져가는 어떤 길을 찾았다. 때문에 지중해세계 철학의 기초는 ‘존재’의 탐구에 있었고, (불교를 포함한) 동북아세계 철학의 기초는 ‘사람의 마음’의 탐구에 있었던 것이다. ●「맺는 말」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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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은 언제 나와요????? 구매
소수정예 2020-05-07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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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선생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빨리 3권이 출판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구매
북극성 2021-05-19 공감 (0) 댓글 (0)

3권은 다시 7년을 기다려야 할까요?^^ 그때까지 1권과 2권을 읽고 또 읽으려고 합니다! 구매
klimt0405 2020-03-2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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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마이리뷰] 세계철학사 2 새창으로 보기 구매
겨울호랑이 2020-11-17 공감(39) 댓글(4)

2장까지 읽었던 리뷰 기록 새창으로 보기 구매
우선 2장까지만 읽고서 기록한다.


문사철이 하나라는 말이 있다. 철학사도 역사와 철학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머리 잘린' 철학사가 아닌 갑골문시대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철학사. 인도문명권과 한자문명권을 포괄하는 철학사. 나는 예전에는 이런 철학사 서적이 없어서 내가 나중에 공부를 쌓아서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철학사가 저술되어 나온 것이다. 궁금해서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보았다.


서문에 밝혀진 "세계철학사" 저술의 의도는 공감되는 바가 크다. 인류의 '현재'에 대한 거시적인 비전을 만들어가려면 이 '현재'가 어떤 과정으로 생겨 왔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각 분야의 세부 전공에서 활약하는 연구자들이 각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것도 물론 유의미하겠지만, 이렇게 거시적인 안목으로 전체를 조감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저자의 전공은 프랑스철학이지만, 사유가 워낙 넓어서 다른 분야에서도 참고할 만한 통찰을 많이 보여준다. 동양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저자의 저술을 이 책으로 처음 접한다면 언어가 다소 낯설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저자의 저작집(특히 『사건의 철학』)을 먼저 보고 나서 다시 돌아오면 될 것이다. '계열화', 'dx' 등등의 어휘들이 다 의도적으로 선택된 개념어들이다.


초심자들의 경우 낯선 용어들의 풀이가 처음 어휘 등장할 때 제시되지가 않아서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을 위해 내용이 서로 연결되는 부분들을 아래에 페이지 번호 붙여서 정리해본다. 미리 표시해둔 뒤에 읽어나가면 한결 앞뒤를 연결지어 입체적으로 독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 "또 애초에 그리스의 'physis'는 오늘날의 자연이 아니었고"(33쪽 각주 12) ☞ '오늘날의 자연'이 무엇인지 알려면 256쪽의 각주 84를 같이 보면 좋다. '문화와 대립하는 자연'이 그 뜻이다. 여기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통 일반에서 '자연'은 노자적인 자연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251쪽 전후를 참고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리스의 physis'라는 말에 대해 71쪽 맨 아래 단락을 같이 보면 좋다.


* "때로 '변'은 음에서 양으로의, '화'는 양에서 음으로의 이행을 뜻하는 것으로 변별되기도 한다."(67쪽) ☞ 93쪽을 같이 보면 좋다.


* "위 인용문에서는 성인이 괘를 그은 후 거기에서 상을 보고 있지만"(73쪽) ☞ 아래의 오타 정리를 참고.


* "상사와 단사는 본래 '전'으로서 따로 편집된 것이었으나"(74쪽) ☞ '단사'는 82쪽을, '전'은 99쪽을 같이 보면 좋다.
<18. 2. 15 추가. '단'에 대해서는 109쪽 (본문의 밑에서 3째 줄)을 참고할 수 있다.>


* "이처럼 괘의 상을 자연철학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사를 논하는 방식을 '괘기설'이라 한다."(80쪽) ☞ '괘기설'에 대해 93쪽과 104쪽 등을 같이 보면 좋다.


* 92쪽 각주 39 (변증법 관련) ☞ 94쪽 본문을 같이 보면 좋다.


* "앞에서 '단사'에 관련해 인용한 구절에는"(109쪽 각주 60) ☞ 아래의 오타 정리를 참고.


* 91쪽 본문의 밑에서 2번째 줄에 '음양사상'이라는 게 나오는데, 이에 대해 156쪽 이하를 같이 보면 좋다.


* 117쪽 각주 67의 '개천설'과 '혼천설'에 대해, 142쪽 본문 위에서 5째줄 이하 및 183쪽 본문 위에서 2째줄 이하 등을 같이 참고하면 좋다.






* (21. 11. 11 추가) 131쪽 본문 중에 "… 그런 생각은 역시나 곧 반론에 부딪친다."라는 언급이 있는데, 728쪽 전후에 나오는 내용이 관련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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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정리》


오타 찾아낼 목적으로 독서한 건 아닌데, 내가 성격상 이런 게 눈에 잘 잡혀서.. 그냥 읽다가 눈에 띈 것들만 메모해 둔다. 혹시 오늘 읽은 장에서 후일 추가적으로 발견되는 오탈자가 있거든 추가 날짜를 기입하여 업데이트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정리하는 김에 꼭 오타가 아니더라도 표기상 엄밀했으면 하는 부분까지 망라한다.


<2018. 2. 13까지 발견한 오탈자 혹은 교정 제안하고자 하는 사항들>


* 우선 페이지를 막론하고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비일관적인 사항 두 가지.


첫째는 서명과 편명 사이의 쉼표 문제이다. 가령 55쪽의 각주 39에서는 "『좌전』, 「소공 2년」"이라고 썼는데 101쪽 본문의 위에서 7째 줄을 보면 "『춘추좌전』「소공 5년」"이라고 썼다. 『좌전』과 『춘추좌전』은 서로 통용되는 축약어이니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서명과 편명 사이에 쉼표를 쓸 것인지 안 쓸 것인지는 표기방식을 통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87쪽 본문의 위에서 10째 줄에 "「설괘전」, 5장"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의 쉼표의 쓰임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점검해야 할 대상일 것이다.


둘째는 서명 기호와 편명 기호의 일관성 문제이다. "역경"인지 "『역경』"인지. 책이름이라면 후자로 일관되게 표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74쪽 본문의 위에서 8째 줄, 80쪽 본문의 위에서 6째 줄, 84쪽 본문의 밑에서 3·4·5·6·7·8째 줄 등등, 많은 부분에서 서명에 겹낫쇠 기호가 누락되어 있다. 92쪽 본문의 위에서 6째 줄에는 겹낫쇠 기호가 정상적으로 잘 씌워져 있다. 그런데 또 94쪽 본문의 위에서 14째 줄에는 겹낫쇠가 아닌 홑낫쇠 기호로 다르게 쓰였다. 일관성 문제가 적지않게 보인다. (참고로 '역전'이 99쪽 본문의 밑에서 2째 줄에서는 홑낫쇠 기호로 쓰였다.)




이런 문제는 출판사 편집자가 저자와 상의하여 일관되게 교정해야 할 것이다. 요즘은 컴퓨터상에서 '찾아보기'(검색) 기능으로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지 않은가? "역경" 뿐만 아니라 "역전"도 그런 기호사용의 문제가 있으니 모쪼록 전체적인 교정을 바란다.




이제 아래부터는 구체적인 페이지를 한정해 가면서 정리한다.


* 47쪽 본문. 위에서 7번째 줄에는 '우하서'라 표기되었고 9번째 줄에는 「우하서」라 표기되어 일관되지 않는다. 홑낫쇠 표기를 쓰는 것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자면 "「우서」·「하서」"라고 표기해주는 편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49쪽 본문의 위에서 8번째 줄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68쪽 각주 6에서 "알파벳"이라는 어휘가 사용되었는데, '알파벳'보다는 '아라비아숫자'라는 어휘를 써야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이건 확신은 없다. 'alphabet'이라는 단어의 뜻에 아라비아식 숫자표기의 의미도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 70쪽 각주 9에서, 해당 역주자의 이름은 '정병식'이 아니라 '정병석'이니 교정해야 할 것이다.




* 72쪽 본문의 밑에서 4번째 줄. "기인 ㅡ 그리고 우인 =" 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가 아닌 "- -"여야 할 것 같다. 음효를 나타내어야 하니까.


* 73쪽 본문의 밑에서 7째 줄에 "위 인용문에서는 성인이 괘를 그은 후 거기에서 상을 보고 있지만"이라 하였는데, 그 위의 어디를 봐도 해당하는 '인용문'이 없다. 편집과정에서 인용문이 누락되어 버린 것 같다. 중대한 오식이다. 해당 인용문은 바로 뒷장인 74쪽의 위에서 13째 줄을 보면 나오는데 여기에는 또 출처 표기가 누락되어 있다. (참고로 이 인용문은 127쪽에 다시 등장한다.)


* 76쪽 본문의 밑에서 7째 줄에서 "체계와 충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라 하였는데 '충동'이 아니라 '충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줄 바로 아랫줄에 "역학 전체로 볼 때 후자가 일관성이 있다"고 하였는데 '후자'가 아니라 '전자'라고 해야 내용상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 77쪽 본문의 위에서 5번째 줄 끝에 '유리에 갇힌 문왕'이 뭘 상징하는지 아무 정보도 제공되어 있지 않다. 간단하게 각주라도 달아 주면 좋을 듯하다.
<+ 19. 3. 17 추가. 관련 언급이 『장자』 「도척」에 나오는데, 이에 대해 이강수 번역본(제3권 394)에 인용된 조초기의 주석을 보면 "유리는 은대의 감옥인데 오늘날 하남성 유성에 있다. 상나라의 주왕이 무도하니 주문왕이 그 때문에 탄식하다가 뒷날 숭후에게 고소당하니, 이리하여 주왕이 그를 잡아서 유리에 가두었다"고 한다.>


<+ 20. 5. 25 추가. 관련 언급이 본책 68쪽에 살짝 나오긴 한다. "... 문왕이 유리라는 곳에서 7년 동안 유폐되어 있을 때 역의 '사'를 지었다는 이야기 ...">
<+ 20. 11. 27 추가. 올재클래식스 『회남자(2)』 「범론훈」 126쪽에도 나온다.>


* 78쪽 본문의 한문 인용에서 '九四'로 시작하는 줄에는 문장 끝에 마침표가 찍혀 있지 않다. 그리고 '上九'에만 쉼표가 달려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둘 다 교정해야 할 듯하다.


* 79쪽 본문의 밑에서 7째 줄. "자의적일 수 있음을 뜻하다"라 하였는데 '뜻하다'가 아닌 '뜻한다'로 써야 한다.


* 91쪽 본문의 위에서 4째 줄에 "待對"라고 한자가 쓰였는데, 글자가 앞뒤가 바뀐 것 같다. 대대관계를 나타낼 때의 '대대'는 '對待'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어대사전』 참고)


* 109쪽의 각주 60에서 "앞에서 '단사'에 관련해 인용한 구절에는"이라 하였는데, 아마 82쪽 본문의 밑에서 1째~2째 줄에 나오는 문구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단사는 괘에 대해 총체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며 한 괘의 핵심을 들어 밝혀주는 말이다"라는 문장이 82쪽에 나온다. 그런데 이 문장은 82쪽을 보면 인용문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설명처럼 처리되어 있다. 그리고 「주역약례」를 확인해 보면 왕필의 원문과는 살짝 표현들이 다른 것도 있다. 엄밀히 말해서 이는 인용문은 아닌 것이다. 그럼 109쪽 각주 60에서 말하는 "인용한 구절"이란 어느 구절을 말하는 것일까? 이는 바로 그 페이지(109쪽) 본문의 밑에서 2~3째 줄에 쌍따옴표로 인용된 그 구절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를 따른다면 그 인용문이 각주 60번의 위치보다 더 뒤에 있기 때문에 각주에서 말하는 바 '앞에서' 인용한 것이 아니게 된다. 뭔가 퇴고과정에서 이리저리 편집하는 중에 순서가 얼크러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출판사에서 저자와 상의하여 정확한 교정을 해주길 바란다.


* 111쪽의 각주 62에서 『도덕경』을 인용하고 "44장"이라고 했는데, 44장이 아니라 42장이다. 그리고 여기서 『도덕경』을 사용했으므로 본 저작에서의 "『도덕경』"이 백서본 이후의 왕필본이라는 사실을 앞서 밝혀줄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그걸 밝힌 부분을 뒤에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페이지 수가 기억나지 않는다(250쪽인가 싶기도 한데 여기의 설명은 내 기억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18. 2. 15 추가. 『도덕경』이 왕필본을 가리킨다는 언급은 136쪽 각주8에 있다. 그리고 이 판본문제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174쪽 각주51에서도 볼 수 있다.>


* 112쪽 본문의 밑에서 6째줄에 괄호를 치고 "각주 68"이라 하였는데, 68이 아니라 62일 것이다.


* 120쪽 본문의 밑에서 11째 줄에서 변혁을 설명하기를 "주례와 공맹의 도리로의 복귀"라고 하였는데, 의도는 어떤 것인지 이해되지만, 이 표현은 앞뒤 문맥을 보면 마치 '혁괘'가 맹자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문의 서술처럼 혁괘에서의 변혁이 공맹의 도리로의 복귀라고 한다면 최소한 그 변혁은 맹자 이전일 수가 없겠기에 말이다. 그런 전제를 깔고 서술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 (21. 11. 11 추가) 121쪽 각주 75에서 '정현 옮김'이라 하였는데, '정하현 옮김'으로 교정되어야 한다.


* 123쪽 본문의 위에서 8째줄을 보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두 거장에 의해 파르메니데스가 남긴 지중해세계의 존재론적 분열증은, 적어도 그리스세계 내에서는, 드디어 높은 수준에서 치유되기에 이르렀다." 하였다. 쉼표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도 될 곳에는 있다. 이 문장을 쉼표가 지시하는 대로 읽으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아서 파르메니데스가 존재론적 분열증을 남긴 것이라고 읽힌다. 만약 내가 이 문장을 교정한다면 우선 기존에 찍힌 두 쉼표를 모두 없애버리고 '두 거장에 의해' 뒤에만 쉼표를 하나 찍어줄 것 같다. 그러면 오해의 여지가 없는 문장이 될 것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두 거장에 의해, 파르메니데스가 남긴 지중해세계의 존재론적 분열증은 적어도 그리스세계 내에서는 드디어 높은 수준에서 치유되기에 이르렀다."


* 127쪽 본문의 위에서 7~14째 줄에 나오는 쌍따옴표 처리된 인용문은 출처가 안 적혀 있다. 이렇게 출전이 밝혀지지 않은 인용부분을 앞에서도 몇 번 목격했던 기억이 난다. 전반적으로 교정되길 바란다.








아래는 2장 뒷 범위인데 아직 포스트를 따로 생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다가 일단 기록해둔다.


* (21. 9. 22 추가) 152쪽 각주 34에서 '精神' 개념이 『좌전』「소공7년」에 나온다고 하는데, 내가 찾아본 바로는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精爽'이라는 어휘가 있고 이를 '정신'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아마 한문 원문을 확인하지 않고 어느 번역서의 번역문만 본 것이 아닌가 싶다.


* (18. 2. 15 추가) 379쪽의 각주 73에서는 『荀子』(순자)라고 한자가 정확하게 표기되었다. 그러나 837쪽의 참고문헌목록 및 843쪽의 인덱스에서는 『苟子』(구자)라고 잘못 입력되었다. 荀(순)과 苟(구)를 편집자가 혼동한 모양이다. 다른 데서 또 '구자'라고 쓰였을런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교정해야 할 것이다.


* 595쪽 본문의 하단부에 "『유식삽십송』을 읽어보자"라고 하였는데, '삽'이 아닌 '삼'이어야 한다. 즉 "『유식삼십송』"으로 고쳐야 한다.


* (21. 1. 6 추가) 582쪽, 밑에서 7째 줄 '플로티노스에서의 누스=이성에 해당한다' 부분에서 작은따옴표 하나가 불필요하게 들어가 있다. 확실한 오타이다.


* (21. 11. 11 추가) 728쪽 본문 밑에서 3번째 줄 '실 체적으로는'은 '실체적으로는'으로 붙여 써야 한다.


* (18. 2. 15 추가) 834쪽 참고문헌목록 페이지 중간 쯤에 "마명춘 외, 심경호 옮김, 『주역철학사』...."라고 나와 있던데, 마명춘이 아니라 '요명춘'인 것으로 알고 있다.
<20. 3. 10 추가> 99쪽 각주 48에는 '료명춘'이라고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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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2018-12-09 공감(2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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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너무너무 기다려집니다.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정우 선생님, 많은 노력이 필요하시겠지만 3권 꼭 내 주세요.기다리고 있습니다. 1권 2권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넓고 깊어졌습니다.감사합니다.작가로써 꼭 3권이 필요합니다.^^
arial_chayoo 2021-09-26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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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읽을 만한 책 새창으로 보기
막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2월을 짧기도 하거니와 설연휴도 끼여 있어서(핑계야 언제든 있는 것이지만) 한껏 욕심을 부리기 어렵다. 한데 올겨울처럼 한파가 잦다면 외출을 자제하게 되니 유리한 조건이 될 수도. 여하튼 읽고 또 읽다 보면 봄꽃 소식이 들려올 터이다. 1. 문학예술 먼저 문학쪽으로는 황순원문상상과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고른다. 이기호의 <한정희와 나>(다산책방)와 박상순의 <무궁무진궁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오>이다. 이상문학상 작품... + 더보기
로쟈 2018-02-04 공감 (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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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세계철학사 새창으로 보기
3부작 세계철학사를 예고하고 1권까지 나왔다가 소식이 없던 이정우 교수의 <세계철학사>(길)가 7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룬 1권과 ‘동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룬 2권이 동시에 나왔는데 1권은 30쪽 가량 증면된 개정판이다. 마지막 3권은 ‘근현대 세계의 철학‘이란 부제가 예고돼 있다.


다루는 범위가 방대하기에 두권 모두 850쪽이 넘는 분량이다. 한 개인이 이런 규모의 세계철학사를 집필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설사 있다 하더라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지 않을까). 책의 의의는 이렇게 소개된다.


‘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前史) 정도로 보았을 뿐이었다. <세계철학사> 3부작은 다음과 같은 구도를 취하려고 한다. 우선 철학이라는 행위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되었고 근대 이전에는 동과 서의 철학 전통이 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1권을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그리고 2권을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할애했다.
그 후 마지막 3권에서는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기준에 입각해 ‘근현대 세계의 철학’을 살펴보려 한다.˝


‘철학‘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철학사 기술의 향방이 많이 달라질 텐데, 얼핏 무모해 보이는 기획이었지만 실물로서 나온 만큼 그 성취에 대해서 살펴보아야겠다. 완간된다면 저자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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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8-02-02 공감 (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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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구입을 위한. 바늘구멍 새창으로 보기
날마다 책을 들여다보는게 일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사무실에서 하는 업무는 똑같은 것 같은데 업무량이 늘어나서 그런지 일은 해도해도 끝없이 자꾸만 어디선가 몰려온다. 바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정신차리고보면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하아.그래도 이런저런 굿즈욕심에 책박스를 골라보기는 해야하는데 요즘은 어떤 신간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책구매도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쌓여있는 마일리지 소멸의 시기가 다가온다고 해서 책을 한 권, 두 권 그렇게만 주문을 하기는 했는데.올해는 정말 집에 쌓여있는 책을 먼저 정리할... + 더보기
chika 2018-03-05 공감 (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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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이 기다려지는 책 새창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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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특히 중국철학의 흐름전반을 살펴보는데 유용하다. 다만 지나치게 중국철학위주의 서술이다. 불교철학파트를 한 두 장 더 서술했으면 균형이 맞지 않았나 생각. 특히 디그나가나 다르마키르티의 불교논리학이라던지 티베트불교도 좀더 다루어야 하지 않았을까? 더불어 원효같은 동아시아 대승불교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서술하고 지나간 점도 아쉽다. 주역과 관련해서 정역에 대한 서술이 생략된 점도.

이런 몇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동양철학전반을 1권의 지중해(서양)철학과 비교해가면서 이정도 스케일과 디테일로 자신만의 관점을 투영해서 서술하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3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한가지 단점을 더 추가하자면 철학 초심자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책일 수 있다. 저자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설명을 생략하는 개념이나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니 이점 감안해서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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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ta 2018-04-09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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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 세계철학사 3
이정우 (지은이)길(도서출판)2021-12-20



정가
40,000원
판매가
36,000원 (10%, 4,000원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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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744쪽


세계철학사 3 -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세계철학사 2 - 아시아세계의 철학
세계철학사 1 - 지중해세계의 철학

책소개국내 철학계에서 보기 드문 학문적 깊이와 폭을 겸비한 동시에 교양 독자들을 위한 저술 작업에 꾸준히 매진해온 철학자 이정우가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세계철학사 3』을 내놓았다. 지난 2011년, 철학사가 서양 철학사의 동의어와 다름없던 때에 그는, 우리 학자가 쓴 “철학의 진짜 역사, 진정한 세계철학사”를 써내 주목을 받았다.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으로 시작한 장대한 여정은 많은 독자들을 그 길로 이끌었고, 이후 7년 만에 펴낸 둘째 권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2018)을 거쳐, 다시 거의 3년 만에 세 번째 기착지에 당도했다.


당초 이 세 번째 책은 여정의 끝이 될 예정이었으나, 목적지가 아닌 기착지로 수정되었다. 3부작으로 완간하려던 처음 계획이 4부작 완간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에 펴내는 『세계철학사 3』은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즉 ‘근대성의 전체 지도를 그리는 작업’의 결과를 서구와 비서구를 가로지르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더욱 풍성하게 담는 데 집중했다.


목차
여는 말


1부 자연의 새로운 상(像)


1장 ‘과학기술’의 탄생
1절 ‘외물(外物)’에의 지향
2절 ‘자연과학적 사유’의 탄생: 근대 역학의 존재론


2장 근대적 합리성의 탄생
1절 합리주의 인식론
2절 기계론적 자연철학


3장 과학혁명의 전개
1절 힘의 과학과 질의 과학
2절 새로운 과학혁명


2부 표현의 형이상학


4장 환원에서 표현으로
1절 스피노자의 신 - 즉 -자연
2절 정신과 신체 그리고 인식
3절 욕망과 감정의 철학
4절 예속된 삶과 자유로운 삶


5장 표현주의의 두 길
1절 모나드의 존재론
2절 모나드들의 상호 표현
3절 신(神)에 대한 변론


6장 기학적 표현주의
1절 ‘기’의 표현으로서의 세계
2절 사람의 마음
3절 역사의 의미


3부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7장 실학의 시대
1절 경학과 경세학
2절 근대 기학의 전개
3절 민중사상과 민족사상
8장 계몽의 시대
1절 경험의 분석: ‘관념’의 이론
2절 계몽의 시대: 근대 문명의 향방


9장 선험적 주체의 철학
1절 과학과 형이상학: 새로운 정초
2절 도덕형이상학의 새로운 정초
3절 합목적성의 사유
4절 절대자의 사유
5절 이념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4부 시민적 주체와 근대 정치철학


10장 시민적 주체의 탄생
1절 권력 배분의 새로운 논리: 계약
2절 계몽의 정치철학
3절 역사철학의 만개( 滿開)


11장 자유냐 평등이냐
1절 자본주의의 ‘진화’와 자유주의
2절 혁명의 시대와 공산주의


12장 왕조에서 국민국가로
1절 이슬람에서의 전통과 근대
2절 인도에서의 전통과 근대
3절 동북아에서의 전통과 근대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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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정우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타자-되기의 윤리학’과 그 정치철학적 구체화의 세 갈래로 전개되어왔다. 철학사적 저술로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한길사, 2008), 『세계철학사1: 지중해세계의 철학』(도서출판 길, 2011),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도서출판 길, 2016) 등이 있고, 존재론적 저술로는 『사건의 철학』(그린비, 2011), 『접힘과 펼쳐짐』(그린비, 2011) 등이 있으며, 실천철학적 저술로는 『천하나의 고원: 소수자 윤리학을 위하여』(돌베개, 2008), 『전통, 근대, 탈근대』(그린비, 201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 등이 있다. 현재는 『세계철학사 3: 근현대세계의 철학』, 『다양체론: 기하학에서 건축까지』를 집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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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책소개


서구 편향적인 반쪽짜리 철학사들을 넘어서는 선구적 시도
근대성이 형성되고 전개된 17~20세기의 유라시아 대륙
서구와 비서구에서 무엇이 근대성을 추동했고
근대성은 어떻게 역사를 바꾸어왔는가
오늘을 만든 사상들의 세계지도


국내 철학계에서 보기 드문 학문적 깊이와 폭을 겸비한 동시에 교양 독자들을 위한 저술 작업에 꾸준히 매진해온 철학자 이정우가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세계철학사 3』을 내놓았다. 지난 2011년, 철학사가 서양 철학사의 동의어와 다름없던 때에 그는, 우리 학자가 쓴 “철학의 진짜 역사, 진정한 세계철학사”를 써내 주목을 받았다.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으로 시작한 장대한 여정은 많은 독자들을 그 길로 이끌었고, 이후 7년 만에 펴낸 둘째 권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2018)을 거쳐, 다시 거의 3년 만에 세 번째 기착지에 당도했다. 당초 이 세 번째 책은 여정의 끝이 될 예정이었으나, 목적지가 아닌 기착지로 수정되었다. 3부작으로 완간하려던 처음 계획이 4부작 완간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에 펴내는 『세계철학사 3』은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즉 ‘근대성의 전체 지도를 그리는 작업’의 결과를 서구와 비서구를 가로지르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더욱 풍성하게 담는 데 집중했다.(마지막 네 번째 책에서는 현대, 즉 탈근대 사유의 지평들을 다룰 예정이다.)
철학사의 긴 여정을 지나서 이제 현대로 직접 이어지는 시대에까지 도달했다. 서양의 전통과 동양의 전통을 논한 후, 이제 우리에게 가까운 시대〔近代〕까지 온 것이다. 이 ‘가깝다’라는 말은 양적 의미로서가 아니라 질적 의미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것은 시간의 외연〔代〕이 지금과 가깝다는 뜻이 아니라, 삶의 양식에서의 유사성을 뜻한다.
이 저작에서는 대략 17세기에서 19세기 중엽까지를 근대성이 형성된 시대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를 근대성이 전개되는 동시에 탈근대성이 도래하는 시대로, 그리고 20세기 중엽 이후를 현대성의 시대로 이해했다. 이에 입각해 『세계철학사』의 이 3권은 17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근대성의 형성과 변화를 다루었다.(「여는 말」)


『세계철학사』 전체의 구도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두고 인류 문명의 사유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첫 번째 권은 부제 “지중해세계의 철학”이 말하듯,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이슬람세계까지 포함)에서 고대와 중세에 전개된 철학의 역사를, 두 번째 권(“아시아세계의 철학”)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동북아와 인도)에서 고중세에 전개된 철학의 역사를 다루었다. 적어도 근대 이전에는 두 세계의 철학이 따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이제 완성한 3권에서는 동과 서를 구분하지 않고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두고 함께 다루며 근대의 사상지도를 그린다. 근대에 들어와 두 세계의 철학이 만났고, 함께 나아갔기 때문이다.
애초 『세계철학사 3』은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을 다루기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원고를 집필할 때마다 늘 그랬듯 수차례 강의를 거치고 퇴고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740쪽에 이르는 책 한 권이 근대 사유에 관한 내용만으로 이미 꽉 차버렸다. 이 책은, 지금 여기 우리의 삶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끼친 “근대” 300년간의 여러 사유들의 알짜를, 서구와 비서구, 자연철학(자연과학)과 형이상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일이관지하게 엮어낸다.


16~17세기의 유럽은 이미 근대성이 발아하기 시작한 시대로 간주되지만, 명·조선·에도막부 등 동북아 왕조들의 경우 이 시대는 여전히 전통 문화가 전개되던 시대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 또한 문화의 어떤 면에 초점을 맞추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역사를 구성하는 여러 갈래들에 있어 이 왕조들에서도 이미 근대성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근대성이 서구에서 급속도로 개화하면서 그 속도 차이가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휘감았다. 우리는 근대성을 이런 유라시아 대륙의 보편적 지평과 서구와 비-서구 사이의 속도차를 동시에 감안하면서 논해야 한다.(「여는 말」)


이러한 “가로지르기”는 지은이가 평생을 고수해온 “철학하기”의 기본 관점이다. 이미 다수의 저작들과 대안공간(철학아카데미, 소운서원)에서의 강의를 통해 전통과 현대, 서구와 비서구, 과학과 철학을 회통하는 철학을 모색해왔고, 또한 공대를 나와 서양 고대철학(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 서양 현대철학(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땄으며, 한학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한문에 능하고 일본 학자들과의 교류까지 활발히 해온 보기 드문 학문적 편력이 쌓여 이 역작이 나올 수 있었다. 덧붙여 현대 수학과 과학, 기술의 영역까지 섭렵함으로써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움과 편견을 타파한 보편적인 관점을 장착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내공을 갖추었다.


이 철학사는 동·서양의 사상들을 하나의 구도에 담아 논했으나, 양 전통을 하나로 통합하려 하기보다는 다만 일정한 방식으로 접합하려 했다. 무리한 통합이 양 전통의 이질성과 간극을 외면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모험’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다만 이 시도가 신중한 균형감각을 통해 이루어졌기를 소망한다.(같은 곳)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해
서구의 자연과학/자연철학과 비서구의 기학
서구에서, 근대가 태동한 17세기는 천재들의 세기, 과학혁명의 세기였다. 케플러·갈릴레오·뉴턴으로 대표되는 과학과 데카르트·라이프니츠 등이 비조가 된 새로운 철학은 자연 이해에 혁명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이 새로운 자연관은 근대성을 형성한 강력한 추동력 중 하나였다. 철학의 한 부분이었던 자연철학이 ‘자연과학’이라는 별도의 분야로 분화하고 나아가 ‘과학기술’이 된 것은 근대 문명의 전개 전반을 압축한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인류 문명의 성격과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같은 시기 아시아에서도 내면으로부터 외물(外物)로 관심의 방향이 바뀌었다. 기학(氣學)이 주자학과 양명학을 극복하며 기(氣)에 대한 객관적인 탐구를 펼쳤는데, 이 객관의 사유가 바로 근대성의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다만 과학과 형이상학의 거리가 멀어져버린 서구의 경우와 달리, 여기서 둘 사이의 거리는 최소화된다. 기학적 세계관은 구체적 현상으로부터 자연철학적 이치 그리고 형이상학적 원리의 차원까지를 연속적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이정우는 서구와 비서구에서 공히 외물, 즉 객관세계에 대한 탐구가 근대성을 견인했으나 서구에서만 과학혁명이 일어났던 이유를 바로 여기서 찾는다. 즉 아시아에서는 자연철학이 형이상학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기에 사물의 차원으로 내려와 자연과학과 기술로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다른 각도에서 볼 경우, 동북아 철학자들은 그런 종류의 인식을 추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아니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경계했다고 해야 한다. 동북아 지식인들은 사물들을 설명하고 조작하면 결국 자연과 인간이 갈라서고 소외가 발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외물’에 사로잡혀 ‘존심(存心)’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동북아 지식인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인격의 완성과 문화세계/이화세계의 구축이지 외물들을 그것들 자체로서 탐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천인합일’로부터 멀어져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1장)


데카르트가 낳은 환원주의적·기계론적 자연관
자본·국가·과학기술의 삼위일체
철학으로부터 독립한 자연과학은 필연적으로 인식론적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서구 사유의 최초 대답은 데카르트의 철학이었다. 데카르트의 철학(합리주의, 기계론, 이원론)과 고전 역학의 체계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자연관을 도래시켰다. 이것이 서구에서 발원한 근대성=‘모더니티’의 한 축을 형성한다. 그런데 앞의 인용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 책의 곳곳에서 지은이는 서구의 환원주의적·기계론적 자연관이 배태한 문제를 지적한다.


자연철학/과학기술의 맥락에서 출발점이 되는 근대성은 대상화, 등질화, 결정론, 환원주의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근대 자연철학은 자연을 대상화하고(자연은 더 이상 ‘퓌지스’가 아니다.), 그것을 인간이 정복해서 유용하게 이용하는 재료로 만들었다. 또 자연의 모든 것들을 등질화해서 양화하고 공간화하고 측정하고 함수화하고 계산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또, 자연을 기계적 인과에 따라 움직이는, 시계처럼 결정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어떤 최종적인 요소들이 형성하는 존재면으로 다른 모든 존재면들을 환원했다.(1부 결론부)


나아가 지은이는 “근대성의 이 축은 근대성의 다른 한 축인 자본주의 및 또 다른 한 축인 국민국가와 밀접하게 얽히게 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자본과 국가 그리고 과학기술의 삼위일체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근대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세계 인식의 토대로 삼고 그것에 자본과 국가가 결합해 자연과 인간을 대상화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삶의 양태를 근대성=모더니티로 규정할 수 있다.(같은 곳)


스피노자·라이프니츠와 왕부지의 표현주의 형이상학
경험주의·계몽주의·칸트와 실학·기학·민중사상의 주체철학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17세기 갈릴레오로부터 촉발되어 뉴턴에게서 완성된 1차 과학혁명과 데카르트의 합리주의·기계론 철학, 그리고 19세기 볼츠만·맥스웰·다윈 등의 열역학과 진화론에 의해 일어난 2차 과학혁명과 그로 인한 인식론과 존재론에서의 변화를 다루었다.
이후 2부에서는 17세기에 데카르트 환원주의의 대척점에서 구축되었던 새로운 형이상학들을 다룬다. 지은이는 이러한 새로운 형이상학을 “표현주의” 형이상학이라 일컫는데, 표현주의의 입장에서 볼 때 환원주의는 무수한 존재면들 중 어느 하나를 특권시하고, 다른 모든 존재면들을 그 존재면으로 환원해 설명하려는 존재론이다. 지은이는 서구에서는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사유를, 그리고 동시대 아시아세계에서는 왕부지의 기 일원론을 표현주의의 관점에서 함께 비교하며 논하는 획기적인 시도를 감행한다. 스피노자·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이 데카르트 환원주의와 정면으로 대결하고자 했다면, 동북아의 서경덕·왕부지·대진 등이 펼친 기 일원론은 리기 이원론의 성리학 전통과의 대결의식을 가지고 전개된 철학체계이다. 그리고 이는 최한기에 이르러 근대적 철학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지은이는 “기 일원론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동북아에서의 근대적 사유가 형성・발전되어가는 과정—적어도 그 한 갈래—을 세밀하게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그리고 왕부지(를 중심으로 한 기 일원론)의 사유는 공히 초기 근대가 이룩한 새로운 형태의 자연철학(physica)을 배경으로 해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형이상학(metaphysica)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형이상학은 공히 표현주의의 형태를 띠었다.
이들은 모두 이전의 이원론적 사유체계—스피노자·라이프니츠의 경우에는 데카르트의 이원론, 왕부지의 경우는 주희의 이원론—를 논적으로 삼았다. 이들에 반(反)해 일원론적 표현주의 철학을 전개했던 것이다. … 자신이 속한 전통을 송두리째 전복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스피노자가, 새로운 참신한 개념들과 과학적 성취를 이룩했다는 점에서는 라이프니츠가, ‘역사’와 ‘주체’라는 이후 철학적 사유의 중핵을 차지할 개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왕부지가 보다 혁신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2부 결론부)


다른 한편, 근대의 철학은 또한 주체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점은 경험주의적 정향과 맞물려 있는데, 왜냐하면 경험이란 결국 주체가 하는 것이고 주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험주의와 주체철학은 서로 맞물려 있다. 그리고 이런 주체철학은 근대적인 시민적 주체를 만들어간 정치적 주체이기도 했다. 3부와 4부는 바로 이 주체의 철학을 다룬다.
3부에서는 먼저, 성리학을 비판하면서 유학을 당대의 현실 속에서 다시 사유하고 그 실천적 성격을 회복시키려는 혁신의 흐름, 즉 실학(實學)을 경학·경세학과 기학 그리고 민중·민족의 사상이라는 세 갈래로 나누어 살펴본다. 지은이는 “동북아 근대 사상의 고유한 성취들 중 하나는 근대적 주체—칸트의 ‘선험적 주체’와는 다른 형태의 근대적 주체—의 개념을 사유했다는 점에 있다”고 말한다. 이토 진사이, 대진, 정약용이 근대적 주체성 개념을 제시한 철학자들로, 오규 소라이가 ‘정치적인 것’의 수립과 구체화를 이룬 철학자로 제시된다. 또한 19세기에 근대 기학을 전개한 최한기는 당대에 이미 서구 과학의 성과들을 흡수하면서 보기 드문 동북아적 인식론과 선험적 주체론을 정립한 인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동학(東學)이 대표하는 동북아의 민중사상은 봉건사회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형태의 민본주의로서 현대 민주주의를 사상적으로 예비했다고 서술된다. 그다음으로 서구의 경험주의와 계몽주의, 그리고 칸트의 선험적 주체의 철학이 함께 3부에서 다루어진다. 이때 비서구와 서구의 주체철학은 각각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에 토대를 두었다는 점에서 대별된다.
마지막 4부는 홉스·스피노자·로크 등에 의해 마련되고 흄·스미스·계몽사상가들·루소·칸트·헤겔 등으로 이어진 서구의 근대 정치철학과 이슬람과 인도, 동북아(중국, 조선, 일본) 등 비서구의 국가들이 서구 제국주의와 맞닥뜨려 근대화=서구화되는 과정을 돌아본다. 이때 서구 제국주의는 그들의 정치철학에 이미 내장되어 있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사회진화론이 결합해 빚어진 비극적 귀결이었다. 요시다 쇼인, 후쿠자와 유키치의 사상 내용과 그 수용 과정은 근대 정치철학이 제국주의로 치닫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서구 근대 철학의 존재론과 인식론
근대성 타락의 원인과 그 극복의 모색


지은이는 근대성 타락의 원인을 근대 철학의 심층에 깃들어 있는 존재론과 인식론에서 찾았다. 그것은 곧 “인간의 개념 및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 대한 개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4부의 결론에서 “근대 이래 사상사의 가장 큰 비극들 중 하나는 자연과학에서 성립하는 패러다임을 인간/사회에 덮어씌워 온 것이었다”라고 지적한다.


18세기에는 물리학적 범주를 무차별 적용함으로써 조잡한 기계론적 유물론이 흥기했고, 19세기에는 진화론을 무차별 적용함으로써 사회진화론이 나왔던 것이다.


근대의 자연철학과 형이상학은 데카르트의 기계론을 그 주요 출발점으로 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해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근대 철학에는 등질화, 결정론, 일방향적 인과론, 환원주의, 발생적 오류 같은 측면들이 내장되어 있었다.
근대 철학의 빛나는 성취는 인간을 주체로서 우뚝 세운 것과 그러한 철학적 기반 위에서 근대적 시민(넓은 의미)이 주체가 되는 정치철학을 수립한 점에 있다. 그러나 그 귀결은 결국 비-유럽 국가들을 침탈하는 제국주의였다. 중요한 것은 이 귀결을 단지 철학과 현실의 괴리로 간주하기보다 근대 철학 자체에 어떤 결함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맺는 말」)


이제 근대 철학을 이은 20세기의 철학은 “‘형이상학의 부활’로 특징지어지며, 이 새로운 형이상학은 근대의 인식론과 형이상학에 내장되어 있는 문제점들과 대결하면서 펼쳐진다.” 제국주의, 환경 파괴, 인간 소외, 기술 지배 등 근대성이 초래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는 현대 철학의 탈근대적 시도들은 <세계철학사>의 마지막 4권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에 앞서 근대성의 전체 지도를 그린 이 작업(카르토그라피)은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를 파악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우리가 철학의 진정으로 보편적인 역사를 다시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철학에서 비롯된 인간 문명의 역사를 성찰하는 데까지 나아가길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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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철학사에서 그야말로 세계의 철학사이다. 4권 마감으로 결정한 필자의 결정을 존중한다! 4권도 빠른 시일 내 만나길 기대한다!!! 구매
북극성 2022-01-20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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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되어 읽히고 있는 일반적인 철학사와는 깊이와 넓이 자체가 다르다 구매
shuita 2022-01-16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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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1 월 1 주 신간 인문학 적바림 새창으로 보기
2022년 1월 1주 (01/03 ~ 01/09) 신간 인문학 적바림.



<세계철학사 3>는 이정우 교수의 세계철학사 세 번째. 주제는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 그 동안 지중해 세계 철학을 다룬 1권은 2011년에 나왔고, 아시아 세계 철학을 소개한 2권은 2018년에 출간됐다. 그리고, 20세기 초반 이후 탈근대 철학 흐름을 분석한 4권을 계획.


1 월 1 주에 리뷰/추천된 신간 인문학 중에서 점수 순으로 뉴 페이스는 다음과 같다.


인문학 (21)




1. 요망하고 고얀 것들 (이후남 지음) [20.3]


2. 스필버그의 말 (스티븐 스필버그 지음) [15.7]


3. 미식가의 어원 사전 (앨버트 잭 지음) [9.4]


4. 세계철학사 3 (이정우 지음) [6.1]


5.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윤혜준 지음) [4.4]


6. 메타버스 세상의 주인공들에게 (이상근 지음) [4.1]


7. 일본의 각성 (오카쿠라 텐신 지음) [2.9]


8.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 지음) [2.8]


9. 음악인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3]


10. 이시한의 열두 달 북클럽 (이시한 지음) [3]


11. 우리나라 탈 (한국민속극박물관 지음) [3]


12. 두 비교문학자의 편지 (강정화, 신이연 공저) [3]


13. 기적의 와인 (미엔코 마이크 그르기치 지음) [3]


14.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학 (이중원 외 지음) [3]


15. 레드 로드 (손호철 지음) [3]


16. 중국유학의 정신 (곽제용 지음) [2]


17. 그래서 유럽풍이란 게 뭔가요 (이은화 지음) [1.7]


18. 호모 씨피엔스 (윤학배 지음) [1.7]


19. 기술철학 입문 (알프레트 노르트만 지음) [1.2]


20. 지식인의 아편 (레몽 아롱 지음) [1.1]


21.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파스칼 세이스 지음) [1.1]



주1. [] 안의 숫자는 추천+빈도 누적 점수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름)
주2. 읽고 있거나 읽은 책의 리스트가 아님 (향후에 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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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파라-독사의 사유 - 장자와 철학 이정우

알라딘: 파라-독사의 사유



파라-독사의 사유 - 장자와 철학
이정우 (지은이)그린비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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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
368쪽
책소개
모든 것이 상품으로 환원되는 시대에 『장자』를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철학자 이정우의 첫 번째 동양고전 해설서 『파라-독사의 사유: 장자와 철학』은 천하통일을 위해 칼을 들고 싸웠던 전국 시대와 돈을 가지고 싸우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가 다르지 않다고 진단하며, 다시 꿈을 꾸게 하는 고전으로서의 『장자』에 주목한다.

『장자』, 「내편」의 주요 대목을 저자가 직접 번역하고 해설한 이 책은 특정한 통념(doxa)에 고착된 사유들을 해체하고, ‘그 사유들의 갈라짐을 응시하고 보듬는’ 파라-독사(para-doxa)의 사유로써 변신을 꿈꾸자고 말한다.


목차


1부|대붕이 품은 무하유지향의 꿈 9
1장 큰 것과 작은 것 13
2장 ‘격’의 차이 35
3장 무용지용 52

2부|파라-독사의 사유, 존재론적 평등 61
1장 도와 만물 63
2장 삶의 힘겨움, 앎의 어려움 78
3장 파라-독사의 사유 100
4장 도의 존재론 114
5장 도의 에티카 140
6장 물화 156

3부|만물의 기와 통하다 163
1장 오로지 중(中)을 따름 167
2장 신기통과 양생의 길 171
3장 달관의 양생술 193

4부|도를 품고 세상을 살다 201
1장 모름지기 인간세를 살아가려면 205
2장 ‘용’의 세계로서의 인간세 231

5부|통념을 넘어, 인정의 바깥으로 243
1장 타자의 철학 245
2장 불행을 넘어 260
3장 인정의 바깥으로 266

6부|대종사-되기, 죽음의 달관 277
1장 대종사-되기 279
2장 죽음에의 달관 311

7부|‘허’를 품고 다스리는 이 341
1장 명왕의 정치 343
2장 사이비 도사를 물리치다 352
3장 허와 혼돈 357

감사의 말 361
참고문헌 362
인명 색인 364
개념 색인 366
접기


책속에서



P. 161~162현실성으로서의 독사는 강고한 동일성을 띠고 있다. 그것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바위와도 같다. 그래서 장자가 말하는 파라-독사의 경지는 꿈과도 같다. 그것은 꿈처럼 환상적이다. 그러나 꿈조차 없는 인간보다 더 비참한 존재가 어디에 있으랴. 파라-독사의 세계는 꿈이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우리는 꿈꿀 수 있는 존재이기에 사유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실천이 아무리 미약한 것일지라도 그것은 꿈 없이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파라-독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할 때 그 힘은 결코 미약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장자의 사유는 꿈이고, 우리는 그와 더불어 꿈꿀 수 있다. 접기
P. 249올자는 현실적으로 제도권 바깥으로 내쳐진 사람인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장자에게서는 도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반대로 말하면, 도의 세계에 든 사람이기 때문에 거꾸로 안의 세계에 들어오면 올자가 되는 것이다. 현실세계는 도의 세계의 왜상(歪像)일 뿐이다. 그래서 도에 든 사람은 현실세계에서는 왜상처럼 보인다. 올자는 타자이고 현대 철학에서 말하는 타자와 통하지만, 장자 고유의 형이상학적 함의를 띤다고 하겠다. 접기
P. 351도가 철학이 생각하는 왕은 ‘무’로서의 왕이었다. 왕은 만인과 만물의 중심에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그 중심은 ‘텅 빈 중심’이어야 한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모이되, 그 한가운데가 비어 있어야 수레가 제구실을 한다”고 했던 것을 상기하자. 왕이 유, 그것도 가장 거대한 유일 경우 만인과 만물이 그 그림자 안에 들어가 제약을 받게 된다. 텅 빈 중심이 만인과 만물의 가능성을 보듬어 주는 중심이 될 때에, 그 왕은 명왕이 될 수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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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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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정우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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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타자-되기의 윤리학’과 그 정치철학적 구체화의 세 갈래로 전개되어왔다. 철학사적 저술로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한길사, 2008), 『세계철학사1: 지중해세계의 철학』(도서출판 길, 2011),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도서출판 길, 2016) 등이 있고, 존재론적 저술로는 『사건의 철학』(그린비, 2011), 『접힘과 펼쳐짐』(그린비, 2011) 등이 있으며, 실천철학적 저술로는 『천하나의 고원: 소수자 윤리학을 위하여』(돌베개, 2008), 『전통, 근대, 탈근대』(그린비, 201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 등이 있다. 현재는 『세계철학사 3: 근현대세계의 철학』, 『다양체론: 기하학에서 건축까지』를 집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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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초판한정 오디오북usb 특별판)>,<문학 천재 진단하기>,<기술철학 개요>등 총 609종
대표분야 : 철학 일반 2위 (브랜드 지수 149,441점), 여성학/젠더 10위 (브랜드 지수 26,888점), 고전 22위 (브랜드 지수 144,078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극단주의자들에게 장자가 말한다,
당신은 도를 보지 못한다고
― 소운 이정우의 가장 진일보한 사유를 담은 『장자』 해설서

모든 것이 상품으로 환원되는 시대에 『장자』를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철학자 이정우의 첫 번째 동양고전 해설서 『파라-독사의 사유: 장자와 철학』은 천하통일을 위해 칼을 들고 싸웠던 전국 시대와 돈을 가지고 싸우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가 다르지 않다고 진단하며, 다시 꿈을 꾸게 하는 고전으로서의 『장자』에 주목한다. 『장자』, 「내편」의 주요 대목을 저자가 직접 번역하고 해설한 이 책은 특정한 독사(doxa)에 고착된 사유들을 해체하고, ‘그 사유들의 갈라짐을 응시하고 보듬는’ 파라-독사(para-doxa)의 사유로써 변신을 꿈꾸자고 말한다.

장자가 살던 전국 시대에는 천하가 통일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세상을 짓눌렀다. 천하가 다원적이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용인될 수 없는 시대였다. 장자는 이런 흐름의 한가운데에서 삶을 영위해야 했던 인물이다. 한 가지 믿음과 통념, 즉 독사를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장자는 과감하게도 파라-독사의 사유를 전개한다. 장자의 파라-독사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이율배반이 아닌 다양한 해답이 모여 있는 세계 전체, 혹은 질문 자체를 가리킨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어떤 문제의 답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주어진 문제의 답/독사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독사 내에서는 문제인 전체, 즉 파라-독사를 볼 수가 없다. 이 세계가 도의 얼굴들 중 하나라면, 우리는 도 자체를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답으로부터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 도를 사유해 볼 수 있고, 도에 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할 수 있다. 장자의 사유는 바로 이런 파라-독사의 사유이다.

장자에 관한 존재론적 분석
“인간들이 스스로 멸망하지 않으려면?”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는 ‘존재론적 달걀’을 이야기한다. 본래의 자연은 달걀의 큰 구이다. 그러나 그 구에는 인간이 비어져 나올 가능성도 들어 있었다. 작은 구로서의 인간은 스스로를 주체로 만들어 큰 구를 위협했지만, 그 결과는 스스로의 멸망일 것이다. 큰 구와 작은 구 전체, 즉 도에 입각해 사유하고 살 때에만 존재론적 달걀은 온전할 것이다.

저자는 대개 짧게 끊어 읽는 『장자』를 길게 끊어 읽어, 논의의 전체 흐름이 잘 보이도록 분절하였다. 그리고 가독성을 중시해 최대한 유려한 우리말로 번역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문헌학적 해석보다는 논리적이고 존재론적인 분석에 중점을 두어, 장자 사유의 근본적 테제들이 잘 부각되도록 해명한다. 특히 파라-독사의 사유와 존재론적 달걀이라는 저자의 철학적 개념들에 입각해 장자 사유를 하나의 철학체계로서 일관되게 해명한다.

파라-독사의 사유와 존재론적 달걀, 이 개념들은 모두 도를 알 수 없는 세계에서 도를 추구하기 위한 도구이다. 우리는 세계를 초월해 도를 내려다볼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어떤 특정한 제약이기에, 우리는 결국 이곳에서 출발해 사유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제약과 더불어 도의 사유를 추구해 나가는 것, 이것이 어느 주관성이나 상대성에 머물지 않고, 그 주관성과 상대성 자체를 깨닫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장자』의 해설서인 동시에 철학자 이정우의 가장 진일보한 사유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사건의 철학』에서 제시했던 파라-독사와 농-상스(non-sens)의 사유,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에서 등장했던 노자와 장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파라-독사의 사유』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며 장자의 철학을 근대적 사유를 극복할 철학으로 재해석한다.

1부 「대붕이 품은 무하유지향의 꿈」은 「소요유」를 화이위조(化而爲鳥)와 무용지용(無用之用)에 초점을 맞추어 논하고 있으며, 특히 장자 사상에 대해 모순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비판적으로 답한다. 화이위조에 대해서는 ‘~되기’의 관점에서, 그리고 무용지용에 대해서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가져야 할 가치로서 논하고 있다. 화이위조와 인순(因循) 사이에 모순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곽상의 해석을 비판하면서 장자 사유에 모순이 없음을 논증하고 있다.

2부 「파라-독사의 사유, 존재론적 평등」은 장자 사유의 중핵을 담고 있는 「제물론」을 다룬다. 첫 번째 장 ‘도와 만물’에서는 사람퉁소, 땅퉁소, 하늘퉁소를 도와 만물의 관계를 표현하는 비유로 이해하고 이를 존재론적으로 해명한다. 두 번째 장 ‘삶의 힘겨움, 앎의 어려움’에서는 장자 사유의 기본 정향을 논하면서, 특히 성심(成心) 개념이 이중의 의미를 띠고 있음을 지적한다. 아울러 제논과 칸트의 이율배반, 플라톤과 헤겔의 변증법, 그리고 노자와 장자의 파라-독사를 비교한다. 세 번째 장 ‘파라-독사의 사유’에서는 본격적으로 파라-독사 개념을 논하면서, 이 개념에 입각해 도추(道樞) 개념과 양행(兩行) 개념을 해명한다. 네 번째 장 ‘도의 존재론’에서는 『장자』 가운데에서도 특히 난해한 이 대목의 텍스트를 논리적으로 풀어 해명한다. 다섯 번째 장 ‘도의 에티카’에서는 장자가 지향하는 근본적인 에티카가 무엇인지를 해명한다. 마지막 장인 ‘물화’에서는 호접몽(胡蝶夢)의 존재론적 의미를 해명한다.

3부 「만물의 기와 통하다」에서는 「양생주」를 읽으면서 장자의 기철학과 인식론을 해명하며, 특히 혜강 최한기의 통(通) 개념과 연계하여 논한다. 유명한 포정해우(庖丁解牛)가 집중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며, 장자 고유의 인식론을 플라톤 이래의 여러 인식론들, 특히 앙리 베르그송의 직관 개념과 비교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사회는 미셸 푸코가 분석한 생명정치(biopolitique)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사회이며, 이런 삶의 양식을 ‘양생술’로 전환해야 함을 역설한다.

4부 「도를 품고 세상을 살다」는 「인간세」를 분석한다. 순자는 장자가 “자연만 알고 인간을 모른다”고 했으나, 「인간세」에서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장자의 고민이 펼쳐진다. 장자는 모든 것이 용(用)에 의해 평가되는 이 세상, 위험하고 잔인한 이 세상을 마음속에 도를 품고서 살아갈 것을 설파한다.

5부 「통념을 넘어, 인정의 바깥으로」는 「덕충부」를 분석한다. 저자는 이 대목을 ‘타자의 철학’으로서 풀어 간다. 발을 잘리는 월형(刖刑)을 당해 세상 바깥으로 내쳐진 올자(兀者)가 오히려 도를 깨달은 인물로 나온다. 도가 없음이 정상적으로 보이는 이 세상에서 도를 깨달은 사람은 온몸이 뒤틀린 기형, 괴물로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세상이야말로 사실은 도의 차원의 왜상(歪像)인 것이며, 장자는 덕으로 충만한 기형, 괴물의 인물들을 통해 이 점을 설파한다.

6부 「대종사-되기, 죽음의 달관」에서는 「대종사」가 논의된다. 저자는 『장자』의 여러 편들이 전반부와 후반부가 대조를 이루도록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이 점은 「대종사」에서 두드러지며, 이 편의 전반부가 대종사의 높은 경지를 그리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죽음에 처한 비참한 상황들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조는 사실 동전의 양면이다. 누군가가 대종사에 오른 가장 분명한 징표는 바로 죽음에 처했을 때이기 때문이다. 장자는 죽음의 달관을 설파한다.

7부 「‘허’를 품고 다스리는 이」는 「응제왕」을 독해하면서 장자의 정치철학을 논한다. 특히 장자 정치철학의 근간을 허(虛)와 혼돈(混沌)으로 보고서 그 도가철학적인 의미를 해명한다. 저자는 허와 혼돈을 「제물론」에 나오는 하늘퉁소로 해석한다. 하늘퉁소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것에 인간의 기준을 적용해 구멍을 뚫는다면 허와 혼돈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오히려 허와 혼돈에 기반해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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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정우 선생의 장자라니!! 기다렸습니다^^
klimt0405 2021-12-2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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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하며 현실적인 장자 사상




장자의 소요유(逍遙遊)가 말해진 시대는 국가들 사이의 전쟁이 삶의 기본 틀이었던 전국(戰國)시대였다. 법가적 세계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는 세계였다. 춘추시대의 그 많던 나라들이 하나둘 사라져 일곱 나라만이 남은 전국시대는 학파들의 시대였고 다양한 학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 구축에 있어 특히 글쓰기의 문제를 예민하게 생각했다.



소요유는 낭만적인 느낌보다 처절한 느낌 또는 저항적인 분위기로 다가온다. 장자의 사유는 삶의 의미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추구하는 형이상학적 고투를 담고 있는 철학이다. 저자에 의하면 플라톤이 einai(~이다)와 dokei(~처럼 보인다)를 명확히 구분했거니와 철학의 역사는 einai를 찾아 헤맨 역사다. 장자의 사유는 화(化)의 사유로서 왜소화된 삶에서 탈주해 대붕이 되는 철학인 동시에 왜곡된 작위(作爲)에서 탈주해 자연(自然)으로 회귀하는 철학이다.



장자의 상대로 혜시(惠施) 또는 혜자(惠子)가 있다. 명가철학자이다. 언어에 대한 관심을 철학적으로 가장 멀리 밀고 나간 학파가 명가(名家)다. 명가철학자들은 처음으로 눈뜬 이 언어라는 것의 매력에 깊이 침잠해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때로 궤변이라 불리기까지 할 정도의 언어철학적 사변을 펼쳤다. 아쉬운 것은 이들이 언어에 대한 흥미로운 사변으로 나아가기만 했을뿐 현실로 다시 돌아와 뚜렷한 실천철학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철학은 아나바시스(상승)와 카타바시스(하강)의 오르내림을 통해 완성되거니와 이들에게는 이렇다 할 카타바시스가 없었다. 저자는 지상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꿈속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시를 쓰고 궁극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형이상학을 한다며 우리에게 고향이 세 곳이나 있으니(갈 곳이 많아) 좋지 않은가, 말한다.



장자의 사유는 주체가 세계를 구성해내는 주체중심적인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진리를 깨닫기 위해 주체가 자신을 잃어버리는/ 놓아버리는 사유다. 장자가 추구하는 것은 앎이 아니라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앎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앎의 한계가 드러나고 그것이 비워질 때 돌연 나타난다.



장자가 추구하는 앎은 사물들의 세세한 이치를 알려고 하는 째째한 앎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의미 전체를 통관(通觀)하려는 너그러운/ 넉넉한 앎이다. 그리고 그의 언어는 세세한 이치들을 늘어놓는 수다스러운 언어가 아니라 깨달음 전체를 전하는 담박한 언어다. 장자의 파라 독사의 사유는 이율배반이 아니라 역설에 더 가깝다. 장자의 도추(道樞) 개념을 보자. 도추는 도가 이지러져 존재론적 분절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지도리는 문의 여닫음을 가능하게 한다. 문의 이쪽과 저쪽에 상반된 것들이 존재한다. 지도리에 서는 것은 문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보는 것이다. 도추는 유(有)와 유(有)의 가운데에 있는 무(無)이다. 이 무는 없음이기보다 아무것도 아님이다. 이 지도리에 섰을 때 무엇임들의 상대성이 보이고 그것들을 평등하게 대할 수 있다. 어떤 능선도 아닌 산의 정상(문제)에 섰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산의 여러 능선들(’해; 解‘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도추(道樞)란 사물의 상대적인 참과 거짓, 옳고 그름의 대립을 넘어선 절대적인 도(道)의 경지를 말한다. 도추는 양행(兩行)과 통한다. 성인은 시비의 다툼을 가라앉히고 하늘의 가지런함에서 편히 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장자가 말하는 도(道)란 드러나는 것도 숨는 것도 아닌 은은한 빛남 즉 골의지요(滑疑之燿)이고, 도를 집요하게 사유할 때 우리가 만나는 것은 도의 오묘함이다.



도는 지식으로써 끝내 소진할 수 없는 하늘곳간(천부; 天府)이고 보광(?光; 가려진 빛)이다. 장자는 단순히 현실을 부정하면서 도/ 자연으로 나아가려는 환원론적 자연주의자가 아니다. 도를 품고 있는 사람은 빛을 함부로 직접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뛰어난 사람은 오히려 그 빛을 감춘다. 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을 보라.



도의 경지에 설 때 어느 주관성이나 상대성에 머물지 않고 그 주관성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나이기 때문에 지도리에 서지 못하고 이미 나에게로 기울어진 입장을 갖는다. 도의 세계는 이 차이가 무화되는 세계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리로 향하려면 결국 나와 타인 사이의 도추에 서서 해들이 아니라 문제를 보아야 한다. 장자의 사유는 파라 독사의 사유다.



그것은 특정한 독사에 고착된 사유들을 해체하고자 하며 그러면서도 상대성에 만족하기보다 그것들을 보듬는 파라 독사의 차원을 응시한다. 때문에 그의 사유는 독사들이 갈라지는 지도리 나아가 현실성과 가능성이 갈라지는 지도리에 서서 사유하는 도추, 양행의 사유다. 장자는 안 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고 공자는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끝내 하려고 했다.



장자가 볼 때 공자는 안타깝고도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유가 철학이 중시하는 것이 인정(人情)이고 도가 철학이 극복하려는 것이 인정이다. 유교는 위타(爲他)의 철학, 장자의 사유는 위기(爲己)의 철학이다. 배움을 폄하해서도 안 되고 깨달음을 신비화해서도 안 된다. 자연에 따라 사는 것이 장자의 원래 생각이지만 그런 자연이 이미 왜곡되어 왜소화된 세상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날아오르라고 하는 것이다. 도는 초월자, 절대자가 아니다. 삶속에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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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스케치북 2022-01-05 공감(1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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