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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원효부터 장일순까지 … “동아시아 지성사의 맥락 강조했다” - 교수신문

원효부터 장일순까지 … “동아시아 지성사의 맥락 강조했다” - 교수신문

원효부터 장일순까지 … “동아시아 지성사의 맥락 강조했다”
최익현 기자
승인 2015.10.13

『한국철학사』 출간한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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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전호근·김시천 지음, 책세상, 2010)를 내놓았던 고전학자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다시 문제작 하나를 내놨다. 그간 여러 책을 내놓긴 했지만, 이번 『한국철학사』라는 굵직한, 문제적인 勞作은 단연 눈길을 끈다.
물론 ‘한국철학사’에 대한 도전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한국철학사연구회가 쓴 『한국철학사상사』(한울, 1997),한국철학회가 엮은 『한국철학사』(3권, 동명사, 1999), 최영진의 『한국철학사: 16개의 주제로 읽는 한국철학』(새문사, 2009), 이종우의 『한국철학사: 외래사상 대 토착사상의 갈등과 유형』(이담북스, 2011), 이규성의 『한국현대철학사론: 세계상실과 자유의 이념』(이화여대출판부, 2012) 등이 있다. 이을호 선생의 전서 시리즈로 나온 『한국철학사 총설』(다산학연구원 엮음, 한국학술정보, 2015)도 있지만, 이건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선행 노작들이 있는 데도 전 교수의 책에 주목하는 이유는 ‘동아시아 지성사적 맥락’을 그가 강조한 탓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동아시아 지성사의 흐름을 도외시한 철학사 기술은 한국철학의 범주를 너무 좁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기술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그가 한국철학의 고유성이나 독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상의 접점을 좀 더 넓게 보려고 한다. 200자 원고지 3천600매로 원효에서 장일순까지를 ‘한국철학사’라는 흐름에 담아낸 그를 만났다.





△ 질문이 포괄적인데, 『한국철학사』는 어떤 책인가.
“서문에서 밝혔듯 나는 한국철학이 고립된 지역의 일시적 산물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장구한 사유를 이어 온 동아시아 전통 지식인들의 오래된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동아시아 지성사의 맥락이라는 큰 줄기를 염두에 두고 철학자들의 삶이나 사상 뿐 아니라 그런 사유가 가능하게 된 기원을 충실히 밝힘으로써 한국적 사유를 폭을 넓히고자 했다. 그 때문에 유학은 물론 불교와 도교사상, 동학, 마르크스주의 철학, 기독교 사상에 이르는 폭넓은 사유를 모두 한국철학이라는 틀 안에 아울렀다.
애초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탈고하고 나서 정리해본 결과 한국적 사유의 특징은 양극단을 통합하고 상대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돼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효와 의상, 균여와 의천, 지눌, 그리고 최제우, 박종홍, 장일순 등이 그런 사유의 대표자라 할 수 있다. 또 성리학자들의 경우 자기성찰과 실천적 지향이라는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 사실 ‘1천300년 한국 철학사’를 한 흐름으로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기존의 출판성과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한 개인이 수행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왜 ‘한국철학사’를 집필했나.
“한국철학을 전공한 자라면 한국철학사를 기술하는 일은 당연한 소망이자 사명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바람이나 의무감이 곧바로 집필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나는 시민강좌를 많이 하는 편인데 한국철학은 그다지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동양철학을 주제로 내걸면 꽤 많은 사람이 오지만 한국철학을 주제로 강좌를 열면 들으러 오는 시민이 거의 없어서 폐강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11년에 동대문정보화 도서관의 요청으로 조선철학사라는 제목으로 6회 강좌를 열었는데, 100명 가까운 시민들이 들으러 온 것이다. 그래서 이듬해에 한국철학사라는 제목으로 40회 강좌를 기획해서 1년 내내 강의를 진행했다. 무척 힘들었지만 그 때 마련한 강의록을 토대로 집필에 착수할 수 있었다.

△ 최초 집필을 결심한 때는 언제인가? 자료 수집과 집필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공도서관에서 강의한 다음에 언젠가는 강의록을 책으로 엮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강의를 모두 들은 출판사 대표가 강의를 녹취한 내용을 풀어서 책으로 내자고 제안해왔다. 그 제안에 따라 집필에 착수한 것은 지난 해 7월부터였다. 원고분량은 200자 원고지 3천600매 가량이다. 그리고 자료 수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전통시기 철학자들의 원문자료는 한국고전번역원과 국사편찬위원회 등의 원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충분했다. 또 현대철학자를 기술할 때도 신남철 선집이나 박종홍 전집 등이 이미 선배학자들에 의해서 정리가 잘 돼 있었기 때문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결코 빛나지 않는 작업을 선각자적 견지에서 미리 준비해준 선배학자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 기존에 쉽게 만날 수 있는 ‘한국철학사’ 관련 책으로는 한국철학사연구회가 쓴 『한국철학사상사』(한울, 1997), 한국철학회가 엮은 『한국철학사』(3권, 동명사, 1999), 최영진의 『한국철학사: 16개의 주제로 읽는 한국철학』(새문사, 2009), 이종우의 『한국철학사: 외래사상 대 토착사상의 갈등과 유형』(이담북스, 2011), 이규성의 『한국현대철학사론: 세계상실과 자유의 이념』(이화여대출판부, 2012) 등이 있다. 기존의 한국철학사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가? 예컨대 이종우 역시 한국철학의 “한국철학사도 세계의 철학이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한국철학의 독자성이나 고유성을 찾는 데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동아시아의 지성사적 맥락을 소홀히 한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동아시아 지성사의 흐름을 도외시한 철학사 기술은 한국철학의 범주를 너무 좁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기술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국철학에 독자성 고유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유성이나 독자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철학이든 그 사유를 통해 한국인이 당면했던 구체적 현실을 고민했다면 독자성은 바로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 ‘한국철학사’라고 하면, 다른 분야가 그러하듯 개념과 범주, 문제의식, 방법론 등을 별도의 장으로 두고 기본방향을 잡는 서술구조를 취할 텐데, 이번 책에는 이와 관련된 독립된 장을 두지 않았다. 조금 불친절한(덜 전문적인) 것 아닌가?
“덜 전문적이라고 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다. 그게 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학술적인 내용을 기술하고 있지만 전공자들을 위한 논문이 아니라 대중교양서다. 그래서 학술적 측면에서 보면 비어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또 이런 주제는 미리 정해놓고 글을 쓰기보다는 글을 다 쓴 다음에 정리하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적절한 시점에 이와 관련된 주제를 학술지에 발표할 생각이다.”

△ 다소 중복되는 질문일텐데, 원효와 지눌, 정도전, 이황, 조식, 정제두, 홍대용, 정약용 등이야 ‘한국사상사’에 친숙한 이들이라 공감할 수 있지만, 근대 일제강점기 마르크스주의철학자 신남철, 박치우를 복권하고, 종교 사상가로 알려진 유영모, 함석헌을 ‘철학자’ 반열에 올렸다(그렇지만 이들을 ‘철학사’에 호명해낸 것은 선생님이 처음은 아니다). 물론 박종홍도 조명했다. 나아가 처음으로 장일순을 철학자로 호명했다. ‘철학사’라는 통사적 흐름으로 볼 때, 이들을 한 흐름으로 엮을 수 있는 ‘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다룬 부분이 있다. 예컨대 정몽주 같은 경우에도 철학관련 글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철학사 기술에서는 다루기 어렵다. 하지만 성리학의 특징은 자기성찰이 철저하고 실천에 무게를 두는 데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정몽주 같은 유학자도 얼마든지 성리학적 가치를 실천한 철학자로 분류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신남철, 박치우를 비롯한 마르크스주의자나 유영모, 함석헌, 장일순 등 또한 자신이 읽은 글을 구체적인 현실에서 실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철학자로 기술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본문에서 밝혔듯 선생님은 “사적 고찰을 통해 철학의 연대기를 충실하게 구성하는 일보다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학자들의 사유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 밝힘으로써 오랫동안 우리 스스로에 의해 그리고 서구의 시선에 의해 일방적으로 타자화된 사유를 지금 살아 움직이는 삶의 문법으로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이 부분,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의도는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판단하는지?
“현대 한국인의 삶에서 전통시기의 철학자들의 사유를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원효의 화쟁 철학을 설명하면서 예로 든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나, 이규보의 사유를 소개하면서 시인 백석의 시를 예로 든 것, 또 박지원의 시를 통해 부자간의 사랑이나 형제애를 이야기한 것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따를 뿐이다.
그리고 서구의 일방적 시선에 의해 동아시아의 사유가 타자화됐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지만 짧게 이야기하겠다. 18세기까지 동아시아를 경외했던 유럽인들이 19세기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업신여기기 시작한 것은 제국주의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급기야 인종주의나 우생학까지 동원하여 동아시아 사회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놓고 침략을 합리화 한 것이 타자화의 기원이다. 그런데 현재의 서구사회에서는 그런 관점이 오류였다고 반성하고 있는데, 한국지성계는 아직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묵묵히 한국철학을 연구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기존 프레임을 깨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 우리가 한국철학사라는 사상의 거대한 산맥과 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학문적, 실천적 의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오늘 우리에게 한국철학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이규성은 ‘세계상실과 자유의 이념’으로 한국철학사의 일단을 조명함으로써, 도래할 한국철학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렇다면 이번 책을 통해 선생님은 어떤 철학적 지평을 겨냥하려 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철학이 삶에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어』에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人能弘道 非道弘人]”라는 말이 나온다. 나는 이 말이 道가 우선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다시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말을 풀이하면 ‘道는 철학이고 사람은 삶’이다. 그렇다면 삶이 철학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이 삶에 봉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나는 한국철학이 늘 이 긴장을 유지해 왔다고 파악했다. 이 책을 기술하면서 시종일관 구어체, 그것도 높임말을 쓴 까닭은 강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삶에 봉사하는 철학을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이다.”

△ 그간 선생님은 ‘홀로 또는 함께’ 다양한 글쓰기 작업을 해왔다. 주로 동아시아의 지적 전통을 복원하는 것과 관련된 작업이었다. 유가의 십삼경을 모두 해설하려는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어떤 책을 준비하고 있나?
“연구실 한쪽에 왕부지의 대련 중 한 구절인 ‘六經責我開生面’을 졸필로 써서 붙여두었다. 육경이 나에게 새 얼굴을 달라고 한다는 뜻이다. 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유학의 고전을 모두 해설하는 것이 꿈이다. 지금은 『대학강의』와 『중용강의』를 집필 중인데 한 권은 거의 마무리했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다양한 '노자들' 존재하는 해석의 자율성이 숨쉬는 공간" - 교수신문

"다양한 '노자들' 존재하는 해석의 자율성이 숨쉬는 공간" - 교수신문



"다양한 '노자들' 존재하는 해석의 자율성이 숨쉬는 공간"
김시천 숭실대 철학과 초빙교수
승인 2017.06.23 


텍스트로 읽는 신간_ 『譯註 老子道德經注』 왕필 지음, 김시천 옮김, 한국전통문화연구회, 455쪽, 30,000원


『道德經』이라고도 부르는 『老子』는 중국의 先秦時代에 출현한 이래, 동아시아의 전통사상과 문학, 예술, 종교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노자』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돼야 하는 것일까? 과연 우리는 2천여 년을 훨씬 거슬러 올라가는 『노자』라는 ‘텍스트’의 의미를 본래 저자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기존의 관행대로 『노자』가 저술됐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전혀 상이한 차원에서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 학계의 『노자』 해석에 가장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저술은 『王弼老子注』(이하 『老子注』로 약칭)이다. 마치 『노자』하면 왕필과 그의 『노자주』를 연상하게 되는 것은 현재 우리의 『노자』 읽기에서 왕필과 그의 『노자주』가 차지하는 무게를 잘 보여준다.

사실 이것은 『노자』를 우리가 오늘날 제도적으로 ‘哲學’이라는 학과와 그러한 학과적 성격 속에서 연구하는 접근 방식 또는 연구 풍토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이것은 ‘철학’이 아닌 ‘宗敎’적 해석은 중시되지 않으며, 기타 다른 접근 방식에 대해 관용적이지 않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른바 理性의 반성적 사고에 의존하는 철학적 연구는 道敎 전통에서의 『노자』 이해나, 韓醫學에서의 『노자』 이해를 별개의 것으로 간주해왔다. 제도적인 구별이 『노자』라는 텍스트의 해석과 이해에까지 일정한 구속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러나 『노자』라는 텍스트 자체는 본래 철학이나 종교 혹은 한의학의 어느 한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읽혀졌던 것도 아니며, 『노자』의 저자들이 이들 학과 가운데 어느 한 영역을 의식하면서 저술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노자』의 해석이 반드시 ‘철학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더 나아가서 ‘철학적’ 해석만으로는 『노자』 저자들의 原義를 온전하게 드러낼 수 없다. 이것은 『노자』라는 문헌 자체가 다양한 전승의 결집체이며, 오랜 시간에 거쳐 이뤄진 저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세기 『노자』 관련 문헌의 발굴, 즉 『郭店老子』나 『帛書老子』 갑·을본의 출현은 통행본 『노자』가 오랜 시일을 통해 편집과 수정을 거치면서 이뤄진 문헌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1973년에 湖南省 長沙 馬王堆에서 발굴된 『백서노자』 甲本(기원전 206~195년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乙本 (기원전 179~168년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은 통행본과 달리 「德篇」이 「道篇」의 앞에 오는 『도덕경』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德이 더욱 중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3년에 湖北省 荊門市 郭店에서 발굴된 『곽점노자』는 총 71매의 竹簡으로서 통행본 『노자』의 1/3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甲組·乙組·丙組 모두가 통행본의 편제와 일치하는 것이 거의 없어 해석상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노자』는 하나의 단일 텍스트라기보다 그 존재 양식 자체가 ‘여러 개의 텍스트들(texts)’이라는 성격을 지니는 태생적으로 多義的인 문헌이다. 달리 말하자면, 저자로 상정되는 ‘노자’가 역사와 전설 속에서 수많은 얼굴을 지닌 복수의 인물이듯이 『노자』 또한 ‘하나의’ 텍스트라기보다 그 출현과 이후의 존재 양식 자체가 ‘텍스트 집합체’라는 복수성을 지닌 다의적인 텍스트(multi-facial text)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성격으로 인해, 『노자』에 대해서는 어느 하나의 해석 체계가 ‘정통적’이라거나 어느 특정의 방법론이 가장 ‘타당한’ 접근 방식이라는 주장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노자』 해석의 세계는 다양한 ‘노자들’이 존재하는 해석의 자율성이 숨쉬는 공간이다.

■ 이 책은 왕필의 『노자도덕경주』를 김시천 숭실대 철학과 초빙교수가 ‘역주’한 책이다. 특히김시천 교수의 ‘해제’는 ‘상이한 해석의 세계’로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숭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은 책으로는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공저), 『장자,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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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천 숭실대 철학과 초빙교수


댓글
 
이산 2017-06-23
 
노벨상을 받을 만한 혁명적인 통일장이론으로 새롭게 우주를 설명하면서 기존의 이론들을 부정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침묵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침묵하지 말고 당당하게 반대나 찬성을 표시하고 기자들도 실상을 보도하라! 이 책은 과학과 종교의 모순을 바로잡고 그들을 하나로 융합하면서 우주의 원리와 생명의 본질을 모두 밝힌다. 수학은 현상의 크기를 계산하는 도구에 불과하므로 수학으로 우주의 원리를 기술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참된 과학이론은 우주의 운행은 물론 탄생까지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물의 크기, 장소, 형태와 상관없이 우주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지 못하는 기존의 물리학이론은 국소적인 상황만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주의 원리를 모르면 바른 가치도 알 수 없으므로 과학이 결여된 철학은 진정한 철학이 아니다. 이 책은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답글쓰기

2022/05/15

알라딘: 기학의 모험 1,2 - 동서양 철학자, 유배된 氣의 부활을 말하다 김교빈,이현구,김시천,이정우

알라딘: 기학의 모험 1



기학의 모험 1 - 동서양 철학자, 유배된 氣의 부활을 말하다 
김교빈,이현구,김시천,이정우 (지은이)
들녘200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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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284쪽

책소개

"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기학의 부활을 말하다."

주변부로 밀려난 '기' 담론의 활성화를 위해 '철학 아카데미'와 들녘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책으로 전 3권으로 예정이다. 80년대부터 기철학을 연구해온 동양철학자 김교빈, 서양철학을 전공한 이정우, 중국철학을 전공한 김시천, 최한기 사상을 전공한 이현구 등 4명의 학자가 진행한 강의와 토론에 바탕에 두고 있다.

1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기의 역사와 철학. 동아시아 전통사회에서부터 현대까지의 기학의 변화와 발전과정을 검토하고, 기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2권에서는 동아시아인의 문화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기를 다루었다. 김시천과 이정우 외에도 조동일, 정세근, 박소정, 김병삼, 박석준 씨가 참여해 기의 문화와 전통 기 담론, 사례 들을 설명했다. 또한 대담에서는 기와 문화의 관계와 기의 철학적, 문화적 접근 방식을 이야기한다.

'기의 과학'을 다루는 3권도 출간될 예정이다.

목차

1권

기획의 말: 氣學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들어가는 글: 氣를 통해 세상을 본다

첫째 마당 역사 속의 氣를 찾아서
1강 기학이란 무엇인가―기학의 탄생과 진화
2강 기 과학의 형성―음양오행과 한의학
3강 기학의 승화―천문학과 이기론
4강 기의 자연학과 인간학―화담 서경덕과 율곡 이이
열린토론: 역사 속의 기, 우리시대의 기

둘째 마당 氣의 새로운 모색
5강 기란 무엇인가―기의 비교 담론학 서설
6강 마음 이론에서 과학 이론으로
7강 기와 근대과학의 만남―혜강 최한기의 기학
열린토론: 다양한 사유들의 교차 속에서 기의 부활을 말하다

더 읽어야 할 책들


2권
기학의 모험 2 - 氣를 통해 문화를 말하다

기획의 말―氣學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프롤로그― '기'에서 '끼'까지, 기를 통해 문화를 말하다

첫째 마당 문화 속에 살아 움직이는 氣

1강 문학, 氣의 문학론을 찾아서 _조동일
서두의 논의/ 기학과 이학/ 타당성과 유용성/ 생극론의 의의/ 변증법에서 생극론으로/ 앞으로의 과제
열린대화

2강 회화와 서예, 氣로 채우는 無의 여백 _정세근
기의 문화와 회화/ 서예의 운명
열린대화

3강 음악, 소리로 듣는 氣 _박소정
시작하는 말/ 기로 이해되는 음악.소리/ 바람으로 일으킨 음악.소리: 삼뢰 이야기/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氣로 들어라/ 동아시아와 서구 음악론의 차이: 혜강과 한슬릭/ 실제 음악에서 나타나는 양상들
열린대화

둘째 마당 생명으로 살아 숨쉬는 氣

4강 침, 氣―神을 깨워 치료하는 예술 _김병삼
기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가?/ 경락과 기/ 침을 맞을 때 기의 변화/ 치신治神과 침
열린대화

5강 한의학에서 음식과 氣 _박석준
공기는 음식이 아니다/ 분류의 문제/ 의식동원醫食同源의 의미/ 음양과 오행 그리고 유類/ 몸을 통해 기를 본다

6강 음식 속의 氣味를 찾아서 _박석준
음식과 약의 기미/ 몸이 음식과 관계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들/ 큰 의사는 병이 아니라 사회를 고친다
열린대화

7강 표정, 氣와 情을 통해 본 '몸의 현상학' _김시천
'몸의 현상학'을 찾아서/ 氣, 보이지 않는 몸/ '바람'의 형이상학/ 몸, '저절로 그러함'의 세계/ 심성에서 심정으로/ 거센 바람에서 상쾌한 바람으로/ 표정, 몸의 안에서 밖으로
열린대화

에필로그:기획대담―추상에서 구체로, 인식에서 감응으로 _김시천,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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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기와 무라는 너무도 큰 주제를 놓고 말한다는 것은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는 무엇인가'라고 묻기 보다는 '기는 어떻게 쓰이는가'를 물어야 한다. 실체론적 접근이 아닌 기능론적 접근을 해야 좀더 많은 기의 모습과 역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종교란 무엇인가'를 묻느니 차라리 '종교란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묻는 종교현상학적 태도와 비슷하다. - 본문 중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교빈 (지은이) 
호서대학교 문화기획학과 교수.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이며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장, 인문콘텐츠학회 회장. 저서에 『동양철학에세이 1, 2』(공저)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 『몸으로 본 중국사상』(공역), 『중국고대의 논리』(공역), 『기』(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 <동양철학산책>,<망각과 기억의 변증법>,<정신의 풍경에서 노닐다> … 총 35종 (모두보기

이현구 (지은이) 
1957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부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의과학연구소 편집위원 및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전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고전의 품격》, 《최한기의 기철학과 서양과학》,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 것》 등이 있고, 김교빈 교수와 함께 집필한 《동양철학 에세이》 1권과 여럿이 함께 지은 《박물관에서 꺼내온 철학이야기》, 《기학의 모험》 등이 있다.
최근작 : <최한기>,<동양철학 에세이 1>,<고전의 품격> … 총 23종 (모두보기)

김시천 (지은이) 
동양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상지대학교 교양대학에서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4년부터 인문학 전문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제작, 진행해 왔고, 2020년부터는 유튜브에서 새로운 인문학을 소개하는 방송 〈휴프렌즈〉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는 지혜를 모색하는 방송 〈휴애니프렌즈〉에 출연하고 있다. 그동안 쓰고 옮긴 책으로, 『철학에서 이야기로』,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장자』, 『죽은 철학자의 살아 있는 위로』(공저),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공역), 『펑유란 자서전』(공역)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철학에서 이야기로>,<동양철학산책>,<똥에도 도가 있다고?> … 총 46종 (모두보기)

이정우 (지은이) 
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소운서원 원장(2008~),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철학사의 서술, ‘시간, 생명, 사건’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생성존재론의 구축, 그리고 ‘타자-되기의 윤리학’과 그 정치철학적 구체화의 세 갈래로 전개되어왔다. 철학사적 저술로는 『신족과 거인족의 투쟁』(한길사, 2008), 『세계철학사1: 지중해세계의 철학』(도서출판 길, 2011),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도서출판 길, 2016) 등이 있고, 존재론적 저술로는 『사건의 철학』(그린비, 2011), 『접힘과 펼쳐짐』(그린비, 2011) 등이 있으며, 실천철학적 저술로는 『천하나의 고원: 소수자 윤리학을 위하여』(돌베개, 2008), 『전통, 근대, 탈근대』(그린비, 201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 등이 있다. 현재는 『세계철학사 3: 근현대세계의 철학』, 『다양체론: 기하학에서 건축까지』를 집필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세계철학사 3>,<파라-독사의 사유>,<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 총 83종 (모두보기)

 

마이리뷰

     
기철학에 대한 대중강좌

전통적인 동양의 기(氣)철학을 현대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바라보기 위해 동양철학자들이 모여서 책을 냈습니다. 철학아카데미라는 대중강좌를 통해서 진행됐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서 기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1권인 이 책은 역사 속에서 기철학이 어떻게 형성됐고 발전해왔는지를 중심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소통의 철학으로서 기철학을 접해보는 재미가 솔솔치 않습니다.
바람소리 2010-06-03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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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생명 속에서의 기철학

동양 기(氣)철학에 대한 대중 아카데미를 강의와 토론 내용을 모아놓은 두 번째 책입니다. 문학, 서화, 음악, 한의학, 음식 등에서 기철학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역동적 창조성을 강조하는 기철학이 문화와 생명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들이 쉽고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알라딘: [전자책] 논어, 학자들의 수다

알라딘: [전자책] 논어, 학자들의 수다


[eBook] 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김시천 (지은이)더퀘스트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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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이지수 : 368쪽

책소개

인간 공자와 그 제자들의 '관계'로 재구성하는 논어 읽기. <논어>는 공자 사후, 그와 관련된 기록들이 모이고 한참 뒤에 편집된 문헌이다. 따라서 <논어>는 기록자의 취지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논어>의 텍스트는, 오늘날의 우리가 읽기에는 꽤 불친절하다. 이른바 '대화'라고 보기에는 문맥이 뚝뚝 끊기고, 문장의 뜻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무슨 의도로 건넨 말인지를 명확히 헤아리기가 어렵다. 수많은 <논어> 주해서가 존재하는 이유다.

저자 김시천은 통상 <논어>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제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제자 열두 명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논어> 속 텍스트의 틈새를 스토리텔링하듯 메꿔 나간다. 그 결과, 그 시대 '공자학단'을 이룬 다양한 캐릭터들의 삶은 우리가 기존의 방식으로 <논어>를 읽을 때와 미묘하게 다른 길들을 보여준다. 다 같은 길이 아니라 각각의 길로 갔음을 보여주는 발자국들이 은밀하게 드러난다.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논어》, 사람을 읽다

1부 《논어》, “이 사람을 보라!”

1장 ‘철학’에서 ‘삶’으로 | 《논어》, 인간의 발견
《논어》는 공자의 책인가? / 통계로 본 《논어》의 재구성 / 또 다른 주인공, 《논어》 속 사람들 / 상식의 눈으로 《논어》 읽기 / 《논어》로 《논어》를 읽다 / 사제 모델, 《논어》의 이야기 양식 / ‘대화’에서 ‘이야기’로 / 《논어》 속 인간, 개성의 발견

2장 ‘제자’에서 ‘주인공’으로 | 스스로의 삶을 찾아간 공자의 제자들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다 / 언행, 개성의 표현 / 시대마다 다른 《논어》가 있다 / 개념에서 이야기로, 《논어》를 읽는 새로운 눈

2부 :자로와 안회:“운명이여, 안녕!”

3장 자로 | 운명을 바꾼 만남과 의로운 죽음
공자와의 만남, 자로의 운명을 바꾸다 / 변화, 진정한 용기를 배우다 / 속내를 털어놓는 친구가 되다 / 영원으로 통하는 의로운 죽음

4장 자로에서 안회로 | 공자와 또 다른 세계
유랑하는 영혼, 탈속을 꿈꾸다 / 스쳐간 인연, 또 다른 삶의 가능성 / 안회는 정말 공자의 수제자일까? / 안회, 벼슬을 거부하다

5장 안회 | 침묵하는 지식인의 현실과 고뇌
요절한 안회는 어떻게 성인이 되었는가? / 사문의식, 인간의 주체적 자각을 열다 / 안회가 죽자 공자가 통곡하다 / 공자가 안회에게 극기복례를 말한 까닭 / 안회의 도, 《장자》로 이어지다

3부 :성인과 자공:
“메멘토 모리, 죽은 자를 기억하라”

6장 자공 1 | 흐르는 강물처럼
《논어》 탄생의 기원 / 공자가 대화한 유일한 제자 / ‘절차탁마’를 말하다 / 자공의 인정투쟁과 공자의 처방 / 상인의 아들, ‘문’을 가슴에 품다 / 흐르는 강물처럼

7장 자공 2 | 세상으로 통하는 문

공자의 속마음을 읽다 / 문사철을 겸비한 지성 / 더불어 사는 삶의 정치를 배우다 / 장강의 앞물결과 뒷물결 /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8장 자공 3 | 공자학단의 설계자
공자의 유학, 자공의 유가 / 공자, 성인이 되다 / 《논어》, 그 기록의 출발 / ‘문’과 ‘서’의 계승, 유가의 탄생 / 공자마을의 유래

4부 :재아·염구·증삼:
“어디에나 길은 있다”

9장 재아 | 길이 갈라지는 징후, 도의 탄생
재아, 또는 유교의 가롯 유다? / 재아는 누구인가? / 재아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들 / 재아의 새로운 논리학 / 재아가 본 공자 / 갈라진 길에서 새로운 도가 탄생하다

10장 염구 | 비틀거리며 도를 따라가다
현실주의자 염구 / 뛰어난 실무자 / 스스로 역부족을 말하는 소심남? / 비틀거리며 도를 따르다

11장 증삼 | 전전긍긍하는 유학자의 길
공자 학통의 중심? / 효의 대명사, 증자 / 아내를 내치고 비겁하게 행동했던 증삼 / 반성의 철학자, 그리고 충서

5부 :자하·자장·덕행파:
“나는 나의 길을 간다!”

12장 자하 | 텍스트의 제국, 경학의 탄생
만년의 제자들 / 텍스트의 제국을 열다 / 공자의 가르침 보전, 경학의 탄생 / 너는 네 길로, 나는 내 길로: 논쟁의 시작 / 공문의 ‘학’에서 제국의 ‘학’으로

13장 자장 | 논쟁의 시작, 유학과 유술
학과 술, 유가의 두 날개 / 유술의 탄생 / 역사에서 처세를 배우다 /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스스로를 보전하는 지혜 / 리틀 자로, 자장

14장 민자건·중궁·원헌 | 《논어》에서 《장자》까지, 새로운 삶으로 가는 길
‘노장’에서 ‘논장’으로 / 벼슬을 거부한 민자건 / 군주가 될 만한 천민, 중궁 / 장자로 넘어가는 가교, 원헌

에필로그 십인십색 《논어》 이야기
참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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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런데 현대 중국과 한국의 많은 학자들은 《논어》가 증삼과 그의 문하생들이 편찬했다는 걸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렇다면 증삼은 이 책에 몇 번 출현했을까요? 〈학이〉편에 2번, 〈이인〉편에 1번, 〈태백〉편에 5번, 〈선진先進〉편에 1번, 〈헌문〉편에 1번, 〈자장〉편에 4번으로, 총 6편밖에 출현하지 않습니다. 특이하게도, 증삼이 5번이나 출현하는 〈태백〉편의 경우에 다른 제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증삼과 그의 제자들이 편찬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논어》 전체가 아니라, 〈태백〉편만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논어》에 접근하다 보니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선진〉편에는 독특하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공자의 제자 29명 가운데 2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달리 말하면 〈선진〉편은 ‘공자의 제자 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요. 〈선진〉편만 읽어도 공자의 여러 제자 이야기를 한꺼번에 읽을 수 있으니까요. _ 1장 ‘철학’에서 ‘삶’으로 | 《논어》, 인간의 발견 중

우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통해 몇 가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우선 자로가 공자학단 내에서 이른바 재야在野와 연결하는 모종의 고리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자로가 야인 출신인 점은 특기할 만합니다. 이와 함께 공자학단은 야인의 삶을 부정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공자학단에 속했지만 야인의 세계로 넘어가려고 했던 인물이 있었죠. 학단 내부에서 다양한 요인으로 따돌림을 당했던 안회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나는 안회가 침묵하는 이유가 그런 배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_ 4장 자로에서 안회로 | 공자와 또 다른 세계

마지막으로, 재아가 가장 재아답게 드러나는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재아의 가정법을 가장 명쾌하게 볼 수 있는 구절입니다.

재아가 물었다. “3년상은 1년으로도 충분합니다. [만약 공직을 맡고 있는] 군자가 3년 동안 예禮를 행하지 않으면 예는 분명히 망가질 것입니다. [또 군자가] 3년 동안 음악樂을 하지 않으면 음악은 분명히 사라질 것입니다. 옛 곡식이 없어지고 햇곡식이 올라오는 것과 [계절마다 바꾸어 사용하는] 불씨 얻을 나무를 바꾸는 데도 1년으로 충분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선생님이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부모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어도 너는 편안하냐?”
[선생님의 반응이 예상외로 공격적인 말로 돌아오자 재아는 결심한 듯이 이렇게 말했다.] “편안합니다.”
[물러설 줄 알았던 재아가 다시 도발적으로 대답하자 선생님도 계속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편하다면 그렇게 해라. 군자는 [부모의] 거상 중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고, 음악을 들어도 즐거운 줄 모르고, 집에 있어도 편안하지 않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너는 편하다고 하니 그렇게 하도록 해라.”
재아가 나가자 선생님이 [주위의 제자들을 둘러보면서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했다. “재여는 어질지 못하구나不仁. 자식이 태어나 3년이 지나야 부모의 품을 떠난다. 3년상은 천하에 통용되는 상례다. 재여는 자기 부모에게 3년 동안 사랑을 받기는 했을까?”

여기서 재아는 “생명은 1년을 주기로 순환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켜야 할 ‘상’이라는 예의 기간도 자연법칙에 따라 1년으로 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습니까?”라고 공자에게 물은 겁니다. 그런데 공자는 “너는 부모가 돌아갔는데도 맛있는 게 입에 들어가느냐?”며 쏘아붙입니다. 한마디로 공자가 반칙을 한 겁니다. 거기다 재아의 뒷담화까지 합니다. 만약 공자가 재아의 질문에 바로 “사람이 태어나고 부모 품을 벗어나는 데 3년이 걸린다면, 부모와 헤어지는 것도 3년이 걸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대답했다면, 둘 사이의 이야기는 합리적인 토론이 됐을 겁니다. _ 9장 재아 | 길이 갈라지는 징후, 도의 탄생

《논어》는 공자가 어떤 완벽한 가르침을 남겼는데, 그보다 떨어지는 인간들이 덜 완벽하게 이해하고 행동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닙니다. 제자들 각각이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 가르침을 각자의 삶 속에 적용하거나 때때로 거부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을 만들어나갔죠. 이런 다양성을 어떻게 공유하고 만들어나가는지가 새로운 《논어》 읽기의 출발이자 완성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논어》에서 찾아야 하는 진면목은 공자라는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네가 되고 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우리의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그래서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고, 삶의 이야기는 늘 다른 사람과 포개어지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논어》는 나의 삶, 우리의 삶을 비춰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이 아닐까요. _ 에필로그: 십인십색 《논어》 이야기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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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시천 (지은이) 

동양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상지대학교 교양대학에서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4년부터 인문학 전문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제작, 진행해 왔고, 2020년부터는 유튜브에서 새로운 인문학을 소개하는 방송 〈휴프렌즈〉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는 지혜를 모색하는 방송 〈휴애니프렌즈〉에 출연하고 있다. 그동안 쓰고 옮긴 책으로, 『철학에서 이야기로』,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장자』, 『죽은 철학자의 살아 있는 위로』(공저),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공역), 『펑유란 자서전』(공역)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철학에서 이야기로>,<동양철학산책>,<똥에도 도가 있다고?> … 총 4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이야기의 틈새를 채우며 읽는 고전 강의
《논어》 속 ‘주연 같은 조연’ 12제자,
각자의 ‘길道’을 찾아가다

성인의 어록을 넘어, ‘나를 찾는’ 고전 읽기의 출발점으로
인간 공자의 그 제자들의 ‘관계’로 재구성하는 논어 읽기

‘이 이야기는 어떤 상황에서 나왔을까?’를 상상하면서 읽는 《논어》
우리는 다양한 얼굴의 《논어》를 만나왔다. 동양 고전으로서, 유교의 경전으로서, 나아가 처세의 지혜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의 원형으로서. 《논어》는 누구의 시선으로 읽어 전달되느냐에 따라 빛깔이 오묘하게 달라지는 존재다. 동양철학을 인간의 생동하는 삶과 연결해 해석하는 데 오랜 시간을 바쳐온 저자 김시천은 《논어》를 공자의 ‘제자들’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옛날 논어가 최초로 편집되던 시기의 관점을 복구해 보고, 나아가 ‘사람’이라는 존재를 읽는 텍스트로서 재조명하려 한다.
‘성인 공자’의 어록이라는 관점으로만 《논어》를 읽는 것은 고전의 수많은 틈새를 똑같은 재료로 메워버리는 것과 같다. 저자는 《논어》 속 문장들의 약 55퍼센트를 차지하는 다채로운 등장인물 중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열두 제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시대 ‘공자학단’을 형성한 ‘개인’들의 철학을 재발견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고전을 현실에 맞게 읽는 적절한 독법 가운데 하나다.

“자로가 있었기에 《논어》가 조금은 재미난 책이 되었고,
안회가 있었기에 공자가 조금은 덜 외로웠으며,
자공은 공자가 역사 속에서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논어》, 사람을 읽다 ― ‘개인’의 발견
《논어》는 공자 사후, 그와 관련된 기록들이 모이고 한참 뒤에 편집된 문헌이다. 따라서 《논어》는 기록자의 취지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1천 2백 년 넘게 거슬러 올라가는 시기에 이루어진 《논어》의 편찬은, 우리가 오늘날 읽는 책과는 무척이나 다른 공정을 거쳐,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비용과 여러 가지 조건을 토대로 일어난 ‘획기적 사건’이었다. 책을 만들고 그 책에 내용을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던 것이다.
《논어》의 텍스트는, 오늘날의 우리가 읽기에는 꽤 불친절하다. 이른바 ‘대화’라고 보기에는 문맥이 뚝뚝 끊기고, 문장의 뜻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무슨 의도로 건넨 말인지를 명확히 헤아리기가 어렵다. 수많은 《논어》 주해서가 존재하는 이유다.
《논어, 학자들의 수다: 사람을 읽다》의 저자 김시천은 이 책에서 통상 《논어》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제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주연 같은 조연’ 또는 이른바 ‘씬 스틸러’로 재조명되는 과정이 이 책의 몸통이라 할 수 있다. 논어에서 ‘선생님/공 선생님이 말했다’로 시작하는 문장은 전체의 약 45퍼센트로, 나머지 55퍼센트는 공자의 제자들 또는 다른 역사적 인물들이 하는 말이다. (‘논어’에는 제자만 해도 29명, 공자나 그 제자가 아닌 사람들이 125명 등장한다.)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제자 열두 명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논어》 속 텍스트의 틈새를 스토리텔링하듯 메꿔 나간다. 그 결과, 그 시대 ‘공자학단’을 이룬 다양한 캐릭터들의 삶은 우리가 기존의 방식으로 《논어》를 읽을 때와 미묘하게 다른 길들을 보여준다. 다 같은 길이 아니라 각각의 길로 갔음을 보여주는 발자국들이 은밀하게 드러난다.

나는 《논어》가 소중하게 간직해 온 옛날 옷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거나 나쁜 게 아니라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옛날에 입었던 옷이 오늘날 다르게 변한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처럼, 《논어》가 현재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옷을 다시 입으려면 수선을 해야 합니다. 《논어》 읽기에서도 바로 그 수선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 출발점이 전통사회에서 갖는 《논어》의 지위나 의미가 현대사회에서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_ 프롤로그 ‘《논어》, 사람을 읽다’ 중에서

십인십색 《논어》 읽기 ― 제자들은 공자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 책은 《논어》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1부의 문을 연다. 저자는 몇 가지 통계를 통해 기존의 시각과 다른 읽기 전략을 펼친다.
이어서 2부에서는 공자의 벗이자 제자였던 ‘자로子路’와 수제자로 알려진 ‘안회顔回’ 이야기를 다룬다. 《논어》를 읽는 사람이라면 가장 많이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 뒤에 숨겨진 삶을 조금은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무인 출신이고 나이도 많았던 자로는 공자의 제자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지만, 그의 개성과 소신은 변하지 않으며 《논어》의 이야기에 생생함과 재미를 불어넣어준다. 이와 달리 안회는 아주 어린 나이에 공자의 제자가 되어 그 가르침을 철저히 익히지만, 신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묵묵히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한다. 이 길은 뜻밖에도 향후 《장자》로 이어지게 된다.
3부에서는 이 책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인물인 ‘자공子貢’이 등장한다. ‘공자학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공자 사후 ‘유가’를 확립하는 흐름의 한가운데 선 인물 자공.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추앙하는 위대한 성인 공자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점에 특히 중점을 두어 3부 3장 전체를 할애해 자공을 다루었다.
4부에서는 세 인물을 다룬다. 유가 전통에서 배반자 취급을 받았으나, 합리적 사유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사조의 개척자로 보이는 ‘재아宰我’, 공자학단에서 공부했지만 공자의 바람과 다른 길을 찾아간 현실적인 인물 ‘염구?求’, 그리고 공자의 제자들 중 후대의 영향력으로 볼 때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받는 ‘증삼曾參’이다. 저자는 《논어》 독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할 이 세 인물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관점을 뒤집어볼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5부에서는 공자 사후 유가 내부의 분화分化와 개성을 잘 보여준다. 여러 나라로 흩어져 유학을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한 자하의 ‘경학經學’과 자장의 ‘유술儒術’ 등을 다루는 한편, 마지막 장에서는 ‘사적인 삶을 향유하려는 독특한 인생관’의 맹아를 보여주는 민자건閔子騫·중궁仲弓·원헌原憲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여기서 《논어》에서 《장자莊子》로 이어지는 색다른 전통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자子(선생님)’라는 호칭이 붙은 공자의 제자들 중 하나인 유약有若을 통해 사상과 종교로서의 유교, 집단이자 학파로서의 유가가 어떻게 형성되어갔는지를 보여준다.
이 모든 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실상 《논어》는 공자에 대해 가장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는 책이 되며, 더 나아가 ‘네가 되고 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우리의 얼굴을 보여주고 삶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우리는 무엇을 찾아 《논어》를 읽는가?
처세를 논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찾아라
‘제자’에서 ‘주인공’으로, 스스로의 삶을 찾아간 공자의 제자들
:자로:운명을 바꾼 만남과 의로운 죽음
:안회:침묵하는 지식인의 현실과 고뇌
:자공:유가의 진정한 설계자
:재아:길이 갈라지는 징후, 도의 탄생
:염구:비틀거리며 도를 따라가다
:증삼:전전긍긍하는 유학자의 길
:자하:텍스트의 제국, 경학의 탄생
:자장:논쟁의 시작, 유학과 유술
:민자건·중궁·원헌:새로운 삶으로 가는 길
:유약:공자를 대신할 뻔한 제자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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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알고있던 ‘공자‘와 ˝논어˝의 모범적이고 도덕적인 모습들과 조금은 어렵게 생각되었던 이야기들 속에서, 그뒤에 숨겨진 공자의 그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기쉽게 그리고 그의 제자들의 삶을 진솔하고 현실감있게 알기쉽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엮은 책인듯하다. 저자의 해학을 느낄 수 있다  구매
Alto 2018-07-23 공감 (1) 댓글 (0)


마이리뷰
  
논어, 학자들의 수다 새창으로 보기

논어를 하면 ‘공자의 말씀’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내 머릿속엔 공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던 제자들의 존재감은 흐린 편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번에 <논어, 학자들의 수다>를 읽으면서, 공자와 함께한 12제자의 시점으로 공자를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논어에 배경이 되는 시대와 등장하는 인물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더하다보니 논어가 간직하고 있는 가치에 재미가 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씨족사회를 중심으로 했던 고대 중국에서 혈연이 아닌 스승과 제자라는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공자학단(孔子學團)’의 등장은 정말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던 것이었으리라. 그래서 10대에 학단에 들어온 안회와 성인이 되서 들어온 자공 같은 인물들이 대비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부분을 잘 알지 못하고 논어를 읽게 되기에, 이 책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들이 공자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관계라던지, 그의 제자들이 마치 모두가 모두가 성인(聖人)인 것처럼 추정했던 것을 잠시 내려놓고 보니,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와 함께하면서 어떻게 성장해나갔는지가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공자 역시 그 과정에서 끝없이 수양을 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내가 주목한 인물은 ‘자로’이다. 사실 나 역시 자로에 대해서 어떠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로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과정이 조금은 충격적이기도 했다. ‘운명을 바꾼 만남과 의로운 죽음’이라는 소제목이 너무나 잘 어울렸는데, 그는 공자의 제자가 되어 정의로움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배워나갔고, 또 그만큼 자신을 성장시킨 인물이었기에 그러하다. <춘추좌씨전>에 기록된 그의 죽음은 군자가 지켜야 할 모습이었고, 자신이 배운 것을 실천에 옮겼다는 것에 감탄하기도 했다. 산적에서 군자로의 폭넓은 변화를 이끌어낸 공자였고 그를 실천에 옮긴 자로이기에 공자가 자신의 삶에 흠이 되는 이야기도 소탈하게 털어놀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에 나 역시 동의하기도 했다.


또한 ‘길이 갈라지는 징후, 도의 탄생’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재아가 있다. 그동안 공자의 가르침에서 어긋나는 인물로 평가되던 재아라는 존재가 공자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의 견해를 폭넓게 수렴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자신의 삶에 주인공으로 성장시켜나간 공자의 힘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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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6-04-19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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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들에 초점을 맞춰 논어를 새롭게 이해하게 해준 책 새창으로 보기
최근에 논어를 다시 한 번 읽었지만 논어 속에는 주연이라 할 수 있는 공자 외에도

조연인 공자들의 제자들과 과거나 당대의 여러 인물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상당수는 이름마저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흥미롭게도 공자의 제자들에 초점을 맞춰 논어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자로, 안회, 자공, 재아, 염구, 증삼(증자), 자하, 자장, 민자건, 중궁, 원헌까지

주요 제자들을 총망라해서 그들의 삶과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의 위치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자왈/공자왈로 시작하는 문장의 수나 인물별 등장횟수 등 논어에 대한 여러 통계자료를 제시하는데

자로, 자공, 안회 순으로 등장횟수가 많았다. 먼저 공자의 제자 중에서 삶의 변화가 가장 컸던 자로는

다혈질 성격에 거칠기만 했던 인물이었다가 공자의 제자가 된 후 공자를 따라 배우고자 애쓰는 인물로

변모한다. 공자와의 나이 차이가 아홉 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로는 공자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그의 유일한 벗이라 할 수 있었는데, 천하를 주유했지만 결국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 공자가 한탄을

늘어놓을 때마다 이를 들어준 인물이 바로 자로였다. 

공자의 수제자로 불리는 안회는 31살의 나이에 요절해서 공자의 탄식을 자아냈는데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직접 대화의 상대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논어의 기록자들이 출사하기를 거부한 안회가 직접 한 얘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안회가 공자를 특히 잘 따랐고 공자 역시 안회를 총애했는데,

신분도 낮고 나이도 한참 어린 안회가 공자가 시키는 대로 했고 공자의 인척이라 더욱

공자를 거스르기 어려웠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애정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자공은 이 책에서 유가의 진정한 설계자라고 평가한다. 자공이 유가를 세웠고 실질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적 후원을 했으며, 그것이 후대에 유가라는 사상적 집단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점, 공자 사후 공자를 성인화했으며 다른 제자들이 보통 3년간 했던 시묘살이를 6년간이나

했다는 점에서 자공이 논어라는 책이 편찬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공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제자로 평가되어 왔던 재아에 대해선 천도사상의 선구자로

공자와는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 보고, 공자학단에서 파문당해 쫓겨난 염구에 대해선

매우 현실적이며 능력 있고 소신 있는 사람이라 공자의 예약에 의한 통치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증삼은 증자로 불리며 논어 편찬의 주역으로 여겨졌는데 아내를 내치고 비겁하게 행동했으며

전전긍긍하는 유학자의 길을 걸었다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통 논어는 공자의 사상을 담은 책이거나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선 논어가 그 자체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였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흔히 유가와 도가는 완전히 다른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회와 원헌을 거쳐 장자로 이어지는 한 뿌리라고 주장한다.

'논어'와 '장자'는 현실이 개판이라는 공통의 문제의식에서 전자는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한

반면, 후자는 현실을 부정하고 독야청청하자며 서로 노선을 달리한 것으로 '장자'는 '논어' 내부의

좌파라는 기존에 대중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새로운 얘기들을 들려주었다. 

논어를 몇 번 읽었음에도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역시나 고전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서 봐야 그 진면목을 제대로 알 수 있는데

주연인 공자가 아닌 공자의 제자들에 주목하여 논어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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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16-04-17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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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학자들의 수다 새창으로 보기
그동안 논어를 공자가 쓴 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공자의 이야기 뿐 아니라 종자의 제자들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공자는 기원전 479년에 죽었습니다. 이 책은 공자의 사상이 담겨진 논어는 공자 혼자서 만들었냐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공자가 제자들을 길러내었던 기원전 4~5세기경이면 책을 쓸수 있는 사람뿐 아니라 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지금처럼 누구나 책을 쓰고 출간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습니다. 공자의 제자들 중에는 중궁(仲弓) 과 같이 천민신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공자의 저서로 알려진 논어는 사마천의 사기에 처음 등장하여,사마전의 저서는 기원전 90년 경에 쓰여졌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그건 공자의 사상을 누군가에 의해 다시 재해석 되었다는 의심을 가지게 만듭니다.


이처럼 이 책은 공자와 공자의 제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논어를 공자 개인이 홀로 쓴 책이냐에 대한 의심에 대해 출발하고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가 나왔을 당시 공자의 사상은 그 시대에 맞게 다시 쓰여졌으며 지금까지 전해지게 됩니다.  공자와 함께 하였던 제자들은 공자와 동시대에 살았던 장자의 사상에도 등장합니다 논어는 그렇게 12세기 주희에 의해 쓰여진 재해석되었으며 <논어집주>를 바탕으로 성리학이 확립되었습니다. 조선시대는 주희의 성리학을 바탕으로 국가 이념으로 삼으면서 지금껏 살아왔던 것입니다.


이 책은 논어에 쓰여진 공자의 29명의 제자를 다루고 있으며 공자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안회와 자로의 삶,그리고 나머지 제자들의 삶은 그 당시 어떻게 살았는지 논어에 나와있는 이야기를 기초로 하여 제자들의 인생을 비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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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6-06-21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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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학자들의 수다 새창으로 보기
아직 '논어'란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픈 어려운 책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김시천작가는 이런 내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말한다.

논어는 어려운 책이 아니라고 읽는 방법을 달리해서 같이 읽어보자고.
그가 말한 논어를 읽는 방법은 논어속에 등장하는 공자외의 다른사람의 시선에서 생각해보고 그 수많은 '사람'들을 읽어보라고 한다.
이게 과연 무슨 뜻인지 궁금해졌다. 책이 구어체로 되어 있어서 정말 팟캐스트를 듣는 느낌으로 읽어내려갈 수가 있었다.

논어란 과연 좋은 책인가?라는 질문으로 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좋다면 왜 좋은 책이냐고 묻는 질문에 너무 막연히 '고전이니까 좋겠지' 했던 나의 생각 자체를 흔들어 주었다.
저자는 진짜 나에게, 우리에게 논어가 좋은책인지 그것을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기에 읽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 싶었다.


논어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공자외에 그의 제자 29명이 주인공, 조연 또는 엑스트라로 등장한다.그리고 제자가 아닌 사람들도 129명이나 등장한다고 한다. 이 수많은 사람이 등장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입장만 생각해 볼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위치에서의 그들을 한번 생각해보고 읽어내 보라고 한다.
재미있는 시선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12명의 주인공들을 내세워 논어를 재해석 해본다.


읽다보니 참 재미있다. 책으로 전해지기에 미처 몰랐던 이 조연들의 세계가 재미있다. 자로, 안회, 자공, 재아, 염구, 증삼, 자하, 자장 등등등..
공자의 말에 전적으로 따르고 추앙하는 것만이 이들의 역할이 아니었다. 그들은 공자를 '뒷담화'하기도 하고  공자의 가르침을 같이 받아도 제각각 다른 스타일로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나갔다.
책을 읽다보니 나는 정말 이 '사람'들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을 읽어 나가다 보니 '논어'도 다르게 보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이 책 덕분에 또 하나의 고전을 새로이 알게 된 느낌이다. 이런 새로운 시각으로 논어를 읽게 되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논어에서 배운 내용들을 조금씩 내 삶에 적용시켜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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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퀸 2016-04-12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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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천, 「논어, 학자들의 수다」 (더퀘스트, 2016) 새창으로 보기
여러 대학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는 김시천 교수가 참신한 방법으로 <논어>를 읽어냈다. <논어>를 소위 권위있는 ‘고전(古典)’이나 ‘경전(經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공자와 그의 제자들 사이에 대화를 기록한 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논어>를 막연히 좋은 책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자들도 흥미롭게 다가서지 않겠는가.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동양의 고전에 익숙하지 못해 쉽게 덤벼들지 못했던 나 같은 자가 이 책을 덥석 잡았으니 말이다.

 

저자는 1부에서 논어를 새롭게 읽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나도 <논어>의 첫 문장만큼은 익히 알고 있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당연히 <논어>는 공자가 한 말 중 주옥같이 유익한 것들을 간추린 것이라 생각했다. <논어>를 영어로 <Analects(어록, 선집)>라고 번역하는 것만 보아도 나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논어>에 대해 틀에 박힌 접근을 했음이 분명하다. 김시천 교수는 <논어>에서 ’자왈(子曰)‘로 시작하는게 불과 45퍼센트라고 지적한다. 나머지는 55퍼센트는 ’유자왈(有子曰), 증자왈(曾子曰) 식으로 소개된 것이다. 그렇다면 <논어>의 주인공이 공자 한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의 삶을 찾아간 공자의 제자들 모두가 <논어>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김 교수는 2부에서 우선 자로와 안회를 부각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공자와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자로는 공자를 만나 그의 인생이 극적으로 변했고, 공자가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는 친구가 되었다. 공자가 안회에게 한 말, 극기복례(克己復禮)는 보편적으로는 ’욕심을 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禮를 따르는 것이 仁을 행하는 것‘이라 해석된다. 그런데 저자는 ’다른 사람이 너에게 (어리고 신분이 낮다고) 예의로 대하지 않더라도 네가 먼저 예의를 잃어선 안 된다‘로 해석한다(p. 140). 당시 상황을 고려한 탁월한 해석이라 생각된다. 이 책, 이런 식이다. 계속 이어지는 3, 4, 5부에서 자공, 재아, 염구, 증삼, 자하, 자장 등,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와 나눈 대화들을 당시 시대적 상황과 처지에 맞게 재해석함으로써, 공자뿐 아니라 공자의 제자들을 부각시켰다. 이로써 <논어>를 聖人의 관념적이고 보편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우리와 동일 사람들의 삶의 고민을 나눈 이야기로 우리에게 제시했다. 책 제목처럼 <논어>는 <학자들의 수다>가 맞다. 참신한 관점으로 <논어>를 설명하는 이 책 덕분에 <논어>는 나에게 훨씬 친근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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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7joy 2016-04-18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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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전자책] 노자도덕경주 왕필 (지은이),김시천 (옮긴이) 2018

알라딘: [전자책] 노자도덕경주
[eBook] 노자도덕경주 - 노자도덕경주 
왕필 (지은이),김시천 (옮긴이)전통문화연구회2018-08-28







전자책정가
15,000원

Sales Point : 151

8.7 100자평(2)리뷰(1)
이 책 어때요?
종이책
30,000원 (+1,500원)


종이책 페이지수 : 456쪽



책소개
왕필의 ≪노자주≫를 저본으로 동양의 역대 주석서를 비롯하여 현대 중국에서 발굴된 마왕퇴백서본馬王堆帛書本 ≪노자≫와 곽점초간본郭店楚簡本 ≪노자≫를 검토⋅종합하였으며, 특히 서양의 연구 성과를 대폭 채용하여 역주에 반영함으로써, 동양뿐 아니라 서양의 연구 경향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또한 1951년 왕유성王維誠이 처음 확인한 왕필의 저서 ≪노자미지예략老子微旨例略≫의 번역을 부록하여 왕필의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였으며, ≪사기史記≫ <노자열전老子列傳>도 번역하여 부록함으로써 노자의 삶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은 숭실대학교 철학과에서 ≪노자의 양생론적 해석과 의리론적 해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장학자 김시천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책이다. 김시천 교수는 디지털인문학연구소에서 동양고전 전문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통해 ≪노자≫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노자≫ 전체 81장의 각 장章에 해설을 달아 설명함으로써 일반 독자들도 쉽고 편안하게 노자의 사상을 읽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목차


東洋古典譯註叢書를 발간하면서
解 題
參考書目
凡 例

老子道德經注 上篇
제1장 / 49
제2장 / 57
제3장 / 63
제4장 / 69
제5장 / 73
제6장 / 79
제7장 / 83
제8장 / 85
제9장 / 88
제10장 / 91
제11장 / 97
제12장 / 100
제13장 / 103
제14장 / 107
제15장 / 111
제16장 / 115
제17장 / 121
제18장 / 124
제19장 / 127
제20장 / 129
제21장 / 135
제22장 / 139
제23장 / 143
제24장 / 149
제25장 / 153
제26장 / 160
제27장 / 164
제28장 / 169
제29장 / 175
제30장 / 178
제31장 / 182
제32장 / 184
제33장 / 188
제34장 / 191
제35장 / 194
제36장 / 197
제37장 / 200

老子道德經注 下篇
제38장 / 203
제39장 / 213
제40장 / 217
제41장 / 221
제42장 / 227
제43장 / 232
제44장 / 235
제45장 / 237
제46장 / 240
제47장 / 242
제48장 / 245
제49장 / 248
제50장 / 253
제51장 / 256
제52장 / 260
제53장 / 265
제54장 / 268
제55장 / 271
제56장 / 276
제57장 / 280
제58장 / 284
제59장 / 289
제60장 / 293
제61장 / 296
제62장 / 301
제63장 / 305
제64장 / 308
제65장 / 313
제66장 / 316
제67장 / 318
제68장 / 322
제69장 / 324
제70장 / 327
제71장 / 331
제72장 / 333
제73장 / 336
제74장 / 340
제75장 / 342
제76장 / 344
제77장 / 346
제78장 / 348
제79장 / 351
제80장 / 353
제81장 / 356

[附錄 1]
老子微旨例略 上篇
제1장 / 359
제2장 / 363
제3장 / 368

老子微旨例略 下篇
제4장 / 370
제5장 / 371
제6장 / 374

[附錄 2]
老子列傳 / 382

[附錄 3]
索 引 / 393

[附錄 4]
圖版 目錄 /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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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왕필 (王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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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국시기 위나라 사람이며, 산양 가오평에서 태어났다. 字는 보사이며 상서랑을 지냈다. 위진 현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유가와 도가를 회통하는 현학적 시각으로 18세에 '노자주'를, 20대 초반에 '주역주'를 지어 이름을 떨치다 23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저서로는 <노자주>, <주역주>및 <논어석의>가 남아있다.

최근작 : <譯註 老子道德經注>,<주역 왕필주>,<왕필의 노자주> … 총 17종 (모두보기)

김시천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동양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상지대학교 교양대학에서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4년부터 인문학 전문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제작, 진행해 왔고, 2020년부터는 유튜브에서 새로운 인문학을 소개하는 방송 〈휴프렌즈〉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는 지혜를 모색하는 방송 〈휴애니프렌즈〉에 출연하고 있다. 그동안 쓰고 옮긴 책으로, 『철학에서 이야기로』,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장자』, 『죽은 철학자의 살아 있는 위로』(공저),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공역), 『펑유란 자서전』(공역)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철학에서 이야기로>,<동양철학산책>,<똥에도 도가 있다고?> … 총 4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 동양아시아 전통의 문을 연 신비한 고전古典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
≪도덕경道德經≫이라고도 부르는 ≪노자老子≫는 중국의 선진시대에 출현한 이래, 동아시아의 전통사상과 문학, 예술, 종교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천언五千言이라 불릴 정도로 짧은 문헌이지만, 그 문장의 간결함과 함축성 때문에 지극히 다양하게 해석되고 이해되어 왔다.
특히 중국 최초의 본격적인 역사서라 할 수 있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를 비롯한 여러 고대문헌에서, 유가儒家의 성인聖人 공자孔子가 노자에게 예禮를 물었다는 유명한 일화와 어우러져 ≪노자≫는 그 출발부터 역사와 전설의 공간을 넘나들며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때로는 공자조차 예를 물었을 정도로 지혜로운 고대의 현인賢人으로, 때로는 불사不死의 선인仙人으로, 후한後漢 이래로는 교단화된 도교道敎의 신神으로, 또 불교佛敎의 진리를 체현한 위대한 스승으로 추앙되면서 전설적 인물이 된 노자는, 그가 세상을 떠나 은둔하면서 남겼다는 ≪노자≫를 그만큼 신비로운 고전으로 자리 잡게 하였다.

 위진현학魏晉玄學을 대표하는 천재, 왕필王弼
왕필(226-249)의 자字는 보사輔嗣이다. 사회정치적으로 지극히 혼란한 삼국시대三國時代를 살다간 천재 왕필은 후한後漢에서 조위시대曹魏時代까지의 유력한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났다. 왕필의 조부 왕개王凱가 유표劉表의 딸과 혼인하였고, 또 후일에 위魏 문제文帝의 주선으로 왕필의 아버지 왕업王業이 ‘건안칠자建安七子’로 불리는 왕씨 가문의 가장 유력한 인물 왕찬王粲의 양자로 들어가, 왕필은 유표의 외손자이자 왕찬의 후계가 되었다. 이 때문에 왕필의 학문은 역학易學의 명가 왕창과 유표의 형주학풍荊州學風을 모두 잇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왕필은 24세라는 짧은 생애 동안 ≪노자≫, ≪주역≫, ≪논어≫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큰 세 가지 문헌에 뛰어난 주석을 하였다. 중국의 철학사가들은 일반적으로 왕필이 ≪주역주周易注≫를 통해 한대漢代 이래 번쇄한 상수역象數易에서 의리역義理易으로 전환을 이루었고, 또한 ≪노자주≫는 도가연구자들 사이에서 ≪노자≫의 종지宗旨를 가장 명쾌하게 밝힌 탁월한 주석으로 평가하고 있다.

 왕필王弼의 ≪노자주老子注≫, 철학哲學을 담다
현존하는 ≪노자≫의 주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노자도덕경하상공장구老子道德經河上公章句≫이다. 이것은 한나라 초기에 유행한 황로학적黃老學的 사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생론養生論’의 입장에서 ≪노자≫를 해석하였다. 이는 주로 도교道敎와 한의학漢醫學 전통에 수용되었다.
반면 위진魏晉시대에는 현학玄學이 유행하였는데, ‘현玄’이라는 말은 ≪노자≫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용어로 ‘그윽한’, ‘어두운’, ‘가물거리는’ 등의 의미를 갖는다. 현학사조에서는 ‘매우 심오하고 형이상학적이며 관념적인 것’으로 이 세계의 현상 배후의 그 무언가를 형용하는 말로 풀이한다. 이는 서구에 ‘현묘한 학문(Mysterious Learning)’ 또는 ‘형이상학파(Metaphysical School)’로 소개되는 것에서 잘 드러나듯이 오늘날의 의미에서 ‘철학(philosophy)’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리론義理論’의 입장에서 ≪노자≫를 해석한 왕필의 ≪노자주≫는 송대宋代 이후 문인들에게 수용되다가 청淸나라 말기 이후에 철학적 해석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특히 19세기 서구와 조우遭遇하면서 전통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함께 제자백가諸子百家가 다시 주목받게 되었을 때, 왕필의 ≪노자주≫는 도가철학道家哲學의 중요한 정통으로 강조되었으며, 20세기 중국철학의 성립과정 속에서 ≪노자주≫는 연구의 기초문헌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 이 책의 특징 –동서양의 연구성과 대폭 반영, ≪노자미지예략≫⋅≪사기≫ <노자열전> 부록
왕필의 ≪노자주≫를 저본으로 동양의 역대 주석서를 비롯하여 현대 중국에서 발굴된 마왕퇴백서본馬王堆帛書本 ≪노자≫와 곽점초간본郭店楚簡本 ≪노자≫를 검토⋅종합하였으며, 특히 서양의 연구 성과를 대폭 채용하여 역주에 반영함으로써, 동양뿐 아니라 서양의 연구 경향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또한 1951년 왕유성王維誠이 처음 확인한 왕필의 저서 ≪노자미지예략老子微旨例略≫의 번역을 부록하여 왕필의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였으며, ≪사기史記≫ <노자열전老子列傳>도 번역하여 부록함으로써 노자의 삶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은 숭실대학교 철학과에서 ≪노자의 양생론적 해석과 의리론적 해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장학자 김시천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책이다. 김시천 교수는 디지털인문학연구소에서 동양고전 전문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통해 ≪노자≫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노자≫ 전체 81장의 각 장章에 해설을 달아 설명함으로써 일반 독자들도 쉽고 편안하게 노자의 사상을 읽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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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되는 책인것 같습니다.
최강진지 2020-06-10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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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노자번역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믿음이 가는 책.
akronicle 2020-06-15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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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만나는 시간



'노자'라는 이름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서양에 '스피노자'가 있다면, 동양에는 '노자'가 있으며, 현대에는 '박노자'가 있다. 한결같이 시대의 반항아로 살아가며,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한다. 이들 노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그중에서 동양의 '노자'는 가장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은 노자를 만날 수 있는 '도덕경'이라는 책이 천의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도덕경'해설서 중에서 김시천 교수의 '역주 노자도덕경주'를 골랐다.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에서 보여준 김시천 교수의 실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자, 노자를 통해서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을 만나러 길을 떠나자.



1. 노자! 교육을 말하다.

고전은 시대가 변해도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도덕경'은 2천 여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견디며 오늘날에도 많은 혜안을 주고 있다.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듯이, 도덕경이라는 거울은 우리의 교육에 어떤 통찰을 주고 있을까?

많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한다. 예습과 선행학습은 엄연히 다르다. 예습은 다음날 배울 것을 간단히 살펴보는 공부라면, 선행학습은 1년전에 혹은 6개월전에 한과목을 미리 배우는 것이다. 선행학습에 대해서 노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전식자 도지화이우지시(前識者 道之華而愚之始 )"

미리 안다는 것은 도의 허황된 꽃이요 어리석음의 시작이다.



미리안다는 것! 선행학습은 학생들에게 허황된 꽃이며, 어리석음을 불러 일으키는 시작이다. 이미 모든 것을 알기에 수업에 참여할 흥미를 떨어뜨린다. 수업시간에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잠을 자는 경우가 있다. 이미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했는데, 이미 다아는 것인데, 왜? 또 공부를해야하느냐며 잠을 청하기도 한다. 교과서 진도를 빨리 나가면 실력도 타인보다 앞서 간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노자는 말한다. 선행학습은 겉모습만 화려한 꽃이며, 참다운 공부의 질을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이라고....

노자가 한국에 온다면 한국 어머니에게 해줄말은 무엇일까? 자녀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이의 어머니에게 아마도 이러한 말을 했을 것이다.



"생이불유 위이불시 장시부재 시이현덕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낳으면서 가지지 않고, 하되 의지하지 않으며, 자라게 하되 다스리지 않으니 이것을 일컬어 '신묘한 덕'이라 한다.



과거 우리 부모들은 자녀를 노후연금으로 생각했다. 자녀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자녀를 위해서 희생을 하면 노후에 자녀가 자신에게 효도하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아집은 집착과 소유욕으로 이어진다. 자녀를 자신의 '아바타'로 생각하고 자녀가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란다. 자녀의 꿈보다는, 자녀의 행복보다는 타인에게 자랑할 수 있는 직업과 학력을 가진 자신의 아바타가 되어주길 바란다. 내가 낳았으니, 자녀는 나의 소유라는 이기적인 생각은 자녀에게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폭력이다. 노자는 말한다. 한국의 학부모여! 자식을 낳았으되, 소유하려하지말라! 자녀를 길렀으되 자녀에게 의지하려하지 말라,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바란다면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부모가정하지 말고 자녀가 결정하게하라! 이러한 양육방법을 오묘한 덕이라한다. 진로문제로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아버지를 죽였다는 기사가 우리를 놀라게했던 적이 있다. 자녀를 소유하고 의지하고 다스리려한다면, 자녀가 부모의 노예가 되던지, 부모가 자녀의 희생물이 될 수도있다.

노자가 우리 학교를 방문해서, 보통의 교장들의 모습을 본다면 어떠한 말을 해줄까? 초빙교장, 응모교장들이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서 각종 사업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노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민지난치 이기상지유위 시이난치(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是以難治)"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들이 무언가 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다.



대전의 어느 학교에서 교육청에 민원이 들어왔다. 교장이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해서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그런데, 교사의 찬성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재투표를 했고, 그래도 찬성율이 저조하자, 교무부장이 이를 조작했단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그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내가 보아왔던 많은 학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찬성율이 나오면 재투표를 했고, 투표를 하기 전에는 "선생님들은 아무일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승진을 하셔야하는 주변의 선생님을 위해서 부디 찬성표를 던져주세요"라는 멘트를 넣는다. 정에 약한 한국사회에서 승진에 목을 메며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찬성표를 던진다. 그리고 그결과는 비참하다. 보여주기 위한 행정이 시작된다. 학생과 상담하며 알찬 수업준비를 하기 위해서 쏟아야할 시간을 보여주기 위한 행정에 소비해야한다. 가득이나 바쁜 학교생활이 더욱 바빠지고, 그 스트래스는 자연스럽게 학교 구성원들 모두에게 퍼지게된다.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일도, 신경질적으로 대하며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서로 이해하며 몸이 아파서 병가를 쓴 선생님의 교실에 누가 들어갈 것인지를 두고 신경질을 부린다. 나도 힘들고 시간이 부족하기에 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 이러한 우리의 학교 현장을 보며 노자는 말한다. "교사와 학생이 힘들어하고 그들을 조화롭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교장과 교감이라는 관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만들기 때문이다. 교육의 핵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을 만들기 때문에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노담 선생님(노자) 힘든 학교생활은 어떻게 해나가야하나요"라고 내가 묻는다면, 노자는 어찌 답할까?



" 시이성인욕상민, 필이언지하, 욕선민, 필이신후지(是以聖人欲上民, 必以言下之, 欲先民, 必以身後之)"

이 때문에 성인은 백성 위에 있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그 말을 낮추고, 백성 앞에 서고자 할 때는 반드시 그 몸을 뒤로 물린다.

"자현자불명 자시자불창(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자벌자무공 자긍자 불장(自伐者無功 自矜者 不長)"

스스로 드러내는 자는 밝지 않고, 스스로 옳다고 하는 자는 드러나지 않고, 스스로 뽐내는 자는 공이 없고, 스스로 자랑하는 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하며 큰소리를 치는 사람은 별로 무섭지 않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녹음기를 들고와서 자신이 필요한 질문을 차근차근하면서 논리적으로 사건을 따져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는 당장의 화풀이 보다는 법적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자신의 화를 감추고 얼굴에는 미소를 띈다. 가장 무서운 관리자는 폭력적, 강압적으로 교사와 학생을 짓누르는자가 아니다. 자신을 낮추며 그들을 앞세우고 자신을 뒤로 물리는 자이다. 폭력적 관리자는 민원을 제기하고 법적으로 그를 상대하면 된다. 그러나 자신을 낮추는 관리자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에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내가 경험했던 000 교감이 있다. 겉보기에도 유약해보이고 겸손했다. 선생님이 타주는 커피를 받아들고도 다른 선생님들은 커피를 마셨냐며 자신의 커피를 주려하였다. 큰일을 결정할 때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만, 일단 결정이 되면 그 어떤 반발에도 굴하지 않는다. 자기 것을 취하지 않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먼저 베풀었기에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먼저 챙겨주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가장 많은 것을 얻었다고 그는 자주 말한다. 노자는 말한다. 사회생활을 현명하게 하고자한다면, 아랫사람들 대할 때 자신의 말과 행동을 낮추라, 그들을 이끌고 가고 싶다면 그들 뒤에서라! 가기 싫어하는 소를 억지로 앞에서 끌고 가기 보다는 그 소와 친구가 되어 뒤에서 소를 몰고가라! 자신의 공을 자랑하지 말고, 스스로 뽐내지 말고, 스스로 자랑하지 말자! 그러면 남이 먼저 나를 알아줄 것이다.

노자가 우리의 교실에 들어와서 변화하고자하는 교사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줄까?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그들에게 어떠한 수업을 해야할까?



"대백약욕 광덕약부족 건덕약투 질진약투(大白若辱 廣德若不足 建德若偸 質眞若渝)"

매우 흰 것은 마치 욕된 듯하고, 넓은 덕은 마치 부족한 듯하고, 확고 부동한 덕은 야박한 것 같고, 질박한 참됨은 마치 더러운 듯하다.



1타 강사들이 학원가를 휩쓸고 있다. 최태성, 설민석을 비롯한 많은 스타강사를 보면서, 나도 저들처럼 수업을 하려했다. 나름 강의식 수업에는 일가를 이루었다. 그런데, 나의 확고 부동한 강의식 수업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에서 이세돌이 승리했다. 더 이상 암기를 많이 시키는 수업은 새로운 인재를 키워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다. 변화해야한다. 변화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 우리 교육이 변화해야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변화하고 있지 못하다. 새로운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 우리 교사에게 노자는 무어라 말해줄까? 매우 흰 것은 마치 욕된 듯하다. 넓은 덕은 마치 부족한 듯하다. 확고 부동한 덕은 야박한 것 같다. 질박한 참됨은 마치 더러운 듯하다. 좋은 수업은 서툰듯하다. 교사가 모든 것을 학생에게 알려주는 수업은 완벽한 수업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헛된 수업일 뿐이다. 참된 앎을 전해주고 싶다면, 마치 서툰듯, 비어 있는듯 수업을 해야한다. 교사는 가만이 있지만, 학생들은 바삐 움직이며 배움을 터득해간다. 학생이 스스로 친구들을 가르치고 배워간다. 교실에서 교사는 마치 한가히 노는 백조인 듯 하다. 요즘, 강조하는 학생 중심 수업을 실행하라.

학생들에게 성적문제, 이성문제 등등 수많은 고민거리가 있지만,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자신의 진로문제이다.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해서 고민하는 학생, 자신의 성적으로는 자신이 가고 싶은 학과에 진학할 수 없기에 꿈을 바꾸어야할지 고민학는 학생들이 많다. 노자가 진로를 고민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다가가 무엇이라 말할까?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대사 필작어세 시이성인, 종불위대, 고능성기대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是以聖人 終不爲大 故能成其大)"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성인은 끝내 큰일을 행하지 않으니 그 때문에 그 위대함을 이룰 수 있다.



거대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지만, 현실은 너무도 초라하다. 태산앞에 자신의 위치는 너무도 낮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모한 도전을 할 것인가? 큰꿈을 가지라 했기에 무조건 큰 꿈을 갖고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들 학생들에게 노자는 조언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된다.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태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함부로 태산을 한걸음에 오르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인은 끝내 큰일을 행하지 않으니 그 때문에 태산을 오르는 위대함을 이룰 수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금 내딛어야하는 작은 걸음을 시작하자. 자신의 꿈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서 서점을 찾아가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 천하의 어려운 일도, 천하의 큰일도 작고 세세한 것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 노자! 한국사회를 말하다.

노자선생이 대한민국에 온다면 우리에게 어떠한 말들을 해줄까? 노자를 초대해서 그의 말을 들어보자. 뒤엉킨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는 우리 현실을 노자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자.

노회찬이 갔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지만, 너무도 두려운 존재 삼성을 상대로 굴하지 않았으며, 503호 공주님과 맞짱을 뜨며 약자의 편에서서, 노동자의 편에서서 일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렇게 강한 사람이 드루킹 사건에서 불거진 선거자금 문제에 너무도 힘없이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强行者有志(강행자유지) 不失其所者久(불실기소자구) 死而不亡者壽(사이불망자수)"

힘써 행하는 사람은 뜻이 있으며, 제자리를 잃지 않는 사람은 오래가고, 죽어서도 잊히지 않는 사람은 오래 산다.



노회찬은 명문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유신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여러 책들을 읽으며 진리를 얻고자했다. 한국의 명문대학을 나오고서도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용접을 배웠다. 자신의 삶을 힘써행하는 그의 모습에는 뜻이 있었으며, 노동자를 위한 삶을 버리지 않은 그는 서민을 위한 정치인으로 오래 우리 곁에 있었다. 그러나, 그리도 강해보이는 그가, 자신의 티끌 같은 오점을 용서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허공속에 내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서있었던 사람도 그를 위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의 삶은 노무현의 삶과 오버랩된다. 약자를 위해서, 약자를 위한 정의를 만들기 위해서 시대와 정면대결했던 그들의 삶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죽었지만, 그들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다.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죽어서도 잊히지 않는 사람은 오래 산다.' 노회찬은 우리 가슴속의 밀알이 되어 영원히 우리곁에 살아갈 것이다.



"부유병병, 시이불병(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성인불병, 이기병병, 시이불병(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대저 오로지 병을 병으로 여기는 까닭에 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성인이 병폐가 없는 것은 그 병을 병으로 여기는 까닭에 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땅의 진보세력은 자신의 허물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니, 그를 지켜보는 우리들이 그것을 강요한 측면도 강하다. 몇백억을 집어삼키고서도 뻔뻔하게 잘도살아가는 사람이, 노무현이 자살했을 때 '사람이 마음이 약해서..'라고 말하며 혀를 찼단다. 그들에게는 돈 얼마 받아먹은 것이 전혀 허물이 되지 않는가 보다. 결국 그들의 허물이 쌓여서 적폐가 되었다. 이 땅의 진보세력들은 자신의 병폐를 병으로 여긴다. 병폐를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는 더 이상 진보세력이 아니다. 여기에서 진보세력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진보세력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병폐를 병폐로 여기고 이를 용납하지 않아야한다. 그러기에 진보세력에게는 가장 강력한 도덕적 완결성을 요구한다. 이로인해서 진보세력의 거두들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 병폐가 적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도덕적 완결성을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어느 정도의 도덕적 흠을 용납해야할까? 이 풀기 어려운 딜레마 속에서도 나는 믿는다. 이 땅의 진보세력이 언제까지나 약자의 편에서서 모두를 위한 사회를 만들려 노력하리라는 사실을.... 도덕경 20장은 고 노회찬의 마음을 노래하는 것 같다.



"荒兮 其未央哉. 衆人熙熙 如享太牢 如春登臺 황혜 기미앙재. 중인희희 여향태뢰 여춘등대

我獨泊兮 其未兆 如嬰兒之未孩 儽儽兮 若無所歸 衆人皆有餘 而我獨若遺 아독박혜 기미조 여영아지미해 래래혜 약무소귀 중인개유여 이아독약유

我愚人之心也哉 沌沌兮 俗人昭昭 我獨昏昏 俗人察察 我獨悶悶 아우인지심야재 돈돈혜 속인소소 아독혼혼 속인찰찰 아독민민

澹兮 其若海 飂兮 若無止 衆人皆有以 而我獨頑似鄙 담혜 기약해 요혜 약무지 중인개유이 이아독완사비

我獨異於人 而貴食母 아독이어인 이귀식모"



황량한 모습이 텅 빈 곳에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듯하다.

뭇사람들이 희희낙락하며 큰 소를 잡아 잔치를 벌이는 것 같고, 봄날 누각에 오르는 것 같다.

나 홀로 담박하여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은 모습이 아직 웃을 줄 모르는 갓난아기 같으며,

몹시 지친 모습이 돌아갈 곳이 없는 것 같네

뭇사람은 모두 남음이 있는데 나홀로 잃어벌니 듯하니

나는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이로구나.

혼돈스럽다.

세간의 사람들은 똑똑한데 나홀로 흐리멍덩하고

세상 사람들은 자롣 살피는데, 나홀로 어리석도다.

담담하여 바다 같고, 고고하여 그칠 줄을 모르는 듯하네,

뭇사람들은 모두 쓸모가 있는데, 나홀로 완고하고 비루하다.

나홀로 다른 사람과 다르고자 하여 만물을 먹이는 어미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을 살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이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로 회귀하는 일이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대해서 비판하려하면 좌빨로 바라보는 노년세대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치 이야기를 싫어하는 주변인들을 바라보며, 우리사회에 우경화를 걱정했다. 노자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보면서 이러한 말을 했을 것이다.



"天下 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천하 개지미지위미 사오이 개지선지위선 사불선이)

故 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形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고 유무상생 난이상성 장단상형 고하상경 음성상화 전후상수)"

천하가 모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여길 줄 아는데 이것은 추한 것이다. 천하가 모두 선한 것을 선하다고 여길 줄 아는데 이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있음과 없음은 서로 낳고 쉬움과 어려움은 서로 이루어주고, 긺과 짧음은 서로 비교되고,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며, 음악소리와 노랫소리는 서로 어울리고,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모두가 좋아하고 절대다수가 사랑하는 사회에서는 히틀러가 총통이 될 수 있는 사회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기 않기에, 아름다움만이 존재해야한다는 믿음이 지배하기에, 나와 다른 유대인과 아름답지 않은 장애자들을 죽였다. 노자는 모두가 Yes할때 No를 외칠 수 있는 용기를 우리에게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Yes할때, No를 외치기는 너무도 힘들다. 폭력으로 No를 외치지 못하게 만들기도하고, 사회 분위기가 No를 금기시하기도한다. 획일적인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사회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세상을 아름답게하기 위해서라도 추함과 아름다움은 조화를 이뤄야한다. 2000년전 노자는 서양보다 먼저 똘래랑스를 알고 있었다.

취직이 잘되지 않고, 그래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중에는 비트코인에 빠져서 대학 등록금을 날린 대학생들도 있다. 이들에게 노자는 어떠한 말을 할까?



"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 使民心不亂(부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불견가욕 사민심불란)"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말아 백성들이 도둑이 되지 않게 하라. 욕심낼 만한 것을 보이지 말아 백성들의 마음이 어지러워지지 않게 하라.



일확천금을 얻으려 대학등록금을 날린 젊은이들은 정부를 탓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이를 정권탓으로 돌린다. 그렇게하면 일시적 위안은 느낄 수 있다. 마치 자신의 누명을 인정하고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아Q'처럼....위정자라면,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여, 땀흘려 일하기 보다는 한탕으로 부자가 되려하지 않게 해야한다. 투기성 비트코인을 보다 일찍 규제하여, 투명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야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새로운 창조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한다.

요즘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바닷거북을 보면서 인간의 편리함이 자연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지를 알았다. 그래서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천하만물생어유 유생어무 )"

천하의 만물은 유에서 생겨나고 유는 무에서 생겨난다.



천하의 모든 것들은 있음에서 생겨나는데 있음이 시작되는 곳에서는 없음을 근본으로 삼는다. 석유라는 유에서 플라스틱이라는 있음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마땅히 플라스틱은 없음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래야만 천하만물이 순환하며 자연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은 없음으로 돌아가지 않거나, 돌아가는 시간이 너무도 길다. 있음을 위해서 없음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인간이 만든 플라스특은 거스르고 있다. 반면 질그릇은 진흙이라는 있음에서 탄생했으나, 다시 없음으로 돌아간다. 있음을 위해서라도 없으로 돌려보내야한다. 없음으로 돌아가지 않는 있음은 만들어서는 안된다. 비단 플라스틱만이 아니다. 핵발전소를 비롯한 수많은 있음들은 없음으로 돌아가지 않아 자연을 위협시키고 있다. 있음은 없음을 근본으로 삼아야한다는 노자의 말에 인간이여 귀를 기울여 조시오....



3. 노자! 정치를 말하다.

노자라는 책이 제왕학의 교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노자와 법가가 결합하여 '황로학'이 성립한다. '황로학'은 중국 한나라 시기에 경제때에 중국 황제들에 의해서 번성했다. 어떤이는 도덕경을 병법서라고 말한다. 도덕경에는 병법에서나 볼법한 글귀들이 많이 있다. 노자가 말하는 정치학을 만나보자.





"重爲輕根 靜爲躁君(중위경근 정위조군)"



"奈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내하만승지주 이이신경천하)

輕則失本 躁則失君(경즉실본 조즉실군)"

무거움은 가벼움의 근본이 되고, 고요함은 조급함의 군주가 된다.

전차 만대를 부리는 주인이면서 어찌 그 몸을 천하에 가볍게 처신하겠는가. 가볍게 처신하면 근본을 잃게 되고 조급히 굴면 군주의 지위를 잃게 된다.



진정 정치를 하는자는 신중하고 냉철해야한다 한비자 '망정'편을 보는 듯하다. 군주가 신중하지 않고 가볍게 처신을 한다면, 근본을 잃게 되고 심지어는 군주의 지위를 잃게 될 수도 있다. 항상 신중하게 자신의 권위를 사용해야한다. 그 권위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군주를 4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도덕경 17장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太上 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태상 부지유지 기차 친이예지 기차 외지 기차 모지)"

대인이 윗자리에 앉아 다스릴 때에는 아래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 알 뿐이며, 그 다음 사람은 그를 친하게 여기고 기리게 하며, 그 다음 사람은 그를 두려워하게 하며, 그 다음 사람은 그를 모멸한다.



이를 역사와 관련지어 설명해보자. 군주가 윗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만을 알 정도 정치를 잘하는 단계(下知有之)에는 중국 전설상의 임금인 요임금과 순임금을 들 수 있다. 그다음 그를 친하게 여기고 예찬하는 단계(親而譽之)는 우리나라 세종과 정조 대왕을 예로 들수 있다. 임금을 두려워하 단계(畏之)는 연산군을 들 수 있다. 인조반정 전의 신하들은 연산군이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찼고 인조반정이 일어나자 왕의 주변을 떠나거나 반정군의 편에 들어섰다. 마지막으로 임금을 모멸하는 단계(侮之)는 인조를 들 수 있다. 두번씩이나 수도를 버리고 도망간 무능한 왕이다. 자신의 못남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을 독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칭찬을 받기 보다는 두려운 존재가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자는 두렵고 멸시받는 군주를 최하등급으로 두고, 무위의 통치자와 유능함으로 다스림으로써 사랑받는 통치자를 가장 윗자리에 두었다. 503호의 국정농단을 겪으면서 한국의 대통령들은 두렵우면서도 경멸을 받는 존재인지,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생각해본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란 "전쟁은 나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 행위다."라고 말했다. 전쟁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정치의 연장선이다. 그렇다면, 노자가 말하는 전쟁론을 살펴보자.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棘生焉(불이병강천하 기사호환 사지소처 형극생언)"

군사로 천하에 강자 노릇하지 않으니, 그런일을 되돌리기를 좋아한다. 군대가 머물던 자리에는 가시덤불만 돋아닌다.



전쟁을 모르는 자들이 전쟁을 쉽게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NSC가 열렸는데, 군필자가 국방부장관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유명하다. 전쟁을 모를 수록, 군을 모를 수록 전쟁을 쉽게 말한다. 손자병법에도 가장 좋은 방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라했으며, 전쟁은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런점에서 노자는 정쟁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전쟁이 임할때는 당연히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善爲士者不武 善戰者不怒 善勝敵者不與 善用人者爲之下(선위사자불무 선전자불노 선승적자불여 선용인자위지하)"

장수 노릇을 잘하는 자는 무용을 뽐내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자는 분노하지 않고 적을 잘 이기는 자는 함께 다투지 않고, 남을 잘 부리는 자는 자신을 낮춘다.



싸움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전쟁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요한일이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신중을 기해야만이 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잘 싸우는자는 분노하지 않고 적과 함께 다투지 않는다. 외교로, 경제를 무기로 적을 제압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전쟁을 사용한다. 트럼프가 오바마처럼 싸드를 비롯한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기 보다는 경제로서 압박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노자가 생각하는 국제질서는 무엇일까? 그가 생각하는 대국은 어떠한 면모를 가지고 있어야할까? 도덕경 61장에는 노자가 생각하는 국제질서의 단초가 있다.



"大國者下流 天下之交 天下之牝 牝常以靜勝牡 以靜爲下(대국자하류 천하지교 천하지빈 빈상이정승모 이정위하)

故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小國以下大國 則取大國(고대국이하소국 즉취소국 소국이하대국 즉취대국)

故或下以取 或下而取 大國不過欲兼畜人(고혹하이취 혹하이취 대국불과욕겸축인)

小國不過欲入事人 夫兩者各得所欲 大者宜爲下(소국불과욕입사인 부양자각득소욕 대자의위하)"

큰 나라는 강과 바다처럼 아래쪽에 처하니 천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요. 천하 사람들이 돌아오는 암컷이다. 암컷은 늘 고요함으로 수컷을 이기고 고요함으로 아래가 된다. 그러므로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 아래에 처하면 작은 나라를 취하고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 아래에 처하면 큰 나라에게 취해지니 그러므로 어던 경우는 아래에 처하여 취하고 어떤 경우는 아래에 처하여 취해지는데 큰 나라는 다른 사람들을 다 거느리기를 바랄 뿐이고, 작은 나라는 다른 사람밑에 들어가 섬기기를 바랄 뿐이다. 큰 나라와 작은 나라 둘이 각자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큰 나라는 마땅히 아래에 처해야한다.



도덕경 61장은 '조공 책봉'이라는 동아시아 외교 질서를 상정해 놓은 듯하다. 주나라의 봉건제도가 무너져 내려가던 시기에 살았던 노자의 머릿속에는 큰나라가 작은 나라를 불러 회맹을 맺고 작은 나라들이 이에 순종하는 속에서 이루어지는 평화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한듯하다. '조공 책봉'이라는 동아시아 외교 질서가 무너진 지금, 중국이 걸어야할 바람직한 외교질서는 무엇일까? 바로 도덕경 61장에 있다. 큰 나라는 강과 바다처럼 낮은 곳에 임하여 천하의 모든 것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어야한다. 대국굴기를 하려는 중국은 야심차게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다.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주변국들에게 각종 투자를 하는듯하지만, 그 과실은 중국이 가져가고 주변국들은 중국의 경제치투에 신음하고 있다. '도광양회'하면서 미국의 발톱을 피해가던 중국이 이제는 대국굴기를 외치며 세계로 폭주하고 있다. 중국은 노자의 말에 귀기울여야한다.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고 천하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그들을 품어야한다. 지금의 폭주하는 중국의 모습은 약소국에게는 모멸의 시선을 받고,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라는 경제적, 군사적 견제를 불러 일어킨다.



4. 역주 노자도덕경주를 말하다.

김시천은 노자를 전공한 학자이다. 그의 '도덕경'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가 번역한 '역주 노자도덕경주'에 대해서 몇마디 할말이 있다.

첫째, 김시천은 지나치게 바그너의 학설을 따른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외국 학자들의 '도덕경' 관련 서적을 많이 본 김시천은 외국 학자들의 학설을 많이 받아들였다. 외국학자들의 주장이 나름의 타당성이 있어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외국학자들 중에서 특히 바그너의 주장을 많이 따르고 있는 점은 약간 불편한 느낌을 준다. 도덕경 23장 " 德者 同於德(덕자 동어덕)"이라는 문장은 하상공본과 왕필본 도덕경에 모두 실려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바그너가 왕필 주문에 있는 내용을 근거로 '덕'을 '득'으로 고쳐서 '得者 同於得(득자 동어득)"으로 수정하였다. 왕필본과 하상공본에 똑같은 내용이 전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수정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행동이다.

둘째, 주문을 근거로 본문을 고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도덕경 34장 "萬物歸焉而不爲主(만물귀언이불위주) 可名爲大 (가명위대)"를 "萬物歸之而不於主(만물귀지이불어주) 可名爲大 (가명위대)"로 수정한 것이 대표적이 예이다. 저본의 '언'을 주문의 '귀지'에 근거하여 '지'로 수정했다. 이번에도 바그너의 주장을 따른예이다. '위'를 '어'로 수정하 것은 앞의 문장과 짝을 이루기 위해서 수정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김시천의 해석에 대한 불만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왕필의 해석에도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도덕경 57장에 "民多利器 國家滋昏(민다리기 국가자혼, 백성에게 이로운 기물이 많으면 국가는 더욱 혼란해진다.)"를 왕필주에는 "백성이 강하면 국가는 약해진다."라고 적어 놓았다. 백성이 강해지면 국가가 약해진다는 말은 현대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설명이며, 노자를 바르게 해설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된다. 백성이 이로운 것만 추구하면 국가가 혼란해진다.라는 뜻으로 해설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백성이 자신의 이로운 것만을 추구하다가 국가에 해를 끼친사례는 비트코인 사태를 들 수 있다. 단기적 이익을 쫓다가 개인은 물론, 국가와 사회에도 해독을 끼쳤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내 나름의 해석도 해보았다. 도덕경 27장에 "常善救物 故無棄物

(상선구물 고무기물, 늘 만물을 잘 구하는 가닭에 버려지는 물건이 없으니)"라는 문장을, 항상 물건을 잘 구하기에 그래서 버려지는 물건이 없다. 즉, 한번 물건을 살 때, 제대로 된 물건을 장만했기에 벌빌 물것이 없다. 로 해석했다. 어떤가? 괜찬은가??





노자를 읽으면서 20여년전 도올 김용옥 선생이 TV에 나와 했던 강의가 새록새록 기억난다. 그의 강의를 들으며 도덕경이 이렇게 재미있고 쉬울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때 '도덕경'을 사서 원문을 공부하며 강의를 들었다면 얼마나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까?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도 고민이 많았다. 대학을 다니며, 앞으로 먹고살 걱정을 해야했다. 사랑을 생각하며 가슴아파하기도 했다. 이제 다시한번 만나게된 '도덕경'은 그 시간 동안 성숙한 나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먼 훗날, 도덕경을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무르익은 내가 도덕경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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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2018-11-30 공감(2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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