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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0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행동하는 지성  역사역사 바로알기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망중한담 2017 2 4 1207
‘노자(老子)’ 강의가 끝날 때 어머니를 EBS에 모셔서 인사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만날 때마다 감동적 이었다고 하면서 안부를 물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지난 4월 5일 향년 9
5세로 유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1910년생이니까 20세기를 거의 완벽하게 채우신 분입니다. 우리 민족의 모든 고난과 영
광을 역사와 함께 하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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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43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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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운명하시는 순간에 느낀 것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머니는 혼수상태로 계시다가 깨끗하게 돌아가셨습니다. 숨이 ‘딸깍’하는 순간에 육신을 보니까 완벽하게 그 모습 그대
로였습니다. 그러나 그 ‘딸깍’하는 그 순간의 느낌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살아 움직이는 경락이 순간
적으로 사라지고 (얼굴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시신의 얼굴(느낌)은 정말 달랐습니다. 가슴에 귀를 대어보니 심장은 안 뛰
고 ‘꾸르륵’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순간에 펑펑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막내인 저는 엄마 젖을 오래 빨았는데, 초등학교 때까지도 나오지도 않는 젖을 빨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막내기 때
문에 (어머니의) 정이 깊었습니다. 나오지도 않는 젖을 빨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의 변화는 인간의 생애에 있어서 0.001%의 변화도 안되는 것입니다. 바로 ‘딸깍’하는 순
간의 변화가 99,999%의 변화였습니다. 죽는 순간의 변화는 너무나 큰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은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과의 사이에 있습니다. (이것이) 기적 같은 사실입
니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려면 생명의 작동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생명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것은 그게 전부라는 것입
니다.
10/10/23, 3:43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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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의 사이에서 변화라는 것은 너무나 미미한 것임에도, 그 안에서 우리는 싸우고 남을 미워합니다.
생명을 보유하고 있는 한, 인간은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며 평등한 존재입니다. 생명이 있는가와 없는가, 그것이 인간의
전부입니다.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 사는 것의 고귀함을 한번 생각해 봐야 되겠습니다.
돌아가신 자리에서 시신을 옮기지 않고, 전통적인 예식에 따라 그 양반이 사시던 곳, 즉 집에서 했습니다
그대로 백(魄)이 가라앉고 혼(魂)이 날아 갈 수 있다고 믿기에 시신을 옮기지 않았습니다. 빈소는 영안실을 빌렸지만 시신
을 옮기지는 않고 집에서 염을 하고 입관을 했습니다.
누나가 어머니의 수의가 든 함을 가져왔습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손수 마련하신 수의 보따리 속에는 80년 전 시집 올 때 입었던 다홍치마와 연두색 저고리가 있었습니
다. 어머니께서는 그 옷을 입고 가시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수의 같은 이런 수의가 우리 민족사의 마지막 수의일
것입니다.
장례식 집사자는 ”이렇게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수의는 처음 보았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운명했었을 때 자기의 삶의 터전이었던 그 자리에서 염(殮)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 삶의 코스모스에서 혼(魂)
은 하늘로 가고 백(魄)은 땅으로 스미게 됩니다.
▷ 코스모스(Cosmos) 질서와 조화의 구현으로서의 우주
저는 평생을 기독교신앙으로 살았으면서, 기독교 철학을 공부했으면서, 기독교 울타리 안에서만 인류 운명을 다룰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신앙의 영역을 넓혀갑니다. 기독교도 입장에서 본다면 제 행동이나 사상이 이단자 같을 수 있고 기독교를 부정하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빈소에 스님이 찾아오면 저는 염불을 하게 하고 (염불 못할 것이 어디 있어요?!) 교회에서 조문객이 오면 앉아서 찬송가
를 부르게 했습니다. 당연한 거지요.
어머니는 당신의 아들 김용옥의 사상에 대해서 개입하신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어떤 사상을 깨
닫게 되어 어머니께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는 참으로 재미있게 들어주셨습니다. ‘칸트’니 ‘헤켈’이니, 무슨 이야기 등 제가
나름대로 깨달은 것을 이야기하면 어머니는 몇 시간이건 들어주셨습니다. 어머니처럼 제 강의를 잘 들어 주신 분이 없습
니다.
우리 사회는 인간에 대한 평등관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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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나처럼 공부를 하신 분이 아닙니다. 대단한 교육을 받으신 분이 아니지만, 내가 아무리 어려운 이론을 개
발했어도 그것들을 모두 이해해주셨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그러한 제 모습을 통해서 당신이 교화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한 이야기의 상당부분은 어머니의 신
앙을 무너뜨리는 이야기였습니다.
형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단이라 할지 몰라도, 우리 어머니는 100% 나의 사상을 이해하시고 한번도 내가 그릇된
길로 가고 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영상 :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호적' 1/4
진짜 기독교 신앙이라 하는 것은 나를 핍박하는 자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를 죽이려는 원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사랑이 없으면 기독교가 아닙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쉽습니다
10/10/23, 3:43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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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고 선거의 당락만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본질과 대의는 잊어버리게 됩니다
기독교는 증오의 종교가 아니고 사랑의 종교입니다
구약이 인간에게 증오를 가르쳤다면 신약은 철저하게 사랑 무조건 적인 사랑을 가르쳤습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두가 평등합니다 숨을 딸깍하는 순간까지도 인간의 고귀한 모습입니다
저는 늙어가고 있습니다 젊은이가 부럽습니다
벌써 공부도 제대로 못했는데 벌서 이렇게 늙어 가는구나… 그렇지만 결국은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귀
하고 이것이 기쁘고 이것이 고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동학을 강의할텐데 동학사상은 오늘의 우리 모습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우리 민족의 Bible이라고 생각합니
동학사상의 모든 가능성은 동학 이전의 최한기崔漢綺라는 사상가에 의하여 그 시대적 정신이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최
근에 이 최한기라는 걸출한 사상가에 관한 아주 재미나는 문헌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오늘은 그것을 중심으로 그분의 족
적을 한번 보기로 하겠습니다
조선시대 양반집 호적등본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정확하게 준호구準戶口라는 것입니다
조선왕조를 우습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조선왕조는 대단한 나라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백성국민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3년마다 호구조사를 했는데 출생자 이주자 사망자를 모두 조사했습니다 그것을 호적중초戶籍中草라 하며
정식 호적을 만들기 위한 전단계의 기초 자료로써 신청자호주가 직접 작성합니다
호주戶主라는 말은 일제의 산물이고 당시는 주호主戶라고 했습니다
主戶는 그 호집의 주인이라는 호주의 개념이 아니라 그 집에서 부역 병역 등의 국역國役을 담당할 대표적 인물을 말
하는데 호주라는 말 자체가 남성 중심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여자가 결혼하면 여자의 성姓이 없어지는데 한국은 여자 성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 주호(主戶) : 단순한 호주의 개념을 넘어서 국역(國役)을 담당
우리나라의 호적제도는 완벽하게 양성 평등 즉 남녀평등제도입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17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거의 남녀가 평등한 세계적으로 드문 남녀 평등 사회였기 때문에 남
편이 죽으면 부인이 승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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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엽 최한기의 호적에도 남자 쪽 4조四祖가 나오고 그 다음에 여자 쪽 4조四祖가 함께 나옵니다
호적중초戶籍中草는 집에서 작성해서 향청鄕廳 지방의 말단 기관=주민센터에 제출하는데 최한기는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한성부에 제출합니다
이 당시의 한성부는 서울의 호적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전국의 호적을 모두 관리했습니다 제출된 호적문서는 호적고
戶籍庫 호적을 보관하는 곳에 보관되었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곳의 호적고는 규모가 컸습니다
호적단자戶籍單子를 제출하면 받았다는 접수 도장을 찍고 관청에서 보관했습니다 호적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고 과
거科擧 보러 갈 때나 송사訟事 등에 초본이 필요하면 관청에 가서 필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함풍咸豊 중국의 연호 2년1852 모월 한성부에서 발급
당시 최한기의 주소지 한성부 漢城府 서부西部), 양생방養生坊), 송현계松峴契), 삼통三統), 삼호三戶)에 사는 생원
生員 최한기崔漢綺 ▶방坊 > 동洞
호적단자戶籍單子는 호주가 손수 써서 향청鄕廳이나 한성부漢城府에 제출하는 호적원문입니다
한성부漢城府=서울는 태조 5년에 1396년 정도전이 5부 52방으로 나누고 그 이름도 만들었는데 조선말까지 유지되었
습니다
과거시험의 문과에는 대과와 소과가 있었습니다
소과는 생원시 진사시로 나뉘었는데 초시初試를 거쳐 회시會試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자를 생원
生員이라고 했습니다
崔漢綺의 호적 서문
崔漢綺 年五十 癸亥生 本朔寧
父 通政大夫 行 昆陽郡守 兼晋州鎭管兵馬同僉(첨)節制使 光鉉
生父 學生致鉉 祖 學生配觀 曾祖 成均生員之嵩
外祖 金모薄 本安東 娶朴氏 齡五十三 庚申生 籍蕃南 父 學生宗赫 祖 學生經源 曾祖 學生師完
外祖 通訓大夫 行魯城縣監 兼公州鎭管兵馬節制徒尉 李集明 本慶州 率有幼學柄大 年三十四 己卯生 娶申氏 齡三十七 丙子
生 籍高齡 率奴婢秩 婢 五月 年庚子生 父 不知 母婢一分 一所生
최한기는 나이가 50이며, 계해생이고, 본관은 삭녕이다.
아버지는 통정대부이며 곤양군수와 진주진관병마동첨절제사(무관 벼슬)를 겸직한 광현이다.
사조의 생부는 학생 치현이고, 조부는 학생 배관이다. 증조부는 성균관 생원이며 이름은 지숭이다.
10/10/23, 3:43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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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부는 김ㅇ박 이고 (이 당시 호적 기록에 사용된 종이는 ‘호적지’라고 해서 질이 좋지 않았는데, 특히 이 종이는 질이
나쁜 것이기 때문에 이름의 가운데 자가 없어졌다) 본관은 안동이다.
아내는 박씨이고 나이는 53세(최한기 보다 3세 위)인 경신생이며 본관은 반남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학생 종혁, 조부는 학생 경원이다.
영상 :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호적' 2/4
증조는 학생 사완이고, 외조는 통훈대부로, 로성 현감과 공주진관병마절제도위를 겸직한 이집명이다. 본관은 경주이며.
슬하에 유학 병대가 있는데 그의 나이는 34로 기묘생이고 아내는 신씨이며, 나이는 37세, 병자생이고 본관은 고령이다.
노비를 여러 명 거느리고 있는데 차례로 말하면, 여자 노비는 이름이 오월이며, 나이는 경자생이고, 그녀의 아비는 알 수
없으며, 어미의 이름은 일분이고 소생이 하나 있다.
10/10/23, 3:43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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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유(己酉 1849) 호구상준자(戶口相準者)
이 호적은 3년 전의 호구와 비교하여 같다는 의미
최항(崔恒 1409~1474)
삭녕 최씨(朔寧崔氏) 중 유명인사. 조선 초기의 문신(文臣).
<용비어천가> <동국정운> <훈민정음 해례> <경국대전> 등 찬진.
최한기의 호적에 들어있지 않은 아들과 딸들은 반드시 딴 곳에 등재되었을 것입니다 당시 국가조선에서는 호구가 많
아야 세수稅收가 많았기 때문에 등재하는 쪽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호적을 줄이려 했던 반면에 조정에서는 늘리려
했습니다 이런 것은 조선조 호적제도의 문제점이엇습니다
조선조의 호적은 양반이라는 신분을 과시하고 과거 때 사용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양반들의 재
산인 노비문서도 되었기 때문에 호적에는 노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적었습니다
노비(奴婢) 노(奴)=남자 종, 비(婢)=여자 종.
양반들은 노비의 숫자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천자수모법賤子隨母法을 제정했습니다
고려시대인 1039년 처음 제정된 이 법은 고려시대부터의 풍습이 된 악법惡法이었습니다
어미가 천인이면 비록 아비가 양인이라 할지라도 어미의 신분을 따라 천인이 된 것인데 노예의 숫자를 늘리려는 데에
이 법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양반들에게는 좋은 법이었으나 국가적으로는 손해였습니다 노비로부터는 세금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에 노비제도는 조
선왕조의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노비제도를 폐지하려고 해도 양반들이 반대했습니다
조선왕조에서 노비제도가 없어진 것은 동학농민혁명 때인 갑오경장 이후 부터입니다 갑오경장甲午更張 당시에 동학
혁명의 요구 중 하나는 노비제도의 폐지였는데 갑오경장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노비제도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17세기 내지 18세기에는 노비의 인구가 확실하게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오늘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 중 절반이
노비의 후손들입니다 그것은 속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와서 양반 상놈 따지는 것은 전부 사기입니다
▷ 종들은 아버지를 모르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노비 문서의 성명은 대부분이 이뿐이=伊분伊, 개똥=介동, 칠돌=七乭(돌 밑에 을의 음을 따서 씀) 등등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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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 영상 :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호적' 3/4
조선시대의 공문서 결재決裁는 한성의 당상관堂上官 정삼품지금의 국장급 이상이 수결手決로 했습니다 서양보다
우리가 먼저 수기사인 私印을 했던 것입니다 도장은 일제의 산물
그러나 한성 같은 데서는 민원이 많아 사인을 도장화圖章化하여 사용했습니다 최한기의 호적에 나오는 결재 사인私
印은 수결이 아니고 사인을 도장화한 것입니다
사조四祖란 부父 조祖 증조曾祖 고조高祖를 말하는데 호적에는 먼저 남자 쪽 사조四祖가 나오고 그 다음 여
자 쪽 사조四祖가 나옵니다
호주인 남자 쪽이 사망했을 때 지금은 아들이 승계하지만 고려시대를 거쳐 17세기 중엽까지 즉 장자상속의 유교 종법
사회 이전까지는 완전히 남녀평등이었기 때문에 여자가 승계상속를 했습니다
10/10/23, 3:43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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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입니다
최한기는 44살에 문과에 급제했습니다
부자간의 연령 차이가 16살이었는데 16살 연하의 아들이 그의 평생 친구였습니다 책을 저술하면서 아들과 담소하고 아
들이 아버지의 글을 필사하면서 사이 좋게 살았다고 합니다
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살았던 최한기의 말년은 엄청나게 가난해져서 저서를 쓰는데 종이가 없어서 쌀을 외상으로 빌려
종이를 사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최한기가 망한 이유는 책을 너무 많이 사느라 가산을 탕진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신간 서적이 나오면 한양서울의 모든 서점이 최한기에게 가져갔다고 합니다 최한기는 이처럼 책을 사기 위해
서 집도 팔고 패가망신을 했다고 하는데 다음의 일화를 읽으면 책에 대한 그의 애착을 알 수 있습니다
或言購書多費者(혹언구서다비자) 惠岡曰(혜강왈) 假令此書中人(가령차서중인) 竝世而居(병세이거) 雖千里(수천리) 今吾
不勞以座致之(금오불로이좌치지) 購書雖費(구서수비) 不猶愈於齎粴而適遠乎(불유유어재리이적원호)
어떤 사람들은 내가 책을 사는데 돈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가령 이 책 속의 사람이 수 천리 떨어져 살고 있다면 그 먼 길
을 갔다 와야 할 것인데 책을 사면 돈이 들지언정 나는 지금 힘 안 들이고 앉아서 그 사람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가!
구서購書 책 구입에 가산을 탕진한 최한기는 말년을 초라하게 보내다가 죽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학문에 대한 열정
속에서 살았던 분이며 이런 분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이렇게 개명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10/10/23, 3:43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 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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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 영상 :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15강 '죽음과호적' 4/4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망중한담 2017 1 19 1501
천즉기 기즉천 (天卽氣 氣卽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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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4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https://hablife.tistory.com/596 2/15
항상 이렇게 강의를 들으려 와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격려 덕분에 이 강의를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
니다.
저는 지난 주 문화일보 기자직을 그만 두었습니다. 2002년 12월 2일에 발령이 난 이후로 2004년 4월 3일까지, 문화일보
의 평기자로서 1년 반 동안 나름대로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문화일보의 편집국 분위기는 일체의 외부 간섭이 없었기 때문에 편집국은 그들의 상식 위에서 신문을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신문사 측에서 저의 기고문인 ‘도올고성’의 주관적 해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기 때문에 제가 그만두게 되었습
니다.
10/10/23, 3:4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https://hablife.tistory.com/596 3/15
'도올 고성'이라는 칼럼에 실린 제 글이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일보는 치우침 없는 신문을 만들고
자 하기 때문에 '도올 고성'을 실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문제라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 수정이라도 하겠다고 했으
나 그들은 저의 제의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선비는 각필(閣筆)은 할 수 있으나 곡필(曲筆)은 할 수 없다” 하
고 문화일보를 그만 둔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오로지) 객관적인 사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글에는 해석이 들어가 있고 치우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에서 치우지 않는다는 기사는 있을 수 없습니
다. 치우치는 (치우칠 수 밖에 없는) 기사를 어떻게 공평하게 싣느냐가 안 치우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태에 대해서 서로 상충되는 견해의 기사라 할지라도 열린 마음으로 포용하는 아량이야 말로 치우치지 않는 언론의
자세인 것입니다.
제가 칼럼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 중에서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하는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금, 법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크게 잘못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 등을 통해서 미국의 재판과정을 볼 때는 법원이 마치 극장 같습니다. 원고 · 검사 · 피고 간에 형사 사건에 대
한 공방을 진행하는데, 이 장면에서 법정은 하나의 드라마 무대와 같습니다. 재판은 12명의 배심원 앞에서 진행됩니다.
배심원은 다수결로 유죄(Guilty), 무죄(Innocent)가 여부를 결정하고 판사는 형량만을 결정합니다. 중요한 사실 인정은 배
심원이 하며, 후속적인 형량결정만 판사가 하는 것입니다.
재판정에 참석한 배심원은 전혀 법률 전문가나 법조인이 아닙니다. 아주 평범한 일반 시민이며, 사법부에서 무작위로 뽑
은 사람입니다.
법관이 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범죄에 관한 진위 판단이나 사실인정은 법관이 아닌 그 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에 맡기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 배심원 제도가 생긴 것입니다.
▶당사자주의 :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 원고인 검사와 피고인이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 소송을 진행시키는 주의. 직권주
의에 대칭되는 말.
배심원제도에는 진위 자체의 인위적 결정은 인식론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다는 생각, 즉 진위 여부나 시비의 판단
은 그 사태가 속한 사회의 상식적 컨센서스(Consensus=합의)에 맡기자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영미법에서의 법(Law)은 있는 것(Being)이 아니라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Becoming)입니다.
법을 존재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생성론적으로 생각합니다.
10/10/23, 3:4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https://hablife.tistory.com/596 4/15
영미법, 특히 시민의 권리에 관한 민법은 법전이 없습니다. 사람들의 상식에 의해서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것을
불문법(Unwritten Law)이라고 합니다. 영미법은 불문법이며. 관습 및 판례 중심의 법입니다.
불문법(不文法 Unwrittenlaw) : 영미법 : 관습•판례 중심
성문법(成文法 Writtenlaw) : 대륙법 : 법전 중심
그에 반해서 성문법은 법전 중심이며, 독일과 프랑스 계통의 대륙법을 말합니다.
법전은 하나의 시스템이며, 법관이 그것을 해석하고, 인간사회의 질서, 규범을 내려주고 있습니다. 대륙법 중에서는 참심
제도를 두어 국민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서양에서 법이라는 것은 마그나 카르타 이래로 귀족들이 왕권을 제약하기 위해 자기들이 낸 일종의 성명서 같은 것입니
다. 그런 성명서들이 역사 속에 계속 쌓여서 법이 된 것입니다. 법은 반드시 그 역사의 내재적 맥락과 체험으로부터 우러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조계는 법관권위주의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헌법학자 뢰빈슈타인은 헌법을 ①규범적 헌법, ②명목적 헌법, ③장식적 헌법으로 분류했습니다.
1948년 7월 17일에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공포되었지만 우리나라 헌법은 역사의 내재적 맥락과 관계가 희박한 명목상
의 헌법입니다.
법이란 옷과 같은 것으로 신체가 바뀌면 옷이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마치 어린 아이에게 멋진 어른의 옷을 입혀놓고
어린이가 커서 맞춰지도록 하는 것과 같은 것(우리 헌법과 같은 것)을 명목적 헌법이라고 합니다.
성문헌법으로는 미국의 헌법이 대표적인 것입니다.
대표적인 성문헌법인 미국 헌법은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영국에 항거하면서, 신대륙에 어떠한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미
국의 사상가 비전을 요약해서 제임스 메디슨을 비롯한 55명의 대표가 필라델피아에 모여 1787년에 성립한 것이 미국 헌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시민들은 그들의 헌법을 달달 외우고 있습니다.
모든 민권헌법은 계속 수정될 수 밖에 없고, 계속 수정되어 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헌법도 Amendment 즉 수정안들이 누
적되어 이루어진 헌법입니다.
10/10/23, 3:41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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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지금은 이런 말이 굉장히 설득력이 있지만 전두환 시대에 이런 말을 하면 어땠을까? 당시의 헌법은 “대한민국은 독재국
가다. 주권은 독재자에게 있고 권력은 독재자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어야 맞는 헌법이었다는 말입니다.
영상 :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1/4
영국의 헌법은 불문율로 되어 있는 불문헌법(Unwritten Constitution)입니다.
세계 역사상 법치와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한 나라가 영국이라고 하지만, 막상 영국에는 헌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1215), 권리청원(1628), 인신보호법(1697), 권리장전(1689), 왕위계승법(1701) 등이 계속 이어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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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
Status of judicial precedent, text books, law books, the writings of historians and political theorists, the biographies a
nd autographies of statesmen, the columns of every serious newspaper, the volumes of Hansard, the minutiae of eve
ry type of government record and publication. This is what is meant by saying the English constitution is unwritten.
교과서, 법률저서, 역사가들과 정치이론가들의 저작, 정치이론가들의 저작, 정치가들의 자서전과 자필문서, 모든 주요 신
문의 사설, 정부의 기록 간행물 등등 모두가 영국 불문법 헌법에 속한다.
영국의 헌법이 불문법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초기 정도전에 의해 ‘조선경국전’이라는 이름의 성문헌법이 최초로 만들어지고, 성종 때 <경국대
전:經國大典>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불문법이 있었는데, 공자의 사상에 예(禮)와 법(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子曰(자왈): 道之以政(도지이정), 齊之以刑(제지이형), 民免而無恥(민면이무치), 道之以德(도지이덕), 齊之以禮(제지이례),
有恥且格(유치차격)
정치로써 백성을 이끌고, 형벌로써 가지런히 한다면 백성들은 법망(형벌)을 피하기 위해 염치를 버리게(부끄러움을 모르
게) 될 것이다.
백성을 덕으로서 이끌고 예로서 가지런히 한다면 백성들은 염치도 있고 질서도 있을 것이다.
조선왕조의 <경국대전>은 왕의 통치수단으로써의 법이기 때문에 골격은 형법(Criminal Law)이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
법은 형법이었습니다. 법을 포도청 나졸이 백성들을 때려 잡는 무서운 것으로만 알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들은 법
을 ‘피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게 됐습니다.
민법(民法)은 것은 법을 통해서 백성(국민)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사상을 법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법을 통해서 나의 권리를 주장하고, 법을 통해서 역사를 바꾸고, 법을 통해서 혁명을 하고, 법을 통해서 진
리를 밝힌다는 것이 없었습니다. 조선시대(까지)의 법은 형법뿐이었습니다. 불행히도 오랜 세월 동안 전통적 규범이었던
우리의 예(禮)와 법(法)은 (백성의 권리를 밝히는) 민법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불문법으로도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유교사상은 불문법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법 체제에서 유리되어 갔습니다.
조선역사 500년 동안 추구한 것은 4단(四端)이었는데, 이것은 서양의 자연법(Natural Law)사상이 말하는 바와 같이 ‘인간
의 본성에 내재하는 도덕적 질서’를 말합니다.
조선의 주리론(主理論) 전통은 자연법의 추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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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론, 곧 자연법 추구는 노모스(Nomos)를 뛰어넘는 피지스(Physis)였습니다. 법이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지 우리가 법
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법을 위해 있는 것 같은 이런 난센스(Nonsense)가 또 어디에 있습니까?
▶노모스 Nomos : Latin어로 Melody, 즉 ‘가락’
▶피지스 Physis : Latin어로 ‘자연의 작품’ 또는 ‘물리적인 성질’
우리는 조선 사상사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사상사를 강의하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모든 (근원적인) 문제가 현재의 우리 현실과 얽혀있다는 것에 있습니
다.
조선왕조는 500년을 지내면서도 근원적으로는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조산 후기에 이르러) 바야흐로 새로운 역사의 변화가 오기 시작할 때 그것을 감지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려는 대표적
인 사상가로 혜강 최한기(惠岡 崔漢琦)라는 인물이 꼽힙니다.
▶최한기(1803~1877)의 본관은 삭녕(朔寧), 호는 혜강(惠岡), 19세기 중엽, 새로운 사상 패러다임을 만든 대 사상가. 원
래 개성 사람으로, 서울로 이주했다.
최한기의 선조는 집은 부유한 편이었지만 10대를 통해 과거급제자가 없었습니다. (家素裕 : 집은 원래 부자였다).
최한기는 어려서 양자를 갔는데, 무과에 급제한 양(養)증조부인 최지숭(崔之崇)에 이어 양부인 최광현(崔光鉉)도 무과 급
제를 하여 벼슬은 곤양군수와 진주진관 병마동첨절제사에 이르렀습니다.
19세기 우리나라 최고의 사상가인 최한기는 서울 남대문 시장 쪽, 지금의 한국은행 본점 자리에 대궐 같은 집을 짓고 살
았습니다.
육당 최남선 선생의 <조선상식문답속편>에 의하면, 조선 역사에서 가장 저술을 많이 한 사람이 최한기이며, 저서는 <명
란주집>이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천 권을 저술했다고 하므로 아마 300~400권은 족히 되었을 것입니다(보통 3~4책이 한
권 임). 그가 저술한 책 중 상당부분이 유실되었으나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최한기는 신비로운 인물입니다.
당대의 명망가들과 교류가 없었고 제자가 없었고 문집도 없었습니다. 정약용은 제자가 있었지만 최한기는 제자가 없었
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선조 말에 가장 많은 저서를 소장하고 있었는데, 동양 전통 고서 외에도 당대에 출간된 서양
의 (인문) 서적은 물론 모든 과학서적까지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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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2/4
그리하여 중국 북경 정양문 내의 인화당(人和堂)에서 최한기의 30대 저서인 <신기통>과 <추측론>을 묶어 <기축체의>
라는 이름의 활자 디럭스판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조선의 학계에서는 최한기를 잘 몰랐고 19세기 조선에서는 중인들이 가장 깨어있었으며, 그들은 해외여행도 자주했기
때문에 역관(譯官)이나 중인(中人)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인(中人)이란 조선 시대에 양반과 상민의 중간에 있던 신
분 계급을 말합니다.)
실제로 최한기는 당대의 어마어마한 양반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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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대작(大作)들을 저술한 그의 저택 안에는 기화당(氣和堂), 양한당(養閒堂), 장수루(藏修樓), 긍업재(肯業齋) 등의
네 채의 건물과 24명의 종(남 13명, 여 11명)이 있었습니다.
당시(구한말)의 조선은 안동 김씨, 풍양 조씨 등의 세도정치와 민비(閔妃=명성황후), 대원군, 고종황제 간의 세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던 혼탁한 사회였습니다.
이처럼 엉망인 정치상황 속에서도 최한기는 정치와 권력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인류 평화를 생각하고 세계를 바라보면서
살다가 갔습니다.
우리는 조선 후기가 최한기와 같은 사상가가 활동할 수 있었던 문화였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
치사적 맥락과는 무관하게 최한기는 너무도 멋지게 살다 간 희대의 인물이었습니다.
최한기를 19세기 조선의 Cosmopolitan(=세계인)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최한기 사상의 특이점은 오륜(五倫)에 일륜(一倫)을 더한 육륜(六倫)이라 하는 데서 엿볼 수 있습니다.
君臣有義(군신유의), 父子有親(부자유친), 夫婦有別(부부유별), 長幼有序(장유유서), 朋友有信(붕우유신)의 오륜(五倫)에
兆民有和(조민유화)를 더했습니다.
兆民有和(조민유화)란 억조창생, 즉 모든 인간은 화합한다는 뜻입니다.
최한기는 55세에 한국 역사상 최초의 세계인문지리서인 지구전요(地球典要)를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전요(地球典要)
에는 나라이름, 수도, 인구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최한기의 유일한 친구는 대동여지도의 저자인 김정호입니다. 조선시대에 이분 이상의 위대한 인물은 없을 것입니다.
(국민이라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합니다. 나라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은 근대정신의 소산입니다.
김정호의 지도는 오늘날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것보다 더 정확합니다. 생김새(지형)도 정확합니다. 걸어 다니면서 어떻게
그렸을까? 현대과학으로는 풀 수 없는 미스터리 투성이입니다.
종래의 지도는 김정호의 지도에 비교도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김정호의 친구인 최한기도 정확한 세계지도를 그렸습니
다. 모든 나라의 수도, 인구, 정치제도 등을 적었습니다.
文一平(1886~1936)의 조선명인전(朝鮮名人傳)에는 최한기와 김정호가 남산 꼭대기에 올라 밤의 별을 쳐다보면서 다음
과 같은 말을 나눈 것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두 위인은 기(氣)를 토하면서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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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기를 먹고 살고 있으니 무언가 조선을 위해서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학문으로서 치안
(治安=치민<治民>과 안민<安民>)을 이룩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닌가!”
“조선의 정치가 무엇 하나 돌아가는 것이 있는가? 안동김씨, 풍양조씨들이 전부 사랑방 정치를 하고 있지 않는가? 국정
은 날로 혼미해가고 있다. 정호야! 너는 지리(地理 : 땅의 이치)를 맡아라. 나는 천문(天文=天紋=하늘의 무늬=하늘의 질서
=모든 보편적 법칙)을 맡겠노라”고 기염을 토했다고 합니다.
지리를 공부한 김정호는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남겼고, 천문을 공부한 최한기는 기학(氣學)을 연구했습니다.
천즉기(天卽氣), 기즉천(氣卽天) 하늘은 기로 되어 있고 기는 곧 하늘이다. 즉, 우주는 기다.
“나는 기를 연구하겠다.”한 최한기는 평생을 기(氣) 하나의 연구에 몰입했습니다.
과거 우리가 알았던 (성리학) 이기론의 기가 아니라, 이 사람의 기는 100% 과학적인 기였습니다.
‘기학(氣學)’은 최한기가 55세 때 연구한 우주론의 대작입니다. 이 책은 19세기 조선의 가장 개명한 사상가인 최한기의
포괄적 우주론을 담고 있다. 최한기의 ‘기학(氣學)’은 정말로 위대한 책입니다.
‘기학(氣學)’ 서두에,
中古之學(중고지학), 多宗無形之理(다종무형지리), 無形之神(무형지신), 以爲上乘高致(이위상승고치)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학문에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무형의 리(理)와 무형의 신(神)을 받들었다. 애매모호한 것을 숭상했
다.
신기(神氣)는 신천(神天=God)에 해당하는 최한기의 기(氣)개념입니다.
혜강 최한기는 하느님도 기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 자체가 형체이며, 신적인 것이므로 모든 것은 유형으로 환원되어
야 한다고 합니다.
혜강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논점은 바로 무무(無無)입니다.
무무(無無)란, 무(無)는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유형의 구체적 증거가 있는 것이고 형태가 없는 것은 무(無)라는 말
입니다.
“모든 것은 유체적인 유형의 근거가 있는 것이고 그 유형의 근거도, 형체가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어떤 경우에도), 우리
가 무형이라 생각하는 모든 것이 유형이다. 앞으로 내가 하는 학문은 형체가 없는 것이라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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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최한기의 근대 과학사상’의 출발이다.
영상 : 우리는 누구인가 제14강 '법과 기학'  3/4
정도전에서 이퇴계에 이르는 모든 유학적 패러다임은 최한기에 의해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우리 민족에게도 개명(開明)한, 현실적인, 세계의 학문으로 발전해 가게 됩니다.
개화기의 사상가들(김옥균, 유길준, 박영효 등)은 서양 콤플렉스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일본에 가서 서양을 배
웠습니다. 서양 제국주의 학문인 진화론의 희생양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동도서기(東道西器) 운운하는 유치한 논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
▶東道西器 : 동양의 도에 서양의 그릇, 즉 정신은 동양적인 것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양의 물질문명을 수용한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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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기는 조민유화(兆民有和), 즉 지구상의 모든 민족, 종족이 편견 없이 대등하게 교류되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19세기 당시에도 그는 “흑인들도 우리와 똑같이, 세상의 모든 사람과 같이 대접해야 한다.” 고 했습니다.
“우리는 서양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서양의 과학은 뛰어나다. 기학에 있어서도 그들은 근거 있는 유형의 기로부터 법
칙화시켰다. 그들은 모든 것을 계량화시키고 잴(계측할)수 있게 해 주었다. 이때까지 우리가 무형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서양문명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정신문명을 깊게 배워야 한다”고 질책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19세기 중엽이라 하면 민란이 가장 많이 일어나고, 외세가 가장 빈번히 침범해 오는 처참한 역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역사는 이렇게 위대한 사람, 가장 위대한 사상가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바로 최한기입니다. 그의 저서는
2세기가 지난 오늘날에 읽어도 현재의 어떠한 물리학자의 세계관보다 뛰어난 것이며, 거의 2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이
책에 상응하는 과학적 우주론이 한국인에 의해 시도된 바는 없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나와서 소리치는 것은 도올 김용옥이 잘 나서가 아닙니다.
이 땅에는 저보다 몇 백배 훌륭한 사상가들이 꾸준히, 남모르게 피눈물을 흘리며, 조국의 운명을 걱정하면서 키워 온 역
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날 이 역사의 수레바퀴가 바야흐로 이들이 꿈꾸었던 세계를 이룩하려는 역사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가 우리
의 역사를 바르게 알아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투표장에 가야 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한 명도 빠지지 말고 투표장에 가서 귀중한 한 표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해야 됩니다.
만 20세의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한 표의 투표권이 주어지기까지 인류 문명은 희랍인들의 데모크라시로부터 시작해서 2,
500년 동안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과로 오늘의 여러분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인류가 2.500년 동안 왕정과 투쟁해서 얻은 (민주주의 투쟁의) 결과인 것입니다.
현재의 나의 존재를 우연적 존재로 생각하지 말고 기나긴 인류사의 정신문명의 성취 속에 나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깨닫
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행동하는 지성  역사역사 바로알기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망중한담 2016 12 31 1601
조선 유학은 인간을 이성의 주체로 파악하기보다 감정의 주
체로 파악한다.
Content Life 만족한 삶 홈 태그 미디어로그 위치로그 방명록
10/10/23, 3:40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https://hablife.tistory.com/581 2/18
“지난 시간에 탄핵정국에 대한 의미심장한 말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번 시간에도 뭔 이야기를 하나 쳐다 볼 사람이 많
을 것 같은데. 제가 사실은 몸이 상당히 아프지만 강의를 안 할 수가 없어서 나왔습니다.
제가 의사입니다. 병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현대인의 병은 전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습니다. 몸 안에서 오는
발병은 전부 다 칠정(七情)과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조선 유학은 인간을 칠정의 주체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선 의학도 인간을 감정(七情)의 주체로 파악했다.
10/10/23, 3:40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https://hablife.tistory.com/581 3/18
조선 사상사의 한 정점인 이제마(李濟馬 1837~1900)도 인간의 질병을 감정의 문제로 파악했다. (▶ 이제마(李濟馬:1837~190
0): 조선조 말엽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창시한 대 사상가)
이제마는 인간의 성정에 있어서 애노희락(哀怒喜樂)의 치우친 상태를 분석하는 것으로 사상의학의 틀을 세우고 인체를
상중하(上中下)의 3초(焦)로 나누었습니다.
사상의학에서 모든 체질(Constitution)은 선천적으로 오행관계가 치우쳐 있는 구조를 말합니다.
이제마 4체질 분류
1. 태양인(太陽人)
폐가 크고 간이 작으며 가슴 윗부분이 발달한 체형.
목덜미가 굵고 실하며 머리가 큰 대신에 허리 아랫부분이 약하며, 엉덩이가 작고 다리가 위축되어 서있는 자세가 불안
정해 보인다.
다른 사람과 사교하는 데 소통을 잘하는 장점이 있고, 과단성이 있어 사회적 관계에 유능하다.
태양인은 소변량이 많고 잘 나오면 건강하다. 입에서 침이나 거품이 자주 나오면 병이 된다. 담백한 음식이나 간을 보
하고 음을 만들어 주는 식품이 맞다. 지방질이 적은 해물류나 채소류가 좋으며 병에는 오가피장척탕이나 미후등식장
탕이 좋다.
2. 소양인(少陽人)
비대(脾大) 신소(腎小)하며 가슴이 성장하고 충실한 반면 엉덩이 아래로는 약하다.
상체가 실하고 하체가 빈약하며 앉은 모습이 외롭게 보인다. 말하는 것이나 몸가짐이 민첩해서 경솔하게 보일 수도 있
고 눈에 정기가 있고 입술은 엷으며 턱은 뾰족하고 성격은 급하면서 쾌활하다.
굳세고 날랜 장점이 있고, 일을 꾸리고 추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양인답게 굳세고 강인함도 있고 적극성도 있어서 어
떤 일에 착수하는데 어려워하지 않는다.
소양인은 대변이 잘 통하면 건강상태이다.
비뇨기 ·생식기 기능이 약하며 일반적으로 배추 ·오이 ·보리 ·밀 ·녹두 ·해삼 ·돼지고기와 찬 음식을 좋아하고, 더운 음식
과 기름기 많은 음식을 싫어한다. 병에는 양격산화탕 ·육미지황탕 ·양독백화탕 ·형방폐독산 등을 많이 사용한다.
3. 태음인(太陰人)
10/10/23, 3:40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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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크고 폐가 작으며 허리 부위의 형세가 성장하여 서있는 자세가 굳건한 반면에 목덜미 기세가 약하다. 보통 키가
크고, 작은 사람은 드물다. 대개는 살이 쪘고 체격이 건실하며 간혹 수척한 사람도 있어도 골격만은 건실하다.
성격은 꾸준하고 침착하며 무슨 일이든 시작한 일, 맡은 일을 이루어 성취하는 데 장점이 있으며 어느 곳에서나 잘 적
응하는 재간이 있다.
태음인은 땀구멍이 잘 통하여 땀이 잘 나오면 건강하다.
호흡기와 순환기 기능이 약해서 심장병 ·고혈압 ·중풍 ·천식 등에 걸리기 쉽고 지방질이 많은 식품은 좋지 않다. 고단백
질의 식품이 좋고, 채소류 ·해물류가 좋고, 자극성 있는 조미료나 닭고기 ·개고기는 해롭다. 병에는 청폐사간탕이나 태
음조위탕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4. 소음인(少陰人)
신대(腎大) 비소(脾小)하며 엉덩이가 크고 앉은 자세는 크지만 가슴둘레를 싸고 있는 자세가 외롭게 보이고 약하다. 보
통은 키가 작으나 드물게 장신이 있고 상체보다 앞으로 수그린 모습을 하는 사람이 많다.
유순하고 침착하며, 사람을 조직하는 데 능하다. 마음 씀씀이가 세심하고 부드러워 작은 구석까지 살펴서 계획한다.
소음인은 음식소화만 잘 되면 건강하다.
먹는 양도 적고 빙과류 같이 찬 것이나 생맥주 같은 것을 먹으면 설사하기 쉽다. 고추 ·파 ·마늘 ·감자 ·미나리 ·닭고기 ·
명태 ·개고기 ·대추 등과 더운 음식, 매운 음식을 좋아하며 찬음식을 싫어한다. 병에는 십전대보탕 ·향사양위탕 ·보중익
기탕 ·곽향정기탕 ·소합향원 등이 있다. (출처 NAVER 백과사전)
폐(肺) : 호흡기관인 Lung(폐장기) 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두뇌를 포함한 인간 상초 전체의 기능→금기(金氣)에 해당
동양에서는 肺(金)과 肝(木), 脾(土)와 腎(水)는 상극(相剋)관계로 봅니다.
(즉, 하나가 성하면 다른 하나는 쇠한다는 것.)
人稟臟理(인품장리), 有四不同(유사부동)
1. 肺大而肝小者(폐대이간소자) 名曰太陽人(명왈태양인)
10/10/23, 3:40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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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있어 상초가 강한 사람은 하초가 약하다. 화를 잘 내지만 금방 잊는다. 결벽증이 많고 괴팍하다. 예술가가 많다. 간
이 작기 때문에 육식을 피해야 한다.
살이 쉽게 빠지는 스타일. 머리가 크고 엉덩이가 작고 가슴 윗부분이 발달. 가을을 만나면 안 좋다. 木: 봄을 만나야 좋다.
방향으로 말하면 동쪽. 봄만 되면 펄펄 난다. 금붙이는 안 좋다. 금니도 안 좋다.
태양인 인구 분포는 논할 가치가 없을 만큼 거의 없다.
2. 脾大而腎小者(비대이신소자) 名曰小陽人(명왈소양인)
비위가 좋은 사람. 속이 덥다. 소화를 잘한다. 성격이 좋아 욕을 먹어도 소화를 잘 시킨다. 살결이 보드랍고 얼굴이 흰 사
람이 많다. 성격이 급해서 기차 시간 한 시간 전에 나가는 사람이다. 화를 잘 낸다. 뒤끝이 없다.
소심하여 일찍 약속장소에 나간다. 성격이 좁고, 화를 잘 낸다. 애노(哀怒)의 감정 표시를 잘한다. 그러나 뒤 끝이 없다. 가
슴부위가 성장하여 충실하다. 솔직 담백하고 의협심이나 봉사정신이 강하다. 성격이 급하고, 마무리가 부족하다. 소양인
인구 분포는 30% 정도.
3. 肝大而肺小者(간대이폐소자) 名曰太陰人(명왈태음인)
소위 ‘간뎅이가 부은’ 사람. 과감하게 일한다. 술을 잘 먹는다. 이런 사람은 하초가 강하고 상초가 약하다. 사업가, 국회의
원 등. 자본주의시대는 태음인의 시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며, 목덜미의 기세가 약하다.
꾸준하고 침착하여 맡은 일은 꼭 성취하려고 한다. 보수적이어서 변화를 싫어한다. 봄을 만나면 아프다. 봄에 조심해야 한
다. 봄을 탄다는 것은 체질적으로 봄에 간화가 성해지기 때문이다. 봄에 조심해야 한다.
태음인 인구분포는 50% 정도.
4. 腎大脾小者(신대비소자) 名曰小陰人(명왈소음인)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으며 비위가 좋은 사람. 정치가. 이재(理財)에 밝은 사람. 예술가 등. 육식은 좋지 않다. 흡연도 피해
야 된다. 돈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의(義)를 버리고 안일한 것을 좋아하는 형으로, 게으르기 싶다. 하체 비만 스타일 - 엉덩이가 크고 어깨가 좁은 형. 유순하
고 침착하다. 내성적이며 적극성이 적고 추진력이 약하다.
소음인 인구 분포는 20% 정도.
10/10/23, 3:40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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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40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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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피하고, 꼭 알아야 하는 최근의 국제정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동북아 국제정세에는 두 개의 문제가 있는데, 대만문제와 남북문제가 있습니다. 대만문제는 이념문제, 통일문제 등이 상
당히 복잡해서 역사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대만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대만(섬)은 중국문화권 밖에 있었는데 명나라 때부터 중국역사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게 됩니다.
대만은 원주민이 사는 섬이었습니다. 이들은 남방어계(南方語系)의 폴리네시안이며, 필리핀 최북단의 Bantam군도와 생
활습관 및 언어가 비슷하고 동일한 문화권에 속하는 고산족입니다.
대만을 영어로 Formosa, 즉 ‘아름다운 섬’이라 하는데 대만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람들이고, 그들이
이 섬을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Ilha Formosa라고 했습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람들이 대만을 처음 발견했지만 이 섬을 최초로 식민 지배한 나라는 네델란드(Netherlands)입니다
Netherlands의 총독이 1624~1662년 38년간 식민지 지배를 한 것입니다.
1653년 효종 당시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이 탔던 상선(商船)도 Netherlands의 대만 총독부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배였
습니다.
대륙에서 명(明)이 망하고 청(淸)이 들어서자 반청(反淸)운동을 일으켰던 정성공(鄭成功)은 대만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러
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청나라가 정성공을 격파하고 대만을 청나라 복건성 관할의 ‘대만부’로 만들었고, 이렇게 해서 청나
라가 대만을 212년간 지배한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동학(혁명) 이후에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는 청일전쟁이 발발하고 일본이 승리합니다. 이토히로부미(안중근의
사에 의해 하얼빈 역두에서 저격 피살됨)가 시모노세키(下關)조약에서 청국으로부터 전쟁배상금조로 대만을 넘겨 받아 1
895~1945까지 50년간 식민지 지배를 합니다. 즉 조선 동학혁명의 대가로 일본은 대만을 얻은 것입니다.
대만은 일본에 의해 50년간 지배되었지만 식민지 피해의식은 없었습니다. 대만사람들은 자기들이 한번도 나라를 가져 봤
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는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식민지 피해의식이 없습니다.
대만의 지배자는 스페인→네덜란드→명나라→청나라→일본→중국국민당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10/10/23, 3:40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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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사람들에게는 식민지 통치자가 바뀐 것이 더 좋았습니다. 특히 일본의 대만통치가 대만인들에게 가장 좋은 정치였습
니다. 학교도 세워 주고, 도로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대만인들의 저항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통치자들과 50년간 좋은 사이로 지냅니다.
대만은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즉 1945년 8월까지 50년간 일본의 통치를 받았는데, 일본의 패전으로 전승국인 중국에 반
환되었습니다.
당시 중국은 (국민당과 공산당) 내란 중이었기 때문에 중국에는 주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대만을 (중국 국가가
아닌) 국민당에게 넘겨줍니다.
대만을 접수한 국민당 패잔병들은 중국말은 못하고 일본말을 하는 대만인들을 모든 사회분야에서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
지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대만사람들의 불평이 이만저만 아니게 됩니다.
1947년 2월 27일, 저 유명한 대만인 대학살사건이 발생합니다.
양담배를 팔던 한 대만 노파가 국민당 병사에게 무참하게 타살되자 불만에 쌓여있던 대만사람들의 ‘민중봉기’가 타이베이
시 연평북로에서 일어나는데, 이 민중봉기를 저 유명한 2.28사건이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약 2만 여명의 대만인이 학살됩
니다.
오늘 날의 대만 사람 가운데 2.28사건과 연루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행정 보도 자료에 28,000명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민간 소문에는 1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대만 전체의 산하가 피로 물
들여졌습니다. 이때부터 38년간 대만은 국민당 정부의 계엄령 하에 놓여있었습니다.
우리는 (국민당이 대만에 세운 정부를) 자유중국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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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민의 85% 가량은 본성인(本省人)과 대만인이고 나머지 13% 정도가 외성인(外省人)입니다.
본성인은 청나라 때부터 대만에 와서 사는 사람이고, 외성인은 1945년 8월 이후 대륙에서 온 국민당원들과 가족들을 말합
니다. 본성인과 외성인 사이에는 피맺힌 한이 있습니다.
본성인 출신인 이등휘가 1984년 중화민국역사상 최초로 직접선거에 의해서 부총통(부통령)으로 당선되고 (총통인 장징궈
의 죽음으로) 1988년~2000년까지 국정을 주도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대만 독립정신이 고취됩니다.
1986년. 여전히 계엄령 치하인 대만에서 본성인 130여명이 중심이 되어 야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을 창당하는데, 2004년
천슈이벤(陳水扁)이 외성인 후보와의 직접선거에서 승리함으로서 대만 역사상 최초로 국민당이 아닌 야당 출신의 총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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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됩니다.
본토민(本土民) 중심의 본성인과 대만 원주민은 기나긴 400년 동안 국가의식을 가져 보지 못했습니다. 민진당의 집권으로
인하여 대만 민중들은 400년 동안의 외세지배로부터 주체적인 나라를 가져야겠다는 갈망을 한 층 높게 가지고 있지만 外
省人들은 이것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철저한 반공산주의자였던 국민당 출신의 외성인들이 하루아침에 친공(親共)의 대륙주의자로 변해버립니다. 이 상
황은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코믹한 것인가를 실감케 하는 것입니다. 본성인들이 볼 때는 웃기는 일입니다.
과거에는 자기들에게 반공(反共)을 부르짖다가 이제는 친공산주의자가 되어 “대만은 대륙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습니다.
반공의 보루였던 대표적 신문, 연합보(聯合報), 중국시보(中國時報) 등 의 신문들도 대륙의 인민일보(人民日報)와 논조를
같이 하며 “대만은 대륙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만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일변일국(一邊一國)을 표방하며 그들은 해양국가로써의 독자적인 국가를 세우려고 노력하는 한편, “대만은 이미 더 이상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만(자유중국)은 미국의 힘(영향력)으로 UN상임 5개국의 하나였지만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고 본
토의 중국과 수교를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2004년) 대만의 GNP는 22,000불,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입니다. 외화 보유고
세계 2위, 해외투자 2,000억불의 부국입니다.
미국의 최대 목적은 어떻게 하면 중국을 견제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빙자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속셈이 있다. 한편 북한이 말썽을 부리니 한국과 일본이 MD(미국이 주
도하는 대북한 미사일 방어체제)에 참여하라고 (압박하며)... 이런 문제가 걸려있는 한, 미국은 쉽사리 한국에서 철군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대만은 중국 본토에서 떨어지는 것이 더 낫습니다.
대만은 미국에게 “영원히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다.” 미국은 대만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대만 독립을 주
장하는 陳水扁(민진당 출신, 본성인)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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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水扁은 국민당의 옌친(蓮戰)과 본성인 출신의 친민당(親民黨)의 송초유(宋楚瑜)와 대전하다가 결국에는 친민당과 합쳐
서 승리했습니다.
박빙의 신승(辛勝)이긴 하지만 최초로 본성인에 의한 정권이 수립되었습니다.
민진당 후보(천수이벤)의 승리는 그것이 비록 압도적이지는 않다고 할지라도, 대만 인민의 자주적 열망 확산의 표상이며,
동아시아 역사의 민주세력의 진보를 나타냅니다.
중국은 대만을 흡수하는 문제에 급급하지 말고,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자신의 도덕성을 고민해야 할 것입
니다.
대만 사회의 내재적 모순에 상응하는 자신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무리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가 더
커집니다.
티베트문제와 고구려 (동북공정) 문제도 그럴 것입니다.
고구려 문제가 왜 생겼는지 아십니까?
과거의 고구려 역사를 중국 사람들이 자기네 역사로 무리하게 흡수하려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이 안 되는 것인데 중국
은 왜 그렇게 하고 있는가?
남북통일의 대비책인 것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통일국가를 이루게 되면 당장 고구려의 고토인 만주 땅의 역사적 정체성이 문제가 됩니다. 그러므로 중국
은 이 문제를 미리 못박아 두자는 것입니다.
중국은 한 때 세계를 지배하려 했던, 거대한 제국주의를 운영했던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가 세계를 그렇게 보고 있는데 우리는 이게 뭐냐?
문제는, 우리가 이렇게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살고 있으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힘이 없으면 그대
로 멸시당하고 처참하게 당하는 것입니다.
강남에 가면 필리핀(출신) 식모들이 많다는데, 필리핀도 막사이사이가 집권하고 있을 때만 해도 일본 정도의 수준이었지
만, 마르코스의 잘못된 정치로 인해 필리핀 사람들은 세계의 식모국 처럼 되었습니다. 이런 이미지 추락은 회복하기 어렵
습니다.
우리나라도 조금만 있으면 대학을 나와도 그렇게 (식모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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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없으면 금방 처참한 나라가 됩니다.
우선 우리는 국방력강화를 해야 합니다. 우선 자주국방을 해야 합니다. (자주국방을) 무엇으로 하느냐, 돈으로 합니다.
자주 국가는 자주국방, 경제 활성으로 가능합니다.
대기업 같은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활동이 제 자리를 찾아 빨리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정
치가 바로 서야 합니다. 빨리 정치를 개혁해야 합니다.
한반도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깔보이면 안됩니다.
내 자식을 서울 대학에 보낼 것만 걱정하고 있지요?
세계정세 속에서 하루 속히 제 궤도에 올라가느냐, 인접국이 우리를 깔보지 못하게, (우리의 국력이 그들과 같아질 수는
없지만) 그들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필요로 하게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건재함으로써 동아시아의 평화질서가 보장되고 우리나라로 인해서 모든 것이 소통되며 (국제)평화 협력에 실
효성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에 가장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국방력을 키워야 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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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이 빨리 종결되어서 빨리 부패가 청산되고, 썩은 시대가
지나가고, 우리나라가 빨리 경제 및 국방문제에 매진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총선에 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습니다만, 나 도올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표창 받을 수 있는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어김없이 츠르게 될 오는 4.15 총선은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 보스(Boss)없는 선거
우리나라 최초로 보스(Boss) 없는 정당이 보스 없이 선거하여 보스 없는 정치를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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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모든 선거는 보스체제하에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는 철저하게 보스가 없습니다. 과거엔 전두환, YS, DJ 등의 보스
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누구도 정치판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초의 보스 없는 선거를 하게 됩니다.
2. 금권 없는 선거
이번 선거는 금권과 결탁되지 않는 최초의 선거가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선거가 얼마나 금권에 썩은 선거였던가를 알 것입니다. 공정선거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번 선거는)
금권이 최소화 되는 최초의 선거입니다.
3. 국민적 관심이 높은 선거
이번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선거가 될 것입니다.
가장 (국민 의식이) 깨어난 선거가 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투표를 하는, ‘투표율이 가장 높
은 선거’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우리 역사에 획기적인 진보를 이룩할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역사가 하루 빨리 제자리를 찾아서 진정한 민생 안정을 이룩하고 부국강병으로 달려갈 수 있는 새날이
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10/10/23, 3:40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3강 '사상의학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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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망중한담 2016 5 19 1512
'王이냐 臣이냐'
오늘날 우리사회는 대의(大義)를 생각하지 않고 목전의 소리(小利)만을 추구
하고 있다.
Content Life 만족한 삶 홈 태그 미디어로그 위치로그 방명록
10/10/23, 3:37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https://hablife.tistory.com/446 2/14
- 서두에 -
이번 강의로 나 '도올'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전에는 못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
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사인을 해 달라고. 사진을 찍자, 악수를 하자고
요구합니다. 거절했더니 욕질을 하고 갔습니다. 담배 갑에다가, 길바닥의 종이를 주워서 사인해 달라고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나
에게 혼돈을 주고 있습니다.
나는 정치인이나 탤런트가 아닙니다. 그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서, 또 인기를 얻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지만 학자는 일반
인들로부터 받아 낼 것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도올 김용옥을 한 사람의 학자로 인정한다면 학자 대접을 해주어야 합니다.
선비는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는 과제로 책을 보고, 논문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선비는 정치가나 연예인들과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관계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 사회가 가고자 하는 도덕
적인 양심만 지키면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 사회의 인기에 영합해서 사는 사람도 아니고, 인기를 얻기 위해서 여기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닙다. 사방에서 강의를 해달
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내 사상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택해서 여기에 나온 것뿐이지, 인기를 얻기
위해서 나온 것도 아니고, 권력을 탐해서 나온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오해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그만 둘 수 있는 사람입니다.
10/10/23, 3:37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https://hablife.tistory.com/446 3/14
존천리거인욕 (存天理去人慾)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을 버린다'는 <주자학>의 제1명제를 좋아한다.
또 <중용>에 이런 말이 있다.
군자계신호기소부도 (君子戒愼乎其所不賭) 막견호은 (莫見乎隱) 고군자신기독야 (故君子愼其獨也)
군자는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경계하고 삼가고, 그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매우 두려워하는 것이다. 숨어 있는 것이라
도 보이지 않는 것이 없으며, 작은 것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 홀로 있을 때에 삼가는 것이
다.
군자는 홀로 있을 때 반성하고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이것이 뭔가 말이다. 노무현 개인은 흔들 수 있어도 국민을 대의한다는 사람들이 그 자리 자체를 흔들
어서는 안 된다.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 학교 나올 것 다 나오고 지도자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국민들 앞에 나와서 "죄송하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다같이 빨리빨리 털고 화합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합심해서 나가겠다."고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우리 사회가 반성을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땅에 태어난 지식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송대
(宋代)의 주자나 고려 말엽의 삼봉, 조선중엽의 퇴계(退溪 이황 李滉의 호) 등 우리나라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학자들이
했던 것과 같이 결국은, "인간 본연의 심성으로 돌아가자"라는 호소 밖에 할 것이 없다.
앞으로 동학을 강의하게 되는데, 동학 때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피살되고 공주 우금치 전투에서는 처절한 살육전이 벌어
져 처참하게 죽어 갔던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20세기를 맞이했으며, 그 피의 대가도 없이 일제 식민지로 들어갔던 것이
다.
※ 우금치 전투
1894년 11월 초, 일본군의 신식장비 앞에 10만 동학 대군 중 5000명만 살아남았다는 처절한 격전. 이 전투를 고비로 갑오
동학 혁명은 실질적으로 종료되었다.
10/10/23, 3:37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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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대) 대선의 결과를 보자.
내가 생각하기에는, 구한말 때는 선거라는 민의가 표출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지금도 (선거 같은) 민의 표출의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면 동학의 몇 천 배가 되는 폭동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그 냉엄한 현실을,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
릴 수는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것은 노무현의 문제가 아니고 어떤 거대한 당과 아무 관계도 없다. 우리 민중들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뒤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무언가 더 깨끗하고, 더 합리적이고 더 정직한 사회로,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협력해서
살 수 있는 사회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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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37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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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은 일종의 신권(臣權)정치, 즉 유교이념으로 무장된 엘리트 신하집단이 통치의 주체세력이 되는 정치형태를 지향
했다. 고려 말의 사회가 워낙 썩었기 때문에 뜻 있는 사람들, 신진 유림이 생겼다.
고려 말은 정도전, 정몽주, 권근 등 탁월한 대석학들이 많은 사회였다. 격동기에는 인물들이 많이 태어난다.
정도전은 당시의 지식인들을 대변하는 한 사람으로서, 모든 지식인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신하들의 합리적인 상식'에
의해서 국가가 운영되기를 바랐다.
왕 한 사람이 모든 걸 지배하는 사회에는 항상 문제가 노출되었다.
정도전 같은 탁월한 신하가 리더십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신권정치가 가능했을 것이나, 그의 구상은 너무 과격했
다. 왕권을 극도로 제한했다.
중앙집권적 절대왕정(Absolute Monarchy)의 화신인 이방원의 입장에서 보면 "혁명은 누가 했는데 왕권을 무시하고 신권
을 달라고 하느냐?"였던 것이다.
이방원은 간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왕권의 집중을 강조했다. 그 정도가 좀 지나쳤다. 그는 왕권을 제약할 수 있는 요소
들은 모조리 죽였다. 이방원이 만큼 (사람을) 많이 죽인 사람은 없다. 자기 형제, 처남 4명도 죽였다. 자기의 사돈 심은은
세종 즉위 초 영의정이었으나 권세를 부리자 가차 없이 사사되었다. 그러나 이방원의 피의 숙청과 왕권의 강화 속에서만
성군 세종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방원의 가차 없는 숙청 때문에 세종은 성군정치를 펼 수 있었고, 세종 등극 이후는 군말
이 없었다. 성균관 학자들도 꼼짝 못하고 순종했다.
위대한 성군은 항상 뒤끝이 나쁘다. 세종, 세조 때의 명신들은 대부분 정도전을 신봉한 권근(權近) 밑에서 배출되었다. 따
라서 이들 대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정도전의 틀대로 갔던 것이다.
조선조의 2대성군은 세종과 정조다.
정조는 대학자였으며 세종을 능가할 정도였다. 또 정치가였다. 세종 이후에 정치가 문란 해졌고, 정조 후에도 정치가 문란
해졌다. 완벽한 왕은 자기만으로 끝난다. 고도의 학식을 소유한 성군이었지만 신권에 다시 눌려 당대의 영화스러운 모습
을 계승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만개한 후 스러지는 꽃과 같았다.
조선왕조의 역사는 신권과 왕권의 시소(See-Saw)게임
10/10/23, 3:37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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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세종의 맏아들)은 세종 때 한글창제에 주도자가 되었다. 대학자였다. 세종의 아들 중에 가장 문장이 뛰어났었다. 문
종은 등극 전에 공부만 했다. 결과로 문약해서 등극한 후 2년 3개월 만에 3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단종이 계승했으나
정치권력은 김종서, 황보인에게 집중되고 또 다시 신권이 강화되었다.
조선왕조를 단순한 왕권의 역사로 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아니 된다. 정도전이 왕권을 제약한 이래로 왕은 함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없는 제도 속에 묶여 있었다.
세조는 왕권의 강화를 위해서 단종을 빙자해서 공신, 신하들을 모조리 쫓아낸다. 세조(수양대군)의 아들은 병약했다.
예종은 등극한 후 1년 2개월 만에 죽는다. 사람들은 세조가 단종을 죽인 업보라고 생각했다.
성종은 세조의 손자였다. 성종은 대단한 인물이었다. 성종주변에는 그를 압박하는 권신(Clown)들이 비교적 적었다. 그래
서 새로운 사림들이 많이 정치에 진출할 수 있었다.
조선왕조의 문물은 세종 때 시작이 되어 반석을 다졌고, 그 반석위에 집을 지은 임금은 성종이었다. 성종의 치세기
간(1469-1494, 25년간 즉위)에 조선왕조의 문물제도가 완성되었다. <경국대전> <동국여지승람> <동국통감> <삼국사적
요> <동문선> <오례의> <악학궤범> 등이 모두 성종 때 편찬되었다.
성종은 공부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선비들을 끌어 모았으며 이 때 영남의 골수 성리학자들이 대거 진출했
다. 이때 사림(士林)이라는 것이 형성된다. 영남사림의 거두 김종직(金宗直:1431~1492) 등 문신을 가까이 하면서 권신들
을 견제했다. 다시 성종대왕의 신권이 강화되었다. 임사홍, 유자광을 유배시키고 신진세력들의 진로를 열어주었다. 성종
은 끼가 있는 왕이었다. 말년에 가면 밤에 미복으로 궁궐 바깥으로 나가 로맨스도 벌렸다. 여기에서 성종비, 윤씨의 질투
가 생겨 왕의 얼굴에 흠집을 내고 해서 폐비가 되었다. 그녀의 아들이 연산군이다.
조선 초기에 사림(士林)이라는 말과 훈구파(勳舊派)라는 말이 나오는데, 훈구파란 세조의 찬위를 도와 정치적 실권을 장
악한 공신 집단, 훈국공신(勳國功臣)을 말한다. 이들은 정도전 계열이다. 이들에 대항하는 세력이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사림(士林)이다. 혁명가 정도전의 개혁세력도 권력을 잡으면 기득권자가 되고 훈구세력이 되었다. 이들 기득권자는 보수
세력으로 전락했다. 개혁세력도 기득권자가 되면 보수 세력으로 전락한다.
※ 김종직 (金宗直 1431~1492)
경상도 밀양출신의 사림파 거두. 항우(項羽)가 초나라의 의제(義帝)를 폐한 것을 단종에 비유해서. 단종을 조위하는 조의
제문(弔義帝文)을 지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연산군 때 무오사화(戊午史禍)가 일어났다.
10/10/23, 3:37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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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 윤씨의 아들인 연산군은 두 개의 사화를 일으켰다. 사화란 "사림이 화를 입는다." 는 의미이다. 무오사화만 사초(史
草)가 발단이었기 대문에 사화(史禍)라 고 부른다. 사화(士禍)란 공신, 외척, 인척 세력이 사림을 견제한 사건이다.
연산군은 영민하고 예술적 기질이 있고 학식도 있었다. 초기에 정치를 잘했는데, 사림에서 간섭이 계속 심해지자 그들을
숙청하게 되었고, 연산군 때 일어난 양대 사화가 무오사화(戊午史禍)와 갑자사화(甲子士禍)이다. 갑자사화 때에는 연산군
이 그의 어머니 폐비 윤씨의 사건을 알게 되면서 그와 관련된 사람을 모조리 죽인다. 이때 김종직의 제자이며 조광조의 선
생인 김굉필도 사형 당한다.
사림을 쫓아내던 훈구파들이 연산군을 폭군으로 몰아 쫓아내고 중종이 등장한다. 바로 지금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중
종이다. 드라마 속의 중종과 장금의 관계는 물론 픽션이다. 그러나 중종이 57세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내의원들이 약제를
상의하고 있는데 "내 증세는 여의 장금이 안다"라고 전교하는 결정적인 한 줄의 글이 <중종실록>에 실려 있다.
중종은 훈구파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자 갑자사화 때의 피해자들인 사림을 다시 끌어들이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사
람이 조광조(趙光祖)다.
※ 조광조 (趙光祖 1482~1519)
김굉필의 유배지에서 2년간 성리학을 공부하고 젊은 나이에 사림파 영수가 되어 발탁된다. 34세에 등용되어 대사헌에 올
랐다가 기묘사화로 38세에 죽는다.
조광조는 김굉필로부터 엄격한 성리학을 배웠다. 그는 항시 의관을 정제하고 먹는 것도 단정하게 먹고, 성격이 칼 같은 사
람이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산다는 사람이었다. 그는 당시의 조선조를 요순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덕적
인 열정에 불타고 있었다. 이것을 흥지치(興至治 지극히 이상적인 나라를 일으킨다)라 불렀다.
(조광조에 대한) 퇴계와 율곡의 평가가 재미있다.
퇴계는 조광조를 극히 존중하는 반면, 율곡은 공부가 덜된 상태여서 융통성은 없고 이상만 높고, 현실에 어두운 자로 평가
했다. 조광조는 급진적이고 엄격했다. 위훈자(僞勳者) 72명을 적발해서 공신록에서 삭제하고 궁궐 내에 설치되어 있었던
소격서(昭格署)를 철폐하게 했다. 유교적인 합리주의 국가에서 미신을 믿어서 되겠는가? 밤낮으로 왕에게 읍소해서 철폐
시켰다고 한다.
※ 소격서 (昭格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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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 부터 설치된 궁정 내 도교의 제식을 거행하는 관서. 우물에 비친 북두칠성을 보고 점을 치기도 한다. 1518년 조광
조에 의해 철폐되었다.
위훈삭제(僞勳削除), 중종반정을 도모한 공신들의 과장된 공훈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청해서 76명이 공훈록에서 삭제되
었다.
조광조를 역사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조광조의 급진적이고 엄격한 국정은 문제가 생기고 반발이 심했
다. 그는 조선왕조에 도덕군자의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어준 사람이긴 했으나 중종은 그를 내치고 말았다. 조광조는 능주
로 귀양을 갔다가 곧 이어 사사되었다.
조광조의 절명시 (絶命詩)
애군여애부(愛君如愛父) 우국약우가(憂國若憂家)
임금을 내 어버이처럼 사랑했고 나라를 내 집처럼 걱정했다
조광조는 조선왕조에 칼날 같은 도덕군자의 기풍을 세웠고, 죽어서도 신진사림의 상징이 되었다. 조광조가 투옥되었을 때
유생 일천여명이 광화문에 모여 무죄를 호소했다.
중종 이후 조선왕조의 역대 사림들, 지식인들은 스스로가 조광조의 후예라는 것을 자처하고 있다.
조광조의 순수한 도덕군자의 이상을 추구하면서 커 나온 대표적 인물이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이다.
그는 연산군 때부터 선조 때까지의 조선중기 대학자였으며, 조선왕조가 유교국가로서의 가닥이 잡히게 했다.
이퇴계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주자 이후 동아시아 최고의 성리학자로서 평가받고 있다. 이퇴계의 시대에 들어 와서 우
리나라의 유교가 제자리를 잡아갔다. 즉, 정도전으로부터 시작된 조선의 유학은 이퇴계에 이르러 조선 사람들의 내면적인
삶의 철학이 되었다. 나(도올)의 학문적 성향이 기론(氣論) 쪽이었기 때문에 젊었을 때는 이퇴계를 싫어했었는데 공부를
해갈수록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의 학문적 태도에는 존경스러운 면이 많다.
1558년 10월, 58세 노인이었던 퇴계가 지금의 국립대 총장 격인 성균관 대사성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새로 급제한 고봉
(高峰) 기대승(奇大升)이 찾아왔다. 당년 32세의 청장년이었던 기대승을 만난 58세의 퇴계는 그의 학문에 충격을 받고 그
에게서 배웠다. 이퇴계는 마음이 열린 학자였다. 평생 손아래 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10/10/23, 3:37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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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승 (奇大升 1527~1572)
퇴계시대의 대학자. 본관은 행주. 1558년 문과에 급제한 후 성균관 대사성까지 오른다.
기씨(奇氏)는 희성이나 기대승과 같은 행주 기씨성을 가진 여자가, 궁녀로 원나라에 가서 마지막 황제 순제의 황후가 되어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이것을 계기로 고려에서도 기씨가 세력 기반을 얻었다.
이퇴계와 기대승의 대면
기대승
사단발어리 (四端發於理) 칠정발어기 (七情發於氣)
사단은 리(理)에서 나오고, 칠정은 기(氣)에서 나온다
이퇴계
사단리지발 (四端理之發) 칠정기지발(七情氣之發)
사단은 리의 발현이고 칠정은 기의 발현이다.
리기(理氣)는 인간의 마음에서 발현되는 두 개의 주체가 된다.
기(氣)→발(發)→칠정(七情), 리(理)→발(發)→사단(四端)
주자학에서는 리(理)는 순선(純善)한 것이기 때문에 이상적 이념일 뿐 구체적 작위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리발(理
發)은 주자학에서도 이단적인 생각이다. <주자어류>에도 리발(理發)이라는 말은 있으나 퇴계의 주장과는 어감이 다르다.
기대승 (반문)
맹자왈(孟子曰) 惻隱之心(측은지심) 仁之端也(인지단야)
단(端)=측은지심(惻隱之心)=정(情)≠성(性)
단(端)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고 정(情)이기는 하나 성(性)은 아니다. 인의 단초로 보인다.
사단 (四端)
측은지심(惻隱之心)=인(仁), 수오지심(羞惡之心)=의(義)
10/10/23, 3:37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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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지심(辭讓之心)=예(禮), 시비지심(是非之心)=지(智)
단(端 tip)이란 본체가 들어난 하나의 단서이다. 단(端)은 성(性)이 아니라 심(心)이다.
기대승
비칠정지외복유사단야 (非七情之外復有四端也)
칠정의 바깥에 다시 사단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단(四端) 내칠정중발이중발이중절자지묘맥야(乃七情中發而中發而中節者之苗脈也)
사단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이 발현되어서 제대로 상황에 딱 들어맞아서 도덕적으로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사단
이라 한다. 사단과 칠정은 나누어질 수 없다.
사단(四端)은 사덕(四德=인의예지仁義禮智)이 아니다. 기대승의 학문이 정확하다고 본다.
이퇴계
부사단정야(夫四端情也) 칠정역정야(七情亦情也) 균시정야(均是情也)
무릇 사단은 정이고 칠정도 정이고, 둘 다 같은 정이다.
정에는 사단과 칠정이 있는데 그 소종래(所從來), 즉 감정의 근원을 캐 들어가 보면 사단(四端)은 본연지성, 리(理)이고 칠
정(七情)은 기질지성, 기(氣)이다.
사단(四端)이건 칠정(七情)이건 똑같이 이기(理氣)가 될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사단과 칠정을 똑같다고 인정
해버리면 사단이라는 인간의 도덕 원리가 칠정에 의해 제멋대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도덕성에
대해서 자의적인 해석을 내리게 된다. (사단칠정론은) 인간 심성의 도덕적인 아름다움을 종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퇴계는 정치에 뜻을 두지 않았음에도 조정의 부름을 많이 받았다. 사림과 왕정 간에는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출사하지 않
으려는 사림을 출사시킬 때 왕정의 정통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 소수서원 (紹修書院)
퇴계가 제자들을 가르친 곳. 퇴계가 풍기 군수로 있을 때 명종으로부터 편액(扁額)을 받음. 이 서원은 하버드대학 보다 93
년 앞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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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다음에는 율곡이 등장한다. 이율곡의 철학은 퇴계와는 계통이 다르다. 율곡은 고봉(高峯 기대승의 호)의 논
리를 계승했다.
율곡은 이발(理發)을 인정치 않았다. 율곡사상은 기발(氣發)만을 인정했다. 퇴계 사상은 순수한 인간의 도덕의지를 강조
하고 있다. 그래서 퇴계의 사상은 관념화되기 쉽다. 이발은 이상주의적 인간관이고, 기발은 현실주의적 인간관이다.
기발적인 인간은 잘못도 저지르게 되고 감정적으로 행동하게도 되는 현실적인 인간이다.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을 강조한
다. 율곡과 기대승 같이 기발을 숭상하는 사람들은 현실정치에 적극참여하고 사회 개혁에도 참여한다.
이율곡은 10만양병설을 주장했다. 사회적 관심도 많았다.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을 중시했다. 철학도 이발보다 기발을 강
조했다. 현실적인 인간을 중시한다.
조선왕조의 관료 중심의 정통유학은 율곡 중심으로 간다. 율곡 밑에서 나온 사람이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다.
기호학파가 형성되고 조선사상사의 주류를 형성한다. 이퇴계는 비주류이다. 그러나 우리는 퇴계에 무게를 많이 두고 있
다. 퇴계학파가 비주류라 할지라도, 그의 도덕적인 철저함과 인간의 내면을 깊숙하게 보는 주리론으로 현실주의적인 주기
론자들이 점점 기울어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조선왕조가 잘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관념화되어 간 것이다.
조선 성리학은 말로를 맞이하게 된다.
※ 송시열 (宋時烈 1607~1689)
호는 우암(尤庵). 조선후기 기호학파, 노론의 영수. 장희빈이 왕비로 책봉되는 기사환국 때 죽임을 당함.
조선 후기에 오면 이러한 주기(主氣)계열의 현실파 학풍이 체계적으로 퇴화되어 관념화되는 현상이 생긴다. 그리면서 성
리학은 생명력을 잃고 현실감각을 상실해 간다. 즉 관념화되고 종교적인 도그마(Dogma)로 간다. 구한말에 와서는 현실
대처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조선왕조가 멸망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간단하게 정리한 조선 사상사의 흐름이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말하기는 어려운 주제이다. 조선사상사를 이런 시각에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세계사상의 흐름 속에
서 우리 조선 성리학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것을 다음 시간에 여러분에게 정확하
게 다시 한번 짚어드리겠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강의이다. 이런 강의는 다른 데서 절대로 들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은 어떻게 살아온 사람들이고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사상을 매개로 해서 어떻게 뼈저리게 노력해 왔는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에 대한 아주 본질적인 프라이드를 가져야 한다. 허튼 수작들 그만하고 무언가 정
10/10/23, 3:37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1강 '王이냐 臣이냐'
https://hablife.tistory.com/446 12/14
도를 향해서, 바른 길을 향해서 우리 역사가 나아가야 한다.


**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0강 ‘심과 성’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10강 ‘심과 성’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10강 심과 성
망중한담 2016 3 26 1839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도전의 유배생활’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도전의 유배생활’
행동하는 지성  역사역사 바로알기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도전의 유배생활
망중한담 2016 1 14 1807
서양학문의 시대, 보편적인 것을 추구했던 시대로부터 이제는 국학의 시대,
주체적 사고를 해야 할 시대가 왔다.
Content Life 만족한 삶 홈 태그 미디어로그 위치로그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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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31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도전의 유배생활’
https://hablife.tistory.com/134 2/10
최근에 국내 영화계는 헐리우드 영화에 비해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50%를 넘고 있다. 이 것은 세
계적으로 유래가 드문 현상이다.
영화 실미도의 두 주인공, 안성기와 설경구 씨를 초대했다.
안성기 : 1952년생. 5살 때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 아역배우로 데뷔한 후 70편이 넘는 영화를 통해 국민배우로 자리잡았다.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
10/10/23, 3:31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도전의 유배생활’
https://hablife.tistory.com/134 3/10
설경구 : 1968년생.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영화 '꽃잎'으로 영화계 입문.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
탕'에서부터 강렬한 성격배우로서 이미지가 각인됨. "나는 연기를 잘 모른다. 현장의 팀웤 속에서 나의 연기가 살아 날 뿐이다."
실미도사건 : 1971년 8월 23일, 한국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역사적 사실. 현대사의 굴절된 모습들이 이 사건에 얽혀 있다.
684부대는 김신조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당시 중앙정보부가 만든 특수부대였다. 31명 전원 사망. 실미도사건은 국가권력의 횡포
와 역사왜곡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는 영화의 훌륭한 소재가 될만한 사건들이 많다. 하지만 정치적 속박으로 인해 예술가의 상상력이 발휘되지
못했다. 정치적 속박은 예술의 빈곤으로 나타난다. 예술가의 상상력은 억압되어서는 안된다.
예술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회적 기능을 외면할 수 없다. 영화 '실미도'는 왜곡된 역사의 실상을 일깨우는 강렬한 도덕적
기능이 있다. 예술가의 상상력은 민주의 축복이다.
우리의 역사는 세계적인 사상가들이 기라성 같이 포진되어 있는 역사다.
우리가 '위대한 정치가'라고 할 때에 링컨이나 처칠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우리가 역사에서 위대한 정치가요 사상가로 떠
올려야 할 사람은 삼봉 정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도전 : 1342~1398. 조선왕조를 건국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 사상가며 정치가. 본관은 봉화(奉化) 자는 종지(宗支) 호는
삼봉(三峯)
처칠에게는 위대한 정치가라고 생각하면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정치가인 삼봉 정도전은 떠올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우리
역사의 비극이다.
조선왕조의 사상은 방대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6개월 동안에 다룰 수 있는 조선시대 사상은 '처음'과 '끝'
정도에 국한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 역사에서 '변혁'을 떠올리라고 하면 흔히 구한말, 개화기를 거론한다. 하지만 그 시기 만큼, 어쩌면 그보다 훨씬 큰
엄청난 변혁기가 있었다.
10/10/23, 3:31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도전의 유배생활’
https://hablife.tistory.com/134 4/10
바로 '고려말에서 조선초로 넘어 가는 시기'야말로 구한말 개화백경(開化百景)의 격변을 능가하는 시기였다.
국가와 사회와 가족, 친족관계를 비롯하여 종교와 사상과 문화까지 모두 바뀌는 대격변의 시기였던 것이다.
혁명(革命)이라고 할 때의 혁은 간다,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의 혁(革)으로써 주역의 49번째 괘(卦)를 말하며 정(井)괘의 다음에 온
다. 서괘(序卦)는 "우물이 썩으면 물을 퍼내어 갈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역사에서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 동학혁명(東學革命), 4.19혁명, 5.16 등 세가지 사건 정도가 있
는 것 같다.
혁명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첫째 주체가 있어야 하고 둘째 왕조 또는 지배세력이 바뀌어야 한다. 역성혁명(易姓革命)이라
고도 부르는 것인데, 왕의 성이 바뀐다는 뜻이다.
일본 역사에는 혁명이 없다. 천황제 하에서 신하의 변화만 있다.
왕의 권력과 비슷한 권력을 가진 막부의 우두머리 조차도 '왕'이라는 칭호를 쓰지 않고 '쇼군(將軍)' 즉 장군이라고 칭했
다. 물론 이 쇼군은 우리나라의 '장군'과는 그 쓰임이나 의미가 전혀 달랐다. 일종의 '왕'의 개념이었던 것이다.
역사상 혁명이 없었던 일본은 연속성이라는 특징은 있지만 그만큼 부패하기도 쉬운 나라이다.
동학(東學)은 정치사적으로 명(命)을 갈지 못한 좌절된 운동이었다. 그러나 조산왕조의 가치관을 근원적으로 뒤엎은 사
건이었으며, 우리 민족의 근대적 자아(自我)의 출발이었다.
5.16은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 아니다. 왜냐하면 명(命)을 갈고자 하는 혁명의 주체세력은 바로 4.19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5.15은 4.19의 혁명정신과 주체세력으로부터 정권 만을 강취하였기 때문에 혁명이라고 하지 않고 '군사 쿠데타'라고 하
는 것이다.
10/10/23, 3:31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도전의 유배생활’
https://hablife.tistory.com/134 5/10
이색, 정몽주, 정도전, 권근, 하륜, 조준, 남은, 이숭인 등 공민왕 때 득세한 고려말 개혁파 신진유생들은 개혁정책을 주창
하고 시도하였으나 계속되는 실패로 좌절하게 되었으며, 이 중 정도전의 주도로 이성계를 옹립하여 조선이 개국하게 된
다.
1383년에 정몽주의 주선으로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나고 1388년에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1392년에 조선왕조를 개창하게
된다.
조선건국을 혁명이라고 볼 수 있는 뚜렷한 근거는 정권교체 보다도 분명한 개혁의 의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조선건국혁명의 주도세력이었던 정도전은 1398년 태조 7년 8월에 사병혁파에 불만을 품은 이방원에 의해 세자였던 방석
과 함께 척살된다. 1차 왕자의 난이라고 한다.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
10/10/23, 3:31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도전의 유배생활’
https://hablife.tistory.com/134 6/10
정도전의 고려사회 개혁 프로그램은 1. 토지개혁 2. 종교개혁 3. 군사개혁
3가지로 요약되는데, 이 개혁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도전은 끊임없는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이러한 정도전의 개혁사상은 애초에 많은 박해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삼봉 정도전은 34세 때인 1375년부터 2년간 나주목 회진현 거평부곡 소재동(消災洞)에서 유배생활을 한다(현재의 전라남
도 나주시 다시면 운봉리 백동마을). 이 유배생활을 통해 삼봉은 백성들의 삶을 체험하고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된다.
또한 '답전보' 같은 유배문학을 남긴다.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
10/10/23, 3:31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2강 ‘정도전의 유배생활’
https://hablife.tistory.com/134 7/10
답전보(答田父) : 밭 가는 이에게 답함(애칭이나 존칭의 의미로 父를 '보'로 읽는다).
정도전의 이 유배문학은 고려말 우리 민중들의 소리를 알려 주는 귀중한 문헌이다. 600여년 전의 소리를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역사의 진실이요 감격이다.
유배지 생활을 통해 정도전은 지식인의 사명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 민중의 갈망하는 바를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
었다.
도올 김용옥은 우리 시대와 더룸어 호흡해 온 사상가이자 의사, 극작가, 교육자입니다. 고려대학교, 국립대만대학교, 일본 동경대
학교,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서양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편집자 주>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망중한담 2016 1 21 1926
우리 역사상 풍부하고 위대하며 심오한 사상의 맥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통하여 단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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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올바로 안다는 것은 이렇게 잃어버린 위대한 것들에 대한 회복의 가
치도 지닌다
삼권분립의 개념은 몽테스키외(C.S.Montesquieu 1689~1755)의 <법의 정신>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국회의 독립된 기능
은 헌법의 기본 정신이다.
우리나라 국회의 수준은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을 반영한다. 국회는 대화와 설득의 장이지 투쟁의 장이 아니다.
한영우(韓永雨 1938~)
서울대학교 사학과 출신의 역사학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장을 거쳐 현재 명예교수. <정도전 사상의 연구 1973>로 삼봉학 개척
이익주(李益柱 1962~)
서울대학교 국제사학과(졸). 박사학위논문 <고려 원 관계의 구조와 고려 후기 정치체제>.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정도전 관련
논문 발표
공민왕(恭愍王 1330~1374)
고려 제31대 왕 재위 기간은 1351~1374년. 왕위에 오른 뒤 신돈을 등용하여 원나라를 배척하고 친원파인 기씨(奇氏) 일족을 제거하였고, 쌍성총관부를 폐지하
였으며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였으며 경제를 개혁하고 성균관을 중심으로 유교를 진흥시킴. 노국공주와의 로맨스로도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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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 통치 당시는 원나라(몽골)의 지배 하에 있었다. 1356년에 공민왕은 정동행성(征東行省)을 폐지하고 쌍성총관부를
무력으로 철폐한다. ㅇ 때 이성계의 아버지 이자춘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다.
신돈 (辛旽, ? ~ 1371)
승명은 편조(遍照). 공민왕 14년에 국사로 등용되어 토지와 노비를 돌려 주는 등 과감한 개혁정책을 폈다. 그에 관한 항간의 나쁜 소문은 모두 그의 개혁을 왜
곡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다. 정도전 개혁의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개혁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고 개혁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 즉 개혁담당의 주체세력이 확실해야 한다.
공민왕은 과거를 통하여 임박, 정몽주, 김구용, 이숭인, 윤소동, 박상충, 정도전 등 젊은 엘리트를 대거 진출시켰다.
말하자면 신진 유생(성리학자)들을 개혁의 주체세력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조선을 성리학의 나라로 만들게 되었다.
이색(李穡 1328~1396)
고려말 성리학의 대학자. 원나라 국자감에서 공부하였고 한림원에까지 등용되었다.
고려말 개혁을 주도한 엘리트들의 큰 스승이었다.
신진 유생들은 상대적으로 고려사화에서 확고한 토지기반을 가진 계층이 아니었고, 그렇기 때문에 개혁에 보다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
개혁을 시도한 사람은 그 개혁이 완성됨으로써 역할을 다 하는 것.
홍윤 등에 의해 공민왕이 처참한 최후를 맞은 후, 우왕을 옹립한 권세가들은 기존의 배원친명(排元親明)정책을 파기하고
다시 원나라와의 관계를 도모하였고, 이 것은 결국 개혁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신진 유림 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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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전보答田父 14>
당시 유림들 중 가장 개혁의 목소리가 높고 강직했던 정도전의 나주 유배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정도전의 배원 성향은 우왕 원년의 원나라 사신 영접 일화에 잘 나타나 있다. 원의 사신을 영접하라는 명을 받자 정도전
은 "내가 사신의 목을 베어 오거나 아니면 체포하여 명나라로 보내겠다"고 할 정도였다.
조선 개국 혁명의 주도자가 누구인가의 문제가 잠재된 채로 겉으로 드러난 이방원과 정몽주의 갈등은 '사병혁파' 과정에
서 극을 달리다가 결국 이방원이 정몽주를 살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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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8년 태조 7년 8월 26일 서울 송현(松峴)의 늦은 밤에 정몽주가 피살되고 만다,
고려사회는 다양성을 추구했다. 유교, 불교, 도교 등 모든 사상에 대해 관용적이었다. 고려말 지식인들의 사상적 깊이는
조선왕조 성리학 일변도의 사상가들 보다 더 심오할 수도 있었다.
그 중 삼봉 정도전은 조선왕조의 패러다임을 창출한 위대한 사상가이다.
이 위대하고 풍부한 사상의 맥은 안타깝게도 식민지배라는 과정을 통하여 단절이 생기게 된다.
일제식민지 역사는 우리사회의 많은 근대적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 변화가 가치적으로 긍정될 수는 없다.
그것은 자기 배반의 역사이고 단절이며, 반성되어야만 하는 왜곡의 역사였다.
답전보(答田父) 해설 계속
"네놈은 필시 장수라, 평시에는 거드름과 공갈로 지새우며 상전의 비위나 맞추다가 전쟁이 나면 접전이 되기도 전에 도망
쳐 백성의 생명을 적의 칼날에 버려두고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는 놈이로구나"
"그게 아니라면 네 놈이 재상의 신분이지만 괴팍하여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아첨하고 추종하는 놈은 벼슬을
주고 바른 소리는 듣지 않고 바른 사람은 배척하고.."

답전보(答田父) 전문(全文) 해설
寓舍卑側隘陋(우사비측애루) :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낮고 기울고 좁고 더러워서
心志鬱陶(심지울도) : 마음이 우울하고 답답했다
一日出遊於野(일일출유어야) : 하루는 들에 나가 노닐다가
見一田父(견일전부) : 농부 한 사람을 보았는데
厖眉皓首(방미호수) : 눈썹이 기다랗고 머리가 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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泥塗霑背(니도점배) : 진흙이 등에 묻었으며
手鋤而耘(수서이운) : 손에는 호미를 들고 김을 매고 있었다
予立其側曰(여립기측왈) : 내가 그 옆에 다가서서 말하기를
父勞矣(부노의) : 노인장 수고하십니다
田父久而後視之(전부구이후시지) : 농부는 한참 후 나를 보더니
置鋤田中(치서전중) : 호미를 밭이랑에 두고는
行原以上(행원이상) : 언덕으로 걸어올라와
兩手據膝而坐(양수거슬이좌) :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앉으며
頤予而進之(이여이진지) : 턱을 끄덕이어 나를 오라고 했다
予以其老也(여이기노야) : 나는 그가 늙었기 때문에
趨進拱立(추진공립) : 추창해 가서 팔짱을 끼고 섰더니
田父問曰(전부문왈) : 농부가 묻기를
子何如人也(자하여인야) : 그대는 어떠한 사람인가?
子之服雖敝(자지복수폐) : 그대의 의복이 비록 해지기는 하였으나
長裾博袖(장거박수) : 옷자락이 길고 소매가 넓으며
行止徐徐(행지서서) : 행동거지가 의젓한 것을 보니
其儒者歟(기유자여) : 혹 선비가 아닌가?
手足不胼胝(수족부변지) : 또 수족이 갈라지지 아니하고
豐頰皤腹(풍협파복) : 뺨이 풍요하고 배가 나온 것을 보니
其朝士歟(기조사여) : 조정의 벼슬아치가 아닌가?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 :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가?
吾老人(오노인) : 나는 노인이며
生於此老於此(생어차노어차) : 여기서 나서 여기에서 늙었기 때문에
荒絶之野(황절지야) : 거친 들과
窮僻瘴癘之鄕(궁벽장려지향) : 장기(瘴氣)가 가득찬 궁벽한 시골에서
魑魅之與處(리매지여처) : 도깨비와 더불어 살고
魚鰕之與居(어하지여거) : 물고기와 더불어 사는 처지가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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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士非得罪放逐者不至(조사비득죄방축자부지) : 조정의 벼슬아치라면 죄를 짓고 추방된 사람이 아니면 여기에 오지 않는데
子其負罪者歟(자기부죄자여) : 그대는 죄를 지은 사람인가?
曰然(왈연) : 그러합니다
曰何罪也(왈하죄야) : 무슨 죄인가?
豈以口腹之奉(개이구복지봉) : 아니 구복(口腹)의 봉양과
妻子之養(처자지양) : 처자의 양육과
車馬宮室之故(차마궁실지고) : 거마(車馬)ㆍ궁실(宮室)의 일로써
不顧不義(부고부의) : 불의(不義)를 돌아보지 않고서
貪欲無厭以得罪歟(탐욕무염이득죄여) : 한없이 욕심을 채우려다가 죄를 얻은 것인가?
抑銳意仕進(억예의사진) : 아니면 벼슬을 꼭 해야겠는데
無由自致(무유자치) : 스스로 이를 능력이 없어서
近權附勢(근권부세) : 권신을 가까이하고, 세도에 붙어
奔走於車塵馬足之間(분주어차진마족지간) : 거진 마족(車塵馬足)의 사이에 분주하면서
仰哺於殘杯冷炙之餘(앙포어잔배냉자지여) : 찌꺼기 술이나 먹고, 남은 고기 같은 것을 얻어 먹으려고
聳肩謟笑(용견도소) : 어깨를 움츠리고 아첨을 떨며
苟容取悅(구용취열) : 구차하게 즐거움을 취하는 데에
一資或得(일자혹득) : 애를 썼기 때문에 어쩌다가 한 자급(資級)을 얻으니
衆皆含怒(중개함노) : 여러 사람이 모두 성을 내어
一朝勢去(일조세거) : 하루 아침에 형세가 가버려서
竟以此得罪歟(경이차득죄여) : 결국 이렇게 죄를 얻게 된 것인가?
曰否(왈부) : 그런 게 아닙니다
然則豈端言正色(연칙개단언정색) : 그러면 어찌 말을 단정하게 하고 얼굴 빛을 바르게 하여
外示謙一本作廉(외시겸일본작염) : 겉으로 겸손한 체하여 (어떤 본에는 겸(謙)이 염(廉)으로 되었음)
退盜竊虛名(퇴도절허명) : 물러나서는 헛된 이름을 훔치고
昏夜奔走(혼야분주) : 어두운 밤에는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作飛鳥依人之態(작비조의인지태) : 새가 사람에게 의지하는 태도를 지어
乞哀求憐(걸애구련) : 애걸하고, 가엾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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曲邀橫結(곡요횡결) : 굽게 결탁하고 횡으로 맺아
釣取祿位(조취록위) : 녹위(祿位)를 낚아서
或有官守(혹유관수) : 혹 관수(官守)에 있거나
或居言責(혹거언책) : 혹 언책(言責)을 맡거나
徒食其祿(도식기록) : 녹만을 먹고
不思其職(부사기직) : 그 직책은 돌아보지 않으며
視國家之安危(시국가지안위) : 국가의 안위와
生民之休戚(생민지휴척) : 생민(生民)의 휴척(休戚)과
時政之得失(시정지득실) : 시정(時政)의 득실과
風俗之美惡(풍속지미악) : 풍속의 미악(美惡)에 있어서는
漠然不以爲意(막연부이위의) : 막연히 뜻을 두지 않아
如秦人視越人之肥瘠(여진인시월인지비척) : 진나라 사람이 월나라 사람의 살찌고 여원 것 보듯이 하며
以全軀保妻子之計(이전구보처자지계) : 자기 몸만 온전히 하고 처자를 보호하는 계책으로
偸延歲月(투연세월) : 세월을 보내다가
如見忠義之士不顧身慮(여견충의지사부고신려) : 만일 충의지사(忠義之士)가 있어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以赴公家之急(이부공가지급) : 국가의 급한 일에 나아가
守職敢言直道取禍(수직감언직도취화) : 직분을 지키고 바른말을 하거나 곧은 도를 행하다가 화를 당하게 된 것을 보면
則內忌其名(칙내기기명) : 안으로는 그 이름을 꺼리고
外幸其敗(외행기패) : 밖으로는 그 패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
誹謗侮笑(비방모소) : 비방하고 비웃으며
自以爲得計(자이위득계) : 스스로 계책을 얻은 듯하였다
然公論諠騰(연공론훤등) : 그러나 공론이 비등하고
天道顯明(천도현명) : 천도가 무심하지 않아
詐窮罪覺以至此乎(사궁죄각이지차호) : 그만 간사한 것이 드러나고 죄가 발각되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인가?
曰否(왈부) : 그것도 아닙니다
然則豈爲將爲帥(연칙개위장위수) : 그렇다면 장수가 되어서
廣樹黨與(광수당여) : 널리 당파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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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驅後擁(전구후옹) : 앞에서 몰고 뒤에서 옹위하며
在平居無事之時(재평거무사지시) :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大言恐唱(대언공창) : 큰 소리로 공갈을 쳐서
希望寵錫(희망총석) : 왕의 은총을 받아
官祿爵賞(관록작상) : 관록(官祿)과 작상(爵賞)을 뜻대로 이루어
惟意所恣(유의소자) : 자만심이 가득차고
志滿氣盛(지만기성) : 기운이 성하여
輕侮朝士(경모조사) : 조사(朝士)들을 경멸하다가
及至見敵(급지견적) : 적군을 만나게 되면
虎皮雖蔚(호피수울) : 범 가죽은 비록 아름답지만
羊質易慄(양질역율) : 본질이 양이라 겁을 잘 내어
不待交兵(부대교병) : 교전을 하지 않고
望風先走(망풍선주) : 적의 풍진(風塵)만 보아도 먼저 달아나
棄生靈於鋒刃(기생령어봉인) : 생령(生靈)을 적의 칼날에 버리고
誤國家之大事(오국가지대사) :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기라도 하였는가?
否則豈爲卿爲相(부칙개위경위상) : 아니면 경상(卿相)이 되어서
狼愎自用(낭퍅자용) : 제 마음대로 고집을 세우고
不恤人言(부휼인언) : 남의 말은 듣지 않으며
佞己者悅之(녕기자열지) : 자기에게 아첨하는 이는 즐거워하고
附己者進之(부기자진지) : 자기에게 붙는 이는 들어 쓰며
直士抗言則怒(직사항언칙노) : 곧은 선비가 말을 거스르면 성을 내고
正士守道則排(정사수도칙배) : 바른 선비가 도를 지키면 배격하며
竊君上之爵祿爲己私惠(절군상지작록위기사혜) : 임금의 작록(爵祿)을 훔쳐 자기의 사사 은혜로 만들고
弄國家之刑典爲己私用(농국가지형전위기사용) : 국가의 형전(刑典)을 희롱하여 자기의 사용으로 삼다가
惡稔而禍至(악임이화지) : 악행이 많아 화가 이르러
坐此得罪歟(좌차득죄여) : 이러한 죄에 걸린 것인가?
曰否(왈부) : 그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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然則吾子之罪(연칙오자지죄) : 그렇다면 그대의 죄목을
我知之矣(아지지의) : 나는 알겠도다
不量其力之不足而好大言(불량기력지부족이호대언) : 그 힘의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를 좋아하고
不知其時之不可而好直言(부지기시지부가이호직언) : 그 시기의 불가함을 알지 못하고 바른말을 좋아하며
生乎今而慕乎古(생호금이모호고) : 지금 세상에 나서 옛사람을 사모하고
處乎下而拂乎上(처호하이불호상) : 아래에 처하여 위를 거스른 것이라면
此豈得罪之由歟(차기득죄지유여) : 이것이 어찌 죄를 얻은 원인이 아니리오
昔賈誼好大(석가의호대) : 옛날 가의(賈誼)가 큰소리를 좋아하고
屈原好直(굴원호직) : 굴원(屈原)이 곧은 말을 좋아하고
韓愈好古(한유호고) : 한유(韓愈)가 옛 것을 좋아하고
關龍逢好拂上(관룡봉호불상) : 관용방(關龍逄)이 윗사람에게 거스르기를 좋아했다
此四子皆有道之士(차사자개유도지사) : 이 네 사람은 다 도(道)가 있는 선비였는데도
或貶或死(혹폄혹사) : 혹은 폄직(貶職)되고 혹은 죽어서
不能自保(부능자보) : 스스로 자기 몸을 보전하지 못하였거늘
今子以一身犯數忌(금자이일신범수기) : 그대는 한 몸으로서 몇 가지 금기(禁忌)를 범하였는데
僅得竄逐(근득찬축) : 겨우 귀양만 보내고
以全首領(이전수령) : 목숨은 보전하게 하였으니
吾雖野人(오수야인) : 나 같은 촌사람이라도
可知國家之典寬也(가지국가지전관야) : 국가의 은전이 너그러움을 알 수가 있도다
子自今其戒之(자자금기계지) : 그대는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
庶乎免矣(서호면의) : 화를 면하게 될 것이오
予聞其言(여문기언) : 나는 그 말을 듣고서
知其爲有道之士(지기위유도지사) : 그가 도가 있는 선비임을 알았다
請曰(청왈) : 그리하여 청하기를
父隱君子也(부은군자야) : 노인장께서는 은군자(隱君子)이십니다
願館而受業焉(원관이수업언) : 객관(客館)에 모시고 글을 배우고자 합니다
父曰(부왈) : 노인이 말하기를
10/10/23, 3:29 PM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3강 ‘답전보 答田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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予世農也(여세농야) : 나는 대대로 농사짓는 사람이오
耕田輪公家之租(경전륜공가지조) : 밭을 갈아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餘以養妻子(여이양처자) : 나머지로 처자를 양육하니
過此以往(과차이왕) : 이 밖의 것은
非予之所知也(비여지소지야) : 나의 알 바가 아니오.
子去矣(자거의) : 그대는 물러가서
毋亂我(무란아) : 나를 어지럽히지 마오
遂不復言(수부부언) : 다시 말하지 않았다.
予退而歎之(여퇴이탄지) : 나는 물러나와 탄식하기를
若父者(약부자) : 저 노인 같은 분은
其沮溺之流乎(기저닉지류호) : 장저와 걸익 같은 사람이라고 하며 탄식하였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행동하는 지성  역사역사 바로알기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망중한담 2016 1 29 2145
삼봉집(三峰集) 4권 '가난(家難)'
대학지도(大學之道) 재명명덕(在明明德) 재신민(在新民)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
대학(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는데 있고 백성을 새롭게 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와 민족, 인류가 지극한 선함에 이르
게 하는데 있다.
정도전의 조선건국 구상은 위성지학(僞聖之學 전 백성을 성인으로 만듦)이었다.
최불암 (1940년)
중앙대학교, 한양대학교 졸업.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데뷔. <수사반장>, <전원일기>를 통해 국민배우로 자리 잡음.
'최불암 시리즈'는 매우 수준 높은 해학이며 유머다.
최불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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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2/13
지난주, 답전보의 바람만 불어도 도망가는 자(望風先走 망풍선주 : 적의 풍진(風塵)만 보아도 먼저 달아나), 그리고 자기
의 부족함을 모르는 자(不量其力之不足而好大言 불량기력지부족이호대언 : 그 힘의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를
좋아하고)에 대한 반성을 깊이 했습니다.
살아있는 대중의 삶 속에서 검증을 받지 않은 지식은 참된 지식이 아니다.
<1/4>
정도전의 글 가운데는 <맹자>에서 인용된 부분이 많이 있다.
呼寒啼飢(호한제기)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3/13
춥다고 소리 치고 배고프다고 울고
黎民不肌不寒(여민불기불한), 然而不王者(연이불왕자), 未之有也(미지유야)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아니 한데, 왕 노릇 하지 못한 자가 있지 않았다.
정도전에게 세 아들, 진(津), 유(游), 영(泳)이 있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들 중 두 아들 游와 泳은 이방원의 기습군에 참
살되었다. 그러나 큰 아들 진(津)은 함경남도 안변의 석왕사(이태조가 창건)로 가는 중이었으므로 목숨을 건졌으며 진(津)
의 아들 래(來)가 경기도 평택에서 은거하여 그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다.
정도전(鄭道傳) 自嘲(자조) - 三峯(삼봉)의 절명시(絶命詩)
操存省察兩加功 (조존성찰양가공)
스스로 가꾸고 성찰하며 두 왕조에 공을 다해 살면서
不負聖賢黃券中 (불부성현황권중)
책 속 성현의 말씀 저버리지 않았네
三十年來勤苦業 (삼십년내근고업)
삼십 년 긴 세월 고난 속에 쌓아 온 업적
松亭一醉竟成空 (송정일취경성공)
송정(남은의 집) 한 잔 술에 그만 허사가 되었네
삼봉집(三峰集) 4권 '가난(家難)'
정도전 유배 시절에 가난에 찌든 부인으로부터 받은 원망의 편지와 그에 대한 삼봉의 답장
自予得罪(자여득죄) 竄逐南荒(천축남황) 毁謗蜂起(훼방봉기) 口舌譸張(구설주장) 禍且不測(화차불측) 室家慞惶(실가장
황) 使謂予曰(사위여왈)
내가 죄를 얻고 나서 이곳 남쪽의 황량한 나주에 귀양 온 이후, 벌집 쑤신 듯 나쁜 소리가 들리고, 구설이 난무하고, 그
화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집안이 창황망조이므로 부인이 사람을 보내어 말한다.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4/13
卿於平日(경어평일) 讀書孜孜(독서자자) 朝饔暮飱(조옹모손) 卿不知得知(경부지득지) 室如懸磬(실여현경) 斛石無資(곡석
무자) 幼穉盈堂(유치잉당) 呼寒啼飢(호한제기)
경께서 평소에 그렇게 많이 독서를 하시고, 아침에 밥을 먹는지 저녁에 죽을 먹는지 알지도 못하고, 집은 현경과 같고(아
주 가난함을 뜻함), 쌀뒤주 에는 한 톨의 곡식도 없고, 집안 가득한 어린 아이들은 춥다고 소리치고 배고프다고 울어댄
다.
予主中饋(여주중궤) 取俱隨時(취구수시) 爲卿篤學(위경독학) 立身揚名(입신양명) 爲妻子仰賴(위처자앙뢰) 作門戶之榮光
(작중호지광영)
그런대도 나는 살림을 꾸려가면서 수시로 어떻게 변통했다. 경께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시고 입신양명하시어, 처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고, 우러러 볼 수 있고 우리 가문의 영광이 될 뿐이라 했는데
竟觸憲網(경촉헌망) 名辱跡削(명욕적삭) 身竄炎方(신서염방) 呼吸瘴毒(호흡장독)
결국엔 법망에 저촉되어 이름은 더럽혀지고 모든 것이 박탈되어 몸은 이 덥고도 더운 남방에 갇히어 장독(瘴毒)이나 들
어 마시고
兄弟顚踾(형제전복) 家門蕩柝(가문탕탁) 爲世戮笑(위세륙소) 至於此極(지어차극) 賢人君子(현인군자) 固如是乎(고여시
호)
형제는 흩어지고 가문은 쪼개지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당신은 현인군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요것입니까?
<2/4>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https://hablife.tistory.com/206 5/13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반이 이혼을 한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나라가 되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절
대로 주례 안 섭니다. 섰다가 절반이 이혼하면 학자의 체면도 안 섭니다.
100% 이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도 나쁜 놈이 있고, 여자도 이상한 여자가 있습니다.
다만 이 남자가 저 남자보다 낫다, 이 여자가 저 여자보다 낫다는 믿음은 개똥입니다. 인간의 깊이는 무궁무진하
기 때문에 그 내면을 보아야 하는 것인데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천박해서는 나라가 망합니다.
결혼은 하면 자녀를 셋은 두어야 합니다.
둘이 만나서 애를 하나만 낳으면 나라가 망합니다. 인구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급격하게 국력이 약해집니다. 인구는 기하
급수적으로 감소합니다. 자녀를 셋을 두어, 둘은 반드시 이공계, 하나만 문과로 보내도록 해야 합니다. 자녀를 이공계로
보내야 합니다. 문과는 머리 나쁜 놈이 해도 됩니다. 기초과학부터 공부해야 됩니다. 철학자는 많으면 안 됩니다. 철학자
가 많으면 말만 많아집니다.
국민 개개인이 깨어야 하고 나라 전체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모두가 한의대, 의대 법대에 간다고 하면 대학
의 나머지 모든 과가 망합니다.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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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과학자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물리학, 화학, 수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을 단단히 해 나가지 않으면 이 나라는
망합니다.
予以書復(여이서복) 子言誠然(자언성연) 我有朋友(아유붕우) 情逾弟昆(정투제곤) 見我之敗(견아지패) 散如浮雲(산여부
운)
내가 여기에 답장을 쓰기를, 그래 당신 말이 옳소. 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우정이 형제의 정보다 가까웠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하루아침에 뜬구름처럼 흩어졌소.
彼不我憂(피불아우) 以勢非恩(이세비은) 夫婦之道(부부지도) 一醮終身(일초종신)
그들은 나를 위해 근심해주지 않았소. 그들과 나와의 관계는 세력으로 맺은 것이지 은혜로 맺은 것이 아니오. 그러나 부
부의 도(道)란 한번 초례를 올리면 육신이 끝날 때 까지 다하는 것이오. (초례 醮禮 술잔을 주고 받는 예 = 혼례)
子之責我(자지책아) 愛非惡焉(애비오언) 且婦事夫(차부사부) 猶臣事君(유신사군) 此理無妄(차리무망) 同得乎天(동득호
천)
당신이 이렇게 책망하는 것은 미워서가 아니고 나를 사랑해서 일 것이오. 부인이 남편을 섬긴다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소. 이 두 이치에는 망녕됨이 없소. 다같이 하늘의 동일한 이치인 것이오.
子憂其家(자우기가) 我憂其國(아우기국) 豈有他哉(기유타재) 各盡其職而已矣(각진기직이이의)
당신이 집안을 걱정하는 것이나 내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나 무슨 다름이 있겠소. 모두 자기가 맡은 직분을 다할 뿐인
것이오.
若夫成敗利鈍(약부성패리둔) 榮辱得失(영욕득실) 天也(천야) 非人也(비인야) 其何恤乎(기하휼호)
그 성패와 이둔(利鈍)과 영욕과 득실에 있어서는 하늘이 정한 것이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니 그 무엇을 근심하
리오
맹자에,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 항상된 재산이 없으면 항상된 마음도 없는 것이니 국가가 백성을 가난
하게 하고 법망을 깔아 백성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罔民 백성을 그물질한다)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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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선비란 무항산(無恒産)이더라도 유항심(有恒心)인 자를 일컫는 것이니, 즉 재산이 없어도 한결 같은 마음을 갖는 것
이 선비라는 것입니다.
여기(삼봉집)에 나와 있는 천(天이라 함은 절망과 희망이 엇갈려 있다. 하늘에 대한 그의 소망은 결국 혁명까지 치닫고 만
다.
<3/4>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역사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 역사입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왕조 5백년을 계획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삼봉의 사상들이..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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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1394년(태조 3) 3월에 판삼사사(判三司事) 정도전(鄭道傳)이 왕에게 지어 바친 상하 2권의 사찬 법전.
이 조선경국전의 정보위(正寶位) 사상을 이해하여야만 유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유교의 한국적 적용을 이해할 수 있습
니다. 조선왕조는 공자가 꿈에 그렸던 인류 역사상 가장 유교적인 국가입니다.
인류 역사상 장구한 5백년의 왕조를 유지한 조선의 국가 철학은 바로 조선경국전의 정보위 사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4/4>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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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집(三峰集) 4권 '가난(家難)'
정도전 유배 시절에 가난에 찌든 부인으로부터 받은 원망의 편지와 그에 대한 삼봉의 답장
自予得罪(자여득죄) 竄逐南荒(천축남황) 毁謗蜂起(훼방봉기) 口舌譸張(구설주장) 禍且不測(화차불측) 室家慞惶(실가장
황) 使謂予曰(사위여왈)
내가 죄를 얻고 나서 이곳 남쪽의 황량한 나주에 귀양 온 이후, 벌집 쑤신 듯 나쁜 소리가 들리고, 구설이 난무하고, 그
화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집안이 창황망조이므로 부인이 사람을 보내어 말한다.
卿於平日(경어평일) 讀書孜孜(독서자자) 朝饔暮飱(조옹모손) 卿不知得知(경부지득지) 室如懸磬(실여현경) 斛石無資(곡석
무자) 幼穉盈堂(유치잉당) 呼寒啼飢(호한제기)
경께서 평소에 그렇게 많이 독서를 하시고, 아침에 밥을 먹는지 저녁에 죽을 먹는지 알지도 못하고, 집은 현경과 같고(아
주 가난함을 뜻함), 쌀뒤주 에는 한 톨의 곡식도 없고, 집안 가득한 어린 아이들은 춥다고 소리치고 배고프다고 울어댄
다.
予主中饋(여주중궤) 取俱隨時(취구수시) 爲卿篤學(위경독학) 立身揚名(입신양명) 爲妻子仰賴(위처자앙뢰) 作門戶之榮光
(작중호지광영)
그런대도 나는 살림을 꾸려가면서 수시로 어떻게 변통했다. 경께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시고 입신양명하시어, 처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고, 우러러 볼 수 있고 우리 가문의 영광이 될 뿐이라 했는데
竟觸憲網(경촉헌망) 名辱跡削(명욕적삭) 身竄炎方(신서염방) 呼吸瘴毒(호흡장독)
결국엔 법망에 저촉되어 이름은 더럽혀지고 모든 것이 박탈되어 몸은 이 덥고도 더운 남방에 갇히어 장독(瘴毒)이나 들
어 마시고
兄弟顚踾(형제전복) 家門蕩柝(가문탕탁) 爲世戮笑(위세륙소) 至於此極(지어차극) 賢人君子(현인군자) 固如是乎(고여시
호)
10/10/23, 3:2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4강 '정도전의 가난(家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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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흩어지고 가문은 쪼개지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당신은 현인군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요것입니까?
予以書復(여이서복) 子言誠然(자언성연) 我有朋友(아유붕우) 情逾弟昆(정투제곤) 見我之敗(견아지패) 散如浮雲(산여부
운)
내가 여기에 답장을 쓰기를 그래, 당신 말이 옳소. 나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우정이 형제의 정의보다 가까웠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하루아침에 뜬구름처럼 흩어졌소.
彼不我憂(피불아우) 以勢非恩(이세비은) 夫婦之道(부부지도) 一醮終身(일초종신)
그들은 나를 위해 근심해주지 않았소. 그들과 나와의 관계는 세력으로 맺은 것이지 은혜로 맺은 것이 아니오. 그러나 부
부의 도(道)란 한번 초례를 올리면 육신이 끝날 때까지 다하는 것이오. (초례 醮禮 술잔을 주고받는 혼례)
子之責我(자지책아) 愛非惡焉(애비오언) 且婦事夫(차부사부) 猶臣事君(유신사군) 此理無妄(차리무망) 同得乎天(동득호
천)
당신이 이렇게 책망하는 것은 미워서가 아니고 나를 사랑해서 일 것이오. 부인이 남편을 섬긴다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소. 이 두 이치에는 망녕됨이 없소. 다같이 하늘의 동일한 이치인 것이오.
子憂其家(자우기가) 我憂其國(아우기국) 豈有他哉(기유타재) 各盡其職而已矣(각진기직이이의)
당신이 집안을 걱정하는 것이나 내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나 무슨 다름이 있겠소. 모두 자기가 맡은 직분을 다할 뿐인
것이오.
若夫成敗利鈍(약부성패리둔) 榮辱得失(영욕득실) 天也(천야) 非人也(비인야) 其何恤乎(기하휼호)
그 성패와 이둔(利鈍)과 영욕과 득실에 있어서는 하늘이 정한 것이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니 그 무엇을 근심하
겠소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망중한담 2016 2 4 2102
정몽주가 정도전에게 맹자와 이성계 소개
맹자(孟子)의 사상은 공자(孔子)의 사상하고는 매우 다르다.
공자는 체제의 변혁 보다 인간의 심미적 완성에 관심이 컸던 반면에
맹자는 철두철미한 사회적 관심 속에서 혁명(革命)을 논한다.
정몽주로부터 맹자를 받은 정도전은 하루에 반쪽 이상을 읽지 않는 정독을 하며 맹자를 공부했다. 정도전의 혁명
에 대한 의지는 이 때에 시작된 것이다.
정몽주(鄭夢周 1337 ~ 1392)
고려 말기 문신 겸 학자. 의창을 세워 빈민을 구제하고 유학을 보급하였으며, 성리학에 밝았다.《주자가례》를 따라 개성에 5부 학당과 지방에 향교를 세워 교
육진흥을 꾀했다. 시문에도 뛰어나 시조〈단심가〉외에 많은 한시가 전해지며 서화에도 뛰어났다.
경제적 토대가 빈약하면 그 나라는 흔들린다. 정치라는 것은 경제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고려 말의 경제상황은 매우 불합리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관리도 퇴임 후에 수조권(收租權)이
계속 유지되는 불법적 관행이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심지어 한 토지에 9명이 불법 수조권을 주장하며 수탈하는 경우도 허다했으므로 소작농들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피폐해
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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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2/11
고려말의 불합리한 정치 및 경제구조에 대한 변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개혁파의 중심에는 정몽주가 있었다. 정몽주
는 남달리 비상한 정도전을 이성계에게 소개하고, 정도전은 함경도 함주의 막사로 이성계를 찾아 가서 구체적인 혁명안을
제안한다. 위화도 회군 5년 전인 1383년 가을이었다.
조준(趙浚 1346 ~ 1405)
고려 말·조선 초의 문신. 고려 말 전제개혁을 단행하여 조선 개국의 경제적인 기반을 닦고, 이성계를 추대하여 개국공신이 되었다. 제1차 왕자의 난 전 후로 이
방원의 세자책봉을 주장했으며, 태종을 옹립하였다. 토지제도에 밝은 학자로 《경제육전(經濟六典)》을 편찬하였다.
정도전은 사전을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공전으로 하는 균전제를 주창했는데, 모든 자영농자가 땅을 골고루 분배 받는 개
인수전(個人授田)의 원칙을 고수했다.
이것은 최초의 완벽한 토지공개념이었다.
이에 대하여 조준은 토지에 대한 수조권만을 문제시하여 수조권을 현직관리에만 한정시켜서 권문세가의 모든 불법적 수
탈을 박탈했다. 과전법(科田法)의 시행이었다.
과전법(科田法)
고려 말기에 정도전(鄭道傳)·조준(趙浚) 등 개혁파 사대부들이 사전(私田)의 폐단을 없애고 새로운 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1391년(공양왕 3)에 제정한 토
지제도이다. 조선이 건국된 이후에도 계승되어 1556년(명종 11) 직전법(職田法)을 폐지하고 녹봉제(祿俸制)를 실시할 때까지 조선의 양반관료사회를 유지하는
제도적 기초가 되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3/11
정몽주는 고려왕조를 유지하는 개혁사상을 구상했다. 혁명노선에 반대했던 정몽주에 의해 정도전은 영주 봉화에서 체포
되어 보주(甫州 예천)의 감옥에 갇힌다.
그러던 중 이성계가 해주에서 사냥 중에 낙마하여 부상을 입자 혁명파는 크게 타위축되고 정몽주가 득세한다. 바로 이 때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의 활약이 시작된다. 이방원이 26세 때였다.
방원이 이성계를 개성 집으로 모셔 들이자 정몽주가 문병을 한다.
이 때에 방원은 하여가(何如歌)를 불러 정몽주의 속 마음을 떠보려 했고, 정몽주는 역성혁명의 뜻이 없음을 단심가(丹心
歌)로 화답한다.
하여가(何如歌)
此亦何如 彼亦何如 城隍堂後垣 頹落亦何如 我輩若此爲 不死亦何如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4/11
이런들 엇더 며 져런들 엇더 료, 만수산(萬壽山) 드렁○이 얼거진
들 엇더 리, 우리도 이 치 얼거져 백년(百年)
지 누리리라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5/11
단심가(丹心歌)
此身死了死了 一百番更死了 白骨爲塵土 魂魄有也無 向主一片丹心 寧有改理也歟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역사의 아이러니, 비정함이란 여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조선 건국에 성공한 이씨왕조는 충절의 표상으로써 정몽주를 우대하고 혁명의 1등 공신이며 조선 건국의 주역이었던 정
도전을 '역적' 내지는 '권력투쟁의 패자'로 각인시키고 만다.
조선 초기부터 진행된 정도전에 대한 이런 작업들로 인해서 조선은 진취적이지 못하고 낙후되어 갔으며 보수적인 사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것이 바로 지배자의 역사왜곡이며 민중의 불행이었던 것이다.
정몽주가 자기 신념에 따라 충절을 지킨 비장한 인물로 평가되듯이 정도전 또한 자기 이념에 따라 비장한 최후를 맞은 성
공적 혁명가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삼봉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에는 철학이 있다. 그것은 철저하게 민본주의적이며 철저하게 개혁적인 것이었다. 성종
때에 편찬된 경국대전은 지배력 유지와 강화를 위한 통치수단일 뿐, 이러한 철학이 빠져버린 것이다. 위대한 혁명가를 배
척한 결과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광범위한 노예제도를 배제한 그리스의 민주주의 사상과 달리 동양의 공자와 맹자의 민본주의는 신분의 차별이 없는 진정
한 민주주의였다. 다만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을 뿐이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6/11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1215년의 대헌장. 이것은 왕권으로부터 귀족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귀족헌장에서 발전한 것이 17세기에 이르러 왕권
과 의회의 대립에서 왕의 전제(專制)에 대항하여 국민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최대의 전거(典據)로서 이용되었다.
한국은 서구의 선거제도가 가장 빨리 정착된 나라다. 이것은 동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일인
데, 그 이유는 한국민에게는 이미 유구한 민본, 민주의 사상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라는 개념에 있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민족이고 전통을 가진 민족이다.
하지만 민주라는 용어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애매하고 국민을 기만하기 쉬운 용어다. 여기에 속으면 안된다.
민주는 치세(治世)의 방법에 관한 것이며 역사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말하자면 민주는 그것 자체로 목표가 될
수 없고 항상 무엇인가를 위해서 존속하는 정치방법론일 뿐이다.
포은이나 삼봉이 가장 고뇌하고 가장 이루고자 했던 역사의 목표는 '반부패'였다. 역사의 목표는 '반부패'인 것이다.
동학의 이념은 보국안민이었다. 외세로부터 나라를 보호하자는 보국(保國)이 아니라 그릇된 것을 바르게 하고 썩은 것을
도려내야 한다는 보국(輔國) 안민(安民)이었던 것이다.
조선경국전 정보위 (正寶位)에서 인용한 주역(周易) 계사(繫辭) 하전(下典)의 인용문에 정도전의 혁명사상이 드
러나 있다.
天地之大德曰生이요 聖人之大寶曰位니 何以守位오 曰仁(人)이요 何以聚人고 曰財니 理財하며 正辭하며 禁民爲非曰義라
천지(天地)의 큰 덕(德)을 생(生)이라 하고 성인(聖人)의 큰 보배를 위(位)라 하니, 무엇으로써 지위를 지키는가? 사람이
며, 무엇으로써 사람을 모으는가? 재물이다. 재물을 다스리고 말을 바르게 하며 백성들의 비행(非行)을 금함을 의(義)라
한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7/11
정도전은 주역 계사 하전 본문의 순서를 바꾸고 편집하여 인용했다.
즉 조선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서 국가 보다도 군주를 앞에 두고(聖人之大寶曰位), 뒤에 군주의 자리를 지키는 덕목으로
서 백성의 마음을 생생하게 하는 인(何以守位曰仁)을 두었으며 그 사이에 천지 대덕인 생(天地之大德曰生)을 배치함으로
써 위(位)→생(生)→인(仁)의 '국가통치철학'을 정리한다.
통치자는 언제 새롭고 새로와져야 하며, 민중의 마음도 언제나 새롭고 새로와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도전이 세운 조선
의 통치이념이자 국가철학이었다.
우리가 정도전을 공부하고 논하는 것은 역사의 생명력을 새로 느끼자는 것이고, 우리가 앞으로
해야만 할 일은 역사의 혁명, 가치관의 혁명을 이루는 것이다.
10/10/23, 3:22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몽주와 정도전'
https://hablife.tistory.com/227 8/11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5강 '정…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망중한담 2016 2 11 1801 정보위(正寶位)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의 '총론'에 해당 한다. Content Life 만족한 삶 홈 태그 미디어로그 위치로그 방명록 SHOP NOW SHOP NOW SHOP NOW SHOP NOW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2/16 말하자면 오늘날의 헌법 전문과 유사한 것으로써 건국의 정당성과 통치철학을 담고 있다.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유 가와 법가의 철학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조선통치질서의 모범(憲法)이다. 학생들이 강의를 듣지 않고도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로움의 결여'로 나타난 다. 교육은 '이용'이 아니라 '실천'이다. 중앙대학교 첫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준 모티브는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중앙대학교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동양고전의 정수를 뽑아 중앙대훈(中央大訓)을 정해서 학생들에게 주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3/16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하는 것이 나의 본래 모습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나의 본래 모습을 따르는 것이 나의 길이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나의 길을 닦는 것이 나의 배움이다.... 강의에 임하면 학생들이 이 중앙대훈을 읽게 하고 나서 '노자' 강의를 시작했다. 중앙대학교에서의 강의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의 위대한 힘을 발견했다. 한국의 젊은이는 어린 것 같고 버릇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순수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며 다양한 문화를 개방적 으로 흡수할 수 있다. 정치혁명에 이어 우리사회는 앞으로 교육혁명이 일어 나야만 한다. 이런 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 우리 자신의 숨어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런 것을 통해서 우리 의 젊은 싹들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삼봉 정도전을 공부하는 소 이연(所以然)이 되는 것이다.(所以然 : 까닭이라는 의미로써 신유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 삼봉은 정보위에서 주역을 인용하되 본래의 순서인 生→位→仁을 바꾸어서 位→生→仁으로 하였다.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4/16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位(position) = 大寶(great treasure)> 민주주의도 位가 없는 질서가 아니라 位가 正名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민주란 모든 조직의 형태를 규정하는 말 이 아니라 인권의 기본을 보장하는 추상적 장치인 것이다. 비민주적인 조직들이 각자 효율성 있게 운영될 데에 그 사회의 민주적 원리는 순조롭게 작동될 수 있다. 정보위란 그 位를 바르게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氣라는 것은 만물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운행되어야 한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5/16 유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까닭을 도덕적 본성(moral nature)으로 본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기 다른 저 마다의 본성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 이라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6/16 살아 있다는 것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天地는 生하므로 (천지에도) 마음이 있을 것이며 그 天地의 마음은 모든 것을 生하는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너무도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 려(周廬)라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 rchy)에 상응하는 발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7/16 중국 역사에서 맹자(孟子)는 지배자들에게 경원 시 된 책이었다. 그래서 외롭게 파묻혀 있었고 주석도 거의 없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四書로 된 것은 12세기 朱子의 사서집주(四書集注) 이후의 사건이다. 四書는 중국 고전의 형태가 아니 다. • 孔子 : 심미적 : 예술가 • 孟子 : 사회적 : 혁명가 맹자는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을 통해 민의 본성은 선한 것이라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민의를 따라야 하는 것이라 는 논리를 확립했다. 정도전은 '맹자'를 통하여 (사회혁명의) 의식화가 되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8/16 중국 제선왕(齊宣王 재위 B.C 319~B.C 301)이 맹자에게 탕과 주 시해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맹자가 답변한다. 적인자(賊仁者) 위지적(謂之賊) 적의자(賊義者) 위지잔(謂之 謂之殘) 잔적지인(殘賊之人) 위지일부(謂之一夫) 문주일부주시(聞誅一夫紂矣) 미문살군야(未聞弑君也) 仁을 해치는 자를 도둑놈이라고 하고 義를 해치는 자를 잔학한 놈이라 하며 이 도둑놈과 잔학한 놈을 일컬어 일개 필부라 한다. 일개 필부인 주를 죽였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仁과 義를 해치는 자는 왕이 아니라 일개 필부에 지나지 않으므로 시해가 아니라는 의미로써 맹자의 사상이 드러나 있다. 정도전은 25세 때 영주 봉화에서 시묘살이를 하면서 맹자를 탐독했는데, 그 과정에서 심중에 혁명사상이 자리 잡았던 것 이다. 서양사상은 기본적으로 증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정한 혁명적 사상이 부족하다. 또한 진정하게 과격한 사상도 부족하 다. 모든 래디칼리즘 (radicalism 급진주의)은 동양사상에 내재한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9/16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 들의 칭찬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 생물지심으로 그 마음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 귀한 번영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仁으 로써 그 位를 지킴이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은 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體가 섰고 인의 用이 행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0/16 재상은 왕을 보좌하여 방국을 균하게 한다(均防國). 삼봉의 가슴을 사로잡은, 국가질서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이 均 이었으며, 그것은 바로 평등주의적 이상(egalitarian ideal)이었다. 정보위(正寶位)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1/16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각 다른 저마다의 본성 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는 것이 다.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2/16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지극히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려(周廬)라 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에 상응하는 발 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 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들의 칭찬 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생물지심으로 그 마음 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3/16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귀한 번영 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仁으로써 그 위位를 지 킴이 또한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인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이 인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인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체體가 섰고 인의 용用이 행 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위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망중한담 2016 2 11 1801
정보위(正寶位)는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의 '총론'에 해당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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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오늘날의 헌법 전문과 유사한 것으로써 건국의 정당성과 통치철학을 담고 있다.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유
가와 법가의 철학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조선통치질서의 모범(憲法)이다.
학생들이 강의를 듣지 않고도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로움의 결여'로 나타난
다.
교육은 '이용'이 아니라 '실천'이다.
중앙대학교 첫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준 모티브는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중앙대학교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동양고전의 정수를 뽑아 중앙대훈(中央大訓)을 정해서 학생들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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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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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명하는 것이 나의 본래 모습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나의 본래 모습을 따르는 것이 나의 길이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나의 길을 닦는 것이 나의 배움이다....
강의에 임하면 학생들이 이 중앙대훈을 읽게 하고 나서 '노자' 강의를 시작했다.
중앙대학교에서의 강의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의 위대한 힘을 발견했다.
한국의 젊은이는 어린 것 같고 버릇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순수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며 다양한 문화를 개방적
으로 흡수할 수 있다.
정치혁명에 이어 우리사회는 앞으로 교육혁명이 일어 나야만 한다.
이런 강의를 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 우리 자신의 숨어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런 것을 통해서 우리
의 젊은 싹들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삼봉 정도전을 공부하는 소
이연(所以然)이 되는 것이다.(所以然 : 까닭이라는 의미로써 신유학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
삼봉은 정보위에서 주역을 인용하되 본래의 순서인 生→位→仁을 바꾸어서 位→生→仁으로 하였다.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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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ablife.tistory.com/245 4/16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位(position) = 大寶(great treasure)>
민주주의도 位가 없는 질서가 아니라 位가 正名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민주란 모든 조직의 형태를 규정하는 말
이 아니라 인권의 기본을 보장하는 추상적 장치인 것이다. 비민주적인 조직들이 각자 효율성 있게 운영될 데에 그 사회의
민주적 원리는 순조롭게 작동될 수 있다.
정보위란 그 位를 바르게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氣라는 것은 만물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운행되어야 한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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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까닭을 도덕적 본성(moral nature)으로 본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기 다른 저
마다의 본성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
이라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6/16
살아 있다는 것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天地는 生하므로 (천지에도) 마음이 있을 것이며 그 天地의 마음은 모든 것을
生하는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너무도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
려(周廬)라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
rchy)에 상응하는 발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7/16
중국 역사에서 맹자(孟子)는 지배자들에게 경원 시 된 책이었다. 그래서 외롭게 파묻혀 있었고 주석도 거의 없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四書로 된 것은 12세기 朱子의 사서집주(四書集注) 이후의 사건이다. 四書는 중국 고전의 형태가 아니
다.
• 孔子 : 심미적 : 예술가 • 孟子 : 사회적 : 혁명가
맹자는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을 통해 민의 본성은 선한 것이라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군주는 민의를 따라야 하는 것이라
는 논리를 확립했다.
정도전은 '맹자'를 통하여 (사회혁명의) 의식화가 되었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8/16
중국 제선왕(齊宣王 재위 B.C 319~B.C 301)이 맹자에게 탕과 주 시해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맹자가 답변한다.
적인자(賊仁者) 위지적(謂之賊)
적의자(賊義者) 위지잔(謂之 謂之殘)
잔적지인(殘賊之人) 위지일부(謂之一夫)
문주일부주시(聞誅一夫紂矣) 미문살군야(未聞弑君也)
仁을 해치는 자를 도둑놈이라고 하고
義를 해치는 자를 잔학한 놈이라 하며
이 도둑놈과 잔학한 놈을 일컬어 일개 필부라 한다.
일개 필부인 주를 죽였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임금을 죽였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仁과 義를 해치는 자는 왕이 아니라 일개 필부에 지나지 않으므로 시해가 아니라는 의미로써 맹자의 사상이 드러나 있다.
정도전은 25세 때 영주 봉화에서 시묘살이를 하면서 맹자를 탐독했는데, 그 과정에서 심중에 혁명사상이 자리 잡았던 것
이다.
서양사상은 기본적으로 증오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정한 혁명적 사상이 부족하다. 또한 진정하게 과격한 사상도 부족하
다.
모든 래디칼리즘 (radicalism 급진주의)은 동양사상에 내재한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9/16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
들의 칭찬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
생물지심으로 그 마음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
귀한 번영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仁으
로써 그 位를 지킴이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은 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體가 섰고 인의 用이
행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0/16
재상은 왕을 보좌하여 방국을 균하게 한다(均防國). 삼봉의 가슴을 사로잡은, 국가질서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바로 이 均
이었으며, 그것은 바로 평등주의적 이상(egalitarian ideal)이었다.
정보위(正寶位)
易曰 聖人之大寶曰位 天地之大德曰生 何以守位曰仁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무엇인가 6강 '정보…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1/16
'주역'에 이르기를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 것인가? 인(仁)이라 하였다
天子享天下之奉 諸侯享境內之奉 皆富貴之至也
천자는 천하사람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자신이 지배하는)국경 내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賢能效其智 豪傑效其力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民庶奔走 各服其役 惟人君之命是從焉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복무하며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以其得乎位也 非大寶而何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天地之於萬物 一於生育而已
천자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蓋其一原之氣 周流無間 而萬物之生 皆受是氣以生
만물의 근원인 기가 끊임없이 주류(순환)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洪纖高下 各形其形 各性其性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각 다른 저마다의 본성
을 갖는다.
故曰天地以生物爲心 所謂生物之心 卽天地之大德也
그러므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하였으며, 이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는 것이
다.
人君之位 尊則尊矣 貴則貴矣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https://hablife.tistory.com/245 12/16
人君(지배자)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然天下至廣也 萬民至衆也
그러나 아무리 인군의 지위가 존귀하다고 해도 天下 처럼 넓은 것은 없고, 백성은 지극히 많다.
一有不得其心 則蓋有大可慮者存焉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정도전은 주려(周廬)라
는 문헌에 입각하여 재상의 지위를 확보하고 왕권을 제약하려 했다. 오늘날의 입헌군주제(constitutional monarchy)에 상응하는 발
상이었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천하의 지극히 많은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도 그들을 속
일 수 없는 것이다.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의 마음은 곧 떠나 버린다.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백성의 마음이)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 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然所謂得其心者 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 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 亦曰仁而已矣
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 行不忍人之政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들의 칭찬
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 뿐이다. 군주는 반드시 천지생물지심으로 그 마음
을 삼아야 하고, 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내의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使天下四境之人 皆悅而仰之若父母 則長享安富尊榮之樂 而無危亡覆墜之患矣
守位以仁 不亦宜乎
10/10/23, 2:58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6강 '정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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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귀한 번영
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며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仁으로써 그 위位를 지
킴이 또한 마땅치 아니한가
恭惟 主上殿下 順天應人 驟正寶位
삼가 생각컨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셨으니
知仁爲心德之全 愛乃仁之所發
인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어여삐 여기심이 인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於是正其心以體乎仁 推其愛以及於人 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인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 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체體가 섰고 인의 용用이 행
하여지는구나.
嗚呼 保有其位 以延千萬世之傳 詎不信歟
오호라 그 위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7강 ' 조선경국전 '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7강 ' 조선경국전 '

도올 김용옥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망중한담 2016 2 25 2221 음양의 세계 목욕탕이야기 목욕탕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 "왼손바닥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오른 손바닥으로 옮기는 사람이 없더라. 이 돌멩이만 옮기면 세상이 다 끝날 텐데 이것을 옮기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더라." 라고 했다. 나는 그 손바닥의 돌을 집어서 다른 손바닥으로 옮겨버렸다. 돌멩이 하나를 옮기는 것이 종교적 진리인가? 종교가 존재하는 의미가 인간의 어떠한 기적을 과시하고 어떠한 신적인 세계를 과시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대표적인 모습이고 논리이다. 종교적 진리는 이적을 행함에 있지 않다. 종교가 건강한 상식으로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도록 인간을 독려하지 못 한다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다. Content Life 만족한 삶 홈 태그 미디어로그 위치로그 방명록 SHOP NOW SHOP NOW SHOP NOW SHOP NOW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2/10 불씨잡변 정도전의 불교비판이라는 것은 이러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의 저서 불씨잡변(佛氏雜辯)은 불교의 잡스러운 것을 변별해서 비판한다는 책이다. ※불씨잡변 정도전이 지은 불교비판서. 1398년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살해되기 3개월 전에 요동정벌 준비로 바쁜 와중에 완성한 최후의 유작. 불씨윤회지변(佛氏輪廻之辯) '불씨잡변'의 제1장 '불씨윤회지변'에서 윤회설을 비판했다. 윤회는 인도어로 Samsara, 영어로 Transmigration이다.(중국어 輪廻) 윤회설에서는 영혼과 육체가 따로 있다. 輪廻는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 body-mind dualism), 영혼불멸론(靈魂不滅論 the immortality of the soul)을 전제 로 한다. 즉, 육체는 썩어도 영혼은 썩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는 천당에 한 번 가면 그곳에 계속 사는데 비해 불교의 윤회는 그곳에서 다시 살아온다는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는 동일하게 사후세계(死後世界 afterlife)와 영혼불멸(靈魂不滅 immortality of soul)을 인정한다. 기독교는 희랍어를, 불교는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하는데, 둘 다 동일한 인도유러피언(Indo-European) 어군(語群)의 언어 문화권이다. 그러나 유교문명은 전혀 이질적인 것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 땅에서 생명이 돋아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물(水)이 생명(Life)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근대인 들의 세계관에 있어서 윤회의 주체는 영혼이 아닌 물이다. 천(天) 복야(覆也) 지(地) 재야(載也) 즉 하늘은 덮는 것이고 땅은 만물을 싣는다. (중용 中庸) 이것은 마치 하늘인 남자가 비를, 즉 정액을 내려, 땅인 여자의 자궁에 생명을 잉태케 한다. 우주를 천지의 교감으로 보았던 것이다. 고대인의 유기체적 우주관은 항상 인간의 생식과정과 비유된다. 주역(周易)에서 천(天) 건(乾) 양(陽) 혼(魂)→기의 무형적 상태, 지(地) 곤(坤) 음(陰) 백(魄)→기의 유형적 상태로 말 한다. 하늘(天) 건괘(乾) 양(陽) 혼(魂) 땅(地) 곤괘(坤) 음(陰) 백(魄) 동양 사람이 말하는 하늘은 기(氣)의 무형적 상태, 즉 무형(無形)이고 땅은 기(氣)의 유형적 상태, 즉 유형(有形)으로 생각했다. 하늘(天) 기의 무형적 상태 無形 땅(地) 기의 유형적 상태 有形 無形은 비존재(非存在)가 아니다. 단지 우리 감관에 포착되지 않을 뿐이다. 그것은 기의 충만함이다. 無形은 기의 입자가 미세하고(細), 有形은 기의 입자가 굵다(粗). 주역(周易) 계사(繫辭) 형이상자위지도(形而上者謂之道) 형이상자를 도라 하고 무형인 것, 초월적 세계를 말하며 형이하자위지기(形而下者謂之器) 형이하자를 기라 하여 구체적 사물의 형태. 유형인 것, 감성적 세계를 말한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3/10 형이상자와 형이하자는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두 형(形)이 있고 나서 위에 있는 것을 상(上)이라하고 아래 있는 것을 하(下)일 할 뿐이다. 형이상자=도(道)=하늘=무형 형이하자=기(器)= 땅 =유형 이 양자는 모두 形이고 氣이다. 형이상자와 형이하자가 잘 섞여있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형이상자와 형이하자, 말하자면 하늘과 땅이 잘 배합되어 있는 존재이다. 인간생명 하늘 혼 형이상자 + + + 땅 백 형이하자 혼백(魂魄) 인간의 존재는 하늘 쪽인 혼과 땅 쪽인 백이 만날 때 비롯되는 것이다. 나의 존재를 움직이는 유형적인 부분은 백 이고 나의 존재를 움직이는 무형적인 존재는 혼이다. 옛날 사람들이 생각한 인간 관념은 음양(陰陽)으로 되어 있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1/4> 우리가 정신(精神)이라는 말을 쓰는데, 인간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현대 한국어는 한자를 빌리고 있어도 서양어의 번역일 뿐이다. 현대 한국어의 정신은 Soul, Mind, Spirit일 뿐이다. 한자의 원뜻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정(精)=쌀. 즉 우주의 생명력이 우리 몸의 하초(下焦)에 저장된 것. 땅이 쌀이 되었다. 쌀은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이다. 쌀을 먹으면 생명의 근원, 정자(精子)가 된다는 것이다. 쌀을 먹으면 생명력을 내는 것처럼 내 몸의 정자도 생명력을 낸다고 믿은 것이다. 쌀은 우리 몸에서 유형적인 존재인즉, 백(魄)에 해당된다.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4/10 신은 아주 미세하고, 우리가 신적이라는 것은 혼(魂)적이고 하늘적이라는 것이다. 신(神)=하늘=혼 정(精)= 땅 =백 한문의 언어는 음양론적으로 간결하게 해석되는 것이다. 이 요점을 깨닫지 못하고 신비함을 찾아 헤매는 어리석음 에서 벗어나야 한다. 귀신(鬼神) 또한 서양의 고스트(Ghost)가 아니다. 그것은 음양론적으로 해석되는 우리 고유의 세계관의 소산이다. 귀신(鬼神) 귀(鬼)=귀(歸 돌아간다)=땅으로 돌아간다. 신(神)=신(伸 펼친다)=하늘로 펼친다. 귀신이라는 말 또한 음양론적으로 따져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은 죽으면 육신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귀(鬼)라 했고, 혼은 하늘로 펼쳐간다고 봐서 신(神)이라 하여 귀신이라 했다. 인간의 영혼(형이상자)은 신체(형이하자)와 분리될 수 없다. 영혼은 초월적 실체(Supernatural Entity)일 수가 없다. 그것은 몸의 일부일 뿐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반드시 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천지 전체가 하나의 형의 세계이고, 하나의 기의 세계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동양인에게는 이 천지 바깥에 천당이 있을 수 없다. 천지(天地)의 밖에는 어떠한 초월적 실체도 상정(想定)할 수 없 다. 천당도 신(神 God)도 천지내적 존재일 뿐이다. 죽음이란 혼과 백이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죽은 뒤에 육신은 백(魄)이므로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도 백이다. 혼(魂)은 육신을 떠난다. 늙는다는 것은 백이 노쇠 해짐에 따라서 혼도 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급사하는 경우 혼은 절별(絶別)했다가 액귀(厄鬼)가 되는 것이 다. 액귀란 불의의 죽음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영혼을 말한다. "혼이 났다."라는 말은 혼이 잠깐 나갔다 돌아 온 것이다. 급사(急死)의 경우는 백이 급작스럽게 완전히 망가져서 혼 이 돌아오지 못하고 떠돌게 된다. 백을 찾지 못하는 혼이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굿은 진혼(鎭魂), 위혼(慰魂)의 의미가 있다. 즉 혼이 서서히 백을 떠나게 하는 것이 진 혼이다. 동양사상, 즉 중국적인 세계관에서는 혼과 백은 하늘과 땅으로 각기 돌아갈 뿐, 초자연적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아 니다. 즉,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천지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백(魄), 즉 육체는 썩어서 땅으로 돌아가는데, 혼(魂)은 하늘로 흩어지는 것이다. 육체는 땅에 묻혀서 썩어 가고 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해지다가 소멸된다. 단지, 혼은 영활(靈猾)하므로 스스로 존재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어서 소멸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보았다. 그래서 신주를 모셔두고 사대봉사(四代奉祀) 하는 제례가 생긴 것이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하면 4대는 120년이 된다. 동양 의 합리적인 사상에서는 4대의 봉사를 받으면 혼도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대봉사를 받고 있는 동안은 가족의 일 원으로 간주되고 봉사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윤회설과 같이 생명이 태어날 때 원래 혼의 모습이 딴 개체(魄)로 갈 수가 있겠는가? 우리 동양 사상의 천지 대자연의 생생지덕(生生之德)에서는 있을 수가 없다. 천지는 끊임없이 기가 모였다가 흩어지는 장이다. 여기서 동일 한 영혼의 지속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윤회설 비판에서 정도전은 "어떻게 인간의 아이덴티티(Identity 동질성)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황 당한 거짓말을 하는가?"라고 했다. <주자어류:朱子語類>에 의하면 공중에 혼이 흩어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며 계 속 떠다니면 수천수만 명의 혼이 일정하게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억겁(億劫)년을 윤회하게 되면 공중에서 충돌이 생길 것이니 교통순경이라도 세워두어야만 할 것인데, 그런 이치가 어디 있는가? 釋氏却謂人死爲鬼(석씨각위인사위귀) 鬼復爲人(귀복위인) 如此(여차), 則天地之間常只是許多人來來去去(칙천지지 간상지시허다인내내거거) '석씨각'에서 말하기를 사람은 죽어서 귀신이 되고 귀신은 다시 사람이 된다. 이렇게 되면 천지간에는 항상 혼이 넘 쳐나고 억겁년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5/10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2/4> 내 영혼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곧 아집이요, 잘못된 고집이요, 잘못된 기대이 다. 그러나 동양인에게는 천지, 우주 밖에는 어떤 존재도 허락되지 않는다. 동양의 천지론적 우주관에서는 천지 밖의 어 떠한 존재도 허락하지 않는다. 천지(Heaven and Earth)가 곧 신(God)이다. 즉 천당을 설정해도 이 천지 안에 설정해 야 한다. 하느님을 말해도 이 산천초목 안에서 말해야 한다. 여러분은 과연 불교의 윤회론을 믿겠는가? 아니면 정도 전의 천지간의 생생지도(生生之道)를 믿겠는가? 오늘날 불교비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天地間如烘爐(천지간여홍로) 雖生物(수생물) 皆鎖鑠已盡(개쇄삭이진) 安有已散者復合(안유이산자복합) 而已往者 復來乎(이이왕자복래호) 천지간은 거대한 용광로와 같아 만물을 생하기도 하지만 모든 만물을 녹여 없애기도 한다. 어떻게 하여 흩어진 것 이 다시 똑 같이 합쳐지고 이미 떠난 것이 다시 돌아 올 수 있겠는가? 今且驗之吾身(금차험지오신) 一呼一吸之間(일호일흡지간) 氣一出焉(기일출언) 謂之一息(위지일식) 其呼而出者(기 호이출자) 非吸而入之也(비흡이입지야) 지금 내 몸으로 실험을 해보겠는데, 한번 숨을 들이 키고 한번 내품으면, 기가 한번 나간다. 이것을 일식(一息)이라 한다. 내 뱉었던 그것이 다시 흡입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영혼의 윤회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 그의 실험은 과학적이다. 인간의 윤회론은 이런 수준의 것이며 불가능하지 않느냐? 然則人之氣息(연칙인지기식) 亦生生不窮(역생생불궁) 往者過來者續之理可見也(왕자과래자속지리가견야) 그러한 즉 인간의 氣息은 역시 생기고 또 궁함이 없이 생기고, 가는 것은 가고 오는 것은 또 이어진다는 이치를 볼 수 있다. 동일자(同一者)의 지속은 천지생성(Becoming)의 법칙에 어긋난다. 천지라는 공적인 장에 대한 믿음이 조 선왕조혁명의 성립근거였다. 이것은 정도전의 불교비판인 동시에 정치철학이었다. 정도전은 요동정벌 준비 중인 그 와중에도 이 글을 썼다. 그는 당대의 위대한 정치가요 철학자였으며 동시에 무인이기도 했다. 당대의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6/10 생각해봐야 한다. 外面驗之外物(외면험지외물) 凡草木自根而幹而枝而葉而華實(범초목자근이간이지이엽이화실) 一氣通過( 일기통 과) 산천초목에서 이것을 시험해보자! 모든 초목은 뿌리로부터 시작하여 둥치로, 가지로 잎으로 꽃으로 열매로 해서 일 기(一氣)가 통과한다. 當春夏時(당추하시) 其氣滋至而華葉暢茂(기기자지이화엽창무) 至秋冬(지추동) 其氣收斂而華葉衰落(기기수렴이화 엽쇠락) 至明年春夏(지명년춘하) 又復暢茂(우복창무) 非已落之葉(비이락지엽) 返本歸源而復生也(반본귀원이복생 야) 봄이 되고 여름에 이르면 그 기는 자양분이 극에 이르러 꽃과 잎들이 무성해 진다. 가을과 겨울에 이르면, 그 기를 수렴하여 꽃과 잎은 쇠락했다가, 명년 봄과 여름이 되면 또 다시 잎은 무성해진다. 어떻게 지난 가을에 떨어졌던 잎 이 원래로 돌아가서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해에 떨어졌던 잎들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은 엉터리 거짓말이다. 又井中之水(우정중지수) 朝朝而汲之(조조이급지) 爂飮食者(표음식자) 火煮而盡之(화자이진지) 濯衣服者(탁의복 자), 日曝而乾之(일폭이건지) 泯然無跡(민연무적) 또 우물속의 물도 매일 아침 길러내고, 음식을 만들고, 불에 삶아 끄려 물을 없애고, 의복을 세탁하는 사람이 그것 을 햇볕에 쪼여 말려, 물의 흔적도 살아지고 마는데 而井中泉(이정중천) 源源而出(원원이출) 無有窮盡(무유궁진) 非已汲水之水(비이급수지수) 返其故處而復生也(반기 고처이복생야) 우물속의 샘물은 끊임없이 솟아나서 다함이 없다. 그런데, 어찌 이미 길러낸 물이 옛 곳에 돌아가서 다시 생겨난다 는 말인가? 윤회라는 거짓말에서 깨여나야 한다. 생생지도의 산천초목에 우리가 참여해서 우리의 문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정도전이 '주역'의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고려왕조의 정체성(停滯性:Stagnation) 에 대한 비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모든 개체가 나라고 하는 개체의 지속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공적 천지라는 사회전체가 끊임없 이 생생, 샘에서 물이 쏟는 것처럼 끊임없이 재화가 생산되고, 물류가 유통되고, 끊임없이 국가경제가 잘 돌아가는 시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삼봉은 이러한 경제철학을 '주역'의 생생지덕(生生之德)를 가지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도전의 철학은 단순히 불교비판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불교는 정도전의 비판만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이 있다. 불교적 세계관의 윤회라고 하는 것은 인도문명의 독특한 상황에서 성립한 세계관이며 윤리적 요청에 의한 형이상학 적, 신화적인 구성(Mythical Construction)이다. 신화적 구성을 사실의 체계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신화를 신화로서 해석할 때 오히려 신화의 의미가 들어 난다. 종교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신화적 체계를 사실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만 종교가 인간을 기만하고 인간을 우매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불교의 윤회설은 인도의 갈마(鞨磨 karma 카르마) 즉, 업(業)과 같은 것으로써 행위와 관계가 있다. 말하자면 윤회 라는 것은 윤리적인 요청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선업(善業)을 쌓으면 선과(善果 즐거운 결과)가 오고 악업(惡業)을 지으면 고과(苦果 괴로운 결과)가 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적인 세상에서 보면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나쁜 짓 하는 놈들이 더 잘 사는 경우가 있다. 이 런 (카르마의) 원칙이 우리 현실에서 괴리되어 있다. 이 괴리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현재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전생의 업보이며 지금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선과가 온다고 한 것이다.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7/10 인도 사람들에게는 현실에서 윤리적 인과(業 karma)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인간을 독려하고 끊임없 이 선행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윤회 이상으로 좋은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3/4> 인도문명에서 윤회설은 인륜적 요청에 의해서 생겨났다고 본다. 즉, 불교의 윤회는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윤리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기독교에 왜 천당이 필요한가? 네가 비록 이 세상에서 핍박을 받고 괴로움을 당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훗날 하늘나 라에서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하나님이 필요한 것이다. 천당도 현실적 인간의 선업 (善業)에 대한 보장 때문에 있는 것이다. 칸트(Immanuel Kant:1724~1804)는 '신(God)은 존재의 대상이 아니라 윤리적 요청(Postulation)에 의해서 만들 어진 것'이라고 했다. 칸트의 사상은 위대한 사상이나 서양 종교에서는 그렇게 받아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유교적 입장에서 보면, 동양인의 세계관에는 윤회나 천당이 필요 없다. 동양의 윤리적 보상은 어디서 받느냐? 우리의 보상은 현실에서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받아야 한 다. 나의 존재는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식도 있고, 내 제자도 있을 것이고, 내가 여기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억울하게 누명을 당했다 하더라도 여기 있는 사람이 내 진실을 알았다면 누가 이 역사를 왜곡을 할 수 있겠는가? 구태여 형이상학적인 천당이니 윤회니 하는 이런 요사스런 것을 만들지 않더라도 영원히 역사에 대한 믿음 을 가지고 살면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윤리적으로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새로운 우리의 문명을 건설할 수 있다. 삼봉 정도전에게는 이러한 확신이 있었지만 위화도회군 이전에는 불교를 비판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고려조의 지식인은 모두 불교신자였으며, 종교와 정치가 서로 엉켜 있었던 시대였다. 정도전은 위화도 회군 이후부터 불교비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불교를 비판하지 않으면 새로운 왕조는 탄생할 수 없고, 여태까지 고려왕조를 유지해왔던 불교사상은 이미 썩었는 데, 썩은 체제를 옹호하는 이론에 불과하다. 때문에 오늘날 우리 민족에 있어서도 우리 삶을 뒤돌아보면서 20세기를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10/10/23, 2:45 PM 도올 김용옥 - 우리는 누구인가 제8강 '음양의 세계' https://hablife.tistory.com/289 8/10 잘 못 살았다면, 너무도 생각 없이 살아왔다면 이제는 가차 없이 비판하여야 한다. 우리들의 정신문화의 뿌리들을 가차 없이 비판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21세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명의 비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비판이며, 종교는 우리의 건강한 상식에서 비판 받지 않으면 그 종교는 금방 썩어 버린다. 우리나라 종교인들은 비판을 두려워하는데, 이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종교에 대해서 비판하고 감시하여야만 한다. 시민단체들이 정치인들만 감시할 것이 아니라, 더 썩 고, 이 사회의 정신적 뿌리를 좀먹고 있는 종교의 무서운 해악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의 눈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요즘, 젊은 학생들이 내 강의를 더 많이 듣는 것으로 안다. 다음 시간 계속해서 정도전이 불교를 어떻게 비판하고 있 는가를 공부하기로 하자. 이러한 비판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어서 유교적 세계관을 더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도올영상 '음양의 세계'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