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용 | 무소유사회(실현지)로 들어가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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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사회(실현지)로 들어가는 입구>

특강이 대문이면 연찬학교는 현관문이다. 좁은 문이다. 14박15일간의 연찬학교는 특강을 통해 보여 온 세계를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다. 여러 ‘테마’에 대해 머리를 써서 연찬하는 것과 동시에, 일하고 생활하면서 ‘예, 하고 듣고 마음껏(おもいきり)=(생각을 끊고思い切り)합니다’ ‘예, 하고 무엇이든지 해봅니다’ 등의 실천 테마를 갖고 실행하고 연찬한다.

아! 이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생활 화두, 무시선 무처선의 좋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보통, 일반 참가자가 많이 경험하는 연찬학교는 사회기관으로서의 ‘연찬학교(야마기시즘 4대 기관 중의 하나)’ 의 여러 프로그램 중 ‘예과 공인완성과’이고 본과, 전과의 과정이 더 있다. 그밖에 무기(한) 연찬, 후리다시료(되돌아보는) 등의 장치가 있고, 실현지의 일상생활에서도 매일, 매주 각종 연찬회의 기회가 있다. 그야말로 ‘24시간 연찬생활’인데, “이러다가 일시에 모두가 깨달아 버리는 것 아냐?”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샐 틈 없이 짜여 있었다.

김지하식으로는 ‘인간의 사회적 성화’라고 할까? ‘개벽의 사회화’라고 할까?

연찬학교는 ‘무아집체득과정’이라고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소유사회(실현지)로 들어가는 입구는 무아(無我)다. 야마기시씨는 자아(自我) 등 어떠한 장벽도 없는 것이 ‘사랑(愛)’이고 ‘참(眞)’이라고 했다. 대애(大愛), 절대애(絶對愛), 무변애(無邊愛)라고도 했다.

이 훈련(?)의 과정이 없이는 실현지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상시훈련, 정기훈련이 사회적으로 짜여 있는 것이다.

무아집체득과정 외에도 애정연찬, 무감무식계연찬 등의 과목이 더 있다. 愛는 절대애, 애정은 인간애. 무감무식은 감각과 생각 너머에 대한 연찬으로 짐작한다.

새벽에 일어나, 양계장을 걷다 어린 병아리들의 짹짹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참하고 착하고 아름답구나!”하고 느낀다. 진선미의 소리다.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 출발 연찬회에 모여 ‘어제 누군가에게 기분이 나빴다’는 ‘나’를 모두에게 내어놓고 ‘모두’의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가벼워져 하루를 시작한다. 야마기시씨가 ‘이상사회의 축도’라고 했던 야마기시식 양계장에서 닭에게 사료를 주면, ‘한 마리의 닭도 불행한 닭이 없게', 모두가 적절한 양의 모이와 맑은 물과 햇빛을 쬘 수 있게 마음 쓴다. 행복한 닭이 낳은 좋은 알이, 먹는 사람을 만족하게 하고, 나에게로 돌아온다. 자기로부터 나가 자기에게 돌아온다. 상생으로 순환하는 세계의 모습(일체순환경제)다.

일을 마치고 일과 생활을 나누어주는 갱의실에서 가볍게 샤워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러 애화관(愛和館)에 들어서면 모두 한 가족의 쾌적하고 애정이 담긴 식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 창고와 로비에는 언제든지 마시고 먹을 수 있는, 돈이 필요 없는, 누구의 것도 아닌, 누가 써도 좋은 물건들이 문이 열린 채 준비되어 있다. ‘내’ 손 안에 가지지 않고, 어떻게 그 가치를 살릴까에 마음 쓰게 된다. 서로를 서로 살리는 세계. ‘나’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야 보이는 광대무변의 진실의 세계. 야마기시가 고안-실행한, 많은 사회제도, 기구, 구현방식의 근저에는 무아집-일체(무아와 연기)의 자각이 있다. 세상에 많은 깨달은 분들이 있다는 데, 어째서 세계에는 그 깨달은 본질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걸까?

하나는 ‘본질을 현상의 사회에 실현할 수 있다, 실현한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또 하나는 부분적, 미온적인 것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본질이 현상에 실현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다.

(아래사진은 야마기시회 조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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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단청

글로 풀어 놓으니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말보다 체험을 강조했나 봅니다.

실현지 바깥에서 생활해보니 실현지라는 성을 세워놓고 그 안에서 맴돈것 같습니다.

그래도 4년 생활한 갑어치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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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용

나단청 야마기시씨 글 자체가 어려워요. 공식적인 활동은 9년밖에 안하고 돌아가셨으니까, "죽기 전에 글로 남겨서 철해놓는다"는 심경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건 알아차리는 사람이 나타나서 완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63세, 너무 일찍 가셨지요. 실현지를 이어간 사람들은 어려웠을 겁니다.

유상용 | 2002~2009 야마기시 안에서 야마기시즘을 검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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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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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009 야마기시 안에서 야마기시즘을 검증하다>

내가 참획해서 열심히(?) 야마기시즘을 배우던 1990년대는 야마기시가 형태적으로 꽃피는 시절이었다. 또한 점차 시들어가는 시기였다.

ㅡ 하루에 10만 명이 모이던 무소유사회 실험 ‘거저의 축제’,

ㅡ 야마기시즘의 사상과 사회실태를 만인에 공개하는 ‘야마기시즘 박람회’,

ㅡ ‘인구 1600명(부정확), 작은 도시규모의 토요사토 실현지’ 등

만개한 벚꽃 같던 모습이 속으로는 한계에 와 있었던 것이다. 야마기시씨 사후 여러 고비를 넘기며 자리 잡은 30년간의 ‘실현지 중심 체제’가 자체 모순으로 정체-해체되는 때가 온 것이다. 나는 한국이라는 ‘변방’에 있었기에 그 속사정을 충분히 알 수는 없었지만, 일본의 가까운 친구들을 통해 외부에 공개 안 하던 여러 자료들을 받아보고, 전화로 상황을 들으며, 그 실태와 원인에 대해 파악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1999년 즈음에는 일본의 실현지 운영자들의 머리는 더욱 굳어져가고, 본질적인 추구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실현지를 떠나 스즈카로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의 실현지 상황은,

무소유사회를 이루는 방법의 하나로써 참획 때 자신의 전 재산을 야마기시에 넣는 것이,

탈퇴자의 반환 소송을 통해 사회문제화 되고, 증여를 통한 탈세라는 법의 판단을 받기도 한 것, 내부 대안학교 아이들에게 농사 작업을 무리하게 시키고 체벌도 있었다는 것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나의 추측이지만 ‘무소유 실험’의 규모가 커지는 것에 대한 ‘국가’의 견제도 있었던 것 같다.

실현지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것은 ‘부자유’함인데, 실현지는 <제안과 조정>이라는 방식으로 개인의 요구와 전체 상황을 조정하여 운영되는 데, 이게 개인이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절차를 통해서 처리하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

그 외, 이 ‘사회실험’이 정체되는 데에서 보이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한 원인은,

- 인간을 모른다. 특히 마음의 세계를 생각(감각)의 세계에 한정 짓고, 그 너머의 탐구를 안했다.

- 실험 중인 곳을, 실현한 곳으로 착각했다. 형태를 확대시키려는 어리석음.

- 정작 야마기시 실현지 자신은 연찬하지 못했다.

등이었다.

또, 실험의 대부분은 야마기시씨가 돌아가신 이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야마기시씨의 생각이고 어디가 그 후계자들의 생각인지를 알기가 어려웠다.

나는, 10년 동안 배워서 익숙해진 방식이 아니라, 내 스스로 “이것이 야마기시씨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것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마침 “10년 동안은 잘 배우자”고 마음먹었던 그 10년째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2002년 봄부터, 실천의 서에서 가장 핵심되는 원리들을 뽑아내어 실현지 안에서 나의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포인트는 <한사람 한사람 자유로우면서 전체도 조화롭고 번영하는 것>이었다.

야마기시씨의 글은 비유적으로 쓰여진 것도 많고, 본인이 실천을 통해 완결되길 바랐기 때문에, 나도 실천-실험을 통해 하나 하나 터득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술 고수들의 비전서가 그렇다고 하던데 ㅎㅎ)

- 각각의 입장에 있어서, 진실, 그것에 자기를 살린다.

- 법으로 묶지 않는 사회

- 물에는 물의, 흘러, 넘치지 않는 수로를... 사회기구에도 수로, 도로에 비할 만한 것을 설치하고, 어디를 오고 가더라도 각자의 자유선택에 맡기고, 결코 그 사람의 의지를 방해하지 않는다.

- 이론을 현실에 구체화할 수 있는 구현방식을 통해 이상사회를 실현

- 구현방식은 무엇에라도 적용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논에 물을 대어주는 장치와 같은 것으로, 물꼬, 수량, 밑바탕, 흐름, 낮은 곳부터, 만수, 무리 없이 자동적으로, 연쇄 순환적으로 넓혀져 간다.

- 무엇에라도 이 방식은 꼭 들어맞게 할 수 있고, 그 근본이념은 물건에 있어서도, 마음에 있어서도, 생명 등까지도, 제각기 지닌 맛을, 최대로 쓸모 있게 하는 것으로써, 참으로 그 가치를 살리는 것에 있다.

- 심리적 방면의 해결과 사회구성의 진수를 파악치 못하여 인간사회의 분쟁이 끊어지지 않고, 불행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싸우지 않는 세 가지 방법 :

1. 선을 정한다. 2. 양보하는 인간 3. 풍부히 가지는 것

그 중 제2안이 무리없는 자연의 진리이며, 야마기시즘 사회의 기본이다. 지금 사회 결함의 최대가 되는 원인은 서로 분리되고 반목하는 것

나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실현지 내외에서, 야마기시씨가 주장한 이러한 원리나 생각에 대해, 숙고, 유추, 실험을 해봤고, 특히 청년들의 여러 모임을 만들고 지속하는 가운데 발견하고 터득해보려고 하였다. 실현지의 다른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거의 알지 못했을 것이다.

2008년이 되었을 때, <한사람 한사람 자유로우면서, 전체도 조화 번영하는 길>에 대해 어느 정도 길을 찾은 느낌이 왔다. 일본 실현지 사람들도 놓쳐버린 그 길이 보여 온 듯했다. (나중에 만났지만, 스즈카 에즈원커뮤니티를 만든 사람들과는 많은 일치점이 있었다)

그 후 그 동안의 경과와 성과를 정리해서 한국 실현지 분들께 내어놓고, 젊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실험하며 만들어갈 제2 실현지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였다. 장소는 강화도.

자연이 살아있고, 농어업을 할 수 있고, 관광지라 게스트 하우스 등의 경제 활동도 가능하고, 남북 국경을 따라 걸으며 평화를 생각하며, 공항이 가까워 동아시아 청년교류를 하기에 수월한 곳.

나의 제안에 대해, 그 진정성을 인정한 대부분의 실현지 사람들은 찬성 또는 말리지는 않는다는 정도의 의견이었으나, 오직 한사람은 반대를 했다. 그 후, 대부분 개인 명의로 되어있던 실현지 재산을 ‘법인화’해서 무소유의 취지에 근접하게 하자는 제안 등과 맞물려, 꼬박 1년 동안, 매주, 전 식구들이, 진격의 연찬을 해왔지만, ‘연찬불가’의 상황을 최종적으로 맞닥뜨리고, 1달 정도 후 실현지를 나오기로 결정했다. “자, 그럼 제가 나가서 시도를 해 볼 테니, 성과가 있다면 나중에라도 또 함께 이어져서 합시다.”

이런 저런 준비를 한 후, 2009년 6월에 최종적으로 이사를 나왔다. 지금 강화도에 살게 된 이유다. 내가 나오고 나서, 우리 또래 40대 부부들은 1년 사이에 순차적으로 나오게 되었다. 지금도 현 실현지 식구들과는 사이좋고 가족 같은 마음이 있다. 싫거나 미워서 헤어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 책, 2012년 출판. 약간의 내 얘기와 야마기시, 스즈카에 대한 소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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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형

  이 실험의 과정 언제 만나서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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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상용

    김재형 예, 느긋하게 한번 말씀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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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 h
  • 김재형

    유상용 올해 안에 이화서원에 모셔서 이야기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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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 h
• 최진섭

  90년대 중반 지인이 야마기시마을 권유했을 때 , 술 담배 못하게 해서 싫어요, 라고 농담식으로 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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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상용

    최진섭 자발적인 척하면서 못하는 분위기가 되니, 이중적이 되었죠. ㅋ~

    2000년대에는 풀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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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섭

    유상용 아, 그랬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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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 h
• Jun Myoung Ha

  만들어낸 가치만큼만 받기

  필요에 의한 임시 소유

  무소유-내가 없는데 내것이 있을 수 있을까? 다만 강요없이 내것을 없애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흉내내 봅니다.

  이런 천국으로 바로 넘어가기 힘든게

  빚의 덫에 걸려있는 경우

  대부분 이 빚때문에 실험적 삶이 좋아도 못 넘어가고 허덕이는 것 같습니다.

  허덕일수록 올무는 더 죄여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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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 h
  • Jun Myoung Ha

    제 얘기군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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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 h
  • 유상용

    Jun Myoung Ha '나와 내것 의식'은 인간성장 중 자동 발생이라, 임시 소유 등으로 봐가는 정도가 좋을 것 같네요. 나,에 대해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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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 h
  • Jun Myoung Ha

    유상용 직민당으로 지상낙원을 열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얼핏얼핏낙원을 자꾸 보여주시니 자꾸 맘이 넘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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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 h
  • 유상용

    Jun Myoung Ha

    아차하면 30년 지나갑니다. ㅋ~

    직민당도 필요하지요. 한개 군 집중도 어렵지요? 그래도 어딘가 근접한 모델이 있고 확산 방식이 있으면 좋겠는데, 저는 제가 익숙한게 '한 마을'이라 동네에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동네에 야마기시즘을 실현한다, 그런건 아니구요, 조금 알게 된 원리들이 쓰여지는 정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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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 h
  • Jun Myoung Ha

    유상용 아 저 벌써 50을 바라보네요.제 몸이 바람에 날리기 전에 결단이 필요한 시점~

    글을 읽을수록 선배님 가까이 살고 싶어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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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 h
• 나단청

  실현지 나온 이유 이제 알게 됐네요^^

  한국에도 두번째 실현지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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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 h
  • 유상용

    나단청 그러게요. 참 재밌는 전개가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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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 h
    • Edited
• Loma Wilmes Huh

  I admire your persistence and sincerity in your explorations. I wish your book could be translated into English, I'd love to read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