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2

길에서 꽃을 줍다 | 김하돈 | 알라딘

길에서 꽃을 줍다 | 김하돈 | 알라딘


길에서 꽃을 줍다
김하돈 (지은이)호미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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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삼만 리를 에돌아 서울에 이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이다. 탁발순례단은 다섯 해 세월에 삼천여 마을을 방문하며 삼만 리를 걸었고 칠만오천 명을 만났다. <길에서 꽃을 줍다>는 오 년 세월 풍찬노숙의 길을 걸었던 생명평화 탁발순례에 참여한 순례자들의 진솔하고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생명평화결사란 무엇이고 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탁발순례단은 또 어떤 마음으로 길을 걸어왔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병철, 황대권, 김성오, 황인중, 윤민상, 양재성, 김경일, 구자인, 수지행, 김성순이 저마다 걸으면서 느끼고 배운 길과 생명평화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낸다.

시인으로 김하돈, 이원규, 박남준, 박두규, 김택근이 글을 보태었고, 이철수 판화가와 안상수 교수도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하루를 그림으로 담았다. 또한 도법 스님과 김민해 목사, 이주향 교수의 좌담으로 생명평화 탁발순례 오 년의 여정을 돌아본다.


목차


머리말
하늘에 아뢰는 글

사람의 마을에 걸린 천 개의 등불 - 김하돈
순례의 뒤안길 - 이원규
쉽게 사는 방법을 아직도 몰라서 - 박남준
이파리 하나만 달고 - 박두규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하루 - 안상수
내 삶의 나침반 - 김성오
나는 왜 농부가 되었나 - 황인중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 윤민상
많이 걸었다 - 김택근
우리는 길과 함께 살았다 - 황대권
단순 소박한 삶 - 양재성
평화라는 낱말을 창문에 붙이자 - 김경일
생명의 고향, 평화의 고향 - 구자인
백대 서원 절명상과 '참나' - 김성순
불어라, 생명평화의 바람아 - 수지행
도법 스님의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생각함 - 이철수
왜 생명평화인가?

하늘에 아뢰는 글
좌담
생명평화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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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10년 6월 26일 청년 새책



저자 및 역자소개
김하돈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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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며 사)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이사다. 오랫동안 신채호 탐구에 몰두하여 헌정 시집 『광장을 꿈꾸다』 기획 출간(2013), 『단재 기행』 출간(2015), 추모 연극 「선택」 시나리오 집필(2016), 특별전 「베이징 독립운동의 세 불꽃」(2019) 등 다양한 추모사업과 창작 활동을 하였다. 지은 책으로는 『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 『푸른 매화를 보러 가다』,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외 다수가 있다.

최근작 : <쉽게 읽는 조선혁명선언>,<놓아 버려라>,<길에서 꽃을 줍다> … 총 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삼만 리를 걷다, 7만5천 명을 만나다
한양 천릿길은 옛말, 삼만 리를 에돌아 한양에 이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이다. 2004년 3월 첫날, 지리산 노고단에서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지 오 년 세월이 흘러서였다. 탁발순레단은 느리게 걷고 단순 소박하게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백대 서원 절명상을 하고 하루 순례를 시작했다. 걸을 때는 나란히 서서 침묵하며 걸었고 운전자가 안심하도록 지나치는 자동차마다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탱크와 마주칠 때에도 손을 흔들었다. 걷기 위해 쉬고, 목이 마르면 옹달샘에서 목을 축였다. 일손이 모자라는 농가에서는 일손이 되었다. 얻어먹고 얻어 자며 생명평화를 탁발하는 길 위의 세월, 밥이 없으면 죽을 쑤어 먹었다. 길 위에 앉아 옥수수로 감자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아침에 마을에서 나와 이웃 마을을 거쳐 저녁에는 또 다른 이웃 마을로 들어가 지역 주민들과 생명평화의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리산과 제주도를 거쳐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서울로 이어진 오 년 탁발순례의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뭇 생명을 잇는 길이었다. 지렁이가 천천히 흙 속을 돌아다니며 땅을 살리듯이, 한걸음 한걸음 이 땅 곳곳을 톺아 걸으며 생명평화의 토대를 만들고 그 씨앗을 심었다.
순례단장 도법 스님이 이 책 「길에서 꽃을 줍다」 머리말에서 “자연 당신이 아니면, 이웃 당신이 아니면, 그대 당신이 아니면 지금 여기 내 삶도, 그대의 삶도, 우리의 삶도 실재할 수 없다”고 썼듯이, 탁발순례는 너와 나,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길이었다.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의 ‘이웃’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세상이라는 큰 원고지에 족필足筆로 쓴 책
탁발순례단은 다섯 해 세월에 삼천여 마을을 방문하며 삼만 리를 걸었고 칠만오천 명을 만났다.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길은 기간으로 보나 그 규모로 보나 우리나라 순례사의 큰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비폭력 평화운동으로서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든 사건이었다.
「길에서 꽃을 줍다」는 오 년 세월 풍찬노숙의 길을 걸었던 생명평화 탁발순례에 참여한 순례자들의 진솔하고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통해, 생명평화결사란 무엇이고 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탁발순례단은 또 어떤 마음으로 길을 걸어왔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병철, 황대권, 김성오, 황인중, 윤민상, 양재성, 김경일, 구자인, 수지행, 김성순이 저마다 걸으면서 느끼고 배운 길과 생명평화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낸다. 시인으로 김하돈, 이원규, 박남준, 박두규, 김택근이 글을 보태었고, 이철수 판화가와 안상수 교수도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하루를 그림으로 담았다. 책은 도법 스님과 김민해 목사, 이주향 교수의 좌담으로 생명평화 탁발순례 오 년의 여정을 돌아본다.
이원규 시인이 책에서 쓴 말마따나 몸이 바로 움직이는 붓이요 펜이었으니, 온몸이 한 자루 붓이 되어 한발 한발 힘찬 획을 그으며 세상이라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원고지 위에 쓴 글을 모은, 이 책이야말로 걸음의 의미나 생명평화의 정신으로나 족필足筆로 쓴 순례기의 모범이라 하겠다.


대를 잇는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앞으로 백 년 동안 걷는다
“물처럼 살겠습니다. 논에 가면 벼를 빛나게 하고 산에 가면 나무를 빛나게 하고, 목마른 이에게 가면 그를 살리는 물처럼, 그렇게 스며들며 살겠습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이 오 년 전국 순례를 마치며 노고단에서 하늘에 아뢴 글귀와 다짐이 이러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한걸음 한걸음은 지금의 파괴적이고 야만적인 싸움과 죽임의 문명을 넘어 평화와 살림의 길인 생명 살림, 평화 살림의 대안 문명의 길을 연 것이다.
한양에 들어선 순례단장 도법 스님은 다시 한 번 이 땅의 모든 ‘한양’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경제만이 살길이라는 새빨간 거짓말에 속지 말자, 생명을 살리는 농부가 되자, 단순 소박한 삶을 살자. 아이들은 1등이 되려고 친구를 따돌려야 하고 어른들은 부자가 되려고 이웃을 등지는 삶의 전쟁터가 된 우리 사회를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이끌려는 탁발순례단의 정신은 곧 생명의 나침반이요 평화의 나침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래서 파주자유학교 아이들과 함께 탁발순례에 참여한 김성오 교사는 자기 글 끝에 도법 스님에게 억지 부탁을 했다. 탁발순례를 계속 해달라는 청이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생명평화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계기를 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 청을 이미 아셨는지 어쨌는지, 1차 탁발순례를 마친 뒤, 도법 스님은 대를 잇는 생명평화 탁발순례 백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생명평화결사는 7월 17일 실상사에서 가질 「길에서 꽃을 줍다」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백년순례를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
생명평화결사는 누가 왜 만들고 무엇을 하는가
생명평화결사는 지난 2003년 늦은 가을에 조직되었다. 이 결사체가 만들어지기에 앞서 일 년 가까이 우리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문제의 바른 해결을 모색해 왔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우리의 사회운동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데에 생각을 함께한 사람들이 모여 한민족의 어머니인 지리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공부 모임이었다. 이 모임이 바탕이 되어, 이라크 전쟁을 전후한 한반도 전쟁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 결사체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취지는 생명평화결사 정관의 앞글에서 “우리는 민족이 겪은 오랜 역사 속의 고난과 아픔을 어머니처럼 품어 낸 지리산에서 생명평화의 길을 열고 생활 속에서 그 길을 실천하고자 생명평화결사를 만들었습니다”라고 밝혀 놓았다.
생명평화결사는 ‘생명평화’가 모든 가치 지향의 중심이며 바탕이며 고갱이라고 믿고, 이를 위해서 우리 각자가 먼저 생명평화가 되자는 서약을 하고 일상의 삶에서 실천하자는 운동체이다. 그래서 결사 슬로건도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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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길 위의 풍경에서 길어 올린 생명과 일상의 서정

이 책은 시인이자 작가인 저자가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주한 길 위의 풍경, 인연, 그리고 자연의 미시적인 변화를 관조적이고도 서정적인 필치로 담아낸 산문집이다. 전체적인 구조는 자연의 순환에 따른 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박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축으로 전개된다. 저자에게 길은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스러지는 우주의 축소판이자 성찰의 마당이다.

작가는 길가에 무심히 피어난 야생화, 부서진 돌멩이, 바람에 굴러다니는 낙엽 등 현대 문명이 쉽게 간과하는 사소한 존재들에 시선을 맞춘다. 특히 <길에서 꽃을 줍다>라는 표제는 떨어져 버려진 존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마음의 중심에 모시는 행위를 상징한다. 저자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자연이 보여주는 자발적 절제와 순응을 관찰하며,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 드는 오만함에서 벗어나야 함을 역설한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자연 예찬에 머무르지 않고, 길 위에서 만난 이웃들과의 따뜻한 교감을 통해 공동체적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시골 마을의 노인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농부들의 삶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과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작가는 일상사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혼돈을 치유하는 힘은 거창한 이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주변의 작고 여린 것들을 알뜰히 보살피는 태도에 있음을 잔잔한 어조로 설득한다.

평론: 미학적 관조를 넘어선 생태적 연대의 가능성

김하돈의 <길에서 꽃을 줍다>는 속도와 효율성만을 숭상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느림과 하심의 미학을 실천적으로 제시한 수작이다. 작가의 시선은 화려한 도심의 중심부가 아니라 늘 변방의 길가와 낮은 곳을 향해 있으며, 이러한 시선의 이동 자체가 문명사적 전환을 요청하는 조용한 저항의 몸짓으로 읽힌다. 사소한 자연물 하나에서도 우주의 연기적 관계를 읽어내는 저자의 안목은 동양적 자연관과 생태학적 성찰의 깊은 결합을 보여준다.

이 산문집의 미학적 성과는 언어의 절제와 서정성의 결합에 있다. 거칠고 자극적인 언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작가는 지극히 정제되고 따뜻한 언어로 일상의 풍경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그려낸다. 꽃을 <줍는> 행위는 소유하려는 탐욕의 발현이 아니라, 잊힌 존재에 대한 공감과 동치대비적 자비심의 표현이다. 이러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내면의 이기심을 참회하게 만드는 종교적 성찰의 효과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지나친 관조성과 서정성은 구조적 모순을 대면하는 데 있어 일정 부분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스펙트럼은 넓지만, 그 아름다운 길과 공동체를 파괴하는 토건 자본의 탐욕이나 제도적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는 다소 약화되어 있다. 문명에 대한 성찰이 개인의 내적 평화나 심미적 만족에만 머무를 경우, 현실을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사회적 실천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칫 도피적 서정주의에 갇힐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상과 수행, 인간과 자연이 결코 둘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전범이다. 거대 담론의 공허함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길 위의 작은 꽃 한 송이가 건네는 위안은 결코 작지 않다.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경외를 잃지 않는 작가의 태도는,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혼돈의 시대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소박하지만 분명한 지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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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꽃을 줍다> (김하돈) 요약+평론

<길에서 꽃을 줍다>는 생명평화운동가이자 수행자인 김하돈이 일상 속에서 발견한 깨달음과 성찰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제목 자체가 이 책의 성격을 상징한다. 길가에 떨어진 꽃은 대단한 사건도 아니고 특별한 보물도 아니다. 그러나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저자는 그 꽃을 줍는 사람의 눈, 곧 일상의 작은 존재와 순간에 깃든 의미를 발견하는 시선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이 책은 철학서도 아니고 체계적인 종교서도 아니다. 오히려 수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발견한 생명의 이야기들에 가깝다. 김하돈은 자연과 사람, 공동체와 사회, 수행과 일상을 따로 나누지 않는다. 그는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농부의 손, 아이의 웃음, 늙은 이의 주름살 속에서 삶의 진실을 읽어낸다.

1. 삶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길 위에 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장소, 특별한 수행, 특별한 스승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우리가 매일 걷는 길 위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길가에 핀 꽃을 바라보는 일,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일, 이웃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일 자체가 수행이다.

이런 관점은 선불교의 일상성에 가깝다. 깨달음은 산중 암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농촌, 골목길과 가정에도 존재한다.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만 있다면 모든 곳이 수행처가 된다.

2. 생명에 대한 깊은 경외

책 전반에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흐른다.

저자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경계한다. 꽃도 생명이고, 나무도 생명이며, 강과 산도 생명의 일부이다.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거나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라고 본다.

이 점은 도법 스님이나 수경 스님의 생명평화 사상과도 통한다.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숨 쉬는 공기는 나무와 연결되어 있고, 내가 먹는 음식은 흙과 농부의 노동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존재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이 된다.

김하돈은 이런 사실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구체적인 경험과 이야기로 전달한다. 그래서 독자는 설교를 듣는 느낌보다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받게 된다.

3. 경쟁보다 관계

저자가 바라보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쟁 중심의 삶이다.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경쟁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경쟁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관계가 파괴되고 공동체가 무너진다.

저자는 삶의 가치를 성공이나 성취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

이 점에서 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조용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는 분노하거나 공격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천천히 걷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함께 살아가는 삶이다.

4. 수행과 사회참여의 결합

이 책이 단순한 자연 에세이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저자는 수행을 개인의 내면 수양으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수행은 사회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고 본다.

환경 문제, 공동체 문제, 생명 파괴의 문제는 수행자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참된 수행은 세상과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한국의 생명평화운동 전통과 깊이 연결된다.

평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따뜻함이다.

오늘날 많은 철학책과 종교책은 지나치게 어렵거나 추상적이다. 반면 <길에서 꽃을 줍다>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언어로 깊은 이야기를 한다.

특히 세진님께서 최근 읽고 계신 도법 스님이나 수경 스님의 책들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차이가 보인다.

도법 스님은 화엄과 생명평화라는 큰 사상 체계를 제시한다.

수경 스님은 기도와 수행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실천을 보여준다.

김하돈은 그보다 더 생활 속으로 내려온다. 거대한 철학이나 극적인 수행보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통해 같은 진실에 접근한다.

그래서 이 책은 생명평화운동 입문서로 읽기에도 좋다.

한편 한계도 있다.

책은 매우 서정적이고 명상적이다. 그 때문에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자본주의, 환경파괴, 사회적 불평등 같은 문제의 원인을 깊이 파헤치기보다 삶의 태도 변화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이 점에서는 이도흠의 생태철학이나 도법 스님의 사회실천론보다 현실 분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약점만은 아니다.

현대인은 이미 너무 많은 분석과 정보 속에 살고 있다. 오히려 부족한 것은 삶을 천천히 바라보는 능력일 수 있다. 김하돈은 바로 그 부분을 회복시키려 한다.

종합 평가

<길에서 꽃을 줍다>는 생명평화 사상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아름다운 에세이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거대한 혁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바라볼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작은 존재를 존중하고, 느리게 걷고, 관계를 회복하며, 생명과 함께 살아가라고 권한다.

그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도법 스님의 <그물코 인생 그물코 사랑>이 공동체의 철학이라면, 수경 스님의 <기도>가 실천의 영성이라면, 김하돈의 <길에서 꽃을 줍다>는 일상 속 생명 감수성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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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책으로 돌아온 수경스님, 참회와 기도로 위안을 주다 - 경향신문 2024

14년만에 책으로 돌아온 수경스님, 참회와 기도로 위안을 주다 - 경향신문

14년만에 책으로 돌아온 수경스님, 참회와 기도로 위안을 주다
입력 2024.05.06 
이영경 기자



새만큼 삼보일배·4대강 오체투지…평화·생명 사회활동하다 은둔

수행자로서 체험한 ‘기도’ 이야기 “기도란 삶을 변화시키려는 태도”


2010년 5월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4대강 생명 살리기를 위한 참회정진 기도를 하던 수경 스님이 기도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2000년대 초반. 수경 스님의 행보에는 늘상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수행자이자 불교계의 대표적인 사회운동가였던 스님은 새만금 살리기를 위한 삼보일배,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머리와 두 팔, 두 다리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붙이고 절을 하며 전진하는 것)에 나서며 길바닥을 법당 삼아 평화와 생명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2010년 스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연히 떠났다. 불교환경연대 대표, 화계사 주지라는 직함은 물론이고 조계종 승적까지 반납했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던 문수 스님의 소신 공양이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지속했다.

14년간 공개적인 활동도, 대중적 목소리도 내지 않았던 수경 스님이 책 <기도>(엘도브)를 출간했다. 140쪽 남짓한 책에는 그간 수행자로서의 삶에서 체험한 기도 이야기가 주로 수록되어 있다. 스님이 책을 냈다는 것은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의아하기도 하다. 세상을 향해 입을 닫아온 스님이 어떻게 이번 책을 낼 결심을 하게 됐을까. 출판사 엘도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스님은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봉사단체 ‘세상과 함께’ 회원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계셨어요. 그분들에게 공양하는 차원에서 작은 책을 만들어 선물할까 하는 구상을 하셨는데 스님의 이런 뜻을 알게 된 지인들이 적극적으로 설득했죠. 기왕 만든다면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겠냐고요. 스님은 ‘이런 얘기가 세상에 무슨 소용이 되겠느냐’고 꽤 망설이셨으나 결국 허락해 주셨지요.”


수경스님의 신간 <기도>

수경 스님은 책을 통해 왜 기도해야 하는지, 왜 기도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기도는 삶의 태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하게 주장하거나 빈틈없는 논리를 설파하지 않는다. 따뜻하고 부드럽게 건네는 스님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공감하고 위안을 얻게 된다.

“세상사를 보면 많은 사람이 하는 일마다 안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갖춰 놓고는 무조건 잘 되기만을 빕니다. 기도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기도입니다.”(46쪽)


충남 청양 출신인 스님은 1967년 수덕사로 출가해 30년 이상 선방에서 참선수행한 선승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실속에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해 온 스님에게 2000년 불거졌던 ‘지리산 댐’ 문제는 환경운동에 투신하는 계기가 됐다. 2003년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는 65일동안 322㎞, 2008년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는 124일동안 350㎞ 이어졌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오체투지를 할 때의 심경을 밝힌 글도 실려 있다.

“사람의 사람다움은 이웃과 자연을 내 몸처럼 여기고 부처님으로 공경하는데서 찾아야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습니다. 이치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옳은 줄 알지만 기꺼이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실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참회’와 ‘기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리하여 나의 ‘오체투지’는 참회와 기도입니다.”(118쪽)


2003년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에 나선 수경스님(오른쪽)과 문규현 신부





이영경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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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culture-life/relion-academia/2024/03/14/JMIMZG7YRNEVJOG3PAP2YDX4XQ/

환경운동하다 돌연 은거 수경 스님, 14년 만에 공개글로 불교계에 일침

'불교평론' 봄호에 기고문 실어
김한수 기자
입력 2024.03.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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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반대운동을 하던 당시의 수경 스님. /뉴시스

“‘음식 쓰레기’라는 말, 음식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 목숨에 대한 모욕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소욕지족(少欲知足)은 알뜰한 삶입니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재활용하고, 종이컵 안 쓰는 것이 ‘방생’이라는 인식 정도는 하고 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더 좋은 삶, 복과 덕이 구족한 세상이 한 뼘이라도 넓어지겠지요.”

지난 2010년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다”는 글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던 수경(75) 스님이 14년 만에 공개 발언에 나섰다. 수경 스님은 최근 ‘불교평론’ 봄호에 ‘욕망을 줄여야 합니다-불교환경운동을 위한 제언’이란 특별기고문을 발표했다.

충남 청양 출신으로 1967년 수덕사로 출가한 스님은 30년간 전국의 선원(禪院)에서 참선수행한 선승(禪僧). 불교환경운동 대표를 지내며 새만금과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 2010년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소신공양’(분신)한 직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대표뿐 아니라 조계종 승적(僧籍)까지 반납하겠다며 모든 활동을 접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후 공개 활동 없이 충남의 한 사찰에서 은거해 왔다.


2004년 생명평화 탁발 순례에 나설 당시의 수경 스님. /김영근 기자

수경 스님의 기고문은 정치적 주장 없이 불교적 관점에서 환경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기고문에서 “자연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환경 재앙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자해 행위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겸손이라는 말도 자연 앞에서는 오만이며 미안한 마음으로 참회하는 것이 먼저”라며 “작게 살고, 적게 쓰고, 감사하는 것만이 참회의 길”이라고 했다. 그는 또 “환경 문제 해결의 난점은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우리’라는 이름 뒤에 숨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수경 스님은 불교계가 환경운동에 적임이라고 했다. 그는 “출가 수행자를 가리키는 비구(니)는 ‘얻어먹는 사람’이란 뜻”이라며 “세상의 이해관계와 생산관계로부터 ‘떠남’으로써 세상과 강력히 결속된다”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집단인 승가가 환경 문제에 죽비를 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불교는 ‘거룩함’에 매몰됐다. ‘좋은 삶’에서 오는 ‘복덕’의 가치는 기복으로 오해받아 밀려났고, ‘지혜’는 깨달음 지상주의에 의해 신비화돼 버렸다”며 “우리의 삶과 목숨을 알뜰히 여기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복덕구족’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은(施恩)에 감사할 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늙은 중의 노파심으로 혜량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라며 글을 맺었다.







김한수 기자종교전문기자
종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평안을 찾는 분들 이야기를 친절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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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06-02 18:41 (화)로그인


‘삼보일배’ 수경 스님, 불교평론 봄호에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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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 수경 스님, 불교평론 봄호에 특별기고
신중일 기자
업데이트 2024.02.29


‘욕망을 줄여야 합니다’ 기고해
“자비로서 복덕을 구하라” 당부
‘불교와 서양철학의 만남’ 특집

불교평론 97호 표지

지난 2010년 조계종 승적과 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대표 등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연히 떠난 수경 스님이 <불교평론> 봄호(통권 제97호)에 특별기고를 해 눈길을 끈다.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전국을 삼보일배로 다니며 한국 환경운동사를 새로 썼던 수경 스님은 ‘욕망을 줄여야 합니다’ 제하의 특별기고를 통해 욕망의 충족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비로운 삶으로 복덕구족을 지향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평론> 봄호는 특집으로 ‘불교와 서양철학의 만남’을 기획했다. 이번 특집은 불교적 세계관과 사상을 근현대 서양 철학자들의 통찰과 비교해 서로 어떤 유사성과 연관성을 띠고 있는지 살폈다.


내년 만해 스님의 <님의 침묵> 집필 100년을 맞아 <불교평론>은 당대의 시대상과 역사성, 그리고 불교사상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특별기획 ‘백 년의 시집 <님의 침묵>을 다시 읽는다’를 만해 문학의 권위자인 이선이 경희대 교수의 집필로 마련했다. 불교평론은 “앞으로 4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필자는 그간의 통념적인 해석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식을 제시해 100년이 지난 ‘님’이 오늘에 생성하는 ‘지금-여기’의 사유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단에서는 돈황석굴에서 발견된 변문(變文)이 중국문학의 대중화에 끼친 영향과 경전 보급으로 불교 대중화에 기여한 사실을 소개하는 ‘돈황 변문의 문학성과 대중성(장춘석)’ 등이 게재됐다.

‘사색과 성찰’에는 초중고에서 몸담은 불자교사 10명의 신행 생활과 교육 현장의 아쉬움에 대한 단상을 진솔하게 피력하고 있다.

불교문학의 저변 확대와 수준 향상을 꾀하는 ‘불교소설’은 붓다와 같은 날 태어난 마부 찬다카를 주인공으로 한 윤호우 소설가의 ‘왕의 아들, 마부의 아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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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 “승가, 정치·자본 권력서 자유로워져야”

신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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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 “승가, 정치·자본 권력서 자유로워져야”
신중일 기자
업데이트 2024.03.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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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평론> 봄호서 불교환경운동 방향 제언하며 ‘쓴소리’

비구는 ‘乞士’… 지금도 정신은 지켜야
생산 떠남으로서 세상과 결속되기 때문
“승가, 환경문제 책임자에 죽비 내려야”
권력에 무력한 대중 옆에 서는 게 ‘중도’
“환경운동, 자비로운 삶 위한 기도돼야”

2003년 수경 스님은 문규현 신부,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와 함께 ‘생명 평화, 전쟁 반대를 위한 새만금개펄 살리기 삼보일배’ 대장정에 올랐다. 스님은 55일째 탈진으로 쓰러졌으나, 끝까지 대장정을 완료했다.

무너져가는 새만금을 되살리기 위해 전국을 삼보일배했던 ‘환경보살’ 수경 스님이 앞으로 불교환경운동의 방향으로 ‘보살행으로서 자비로운 삶을 위한 기도’라는 작은 곳에서의 실천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승가에게는 “정치와 자본권력에 자유로운 집단이 돼야 한다. 권력에 무력한 대중들의 옆에 서는 것이 중도행”이라는 일침을 내렸다. 지난 2010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던 수경 스님이기에 사부대중을 위한 스님의 고언이 더 깊이 와 닿는다.

수경 스님(사단법인 세상과함께 한주)은 <불교평론> 봄호(통권 97호)에 특별기고한 ‘욕망을 줄여야 합니다’를 통해 불교환경운동의 방향성을 제언했다.

기도·가피·공양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스스로의 환경운동과 보살행의 과정을 되짚은 수경 스님은 ‘소욕지족으로 복덕의 가피를 구하는 기도’가 불교환경운동의 정신적 바탕이 돼야 한다고 했다. 무너져가는 자연 앞에 우리는 작게 살고, 적게 쓰고 감사하며 살아야 하지만 업(業)과 습(習)으로 인해 그리 살기란 쉽지 않기에, 수경 스님은 “그래서 기도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라는 말 뒤에 숨는 국가와 기업
수경 스님은 환경문제는 ‘공업(共業)’임을 분명히 했다. 스님에 따르면 자가용 운전의 경우 개인이 짓는 불공업이지만, 그것들이 일으킨 오염의 합은 모두가 감당해야 하는 공업이 된다. 수경 스님은 “현대사회에서는 공업과 불공업의 관계가 불분명하다”면서도 “환경문제의 경우 공업과 불공업이 합해 이뤄진 것이지만, 결과는 모두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환경문제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 작금의 문제라는 게 수경 스님의 지적이다. 특히, 환경문제에 있어서 가장 책임을 많이 져야 하는 당사자인 국가와 기업들이 ‘우리’라는 말 안으로 숨어버리는 현대사회의 구조가 가장 문제라는 것이다.

수경 스님은 “(환경문제는) 국가나 기업의 책임에 비하면 각 개개인의 몫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를 도외시하고 우리의 문제로 묶음처리하는 것은 국가와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스님은 “정부와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연대에도 한계가 있다. 매일의 생계가 벅찬 사람들에게 환경 운운하는 것도 죄스런 일”이라고 자조하면서도 “그래서 NGO와 종교단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단체 가운데서도 “불교의 출가 수행자 집단인 ‘승가’가 최적임자”라는 게 수경 스님의 주장이다.


2003년 수경 스님은 문규현 신부,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와 함께 ‘생명 평화, 전쟁 반대를 위한 새만금개펄 살리기 삼보일배’ 대장정에 올랐다. 스님은 55일째 탈진으로 쓰러졌으나, 끝까지 대장정을 완료했다. 사진은 마지막 서울을 넘으며 문규현 신부를 부둥켜 안고 우는 스님의 모습. 한국환경운동사의 한획을 그은 장면이었다. (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승가가 왜 환경운동의 적임자인가
수경 스님은 왜 한국불교의 승가가 환경운동의 적임자라고 했을까. 비구와 비구니로 이뤄진 승가는 생산에서 멀어진 집단이기 때문이다. 스님에 따르면 출가수행자는 비구(니)라고 하는데 이는 산스크리트어 ‘Bhiksu’의 음역으로 의미는 ‘걸사(乞士)’이다. 일체 생산을 하지 않고 걸식으로 생을 살아가야 하기에 비구(니)는 “세속과 관계를 끊은 출리적 존재”이다.

이에 수경 스님은 “승가의 출리성은 생산관계로부터 ‘떠남’으로서 단단해지고, 그것으로써 세상과 강력하게 ‘결속’된다”며 “비구가 인천사(人天師)로서 세상과 하늘의 사표가 될 수 있는 도리가 거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승가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집단이고, 그래야만 한다. 왕이 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권위가 거기서 나온다”고 역설하며 “승가는 공동체성이 붕괴된 현대사회에서 환경문제에 가장 책임이 무거운 사람들에게 개개인을 대신해 죽비를 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수경 스님은 현재의 승가에게 올바른 중도를 행할 것도 주문했다. “모든 승가가 환경운동가가 될 것 없다”고 말한 수경 스님은 “다만, 부처님이 행하신 대로 분분사에 충실하면 된다. 말 못하는 자연의 편에 서는 것, 환경위기에 따른 피해에 취약한 약자 편에 서는 것, 이것이 제가 아는 중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력과 자본의 힘 앞에 무력한 대중의 편에서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기꺼워하는(기쁘게 여기는) 것이 승가의 중도행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것을 하지 않고 화엄의 사사무애(事事無碍)를 말한다는 것은, 구름 위에 떠올라 어디에도 걸림없이 활보하겠다는 ‘원대한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앞으로의 불교환경운동은…
수경 스님이 말하려는 환경운동의 방향성은 명징하다. ‘소욕지족을 통한 복덕구족을 지향하는 삶’이다. “물과 공기조차도 자본주의에 지배되는 세상에서 ‘자발적 가난’ 같이 듣기 좋은 고담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아낄 것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소욕지족’을 말하기도 면구하다”고 밝힌 수경 스님은 “말하고 싶은 소욕지족은 알뜰한 삶이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재활용하고, 종이컵을 안 쓰는 것이 방생이라는 인식정도는 하고 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경 스님은 “지금의 한국불교는 ‘거룩함’에 매몰되어 버렸다. ‘좋은 삶’에서 오는 ‘복덕’의 가치는 기복으로 오해받아 밀려났고, ‘지혜’는 깨달음 지상주의에 의해 신비화 되어 버렸다”면서 “우리의 삶과 목숨을 알뜰히 여기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복덕구족’의 삶”이라고 밝혔다.


또한 스님은 “앞으로의 불교환경운동은 복덕구족을 지향하는 좋은 삶, 보살행으로서 자비로운 삶을 위한 기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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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지은이)엘도브2024-05-15






























책소개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에 나서서 길바닥을 법당으로 삼아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간구했던 수경 스님. 수경 스님이 이번에는 작은 책을 통해 우리에게 왜 기도해야 하는지, 왜 기도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들은 스님의 체험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로 강한 주장이나 논리로 설득하려는 내용 없이도 우리의 공감을 자아낸다. 체험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의 힘이다. 이 책은 ‘기도에 관한 스님의 체험 이야기’와 ‘화계사 주지로 있을 때 신도들과 기도하며 송독한 기도문’, ‘오체투지를 할 때의 심경을 밝힌 글’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차


Ⅰ 수경 스님의 기도 이야기
1. 간월암에서 만난 관세음보살
2. “선승이라면서 염불이 웬 말입니까?”
3. 한 할머니의 49재
4. 좋은 삶의 방편, ‘기도’로서의 환경운동
5.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Ⅱ 기도문
1. 화계사 관음기도 발원문
2. 수험생을 위한 발원문
3. 타태아기 영가천혼 기도문

Ⅲ 오체투지
1. 오체투지의 길을 떠나면서
2. 만사가 ‘기도’여야 합니다


책속에서


P. 20 기도란 직면한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그런 기도가 되려면 간절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지요. 목전에 죽음이 다가온 듯 절박해야 하는데, 일생에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일상이 기도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P. 24 기복을 위한 기도를 한다 할지라도 기도가 깊어지면 마음의 길은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이기심으로 기도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적나라한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으므로 참회가 수반되게 마련입니다.
P. 25 기도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불완전한 우리의 기도가 성취되었다면 그것은 불보살님들의 본원력이 작용한 것입니다. 그것이 가피입니다.
P. 28 참선, 염불, 간경이 모두 지혜의 완성이라는 한 목적의 다른 수단일 뿐입니다. 참선이든 염불이든 간경이든 중요한 것은 마음을 오로지 하는 것입니다. 간화선의 화두 역시 하나의 수단일 뿐입니다.
P. 45 간절하면 통하는 법입니다.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서 이미 내 안에 갖춰져 있는 원의 성취 조건을 발현시키는 것이 기도입니다.
P. 46 세상사를 보면 많은 사람이 하는 일마다 안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춰 놓고는 무조건 잘 되기만을 빕니다. 기도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기도입니다.
P. 49 의심을 달리 일컬어 의정 또는 의단이라고도 합니다. 의단은 의심을 즉물적으로 표현한 말로, ‘의심 덩어리’라는 것이지요. 그 의심 덩어리가 똘똘 뭉쳐서 오직 의심만 홀로 남은 상태를 일러 ‘의단독로’라고 하는 것이고요. 말과 생각의 길이 완벽하게 끊어진, 비유컨대 은산철벽에 가로막힌 상태입니다.
P. 60 작게 살고, 적게 쓰고, 감사하는 것만이 참회의 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랜 습관과 전생과 금생의 온갖 업이 뒤엉킨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도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불교환경운동의 정신적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P. 76 기도는 믿음의 적극적인 표현입니다. 강을 건너는 자가 사공을 믿듯이, 아이가 어머니를 무한정 신뢰하듯이, 불보살님께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것이 기도입니다.
P. 83 현재의 인류 문명은 오만의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이미 바벨탑과 다를 바 없습니다. 특정 종교를 불문하고 현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하심입니다. 불자들도 ‘깨닫기만 하면 너도 나도 부처’라는 태도가 아니라, 부처님께서 이루신 깨달음의 삶을 살아 내는 것이 절실한 때입니다.
P. 114 기도란 세상 속으로 스며드는 일입니다.
P. 117 기도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P. 119 기도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우러러보는 일입니다.
P. 121~123 나는 나의 기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발원할 따름입니다. 세상을 제대로 보고 사물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로 서는 계기가 되어서 내가 변한 만큼이라도 세상이 변하고, 나와 인연이 닿은 생명들과 선한 기운을 나누어 평화의 싹을 틔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 130 기도란 상대를 섬김으로써 서로를 높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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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수경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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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화계사 주지 역임.
현 (사)세상과함께 한주.


이 책 맨 마지막 페이지에 실은 수경 스님의 약력은 위와 같이 간략하다. 스님이 그렇게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스님의 뜻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간의 부언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수경 스님’ 하면,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 한반도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로 하여 ‘삼보일배’ ‘오체투지’는 이제 평화적 저항, 사회적 발언의 한 수단이 되었다.
수경 스님의 삼보일배, 오체투지는 어느 날 갑자기 선방 문을 박차고 나와 ‘할’을 외치고 ‘방’을 휘두르듯 한 일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 오랜 시간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현실 속에 구현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했다. 평생 도반인 도법, 연관 스님 등과 뜻을 모아 ‘선우도량’(1990년 창립)이라는 수행 결사체를 조직하여 ‘청정·화합·헌신의 승풍 진작’과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탁마했다. 이런 과정에서 ‘지리산 댐’ 문제가 불거졌고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상임대표(2000년)를 맡게 된 것이 환경 운동에 투신한 계기가 되었다. 이때도 스님의 문제의식은 무조건 지리산 댐 반대가 아니었다. 낙동강 오염 문제를 방치한 채 댐을 세워서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이 더 큰 문제라고 봤다. 당시 스님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지리산 댐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정부의 물 관리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지요. 현행 정부 정책으로는 지리산 댐을 포기하면 또 다른 곳에 댐을 세우려 할 것이니까요.”(경향신문, 2000.11.10. 조운찬 기자)
“지리산과 낙동강 그리고 내가 따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닌가. 내 수행과 내가 참여하는 운동이 일치하는 길을 찾고 싶었다.”(시사저널, 2001.05.17. 이문재 기자)
수경 스님은 이런 고뇌와 성찰의 시간 끝에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2001)를 맡아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2003년),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2008년)에 나섰다. 삼보일배· 오체투지는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불교 등 종교계의 성직자와 수행자가 연대하여 이룬 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삼보일배는 65일 동안 322km, 오체투지는 124일 동안 350km의 길바닥을 교회와 법당으로 삼아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간구하는 기도였다.
현재 수경 스님은 ‘세상과함께’ 회원들이 보살의 길을 걷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뒷방 노인 신세를 면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기도>


출판사 제공 책소개



불안과 혼돈의 시대
수경 스님이 건네는 위안과 성찰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에 나서서 길바닥을 법당으로 삼아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간구했던 수경 스님.
수경 스님이 이번에는 작은 책을 통해 우리에게 왜 기도해야 하는지, 왜 기도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들은 스님의 체험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로 강한 주장이나 논리로 설득하려는 내용 없이도 우리의 공감을 자아낸다. 체험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의 힘이다. 이 책은 ‘기도에 관한 스님의 체험 이야기’와 ‘화계사 주지로 있을 때 신도들과 기도하며 송독한 기도문’, ‘오체투지를 할 때의 심경을 밝힌 글’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
책 소개에 앞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연유부터 밝혀야 할 것 같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수경 스님은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 이후 대외 활동을 중단했다. 본디 수경 스님은 오랜 세월 선방에서 화두를 참구한 선승이다. 이런 스님이 기후 위기나 생태 문제, 참선 수행에 관한 책이 아니라 ‘기도’를 주제로 한 책을 냈으니, 조금은 의아할 법도 하다. 당연한 의문인 듯하니, 이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이 바른 순서일 듯하다.
애초에 이 책은 수경 스님이 ‘(사)세상과함께’(이하 세상과함께) 회원들에게 무언가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세상과함께는 환경과 생태 문제 해결에 매진하는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를 지원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봉사 단체다. 스님은 세상과함께 회원들이 늘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스님은 이들에게 공양하기 위해 대내용으로 작은 책을 구상했다. 그런데 이를 지켜본 몇몇 사람들이 세상과함께라는 단체의 취지에 비추어 봐도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스님을 설득했다. 스님은 적이 망설이다가 “이런 얘기가 세상에 무슨 소용이 될지 모르겠으나, 정히 생각이 그렇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해서 이렇게 『기도』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삶이 기도가 되게 하고, 기도가 삶이 되게
이 책 『기도』는 기도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거나, 기도하는 법을 일러 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왜 기도해야 하는지, 왜 기도가 필요한지를 스님의 체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수경 스님의 기도 이야기다. 강하게 주장하지도, 논리적으로 설득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공감된다. 체험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의 힘이다.

수경 스님은 참선 수행에서 화두 거각擧却이 잘 되어 의단독로疑團獨露한 경계와 염불로 일심불난一心不亂하여 삼매현전三昧現前한 경계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난행이니 이행이니, 자력이니 타력이니 하는 분별도 하지 말고 오로지 간절히 구하면 통한다고 말한다. 그 구하고 통하는 바를 삶의 원리로 삼자는 것이, 이 책 ‘기도’의 주제다.
수경 스님이 이 책에서 말하는 기도는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삶과 기도, 삶과 수행이 따로따로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삶이 기도가 되게 하고, 기도가 삶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일상을 벗어나 따로 구해야 할 도가 없다’는 조사선祖師禪의 도리와도 통한다.

어떻게 일상이 기도가 되게 할 것인가?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부분은 수경 스님이 출가 초기 은사 스님을 모시고 살 때부터, 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로서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왜 기도해야 하는지를 밝혔다. 둘째 부분은 화계사 주지 소임을 살 때 신도들과 기도하면서 송독한 기도문이다. 화계사라는 특정 사찰과 시점에 구속되지 않는 보편성을 띤 기도문이므로 독자들이 처한 저마다 업의 문제를 감내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부분은 오체투지를 할 때의 심경을 밝힌 글이다. 이 글을 읽어 보면 수경 스님의 오체투지가 단순히 환경운동의 수단이 아니라 성찰과 참회의 기도였음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일상을 어떻게 기도가 되게 할 것인지 깨닫는 바가 있을 터이다. 접기







‘그저 기도하라‘라는 책이 아니라 스님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과 나눈 소통, 감동, 의로를 줍니다. 특히 <한 할머니의 49재>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야옹이 2024-04-25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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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 오체투지의 수경스님의 책!!! 이제껏 수경 스님의 책이 나온 적 없었는데, 너무나 읽고 싶어요 ㅠㅠ 기도라는 주제도 넘 와닿아요. 지금 시대는 정말이지 위안과 성찰이 필요한 듯요.
B.ok 2024-04-25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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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박하지 않으면 일념을 이루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2. 된다, 안 된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기도하십시오. 3.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인간의 불완전성과 유한성을 성찰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 세가지 글이 깊이 와 닿네.
박하정 2024-05-17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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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기도

삶을 살아감에 있어 하나의 지표가 되는 책이었습니다.잔잔하게, 때로는 격랑이 몰아치는 감동까지 오랜만에 좋은 글을 만났습니다.^^
별바라기 2024-05-01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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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읽고서...

수경 스님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와 샀습니다.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요. 사실 수경 스님이 책 내시는 일은 없으신가 싶어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오체투지, 삼보일배 때 그야말로 길바닥을 법당으로 삼아 구도의 길을 가셨던 수경 스님에 대한 존경심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받고 차례를 먼저 보면서 정말 좋았습니다. 기도에 대한 스님의 체험담부터 우리 모두를 위한 기도문 그리고 환경운동에 대한 스님의 마음까지... 늘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철홍 2024-05-02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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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읽고, 간화선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다



지당한 얘기, 특히 종교적 당위에 입각한 글을 읽은 다음, ‘공감’보다는 ‘공허감’을 더 크게 느낄 때가 있다. 이상과 현실, 교리와 실천 사이의 괴리감 때문이다. ‘좋은 말씀, 옳은 얘기인 줄은 알겠는데, 그래서 어쩌라고요.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데 어떻게 공자님 맹자님처럼 살겠어요’ 하는 반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 한편 마음 한 구석이 저리는 것도 사실이다. ‘남 탓’ ‘세상 탓’으로 자기방어에 급급한 애처로운 나 자신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도’는, 불교라는 종교를 떠나 ‘삶의 보편 원리’로서 기도다. 수경 스님이 말하는 기도는 ‘알뜰한 삶, 정성스런 삶’ 그 자체다. 그리고 그 기도의 성취는 ‘좋은 삶의 결과로서 복과 덕’이다. “우리의 삶과 목숨을 알뜰히 여기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복덕구족’의 삶입니다.”(68쪽)

수경 스님의 기도 이야기는 현실의 지평에 뿌리 내리고 있다. 고원한 이상 추구 같은 ‘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재활용하고, 종이컵 안 쓰는 것이 ‘방생’이라는 인식 정도는 하고 살자”고 말한다. 스님에게 기도는 이런 삶이다. 허투루 삶을 소진하지 않는 것이다.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 ‘한반도 대운화 백지화를 위한 오체투지’를 하며, 세상에서 가장 작고 여린 존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한때 선(禪)의 세계를 깊이 동경했다. ‘목불을 태우고(丹霞燒佛)’,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殺佛殺祖)’는 선사들의 파격과 호방에 매료됐다. 선종 사서와 선사 어록을 탐닉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빠져들었던 것은 선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신화와 전설로 떠도는 형해화된 선이었다. ‘단하소불’과 ‘살불살조’는 ‘성과 속’의 경계를 허문 소식이었는데, 나는 ‘성상 파괴’라는 새로운 성(聖)을 떠받들었던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계로서 선의 세계에서 꿈인 줄도 모르고 꿈을 꾼 꼴이다.

이 책을 읽고 얻은 과외의 소득은 ‘간화선’에 대한 나의 오해를 풀었다는 점이다. ‘과외의 소득’이라고 말하기에는 얻은 바가 너무 크다. 오랫동안 나는 ‘화두’ 자체에 깨달음이라는 것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한편 1,700 공안의 근원인 수많은 오도 기연, 이를테면 스승과의 문답 가운데 ‘언하에 깨달았다’거나 ‘돌멩이가 대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확철대오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화두에 대한 앞의 생각과 상반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오도 기연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한 순간이 일, 전무후무 유일무이한 하나의 사태일진대 그것이 지금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깨달음에 대한 하나의 준거로서 참조 사항일 뿐 아닌가. 깨달음이라는 것이 복제가 가능한 물건이 아닌 다음에야 그것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한들 기껏해야 ‘깨달음에 대한 이해’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런 나의 생각은 모두 오해였다. 이 책을 읽고 그것을 알게 되었다. 길지 않은 한 문장이었다. “화두는 의단 독로를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 동안 나는 화두를 목적으로 혼동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수경 스님은 참선 수행에 대해 깊이 거론하지는 않았다. 살아온 얘기를 하면서, “참선과 염불과 간경이 모두 지혜의 완성이라는 한 목적의 다른 수단”이라는 언급에 딸려 나온 정도다. 하지만 그 울림은 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과문한 탓이겠지만) 그 동안 나는 어디에서도, 평생을 바친 수좌의 살림살이를 이토록 진솔하게 내보인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선(禪)에 관한 대부분의 책들은 웅장하고 신비롭고 고원한 얘기로 가득했다. 여기에 ‘10년 장좌불와’, ‘용맹정진’, ‘무문관’ 같은 처절한 수행담이 곁들여진다. 내가 할 수는 일은 경이와 감탄 그리고 좌절이었다.

이 책을 통해 선의 세계를 충분히 이해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세계는 여전히 높고 멀다. 설령 맹목적이라 할지라도 화두 일념에 매진하는 수행 그 자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선에 대한 나의 오해는 내 스스로 안개를 뿌리고 구름을 만들어 그 안에 선을 가두고 신비화, 절대화 시켰다는 사실이다. 탐내어 들어갈 수 있는 ‘선의 세계’는 없다. 구하여 얻을 수 있는 ‘도’는 없다. 이 또한 속단일지는 모르겠지만, 선에 대해서 나는 영원히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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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산 2024-05-08 공감(1)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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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길바닥 법당에서 건져 올린 실천과 성찰의 기록
이 책은 평생을 선방에서 보낸 수좌이자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 오체투지 등으로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수경 스님이 최초로 펴낸 참회와 성찰의 기록이다. 책은 스님의 수행 체험담, 화계사 주지 시절 신도들과 함께 읽은 보편적 기도문, 그리고 오체투지 현장에서 기록한 심경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님은 사미계를 받은 직후 은사인 응담 스님과 함께 서산 일대에서 행했던 절박한 탁발의 기억을 소환한다. 굴욕감과 낮 뜨거움 속에서 수행하던 중, 그믐밤 개펄 한가운데서 방향을 잃고 고립되어 죽음의 공포와 직면했던 사건은 스님의 수행 인생에 거대한 전환점이 된다. 은사 스님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 탈진한 극한의 상황에서 터져 나온 <관세음보살>이라는 일념의 절규는 의지처이자 살길을 여는 가피가 되었고, 기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득하는 계기가 된다.  

스님이 정의하는 기도는 고원한 불교 교리의 문학적 성찬이 아니라, 현실의 괴로움을 도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기복을 위한 이기적 기도일지라도 깊어지면 적나라한 자신을 마주하며 참회가 수반된다. 스님은 간화선의 화두 참구 역시 의단독로를 위한 수단일 뿐이며, 참선, 염불, 간경은 모두 지혜의 완성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한 서로 다른 방편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환경운동 역시 잘못된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기도의 연장선이며, 일상에서 종이컵을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소한 행동이 곧 현대적 의미의 <방생>이자 기도의 실천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만사가 기도가 되어 삶과 기도가 하나로 융합되는 <여여한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지다.  

평론: 신화화된 선(禪)의 해체와 일상적 복덕의 회복
이 책은 한국 불교계에서 신비화되고 형해화되었던 간화선 중심의 엘리트 수행주의를 과감히 해체하고, 종교의 본질을 평범한 중생의 일상 지평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탁월한 종교적 성찰을 보여준다. 흔히 선방의 수좌들이 보여주는 장좌불와나 무문관 같은 신화적 영웅담 대신, 개펄에서 은사 스님과 엎치락뒤치락 싸우고 탁발 중 조롱을 받으며 굴욕감을 느꼈던 적나라한 체험을 고백함으로써 독자에게 가식 없는 공감과 위안을 선사한다.  

스님이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통찰은 <화두는 의단 독로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선언에 있다. 대다수 현대 수행자들이 화두 자체에 대단한 깨달음이 내재된 것처럼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여 선을 관념화할 때, 스님은 염불 삼매나 화두 일념이나 마음을 오로지 모으는 본질은 동일함을 천명하여 자·타력의 이분법적 분별을 단숨에 깨뜨린다. <깨닫기만 하면 부처>라는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부처의 삶을 일상에서 살아내야 한다는 <하심>의 강조는 관념적 깨달음의 유희에 빠진 한국 불교계를 향한 뼈아픈 죽비다.  

특히 이 책은 과거 사회운동가로 각인되었던 스님의 삼보일배와 오체투지가 외부를 향한 정치적 저항을 넘어, 내면의 탐욕을 씻어내기 위한 철저한 참회 기도였음을 증명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바닥에 엎드렸다는 고백은 종교적 당위가 주는 공허함을 밀어내고 삶의 보편적 원리로서 기도의 가치를 복원한다. 작게 살고, 적게 쓰고, 이웃 생명을 알뜰히 여기는 소박한 실천이 곧 <복덕구족>의 삶이라는 메시지는, 무한 소비와 문명의 오만으로 치닫는 현대인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진정한 창조적 실존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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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수경 스님) 1,000단어 요약+평론

※ 현재 업로드된 PDF는 책 전체가 아니라 출판사 소개용 미리보기(약 20쪽)로 보입니다. 목차와 서문, 그리고 첫 장 일부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래 글은 확인 가능한 부분을 중심으로 한 요약+평론입니다.

요약

<기도>는 수경 스님이 생애 마지막 시기에 남긴 영적 유언과도 같은 책이다. 제목은 단순히 "기도"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도는 특정 종교의 의례나 개인적 소원 성취를 위한 간청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이며, 생명과 세계를 대하는 근본 자세이다.

책의 첫머리에서 수경 스님은 오늘의 시대를 "괴로움 수밖에 없는 세계"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그는 절망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괴로움의 현실을 정직하게 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문제를 외면하거나 이상적인 이야기만 반복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삶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살아내는 일이다. 스님은 바로 이것이 기도라고 말한다.

"살아가고 살아내고 하는 것" 자체가 기도라는 그의 말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다.

목차를 보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수경 스님의 기도 이야기>이다. 여기에서는 스님의 수행 경험과 인생 이야기가 소개된다. 간월암에서 만난 관세음보살, 은사와의 인연, 출가 49년의 회고, 그리고 왜 기도가 필요한가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두 번째는 <기도문>이다. 화계사 관음기도 발원문, 수험생을 위한 발원문, 타향살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세 번째는 <오체투지>이다. 오체투지 수행을 회고하며 "만사가 기도여야 합니다"라는 주제를 더욱 깊게 전개한다.

미리보기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첫 장인 <간월암에서 만난 관세음보살>이다.

수경 스님은 젊은 시절 간월암에서 수행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당시 간월암은 지금처럼 관광지가 아니라 매우 척박하고 고된 수행처였다. 스님은 은사인 용담 스님을 통해 수행이 무엇인지를 배웠다고 말한다. 은사는 말로 가르치기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분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노장님과 함께 갯벌을 건너 부석사로 가던 이야기이다. 갯벌은 깊고 위험했다. 밤에 길을 잃으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스님은 길을 잃고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가운데 은사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스님은 그 순간 관세음보살을 외치게 된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그 외침은 단순한 주문이 아니라 절박한 생명의 외침이었다. 죽음 앞에서 모든 계산과 집착이 사라지고 오직 삶을 향한 간절함만 남게 된 순간이었다. 결국 그는 길을 찾는다.

이 경험은 이후 스님의 생애 전체를 지배한 영적 체험이 된다. 관세음보살은 어딘가 초월적 세계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존재라기보다, 인간이 절망 속에서도 다시 살아가게 하는 자비와 희망의 힘으로 이해된다.

평론

수경 스님은 한국 현대불교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경 스님을 새만금 운동, 4대강 반대 운동, 삼보일배와 오체투지의 지도자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러한 사회운동의 뿌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 뿌리는 정치가 아니라 기도였다.

수경 스님에게 기도는 세상을 떠난 수행자의 명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였다.

새만금 갯벌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강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생명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가 거리로 나선 이유도 결국 기도 때문이었다.

그에게 기도는 현실도피가 아니라 현실 직면이었다.

이 점에서 수경 스님은 흔히 종교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을 넘어선다. 종교가 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비판 말이다. 수경 스님의 경우 기도는 오히려 현실을 더욱 아프게 보게 만들었다.

그는 기도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는 불교의 동체대비(同體大悲) 정신과 연결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책이 매우 소박하다는 것이다.

철학적 개념이나 복잡한 교리 설명이 거의 없다. 대신 수행 경험과 일상 언어가 중심이다.

"살아가고 살아내는 것"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는 것"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것"

이런 표현들은 불교를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한계도 있다.

이 책은 철학서가 아니다. 따라서 생명평화 사상이나 생태불교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도법 스님의 저작들이 비교적 사회철학적이고 체계적인 논의를 제공한다면, 수경 스님의 이 책은 철저히 체험과 수행 중심이다.

그래서 독자에 따라서는 "구체적인 사회 대안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수경 스님은 사회 변혁 이전에 인간 내면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기 마음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세진님께서 최근 읽고 계신 도법 스님의 생명평화운동 관련 책들과 연결해서 본다면, 도법 스님이 "생명평화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했다면, 수경 스님은 그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영적 원천"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기도>는 기도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삶에 관한 책이다.

수경 스님은 말한다.

삶은 괴롭다.
그러나 그 괴로움을 외면하지 말라.
살아가고 살아내라.
그리고 만사를 기도로 삼아라.

이 단순한 가르침이야말로 수경 스님이 남긴 가장 깊은 유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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