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30

변선환을 위한 항소, ‘종교신학의 봄’을 기다리며 < 신학적 사회 비평-시대의 표징 < 교회와 세상 < 기사본문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변선환을 위한 항소, ‘종교신학의 봄’을 기다리며 < 신학적 사회 비평-시대의 표징 < 교회와 세상 < 기사본문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변선환을 위한 항소, ‘종교신학의 봄’을 기다리며

기자명 정경일
입력 2026.09.29
 
감신대 학술행사 무산 사태로 다시 묻는 종교다원주의 논쟁

지난 9월 17일 저녁,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에서 충격적 사태가 일어났다. 한국의 대표적 감리교 신학자 변선환의 신학사상을 조명하려던 학술행사가 일부 신학생들의 반대 행동으로 무산된 것이다.

“일아 변선환의 동서 문명 통섭을 위한 고난의 길”이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이던 이 행사는 한국信(신)연구소(소장 이은선)가 “한국적이어라, 복음적이어라, 생명적이어라”라는 대주제 아래 네 전위적 한국 신학자 김경재, 변선환, 박순경, 이신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연속 학술행사의 하나였다. 감신대에서 오랫동안 가르친 이정배 명예교수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동 연구 프로젝트다. 네 신학자가 가르쳤던 대학에서 그들을 기리는 것이 기획 의도의 하나였다. 창조적 한국 신학자들의 사상에 대한 ‘학술’ 토론의 장이었기에, 이런 사태는 예상하지 못했다.

행사를 반대한 학생들이 내세운 이유는, 감리교가 이단으로 규정해 출교한 변선환을 교단 신학교에서 기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예수 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구호를 외치고 찬송을 부르며 행사를 방해했다.

한국 감리교가 변선환의 신학을 이단으로 판결한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신학적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그 판결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까지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다. 당시 판결문은 변선환과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을 “동일한 ‘범법자’로 간주”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변선환의 제자였던 신학자와 목회자 상당수가 스승을 지지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불이익을 받기도 했지만, 변선환처럼 종교다원주의를 이유로 재판을 받아 출교된 이는 없었다. 감신대 교정에서는 변선환을 추모하는 행사와 학술대회가 꾸준히 열려 왔고, 그에 대한 연구서도 여러 권 나왔다. 변선환의 신학은 현대 한국 감리교 신학의 중요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단 규정 및 출교와 신학적 유산으로서의 수용이 혼재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변선환에 대한 종교재판의 불충분성과 불명료성을 드러낸다. 만약 그의 신학에 관한 철저한 연구와 토론을 거쳐 감리교 공동체 전체가 확고한 신학적 결론에 도달했다면, ‘변선환 지우기’에 맞선 ‘변선환 지키기’가 이토록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그가 옳다”, 김정숙, 송순재, 이은선, 이정배, 장왕식, 한인철 외 (지은이), 변선환아키브 (엮은이), 동연출판사, 2023. (표지 출처=동연출판사)

1992년 5월 7일 금란교회에서 열린 변선환 재판은 그의 종교다원주의 신학이 이단적이라는 고발로 소집된 ‘신학 재판’이었다. 그러나 그 재판에서 ‘신학 토론’을 한 이는 종교다원성의 현실에 응답하는 현대 신학서들을 한 보따리 들고 피고석에 선 변선환뿐이었다. 그의 ‘48년’ 신학 여정의 결과에 대한 심문은 고작 ‘15분’에 그쳤다. 신학적 관점을 판정하는 자리에서 정작 신학적 논쟁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 종교재판의 배경에는 사회적·교회적 맥락이 놓여 있다. 당시는 1980년대 후반 민중 저항을 통해 권위주의 체제가 해체되면서 민주화 요구가 사회 각 영역으로 흘러넘치던 시기였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 개신교 진영은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결성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간 이어져 온 급격한 교세 성장이 둔화한 것도 중요한 변화였다. 이처럼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각 교단의 교권 세력은 교회와 신학 교육 기관에 대한 내부 단속을 강화하려 했고, 때마침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종교다원주의 논쟁이 그 한 쟁점이 됐다.

변선환이 종교다원주의에 깊은 신학적 관심을 두고 탐구하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역사적 조건이 작용했다. 하나는 한국의 대표적 문화신학인 ‘토착화 신학’의 산실로 이름을 떨쳤던 한국 감리교의 신학적 전통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계화에 따른 다종교성을 정면으로 다룬 현대 종교신학의 부상이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1965년 문헌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 우리 시대(Nostra Aetate)” 이후, 타종교의 진리와 구원에 대한 그리스도교 신학의 관점은 전통적 배타주의 일변도에서 포용주의로 이동했고, 1980년대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원주의를 향한 신학적 탐구와 모색이 본격화했다.

1986년에는 존 힉, 폴 니터, 라이문도 파니카 등 현대 그리스도교의 대표적 신학자들이 참여한 다원주의 신학 회의가 미국 클레어몬트대에서 개최됐다. 이때 나온 논의는 이듬해 The Myth of Christian Uniqueness: Toward a Pluralistic Theology of Religions (그리스도교 유일성의 신화: 다원주의적 종교신학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어 세계 신학계에 큰 충격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신학계의 동향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포착했던 변선환도 종교다원주의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그가 우선시한 과제는 서둘러 신학적 결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던지는 신학적 화두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종교다원주의에 관한 그의 글에서는 ‘규범적 주장’보다 여러 이론에 대한 ‘기술적(記述的) 소개’의 비중이 더 크다. 피할 수 없는 주제라면 함께 신중하게 탐구하고 토론하자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감신대 학장을 지낸 신학자 변선환. (사진 출처=일아 변선환 박사 추모 페이지)

종교다원주의 논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그리스도교 신학 자체에 내재한다. 그리스도교 신학에는 하느님이 모든 인간을 구원하신다는 보편성의 차원과 그 구원이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특수성의 차원이 공존한다. 이 둘 사이의 긴장 또는 모순에 대한 신학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현대 그리스도교가 시대적 정합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 종교문화는 그러한 신학적 탐구와 논쟁을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전통적으로 유·불·선 삼교가 공존해 왔고, 그리스도교 역시 어떤 형태로든 그 전통의 영향사 속에서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변선환이 한국의 그리스도교 안에 ‘유교적 그리스도교’, ‘불교적 그리스도교’, ‘무교적 그리스도교’가 공존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신학 토론을 교권으로 봉쇄하고 중단시킨 것이 1992년 종교재판이다. 이 사건은 감리교는 물론 한국 신학계 전반의 종교신학 토론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특히 신학자들은 집단적 공포에 사로잡혔다. 변선환은 주변부의 이름 없는 신학자가 아니라 대표적 교단 신학교인 감신대 학장이었고, 당시 한국 신학계를 대표하던 한국기독교공동학회 회장을 지낸 이였다. 그처럼 영향력 있는 신학자조차 한순간에 이단으로 정죄되고 출교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한 신학자들은 종교다원주의는 물론 종교신학 자체를 다루기를 두려워하며 자기검열에 빠졌다. 세계 신학계가 종교신학 논의를 심화하는 한편 비교신학으로 지평을 넓히면서 타종교의 경전, 전통, 이성, 경험을 그리스도교 신학의 자원으로 삼아 풍요로워지는 동안, 한국 신학계와 교회는 기나긴 ‘종교신학의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사태는 큰 충격이지만, 동시에 종교신학의 겨울이 끝나간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사태 이후 감리교 내부에서 1992년 변선환 재판의 정당성을 묻는 비판적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감리교 신학자, 목회자, 평신도, 신학생 사이에서 변선환 신학을 재해석하고 재평가하는 논의가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곳곳에서 돋아나고 있다. 스승을 위한 제자들과 후학들의 ‘신학적 항소’다.

부디 이번 사태가 또 하나의 시대착오적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변선환이 정직하게 붙들고 씨름했던 물음들—다종교·다중고통의 세계에서 복음화란 무엇인가, 타종교의 진리와 구원의 가능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공동선을 위해 이웃종교인과 어떻게 만나고 대화하고 협력할 것인가—을 다시 묻는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종교신학의 봄이 시작될 수 있도록.

2026/09/29

* 이은선의 삶과 사상 — [神學에서 信學으로>, 유교·기독교·페미니즘을 잇다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이은선 교수의 삶과 사상, 그리고 주요 저서들의 핵심 주제를 정리 

1. 삶과 학문적 여정

이은선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에코페미니스트 신학자이자 유학 연구자, 한나 아렌트 연구자다. 초현실주의 신학자이자 목회자였던 고 이신 목사의 딸이기도 하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감리교신학대학교를 거쳐,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으로 신학박사 학위(Dr. Theol.)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에서 한국철학 및 유교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Ph.D.)를 받으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사상적 지평을 구축했다.

세종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한국아렌트학회 회장, 한국유교학회 및 양명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퇴임 후에는 강원도 횡성에 <한국信연구소>와 <현장아카데미>를 일구며 기독교·유교·페미니즘·정치철학의 대화와 인류세 문명 전환을 위한 글쓰기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2. 핵심 사상: 상호침투와 통전의 사유

이은선 사상의 핵심은 <동서 문명의 창조적 융합>, <가부장성을 탈각한 탈서구 페미니즘>, <공적 영역의 회복을 통한 생명 영성>으로 집약된다.

<1> 聖(종교)·性(여성)·誠(정치)의 통전 서구 근대가 분리해 놓은 종교(聖), 여성·생명(性), 정치·윤리(誠)를 한 몸으로 짜내는 통전적 사유를 펼친다. 유교의 내재적 초월성과 기독교의 예언자적 영성을 결합하여, 사적 영역에 갇혀 있던 돌봄과 생명(性)의 감수성을 공적·정치적 실천(誠)의 자리로 확장한다.

<2> <神學(신학)>에서 <信學(신학)>으로의 전환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남성신(神) 중심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존재론적 신뢰와 믿음(信)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신학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이는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로 대변되는 인류세 문명에서 모든 생명체가 공존하기 위한 새로운 영성적 토대를 제공한다.

<3> 유교와 페미니즘의 접목 (탈서구적 한국 페미니즘) 유교를 단순한 가부장적 억압 체계로 단죄하는 서구 중심적 페미니즘 시각을 비판적으로 넘어선다. 이황, 이이, 최제우 등 한국사상과 유교 전통 내에 내재된 생명성, 돌봄, 우주적 상호연결성을 발굴하여 한국적 맥락에 뿌리내린 주체적인 생태여성주의를 주창한다.

<4>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과 공공신학의 결합 한나 아렌트의 <활동적 삶>, <사유와 판단>, <악의 평범성> 개념을 한국의 역사적 비극과 정치 현실(세월호 참사, 국가 폭력 등)에 투영한다. 사유하지 않는 무사유가 낳은 사회적 재난 앞에서 종교와 교육이 어떠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비판적으로 묻는다.

3. 주요 저서와 핵심 주제

<1> 페미니즘과 유교·기독교의 대화

  • <한국 페미니스트 신학자의 유교 읽기> /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 / <유교 기독교 그리고 페미니즘>: 서구 페미니즘의 틀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동아시아 유교 텍스트(논어, 맹자, 퇴계 등)를 재해석하여, 유교적 인(仁)·예(禮)·성(誠)이 여성적 영성과 만나는 지점을 정초한다.

  •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읽기>: 가사 노동과 돌봄이라는 일상의 자리(집사람)에서 출발하여 고전 <논어>를 현대적 생명과 평화의 시각으로 다시 읽어낸다.

<2> 聖·性·誠의 영성과 신학 패러다임 전환

  • <神學(신학)에서 信學(신학)으로: 참 인류세를 위한 한국 信學>: 절대타자로서의 신론에서 벗어나 공공성과 관계성, 생태적 연대를 회복하는 한국적 신학의 완결형 테제를 제시한다.

  • <동북아 평화와 聖·性·誠의 여성신학> / <한국 생물 여성영성의 신학>: 분단과 군사주의로 얼룩진 동북아 현실 속에서 여성주의적 평화 영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영성과 정치 윤리의 합일을 강조한다.

  • <한국 여성조직신학 탐구> / <포스트모던 시대의 한국 여성신학>: 한국 조직신학의 가부장성을 해체하고 포스트모더니즘과 한국적 상황 속에서 여성의 체험을 신학화한다.

<3> 한나 아렌트와 정치·교육철학

  •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읽기> / <생물권 정치학시대에서의 정치와 교육: 한나 아렌트와 유교와의 대화 속에서>: 서구의 아렌트 철학과 동양의 유학을 접목해 생물권 위기 시대에 공적 영역과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규명한다.

  • <세월호와 한국 여성신학: 한나 아렌트와의 대화 속에서> / <묻는다, 이것이 공동체인가>(공저):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며 국가와 기독교의 타락을 고발하고, 고통받는 타자와 연대하는 예언자적 사유를 피력한다.

  • <통합학문으로서의 한국 교육철학>: 분과 학문으로 쪼개진 교육학을 철학·종교·생태와 통전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교육철학의 지평을 탐색한다.

<4> 종교개혁과 한국적 신학의 유산

  • <이신의 예술과 한국 信學> / <환상과 저항의 신학>(공저): 부친인 이신 목사의 예술과 초현실주의 신학을 재조명하여 한국 토착화 신학의 깊이를 밝힌다.

  • <그때도, 지금도 그가 옳다: 변선환 학장 종교재판 30년 역사를 회고하며>(공저): 감리교 종교재판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며 종교간 대화와 다원주의적 열린 신학의 정당성을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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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의 삶과 사상 — <神學에서 信學으로>, 유교·기독교·페미니즘을 잇다

첨부하신 알라딘 목록을 시간순으로 보면 이은선의 작업은 상당히 일관된 궤적을 보입니다. 1990년대의 <포스트모던 시대의 한국 여성신학>에서 출발하여, 2000년대에는 <유교·기독교·페미니즘>, <한국 여성조직신학 탐구>,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로 나아가고, 2010년대에는 <한국 생물 여성영성의 신학>, <동북아 평화와 聖·性·誠의 여성신학>, 2020년대에는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 읽기>, <한국 페미니스트 신학자의 유교 읽기>, 그리고 마침내 <神學에서 信學으로―참 인류세를 위한 한국 信學>에 이릅니다. 즉 단순히 ‘여성신학자’라기보다, 갈수록 <한국적 통합종교사상>을 만들려 한 사상가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첨부 목록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1. 삶: 서양 기독교 신학에서 한국 유교와 여성주의로

이은선은 이화여대에서 불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뒤 감리교신학대학을 거쳤고,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철학과 종교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학문적 형성 자체가 처음부터 한 분야 안에 있지 않았습니다. 서구 철학·기독교 신학과 한국 유교 전통을 모두 깊이 통과한 사람입니다. 예스24

세종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여성신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한나아렌트학회, 양명학회 등 여러 학문 공동체에서 활동했습니다. 2018년 세종대에서 명예퇴직한 뒤에는 강원도 횡성에서 <한국信연구소>를 열어 연구와 저술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남편 이정배와 함께 현장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종교·철학·교육·생태 문제를 연결하는 활동을 이어갑니다. BOOKCLUB

또 하나 중요한 배경은 부친 이신(李信)입니다. 이신은 한국 토착화 신학과 ‘영(靈)의 신학’, 초현실주의 예술을 결합하려 했던 신학자·예술가였습니다. 이은선이 최근 <이신의 예술과 한국 신학(信學)>까지 쓰는 것을 보면, 그의 ‘信學’ 구상이 아버지 이신의 ‘信’과 ‘영’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스24


2. 이은선 사상의 출발점: <한국·여성·종교인>

그가 자신의 위치를 설명할 때 반복해서 등장하는 세 단어가 있습니다.

<한국인–여성–종교인>

이 세 위치가 그의 사상 전체의 출발점입니다. 서구에서 형성된 기독교 신학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는 것도 거부하고, 전통 유교를 그대로 복원하는 것도 거부합니다. 동시에 서구 여성주의를 단순 수입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됩니다.

한국 여성의 역사적 경험에서 출발해 기독교와 유교를 동시에 비판하고 다시 구성한다면 어떤 종교사상이 가능한가?

이 질문이 거의 30년에 걸친 그의 작업을 관통합니다. 기존 소개에서도 그의 연구를 ‘한국·여성·종교인의 시각에서 유교와 기독교, 페미니즘과 교육을 함께 보는 작업’이라고 설명합니다. 예스24


3. 첫째 축: 한국 여성신학 — 가부장적 기독교를 넘어

초기의 대표작은 첨부목록의 1997년 <포스트모던 시대의 한국 여성신학>과 2004년 <한국 여성조직신학 탐구>입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초기 이은선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독교 신학 자체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전통적 신학에서 하나님은 ‘아버지’, 구원자는 남성 그리스도, 교회의 지도자는 남성 성직자였습니다. 여성은 신학의 주체라기보다 신앙의 수용자로 놓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은선은 여기서 단순히 ‘하나님을 여성으로 부르자’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합니다.

<누가 신학을 하는가?>

신학의 주체가 서양 남성 신학자에서 한국 여성으로 바뀐다면 기독교 전체의 언어와 구조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여성신학은 여성에게 자리를 조금 더 주자는 평등론보다 <신학의 인식론 자체를 바꾸는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4. 둘째 축: 유교의 재발견 — 가부장제와 유교를 동일시하지 않는다

이은선의 가장 독특한 점은 여성신학자이면서도 유교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 여성주의에서는 흔히 유교를 가부장제의 핵심 원인으로 비판합니다. 실제로 조선 후기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여성 억압에서 유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은선은 이렇게 묻습니다.

<가부장적 유교가 곧 유교 전체인가?>

그의 대답은 ‘아니다’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유교, 기독교 그리고 페미니즘>,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 읽기> 같은 책에서 유교 안에 들어 있는 다른 가능성을 찾아냅니다. 첨부목록에서도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한국유교의 종교적 성찰과 여성주의>, <유교 기독교 그리고 페미니즘>,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읽기>가 한 흐름을 이룹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특히 그가 발견한 것은 유교의 <성인(聖人)>, <인(仁)>, <성(誠)>, <성(性)>입니다.

유교의 초월은 서양 유일신 종교처럼 세계 밖에 있는 신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초월입니다. 그는 이것을 현대의 세속사회에서도 의미가 있는 종교성으로 봅니다.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의 핵심도 바로 이러한 ‘세간적 초월’입니다. 예스24

여기에는 중요한 역전이 있습니다.

기독교 = 초월적 종교
유교 = 세속윤리

라는 전통적 구분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이은선에게 유교 역시 깊은 의미에서 하나의 종교적 삶의 방식입니다.


5. 셋째 축: 聖·性·誠 — 이은선 사상의 핵심 공식

이은선의 사상을 가장 간단하게 압축하면

<聖·性·誠>

이라는 세 글자가 됩니다.

그는 이것을 대체로

聖 = 종교·초월·궁극성
性 = 여성·몸·생명
誠 = 윤리·정치·실천

이라는 서로 연결된 영역으로 사용합니다.

<한국 여성조직신학 탐구―聖·性·誠의 여성신학>, <한국 생물 여성영성의 신학―종교 聖, 여성 性, 정치 誠의 한 몸 짜기>, <동북아 평화와 聖·性·誠의 여성신학>이라는 제목 자체가 이 구조를 보여줍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 영역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종교적 깨달음(聖)이 개인의 내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몸과 성과 생명(性)에 관계해야 하며, 다시 정치와 사회적 책임(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은선의 종교론은 순수한 ‘내면적 영성’과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그에게 종교는

<초월 → 몸 → 정치>

를 하나로 묶는 작업입니다.


6. 넷째 축: <생물(生物)> 여성영성 — 생태로의 확장

2011년 <한국 생물 여성영성의 신학>은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여기서 ‘생물’은 단순히 biological being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生物’, 즉 <만물을 살린다>는 유교적 뜻이 들어 있습니다.

여성해방을 인간 여성의 권리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생명세계 전체와 연결합니다.

그래서 이은선의 여성신학은 점차

여성 → 인간 → 자연 → 지구생명

으로 확대됩니다.

이 때문에 그의 후기 작업에서 ‘인류세’가 중요해집니다.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 대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지배해온 문명 자체를 다시 묻는 문제가 됩니다.


7. 다섯째 축: 한나 아렌트 — 정치와 책임

이은선에게 예상외로 중요한 인물이 한나 아렌트입니다.

첨부목록 첫 책이 2026년의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읽기>이며, 그는 아렌트의 <삶은 하나의 이야기다>를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아렌트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이 함께 세계를 구성하는 <복수성(plurality)>과 공적 세계입니다.

이은선은 이를 동아시아의

<朋友有信>, 즉 친구 사이의 믿음

과 연결합니다.

그래서 후기의 ‘信’은 단순한 종교적 신앙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공적 세계>

라는 정치철학적 뜻까지 갖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여성신학, 유교, 아렌트의 정치철학이 하나로 만납니다.


8. 여섯째 축: 종교간 대화 —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

2016년 책 제목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는 그의 사상을 매우 잘 압축합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그가 원하는 것은

기독교를 버리고 유교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유교를 기독교화하는 것도 아닙니다.

둘 다 변해야 합니다.

<다른 유교>는 가부장적·권위주의적 유교에서 벗어나 인(仁)·성(誠)·관계적 인간성을 되찾는 유교입니다.

<다른 기독교>는 배타적 교리주의와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타종교와 대화하고 생명과 평화를 실천하는 기독교입니다.

따라서 종교간 대화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수준이 아니라 <상호변혁>입니다.


9. 일곱째 축: 동북아 평화와 한국적 종교사상

첨부목록에는 <동북아 평화와 聖·性·誠의 여성신학>(2020)이 있습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여기에서 이은선의 신학은 개인과 여성 문제를 넘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역사로 확장됩니다.

그는 구한말 유학자 이기(李沂) 같은 인물까지 새롭게 읽으며, 제국주의와 강대국 경쟁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자주성·공동체·평화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묻습니다. 그의 이기 연구에서도 자주·민권·공동체와 동북아 평화를 연결합니다. KCI

따라서 후기의 이은선에게 ‘한국적 신학’은 민족문화 자랑이 아닙니다.

<제국과 자본과 전쟁의 질서 속에서 작은 존재들이 어떻게 주체성을 회복할 것인가>

라는 문제입니다.


10. 여덟째 축: 神學에서 信學으로

이은선 후기 사상의 가장 중요한 변화입니다.

2023년 <한국 페미니스트 신학자의 유교 읽기―神學에서 信學으로>, 2024년 <神學에서 信學으로―참 인류세를 위한 한국 信學>으로 발전합니다. 첨부자료에도 두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神學은 문자 그대로 ‘신에 관한 학문’입니다.

그런데 이은선은 이제

神 → 信

으로 중심을 옮깁니다.

여기서 信은

신앙(faith)
신뢰(trust)
성실(faithfulness)
사람 사이의 믿음
궁극적인 것에 대한 신뢰

를 동시에 포함합니다.

따라서 질문도 변합니다.

<신은 존재하는가?>

보다

<우리는 무엇을 믿으며 서로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것은 단순한 한자 바꾸기가 아닙니다. 그의 30년 연구가 도달한 철학적 결론에 가깝습니다.


11. 아홉째 축: 교육 — 지식을 넘어 인간을 만드는 공부

이은선이 오랫동안 세종대 교육학과 교수였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첨부목록에

<한국 교육철학의 새 지평>
<통합학문으로서의 한국 교육철학>
<생물권 정치학시대에서의 정치와 교육>

같은 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그에게 교육은 지식전달이 아니라 인간 형성입니다.

유교의 수양과 기독교의 신앙, 여성주의의 자기주체화, 아렌트의 세계책임을 한데 묶습니다.

그래서 교육의 목적은 경쟁력 있는 인간보다

<세계에 책임질 수 있는 인간>

을 만드는 것입니다.


12. 저서들을 사상 발전 단계로 읽으면

첨부하신 29권을 단순한 목록이 아니라 사상발전사로 읽으면 대략 다섯 단계가 보입니다.

시기대표 저작중심 문제
1990년대<포스트모던 시대의 한국 여성신학>서구 신학과 남성중심주의 비판
2000년대<유교 기독교 그리고 페미니즘>, <한국 여성조직신학 탐구>,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유교와 기독교의 여성주의적 재구성
2010년대<한국 생물 여성영성의 신학>, <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聖·性·誠, 생명·종교간 대화
2020년 전후<동북아 평화와 聖·性·誠의 여성신학>,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 읽기>평화·생활·유교의 일상화
2023년 이후<한국 페미니스트 신학자의 유교 읽기>, <神學에서 信學으로>, <이신의 예술과 한국 信學>신 중심 신학에서 관계적 ‘信’의 철학으로

이 흐름은 알라딘 첨부자료에 나타난 출간 순서에서도 상당히 분명합니다. 알라딘 이은선 29건


13. 이은선 사상의 특징과 한계

제가 보기에는 이은선의 가장 중요한 성취는 <한국 여성신학을 서구 여성신학의 한국판에 머물지 않게 한 것>입니다.

유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그것을 다시 기독교·페미니즘·교육·아렌트 정치철학과 연결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업은 ‘비교종교학’이라기보다 <새로운 한국 사상 만들기>에 가깝습니다.

특히 <聖·性·誠>과 <神學 → 信學>이라는 두 공식은 그의 독창성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논쟁적인 점도 있습니다.

첫째, 유교의 <仁·誠·聖人> 전통을 적극 복원하는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유교가 가부장제와 신분질서를 정당화했던 측면을 얼마나 충분히 처리했는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둘째, <한국적>이라는 범주가 너무 크게 사용될 때 한국 내부의 계급·세대·성적 소수자·문화적 차이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위험도 있습니다.

셋째, 聖·性·誠과 信學의 체계가 매우 포괄적이어서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대신, 사회경제적 권력구조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힘은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보다 약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앞서 우리가 이야기한 <심층종교–해방종교–생태종교>의 세 축으로 보면 특히 흥미롭습니다.


14.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은선의 평생 작업은 이렇게 압축할 수 있습니다.

<서구 남성 중심의 神學을 한국 여성의 삶, 유교의 仁·誠, 기독교의 신앙, 페미니즘, 생태·정치·교육과 다시 엮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믿을 수 있는 ‘信學’으로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그래서 이은선을 단지 <여성신학자>라고 부르는 것은 이제 너무 좁습니다. 후기 이은선은 오히려 <한국적 여성주의 통합종교철학> 혹은 자신이 쓰는 말 그대로 <한국信學>의 구성자로 이해하는 것이 그의 저작 전체를 더 잘 설명합니다. 현재 그는 세종대 명예교수이자 한국信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스24

그리고 앞서 살펴보신 <이정배·변선환·오강남>과 연결하면 꽤 흥미로운 자리가 생깁니다. 변선환이 <종교해방>, 오강남이 <심층종교>, 이정배가 <생태·토착화 신학> 쪽으로 각각 무게중심이 있다면, 이은선은 이 세 요소를 <여성·유교·信>이라는 언어로 다시 묶으려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네 사람을 <심층–해방–생태–여성/관계>라는 네 축으로 비교하면 차이가 훨씬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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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 서재 --- 이은선 / 총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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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북아 평화와 聖.性.誠의 여성신학 2020년 7월
  2. 한국 페미니스트 신학자의 유교 읽기- 신학(神學)에서 신학(信學)으로 2023년 8월
  3. [전자책]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읽기 2022년 8월
  4. [전자책] 생물권 정치학시대에서의 정치와 교육- 한나 아렌트와 유교와의 대화 속에서 2017년
  5. 초월을 찾아서- 한국유교의 종교적 성찰과 여성주의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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