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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1

이병철, 아단다 마르가(至福의 길)라는 탈자본주의 대안공동체

 이병철


6tSponsghorrehtd · 

-칫다다님과 프라우트/

칫다다님이 오랫만에 숲마루재에 오셔서 하룻밤을 묵고 어제 가셨다. 
칫다다님은 아단다 마르가(至福의 길)라는 탈자본주의 대안공동체를 추구하는 수행 봉사단체의 출가수행자이다. 

경제학자였던 칫다다님은 현존 자본주의 경제가 자체의 모순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붕괴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이에 대한 실천적 대안체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아난다마르가를 창설한 P.R 사르카르를 통해 배우면서 그를 스승으로 모시는 수행봉사단체의 출가수행자가 된 분이다. 
출가하기 전부터 서로 교분이 있던 사이라 출가 후에도 소식을 나누며 국내에 머물게 될 땐 종종 우리 집에도 들리곤 했다. 
그래서 나도 이 수행단체와 이 단체가 자본주의 이후 새로운 대안체제로 제시하는 프라우트(Prout, 진보적 활용이론/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
의 약자)에 대해 나름의 관심을 가져왔다. 

이 이론에 따르면 '무자비한 이윤추구를 토대로 한 현존 자본주의 체제는 공황과 절대다수의 빈곤, 부의 편재와 심각한 불평등 등으로 파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의 공통적인 이익을 고려할 때 자본주의는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따라서 새로운 이념과 가치에 따른 건강한 사회체제를 이루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칫다다님도 이런 이론체계에 따른 책 '자본주의 종말(1997)''을 펴내기도 했다. 
이런 프라우트 사상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 '자본주의를 넘어(2014)'라는 제목으로 한살림에서 출판한 것으로 프라우트연구소 소장인 '다다 마헤슈와라난다'가 쓰고 칫다다님이 번역한 책이다. 
이 책의 한국 출판을 기념하여 2015년에 한살림에서 저자를 초청했을 때 저자인 '다다 마헤슈와라난다'와 역자인 칫다다님이 함께 숲마루재에서 묵어간 적이 있다. 이런 인연을 계기로 우리 공부모임에서도 이 책을 함께 읽었고 칫다다님과 남미 여행(순례)를 함께 할 때 프라우트연구소가 있는 베네수엘라에도 일주일간 머물면서 깊은 대화와 당시 협동조합적 사회주의를 시도하고 있던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었다. 

차베스에 의해 혁명적으로 시도되었던 이 실험은 그의 후임자인 마두로 때에 와선 사실상 국가경영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에 이르게 되었는데, 내가 가 있을 때도 그런 현상이 이미 구체화되고 있었다. 

어리석고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에 의해 어떻게 나라가 파탄나고 국민들이 나락에 내몰리게 되는지가 여실히 나타나 보였다. 
요즘들어 이 나라의 꼴을 보면 베네수엘라의 이런 형태가 오버랩 되기도 한다. 
차베스 정권 초기에 프라우트 이론을 제공하여 새로운 혁명을 돕고자 했던 마헤슈와라난다 다다님도 나중에 마두로 정권의 부패를 비판하였다는 이유로 미국 간첩이란 누명을 쓰고 구속되셨다. 내가 만나고 온그 다음해의 일어난 일이다. 

나에게 있어 푸라우트 이론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와닿는 부분은 '사드비프라' 라는 개념이다. 

행동하는 영적지식인, 정묘한 마음을 지닌 자들, 도덕적인 힘과 용기, 그리고 희생의 정신을 지닌 영적지도자들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데,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자기 인격의 완성(또는 깨달음)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건강한 세상를 위한 변혁운동에 투신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상구보리 하화중생'인 셈인데 지혜와 자비의 전사, 보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성/깨달음/자비관에 기초해서 생명의 대동세상을 추구하는 이런 운동을 흔히 영적 행동주의라고도 하는데 '사드비프라'는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 또는 그런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정치란 결국 밝고 건강한 세상를 이루게 하는 행위다. 건강한 세상, 살맛이 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이른바 정치인들의 역할이고 사명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치인은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질과 능력과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생명이 달린 수술을 돌팔이나 무자격자에게 맡끼지 않는 것처럼 사회의 어둡고 병든 부분을 치유하고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가려면 그에 합당한 품성과 자질과 역량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정치지도자, 또는 공직에 진출있는 자들은 어떤 자들인가. 

거의 대부분이 정치모리배들이자 양아치 수준에도 못미치는 무리들로 보여진다. 그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선거제도 그리고 정치인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지 못하는 것에 우선적으로 기인한다. 

역사를 퇴행시키며 망언과 간교한 요설로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당파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부끄러움조차 잊고 나대는 자들을 볼 때마다 나라의 앞날에 대한 한숨과 불안을 지울 수가 없다. 
기후위기와 경제 붕괴와 역병의 창궐 등으로 새로운 살길을 위한 대전환의 이 시대, 새삼 프라우트의 이론과 사드비프라라는 영성적 지도자의 의미가 깊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자도생의 냉혹한 공멸의 길이 아닌 상생의 새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선 우리가 모두 사드비프라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칫다다님과의 만남으로 떠오른 단상이다.

코로나 국면이 빨리 수습되어 칫다다님이 자신의 근무지인 중국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일꾼들을 길러내는 일이 잘 되기를 함께 마음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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