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1

성찰 - 시대의 흐름에 서서, 김우창 2011

성찰 | 한길인문학문고 생각하는 사람 11 | 김우창 | 알라딘
성찰 - 시대의 흐름에 서서 | 한길인문학문고 생각하는 사람 11
김우창 (지은이)한길사2011-10-07




책소개
인문학자 김우창 저자가 '경향신문'에 발표한 칼럼 156편을 묶은 책이다. 2003년 겨울부터 2009년 겨울까지 만 6년 동안 격주마다 연재해온 이 지면을 통해 그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지성적 사유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시대의 흐름에 서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과 옳은 삶의 방향을 읽어내려는 인문학자 김우창의 탁월한 관조적 글쓰기를 보여준다. 단명하기 쉬운 칼럼이라며 겸손해하는 저자이지만 과거와 현재, 개인과 사회, 삶의 좁은 테두리와 역사의 큰 흐름을 집요하게 성찰하는 그의 생각과 글은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칼럼의 주제들은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입시제도, 학문 자율성에 대한 고찰, 환경 문제와 생태학, 4대강 사업 등 거대 공공건설의 문제점, 촛불집회와 쇠고기 수입 협상 문제, 금융위기, 대통령 선거 등 수많은 시대적 화두를 다룬다.


목차


서문 : 생각과 현실

칼럼이라는 글쓰기
잡다한 소감들을 되돌아보고

1. 큰 정치, 작은 삶
백양사에서 주고받은 이야기 l ?은 싸움, 긴 싸움
큰 정치, 작은 삶 l 지문 채취와 차별의 상처
저? 공간의 투명성 l 캘리포니아 주의 참여정치
주릭세포 연구와 응원단 정치 l 신 붕당론
계획도시 어바인의 공공문화 l 총선 이후의 정치 과제
독도마뱀 이야기 l 실용주의 정치에 대한 변론
대학의 평준화와 정예화 l 수도 이전과 외침 없는 사람들

2. 예술은 말없는 세계인가
이념과 현실 l 미술, 건축, 거주의 공간
큰 정치와 인가느이 존엄성 l 세계와 우리의 변증법적 지평
노무현 차베스 l 예술은 말없는 세계인가
입시제도에 대한 반시대적 고찰 l 장미의 이름
노무현 정부의 위상과 비전 l 부시 재선과 미국의 민주제도
자격증과 실력 l 수능 부정 그리고 양심교육
저무는 2004년을 돌아보며

3. 책읽기와 책 읽는 마음
새해 소원성취를 위하여 l 노벨 문학상과 보편성
한류와 문화의 산업화 l 과거사 논쟁 매듭 풀기
한국인에 부동산은 무엇인가 l 문화 교류의 깊이
정치와 실용주의 l 유행예감
첵읽기와 책 읽는 마음 l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그 주체화
학생의 대학선택은 가능한가 l 과계획의 무질서
문화와 문화상품의 회로

4. 나라의 대의와 작은 것들의 세계
유럽연합의 사회ㆍ경제 질서 l 세계화 시대의 복지국가와 그 위기
정치와 짐승스러운 세계 l 나라의 대의와 작은 것들의 세계
대통령의 연정안 l 갈림길의 지구 그리고 한국
집짓기와 동네 짓기 l 청계천과 역사
문화 홍보와 문화의 내실 l 도시와 살림살이 경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현실 l 교원평가의 의미
개인 윤리와 집단열기

5. 공동체의 정신적 기초
계획, 꿈, 작은 공학 l 공동체문화 만들기
과학과 정치, 기획의 검증 l 정치인의 도덕 수업
공동체의 정신적 기초 l 정치인 투명성, 자본시장 투명성
정치의 행복 l 시장경제와 인간가치
동상과 말라리아 l 미움의 두 가지 바탕
국토의 삶과 죽음 l 정치와 일상적 삶
삶의 비전, 정책, 현실

6. 하나의 민족, 다원적 현실
세계 속의 세계와 문화 l 사실, 원칙, 명징한 언어
한스 기벤라트의 어린 시절 l 인사와 정책의 목표
작은 세계, 큰 세계 l 개인의 삶과 공적 공간
공적 공간의 윤리성과 인문교육 l 하나의 민족, 다원적 현실
행동지침, 신뢰, 정보 교환 l 고향 상실의 시대
상상 속의 집과 아파트 l 헐어 짓는 광화문
민생정치를 위한 발상의 전환

7. 자연의 풍경과 심성
충동, 이성, 하늘의 마음 l 환경과 개인 윤리
인도 콜카타에서 본 모순 l 학문ㆍ문화의 보편성
거대 계획과 사회정책 l 욕망의 미래와 균형
노르웨이 왕과 청어 잡이 l 허영의 시장
학문과 인생의 성취 l 정책의 여러 차원
더 잘 살아온 삶 l 자연 의 풍경과 심성
전원적 풍경을 지나며

8. 차이와 합의의 정치
큰 생각, 작은 생각, 인간성 l 평준화와 수월성
지도자와 삶의 이상 l 삶의 공간적 토대
추상적 시스템과 구체적 삶의 판단 l 진흙탕정치에 희망은 있는가
임금의 사람들 l 학문의 자율성의 위기
차이와 합의의 정치 l 인간 교육과 인간 공학
저?와 그 대가 그리고 이상 l 토건국가의 미학
새 정부와 사회통합의 인간주의

9. 살고 싶은 삶의 터전
두 개의 거대 프로젝트 l 미.주의와 과대성장 정부
인왕산의 나이 l 자기가 선택한 삶
넓은 시각 속의 경제 l 증명서와 사회적 신뢰
정치의 높은 차원 l 남쪽을 향하여 앉아 있기
삶의 근본적 보수성 l 살고 싶은 삶의 터전
쇠고기, 국제협정, 정치와 정치 너머
쇠고기 문제와 반성의 여유 l 동물 사랑, 인간사랑

10.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현 시국의 위기적 성격 l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부로학실성의 시대의 인간과 자연 l 삶의 정치
KBS와 방송의 문화적 기능 l 나라 사라과 인간 사랑
금융위기 l 큰 세계 속에서의 작은 삶
명예와 자기 자신의 삶 l 금융위기의 교훈
역사의 역사 되돌아보기

11. 스스로를 위한 학문
사회윤리의 재출발 l 공론 공간의 쇠퇴
통합의 정치 l 스스로를 위한 학문
사건에서 제도로 l 어느 소박하고 깊은 삶
기업과 사회윤리 l 격동기의 보통의 삶
폭주족의 시대 l 부패와 도덕성
열린 사회, 닫힌 사회 l 죽음의 이편에서
검소의 경제

12. 통일과 이성적 정치문화
해외 한국학과 보편적 지평 l 공항의 인간대열
두 개의 청문회 l 좌, 우, 중도 좌, 중도 우 ...
경영학석사 선서 l 숲이 우거진 언덕에 머무는 꾀꼬리
통일과 이성적 정치문화 l 사회체제 속의 심리안자들
국토 개조 사업과 위기의 민주주의
정치적 정열 그리고 삶의 현실
레비-스트로스와 제3휴머니즘
사회유용성의 기준과 공론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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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우창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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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에서 미국문명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전임강사,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와 이화여자대학교 학술원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세계의문학》 편집위원, 《비평》 편집인이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있다. 저서로 『궁핍한 시대의 시인』, 『지상의 척도』, 『심미적 이성의 탐구』, 『풍경과 마음』, 『깊은 마음의 생태학』 등이 있고 역서 『가을에 부쳐』, 『미메시스』(공역) 등과 대담집 『세 개의 동그라미』 등이 있다.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금호학술상, 고려대학술상,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저작상, 인촌상, 경암학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3년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접기

수상 : 1993년 팔봉비평문학상
최근작 : <[큰글자도서]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 >,<고전 강연 2>,<고전 강연 8> … 총 80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 인문주의자의 우리 사회에 대한 지성적 사유와 분석

그는 나무를 닮았다. 바람에 유유히 흔들리며 서 있는 그 나무는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유는 하늘을 배경으로 수없이 뻗어가는 가지처럼 자유롭다. 그 자유로움은 이성적이고 윤리적이며 미적이다. 또 땅 아래를 굽어보는 시선은 열려 있고 넉넉하며 균형되다. 삶의 기율과 질서를 만들어내는 그 사유의 힘은 그래서 아름답다. 인문학자 김우창을 가리켜 말함이다.
『성찰: 시대의 흐름에 서서』는 그가 『경향신문』에 발표한 칼럼 156편을 묶은 책이다. 2003년 겨울부터 2009년 겨울까지 만 6년 동안 격주마다 연재해온 이 지면을 통해 그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지성적 사유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시대의 흐름에 서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과 옳은 삶의 방향을 읽어내려는 인문학자 김우창의 탁월한 관조적 글쓰기를 보여준다. 단명하기 쉬운 칼럼이라며 겸손해하는 저자이지만 과거와 현재, 개인과 사회, 삶의 좁은 테두리와 역사의 큰 흐름을 집요하게 성찰하는 그의 생각과 글은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칼럼의 주제들은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입시제도, 학문 자율성에 대한 고찰, 환경 문제와 생태학, 4대강 사업 등 거대 공공건설의 문제점, 촛불집회와 쇠고기 수입 협상 문제, 금융위기, 대통령 선거 등 수많은 시대적 화두를 다룬다.

이성적 반성과 성찰, 그리고 시대의 흐름
인간의 행복과 그것을 둘러싼 크고 작은 집단적 테두리 간의 균형과 조화는 어떠한 방식으로 가능한 것일까. 또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우리는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 김우창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하고 고민한다. 그에게 칼럼적 글쓰기란 여러 가설적 방안들 가운데 최선의 행동 방안을 찾아내기 위한 일종의 ‘사고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의 흐름에 대한 판단과 사고와 행동의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는 일은 ‘관용’과 ‘포용성’이 도출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고와 행동의 많은 가능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여러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준비과정이 된다. 그 가운데 현실 선택은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그 선택은, 이 포용의 대전제 하에서, 설득과 타협으로 수렴될 수 있다. 물론 다양성의 포용과 선택의 문제는 단순히 민주주의 사회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사람이 함께 사는 공동체의 전제이다. ……서로 다르면서 함께 사는 일에서 관용은 가장 중요한 덕성이다.”(24쪽, 「서문: 생각과 현실」)
시평(時評) 즉, 신문에 실리는 칼럼이란 그때그때 일어나는 사건과 관련한 해석과 견해를 밝히고 제안하는 글이다. 그것은 또한 일정한 관점과 현실 인식을 통해 현재의 사건들을 ‘시대의 큰 흐름’에 비추어 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점에서, ‘지나간 일들에 대한 논평’을 오늘에 다시 읽는 일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어떠한 시점 속의 삶을 헤아리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크고 지속적인 테두리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유의 바탕에 전제되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성적 반성과 성찰’이다. 김우창은 이것을 서구 근대성의 가장 중요한 계기로 보는 하버마스를 언급하면서, “이성적 성찰은 방법적인 필요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인간이 추구하는 여러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문화의 기초 그리고 민주주의적 사회제도의 기초가 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이 강한 우리 시대의 풍토를 지적하면서, “현실의 역학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는 행동은 현실 효능적이 될 수 없다”고 역설한다.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더 좋은 사회는 많은 것을 말로―서로 이해할 수 있는, 즉 이성적인 관점에서 서로 토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30쪽)이기 때문이다.
이성과 윤리의 새로운 출발
오늘날 갈수록 살벌해지는 경쟁사회에서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일상적 차원에서도 윤리적인 인간관계를 절실히 원한다. ‘심미적 이성주의자’ 김우창에게 “이성은 윤리의 원천”이다. 이성은 “인간 삶의 근본적 질서 원리이며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존재론적 진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근본적인 질서 원리에 스스로 동의하고, 그에 따라 마음과 행동을 규제하고 결단하게 하는 것이 바로 윤리적 원리의 존재 방식이다.
그가 말하는 사회의 윤리적 질서는 단순히 감정의 문제도 아니고, 큰 범주에 의해 강제되는 외면적 질서도 아니다. 물론 그는 원리주의적인 신앙, 이데올로기적 주장과 같은 절대적인 도그마에 붙잡히는 것에 반대한다. “편안한 질서는 막힘이 없는 질서를 말한다. 그러면서 삶이 일정한 기율―내적이고도 외적인 기율 내에 있는 데에서 성립한다.” 그것은 곧 투명함을 지닌 질서이다.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의 자유는 제도 속의 자유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의 제도적 질서의 보장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사회란 적어도 이해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 안에서의 여러 인간적 계획은 예측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투명성은 사회제도의 기본이다. 이 투명성은 법과 도덕과 합리적 문화로 뒷받침된다.”(99쪽, 「정치공간의 투명성」)?
개인 차원에서 윤리는 ‘나 자신의 참 모습’의 문제이다. 사회가 부과하는 여러 신분과 자격 요건이 ‘나’를 규정하지만, 이것을 넘어 참으로 자기라고 생각하는 무엇이 따로 있다는 느낌을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김우창에게 그것은 “그 실체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찾아내야 하는 어떤 것”이다. 그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에서 볼 수 있는 낭만적 인간관을 예시한다. “진정한 자아는 우주적 질서 속에 자기를 위치 지우는 데서 완성에 근접”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윤리와 도덕이 존재하는 사회는 도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반적으로 삶의 습속이 되면서도 자유 선택을 귀중한 것으로 아는 사회이다. ……윤리와 도덕의 근본이 자유의지에 있다는 명제는 윤리학의 공론(空論)이 아니다. 그리고 더 깊은 의미에서의 윤리와 도덕은 창조적이고 개방적 성격을 갖는다는 철학적인 관찰도 이상론이 아니라 현실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759쪽, 「사회윤리의 재출발」)

질서와 기율 그리고 정신의 자유
한편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환경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인간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점에서 절박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김우창은 환경문제가 “결국 경제가 추구하는 목적이 과연 사람의 삶을 바르게 이해했는가”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본다. 어떤 삶이 개인에게나 집단에게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 사람다운 삶인가를 생각한다면, 그것이 “사회적, 환경적 대가를 크게 지불하면서 이루어지는 물질적 조건의 확보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서 더 나아가, 그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행복한 삶이 반드시 물질과 경제의 발전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욕적인 삶에서 얻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삶은 사물과의 관계를 깊이 하고 사물의 질서 속에서 일정한 기율을 얻는 삶이다. 그리하여 정신적인 평화가 있는 삶이 가능하여질 수 있다.”(57쪽) 물론 이것은 억지로 가난하게 사는 삶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삶에 필요한 물질적 요건을 갖추되, 그것과 다른 인간적인 소원들이 일정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의 지점을 찾아보자는 말이다. 그는 이러한 엄격한 금욕의 기율이 사회 일반의 규칙이 되기란 쉽지 않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오늘의 세속화된 세계에 인간의 정신적 추구를 존중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학문과 교육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김우창은 “정신이 가지고 있는 변용의 힘” 그리고 정신의 “유연성”을 강조한다. ‘자유로운 정신’을 추구하는 학문이란, 다른 사람의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을 얻으려고 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닌, 자신의 마음에서 스스로 얻어질 깨달음의 수업, 곧 위기지학(爲己之學)을 말한다.
‘작은 삶’이 가능한 ‘큰 세계’를 꿈꾸다
김우창은 오늘의 사회가 외적인 경제성장은 이루었지만, 그와 함께 상대적 빈곤과 불안감이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권력과 돈이 과대 자기 확인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는 점차 사라지고, 삶의 뿌리는 흔들린다. 한국인들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대변동’ 속에서 ‘시달리고 괴로워진 삶’을 살고 있다.
우리의 문화는 세상의 큰 흐름을 따르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것을 권한다. 거대화하고 익명화한 힘에 기대어 자신을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의 움직임은 더 큰 것, 더 좋은 것을 향한 욕망으로 번져간다.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정당화되고 의미 있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겠지만, 그러나 “큰 것에로의 탈출이 절실해지는 것은 자신의 작은 삶이 괴로운 것이 되고, 그것을 지배하는 큰 것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삶에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지 않을 때이다.”(728쪽) “내면의 동의 없이 사는 삶은 결국 나의 삶이 아니라 남의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적인 삶은 스스로가 의미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삶을 바깥세상에서 살고 또 가능하다면 그것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이다. 개인의 삶의 문제를 떠나서, 외면적 순응만을 요구하고 내면적 의미의 추구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도 창조성의 근거를 잃고 무엇보다도 안정의 바탕을 마련하지 못한다.”(637쪽)
따라서 김우창이 말하는 좋은 삶이란 “구체적으로 인지할 만한 세계 속에서 진정한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삶에 충실한 것”이다. 넓어져가는 세계 속에서 각자의 삶과 그것을 의미 있게 하는 작은 삶의 단위를 어떻게 방위하느냐 하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나 사회적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좋은 정치는 이러한 개인들의 작은 삶을 복원하고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된다. ‘안거낙업’(安居樂業)의 정치가 곧 좋은 정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자율적 가치와 내면세계를 가지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실천하는 민주적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김우창은 이처럼 인간이 자신의 내면적 진정성 속에서 저절로 행동할 수 있는 삶의 조건,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일이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임을 강조한다.
“공간과 시간의 안정은 추상적이면서도 아주 구체적인 인간 실존의 요구이다. 안거낙업은 먹고 사는 일의 기본 조건을 이 기본축의 좌표에 맞추어서 요약한다. ……안거낙업은 민생안정의 기본이고 전통사상에서나 오늘날에나 변함없는 사람의 삶의 기본이다.”(851쪽, 「숲이 우거진 언덕에 머무는 꾀꼬리」)
그러한 정치를 만드는 구체적인 실현 방법으로, 그는 서구의 ‘사회국가’ 개념을 가져온다. 칼 포퍼가 말한 대로 ‘부분공학’적인 조정을 통하여 우리 사회구조의 문제들을 고쳐나가고 그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 사회 제도의 불가피함을 받아들이되, 거기에 개인의 사회적, 도덕과 윤리 그리고 공동체적 규제를 통한 대응이 이루어지는 국가체제로서 그 불완전함을 보완해나가자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적 신념에 기반한 권력 투쟁만이 남아 있는, 그리하여 보다 이상적으로 사회를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들을 허망한 것이 되게 하는 우리 현실 정치를 개탄하면서, 김우창은 ‘우리 나름의 사회국가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보다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마음의 습성이고 삶의 필요이다.”(78쪽) 이는 좌우 모두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지적이 아닐까. 접기





주변에 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곱씹고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생각의 방향이 옳던 그르던 혹은 이켠이건 저켠이건 간에, 생각하는 방법을-).
2014-06-03 공감 (1) 댓글 (0)



삶의 현실에 대한 겸허와 그로인한 강인함



1.

2003년 겨울부터 2009년 겨울까지 6년동안 격주로 경향신문에 실린 칼럼들이다.

이런 글쓰기는 인문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구력도 요구하는 것 같아.

2주의 시간이란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인대

시의성있는 소재로 삶의 성찰을 담아내는 글을 2주에 한번씩 쓴다는 것은

아주아주 긴 마라톤의 느낌

2.

인문학자의 세상읽기

흔히 정치를 얘기할때 목소리를 높이고 핏대를 세우고

그러나 실제 내용은 없는 빈 수레처럼

헐뜯는 감정은 넘치지만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는, 공허한 소리와 글을 많이 보는대

김우창의 성찰은 흥분이 없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정치를 말할때 흥분이 없다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특징이라 할 만하다.

이 예외적인 차분함은 여유와 관조 혹은 사건의 뜨거움으로부터 떨어져 있음, 당사자가 아님 등으로 보이기도 하고

우리 정치평론도 이제는 선동이 아니라 설득이 필요한 시기인가부다.

우리도 이제는 성숙해 질 때가 된 것인가. 그래서 성찰인가, 싶기도 하다.


어떻게 더 사람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까의 논의보다는

누가 더 많이 부패하고, 누가 더 비리가 많으며, 누가 더 무능하고 더 뻔뻔한지를 겨루는 한국의 정치를

신물나서 외면하거나, 화제가 된다면 입맛이 쓰고, 당사자라면 억울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익숙하다보니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일관적인 목소리가 새롭다.




김우창은 흥분하는 선동의 정치에 질린 느낌이고, 그래서 미국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조용한 행동과 참여를 소개하기도 한다.

이견이 발생할때 그것을 시스템 안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실력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그는 바라지만

2014년 아이들이 대낮에 바다에 수장되어도 책임지는 놈 하나없는 대한민국에서

이 양반 너무 한가한 소리한다는 느낌도 있다.

오로지 부자들만 위하는 것도 정치라고 천박한 자들과 인민에게 가혹한 폭력의 공권력을 경험하며

우리는 더 시끄러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




이런 문장들은 좋다.

그간 혼미를 더해온 것이 우리 정치의 상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정치가 우리 사회의 당면한 문제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며, 또 나은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대충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못했다는 말이다.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지나치게 일목요연한 것은 그 사회가 독재체제이거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나 정치의 중요한 과제, 특히 우리 사회처럼 지향해 가야 할 곳이 없을수 없는 사회에서 정치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지시해주는 일이다.

시종일관 이 톤을 유지한다.

어렵지 않은 문장이 담백하여 차분하게 읽을 만 하다.




삶을 넘어가는 숭고한 이념이 있고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념이 삶의 희생을 요구할 때, 그것은 개인에 해당되는 일일수 있으나, 집단의 삶 전체에 요구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럴때 그것은 자기 오만의 표현에 불과하다. 정치에서 최종적인 덕성은 삶의 현실에 대한 겸허이다. 이 겸허, 거기에서 나오는 강인함이 참다운 정치적 소신의 토대다.

정치에서 최종적인 덕성은 삶의 현실에 대한 겸허라는, 맞다. 동의할 수 있어.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겸허이다.

일상에서든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지향에서든, 삶의 현실에 대한 겸허가 핵심이다.

숭고한 이념을 위해 헌신한다면서 함부로 오만하다면 누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김우창의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3.

문장의 이런 마무리는 거추장 스럽다.

' ~ 완전히 결정하지는 아니 하였다.'

'~ 전율하지 아니할 수 없다.'

'~ 그친 감이 없지 않다.'

'~ 생각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왜 이렇게 썼을까.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편안한데 이런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문장들이 많아 거슬린다.
- 접기
팥쥐만세 2015-02-22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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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 시대의 흐름에 서서> 요약 및 평론

1. 서론: 시대의 혼란과 성찰의 필요성

김우창의 <성찰 - 시대의 흐름에 서서>는 격변하는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깊이 있게 탐구한 비평적 산문집이다. 이 책은 급속한 세계화, 기술 발전, 경제적 양극화, 정치적 갈등 속에서 삶의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심도 있는 성찰>을 요구한다. 저자는 문학, 철학, 정치, 사회학을 아우르는 넓은 지적 지평을 바탕으로 현 시대를 진단하고, 성찰적 이성이 어떻게 사회의 윤리적·지적 기초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 논의한다.

2. 핵심 요약: 시대 진단과 성찰의 모색

가. 세계화와 현대성의 위기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가져온 무한 경쟁과 효율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기술과 경제의 발전이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을지는 몰라도, 인간 존재의 의미와 공공의 윤리를 훼손시켰다고 진단한다. 효율성이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인간은 도구화되고, 사회적 연대감은 약화하였다.

나. 성찰적 이성과 이성주의의 재구성

김우창은 도구적 이성의 폐해를 지적하는 동시에, 이성 자체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 허무주의 역시 경계한다. 그가 제안하는 대안은 <성찰적 이성>이다. 이는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고, 감성과 이성, 개별성과 보편성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능력이다. 이성은 단순한 계산이나 논리적 도구가 아니라,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인문학적 이성이어야 한다.

다. 정치, 공론장, 그리고 교양

책은 맹목적인 진영 논리와 포퓰리즘으로 왜곡된 현대 정치를 비판한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공론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이 갖추어야 할 핵심 덕목으로 <교양(Bildung)>을 강조한다. 교양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자신을 객관화하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적·윤리적 태도를 의미한다.

라. 예술과 문학의 역할

저자는 예술과 문학이 성찰의 공간을 제공하는 중요한 매체라고 본다. 문학적 상상력은 현실의 모순을 감지하고,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탐색하며, 인간 삶의 정교한 결을 드러낸다. 예술은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성찰의 계기이다.

3. 비평: 비판적 평가와 현대적 의의

가. 인문학적 통찰과 심도 있는 시대 진단

김우창의 논의는 깊은 학문적 깊이와 문명사적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 단편적인 사회 현상 분석에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깔린 철학적·문화적 근원을 포착해 낸다. 특히 도구적 이성의 폐해를 넘어 성찰적 이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지점은, 물질문명의 한계에 직면한 현대 사회에 유효한 이정표를 제공한다.

나. 보편적 윤리와 공공성의 재발견

개인주의와 파편화가 심화하는 시대에, 저자가 강조하는 공공성과 연대의 가치는 울림을 준다.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적 대립을 넘어서기 위해 합리적 공론장과 교양인으로서의 자세를 주문한 것은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다. 서술 양식과 접근성의 한계

다만, 저자의 문체와 논리 전개 방식은 텍스트의 접근성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한다. 인문학적 고전과 철학적 개념이 촘촘하게 얽혀 있어 일상의 언어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대중에게는 다소 관념적이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구체적인 제도적·정치적 대안보다는 당위적인 윤리적 성찰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실천적 지침으로 삼기에는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4. 결론

김우창의 <성찰 - 시대의 흐름에 서서>는 자본과 기술의 속도전 속에서 잊고 지낸 성찰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중후한 비평서이다. 비록 서술 방식이 다소 관념적이라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이며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지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지적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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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시대의 흐름에 서서> 요약·평론

김우창의 <성찰: 시대의 흐름에 서서>(한길사, 2011)는 저자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신문에 연재한 칼럼 156편을 묶은 책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환경·남북관계 등 당시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을 다루지만, 단순한 시사평론집이라기보다 사건의 배후에 놓인 인간과 사회의 근본 조건을 탐구하는 인문학적 성찰록에 가깝다.

책의 중심 질문은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이다. 그러나 김우창은 이 질문에 특정한 정치 이념이나 정책 프로그램으로 곧바로 답하지 않는다. 그는 정치적 주장 이전에 사회를 지탱하는 정신적 기초, 인간다운 삶의 조건, 합리적 공론의 가능성,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살핀다. 시대의 흐름 속에 서 있다는 것은 유행하는 담론에 편승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시대를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서도 그 현실에 책임 있게 참여한다는 뜻이다.

책은 크게 정치와 실용주의, 이념과 현실, 큰 정치와 작은 삶, 공동체의 정신적 기초, 민족과 다원성, 자연과 심성, 차이와 합의, 삶의 터전, 학문과 통일 등의 문제를 다룬다. 이후 김우창 전집에 수록된 목차를 보면 이 글들은 ‘시대의 흐름에 서서’와 ‘성찰’이라는 두 축 아래 재구성되었다. 이는 현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작업과 그 움직임의 의미를 반성하는 작업이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김우창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정치와 사회를 하나의 이념으로 단순화하는 태도이다. 현실은 언제나 이념보다 복잡하다. 진보와 보수, 민족과 세계,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 가운데 하나만을 절대화하면 구체적인 인간의 삶이 희생된다. 그렇다고 이념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념은 현실을 판단하는 방향과 기준을 제공하지만, 현실을 억압하는 독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현실 사이를 끊임없이 조정하는 이성적 판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우창은 실용주의도 양면적으로 평가한다. 실용주의는 관념적 명분보다 실제 결과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목적과 가치에 대한 성찰 없이 효율과 성과만을 추구하면 실용주의는 기회주의로 타락한다. 무엇이 유용한지를 묻기 전에 누구에게 유용한지, 어떤 삶을 위해 유용한지를 물어야 한다. 시장의 효율성이나 국가 경쟁력이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김우창의 정치론에서 중요한 개념은 ‘큰 정치’와 ‘작은 삶’의 관계이다. 국가는 안보, 경제성장, 통일, 국제경쟁과 같은 큰 목표를 제시한다. 그러나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조건을 보호하는 데 있다. 거대한 국가적 대의가 개인의 작은 행복과 안전, 노동의 존엄, 주거와 교육, 자연환경을 파괴한다면 그 대의는 정당성을 잃는다.

여기서 ‘작은 것’은 사소하거나 비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일상, 한 지역의 풍경, 가족과 이웃의 관계, 일터에서 느끼는 존엄이야말로 정치가 지켜야 할 구체적인 현실이다. 김우창은 거창한 이념보다 작은 삶의 질을 중시하지만, 개인주의적 행복만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좋은 삶은 공정한 제도와 사회적 연대, 안정된 공동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공동체에는 법과 제도만이 아니라 정신적 기초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선거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방을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사실과 논리를 존중하며, 자신의 욕망을 일정하게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신뢰, 공공성,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약해지면 민주주의는 이해집단들의 투쟁으로 변한다.

김우창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진영 대립을 차이 그 자체보다 차이를 다루는 문화의 문제로 본다.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폭력이나 적대가 아닌 토론과 타협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합의는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갖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받아들일 수 있는 공통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김우창은 말과 글의 책임을 강조한다. 정치적 언어가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낙인찍고 동원하는 수단이 되면 공론장은 붕괴한다. 언론과 지식인 역시 단순히 어느 진영의 주장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러 관점을 비교하며, 사건을 장기적인 역사와 문명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김우창 자신이 복잡하고 신중한 문장을 사용하는 것도 현실을 구호로 단순화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관련된다.

민족과 통일 문제에서도 그는 관념적인 민족주의를 경계한다. 한민족이라는 역사적 연속성과 통일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현대사회가 이미 다양한 계층·지역·세대·문화로 이루어져 있음을 강조한다. 민족적 동일성을 절대화하면 내부의 차이가 억압될 수 있다. 통일 역시 감정적 열망이나 국가적 팽창이 아니라 남북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평화를 지속시키는 이성적 정치 과정이어야 한다.

김우창은 학문과 교육의 현실도 비판한다. 대학이 취업과 경쟁력, 평가와 성과의 논리에 지배될수록 학문은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능력을 잃는다. 학문의 목적은 즉각적인 효용만을 생산하는 데 있지 않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와 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학문의 본래 기능이다.

그가 말하는 ‘스스로를 위한 학문’은 사회와 무관한 상아탑적 학문이 아니다. 외부의 권력이나 시장이 요구하는 답을 되풀이하지 않고, 학문 자체의 진실성과 내적 기준에 따라 질문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자율성이 있어야 학문은 오히려 사회에 더 깊이 기여할 수 있다.

자연과 풍경에 관한 글들은 이 책에서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김우창에게 자연은 개발과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마음을 형성하는 삶의 터전이다. 산, 강, 나무, 마을의 풍경이 파괴되는 것은 단지 환경 자원의 손실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 기억과 정체성, 심미적 감수성의 파괴이기도 하다.

그는 경제개발이 인간의 생활을 개선한 성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장이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면 사람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면서도 자신이 살아갈 장소와 시간을 잃는다. 좋은 사회는 경제적 부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고 싶고, 걸을 수 있고, 서로 만날 수 있는 삶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자연환경과 도시계획은 경제정책의 부수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핵심 조건이다.

김우창의 사유를 관통하는 개념은 ‘이성’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이성은 차갑고 계산적인 합리성이 아니다. 사실을 정확히 보고, 여러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하며, 자신의 욕망과 편견을 반성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이성은 감성과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고통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있어야 판단도 올바르게 이루어진다.

이 점에서 김우창의 이성은 ‘심미적 이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능력은 세계의 부분들을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정치적 판단도 단일한 목표를 극대화하는 계산이 아니라 인간, 사회, 자연의 여러 요구를 조화시키는 작업이어야 한다. 문학과 예술은 이러한 총체적 감각을 훈련한다.

<성찰>의 가장 큰 장점은 당장의 정치적 대립을 넘어 사회의 근본 문제를 사유한다는 데 있다. 김우창은 사건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서로 충돌하는 가치와 조건을 함께 검토한다. 그의 글은 독자에게 정답을 제공하기보다 판단의 수준을 높이도록 요구한다. 무엇을 주장하는가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반면 이러한 신중함은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는 급진적인 비판이나 분명한 정치적 선택보다 균형과 조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권력관계가 극도로 불평등한 상황에서 ‘합의’와 ‘절제’를 말하면 강자의 지배를 충분히 문제 삼지 못할 수 있다. 노동, 계급, 젠더, 식민주의와 같은 구조적 문제도 그의 글에서는 추상적인 공동체론이나 문화론으로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성적 정치 문화’의 필요성은 타당하지만, 비이성적인 정치가 단지 시민의 태도나 문화적 미성숙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언론 소유구조, 자본의 집중, 국가기관의 권력, 불평등한 교육과 정보 접근처럼 공론장을 왜곡하는 물질적 조건이 존재한다. 성찰과 교양만으로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김우창의 사유가 중요한 것은 현실정치의 언어가 지나치게 빠르고 공격적으로 변한 시대에 느림과 숙고의 가치를 일깨우기 때문이다. 그는 진보냐 보수냐를 묻기 전에 그 주장이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지, 구체적 현실을 정확히 보고 있는지, 다른 존재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2011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이후 한국 사회에서 더욱 심해진 정치적 양극화, 성과주의, 부동산 개발, 생태위기, 대학의 시장화, 온라인 공론장의 붕괴를 미리 성찰한 듯한 인상을 준다. 다만 김우창의 성찰을 오늘에 적용하려면 그의 균형론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누가 말할 권력과 자원을 갖는가라는 질문을 보충해야 한다.

결국 <성찰>은 좋은 사회가 거대한 구호나 단일한 이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좋은 사회는 사실을 존중하는 이성, 타인의 삶을 헤아리는 감수성, 자연과 장소를 돌보는 태도,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통의 세계를 만들려는 노력에서 생겨난다.

김우창에게 성찰은 현실에서 물러나는 명상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 한가운데 서서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실천이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판단하는 최종 척도는 국가의 영광이나 경제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구체적인 인간과 자연의 삶이 얼마나 온전하게 보존되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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