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1

홀로 그리고 함께 김조년 2021

홀로 그리고 함께 | 맑고 낮은 목소리 1 | 김조년 | 알라딘


홀로 그리고 함께 | 맑고 낮은 목소리 1
김조년 (지은이)천년의시작2021


















책소개
김조년 산문집. 저자가 그간 《금강일보》에 게재했던 글의 일부를 하나로 묶은 산문집이다. 이번 산문집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이에 따른 문제를 성찰하는 동시에 시대의 요구에 응하는 혁명적 글쓰기를 선보인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무력 사용도 체제 전복도 어떤 희생과 영예로운 권위를 얻는 것도 없는,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혁명을 꿈꿨다"라고 말한다. "맑고 낮은 목소리로 물결 하나 일렁이게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번 산문집은 올곧은 정신에 입각한 인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에 저항하며,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통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대안적 혁명론을 제시한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부터 우리 사회를 혼란과 공포로 빠트렸던 역사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인종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의 글쓰기를 보여 준다. 요컨대 저항 의식으로부터 출발한 저자의 사회비판적 몸짓은 궁극적으로 용서와 화해, 평화의 길로 나아간다.


목차


머리말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일이 무엇일까?

12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일이 무엇일까?
16  이건 또 뭐야!?
20  꿈을 꾸고 실현할 자유와 권리를
24  고요한 시간을 삶 속으로
28  도시가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32  물이 흘러 통하게 하라
36  염치와 정치와 망치
40  은빛도서관: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
44  천박한 ‘안다박수’와 ‘벌떡이’
49  ‘몰염치’와 ‘먹통’
54  신뢰 프로세스
59  다문화 교류 협동조합은 가능할까?
63  다시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
67  ‘아직 멀었어요’
71  좋은 책을 읽자고? 왜?
75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79  낭독의 인문학
83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사회를 위하여
87  세월호 침몰 사건 이듬해에
91  정신문화의 숨구멍을 찾아서
95  화평한 맘 하나 먹고 사는 것
99  되새김질하는 책 읽기
103  주인과 노예, 달라진 세계
108  기본소득제를 다시 생각한다
113  겸손한 사회와 사람들
118  ‘죽어야 산다’
122  작음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자
126  진짜 새해!?
130  예禮와 권權, 체體와 용用 사이에서
135  홀로 그리고 함께
140  정신과 사상(활동)을 가둘 수 있을까?
145  긴 문화 진화 과정으로 본 적폐 청산 그리고 혁명
150  참의 문화, 참의 사회
155  ‘밤숨’[夜氣]; 깨끗한 맘을 찾아

맑고 낮은 목소리

162  맑고 낮은 목소리
166  핵으로부터 벗어나는 길
170  다시, 핵 없는 세상을 꿈꾸며
174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178  “먼저 의를 구하라”
182  이 시대에 사회적 의를 구한다면
186  친구와 쓰레기
190  세 가지 불행
194  가만있지 말고 꿈틀거려라
198  쉼과 일과 삶
202  인생은 왜 왔다가 어떻게 가는가?
207  삶이란 무엇일까?

211  들을 귀 있는 자와 할 말 있는 자
215  원수를 사랑하라고!?
219  모든 폭력은 가라
224  “생각하는 씨이라야 산다”
228  늙은 느티나무는 언제까지 새잎을 피울까?
232  온갖 찬사 속에 들어있는 진실을
236  스승을 찾아서
240  위험스러운 절망과 극복의 가능성 사이에서
245  사드라는 이물질에 대하여
249  나를 찾기 위한 뫔부림 속에서
253  새날을 밝히기 위하여
258  “어느 사건이나 그 속에는 명령사가 들어있다”
263  사드와 독립과 평화
268  우리 땅에 평화로운 세상은 올 것인가?
273  안녕하십니까? 안녕!
278  평화만들기와 AVP 훈련
283  바람 2018
287  다시 평화를 생각하며
292  복잡한 문제를 풀 때는
297  긴 여행에서
302  용서와 화해
307  시대를 넘을 한 삶을 기다리면서
312  양심과 내면의 소리를 따라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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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조년 (지은이)

충북 영동 학산 초·중·고등학교를 나와 한남대학교를 거쳐 독일 G?ttingen 대학에서 사회학, 교육학, 정치학을 공부한 뒤 한남대학교에서 가르쳤다. 삶을 변혁시키는 평화훈련(AVP)에 참여. 함석헌 기념사업회 이사장, 『씨알의 소리』 편집주간 역임, 2021년 현재 『표주박통신』 주필.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최근작 : <홀로 그리고 함께>,<발바닥으로 인권을 만나는 평화로운 화요일>,<대한민국 청소년에게> … 총 10종 (모두보기)

김조년(지은이)의 말

이 글 속에서 나는 내 혁명론을 펼치고 싶었다. 나와 사회와 역사가 혁명을 경험하기를 바랐다. 무력 사용도 체제 전복도 어떤 희생과 영예로운 권위를 얻는 것도 없는,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혁명을 꿈꿨다. 그러나 이 글 속에는 굉장한 혁명 이론도, 그 전략도, 그 성공 사례도 심지어는 혁명이란 말도 거의 없다. 그런 글 속에서 나는 혁명을 기대했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댓돌에 구멍을 내듯이, 바닷가에서 주워 올린 작은 조약돌이 깎이고 쓸리어 매끄러운 그 모습이 된 것같이 아닌 듯 긴 혁명을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아닌 듯 긴, 긴 듯 아닌 밍밍한 혁명의 길을 닦고 싶었다. 맑고 낮은 목소리로 물결 하나 일렁이게 하고 싶었다.
작은 신문의 칼럼으로 썼던 것 중에서 일부를 골라서 책으로 낸다. 여러 해 동안 그런 놀이 마당을 제공해 준 《금강일보》, 이 글들을 읽고 글이 되게 고치고, 갈래를 타 골라준 엄경희 님과 김혜경 님, 그리고 천년의시작 대표 이재무 님과 편집 책임자 박은정 님에게 특별히 감사한다.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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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김조년 산문집 『홀로 그리고 함께』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충북 영동 학산에서 초 · 중 · 고등학교를 나와 한남대학교를 거쳐 독일 Göttingen 대학에서 사회학, 교육학, 정치학을 공부했다. 삶을 변혁시키는 평화훈련(AVP)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함석헌 기념사업회 이사장, 『씨ᄋᆞᆯ의 소리』 편집주간을 역임하였고 현재 『표주박통신』 주필, 한남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홀로 그리고 함께』는 저자가 그간 《금강일보》에 게재했던 글의 일부를 하나로 묶은 산문집이다. 이번 산문집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이에 따른 문제를 성찰하는 동시에 시대의 요구에 응하는 혁명적 글쓰기를 선보인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무력 사용도 체제 전복도 어떤 희생과 영예로운 권위를 얻는 것도 없는,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혁명을 꿈꿨다”라고 말한다. “맑고 낮은 목소리로 물결 하나 일렁이게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번 산문집은 올곧은 정신에 입각한 인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에 저항하며,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통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대안적 혁명론을 제시한다. 일상의 사소한 문제부터 우리 사회를 혼란과 공포로 빠트렸던 역사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인종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의 글쓰기를 보여 준다. 요컨대 저항 의식으로부터 출발한 저자의 사회비판적 몸짓은 궁극적으로 용서와 화해, 평화의 길로 나아간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댓돌에 구멍을 내”듯이, 『홀로 그리고 함께』는 불신不信과 불통不通으로 얼어붙은 우리 사회를 녹여 줄 한 줄기 햇빛이 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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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그리고 함께> 요약 및 평론

1. 요약: 독립과 연대의 유기적 조화

김조년의 <홀로 그리고 함께>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개체화의 고립과 과잉 집단주의의 폭력성을 동시에 극복하려는 사회철학적·삶의 실천적 성찰을 담은 글이다. 저자는 '홀로' 서는 개인의 주체성과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적 연대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완성하는 필수불가결한 양 날개임을 강조한다.

홀로: 주체성과 자율성의 확립

책의 전반부는 '홀로' 서는 삶의 가치를 조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홀로'는 타인과의 단절이나 타자 배척을 의미하는 고립이 아니다. 이는 집단적 광기와 타성,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주체성을 확립하는 <성숙한 고독>이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고, SNS와 집단적 동조 압력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저자는 개인이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할 때, 그 개인이 속한 집단 역시 손쉽게 이기주의나 패거리 문화로 탈바꿈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참된 관계를 맺기 위한 전제 조건은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자율성과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함께: 타자성과 연대의 확장

후반부는 '홀로' 선 개인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모색이다. 저자는 '함께'를 단순한 물리적 집합이나 동일성의 강요로 보지 않는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주체들이 타자성을 인정하며 느슨하면서도 견고하게 연결되는 <공존의 윤리>를 제시한다. 참된 연대는 개별성을 말살하는 집단화가 아니라, 각자의 고유함을 존중하면서 공통의 선과 정의, 그리고 삶의 온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통합: 홀로 서서 함께 가는 삶

결국 이 책이 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홀로'와 '함께'의 역동적 균형이다. 홀로 서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타인을 지배하려 들고, 함께할 줄 모르는 사람은 고립된 이기주의에 빠진다. 저자는 홀로 서는 고독의 시간을 통해 내면을 채우고, 그 채워진 내면을 바탕으로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에 기여하는 삶의 선순환 구조를 제안한다.

2. 평론: 고독과 연대의 비대칭성을 넘어서는 실천적 담론

김조년의 <홀로 그리고 함께>는 파편화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매우 유의미한 삶의 지표를 제공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경쟁 사회에서 고립된 개인들이 늘어나고, 한편으로는 진영 논리와 집단 이기주의가 극단화되는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의 통찰은 실천적 가치가 크다.

철학적 깊이와 문학적 감수성의 결합

저자는 다소 거창하거나 관념적일 수 있는 사회철학적 주제를 매우 평이하면서도 울림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 고독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자기 대화의 장으로 재해석한 점, 그리고 연대를 의무나 희생이 아닌 자아 확장의 기회로 바라본 점은 독자에게 강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생각하지 않는 죄>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같은 고전적 화두들이 저자의 절제된 문장 속에 녹아들어 있어,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을 진단하는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균형 모색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성급한 통합을 경계한다는 점이다. 많은 공동체주의 담론이 개인의 희생을 은연중에 요구하거나, 반대로 극단적 개인주의가 타자에 대한 무관심으로 귀결되는 과오를 범한다. 저자는 이러한 양극단의 함정을 경계하며, 개인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무를 잊지 않는 <연대적 개인주의>의 가능성을 타색한다. 이는 주체적 개인들이 이루어내는 자발적 협동 조합이나 시민 사회의 다양한 연대 활동을 설명하는 이론적 토대가 된다.

한계와 아쉬움: 구체적 구조 변혁의 부재

다만,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이 지나치게 개개인의 윤리적 성찰과 내면의 결단에 의존한다는 점은 일종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홀로' 서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단지 개개인의 정신적 의지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불안정한 노동 환경, 과도한 경쟁 구조, 양극화 등 사회 구조적 폭력이 개인을 끊임없이 생존 경쟁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나 제도적 대안 제시보다는 인문학적 성찰에 치중해 있다는 점에서, 실제 사회 변혁을 위한 구체적 동력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총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그리고 함께>는 속도와 효율에 쫓겨 자기 자신과 타인을 모두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깊은 정서적 정화와 지적 자극을 선사한다. 타인과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의 중심을 잡는 법, 그리고 그 홀로 뜸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법을 상기시키는 이 책은,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고 함께하지만 예속되지 않는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귀중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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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년의 <홀로 그리고 함께>(천년의시작, 2021)는 그가 <금강일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묶은 산문집이다. 그러나 단순한 칼럼 모음이라기보다는 한 사회학자가 오랜 세월 함석헌의 씨알사상과 퀘이커 신앙, 비폭력 평화운동을 자신의 생활과 사회 현실 속에서 소화한 뒤 내놓은 일종의 <생활철학서>에 가깝다. 저자는 괴팅겐대학에서 사회학·교육학·정치학을 공부하고 한남대학교에서 가르쳤으며,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씨알의 소리> 편집주간을 지냈고 AVP(삶을 변혁시키는 평화훈련) 운동에도 참여해 왔다.

책은 크게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일이 무엇일까>와 <맑고 낮은 목소리> 두 부분으로 구성되고, 70편 안팎의 짧은 글을 통해 정치, 사회, 핵무기, 사드, 세월호, 기본소득, 다문화, 독서, 노년, 죽음, 평화, 용서, 종교, 양심 등을 다룬다.

1. 책의 중심 질문―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는 결국 하나다.

<폭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간과 사회를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

김조년은 머리말에서 이 글들을 통해 자신의 “혁명론”을 펼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혁명은 무장혁명이나 정권교체가 아니다.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권력자가 등장하는 혁명도 아니다. 그는 희생자를 만들어내지 않고 영웅이나 지도자가 권위를 독점하지도 않는,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혁명”을 꿈꾼다.

여기에서 김조년의 독특함이 나타난다. 그는 사회학자이므로 구조를 보지만, 구조만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제도를 개혁하고 경제구조를 바꾸어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지배욕, 탐욕, 증오, 두려움이 남아 있다면 새로운 폭력이 다시 만들어진다고 본다.

따라서 혁명은 동시에 <내면의 혁명>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마음만 닦자는 종교적 개인주의로 물러서지도 않는다. 핵무기, 사드, 빈곤, 사회적 불평등, 세월호 같은 구체적인 정치·사회 문제를 계속 언급한다. 그래서 김조년에게 내면과 사회는 분리되지 않는다.

<나를 바꾸는 일과 세상을 바꾸는 일은 같은 운동의 두 면>인 셈이다.

2. <홀로 그리고 함께>라는 제목

책 전체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제목이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홀로> 살아야 한다. 자기 양심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고, 자기 죽음을 대신 죽어줄 사람도 없으며, 진리를 발견하는 일 역시 궁극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인간은 동시에 <함께> 존재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다른 사람과 사회를 떠나서는 인간다운 삶을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김조년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양쪽을 모두 경계한다.

집단주의에서는 사람이 조직·국가·정당·종교의 부품이 된다. 반대로 극단적 개인주의에서는 공동체와 책임이 사라진다.

그가 찾는 것은 <홀로 설 수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함께 사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함석헌의 씨알사상과 매우 가깝다. 씨알은 국가나 조직에 종속된 군중이 아니다. 생각하고 판단하며 스스로 서 있는 개인이다. 책에 “생각하는 씨이라야 산다”라는 제목의 글이 들어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3. 정치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

김조년의 사회비판은 상당히 정치적이지만 정파적 정치비평과는 다르다.

그가 반복해서 지적하는 것은 <몰염치>, <먹통>, 불신, 권력욕, 폭력적 언어 같은 것이다.

정치는 제도 이전에 인간관계의 문제이며, 민주주의 역시 선거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염치”와 “겸손” 같은 오래된 윤리적 단어를 정치의 핵심에 다시 가져온다.

민주주의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대방을 완전히 제거해야 할 적으로 만들지 않고, 자신 역시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요즘 정치 언어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현대 정치에서는 <우리가 옳고 저들이 틀렸다>는 확신이 정치적 에너지를 만든다. 김조년은 오히려 그런 확신 자체가 새로운 폭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계한다.

4. 비폭력은 전략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일관된 주제는 평화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모든 폭력은 가라”, “사드와 독립과 평화”, “다시 평화를 생각하며”, “평화만들기와 AVP 훈련”, “용서와 화해” 같은 글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김조년에게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평화는 인간관계의 방식이다.

상대를 강제하거나 굴복시키려는 마음에서부터 폭력은 시작된다. 그래서 가정, 학교, 직장, 정치, 국제관계 모두 같은 문제를 품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참여한 AVP 역시 이런 생각을 실천적으로 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AVP는 1975년 뉴욕의 교도소 수감자들이 퀘이커들에게 비폭력 갈등해결 프로그램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데서 시작되었다.

김조년의 평화론이 단순한 반전운동이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쟁을 반대하면서 일상에서 사람을 폭력적으로 대한다면 진정한 평화주의자가 아니다.>

라는 논리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5. 함석헌에서 김조년으로

김조년을 이해하려면 함석헌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냈고 <씨알의 소리> 편집에도 깊이 관여했으며, 함석헌의 평화주의를 여러 차례 강의해 왔다.

하지만 김조년은 함석헌을 해설하는 연구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함석헌이 던진 물음을 21세기 한국의 일상으로 옮기려 한다.

함석헌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고 했다면 김조년은 그것을

<우리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는 씨알로 살아갈 것인가>

라는 생활 문제로 바꾼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거대한 철학체계보다 책 읽기, 도서관, 도시, 쓰레기, 친구, 쉼, 늙은 나무 같은 작은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거대한 사상이 작은 일상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6. 퀘이커적 책읽기

이 책은 특히 퀘이커라는 관점에서 읽으면 매우 흥미롭다.

김조년은 실제로 퀘이커 모임에 참여해 왔으며, 2021년에는 <퀘이커 신비주의와 생활종교>를 주제로 강연했고 이후에도 자신을 퀘이커로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책에서 반복되는

  • 고요함,
  • 내면의 소리,
  • 양심,
  • 낮은 목소리,
  • 평등,
  • 비폭력,
  • 평화,
  • 직접적인 실천

은 전형적인 퀘이커 영성과 매우 가까운 어휘다.

특히 마지막 글 제목이 <양심과 내면의 소리를 따라 산다면>이라는 것은 책 전체의 종교적 핵심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는 교리나 교회제도보다 <삶 속에서 진리가 드러나야 한다>는 생활종교의 태도가 있다.

그래서 김조년의 글에서는 사회학, 기독교, 함석헌, 퀘이커가 서로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하나의 생활철학으로 섞인다.

7. 이 책의 장점

가장 큰 장점은 <사상과 생활의 거리를 좁힌다>는 데 있다.

평화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보다 화난 사람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묻는다.

민주주의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내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묻는다.

종교 역시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두 번째 장점은 급진성과 온건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조년은 “혁명”을 말하지만 목소리는 과격하지 않다. 책의 두 번째 부분 제목처럼 <맑고 낮은 목소리>다.

그것은 약한 목소리가 아니다.

물방울이 오랫동안 떨어져 돌에 구멍을 내듯 사람과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출판사 역시 이 이미지를 책의 특징으로 강조한다.

8. 그러나 한계도 있다

바로 이 점이 동시에 책의 약점이기도 하다.

사회구조의 문제를 지나치게 인간의 양심과 내면 문제로 환원할 위험이 있다.

가령 빈곤, 계급불평등, 전쟁, 국가폭력은 개인들이 조금 더 겸손하고 평화로워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법과 제도, 권력관계,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조직적 정치행동도 필요하다.

또 김조년의 글은 신문 칼럼을 묶은 산문집이기 때문에 하나의 체계적인 사회철학을 전개하지 않는다.

기본소득, 핵무기, 사드, 다문화, 세월호, 독서, 종교가 폭넓게 등장하지만 각각의 문제가 깊게 분석되기보다는 저자의 도덕적·영적 관점에서 연결된다.

따라서 사회과학적 분석서라기보다 <한 사상가의 생활적 성찰집>으로 읽는 편이 적절하다.

종합평론

<홀로 그리고 함께>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김조년이 함석헌 이후의 문제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함석헌의 씨알사상은 거대했다. 역사, 종교, 민족, 민주주의, 세계평화에 대한 하나의 사상세계였다.

김조년은 그것을 새로운 거대이론으로 발전시키기보다 <살아보는 것>을 택한다.

<생각하는 씨알은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의 답은 의외로 소박하다.

  • 혼자 생각할 것.
  • 내면의 소리를 들을 것.
  • 권력과 군중에 휩쓸리지 않을 것.
  • 그러면서 타인과 함께 살 것.
  • 폭력으로 상대를 굴복시키지 않을 것.
  • 작은 행동을 계속할 것.
  • 평화를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생활방식으로 만들 것.

그래서 이 책의 <홀로>는 고립이 아니고 <함께>는 집단주의가 아니다.

<자유로운 개인과 평화로운 공동체가 동시에 가능해야 한다>는 선언에 가깝다.

제가 보기에는 김조년의 위치를 <함석헌 → 김조년>이라는 단순한 계승관계로 보기보다, <함석헌의 씨알사상 + 퀘이커의 내면의 빛과 비폭력 + 사회학적 시민사회 의식>이 만나는 지점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런 의미에서 <홀로 그리고 함께>는 거창한 철학책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퀘이커적 생활철학이 어떤 언어와 모습으로 토착화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꽤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함께 살펴본 <함석헌–퀘이커–동학–원불교>의 흐름에 김조년을 넣는다면, 김조년은 새로운 사상을 창시한 사람이라기보다 <함석헌의 씨알과 퀘이커의 평화주의를 21세기 한국 시민사회의 일상윤리로 번역한 사람>이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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