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사상 역시 이 비교의 맥락에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원불교는 동학의 문제의식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자생 종교이자, 함석헌 사상이 지향했던 생활 속의 영성과 비폭력·평화의 가치를 제도화된 사상 체계로 완성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원불교 사상을 함석헌 사상 및 동학 사상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삼각 구도가 형성된다.
1. 인간관: <시천주>와 <씨알>, 그리고 <일원상과 물질개벽>
동학 (시천주/인내천): 인간의 내면에 하늘(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므로 사람이 곧 하늘이다.
함석헌 (씨알): 민중(씨알) 개개인은 하느님의 생명 씨앗을 품은 거룩한 주체이다.
원불교 (일원상과 처처불상): 우주의 궁극적 진리인 <일원상(一圓相)>이 곧 만물의 본성이므로,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 곳곳이 부처님이니 일마다 불공을 드리라)>을 강조한다.
동학과 함석헌이 민중 개개인의 영적 존엄성을 선언했다면, 원불교는 이를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사람과 만물이 곧 부처>라는 구체적인 실천 철학으로 다듬었다.
2. 시대 인식과 역사관: <후천개벽>의 계승과 실천
동학: "선천이 끝나고 후천개벽이 열린다"는 종말론적·혁명적 서사로 민중을 일깨웠다.
함석헌: "수난의 역사"를 통해 한국 민중이 영적으로 연단되고 자각해야 함을 강조했다.
원불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 표어를 내걸었다. 동학의 후천개벽 사상을 서구 근대화와 물질문명의 폭주에 대응하는 <정신문명의 개벽>으로 현대화한 것이다.
3. 실천론: <농민 운동>과 <비폭력 평화>, 그리고 <이철반도(理鐵半道)>
동학: 보국안민을 기치로 한 동학농민혁명이라는 무력·사회적 항쟁으로 나타났다.
함석헌: 씨알의 영적 자각을 통한 철저한 비폭력 평화주의와 민주화 운동을 펼쳤다.
원불교: <영육쌍전(靈肉雙全)>과 <이사쌍전(理事雙全)>을 내세워 spiritual한 개혁과 현실적 삶의 개혁을 동시에 추진했다. 초기 갯벌을 막아 간척 사업을 벌인 얹은막(저축조합) 운동처럼, 관념적 구원에 머물지 않고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실천>을 영성 수행과 결합했다.
세 사상의 비교 요약
| 구분 | 동학 사상 | 함석헌 사상 | 원불교 사상 |
| 시대적 위치 | 조선 말기 (19세기 중엽) | 일제강점기~현대 (20세기) | 일제강점기 초 (1916년 창시) |
| 핵심 인간관 | 인내천, 시천주 | 씨알 (하늘 씨앗을 품은 민중) | 일원상, 처처불상 (만물이 부처) |
| 시대 표어/개념 | 후천개벽, 보국안민 | 수난의 역사, 씨알 자각 |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
| 실천 방법 | 민중 항쟁, 사회 개혁 | 비폭력 평화주의, 인권 운동 | 영육쌍전, 생활 불교, 사회 복지·교육 |
| 사상적 계보 | 유·불·선 융합 자생 종교 | 개신교(퀘이커)+동양 사상 | 새 시대의 생활 불교 (한국 자생) |
결론적으로, 동학이 근대 한국 민중 사상의 <씨앗>을 뿌렸고, 함석헌 사상이 이를 현대적 평화주의와 민중 철학으로 <재해석>했다면, 원불교는 그 문제의식을 받아들여 생활 속에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와 실천 시스템>으로 정립한 사상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