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8

유상용 | 무소유사회(실현지)로 들어가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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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사회(실현지)로 들어가는 입구>

특강이 대문이면 연찬학교는 현관문이다. 좁은 문이다. 14박15일간의 연찬학교는 특강을 통해 보여 온 세계를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다. 여러 ‘테마’에 대해 머리를 써서 연찬하는 것과 동시에, 일하고 생활하면서 ‘예, 하고 듣고 마음껏(おもいきり)=(생각을 끊고思い切り)합니다’ ‘예, 하고 무엇이든지 해봅니다’ 등의 실천 테마를 갖고 실행하고 연찬한다.
아! 이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생활 화두, 무시선 무처선의 좋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보통, 일반 참가자가 많이 경험하는 연찬학교는 사회기관으로서의 ‘연찬학교(야마기시즘 4대 기관 중의 하나)’ 의 여러 프로그램 중 ‘예과 공인완성과’이고 본과, 전과의 과정이 더 있다. 그밖에 무기(한) 연찬, 후리다시료(되돌아보는) 등의 장치가 있고, 실현지의 일상생활에서도 매일, 매주 각종 연찬회의 기회가 있다. 그야말로 ‘24시간 연찬생활’인데, “이러다가 일시에 모두가 깨달아 버리는 것 아냐?”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샐 틈 없이 짜여 있었다.
김지하식으로는 ‘인간의 사회적 성화’라고 할까? ‘개벽의 사회화’라고 할까?
연찬학교는 ‘무아집체득과정’이라고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소유사회(실현지)로 들어가는 입구는 무아(無我)다. 야마기시씨는 자아(自我) 등 어떠한 장벽도 없는 것이 ‘사랑(愛)’이고 ‘참(眞)’이라고 했다. 대애(大愛), 절대애(絶對愛), 무변애(無邊愛)라고도 했다.
이 훈련(?)의 과정이 없이는 실현지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상시훈련, 정기훈련이 사회적으로 짜여 있는 것이다.
무아집체득과정 외에도 애정연찬, 무감무식계연찬 등의 과목이 더 있다. 愛는 절대애, 애정은 인간애. 무감무식은 감각과 생각 너머에 대한 연찬으로 짐작한다.
새벽에 일어나, 양계장을 걷다 어린 병아리들의 짹짹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참하고 착하고 아름답구나!”하고 느낀다. 진선미의 소리다.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 출발 연찬회에 모여 ‘어제 누군가에게 기분이 나빴다’는 ‘나’를 모두에게 내어놓고 ‘모두’의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가벼워져 하루를 시작한다. 야마기시씨가 ‘이상사회의 축도’라고 했던 야마기시식 양계장에서 닭에게 사료를 주면, ‘한 마리의 닭도 불행한 닭이 없게', 모두가 적절한 양의 모이와 맑은 물과 햇빛을 쬘 수 있게 마음 쓴다. 행복한 닭이 낳은 좋은 알이, 먹는 사람을 만족하게 하고, 나에게로 돌아온다. 자기로부터 나가 자기에게 돌아온다. 상생으로 순환하는 세계의 모습(일체순환경제)다.
일을 마치고 일과 생활을 나누어주는 갱의실에서 가볍게 샤워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러 애화관(愛和館)에 들어서면 모두 한 가족의 쾌적하고 애정이 담긴 식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 창고와 로비에는 언제든지 마시고 먹을 수 있는, 돈이 필요 없는, 누구의 것도 아닌, 누가 써도 좋은 물건들이 문이 열린 채 준비되어 있다. ‘내’ 손 안에 가지지 않고, 어떻게 그 가치를 살릴까에 마음 쓰게 된다. 서로를 서로 살리는 세계. ‘나’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야 보이는 광대무변의 진실의 세계. 야마기시가 고안-실행한, 많은 사회제도, 기구, 구현방식의 근저에는 무아집-일체(무아와 연기)의 자각이 있다. 세상에 많은 깨달은 분들이 있다는 데, 어째서 세계에는 그 깨달은 본질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걸까?
하나는 ‘본질을 현상의 사회에 실현할 수 있다, 실현한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또 하나는 부분적, 미온적인 것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본질이 현상에 실현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다.
(아래사진은 야마기시회 조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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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단청
글로 풀어 놓으니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말보다 체험을 강조했나 봅니다.
실현지 바깥에서 생활해보니 실현지라는 성을 세워놓고 그 안에서 맴돈것 같습니다.
그래도 4년 생활한 갑어치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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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용
나단청 야마기시씨 글 자체가 어려워요. 공식적인 활동은 9년밖에 안하고 돌아가셨으니까, "죽기 전에 글로 남겨서 철해놓는다"는 심경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건 알아차리는 사람이 나타나서 완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63세, 너무 일찍 가셨지요. 실현지를 이어간 사람들은 어려웠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