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8

알라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평행우주 에디션)

알라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평행우주 에디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평행우주 에디션) 
매트 헤이그 (지은이),노진선 (옮긴이)인플루엔셜(주)2021-04-28
원제 : The Midnight Library





































Sales Point : 62,037

8.4 100자평(88)리뷰(109)
이 책 어때요?
전자책
12,500원

408쪽
책소개
"이 책들은 네가 살았을 수도 있는 모든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야." 더 이상 자신의 하찮고 지질한 삶을 견딜 수 없었던 주인공 노라 시드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 밤 11시 22분. 그가 눈을 뜬 곳은 삶과 죽음 사이의 미스터리한 공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시간은 자정에서 멈춰 있다. 도서관 사서 엘름 부인의 안내로 노라는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살았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삶을 살아보며, 가장 완벽한 삶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다.

2020년 8월 출간 이후 영국에서만 7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도 아마존, 《뉴욕타임스》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평단과 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SNS로도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작가의 팬들답게 #midnightlibrary로 독서 경험을 나누고 있는 전 세계 독자들과 함께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책속에서


P. 9 죽기로 결심하기 19년 전, 노라 시드는 베드퍼드에 있는 헤이즐딘 스쿨의 아늑하고 작은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노라는 낮은 테이블 앞에 앉아 체스판을 응시했다.
“얘, 노라, 미래가 걱정되는 건 당연해.” 도서관 사서인 엘름 부인이 햇빛을 받은 서리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첫수를 두었다. 흰 폰이 일렬로 반듯하게 늘어선 줄을 나이트가 훌쩍 뛰어넘었다. “물론 시험이 걱정될 거야. 하지만 넌 원하는 건 뭐든 될 수 있어, 노라. 그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봐. 얼마나 신나니.”
“네. 그러네요.”
“넌 앞날이 창창해.”
“창창하죠.”
“뭐든 할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어. 덜 춥고 덜 축축한 곳에서 말이야.”
― ‘비 오는 날의 대화’ 중에서 접기
P. 18 “정말 유감입니다.”
노라는 익숙한 슬픔을 느꼈다. 요새 복용하는 항우울제 덕분에 눈물이 나지 않을 뿐이었다.
“맙소사.”
노라는 숨을 죽인 채 밴크로프트 대로의 비에 젖고 금이 간 석판 위로 발을 내디뎠다. 연석 옆, 빗물에 번들거리는 아스팔트 도로에 가여운 연갈색 털북숭이 동물이 누워 있었다. 머리는 보도 옆에 살짝 닿았고, 보이지 않는 새를 쫓아 달려가는 중인 듯이 네 다리는 모두 뒤쪽으로 향했다.
“아, 볼츠. 안 돼. 맙소사.”
노라는 자신의 반려묘를 보며 동정과 절망을 느껴야 마땅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다른 감정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이라고는 전혀 없이, 미동도 하지 않는 볼테르의 평화로운 표정을 보고 있으니 어두운 마음 한구석에서 외면할 수 없는 감정이 우러나왔다.
질투였다.
― ‘문 앞의 남자’ 중에서 접기
P. 39~40 와인을 마시고 나니 또렷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번 삶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녀가 둔 모든 수는 실수였고, 모든 결정은 재앙이었으며, 매일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에서 한 걸음씩 멀어졌다.
수영 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그중 어느 것도 되지 못했다.
심지어 ‘고양이 주인’이라는 역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혹은 ‘일주일에 한 시간짜리 피아노 레슨 선생님’도. 혹은 ‘대화가 가능한 인간’도.
약이 효과가 없었다.
노라는 와인을 다 비웠다. 남김없이.
“보고 싶다.” 그녀는 마치 사랑했던 사람들의 영혼이 자신과 함께 있다는 듯이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러고는 오빠에게 전화했다. 조가 전화를 받지 않자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사랑해, 오빠.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어. 오빠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 이건 다 나 때문이야. 내 오빠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 잘 있어.”
다시 비가 내리자 노라는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에 떨어지는 빗 방울을 바라보았다.
이제 11시 22분이었다.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다. 노라는 내일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펜과 종이를 꺼냈다.
죽기에 딱 좋은 때였다.
― ‘반물질’ 중에서 접기
P. 49 “삶과 죽음 사이에는 도서관이 있단다.” 그녀가 말했다. “그 도서관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져 있어. 거기 꽂힌 책에는 네가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지. 네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볼 수 있는 기회인 거야…….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그러니까 제가 죽은 건가요?” 노라가 물었다.
엘름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잘 들으렴. 여긴 삶과 죽음의 중간 지대야.” 그러고는 통로를 따라 저쪽을 슬쩍 가리켰다. “죽음은 밖에 있단다.”
“그럼 전 거기로 가야겠네요. 전 죽고 싶거든요.” 노라는 걸음을 뗐다.
하지만 엘름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다고 죽을 수는 없어.”
“왜죠?”
― ‘자정의 도서관’ 중에서 접기
P. 53~54 “여기 있는 책들, 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전부 너의 다른 삶이야. 이 책만 제외하고. 이 도서관은 네 도서관이거든. 널 위해 존재하지. 사람의 삶에는 무수히 많은 결말이 있어. 이 서가에 있는 책들은 모두 네 삶이고, 같은 시간에 시작해. 바로 지금, 4월 28일 화요일 자정에. 하지만 이 자정의 가능성이 모두 똑같지는 않아. 비슷한 삶들도 있지만 아주 다르기도 해.”
“말도 안 돼요. 이것만 제외하고요? 이 책만?” 노라는 회색 책을 엘름 부인 쪽으로 내밀었다.
엘름 부인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래. 그 책만 제외야. 그건 네가 한 글자도 쓰지 않고서 쓴 책이지.”
“네?”
“네 모든 문제의 근원과 해답이 담겨 있는 책이란다.”
“이게 무슨 책인데요?”
“《후회의 책》이야.”
― ‘후회의 책’ 중에서 접기


추천글
아름다운 우화, 영화 〈멋진 인생〉의 현대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에 갇혀버린 지금, 우리 모두에게 시의적절하다!
- 조디 피코 (<쌍둥이별>, <명백한 진실>의 저자)

후회, 희망, 두 번째 기회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소설.
- 데이비드 니콜스 (<패트릭 멜로즈> 드라마 각본가)

매트 헤이그는 빛과 어둠을 가진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이 탁월한 이야기에 그의 모든 재능을 쏟아냈다.
- 닐 게이먼 (《북유럽 신화》의 저자)

몰입력 있으면서도 위안을 주는 책. 무한한 가능성, 새로운 길, 새로운 삶, 우리를 어떻게든 어디로든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판타지는 이 힘든 시기에 꼭 필요하다.
- 뉴욕 타임스

매트 헤이그는 가장 감동적인 방법으로 일상의 감출 수 없는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 더 가디언

따뜻함과 유머로 가득한 매혹적인 책 읽기, 삶을 변화시키는 책의 힘에 대한 생생한 찬사.
- 선데이 타임스

당신이 가진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독창적이며 영감을 주는 소설이다.
- 인디펜던트 (영국)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매트 헤이그는 또다시 마법적이고 영감을 주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 O, 오프라 매거진 편집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기발한 판타지.
- 커커스 리뷰

매력적이다. 매트 헤이그는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보답할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우리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정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매트 헤이그의 사색적이고 마음을 울리는 신작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후회와 우리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완벽한 삶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한다.
- 하퍼스 바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온화한 통찰력과 위안을 주는 지혜로 가득한 매력적인 책이다. 새로운 관점을 얻음으로써 후회를 떨쳐내게 하며, 예상치 못한 기화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참신함이 가득하다.
- 사이콜로지 투데이

후회, 고통, 그리고 평범한 삶의 풍요로움을 탐험하는 현대판 우화, 매혹적인 이야기이자 자기계발 숭배에 대한 해독제, 그리고 진정한 자기 수용을 위한 선언이다.
- iNews (UK)




저자 및 역자소개
매트 헤이그 (Matt Haig)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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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 기발한 상상력에 위트가 더해진 그의 작품은 아동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뉴욕타임스」 60주 연속 베스트셀러,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독일 슈피겔 38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전 세계적으로 3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20대 초반 정신적 위기를 맞은 그는 절벽 끝에 서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순간, 자신의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깨닫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이후 그 극복 과정을 담... 더보기

최근작 : <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평행우주 에디션)>,<위로의 책> … 총 130종 (모두보기)
SNS : http://twitter.com/matthaig1

노진선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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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소설 창작 과정을 공부했다. 잡지사 기자 생활을 거쳐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언어의 경계를 허무는 유려한 번역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제닌 커민스의 《아메리칸 더트》, 할런 코벤의 《사라진 밤》, 캐서린 아이작의 《유 미 에브리싱》, 조디 피코의 《작지만 위대한 일들》, 존 그린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 《레오파드》 《네메시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결혼해도 괜찮아》 외 다수의 작품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접기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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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우주를 듣는 소년>,<챗GPT 전쟁>,<익명 작가>등 총 130종
대표분야 : 심리학/정신분석학 1위 (브랜드 지수 612,620점), 트렌드/미래전망 일반 2위 (브랜드 지수 201,478점), 경제학/경제일반 6위 (브랜드 지수 292,091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밤 12시, 죽기 바로 전에만 열리는 마법의 도서관에서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드립니다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미국 아마존, 《뉴욕타임스》, 《선데이타임스》 장기 베스트셀러
★전 세계 42개국 번역 출간 계약!
★ 〈어바웃 타임〉 제작사 영화화 확정!

"이 책들은 네가 살았을 수도 있는 모든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야."
더 이상 자신의 하찮고 지질한 삶을 견딜 수 없었던 주인공 노라 시드가 죽기로 결심한 것은 밤 11시 22분. 그가 눈을 뜬 곳은 삶과 죽음 사이의 미스터리한 공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시간은 자정에서 멈춰 있다. 도서관 사서 엘름 부인의 안내로 노라는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살았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삶을 살아보며, 가장 완벽한 삶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다.
"강렬한 존재감과 위대한 재능을 가진 소설가"(《뉴욕타임스》)로 평가받는 작가 매트 헤이그가 신작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 한국의 독자들을 찾아왔다. 20대에 심한 우울증을 겪은 이후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에 기발한 상상력, 유머와 위트를 더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2020년 8월 출간 이후 영국에서만 7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도 아마존, 《뉴욕타임스》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평단과 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SNS로도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작가의 팬들답게 #midnightlibrary로 독서 경험을 나누고 있는 전 세계 독자들과 함께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23시 22분. 죽기에 딱 좋은 시간.
초록의 책들이 가득한 자정의 도서관에서
가장 완벽한 삶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2020 굿리즈 베스트 픽션 1위
★2020 굿모닝 아메리카 북클럽 선정 도서
★2020 BBC 비트윈더커버스 북클럽 선정 도서
★2020 라이브러리 리즈 선정도서

어머니의 죽음, 파혼, 해고, 반려 고양이 볼츠의 죽음… 더 이상 삶을 견딜 수 없던 주인공 노라는 자살을 결심한다. 눈을 뜬 곳은 초록색 책들로 가득한 자정의 도서관. 친절하고 다정한 사서의 안내로 서가의 책이 모두 노라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삶들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되고 노라는 《후회의 책》을 펼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 다른 선택을 했던 삶을 살아본다. 빙하학자, 뮤지션, 동네 펍 주인, 수영 선수가 되는 삶, 평범하지만 지루한 삶, 아이가 있는 삶 등등 가장 '완벽한 삶'을 찾을 때까지 수만 가지의 새로운 삶을 거친다. 그러나 노라는 자꾸만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되고, 무엇이 완벽한 삶인지 의문을 품는다.
20대에 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정신적 붕괴를 경험했던 작가 매트 헤이그는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왔고, 신작 장편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구한다.

"엄청난 재앙이나 다름없는 저로 살아가는 고통이 만약 제가 죽었을 때 다른 사람이 받게 될 고통보다 훨씬 커요. 사실 제가 죽으면 다들 안도할 거예요. 전 쓸모 없는 사람이에요."(94쪽)

죽음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노라의 외침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며 후회와 불행을 곱씹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게 되는 결과다. 작가는 무한한 수의 책들을 보관하는 도서관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잠재의식 속에 있는 후회의 목록을 문자화하고 그녀의 삶을 담은 수많은 책들을 펼쳐 읽어보는 것"으로 우울증의 경험을 묘사하고자 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 삶들 속에서 과연 노라는 완전히 만족하는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작가는 노라를 통해 사소한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다중 우주 속의 수많은 삶들을 모두 경험해보게 한 후, 우리에게 도리어 질문을 던진다. 후회를 되돌렸을 때, 그 결과가 당신이 간절히 원하던 그 삶이였느냐고. 그 삶에서도 역시 후회하고 있지 않느냐고.

"이것이 그녀가 살지 못해서 슬퍼했던 삶이었다. 살지 못해서 자책했던 삶이었다. 존재하지 못해서 후회했던 순간이었다."(87쪽)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미국 아마존 및 《뉴욕타임스》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선데이타임스》 28주 연속 베스트셀러(출간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고, 영미권 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전 세계 독자들이 웃음과 눈물, 감동을 함께하고 있다. 또한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 제작사에서 판권 계약을 완료하여, 매트 헤이그의 따뜻하면서도 삶의 의지를 고양시키는 이 소설이 어떻게 영상화가 될지 더욱 큰 기대를 갖게 된다.
삶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며 삶의 가치와 행복을 찾아가는 노라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는 지금 현재의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후회스럽지만 당시에는 최선을 다한 선택의 결과들이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지금 우리의 삶을. 그리고 작가는 어린 노라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었던, 엘름 부인의 말을 빌려 각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잘될 거야, 노라. 괜찮을 거야." 접기




| 6월 언박싱 | 책과 굿즈들~⚘❤
marie 2021-06-13조회수 (2,431)공감 (1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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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언박싱 | 책과 굿즈들~⚘❤
#언박싱 #실물영접
marie 조회수 2,431


유월이라 여섯권 산 건 아닌데 여섯권 언박싱!
#언박싱
ziooga2 조회수 1,580


| 책리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신간도서리뷰
marie 조회수 1,551


책은 5만원어치 사고 알라딘 굿즈 3만원어치 사버리기
#미드나잇라이브러리 #언박싱 #정유정 #가즈오이시구로 #베스트셀러 #밤에찾아오는구원자 #완전한행복 #천선란 #신간돗
몽라딘 조회수 731


5월의 마지막이자 첫 언박싱🎁💘
#언박싱 #시작하는북튜버를위해
Joy 조회수 416






평점
분포

8.4






미드나잇 도서관이 있다면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려주세요, 돈도 시간도 무쟈게 아깝습니다! 후회합니다! 도덕교과서도 아니고 읽는 내내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이렇게 엉망인 소설도 진짜 오랜만이다. 전세계 독자들은 대체 이 책의 무엇에 반한 걸까? 베스트셀러에 대한 불신만 한번 더 깊어졌다.
잠자냥 2021-07-22 공감 (103) 댓글 (44)










책을 잡고나서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누군가에겐 꼭 필요할 수도 있는 책. 나에게처럼
능력자 2021-05-12 공감 (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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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맷 헤이그는 영국 특유의 블랙유머를 짧은 글에 풀어내는 작가 겸 인플루엔서인데… 소설은 영 아니다. 한없이 가볍고, 에세이에서 드러나는 재치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 소설. 돈이 아깝다. 마케팅으로 대박친듯. ㅜㅜ
brilliant7 2021-06-12 공감 (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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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책. 힘든 순간이 오면 ‘그때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라며 후회를 많이 하는 나에게는 위로가 되는 책이었음.
영뀰 2021-05-10 공감 (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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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동안 선택의 갈림길에서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에대한 동경과 후회를 참으로 따뜻하게 풀어낸 책인것 같다.
뿌까가루맘 2021-06-28 공감 (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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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다른 우주











엘름 부인이 ‘하지만 널 무너뜨리는 건 대부분 룩이야’라고 말했을 때, 놀랐다. 체스판에서 내가 제일 즐겨 쓰는 말이 룩이기 때문인데, 룩과 비숍 두 개 기물의 움직임이 가능한 퀸보다 나는 룩이 훨씬 더 좋다. 전진, 후진, 왼쪽, 오른쪽. 직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룩은 세상을 이해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도 비슷하다. 전진과 후진, 왼쪽과 오른쪽. 하나의 우주, 일직선의 세계.






이 책은 이런 일직선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다른 선택으로 만들어진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노라 시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죽기로 결심한 노라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곳, 삶과 죽음 사이의 특별한 공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어린 시절 사서 선생님 엘름 부인을 만나게 된다. 더 이상 삶에 대한 아무런 미련도 기대도 없는 노라에게 이번 생은 후회로 뒤덮여 있다. 이렇게 했더라면. 저렇게 했더라면.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랬더라면 현재의 고통이 자신에게 닿지 않았을 거라 체념하고 후회하는 노라에게 엘름 부인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책들을 건네고, 노라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선택들로 이루어진 다른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지금의 나를 만들었던 선택들 중에 근원적인 요건들은 선택 밖의 것들이다. 부모, 국적, 인종, 그리고 성별. 나는 이것들 중 어느 것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것들은 지금 나의 세계를 이루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했던 선택이 있다. 대학과 직장, 배우자와 거주지. 이런 선택으로 지금의 내 세계가 만들어졌고, 그런 선택의 합이 지금의 나다.



그 대학 어떤 거 같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대학에 가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새로운 생활이 두렵기도 하고, 기숙사 생활도 걱정되었지만, 스무 살 새롭게 시작하기에 괜찮은 곳이라 생각했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 교회 선배에게 물어보았다. 그 대학 어때? 괜찮지, 거기 괜찮지 뭐. 그래도 나는 니가 안 갔음 좋겠다. 만약 내가 그 대학에 갔다면 내 삶은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한 달 다니고 그만두었던 첫번째 직장을 계속 다녔다면, 그랬다면 지금 내 삶은 어떤 모습일까. 큰아이를 낳은 후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 회사에 다녔다면, 워킹맘으로 살고 있다면, 그 우주 속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어떻게 다를까. 결혼해서 친정과 시댁에서 모두 가까운 이 곳이 아니라,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면. 만약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의 가정이 노라에게 이루어졌다. 노라는 다른 삶을 산다. 아니, 전혀 새로운 삶 속으로 ‘던져진다’. 영국 시골 펍의 주인이 되고, 친구를 잃고 절망한 채 호주의 해변에서 마약에 찌든 삶을 살고, 수영선수가 되어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리스트가 되고, 북극권 한계선의 빙하학자가 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의 리드싱어가 되고, 다정한 남자친구와 함께 유기견을 돌본다. 남편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작은 포도밭을 가꾸고, 소설을 쓰고, 피아니스트가 된다. 여행 블로거가 되고, 자려고 하지 않는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가 된다. 그리고 노라는 이 곳으로 오기 전, 자신에게 마지막 친절을 베풀어주었던 이웃 애쉬와 함께 하는 삶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던 그곳에서조차 노라는 그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깨닫고, 결국은 현재의 삶으로 다시 ‘살아난다’.



우리의 우주와 나란히 존재하는 또 다른 우주에 대한 생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 다른 선택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세계. 다른 내가 존재하는 다른 우주. 그런 상상,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이 이 책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다만, 의사 남편과 예쁜 딸아이, 멋진 집과 철학 교수라는 직업적 성공의 총합이 행복한 삶의 전형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세상을 바꾸고자 할 때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자기 자신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관점의 변화만을 말하는 것 역시 세상에 대한 너무 순진한 이해 방식이 아닌가 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라의 선택으로 새로운 삶이 열릴 때마다 흥미로웠다. 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한 고된 새벽 훈련이나 피눈물 나는 인고의 시간 없이 얻게 된 세계 최고 가수로의 손쉬운 안착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런 상상마저도 마음껏 꿈꿀 수 있어서 좋았다. 굶주린 북극곰에 맞서 연신 프라이팬을 두드릴 때,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들어설 때, 나도 함께했다. 안식년을 맞은 철학교수가 되어 깔끔한 서가에 꽂힌 플라톤의 『국가』,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주디스 버틀러,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책을 쓰다듬을 때, 나도 그 옆에 있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의 진학을 소심하게 말리던 사람은 내 아이와 스스럼없이 전화하는 사이가 됐다. 아빠, 언제 와요? 나의 선택은 어떤 식으로든 내 삶을 만들어갔다. 이런 방식 혹은 저런 방식으로. 내가 선택한 지금의 우주와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우주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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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7-31 공감(35)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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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노라'는 자신을 사랑해줬던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존재들이 다 자기 곁을 떠나고 우울해하면서 죽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가 서있는 곳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도서관이었다. 그 도서관에 자기 혼자 서서 도대체 이게 뭔가 하고 있는데, 어릴적 학교의 사서였던 '엘름 부인'이 나와 '후회의 책'을 보여주며, 너는 네 인생을 다시 살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노라의 후회의 책을 펼쳐보니 두껍고 빽빽하게 후회로 가득차 있었다. 아마도 그 후회가 그토록 가득 차 있기에 노라의 인생은 그토록이나 우울했던 것일테다. 자, 너는 어떤 후회를 지우기 위해 어느 때로 돌아가 이 도서관에 오기 전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어, 어디로 갈래?




노라는 되고 싶은게 많았고 하고 싶은게 많았는데 그 모든 것들이 오롯이 자신이 생각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수영을 했고 오빠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밴드를 했었다. 후회의 책에 쓰여진 그 많은 자신의 후회들을 보면서 어쩌면 자신이 살 수 있었던 다른 삶속으로 들어가는데, 그러나 그 삶속으로 들어간다고 노라의 행복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노라의 작은 선택 하나는 아주 많이 다른 것들에 영향을 미친다. 당연하다. 세상은 나 하나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내 작은 선택하나는 내 가족에게, 내 애인에게, 내 주변 사람들에게 또 다른 결과들을 불러온다. 남자친구랑 결혼해서 남자친구의 소망대로 펍을 이루고 살았다면 우리는 결혼전에 꿈꾸었던 그 행복한 삶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그 삶속으로 들어가보면 어떨까. 그러나 기대와 혹은 상상과는 다른 삶이 다른 선택들로 인하여 펼쳐졌고 그 과정에서 노라는 지금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의 삶을 살아보며, 하나씩 삶이란 것을 배워간다. 후회를 하나씩 지우면서 교훈을 하나씩 얻는 셈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교훈은 사실 뻔하다. 처음 노라가 도서관에 도착해서 다른 삶을 선택하는 과정이 주어지는 순간, 바로 그 때부터 우리는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있다. 우리는 가보지 못한 다른 삶에 대해 후회를하기 마련이지만, 어떤 선택을 했어도 거기에 후회는 남는다는 것,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해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대신 지금 주어진 삶에서 최대한의 의미를 찾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아는 것이지만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아는 것을 읽어가면서 다시 한번 우리에게 되새기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알려줌으로써 새롭게 각오를 다지게 할 수도 있다.







'올랜도 블룸'과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을 보면 초반에 남자가 죽고자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 때 누나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죽기를 계속할까 전화를 받을까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을 때, 수화기 너머 누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고, 그것 때문에 남자는 자신의 죽음을 뒤로 미루고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장례식에 참석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들동안 그는 가족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과 알고 지내게 되면서 다시 사는 결심을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뻔한 사실은 뻔한만큼 또 너무 당연하기도 하다. 우리는 삶에 있어서 아주 많은 부분에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 나 혼자 사는 삶이 아니기 때문에 내 예상과는 다른일들이 벌어지지만, 그러나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가깝게 혹은 멀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제에 이어 오늘을, 오늘에 이어 내일을 살 수 있다. 먹고 사는 일에도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고 내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일에도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내 지식을 늘리는 일에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엘리자베스 타운에서 남자가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네가 죽지 않았으면 해'하는 간절한 바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그의 연결됨이었다. 아버지가 죽었으니 동생에게 전화하자는 너무나 당연한 이 누나와의 연결고리는 그의 죽음을 최소한 그 순간에 찾아오지 않을 수 있게 했다. 만약 그에게 그를 생각할만한 사람이 누구하나 없었다면 그의 자살의 뒤로 미뤄질 확률은 매우 낮았을 것이다. 어떤 의도가 됐든 생각하고 찾는다는 것은 나를 오늘 하루 더 살게 하는 동력이 된다. 이것은 그러나 타인이 내게 해주기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연결된다는 것 그리고 이어진다는 것은, 누가 나에게 일방적으로 쏟아 붓는 것으로만 되는 건 아니다. 나 역시 그 연결됨에 가담을 해야 한다. 너가 나한테 전화를 하고 너가 나의 집 벨을 누르기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나 역시 너의 집의 벨을 눌러야만 비로소 우리가 서로에게 걸친 끈이 계속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것이고, 이렇게 이어져 있는 이상 내가 혼자라는 외로움, 내가 혼자라는 절망 때문에 지옥으로 끌려가는 것 같은 기분으로 생을 놓으려는 생각들은 늦춰지거나 약해지는 거다.







처음 노라가 자살을 결심하면서 자신을 자책할 때, 그 때의 노라가 너무 싫었다. 온통 비극과 우울을 끌어안고, 역시 나는 뭘 해도 안되고 누구도 내게 없어, 라고 할 때, 그 우울함이 너무 싫었다. 도서관에 도착해 다른 삶을 선택하면서도 노라는 내내 그런 태도였다. 그러나 삶 하나하나를 거치면서 그녀는 조금씩 달라지고, 그러다 자신이 비로소 원한 행복한 삶을 찾았을 때, 그 때의 노라는 이제 성장했구나 싶어졌다. 그 삶은 그동안 평행우주에서 겪어본 그 어떤 삶보다 만족스럽고 행복했으며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매우 욕심이 났지만, 그러나 노라에게 그것은 '그렇지만 이것은 진정 나의 것이 아니라 내가 끼어들어 가져온 것이다'라는 감각이 있다. 나는 이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삶 역시 다른 우주 속의, 다른 선택을 했을 경우의 노라가 살게될 삶이지만, 그러나 지금 여기에 갑자기 나타나 이 삶을 사는 노라는, 이 삶을 여기까지 끌어온 노라와는 다른 노라이다. 박사 학위를 받은 것, 좋은 남편을 가지고 사랑스런 딸을 가진 것. 이 모든것을 선택하고 이 삶을 끌어온 것은 여기 있는 노라인거지, 이렇게 중간에 푱 하고 나타난 노라가 아닌 것. 욕심나서 이걸 잃고 싶지 않지만 '그렇지만 이건 온전히 내것은 아니야' 라는 바로 그 감각. 한줄기나마 '이것은 옳지 못하다'는 감각을, 나는 사람들이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로 말하자면 내가 죽어야겠다 생각을 안할사람이니 처음부터 아예 노라랑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내가 만약 노라처럼 인생을 다시 선택할 수있는 도서관에 들어가고 후회의 책을 펼쳐본다면, 장담하건데 내 후회의 책은 노라의 책보다 훨씬 얇을 것이며, 어느 순간부터-아마도 삼십대 중반부터가 아닐까 싶은데- 쓰여진 후회는 극히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나도 후회를 한다. 아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그런데 대부분 어린 시절의 것이다. 성인이 되어 어느 순간이 되면서부터는 나는 선택에 앞서 항상 나에게 묻는다. 이걸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래서 지금은 딱히 후회되는 어른의 일이 별로 없다. 가장 후회되는 게 학창 시절 공부 안한 것이고, 가끔 떠올리는 못된 짓들도 역시 어린 시절의 것이고, 그런것들로도 나는 충분히 괴롭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는 정말이지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러다가도 '그때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지만 곱씹어보고 또 곱씹어봐도 아니, 그 때 내가 한 선택이 옳았다. 그것이 나에게 더 나았다. 만약 이십년 후에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간혹 내가 공부를 좀 더 잘했다면 조금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더 돈을 잘벌지 않았을까 등등 더 잘나고 싶은 욕망에 대해 얘기하노라면 남동생은 '누나에겐 열 개의 자아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최선의 자아가 지금 발현되고 있는거야' 라는 말로 대꾸해준다.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평행우주속의 내가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삶을 살 가능성이 없지않지만, 그러나 나는 대체적으로 내 삶에 만족한다. '에이모 토울스'는 자신의 책 《모스크바의 신사》에서 '까만 사과를 먹으면 시간을 돌릴 수 있다' 라고 했을 때, 주인공의 입을 빌어 그러나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내 선택들이 내 눈 앞에 있는 당신과 함께 있도록 했으니까, 라고 말한다. 나 역시 똑같이 생각한다. 나는 내 가족과 내 친구들, 그리고 내 과거의 어떤 연인에 대해서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것들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다른 평행우주 속에서 이보다 나은 사람들을 혹은 이만큼의 사람들을 만날 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고 지금 내가 꾸려온 여기까지의 삶에 만족하며 내가 만났던 어떤 사람들에 대해 만족한다. 나는 죽기로 결심하지 않을 것이고 도서관에 갈 일도 없을 것이며, 굳이 후회희 책 들춰보고 다른 인생을 선택할 생각도 없다.







노라에게 필요한 건, 연결됨이었다.

내게 아무도 없고 나는 누군가 원하는 삶만을 살아왔다는 우울함 앞에, 그래서 노라는 누군가 손내밀어주는 이가 없는 외로움 때문에 죽기로 결심했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바라기만 하는 마음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 누군가와 연결되어야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한 나의 몸짓도 반드시 필요하고,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지점도 바로 거기에 있다. 노라는, 일어나서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으로 가 문을 두드린다.







인간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면서 살아야 한다.

내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깨달은 게 있다면 강한 사람은 혼자 모든걸 다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였다.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누군가 다가와주길 바란다면 다가와달라고 말을 해야 한다. 그렇게 연결되어야 우리는 비로소 죽음을 뒤로 늦출 수 있고, 죽음을 뒤로 늦춰야 좀 더 괜찮은 삶을 만날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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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19 공감(29) 댓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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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매트 헤이그





우리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돌이킬 수 없는 삶이기에 후회의 책은 쌓여갈 것이다. 만약 과거의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 삶은 행복할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일까.






직장에서는 실직을 당했고, 아끼던 고양이가 사고로 죽었고, 친한 친구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더욱 우울해진 노라 시드는 죽기로 결심했다. 죽음을 막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깊이 절망했다. 아마 누군가 연락을 받았더라면 죽기로 한 결심을 멈출 수 있었을까. 노라는 우울증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녀는 삶과 죽음의 공간 안에 갇혔다. 푸른색의 책들로 이루어진 도서관. 그곳에서 노라는 어릴 적, 자신을 위로해주던 도서관 사서 선생님 엘름 부인을 만났다.













도서관은 삶과 죽음의 공간이었다. 더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었던 노라에게 비밀의 도서관은 그녀가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머물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면 되었다. 노라에게 가장 후회했던 순간은 약혼자 댄에게 파혼을 통보했던 일이었다. 작은 마을에서 펍을 운영하는 게 꿈인 댄과 함께 살았다면 어땠을까. 노라는 댄과 함께 펍을 운영하는 장소로 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다. 우리는 항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만약 다른 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그 선택은 행복한 삶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거 말이다. 정작 다른 선택지에서도 실망하는 건 똑같다. 그 깊이와 차이만 약간 다를 뿐이다.













살아오면서 후회의 순간은 아주 많다. 후회의 책에 있는 그 순간으로 찾아가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후회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 삶에서는 아버지가 살아있지만 다른 삶에서는 오빠가 죽어있을 수도 있다. 친구 이지와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만, 다른 선택에서는 이지가 죽어있을 수도 있고, 여전히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성공한 삶이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삶인 것만은 아닌 것처럼. 우리 삶에는 다양한 선택 앞에서 후회하고 다른 삶을 갈망한다.













노라가 악기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커피를 마시자고 청했던 애쉬와 함께 하는 삶으로 갔던 곳에서 그 삶에 안주할 줄 알았다. 사랑하는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고, 무엇보다 노라에게 딸이 있었다. 딸을 향한 애정이 마구 샘솟아 그곳에서 멈출 줄 알았지만, 노라는 다시 비밀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고 만다. 행복해 보였지만 결혼식에 대한 기억도, 딸 아이 몰리를 낳았던 기억도 없는 곳에서 과연 만족할까. 행복하다 여길 수 있을까.






나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 것 같다. 노라는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절망뿐인 삶이지만 그래도 살아보면 무언가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무심코 거절했던 커피 약속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사랑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살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못할 일이 무엇일까. 후회란 어떤 삶을 살아도 할 수밖에 없는 것.








삶을 계속 경험하기 위해 각 삶의 모든 면을 다 즐길 필요는 없었다. 그저 어딘가에 즐길 수 있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삶을 즐긴다고 해서 그 삶을 계속 산다는 뜻도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때만 영원히 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삶을 살아볼수록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기 힘들다. 새로운 삶을 맛볼 때마다 상상력의 한계가 조금씩 넓어지기 때문이다. (302페이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다른 누구의 인생도 아닌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선택을 하면 되었다. 그 삶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리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선택과 결정에 머뭇거리지 말고 무엇이 나를 가장 가슴 뛰게 하고 설레게 하는지 그것을 찾으면 된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고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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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21-11-08 공감(2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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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후회없는 삶을 찾는 여정,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하나, 책과 마주하다』




힘이 들 때면, 글을 쓴다.




그 날, 힘든 일과 맞딱드릴때면 곧장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다.

그리곤 가상의 인물을 만든 후에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대입시켜 글을 써내려간다.

지금으로선 끝이 없는, 종착지가 보이지 않는 글이 덧대어지고, 또 덧대어져 어느새 페이지 수가 많이 늘어났다.

대부분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첫인상을 이렇게 평가받는다. - 빈틈없이 깔끔한 겉모습에 고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산 것 같다.-

깔끔하고 완벽한 모습이 그 이유이니 물론 마냥 나쁘진 않다. 하지만 고생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은 너무나 큰 억측이다. 먹음직스러운 크림빵 속에 슈크림인지, 말차인지, 팥인지 알 수 없듯이 속을 갈라보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어린 시절부터 '평범한 일상'의 나날을 동경했고 지금도 동경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나의 삶의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한들, 나만 잘한다고 해서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집이건, 학교이건, 사회이건, 그 구성원들간에 어느 정도 합이 맞아야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나의 바람과는 달리 삐그덕거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었다.

인간관계 또한 양면성이 있다. 즉, 관계를 맺는 사람들 중 이로운(利)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에 해로운(害) 사람들도 있다.

특히, 해로운 사람들은 물론 이로운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까지도 상처를 입을 때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되뇌인다.

"'내가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등 말 혹은 행동을 달리했으면 이렇게까지 상처받지 않았겠지?', '만약 그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떻게든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되뇌인다.




'성장'의 단계를 넘어갈 수 있는 길을 몇 갈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후회'이다.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인간의 삶이기에, 후회할 일을 매번 겪는다.

이 때, 그 일에 대해 반성하고 시정하는 사람들만이 '성장'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다만, 넘어가는 과정자체가 매우 단순할 수도 있고 복잡할 수도 있다.

특히 섬세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바로 우리 감정인데, 그 과정 속에서 일부는 감정의 늪에 빠진 깊이에 따라 극도의 우울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







죽음에 대해,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혹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불치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다고 한다.

물론 육체적인 고통의 정도로도 판단할 수 있겠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죽음의 순간이 마음으로도 느껴진다고 한다.

사람의 죽음은 자연사, 병사, 사고사, 아사로 나눌 수 있는데 이에 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살이다.

책 속에서, 주인공 노라는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데 질문을 살짝 바꿔 물어보고 싶다.

혹시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해 선뜻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니오'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살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의견이 나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리고 '도망친거네...'.

마르탱 모네스티에의 「자살」과 앤디 라일리의 「자살토끼」를 읽어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가? 두 책 모두 자살을 다룬 책이다.

「자살」같은 경우 어린 나이에 호기심으로 열어봤다가 적잖은 충격을 받고선 곧장 책장을 덮었었는데 지금도 왜 도서관에 그 책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이후 대학생이 되어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다시금 펼치게 되었는데, 자살의 정의, 이유, 종류, 사회대책까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실제 상황이 담긴 사진과 함께 첨부되어 있어 지금껏 가장 무섭게 느껴졌던 책을 꼽으라하면 바로 이 책이다.

앤디 라일리의 「자살토끼」는 토끼가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한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뜬금없이 두 책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이렇다.

자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난 우울함을 원인으로 둔 자살에 대해 말해보겠다.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하다는 감정과는 다르다.

감정의 파도에 갇혀 헤엄치려 해도 계속 그 자리다. 그래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이상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이 우울증이며, 오히려 발버둥칠수록 더 깊게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도 나오듯이, 그들이 굳이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바로 이렇다. 편해지고 싶어서다.

그래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려고 하는 그 순간,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차가운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선택의 순간에 꼭 본인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본인이 선택한 그 결정에 대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느냐이다.

분명 그 선택을 하자고 마음먹기에 앞서 우울감이 온 몸을 평정했다는 것인데, 되돌아가자면 나 자신이 우울한 원인을 분명하게 알고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생에서 매순간 결정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한 가지 선택지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분명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본인이 결정한 선택지에 따라 가지치기 하듯이 끊임없이 갈라진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며 우리가 이전에 밟아왔던 그 과정(선택받았던, 선택받지 못했던 선택지)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이 말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최대수혜자이자 최대피해자가 된다는 뜻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소설이라 하더라도, 어쩌면 인생은 더 소설같기에 '후회와 죽음', '희망과 미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생각의 폭이 넓혀질 것이라 확신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The Midnight Library




낡은 소파에 앉은 한 소녀가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들여다본다.

노라 시드, 그녀는 죽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기를 내심 바랐던 그녀에게 누군가 찾아온다.

키가 크고 마른, 다정해보이는 남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으로 노라를 바라보았다.

내심 외로웠던 노라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반가운 마음이 들어 괜스레 말을 걸었다.

노라의 쓸데없는 질문에도 답변하면서도 그의 얼굴은 굉장히 심각해보였다.

그의 안색이 둘의 침묵을 이끌었고 애쉬는 힘겹게 노라의 반려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고양이를 기른다고 하셨죠?"

"네. 반려묘가 있어요."

"그 고양이 이름이 기억나네요. 볼테르. 갈색 얼룩무늬였죠?"

그리곤 애쉬는 덧붙였다.

"유감이지만 볼츠가 죽은 것 같습니다."

괴로움과 슬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노라는 볼츠(볼테르, 노라만의 애칭)에게 향했다.

동정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는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미동없는 평화로운 표정에 약간의 질투와 같은 감정이 흘러나왔다.




자살을 결심한 시간들이 다가온다.

노라는 와인을 마시며 그간의 '부여받고 싶어하던 직책'들에 대해 나열하며 생각해본다.

수영 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 노라는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 고양이 주인도, 피아노 레슨 선생님도, 대화가 가능한 인간으로도.

11시 22분, 다른 것 생각할 겨를 없이 노라에겐 딱 한 가지만 떠올랐다.

죽기에 딱 좋은 때였다.




사방에 안개가 깔려 있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곳에 노라가 있었다.

00:00:00, 손목에 찬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진한 고서의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도서관이었다.

그리고 족히 예순은 되어보이는 녹색 스웨터를 입은 사서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엘름 부인."

그렇다. 단박에 노라가 알아본 그녀는, 옛날 그녀가 다녔던 학교의 도서관 사서였다.

남자 기숙학교 교사였던 아빠의 사망 소식을 전해준 것이 엘름 부인이었다.

그 때, 엘름 부인은 노라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다 잘될 거야, 노라. 괜찮을 거야."

아직은 사후 세계가 아니지만 곧 죽음의 문턱과 가까워지는 노라에게 엘름부인은 말한다.

"자정의 도서관이 존재하는 동안 넌 죽음으로부터 보호받을 거다. 이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해."




움직이는 서가의 선반을 보며 엘름부인은 이제 시작할 때가 되었다며 삶과 선택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영향이 고스란히 묻어난 책들에 대해 소개한다.

다른 책과 달리 회색 표지의 책 한 권을 노라에게 건네는 엘름부인은 노라에게 말한다.

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모두 노라 자신의 삶인데, 유일하게 지금 노라가 든 책만 그녀가 한 글자도 쓰지 않고서 쓴 책이며 모든 문제의 근원과 해답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덧붙인다.

"이게 무슨 책인데요?"

"《후회의 책》이야."

나이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후회의 책》은 0부터 시작해서 35장까지 있었고 각각의 장이 더 길어졌으며 그 해에 해당하는 후회만 적혀있지를 않았다.

"후회는 시간 순서를 무시하지. 마구 떠다닌단다. 이 목록은 배열 순서가 늘 바뀌어."

생각해보니 그랬다. 예컨대,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게 후회돼라던지, 어릴 때 더 많이 놀지 못한 게 후회돼라던지, 결혼하지 않은 게 후회돼라던지, 케임브리지에서 철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지 않은 게 후회돼라던지.

그렇게 마구 떠다니는 후회들을 보며 노라는 지난 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이 그저 부당하게만 느껴지는 노라를 보며 엘름 부인은 말한다.

"…… 이 자정의 도서관은 유령의 도서관이 아니니까. 여긴 죽은 자들의 도서관이 아니야. 가능성의 도서관이지. 그리고 죽음은 가능성의 반대고. ……"

그리곤 엘름부인은 노라에게 책 하나를 건넨다.

전나무색에 보드라운 질감을 가진 표지 위에는 《나의 인생》이란 제목이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이번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노라는 빈 페이지를 보곤 다음 페이지로 빠르게 넘겨보았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엘름 부인에게 받은 《나의 인생》을 통해 노라는 지난 날로 돌아가 그녀가 평소 원했던 모습의 삶 '수영 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등으로 살아보게 된다.

노라는 드디어 진정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아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노라는 그녀가 원했던 삶에 대해 만족할 수 있었을까?




전하고픈 책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뒷이야기는 직접 읽어봤으면 좋겠다, 꼭.

기대 이상으로 더 큰 깨달음을 줄테니깐.







내겐 눈물이었다




"이 책들은 네가 살았을 수도 있는 모든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야."




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내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눈물'이었다.

(다들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눈물에는 온도가 다르다.

책이나 영화를 볼 때 흐르는 눈물은 식어버린 티처럼 차가운데 어딘지 모를, 깊은 마음 한 구석에서 끌어져 흘러 내린 눈물의 온도는 평소와는 달리 뜨겁다.

특히 그것이 나의 마음을 뒤흔들만큼 개인적인 상황과 맞물린다면 그 온도는 더 높다.

내 볼을 타고 흐르는 조금은,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책 위로 뚝뚝 떨어졌는데, 책 속 상황과는 다르긴 해도 마음에서 우러난 감정은 비슷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놓게 된, 후회의 조각




잠시, 책 속의 에피소드 하나를 꺼내보겠다.

자정에서 1분이 지난 시각, 살아있을거란 잠깐의 희망을 걸었던 볼테르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차가웠다.

볼테르와 함께 하는 삶을 원하는 노라에게 엘름 부인은 볼테르가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임을 알려준다.

시간을 잠시 바꿨던 엘름 부인의 장난에 노라는 화가 났지만 엘름 부인은 노라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네가 바뀌었잖니."

"무슨 말이죠?"

"넌 이제 자신이 형편없는 고양이 주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넌 볼테르를 최고로 잘 보살폈어. …… 고양이는 안단다. 자신이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걸 알지. 볼테르는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걸 알고 밖으로 나간 거야."

고양이를 키운 적은 없는데,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밥과 잠자리를 챙겨준 길고양이가 있다.

길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다닐 때면, 우리집 옥상을 지나곤 한다.

그러다 옥상계단에서 한 마리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희한하게 피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기에, 계단을 내려와 마당으로 향하니 고양이도 옥상 계단에서 내려와 마당으로 향했다.

그것이 첫 만남이었다.

사실, 여느 길고양이처럼 한순간의 만남으로 끝날 줄 알았다.

큰 대문 안에 마당이 있고 집이 있는 형태인데, 단독주택이지만 집이 두 채가 붙어있는 형식이라 큰 집, 작은 집을 왔다갔다한다.

작은 집에 내 방이 있는데 큰 집으로 가려고 잠깐 현관이라도 나올 때면 어디서 '냥'하고 누군가 부른다. 그게 일주일동안 이어졌다.

그렇다고 흔히들 말하는 '간택'의 순간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절반의 간택이랄까.

절대로 집에 들어오는 법이 없으며 밥은 마당 한 켠, 지정된 곳에서 먹으며 항상 나와 노는 곳은 옥외마루이다.

그렇게 '호떡이'는 나와 일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했다. 중간에 친구 세 명도 데려와 반 년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며칠이 지나도 그림자 하나 나타나질 않아 이제는 정말 다른 동네로 갔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에 '냥' 소리가 들려 후다닥 마당으로 향했었다.

반가운 마음에 특식을 꺼내 밥그릇에 덜어놓았는데 먹지도 않고 그저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왜 안 먹어? 그동안 어디 있었어?"

평소같으면 '냥' 하고 맞받아쳐주는데, 그 날은 대답도 하질 않았다.

그러다 물을 좀 마시는가 싶더니 갑자기 기침을 하곤 쏜살같이 옥상 계단으로 올라갔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기에, 고양이가 기침하는 것은 난생 처음보았다.

어디 아픈건가 싶어 옥상으로 향하려고 하는데,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인 걸걸한 목소리로 '냥'을 한번 외치고선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호떡이는 옥상으로 올라가버렸다.

나도 모르게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한 달, 두 달... 일 년이 흘렀었다. 벌써 호떡이와의 마지막 눈맞춤이 5년이나 흘렀다.

반려묘를 키우는 지인이 고양이는 죽음의 순간을 스스로 직감하는데 너에게 그간 고마워 마지막 인사하러 온 것 같다고 얘기해줬었는데, (지금도 쓰면서 눈물이 흐르는데) 당시에 느껴보지 못한 반려동물과의 이별의 아픔에 많이 힘들었었다.

호떡이는 길고양이인지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긴 해도 잡거나 안는 것은 싫어했다. 모션이라도 취할려고 하면 도망가버리고 사나흘은 삐져서 마당으로 내려오지도 않았다.

마루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슬며시 옆으로 다가와 본인이 스스로 기대는 것까지만, 딱 거기까지만이 우리만의 스킨십이었다.

호떡이와의 마지막 눈맞춤과 '냥'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호떡이를 위해 밥도 챙겨주고 호떡이가 쉬는 곳에 조그마한 집까지 만들어주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으니 후회하지 말란 지인의 위로에 마음을 많이 추스릴 수 있었다.

'난 볼테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어'라는 후회가 책장에서 서서리 사라지듯, 노라와 볼테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또한 마음 한 켠에 남아있던 후회의 조각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고백 그리고 내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주는 내 사람들




어렸을 때부터 폭풍우같은 삶을 살다보니 시간으로 다져진 인생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져왔다.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도 있듯이, 내 곁에 해가 되는 사람도 많았다.

"하나에게는, 유난히 네 감정을 흔들만큼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야."

오죽했으면 상담받았던 교수님께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낼 정도였으니깐.

가치관과 생각이 달라져 요즘은 아무렇지 않게 오픈한다고 하지만, 나는 가급적 아픈 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이 내 약점일 될 것 같아 눈 감았는데, 그 때 교수님의 말을 듣고 생각의 전환을 가질 수 있었다.

"당연히 핑계가 아닌 이유가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몰라. 말해줘야 알지,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 그리고 오히려 최대피해자는 네 자신이 될 수 있어."

그런데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현재 내가 짊어지고 있는 병들 중 하나가 바로 공황장애이다.

대학생 때부터 그 기미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괜찮은 척하며 지내오다 결국엔 죽을 것 같은 고통에 병원으로 향했고, 그 때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특정 공간들이 옥죄어왔다. 헐떡거리는 숨막힘, 고른 호흡이 되질 않아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지금은 공황장애라고 하면 많이들 아는 병이기에 오픈하는 것이 쉬워보이지만, 이를 오픈하기가 참 힘든 것이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 보였다. - 마인트컨트롤이 중요하다. 네 자신을 스스로 잘 다스려야 한다. 강해져라. 약해지지 말아라.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다는 것부터 나 스스로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까지 잘 알고 있으나, 말이 쉽지 그렇게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해도 병이 단숨에 고쳐지지는 않는다.

오픈하고 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뱉은 말에 상처받을 것 같았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왔었다. 무심코 받았던 그 전화는 다름아닌 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였다.

지금은 길 가다 지나가면 한번에 못 알아볼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 친구 얼굴 본 게 그만큼 오래되었다.

전화를 통해 그간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하며 안부를 물었는데 이야기 도중에 무심코 한 그의 말들이 귓가에 울렸다. -"안면장애가 있거나 대인기피증이 있는 게 아니잖아?", "정신적인 아픔들은 다 마음이 약한 게 문제야. 그래도 넌 그렇지 않잖아." 등등.

물론 농담섞인 말들이니 듣고 넘기면 되지만 농담섞인 말이어도 그가 했던 여러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렇듯 아픈 것에 대해 털어놓으면 강인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치부해버리지 않을까 싶어 꺼리는 것도 이유가 있다.

의사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있다.

"강인했기에 그 많은 일들을 겪어도 지금까지 잘 버틴 것이다. 그 말은 넌 절대 약한 사람이 아니다."

단단하고 강인한 마음을 가졌기에 잘 버텼었는데, 아무리 철옹성같은 단단함이어도 계속된 충격에 의해 결국은 약해지기 마련이라며 그래서 잠시 약해진 것 뿐이라고 말해주셨다.

물론 글이긴해도, 이렇게 하나 털어놓는 것도 굉장히 용기를 낸거다.

벌써 몇 년째더라.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지금도 치료받고 있으니 꼭 나을 것이다.

이 책이 내게 크게 와닿았던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엘름 부인이 노라에게 "다 잘될 거야, 노라. 괜찮을 거야."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이전 게시물에서 종종 언급했던 은사님이 내게 해주신 말과 똑같았다.

난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는 성격인지라, 온전하게 모든 것을 털어놔본 적은 아직도 없다. 엄마, 교수님, 은사님 그리고 외국으로 언제든 떠나자는 친구만이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다.

그 때, 내가 그들에게 들었던 말들 중에 똑같은 말이 하나 있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순 없다는 것이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이들에게 손을 뻗으면 분명 그들은 뻗은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줄 것이다.

다만 꼭 그 대상이 분명해야 한다. 누구든 아무에게나 도움을 청해선 안 된다. 잘 들어주는지, 진중하고 무거운지, 신뢰가 깊은지 등등 신중하게 생각해보고선 털어놓는 것이 좋다.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노라가 자살을 택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녀의 절망적인 과거를 숫자로 표현해보겠다. 죽기로 결심한 시간을 기준으로.

27시간 전, 사랑하는 반려묘 볼츠가 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9시간 30분 전, 12년 11개월 동안 몸 담았던 악기점에서 해고를 당했다.

9시간 전, 약혼자 댄을 떠올렸다. 참고로, 결혼을 2일 남겨둔 채 노라가 댄에게 문자로 파혼을 통보했다.

4시간 전,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의 SNS는 댓글도 0, 팔로워 요청도 0, 친구 요청도 0이라는 것을.

노라가 《나의 인생》을 펼치기 전, 잠시 책장에 기대어 이 수치들을 생각하며 노라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원인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선 《나의 인생》에서 펼쳐진 노라가 원했던 삶으로 함께 시간여행을 하게 되었다.




노라의 후회섞인 문구들이 나의 평소 후회섞인 문구들과 접점을 이루니, 덩달아 노라의 감정에 이입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인생은 더 소설같다고 하는데, 나의 삶 또한 어쩌면 더 소설같아서 잘 풀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결정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내일이 될 수도 있고, 한 달 후가 될 수도 있고, 일 년 후가 될 수도 있다.

인생에 있어서 참 야속한 게 있다면,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의해서,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깨우친 것은 그것 또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에는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단지, 받아들이는 것밖에는.




살면서 힘들고 지친 나날이 계속되면 우리가 한가지 간과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우리의 삶이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기에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기에 현재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잘 가꿔나가는 것만이 확실하고 분명한, 유일한 해답이다.

주인공 노라도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삶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의 삶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




남들은 내가 참 열심히 산다고 하는데, 내가 봐도 열심히 사는 건 아니다.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항상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후회'는 없을 테니깐.

후회없이 사는 이유는 단 하나다. 후회가 없어야, 떳떳하게 가슴 펴고 말할 수 있으니깐. 그래야 뒷말이 나오지 않을테니깐.




한 번밖에 주어진 인생, 그저 묵묵하게 나름의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만들어보자.

지금의 삶이 초라해 보이는 삶이면, 지금의 삶에서 열심히 살아 초라함에서 벗어나면 된다.

지금의 삶이 목표가 없는 삶이면, 지금의 삶에서부터 작은 목표 하나라도 세워 열심히 살아 점점 키우면 된다.




우울한 마음이 든다면, 혹은 그 마음을 넘어 우울증에 걸렸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종교는 없지만) 오롯이 너만을 위해 기도할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덧붙이자면 이렇다.

먼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불편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병원은 무조건 예약제로 진행되며 현재 병명에 맞게 치료방향을 정해주니깐.

잘못된 관념으로 흔히들 알고있는 정신과로 이미지나 분위기를 치부해버리곤 하는데 말그대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는데 무조건 '약'으로 해결하는 병원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게 되면 발생하는 상담/치료 비용등이 굉장히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긴 하다.

경제적인 부담 혹은 단순히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털어놓는 것'을 추천한다.

그 대상이 사람일 경우에는 들어주는 자세가 남다르고 남을 생각하는,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나 또한 그런 대상이 있고 내가 그 대상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 대상이 되어줄 때가 많은 나는 남을 위해주고 경청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으며 입이 무겁고 신뢰감이 높은 사람이다.

(예전같으면 오글거려 절대 쓰지 못할 말인데 지금은 내 성격을 강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메니에르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예전에 언급했던 고민상담에 대해 빠르게 추진해보겠다.

조금은 예민한 감정을 가진 분들은 사람이라는 대상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꼭 털어놓는 상대가 사람일 필요는 없다.

매일 덮고 자는 이불 혹은 배게여도 좋고 손때 묻은 인형 혹은 피아노 그리고 책이어도 좋다.

이 때, 인형, 피아노, 책 등과 같은 물건은 꼭 내 손때가 타는 것이 좋다.

이불이나 배게도 단순히 추천한 것이 아니다. 매일 덮고 잔다는 건 자신을 보호해주는 느낌 내지 안정감까지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을 정한 것이다.

꼭 자기계발서를 읽을 필요는 없다. 인문/철학서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또한 피해야 한다.

삶의 깨달음을 주는 책이 가장 좋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같은 소설부터 여행, 인문 에세이까지 읽다보면 와닿는 느낌이 다른 책이 한 권쯤은 있을 것이다.




우울하고 불안한 나날이긴 해도 찾지 못해서일 뿐,

나를 위한 사람이,

나를 위한 인생이,

나를 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마냥 처져있으면 계속 처질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금을 받아들이고, 일단 지금을 살아가면 된다.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 받아들이며, 현재의 삶을 일궈나가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현재의 삶에 순응하며 살지는말고 현재의 삶을 일궈나가며 살아가자!




난 덧대고 덧댄 글들을 빠르게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이 되는 순간, 난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

"드디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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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1-07-31 공감(20)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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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자신의 미래를 몸으로 읽는 과정



어쨌거나 소설은 다양한 삶의 풍경을 지면 위에 옮겨놓음으로써 해답이 없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 애쓴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읽는 소설을 지도 삼아 자신에게 맞는 존재의 이유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렇게 소설 읽기는 평생 동안 계속된다. 소설이 아니라면 결코 밟아볼 수 없는 타인의 영역을 원할 때면 언제든 무시로 드나들 수도 있으며, 이번 삶에서는 결코 내가 가볼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수많은 다른 삶을 소설 속에서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런 소설이 있다. 매트 헤이그가 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 노라를 통해 '완벽한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 파혼, 해고, 반려묘 볼츠의 죽음 등 실망과 좌절감 속에서 자살을 결심한 노라. 그녀가 눈을 뜬 곳은 초록색 책들로 가득한 자정의 도서관이었다. 그 넓은 도서관을 안내하는 사서는 학창 시절 노라가 학교에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너무도 큰 충격에 빠졌을 때 진심으로 위로해 준 학교 도서관의 사서 엘름 부인이었다. 서가에 가득한 책들은 모두 노라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여러 삶들을 담고 있었다. 노라는 그렇게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이미 과거로 변한 후회의 순간들을 거슬러 올라가 다른 선택을 했던 삶을 살아본다.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기록한 <후회의 책>을 펼쳐서.




"이 도서관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까지 노라가 선택했던 삶은 사실 모두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 결혼해서 펍을 운영하는 것은 댄의 꿈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는 것은 이지의 꿈이었고, 같이 가지 못한 후회는 자신에 대한 슬픔이라기보다 단짝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빠의 꿈이었다. 노라가 어릴 때 북극에 관심이 있었고, 빙하학자가 되고 싶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꿈마저도 학교 도서관에서 엘름 부인과 나눈 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라비린스는 늘 오빠의 꿈이었다." (p.276)




노라는 그렇게 이번 삶에서 선택하지 않았던 다양한 후회의 순간들과 만나고 다른 선택의 삶을 살아본다. 남자친구였던 댄과 결혼하여 시골에서 펍을 운영하며 살기도 하고, 절친이었던 이지와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 모험적인 삶을 살아보기도 하고,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되어 순회강연을 하며 화려한 삶을 살아보기도 하고, 빙하학자가 되어 북극을 탐험하기도 하고, 결성했던 음악 밴드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삶을 살아보기도 하고, 동물 보호센터에서 일하며 틈틈이 포도밭을 돌보는 편안한 삶을 살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아주 흥미진진하거나 가치 있어 보이는 삶조차 결국에는 그런 기분이 들지 모른다. 실망과 단조로움과 마음의 상처와 경쟁만 한가득이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경험은 순간에 끝난다. 어쩌면 그것만이 중요한 의미인지 모른다. 세상이 세상이 되어 지켜보는 것." (p.200)




그러나 노라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고 후회했던 다른 삶에 안주하지 못하고 번번이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 돌아오곤 한다. 모든 게 완벽할 것 같았던 삶도 직접 살아보면 결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삶은 이러해서, 저 삶은 저러해서 계속 살아갈 수 없었다.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p.258)




노라가 마지막으로 돌아왔을 때 엘름 부인은 말한다. 그녀가 여기 돌아온 건 죽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이제 노라의 다양한 삶이 산재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노라는 무너지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부터 필사적으로 탈출한다. 노라는 엘름 부인으로부터 받은 만년필과 그녀의 미래를 기록할 백지의 책 한 권을 들고 죽음과 삶의 중간 지점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통과한다. 그녀는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우리는 한 사람이기만 하면 된다. 한 존재만 느끼면 된다.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무한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늘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자. 가끔 서 있는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 세상에 서 있든지 간에 머리 위 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있을 테니까." (p.392)




모든 삶에는 부산물처럼 온갖 후회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일말의 후회도 없는 완벽한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삶은 그렇게 불완전한 선택의 연속이자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결합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은 뒤뚱뒤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알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기에 한번 최선을 다해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매번 중심을 잃고 뒤뚱뒤뚱 불안해보일 수는 있지만 금세 자리를 잡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미래를 향해 꿋꿋이 나아갈 수 있다. '할 수 있어. 잘될 거야.' 마음속으로 다독이면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자신의 미래를 몸으로 읽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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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21-07-31 공감(1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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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하나 주면 인성 그지?





어처구니 없는 댓글을 봐서 글을 남긴다. 얼마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읽고 100자평을 남겼다. 출판사에서 보기 싫은 평일 것이다. 별점 하나에 나는 "미드나잇 도서관이 있다면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려주세요, 돈도 시간도 무쟈게 아깝습니다! 후회합니다! 도덕교과서도 아니고 읽는 내내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이렇게 엉망인 소설도 진짜 오랜만이다. 전세계 독자들은 대체 이 책의 무엇에 반한 걸까? 베스트셀러에 대한 불신만 한번 더 깊어졌다."라고 남겼다.




그런데 그 100자평에 오늘 달린 악플.












도서 좀 하신 분 같다는 표현도 웃기지만(비문이다), 웬 느닷없이 인성 운운??????? 내 100자평에서 인성 운운할 게 뭐가 있는가? 내가 욕을 했나? 게다가 읽지도 않고 평을 했나? 심지어 내 돈 주고 산 책에 내 마음대로 감상평 남긴 게 인성 욕 쳐먹을 일?






어처구니 없어서 저 사람 서재에 들어가봤다. 딱 한 권의 책에 대해서만 평을 하고 있다. 보니, 공교롭게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이 책 출간한 '인플루엔셜(주)' 이 출판사의 책에 대한 평만 있다.












출판사 관계자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느닷없이 나타나 악플 달고 도망갈 이유가 없겠지. 아니면 저 출판사 빠인가? ㅎㅎㅎㅎㅎ







내가 저 댓글 다니까, 그 사이 들켰다고 생각했는지 자기 서재 글 다 비공개 처리했다. 비겁하기 짝이없네.





문제의 서재 링크




https://blog.aladin.co.kr/752139138







앞으로 이 출판사 책이랑 손절이다.

















- 접기
잠자냥 2021-07-30 공감 (50)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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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감각의 박물학100자평
댓글(5)


잠자냥 () l 2023-04-23 00:33
https://blog.aladin.co.kr/socker/14527646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평점 :







듣고 보고 맡고 느끼고 먹고…. 인간의 감각을 문화 예술 과학 사회학적으로 총망라해서 훑어본다. 어떤 점에서는 <털 없는 원숭이>의 데즈먼드 모리스의 저작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다이앤 애커먼의 글은 확실히 문학적이다. 다 읽고 나면 여러모로 인간은 참 성애적인 동물이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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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4-23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 활동과 감정의 대부분은 오감과 연결되어 있기에 그 오감을 가장 크게 만족시킬 수 있는 성애가 인간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외면되었던 소수자나 노인, 장애인의 성애에도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겠죠.
주말이니 푹 쉬시면서 맛난 것(술?)도 드시고 고냥님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요. ^^






잠자냥 2023-04-23 10:30 좋아요 2 | URL

네 거의 모든 감각에서 성애적 귀결이…. ㅎㅎ 이번주는 잘 버티면 노동절도 있고 연휴가 많은 5월이라 월요일이 찾아오는 게 덜 밉네요. ㅋㅋㅋㅋ






자목련 2023-04-24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구판이 잘 있나 확인하는 사이, 잠자냥 님은 다 읽고 리뷰까지 ㅋ






잠자냥 2023-04-24 15:18 좋아요 1 | URL

지금 안 읽으면 저도 구판이 되도록 안 읽을 것 같아서요!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4-24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보고 데즈먼 모리스때문에 헤갈렸네요.
감각의 박물관으로 읽다가 반납했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리뷰
댓글(9)


잠자냥 () l 2023-04-21 16:25
https://blog.aladin.co.kr/socker/14524227



아메리카의 비극 - 상을유세계문학전집 10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김욱동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평점 :







이번 주에 나를 사로잡은 작품은 단연 <아메리카의 비극>이다. 지난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4일 만에(화요일엔 술을 마시느라 몇 쪽 못 읽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3일 만에) 상하, 1500쪽 넘는 분량을 미친 듯이 읽었다. 그러고 나니 뭔가 허탈. 어제는 새로운 책을 집어 들었으나 <아메리카의 비극>이 너무나 강렬했는지 그에 비하면 읽어도 읽는 게 읽는 것 같지 않았다. 머릿속에 이 작품에 관한 생각이 종종 떠올라 자꾸만 무언가 더 끼적여보고 싶어진다.

자연주의 소설이 대게 그렇듯이 이 작품도 비극으로 끝난다. 제목에서조차 ‘비극’이라는 표현을 대놓고 쓰고 있으니 이 작품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정보 자체는 스포일러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분들은 이 글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읽기를 권한다(물론 그럼에도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열두 살 난 소년에서 스무 살 넘게 성장하는 클라이드 그리피스이다. 이 청년의 삶을 지켜보노라면 과연 언제 어느 때 어긋날 조짐이 보였던 것일까 곰곰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인간의 삶에도 몇 번의 전환점이 될 만한 순간이 있듯이 클라이드에게도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랄까,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든, 나쁜 결과를 초래하든,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지점이 있었다. 자연주의 소설은 사회적 환경과 유전이 한 인간의 성격 및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고 하니, 더 그 ‘순간’에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거리. 첫 번째는 아무래도 그 거리이다. 이 작품은 지난 페이퍼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거리에서 시작한다. 가난하고 남루한 일가가 거리에서 전도활동을 벌인다. 오십 줄에 들어선 가장과 그의 아내, 그리고 네 아이들로 이루어진 일가 중 소년 클라이드는 유독 눈에 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이 아이는 이 전도활동이 수치스럽다는 것을, 그래서 그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것을 온몸으로 드러내 보인다. 어쩌면 그는 이 거리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부끄럽지만 그런 활동을 하게끔 한 근본적인 원인-기독교라는 종교에 애초부터 반발심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실제로 이 작품의 마지막에 가서도 종교는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는 이 작품을 읽는 동안(특히 상권에서) 클라이드에게 동정심, 연민, 안타까움 같은 감정이 많이 들어서 비록 그의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나 속물스럽고 어떤 면에서는 비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 하는 심정으로 이해하기도 했다(물론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이다). 그런 심정이 가장 정점에 달했던 때는 바로 이 시작 부분이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커녕, 신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믿는데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한가, 이런 종류의 회의감이 더 많은 열두 살 소년이 자의도 아닌 부모의 손에 이끌려 낯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서 전도활동을 벌여야 한다니 얼마나 가여운가? 소년의 수치심과 절망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기분이다.

이 시작 부분을 보면 무능력한 데다 무지하고, 폭력적인(종교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클라이드 부모의 감수성이 끔찍하게 싫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종교를 자식에게 강요하는 행위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모태신앙’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아연해진다. 그걸 어른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회의懷疑해 본 적이 없다고?!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종교를 당연하다는 듯이 자식들에게 설파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기이한 모습으로 전도활동을 하게 하다니. 이 부모는 애초부터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그런 족속들은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그러므로 소년 클라이드가 이 가난을, 이 비루한 집안을 떠나기를 갈망하고, 돈을 벌어 성공해서 보란 듯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같다. 아버지, 어머니 뜻에 따라 목소리 높여 찬송가를 부르던 그의 누나조차도 가장 먼저 집을 떠나지 않았던가. 그녀에게조차 이 집안은 구렁텅이였던 것이다.

호텔. 그렇게 해서 소년 클라이드가 돈의 맛을 알게 되는 곳은 호텔이다. 클라이드는 호텔 벨보이로 일하면서 화려한 세계를 엿보게 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일단 옷차림이 화려하다. 게다가 팁은 또 얼마나 잘 주는지!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겉모습을 꾸미고 그럭저럭 성실하고 반듯하게, 공손하게 말하는 방법을 익히면 사람들은 클라이드의 본성이 어떤지(나는 이 소년의 본성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혹에 약하고 물질이나 이성에 관한 욕망을 절제할 줄 모른다는 점은 있지만 대개의 인간이 그렇지 않은가?), 따져보지도 않은 채 아, 이 녀석은 좀 괜찮구나 쉽게 판단하고는 그에게 돈으로 보상을 해준다. 일찍이 세상의 이런 맛을 알아버린 십 대 소년이 내면을 가꾸기보다는 외면에 치중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그런데 이 호텔은 클라이드가 살던 동네와 가까운 곳-그러니까 변두리에 있는, 그저 그런 호텔이라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사회적으로 최상층에 속한다거나 거물급에 속하지는 않는다. 약삭빠른 클라이드는 곧 이 호텔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정체- 대다수가 불륜을 저지르기 위해 드나든다는, 그러니까 남자도 여자도 실은 사회적으로는 크게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그가 두 번째로 일하게 되는 호텔-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클럽- 즉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들만이 드나드는 클럽과 비교하면서 더 명확해진다. 이 클럽에는 남녀 손님이 나란히 오는 법이 없다. 어떤 중요한 비즈니스나 모임을 위해 미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중년 이상의 남성들만이 모여드는 장소이다. 이곳에 드나드는 남자들은 클라이드가 처음 일했던 호텔의 그 손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와 사회적 지위, 명예, 성공을 다 거머쥔 사람들로 그들의 옷차림, 행동, 말투 등은 그가 이전까지 알던 사회와 확연하게 다르다. 클라이드는 이 두 번째 호텔에서 진짜 성공이 무엇인지 목격하고 그걸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공장. 거리에서 드럭스토어로, 드럭스토어에서 호텔로 그러다 최상위층 남성들이 드나드는 클럽에서 일하던 클라이드는 성공을 위해 ‘공장’에 가게 된다. 공장이라니?! 드디어 이 철부지가 정신을 차렸나 싶은데, 사실 이곳은 큰아버지의 공장으로, 큰아버지는 클라이드의 아버지와 달리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성공한 사람이다. 클라이드는 조카라는 신분을 십분 활용해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여기서 클라이드가 만일 제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성실하게 일해서 조금씩 천천히 계단을 하나씩 오르듯이 착실하게 사회적 성공을 밟아 나갔........다면(아니다. 그렇게 살 경우 사회적 성공은 요원해 보인다), 아무튼 착실하게 살았다면 소소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일궈나가면서, 그래도 거리에서 전도활동을 벌이던 그 참혹했던 소년 시절과는 달리 어느 정도는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랬더라면 이 작품은 탄생하지 않았을 테고 재미도 덜했을 것이다. 더욱이 결정적으로 욕심 많고 유혹에 약한 성정을 지닌 클라이드가 그 유혹들을 뿌리칠 재간이 없었을 터이므로 이 가정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리라.

호수. 이 작품에서 호수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지닌다. 클라이드가 처음으로 ‘진심으로’(나는 이 사랑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비록 예쁜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빠져드는 칠푼이라 할지라도 호텔 생활 시절 처음 반했던 여자에 비해 로버타는 클라이드가 진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상대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그 여인과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반면 파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사랑도, 파멸도 모두 그의 거침없는 욕망에서 비롯한다. 저 여자를 갖고 싶다. 저 여자의 사랑을 받고 싶다. 저 여자의 마음을 얻고 싶다, 호수에서 그는 공장의 불문율, 금기를 깨고 결국 로버타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클라이드는 나중에 또 한 번 호수에서 금기를 깨게 되는데 이 또한 완벽하게 그의 욕망 때문이다. 찰랑찰랑 가볍게 일렁이는 호수- 아름답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들뜨게 만들 수 있는 호수. 이 호수는 어쩌면 클라이드의 그 얄팍한 마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그 밖에도 또 다른 결정적 장소로 떠오르는 공간이 몇 군데 있지만 그 단어를 언급하는 것은 그냥 스포일러 자체를 발설하는 것이 되므로 그건 제외하고……. 만일 클라이드에게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그는 언제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기를 택할까? 내가 클라이드라면? 나는 아마도 이 가정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를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클라이드도 그랬을까? 그러나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아무래도 이 가정의 탄생이, 아메리카라는 거대한 공간보다도 더 이 청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그래서 또 다른 클라이드의 탄생에 한없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가난도 부도, 계급도, 지위도, 재산도, 심지어 종교도 계속 대물림될 수밖에 없는 이 비극, 이게 어디 아메리카만의 비극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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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4-21 17: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극찬하시므로 담아두긴 했습니다만 언제 읽을지 알 수 없어서 리뷰를 다 읽었습니다. ㅎㅎ
비극으로 향해가는 주인공에 대한 안타까움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부와 권력을 갖기 위해 달리다가 추락하는 이야기, 하면 꽤 많을 것 같은데, 1,500페이지를 3일만에 읽으실 만큼 재밌다니.. 작가 필력이 엄청난가 봅니다. 궁금하다..
˝나중에 또 한번 호수에서 금기를 깨게 되는데˝ 이 부분 스포일러 때문에 참으신 것 같은데 특히 궁금하네요 ㅋ






잠자냥 2023-04-21 17:23 좋아요 4 | URL

이 작가 <시스터캐리>도 재미나요! 이 <아메리카 비극> 리뷰나 100자평 보면 다들 1500쪽 순간 독파할 만큼 재미있었다고 말하더라고요.






다락방 2023-04-21 17: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혹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고 나름 스포일러에 대한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이 리뷰를 읽으면서 말이죠. 저는 결정적 스포 당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 이 리뷰를 읽기 전에 경고 문구 보고 망설였지만, 잠자냥 님의 글을 읽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은 밥을 굶는다는 것과 같기에... 흠흠.

저 상권만 사두었어요. 아 얼른 읽고 싶네요.

음, 여러가지 할 말이 많지만, 그중 한가지만 하자면, 저는 종교에 대해서인데요.

저야말로 어릴적부터 교회를 다녓던 사람이에요. 게다가 전도활동도 열심히 했답니다. 그 쪼꼬만 애가 말입니다. 국민학교때는 교회에서 반주도 하고요.. 크.. 뭘 하면 그렇게 열심히 해서 저도 참...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때 갑자기 확 관뒀어요. 저는 교회 안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정말 추악한 경험을 여러번 했어요. 그 경험들의 당사자가 저였습니다. 어린 저요. 그런 일이 있었던 바로 그 당시에는 제게 벌어진 일들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런데 차곡차곡 교회에 대한 환멸이 제 안에 쌓여갔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확 돌아서게 되더니 그 뒤로는 교회라면 치를 떨게 되었죠. 왜, 도나 해러웨이가 그런 말을 했지 않습니까. 신을 믿었던 사람이 신을 미워하면 더 크게 미워한다고. 아,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는데 제가 어디다 적어두질 않았네요. 제가 나중에 생각나면 책에서 찾아볼게요. 저는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서 교회를 미워하는 사람들보다 더 크게 교회를 미워합니다.

저는 일전에 친구들 만나서도 그런 얘길 했어요. 제 어린시절에 그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한 교회생활이 있었던 게 너무 싫다고요. 어린아이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매주 교회를 다니고, 반주 연습을 하고, 전도를 하고... 제 어린시절에 그런 시간이 있었던 게 너무 속상해요.

그렇습니다.






잠자냥 2023-04-21 17:41 좋아요 5 | URL

아니 이 인간아! 당신 읽지 말라고, 당신 말이야! ㅋㅋㅋㅋㅋ 역시 밥을 한끼도 못 거르는구만…..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그 교회에서의 일은 다락방 님 페이퍼에서 읽었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저도 그랬을 거 같고…. 도나 해러웨이의 그 문장 저도 기억해요. 최근 넷플릭스에서 <나는 신이다> 시리즈를 봐서 더 종교의 해악에 대해(그리고 그걸 아이에게 강요하는 부모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최선을 다해 교회 생활을 한 어린 다락방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걸 이용한 어른이 죄를 지은 거죠.






책먼지 2023-04-21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리의 서재에 이 책 있는 거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얼른 읽고 이 리뷰 제대로 읽고 싶어서 현기증나요..






잠자냥 2023-04-21 23:31 좋아요 1 | URL

ㅋㅋㅋ요즘 읽는 책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ㅋㅋㅋ






수하 2023-04-24 14:33 좋아요 1 | URL

앗 밀리에 있군요!
그러면 읽어야 할 것만 같은데.

(곧 까먹길 바라며)






골드문트 2023-04-22 0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일 나에게 인생을 다시 살 기회를 주겠으니 어디서 시작할래.... 묻는다면,
˝제발 그냥 놔두세요. 사람 들들 볶지 마시구요.˝






잠자냥 2023-04-22 22: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술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구요? ㅎㅎ










[100자평] 아메리카의 비극 - 하100자평
댓글(2)


잠자냥 () l 2023-04-20 01:03
https://blog.aladin.co.kr/socker/14520391



아메리카의 비극 - 하을유세계문학전집 107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김욱동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평점 :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 1500쪽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힘. 압도적인 명작이다. 클라이드의 인생은 어디서부터 어긋났을까. 그 거리? 그 호텔? 그 집안? 아니면…. 이 작품에서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가? 결국에는 인간의 양심과 윤리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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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20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상권 땡투 접니다. 하권 땡투도 곧 할게요 ㅋㅋ






잠자냥 2023-04-20 10:51 좋아요 2 | URL

투비에 댓글로 제가 모바일로 적립금 받는 법 알려드렸어요.
여긴 댓글에 이미지가 안 올라가서.... 오늘도 줍디다. 얼른 가서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