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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동양일보 입력 2020.04.12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동양일보]8월 26일 월요일
미래공창신문사 주최 제1회 노년철학 국제회의를 일본 교토에 있는 칸사이 세미나 하우스에서 개회하였다.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까지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발제와 토론이 전개되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오전오후의 세션이 끝난 다음에, 카마타 토지 교수가 한국인 학자들을 위해서, 노오(能)을 직접 연출해 줌으로써, 일본전통문화의 일면을 보여준 것이다. 노오는 죽은 자아 산 자, 저승과 이승이 밀접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일본사람들의 사생관 타계관을 잘 보여주는 연출물이었다.
카마타 교수는 내가 일본에서 29년간 철학대화활동을 해오는 동안에 만난 사람들 가운데에서, 소위 르네상스적 인간─만능의 천재─의 특성이 가장 두드러진 일본인 학자다. 오늘 밤에도 세 종류의 피리와 기타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면서, 자작시를 낭송하고 스스로 작곡한 노래를 불러 죽은 자와 산자를 상봉케 하고 이승과 저승을 매개하면서 전후 최악의 한일관계의 한 가운데서도 진정한 한일양국의 우호와 번영을 기원하는 제전을 펼쳐보였다.
8월 27일 화요일
어제에 이어 국제회의가 계속되었다. 오래간만에 시마조노 스스무 교수와 만났고, 그의 발제를 들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원혜영 선생의 ‘반출생주의와 중유(中有)’에 관한 이야기와, 김영미 선생의 ‘아름다운 나이듦과 죽음’의 발제였다. 발출생주의는 어떤 인긴 또는 인간집단이 애초부터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사고경향을 말하는데, 왜 나를 마음대로 낳아서 이렇게 고생하게 만들었느냐고 항변하는 젊은 세대의 출생부정적 문제 제기이다. 여기에 중장년세대나 노숙년세대가 진지하게 대답할 책임이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을 화두로 삼은 것이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또 ‘아름다운 나이듦과 죽음’도 대단히 호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카마타 도지 교수가 아름다움을 조화와 평화에 연결시키고, 시인을 조화와 평화를 조장하는 힘을 가진 자라고 말한 데 대하여, 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갈등과 대립과 교통을 감내하면서도 그것을 정화・승화・미화시킬 수 있는 힘이며, 그런 힘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시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일 간의 진지한 철학대화를 살리기 위해서 이견을 제시했다.
8월 28일 수요일
국제회의 마지막 날, 오전회의에서는 유성종 선생 다음에 이어진 오오하시 선생의 발언, 노년철학은 ‘노인의, 노인을 위한, 노인에 의한 철학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노인철학’이 아니라 ‘노년철학’이라는 명칭을 택했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었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니 들어, 일찍 죽는 경우가 아니면 누구나 자연수레 노년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청소년세대(10, 20, 30대)와 중장년세대(40, 50, 60대)와 노숙년세대(70, 80, 90대) 사이의 상화(相和)・상생(相生)・공복(共福)이 이루어지는 사회건설을 지향하는 미래공창적 철학대화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었다.
일찍이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었던 대중 초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경륜과 용기를 키워나가는 시민주도의 상호각성운동이라는 자각을 갖자고 호소했다.
발제자들만 아니라, 참가자 전원의 발언을 들면 뒤에, 발제자들에게 마무리로 한마디씩 말하게 하고서 3일간의 포럼을 닫았다.
미래공창신문사 주최의 제1회 노년철학 국제회의는 성공적이었다는 참가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한층 더 노력할 필요를 느꼈다.
8월 29일 목요일
하라다 회장과 야마모토 사장의 주선과 안내로, 유성종 선생, 진교훈 교수, 김용환 교수, 김영미 시인, 원혜영 박사, 그리고 야규 마코토 박사와 함께 교토 관광명소 몇 군데를 다니고, 점심을 같이하고 헤어져서 그들은 강항으로 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유성종 선생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미래공창신문사가 주최한 제1회 노년철학 국제회의와 야마모토 사장을 위해서 혼신의 협력을 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구라 기조 교토대학 교수를 오찬장에서 만났고, 건강을 회복하였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유성종 선생은 오구라 교수와의 재회를 기뻐하며 일행 아홉의 점심값을 지불했다.
하라다 켄이찌 회장과 야마모토 사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다해서, 한국 측 참가자들을 편안하게 일본 체재를 마치고 귀국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마음 써주었다.
좋은 이웃과 만나서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8월 30일 금요일
미래공창신문사 제1회 노년철학 국제화의를 통해서 제기・ 논의되었던 문제 중에서, 10월에 여는 보은군 주최 제6회 노년철학 국제회의에서 심화・ 발전・ 공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교육개혁과 미래공창과 신문명론에 관한 인식조정이다.
인생 50년 시대에 마련된 교육론이나 사회복지와 같은 기본적인 제도・ 장치・ 정책은 인생 100년 시대에는 창조적인 기여・ 공헌・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누구나 태어나서 나이 들어 병도 나고 아픔도 겪으면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죽음에 이르는 가정을 50년 단위로 생각하는 것과 100년 단위로 생각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이제는 일찍이 아무도 경험한 적이 없는 아주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새로운 삶의 의미와 보람과 역할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것이 노년철학의 최우선 과제가 된다. 인생 50년 시대의 문명이 인생 100년 시대에도 그대로 인간과 사회와 세계의 향상・ 발전・ 진화에 미래공창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명개벽이 필요하지 않을까?
8월 31일 토요일
한국의 보은군이 주최하는 제6회 국제회의는 ‘노년철학과 미래공창: 새로운 과학기술과 미래공창과 새로운 문명’이라는 주제로 3세대─청소년세대와 중장년세대와 노숙년세대─사이의 함께 배움과 서로 가르침을 통해서 인생 100년 시대의 시대적・ 상황적 요청에 궁극적・ 적극적으로 기여・ 공헌・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11월에 개최 예정인 일본 시즈오카 현과 비교문명학회가 공동주최하고, 일본의 제1회 장수철학 국제회의에서의─장수철학과 비료문명─ 발제와도 연결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면 지속적인 사고발전을 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세 분의 발제자에게 제안했다.
김용환 교수: 장수철학과 문명의 대전환
김영미 시인: 로마와 경주에서 찾아오는 장수의 의미
원혜영 강사: 젠더(남녀)와 에이징(나이듦)
9월 1일 일요일
오후 4시에 김태정 교수와 그의 아들 김석철 강사가 집으로 찾아왔다. 지난 번 교토의 간사이 세미나 하우스에서 있었던 미래공창신문사 주최 제1회 노년철학 국제회의에스의 김석철 강사의 발제강연이 훌륭했고 반응이 좋았던 것을 치하하고, 내상 때문에 참석치 못한 김태정 교수에게 자상한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한국에서 온 김영미 시인이 김석철 강사와 협력해서 일본의 와까(和歌)를 한국에로 번역해서 한국인에게 알리고, 한국 시를 일본어로 번역해서 일본인에게 알리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두 사람 사이에 합의를 아룬 것 같다는 것도 지적했다.
좋은 만남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정치적으로는 1965년의 한일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에 있는 한일관계이지만, 뜻있는 시인들의 시적 상상력이 보다 바람직한 관계발저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뜻을 김태정 교수와 김석철 강사에게 전하고 격려했다.
9월 2일 월요일
어제부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오늘 새벽에는 격통 때문에 더 이상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불 속에 누워 있으면 아픔이 더하여 일어났다. 일본에 오기 전 한국에서는 옆구리가 아파서 고생했는데, 그때도 누워 있으면 더 아파서 일어났었다.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나를 찾아온 손님을 정중히 모시고, 나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옆구리가 아팠던 것은 오랫동안 계속된 나 자신의 잘못된 자세와 습관에 연유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었다. 그래서 자세와 습관의 교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무릎이 아픈 것은 무슨 까닭일까?
국제회의 참석자들이 야마모토 사장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오늘 새벽에 뜯어보았는데 야마모토 사장과 내가 함께 한국의 참가자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치토세기쿠(千歲菊)’라는 이름의 양갱을 보고 감회가 깊었다. 국화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인데, ‘엔넹(延年), 치요미쿠사(千代見草), 요와이쿠사(齡草)’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여, 불로장수의 상징으로 귀하게 여겨져 왔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아달라는 야마모토 사장과 내가 정성을 담아서 마련한 선물이었다. 야마모토 사장과 나의 그러한 섬세하고 정성된 마음 씀이 참가자들에게 전해지고, 맛있게 자시고 오래 살아서 노년철학을 제대로 담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9월 3일 화요일
오전 11시, 우메다 기노쿠니야서점 앞에서 오구라 기조 교수와 야마모토 교시 사장을 만나, 곧장 요도바시카메라 6층의 중화식당에 가서 점심을 함께하면서 담화를 즐겼다.
아주 오래간만에 만났기에 나눌 이야기가 많았지만, 노년철학을 함께 정립해보자고 제안했고, 오구라 교수도 함께해보자고 응답했다. 마음이 든든했다. 오구라 교수의 대학원 수업에 참가하는 다국적 젊은 세대의 생각과 관점과 주장을 포함할 수 있으면 세대간 상화・상생・공복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참신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오늘의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의 대다수가 너무 정치적으로 이념화되고 양극화되어 있어서 정치이념이나 정권에 대한 편향에서 자유로운 철학대화운동을 함께 펴나갈 수 있는 젊은 동지를 찾기가 심히 어렵다.
나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은 문재인정권의 정치노선을 지지할 수 없다. 일본인 학자들과 한일간 철학대화를 통해서 바람직한 미래공창─gerontopia 건설─을 공동 실현시키려 하는 것이 진정한 보국(輔國)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일=애국・ 친일=매국을 표방하는 문재인정권과는 코드가 안 맞는다.
9월 4일 수요일
외국에 나와 있으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 자국에 있을 때보다 국가에 대한 관심과 생각을 더하게 된다. 나는 솔직히 대한민국에 대한 애착은 있으나 문재인에 대해서는 호감이나 존경이 생기지 않는다. 그가 조국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다.
그래서 그가 최고통치자로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애착과 충성심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에 있다.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대한민국은 내 조부모나 부모나 형제자매의 나라이기 때문만이 아니고, 내가 거기서 나서 자란 곳이어서만도 아니다. 역사나 전통이나 문화에 애착을 느껴서만도 아니다.
내가 나의 나라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아끼고 거기에 충성심을 느끼고 나의 인간적 자기정체성의 근원으로 삼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나타나 있는 국가이념이─자유・ 법치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과 생명・ 인격의 존엄성・ 시장경제・ 개방적 국제주의─ 나의 신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9월 5일 목요일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보아도, 문재인정권의 정치노선을 지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내 나라의 대한 애착과 충성은 나의 조국 대한민국 국민의 다수가 뽑은 대통령에 대한 애착과 충성을 포옹하는 것이 당연한데, 지금의 대한민국이 놓인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라와 겨레에 대한 사랑과 충성이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동반자들에 대한 반감과 저항을 포용하지 못해서 고뇌와 갈등이 심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은 대한민국 국민과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집권세력을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하는 존재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유하는 바가 없고,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자기네들과 생각이 다르면 격렬하게 매도하고, 자기들과 같은 편이라고 여겨지면 무조건 감싼다. 문재인 편에 서는 것이 애국이고, 반대편에 서는 것이 매국인 모양인데, 그런 애국관을 나는 용인할 수가 없다.
9월 6일 금요일
왜 문재인과 그의 집권동반자들은 일본을 그토록 싫어할까? 나는 일본을 좋아하는데, 나의 대한민국 사랑과 일본사랑은 상호보완적이다. 나의 한국사랑은 일본 사랑으로 보완되고, 나의 일본사랑은 한국 사랑으로 보충된다. 나는 한국을 사랑하는 만큼 일본도 사랑한다.
나는 한국과 일본만 사랑하는 게 아니고 미국도 사랑한다. 한국은 내가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내 영혼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국가이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사랑한다. 일본은 솔직히 나의 철학적 열정을 고스란히 불태울 수 있는 곳이었고, 지금도 철학 대화활동의 공도추진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끈질기게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조국인 일본을 그들과 함께 사랑한다.
미국은 나의 젊은 시절의 꿈을 마음껏 펼쳤던 곳일 뿐만 아니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딸이 선택했고 존자가 거기서 태어나서 자란 고장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사랑한다. 미국이 내세우는 국가이념도 공감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