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4

[주목, 이사람] 통합 학문시대 주창 최민자 교수 "진리는 하나… 종교도 학문도 벽 없애야" | 세계일보

[주목, 이사람] 통합 학문시대 주창 최민자 교수 "진리는 하나… 종교도 학문도 벽 없애야" | 세계일보

[주목, 이사람] 통합 학문시대 주창 최민자 교수 "진리는 하나… 종교도 학문도 벽 없애야"
기사입력 2008-06-26 16:52:29


◇최민자 교수는 “우리의 상고시대 정치사상인 ‘천지인’ 합일사상은 양자물리학에서 이미 증명한 것”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 인류 사회는 종교 간 벽도, 학문 간 벽도 없어지고 오직 생명과 평화에 대한 자각으로 소통돼야 합니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최민자(53) 교수는 종교를 포함한 모든 학문이 생명의 본체이자 진리 그 자체를 공유하는 통합학문의 시대를 열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의식을 넓혀 우주 본질인 생명에 대한 올바른 자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방대한 분량의 사상서 ‘생명에 관한 81개조 테제’(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총 832쪽)를 펴냈다.

이 책은 생명경(生命經)으로서의 정치대전(政治大全)이라 할 수 있는 ‘천부경’, 서구적 근대를 초극하는 생명의 세기를 제시했다고 평가받은 ‘생태정치학’에 이은 최 교수의 생명에 관한 3부작 완결편이기도 하다.


“이들 3부작은 ‘물질과 정신은 하나’라는 양자물리학의 전일적(全一的) 실재관과 일치하는 패러다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핵심은 ‘(생명의) 본체·작용·본체와 작용의 합일’이라는 ‘생명의 3화음적 구조’에 대한 자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기서 ‘본체’는 신(신성), 하늘, 태극, 도(道), 우주의 근본 질료, 지기(至氣) 등으로 다양하게 명명되는 궁극적 실재로서 우주의 본원을 일컫는다. ‘작용’은 본체의 자기복제로서 나타난 우주만물이다. ‘본체와 작용의 합일’은 이들 양 세계를 관통하는 원리가 내재된 일심의 경계를 말한다.

“이미 양자물리학에서 물질의 근원을 탐구하다가 밝힌 것이, 물질의 궁극적 본질이 비물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이 바로 그것이지요. 정신과 물질, 유심과 유물, 신과 인간 등의 이분법은 실재성이 없으며 진리는 ‘하나’라는 것입니다.”

구미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중국 강단에도 서는 등 동서양의 종교와 사상을 두루 익힌 그는 천부경을 연구하다가 의문이 풀리면서 불교의 삼신불(법신·화신·보신)이나 기독교의 삼위일체(성부·성자·성신), 동학의 내유신령(內有神靈)·외유기화(外有氣化)·각지불이(各知不移)가 모두 생명의 3화음적 구조를 나타낸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즉, 우리가 분리의식에서 벗어나 일심의 원천으로 돌아가면 본체와 작용이 하나임을, 이 우주가 ‘한생명’임을 자연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중세적 인간이나 근대적 인간, 그 어느 쪽도 내재적 본성인 신성과 이성의 ‘불가분성(不可分性)’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성적 힘의 원천이 참본성인 신성에 있음을 이해한다면 진정한 문명의 개창은 신성과 이성의 합일, 즉 천인합일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물질과 정신 어느 한쪽만 알아서는 관념적일 수밖에 없으며, 두 세계를 모두 알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덧붙여 새로운 계몽의 필요성을 논하고자 한다면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 ‘유심론이냐 유물론이냐’ 식의 이분법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생명의 3화음적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만물을 떠나 따로 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리에 대한 명료한 인식이 없이는 새로운 계몽시대를 열 수 없습니다. 만유의 중심에 내려와 있는 신성이 바로 신의 실체이자 우리의 참본성임을 직시함으로써 천·지·인 삼재의 융화에 기초한 생명과 평화의 문명을 여는 것이 문명의 대전환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최 교수는 오늘의 인류가 처한 딜레마가 다양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 생명 문제와 관련돼 있으며 또한 거기서 파생된 것이라고 본다. 세상이 혼란스러운 것은 생명, 곧 진리가 종교의 틀에만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진리가 종교 밖으로 나와 모든 학문에 녹아들고, 삶 속에서 구현될 때 진정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명에 관한 진지(眞知)의 구축을 통해 삶과 학문, 삶과 종교, 학문과 종교, 종교와 종교가 화해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천부경 81자, 도덕경 81장의 구조를 지니고 있는 그의 저서 ‘생명에 관한 81개조 테제’의 특징은 물리와 성리,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통섭하는 보편적인 지식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생명의 3화음 구조’에 입각해 전일적 패러다임에 기초한 생명학과 생명정치의 기본틀을 제시하고 있다. 또 인간사회 제 현상을 홀로무브먼트(holomovement)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경계선 없는 통합학문의 단면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식혁명입니다. 인류 문명사로 보나, 자연계 현상으로 보나 임계치에 도달해 있음인지 2000년 이후 급속히 인류의 의식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서구에서 의식의 창조력을 다룬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한 증좌가 되겠죠.”

과연 인류가 의식을 확장시켜 자기 종교, 자기 학문을 뛰어넘어 생명과 진리, 평화를 위해 집단적으로 손잡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그것은 가히 제2의 르네상스요 종교개혁이 될 것이다. 최 교수는 “실물이 바뀌면 그림자가 바뀌듯, 의식이 바뀌면 의식의 투사체인 이 세상은 자연히 바뀌게 된다”며 “복합적 여건의 성숙으로 의식혁명은 의외로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사진=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