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31

[기의 세계] 45. 기수련과 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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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 세계] 45. 기수련과 귀
[중앙일보] 입력 2000.01.12 00:00 |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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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金容沃)의 TV '노자(老子)' 강의가 자못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난해(難解)한 '노자' 를 대중적 인기로 몰고 간 도올의 탈렌트도 탈렌트려니와 그 인기 속에 어떤 시대적 변화의 용틀임이 보인다.

한데 '노자' 를 제대로 알려면 이른바 기(氣)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상가 가운데 기사상을 아우르면서 '노자' 를 완벽하게 풀이한 이는 다석(多夕)류영모(柳永模)였다. 다석은 '노자' 를 '늙은이' 라고 이름붙이고 도덕경 전문을 순우리말로 엮어냈다.

도올이 TV에서 '노자' 를 공개강의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다석은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에 걸쳐 YMCA에서 공개 강의했다.

물론 그때는 TV가 없던 시절이었지만 그곳에서 청강한 이들은 함석헌(咸錫憲)을 필두로 재재다사(才才多士)였다.

다석은' '노자' 를 강의하면서 조금도 자세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기는 수련을 통해서 몸으로 터득하는 것이지 머리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를 터득하면 기운을 쓸수록 더욱 기운이 왕성해진다. 강의나 설법을 하면 할수록 입안에서 침이 샘솟는다. 그 침을 일컬어 금진옥액(金津玉液)이라고 한다. 다석의 입속은 금진옥액으로 충만했다.

'노자' 의 성은 이(李)이고 이름은 이(耳), 자(字)는 담(聃)이다. 흔히 노자는 '노담' 이라고도 불린다. 한데 노자의 이름이 귀를 뜻하는 한자인 '이(耳)' 로 지어졌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라도 자(字)까지 귀를 뜻하는 '담(聃)' 이 붙여졌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담' 이라는 한자는 귀가 두툼하여 귓바퀴가 없을 정도의 모양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노자 귀의 생김새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선도의 세계에선 특히 귀를 중시한다. 성인(聖人)이란 말에서 '성' 이란 글자도 귀(耳)가 전제로 된다. 노자의 귀는 이름 그대로 성인을 상징하는 셈이다.

선도에서 귀를 중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귀가 선천성(先天性)을 상징할 뿐더러 생명기능(生命機能)의 근원과 직결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의 귀는 개나 고양이의 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물론 예외적인 사람도 있지만 그런 부동성(不動性)은 유전적인 것이라고 일컬어진다.

귀가 생명기능의 근원과 직결되는 것은 그것이 신장(腎藏)과 심장(心臟)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호흡에 맞추어 귀를 매만지면 신장이 튼튼해지고 나아가 심장의 기능이 강화된다.

이규행 <언론인.현묘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