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완역한 이경숙씨이전 기사보기다음 기사보기
기자명김주일
입력 2004.02.02
누가 진정한 노자의 제자일까?
3년전 TV강의로 유명세를 날리던 도올 김용옥씨를 <노자를 웃긴 남자>란 책을 펴내며 신랄하게 비판해 화제를 모았던 ‘아줌마 논객’ 이경숙씨(44)가 새 책을 내놓았다. 책 제목은 <완역 이경숙 도덕경>(전 2권). 지난번 책 <노자…>가 20장까지의 책을 번역한 ‘도올의 저격용’이었다면 이번 책은 순수한 교양 학술서다. ‘도경’과 ‘덕경’으로 나눠 총 81장의 <도덕경>을 기존의 해석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야말로 ‘이경숙 식’으로 완역했다.
이번 책 출간으로 학자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자신은 컴퓨터 엔지니어인 남편 김관흥씨(46)와 고3, 초등 6년생인 두 딸을 두고 있는 전업주부일뿐이라고 잘라 말하는 이경숙씨를 전화 인터뷰 했다.
▲MBC에서 방송특강을 재개한 김용옥 교수를 의식해 출간 시기를 의도적으로 맞춘 것인가.
-이 책은 순수하게 완역에 목적을 두었다. 의도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처음에 <도경>을 먼저 번역해 원고의 절반은 2년 전에 이미 출판사에 넘겼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인 <덕경>을 지금에야 완역했을 뿐이다.
▲얼핏 책을 훑어 보아도 한문은 물론 동양학 전반에 관한 내공이 돋보인다. 평범한 아줌마가 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 고전을 번역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데, 정말 한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간다. 다시 말하지만 동양학이나 한학에 관한 전통적 교육과정을 밟은 적이 없고, 스승도 없다. 다만 중학교 시절부터 불자인 어머니를 따라 <반야심경> <금강경> 같은 불경과 함께 <도덕경>을 베껴 쓰면서 한문 읽는 눈을 조금 뜬 것이 전부다. 처음에는 의미도 모른 채 그림 그리듯 따라 해보다가 어느정도 시기가 되자 자연스럽게 뜻을 풀이하고 해석하는 감각이 몸에 배게 됐다.
▲한문 문법이 번역하면서 큰 문제 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에 <노자를 …>의 독특한 화법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던 동양학자들도 지금은 대체로 이씨의 ‘파격적 문법’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시중 서점에 나가서 문법에 맞춰 해석했다는 <도덕경>이나 <노자>의 책들을 살펴보라. 오히려 번역의 일관성이 없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도덕경>은 한문 문법이 성립되기 이전의 책이다. 학자들이 후대에 형성된 문법의 틀에 맞추려다 보니까 노자의 본래 목소리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내가 비난한 도올뿐 아니라 왕필(王弼) 도덕경 이후 2500년 동안의 번역과 해설이 모두 잘못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원문을 직접 번역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오역과 해설을 모아서 다시 책으로 엮으면서 오역의 역사가 반복돼 온 것이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원문을 직접 번역했다. 그래서 앞으로 노자 관련 책을 쓰는 학자는 내 책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렇다면 이번 책에서 지은이가 왕필 이후 잘못 읽고 있다고 들이댄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도덕경 81장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1장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을 ‘도를 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그 이름이 도인 것은 아니다. 즉 어떤 이름으로 이름 붙일 수는 있지만 언제나 그 이름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뇨’라고 해석한 것이나, 10장의 ‘載營魄抱一 能無離乎(재영백포일 능무리호)’를 ‘온 나라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이것이 흩어지지 않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 것은 기존 해석과 크게 다르지만 이해가 훨씬 쉽다.
▲<도덕경>을 완역한 뒤 한마디로 어떤 책이라고 생각했는가.
-여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특히 겸손과 하심을 강조한 책이라고 본다. 요즘같이 혼탁한 시대에 정치하는 이들이 보면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책이다.
▲저자로서 이 책을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체계적 한학 수련 없이 불경을 필사하면서 깨달은 한문 해석 비법의 한 가지가 바로 ‘백독불여일필(百讀不如一筆)’이다. 눈으로 따라 읽을 때에는 의미가 불분명했던 것도 한 번 직접 써보면 그 뜻을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직역과 자구 해석, 친절하고 재미까지 곁들인 주는 물론, 꼭 해당 구절을 써보도록 따라 쓰기란을 만들었다. 꼭 한번 써 보길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고전 번역을 계속할 생각인가.
-도덕경을 가볍게 이야기한 에세이와 손자병법 책이 올해 안으로 나온다. 손자병법은 병법에 관심을 가진 터라 전부터 꼭 번역해 보고 싶은 책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실력이 된다면 불자인 만큼 불경 번역도 해보고 쉽다. 그래서 이런 원력을 실현시키고자 틈만 나면 집 인근에 있는 마산 불곡사를 비롯해 명찰 들을 순례한다. <김주일기자>
#이경숙은 누구
1960년생인 이경숙씨는 컴퓨터 통신 초창기인 1991년부터 '구름'(clouds)이란 필명으로 유명했던 인터넷 논객이다. 3년 전 '노자를 웃긴 남자'를 펴내 도올 김용옥 교수를 매섭게 몰아붙여 오프라인에서도 크게 주목을 끌었다.
1999년 출판한 종교 서적 〈마음의 여행〉도 인터넷에 연재하다 우연한 기회에 <정신세계사 과학총서>로 출판된 것.
그녀가 운영하는 인터넷 구름카페(http://clouds.or.kr)에서 <육아일기〉, 〈기란 무엇인가?〉, 〈개천록〉, 〈황제〉, 〈근대 해전사〉 등을 연재하고 있다.
완역 이경숙의 도덕경(전 2권)
이경숙 지음
명상 펴냄
각 권 1만8천원
김주일 jikim@buddhapia.com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완역 이경숙의 도덕경(전 2권)
이경숙 지음
명상 펴냄
각 권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