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광주에 여성운동을 뿌리내린다
기자명 박해권 기자
입력 2004.10.04
미약하나 창대함을 꿈꾸는 씨알여성회
자생적인 시민단체 하나 없는 광주에 2년이 넘도록 여성운동을 뿌리내리는 단체가 있다. 지난 2002년 3월 가정폭력상담소를 개설하면서 불모지 광주에 여성운동의 첫 발을 내 딘 (사)씨알여성회가 그 것이다. 비록 짧은 연륜이지만 여성운동의 폭과 깊이에서 어디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알찬 프로그램을 실천해 오고 있다.
▲ 씨알여성회 가족들
씨알을 이끄는 작은 거인 곽라분이 소장
곽소장의 이력은 매우 화려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여성운동을 통한 사회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는 최전선에서 항상 실천적으로 일관해 왔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대 문리대(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하고 70년대 반독재 군사정권에 저항하며 일찍이 도미해 89년 국민의정부 탄생과 함께 돌아온 그녀는 미국에서 여성,교육,청소년 분야에서 활동하며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20년 가까운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 후 서울등 대도시에서 대학강단과 사회단체를 해오던 중 곽소장은 주변의 권고와 격려에 힘입어 경기도내 여성운동이 가장 열악한 광주시에서 마지막 열정을 쏟겠다는 각오로 씨알여성회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소중하고 값진 결실을 엮어 가는 씨알여성회
씨알이란 민초를 뜻하는 말로 생명의 기본원리에 입각해 스스로 깨어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초월을 추구하는 존재를 지칭하기도 한다. 씨알여성회의 목적은 씨알사상에 입각해 우리사회에 모순된 가부장적 모순을 타파하고 궁극적으로 양성평등을 너머 상생의 시대를 구현해 나가는데 있다고 말한다.
씨알여성회는 그동안 가정폭력상담소,성폭력상담소 등 부설기관을 설립해 전문상담원들을 수차에 걸쳐 배출시켜 지역내 초중고에서 성교육과 인성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및 성폭력에 대한 전문상담체제를 상시 가동하고 있다.
▲ 씨알여성회와 함께하는 사람들
또한 여성운동의 일환으로 여성을 위한 각종 교육,문화홍보,여성인권 등과 관련해 왕성한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등 종합적인 여성운동의 산실로 자리 매김 해 나가고 있다.
시급한 광주여성쉼터 광주시 늦장으로 개원지연
2002년 씨알여성회 설립과 함께 경기도의 지원약속과 함께 시작되었던 광주여성쉼터가 경기도가 예산을 편성해 광주시에 보조금을 내려보낸 지 2년이 넘도록 개원이 되지 못하고 있어 가정폭력상담소와 불가분에 있는 쉼터의 부재로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주시는 도보조금을 포함해 광주시 부담금으로 도비반납을 우려해 일단 쉼터용 아파트를 잡아놓았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조례안까지 통과된 광주쉼터가 그동안 의회에서 2번에 걸쳐 예산문제로 기각되는 등 쉼터개원이 늦어지고 상태이다.
곽소장은 “이번 추경에는 반드시 통과될 것으로 믿고있다”면서 “하루속히 쉼터가 개원되어 위급한 여성들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운동을 너머 지역사회 참여시민운동으로 승화
광주에 인연을 맺은 지 짧은 세월이지만 씨알여성회가 꿈꾸는 미래상은 창대 하다.
"2000년대의 여성운동은 여성입장에서의 여성운동이라기 보다는 양성 모두가 근원적 의식변화를 통해서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차원에 진입하고 있다"고 곽소장은 강조한다.
▲ 씨알여성회 가족들
"진정한 의미의 남녀평등만이 우리사회가 보다 차원 높은 가치관을 향하여 삶의 질을 고양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이 의식화되고 조직화되어 현실정치에 참여해 스스로 그 같은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한다"고 곽소장은 강조했다.
사재를 털어 가며 여성운동의 일선에서 신념을 지니고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 속에 지금은 비록 불모지에 심어진 작은 한 그루의 나약한 모습이지만 평생을 바친 그녀의 값지고 소중한 경험의 세계가 비옥한 거름이 되어 광주의 씨알여성회가 여성운동의 창대한 거목으로 자리할 머지 않은 미래를 확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