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경제윤리 연재기획(4) 희년의 토지정의, 한국교회와 사회를 살린다.
– POSTED ON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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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경제윤리 연재기획4
토지/주택(부동산)에 관한 기독교경제윤리
희년의 토지정의, 한국교회와 사회를 살린다.
이번 글에서는 토지에 관한 여러 성경 말씀과 희년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뜻과 원칙, 원리를 오늘날의 현실에 맞게 창조적이고도 신중히 적용하려는 개혁주의적인 입장을 따라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토지에 관한 여러 성경 말씀과 희년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뜻과 원리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토지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노동과 자본에 관한 하나님의 뜻과 원리는 모든 사람이 자기 땅에서 땀 흘려 일하여 만든 자기 노동의 열매를 누리게 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토지권과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구약이 말하는 정의의 기초는 땅을 경작하는 사람이 땅을 가져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상태라고 에밀 브루너(Emil Brunner)는 <정의와 사회질서>(대한기독교서회)에서 말한다.
이러한 경자유전의 상태를 현대사회에서는 ‘토지 가치 공유’라는 방법을 통해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희년 말씀에 담긴 노동과 자본에 관한 하나님의 뜻과 원리는 노동의 결과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 즉 노동의 결과에 대한 감세 및 면세나 노동 장려, 노동권 보장 등으로 적용할 수 있다.
토지 가치 공유를 통한 공평한 토지권 보장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토지권과 노동권을 보장한다고 구약 이스라엘처럼 모든 사람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는 방법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 우리는 구약의 말씀을 현대 사회에 문자 그대로 무리하게 적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는 과거 농경 시대처럼 토지의 비옥도가 중요한 것이 아닌 위치가 더 중요하고 농경을 위해 모두가 땅을 많이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Rent, 지대)를 거두어서 모든 국민을 위해 쓰면 실질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토지권을 보장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지금 가지고 있는 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토지 가치에 따라 토지가치세를 사회가 거두어 사회 공동체를 위해 쓰면 되는 것이다.
이런 간단하고도 창조적인 방법이 바로 희년 말씀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미국의 사상가 헨리 조지(Henry George)가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비봉출판사)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다. 1879년에 나온 진보와 빈곤은 당시 영어로 쓰인 논픽션 분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난 20세기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양극단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희년의 지공주의(地公主義) 사상이 역사 속으로 묻혀 버리고 말았다.
토지가치세는 공평하고 효율적이다
이렇게 토지 가치를 사회가 거두어서 모든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은 신학적으로는 희년 말씀의 현대적 적용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으로도 공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정책이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인정하듯이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를 사회가 거두어서 모든 국민을 위해 쓰는 토지가치세는 가장 공평하고 효율적인 세금이다. 토지가치세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지한 가장 좋은 세금이다.
에밀 브루너는 <정의와 사회질서>(대한기독교서회)에서 “토지 소유자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사회 발전과 사회 공동체 덕분에 얻은 토지 가치는 사회가 세금으로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대부 격에 해당하는 경제학자이자 세금 혐오론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조차도 토지가치세가 가장 나은 세금이라며 그 우수성을 인정한 바 있다.
토지 가치는 대부분의 경우 토지를 소유한 개인이 노력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구 증가와 사회 발전, 정부의 개발 정책, 사회 인프라 설치 등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 소득이 아닌 사회 공동체가 만들어 낸 사회 공동체의 것이다. 토지/주택(부동산)불로소득은 토지/주택(부동산) 투기를 유발하여 심각한 부동산, 경제문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사회가 환수하여 사회를 위해 쓰는 것은 경제 정의에도 정확히 부합한다.
희년 말씀에 순종하면 한국교회와 우리나라가 복을 받는다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는 거두어서 모든 국민을 위해 쓰고 개인이 땀 흘려 노동하여 만든 노동의 열매는 최대한 보장해 주면 우리나라의 심각한 부동산 문제는 줄어든다. 토지 가치를 사회가 거두어서 모든 국민을 위해 쓰면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는 늘어나는 동시에 가정의 소득과 소비가 많아져 경제도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하나님의 희년 말씀에 순종하면 우리나라와 모든 국민이 복을 받게 되는 것이다. 희년 말씀은 지금도 변함없는 약속이 담긴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만들어 낸 토지 가치는 사회가 거두어서 모든 국민이 공유하고 노동의 열매는 노동한 사람에게 최대한 보장해 주는 희년의 지공주의 사상은 남한의 자본주의(토지와 자본 모두 사유)와 북한의 공산주의(토지와 자본 모두 공유)를 성경 말씀으로 통일할 수 있는 평화의 대안이기도 하다.
토지/주택(부동산) 불로소득을 토지가치세로 사회가 환수하여 모든 국민을 위해 쓰면 사용할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토지/주택(부동산)을 소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소유의 양극화, 이로 인한 빈부 격차가 줄어든다.
토지/주택(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사회를 위해 쓰고 땀 흘려 일하여 만든 노동의 임금과 자본의 이자는 최대한 보장해 주면 비율적으로 임금과 이자는 상승한다. 이렇게 하면 빈부 격차가 완화되고 소비와 생산이 늘어나 경제는 살아나고 일자리는 많이 생기면서 실업은 줄어든다.
이 땅에 이루어지는 하나님나라의 모델
토지 가치를 사회가 환수하면 땅값이 낮아져 창업 및 사업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고 사업 수익도 많아진다. 토지나 건물을 임대하여 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상가 세입자들은 쫓겨날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사업을 경영할 수 있다. 자기 땅에서 자기 노동의 열매를 누리는 자영 노동의 원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경제가 살아나 고용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자영 노동이 늘어나면 노동자가 부족해져서 노동자의 임금은 상승한다. 일하려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일자리는 별로 없는 지금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업과 비정규직이 줄어들고 소득 격차에 따른 빈부 격차와 노동 착취, 노사 갈등도 줄어든다. 즉 토지 정의는 노동 정의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내 집 마련이 쉬워져 결혼과 출산이 많아진다. 집을 사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 사라져 가계의 소비 여력이 생기면 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늘리고 일자리가 늘어나 경제는 더욱 좋아진다.
게다가 토지 불로소득으로 인해 발생하는 뇌물과 향응, 퇴폐 향락 산업, 공무원의 부정부패, 강제 철거, 부동산 관련 각종 불법 및 탈법 같은 사회악도 줄어든다. 아울러 불필요한 개발과 도시가 무질서하게 확대되는 스프롤 현상, 자원 낭비, 환경 파괴도 개선된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한탕주의와 기회주의가 사라지고 근로 의욕과 도덕성, 국민 의식, 준법정신 등 국민의 정신적인 수준이 높아진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무한 경쟁과 탐욕도 줄어들다.
또 자신의 은사와 소명에 맞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살 수 있게 되면 치열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비용도 줄어들어 가정 살림살이는 좋아지고 아이들도 행복해진다. 교육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풀리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집안의 경제문제로 인한 부부 싸움과 가정 폭력, 이혼, 낙태, 가정 파괴와 같은 가정 문제도 줄어든다. 하나님의 희년 말씀에 순종하면 이 세상이 점점 더 하나님나라의 모습에 가깝게 된다.
토지 가치 나눔을 통한 희년 말씀 실천
우리 그리스도인은 토지/주택(부동산) 불로소득을 사회가 토지가치세로 환수하여 모든 사람이 누리는 정책들을 정부가 법과 제도로 만들 수 있도록 기도하고 행동해야 한다. 또한 희년 말씀에 가까운 법과 제도가 국가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개인과 공동체, 교회가 희년 말씀의 원리와 정신이 담긴 실천 사항을 직접 실천할 수 있다.
교회는 먼저 희년 말씀을 설교하고 가르치면서 희년을 자발적으로 실천한다. 신도는 희년 말씀과 희년 실천 사례를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한다. 또 교회와 신도는 희년 말씀이 이 땅에서 온전히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면서 희년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매 순간 성령님의 인도하심과 능력을 구하고 따른다. 두려움과 탐욕의 죄를 인간의 자유의지로만 이겨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성령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다.
교회와 신도들은 교회 건물이 소유가 아닌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을 하고 남는 교회 건물과 공간에 대해서는 선교와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의 공간으로 사용한다. 공간 나눔과 공간 기부를 하는 것이다. 좋은 예로 서부제일교회는 지역 주민에게 교회 주차장과 어린이 도서관, 북 카페를 개방하여 함께 사용한다. 교회 교육관을 필요한 단체에게 무료로 대관해주는 높은뜻숭의교회 청어람도 좋은 사례다.
한편 교회는 무작정 교회 건물을 확장하지 않고 꼭 필요한 공간만을 건축하고 거주할 곳이 없는 가난한 이웃과 대학생이 살 수 있는 전월세 주택과 학사관을 마련하도록 노력한다. 또한 다주택을 보유한 신도들이 있다면 이웃 사랑 차원에서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전월세 값을 무작정 올려 받지 않고 동결해 준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새벽이슬, 희년함께가 함께 했던 전월세 동결 운동 캠페인을 예로 들 수 있다. 교회는 전월세를 동결해 주겠다는 신도를 무주택 이웃과 연결시켜 줄 수도 있다.
희년 운동 동참을 통한 희년 말씀 실천
교회와 신도들은 투기 목적이 아닌 실제로 필요한 부동산만을 구입하도록 노력한다. 교회와 신도들은 필요 없이 가지고 있는 땅의 임대 가치(임대료)를 지역사회와 가난한 이웃에게 기쁜 마음으로 나눔으로써 희년 말씀을 실천할 수 있다.
교회나 개인이 교회 건물과 집을 이전할 때 생기는 시세 차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거나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눌 수도 있다. 교회를 이전하면서 생긴 6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당회에서 결정한 용인 향상교회가 좋은 사례다.
신도들은 토지가치세가 도입되기 전에는 지금 현실에서 토지/주택(부동산) 불로소득을 어느 정도 환수할 수 있는 부동산 관련 세금(개발부담금,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에 찬성하면서 기꺼이 납부한다.
또 토지가치세를 정책으로 내거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투표하여 정치적인 실천을 할 수도 있다. 아울러 대만처럼 모든 사람이 땅에 대한 권리를 골고루 누리는 토지 공개념의 정신을 헌법에 구체적으로 기록하도록 노력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희년 운동을 하는 여러 단체(희년함께, 희년사회, 토지정의시민연대, 토지+자유 연구소 등)에 참여하면서 희년을 실천하는 데 앞장설 수도 있다. 희년함께에서는 매년 추석 전 주일을 희년실천주일로 정해 교회가 희년 말씀을 설교하고 가르치며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매년 희년실천주일에 희년실천주일 참여 교회들이 함께 모여 고난 받는 사람들과 함께 드리는 희년실천주일 연합 예배에 동참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 희년 말씀을 우리가 사는 사회와 교회, 공동체, 가정에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희년 실천은 사회 개혁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가 하나님나라에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살 길이다.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토지/주택(부동산)문제만큼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노동문제에 관한 성경 말씀과 기독교경제윤리를 살펴볼 것이다.
고영근 / 희년함께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