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5

산림청3 [반론] '나무를 베면 안된다'는 함정을 넘어 - 오마이뉴스

[반론] '나무를 베면 안된다'는 함정을 넘어 - 오마이뉴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병성 기자의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 기사에 대한 반론을 보내와 가감 없이 싣습니다. 최병성 기자의 후속기사도 준비중입니다. 이와 관련한 또다른 의견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강원도 홍천군의 또 다른 벌목 현장. 도로를 따라 양쪽의 숲이 사라졌다.
▲  강원도 홍천군의 또 다른 벌목 현장. 도로를 따라 양쪽의 숲이 사라졌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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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림청이 추진하는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방안'을 둘러싼 말들이 많다. 환경운동가로 명성을 얻은 최병성 목사는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http://omn.kr/1t88z) 제하의 오마이뉴스 기고를 통해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이 '기후재앙'을 불러올 '제2의 4대강 사업'이라 경고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홍천 산야가 헐벗은 사진에 충격을 받은 것은 비단 오마이뉴스 독자들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치 준비된 것처럼 불과 하루 뒤 <조선일보>는 1면 기사로 공세를 이어받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탄소 저감 목표가 차질을 빚자 멀쩡한 나무를 베어 가며 무리하게 새 나무를 심는 계획이라는 비판이다. 과연 정부는 탄소중립이라는 핑계로 멀쩡한 산림을 밀어내고 나무 심기 개수 채우기에 급급한 책상물림 사업을 만들어낸 것일까?

<오마이뉴스> 기사처럼 숲을 가만히 놔두면 탄소흡수량은 알아서 증가하는데 산림청은 멀쩡한 숲을 뒤엎고 탄소시계를 앞당기는 재앙을 초래하려는 것인가? 건강한 산림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들에 관한 몇 가지 사실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30억 그루 나무 심기로 온 산이 뒤엎어질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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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환경단체는 산림청이 '전체 산림의 72%를 모두 엎어버릴 것'이라느니, '경기도 면적의 숲이 사라질 위기'니 하며 산림청 전략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산림청의 계획을 뜯어보면 환경단체들의 목소리는 기우에 가까워 보인다. 산림청에 따르면 '탄소중립 추진방안'에서 발표된 수확량은 1년에 3만ha 규모로, 탄소중립 추진방안 수립 이전인 '20년도에만 이미 2.4만ha를 수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약 25% 규모 증가에 불과하다.

30년간 총 26억 그루(연간 8700만 그루꼴)의 새 나무를 국내에 심는 데 필요한 면적은 연간 약 2.9만ha로 추산되는데, 2.9만 ha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인 634만ha의 불과 0.4%에 해당할 뿐이다. 1년에 0.4%씩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총 산림면적의 14%의 나무를 새로 심는 것이 과도한 목표라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홍천 벌채사업은 산림청 사업이 아닌 민간사업

앞선 기사들에서 모두의 이목을 끈 문제 사례인 강원도 홍천군의 나무 베기 현장은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이 아니라 사유림으로, 산림자원법에 따르면 사유림 산주의 입목 벌채 허가는 관할 기초지자체가 허가권을 갖고 있다. 올해부터 산림청이 준비 중인 '산림청 탄소중립 전략'과는 전혀 무관한 민간 경제림의 벌목사업이라는 얘기다. 

물론 사유림에서도 설령 규정에 어긋난 나무베기가 이루어졌다든지, 규정이 미비하여 생태계 교란의 가능성이 높다면 지적해 마땅한 일이다. 당국은 최근 3년간 벌채지역 전수 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사유지에서의 민간 벌채사업 사례를 가져다 산림청 숲 가꾸기 사업이나 탄소중립 전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사실 호도이자 논리 비약이다. 위 기사가 주장하려는 바는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산림은 경영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과연 그러한가?

산림의 탄소 흡수능력 –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자

최병성 목사는 벌채된 나무의 나이테 간격을 살피며 30년 이상 산림이 더 높은 탄소 흡수능력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30년 이후 나이 든 나무가 탄소를 더 흡수하기 때문에 탄소흡수량 증가를 위해서는 벌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인 분석이라 보기 어렵다.

가장 큰 오류는 단일 개체의 탄소흡수량이 늘어나면 숲 전체의 탄소흡수량이 당연히 늘어난다는 논리의 함정이다. 그야말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오류다. 나무가 청년기를 지나 큰 나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수많은 나무와의 경쟁을 이겨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주변 나무들의 개체 수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숲의 탄소 흡수능력을 판단할 때는 큰 나무 한 그루의 흡수능력 증감이 아니라 숲의 단위 면적당 탄소흡수량이 지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나무가 아니라 전체 숲의 단위로 시야를 넓혀 볼 때, 숲의 나이가 들면 전체적인 생장률이 떨어지고 탄소흡수기능이 저하된다는 사실은 아직 흔들리지 않은 학계의 정설이다.

국내 주요 수종의 탄소흡수량을 직접 계측한 결과도 숲과 개별 나무의 탄소흡수량이 일치하지 않음을 뒷받침한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의 산정 결과, 나무 한 그루당 탄소흡수량은 수종에 따라 침엽수는 대개 수령 30년~50년 사이에 절정에 다다르고 이후 감소하며, 활엽수는 수령 70년까지 지속해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숲 단위의 흡수량을 보면 수종과 관계없이 임령 20~25년이 절정이며 이후 완만하게 하락하여 50년 이후에는 수령 10년 수준과 같거나 낮은 결과를 보여준다.
 
[표1] 나무 한 그루 당 연간 CO2 흡수량  *임분수확표에 없는 자료로 추정치를 적용한 값임.
 **임분수확표의 임분단위 자료를 본수로 나누었기 때문에 수령(개체목) 기준의 흡수량을 제시함.
출처 : 국립산림과학원. 2019.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ver. 1.2). NIFoS 산림정책이슈 14쪽.
▲ [표1] 나무 한 그루 당 연간 CO2 흡수량  *임분수확표에 없는 자료로 추정치를 적용한 값임. **임분수확표의 임분단위 자료를 본수로 나누었기 때문에 수령(개체목) 기준의 흡수량을 제시함. 출처 : 국립산림과학원. 2019.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ver. 1.2). NIFoS 산림정책이슈 14쪽.
ⓒ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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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주요 수종별 연간 CO2 흡수량  *임분수확표에 없는 자료로 추정치를 적용한 값임.
 **임분수확표의 임분단위 자료를 활용하였기 때문에 임령기준의 흡수량을 제시함.
출처 : 국립산림과학원. 2019.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ver. 1.2). NIFoS 산림정책이슈 13쪽.
▲ [표2] 주요 수종별 연간 CO2 흡수량  *임분수확표에 없는 자료로 추정치를 적용한 값임. **임분수확표의 임분단위 자료를 활용하였기 때문에 임령기준의 흡수량을 제시함. 출처 : 국립산림과학원. 2019.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ver. 1.2). NIFoS 산림정책이슈 13쪽.
ⓒ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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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채는 금기?

늙고 큰 아름드리나무가 젊고 작은 나무에 비해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는 최병성 목사의 주장을 굳이 반박할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가설이 '숲은 인위적 경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절대적인 보호만이 능사'라는 극단적인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아름드리나무를 더 많이 키워내고 숲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숲 가꾸기와 산림경영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림 문제에 대해 주지하고 있으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 산림의 대부분은 애초에 자연림이 아닌 70~80년대 치산녹화 사업을 통해 조성된 인공림이라는 점이다. 박정희 정권의 산림녹화사업은 '2차대전 이후 황폐산림 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UNFAO)에서 모범사례로 삼을 정도로 단시간 내에 헐벗은 국토를 재조림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단시일 내에 조성한 국내 산림은 현재 수종과 연령구조 불균형 문제로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 구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산림 중 약 72%의 나무는 3~4령에 속하는 나이가 거의 같은 나무로 구성되어, 단층의 과밀화된 숲을 이룬다. 이로 인해 큰 나무로 성장하기도 어렵다.

속성수 위주의 식재로 인해 목재의 자원화 가치가 낮으며, 병충해에 취약하고 숲 생태계의 다양성도 떨어진다. 이러한 인공림을 단순히 방치하며 울창한 원시림이 되길 기다리는 것은 나무를 쳐다보며 물고기 떨어지길 기다리는 셈이다.
  
산림녹화 시즌 2 –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한 산림뉴딜

탄소중립을 위한 산림뉴딜은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한 산림관리의 시작이다. 30년 넘는 나무는 모두 베어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백 년 이후에도 계속 자라는 건강한 나무들을 기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대책이다.

앞서 말했듯, 50년 전 심은 아까시나무·리기다소나무 등 속성 연료림에 편중된 수종을 교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 위기가 불러온 평균온도 상승으로 2060년에는 강원도 고산지역과 전북·충북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인위적 관리 없이는 남한지역에서 소나무 군락의 자생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위기에 탄력성 있고 목재로의 이용 가치가 높은 수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그림1] 국내 소나무 군락지의 변화 2060년경 강원도 고산지역, 전북·충북 일부 지역 제외하고 남한지역에서는 소나무 군락이 고사 / 2090년경 자강도, 양강도, 함경도, 강원 일부 지역 제외하고는 소나무 군락 고사할 것이 예상(국립산림과학원)
▲ [그림1] 국내 소나무 군락지의 변화 2060년경 강원도 고산지역, 전북·충북 일부 지역 제외하고 남한지역에서는 소나무 군락이 고사 / 2090년경 자강도, 양강도, 함경도, 강원 일부 지역 제외하고는 소나무 군락 고사할 것이 예상(국립산림과학원)
ⓒ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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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로 제기되는 모두베기 방식의 벌채 방식의 전환 또한 산림 뉴딜의 핵심 내용에 포함된다. 임도를 더 많이 설치하면 모두베기(개벌)가 아닌 솎아베기(간벌)가 가능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임업의 기계화가 가능하여 국산 목재가 외산 대비 경제성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목재가 플라스틱과 콘크리트의 자리를 대체하는 '탄소통조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국산 목재를 키우고 수확하고 이용하는 탄소 사이클을 촉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잔가지·그루터기 등 임업 부산물은 열에너지에 쓰이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매스로 활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림2] 목재 이용과 탄소순환 대기 중 탄소흡수원으로서 산림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벌채와 목재이용, 재조림의 순환체계 형성이 필요
▲ [그림2] 목재 이용과 탄소순환 대기 중 탄소흡수원으로서 산림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벌채와 목재이용, 재조림의 순환체계 형성이 필요
ⓒ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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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경영의 모범국가인 스웨덴의 경우를 보자. 20세기 초부터 2010년까지 총 산림면적은 2300만 ha로 크게 늘어나지 않은 가운데, 임목 축적량은 매년 거의 1%씩 늘며 183% 성장해 왔다. 산림 총면적이 포화에 가까운 우리나라가 주시할 만한 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스웨덴 정부와 임업계의 지속적인 산림경영 결과물이다. 스웨덴은 생태 보호구역과 국립공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림을 '경영림'으로 관리하며, 축적된 임업 노하우를 동원하여 산림자원을 적극적으로 일구어내고 있다.

나무를 수확하여 이용해야 산주들이 건강한 나무를 심고 가꿀 경제적 유인이 생긴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임업 선진국인 핀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선 총 입목축적량의 2~3%를 벌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벌채율 0.5%로 OECD 29개국 중 27위에 불과하다.
  
지속 가능한 산림전략 논의할 때

우리 산림의 영급·수종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탄소중립 선언에 발맞춘 산림 뉴딜은 숲을 탄소흡수원으로만 바라보고 숲을 망가뜨리는 정책이 아니라, 숲을 건강하게 가꾸고 나무를 크게 키우는, 산림의 가치를 높이는 전환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고민은, 우리 산림을 기후 위기에 탄력적인 수종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산림자원을 육성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생산적 토론이 아닐까?

이번 논쟁을 통해 숲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고 종 다양성에 도움이 되는 방식의 지속 가능한 삼림 경영의 방향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