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3

알라딘: 여성관음의 탄생- 한국 가부장제와 석굴암 십일면관음 김신명숙

알라딘: 여성관음의 탄생

여성관음의 탄생 - 한국 가부장제와 석굴암 십일면관음   
김신명숙 (지은이)이프북스(IFBOOKS)
2019-11-12

전자책으로 미리 읽기
정가 15,000원
336쪽

책소개

여성적 신성의 관점에서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를 추적한 최초의 책이다. “관세음보살은 남성일까?, 여성일까?, 트랜스젠더일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도서는 처음부터 신의 성별을 문제 삼는다. 신의 성별은 세계적으로 남성적 신성이 문제로 부각되고, 신성의 젠더균형이 이슈가 되면서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주제다. 그리고 이 책을 탄생시킨 콘텍스트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를 최초로 탐색해 나간다.

목차
사진자료
여는 글. 관음은 여자? 남자? 트랜스젠더?

제1부 동아시아 여성관음과 서구 여신관음
1. 중국의 여성관음: 묘선공주 이야기
2. 일본과 한국의 여성관음
3. 서구로 간 관음: 여신관음의 등장

제2부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
1. 고대 한국의 여신신앙
2. 여신신앙의 핵심적 상징 : 여근
3. 초기불교와 여신신앙의 만남
4. 여성관음의 등장과 원효
5. 출산하는 관음의 등장
6. 원효의 파계행 다시 보기
7. 신라와 백제의 여성관음상들 : 석굴암 십일면관음
8. 고려시대 이후 여성관음도 : 관음의 수염
9. 금강산 보덕굴의 보덕각시 : 사라진 성기
10. 한국관음의 본생담 <안락국태자경>과 『사씨남정기』
11. 현대 한국관음의 여성성 : 자비의 어머니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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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관세음보살은 여성일까, 남성일까?

보통의 한국인들에게 관음의 성을 물으면 대개는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한국사회에서 관음의 성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멈칫대다가 이렇게 답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 아니에요? 그런 것 같은데….”
어릴 적부터 가끔씩 절을 방문해온 나도 관음을 여자로 알고 있었다. 아무도 그렇게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부지불식간에 그런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불교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사람일수록 “여자”라는 답은 하지 않는다. 관음 같은 보살은 성을 초월하므로 그런 질문은 부적절하다는 태도가 가장 흔하고, 경전에 근거해 남자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수월관음도> 를 예로 들며 양성적이거나 중성적인 보살이라고 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성적 소수자들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관음을 트랜스젠더라고 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원래 남성이었다가 중국에서 여성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성적 정체성이 분명한 다른 신이나 신격들과 달리 관음의 성은 이처럼 문제적이다. 모호하고 미끄러지며 경계를 가로지른다. 남성인가 하면 여성이고 중성적인가 하면 다젠더 multi - gender 적이다.
그런데 관음이 보여주는 이 특유의 성격에 ‘신의 성별’이라는 고질적 난제에 대한 해답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이 관음의 여성화 과정을 탐구하며 젠더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다.
- 여는 글 ‘관음은 여자? 남자? 트랜스젠더?’  접기

『삼국유사』에서 관음보살이 여성으로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문무왕대다. 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 조와 광덕엄장 조에 등장하는 관음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설화 모두에 원효가 등장한다. 먼저 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 조에 실린 내용을 보자.

그 뒤(의상대사가 낙산 해변의 굴에서 관음진신을 친견하고 낙산사를 창건한 후)에 원효법사가 와서 예를 올리려고 했다. 처음에 남쪽 교외에 이르렀는 데, 논 가운데서 흰옷을 입은 여자가 벼를 베고 있었다. 법사가 희롱삼아 그벼를 달라고 하자, 여자도 희롱조로 벼가 영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법사가 또 가다가 다리 밑에 이르자 한 여인이 월경수건을 빨고 있었다. 법사가 물을 달라고 청하자 여인은 그 더러운 물을 떠서 바쳤다. 법사는 그 물을 엎질러버 리고 다시 냇물을 떠서 마셨다. 이때 들 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 위에서 파랑새(靑鳥)한 마리가 말했다.

“불성을 깨닫지 못한 중!”

그리고는 홀연히 숨어서 보이지 않았고, 다만 그 소나무 아래에 신발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법사가 절에 이르러 보니 관음보살상의 자리 밑에 또 아까 보았던 신발 한 짝이 있었다. 그제야 원효법사는 전에 만났던 성녀 聖女가 관음의 진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소나무를 관음송 觀音松이라고 했다. 법사가 신성한 굴로 들어가 다시 관음의 진신을 보려고 했지만 풍랑이 크게 일어나 들어가지 못하고 떠났다.

간단히 말하자면 원효가 여성으로 나타난 관음을 두 번이나 만났지만 알아보지 못했고, 결국 의상이 친견했던 관음진신을 보기는 커녕 굴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관음보살의 놀라운 영험을 말해주는 전형적인 관음설화와는 다른 종류다.
그런 점에서 이 설화는 매우 독특할 뿐 아니라 내용 역시 불교적 관점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다. 한국 불교사의 최고봉으로 존숭되는 원효를 조롱 내지 비판하는 내용부터가 그렇다.
위 설화의 이해가 쉽지 않은 이유는 여신신앙의 코드로 서사가 직조돼 있기 때문이다. 이 설화의 출처는 고본 古本이라고 돼 있는데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정통 불교전적이 아닐 것이다.
- 제2부 4장. 여성관음의 등장과 원효 중에서  접기

사라수왕처럼 본존불 역시 원효와 관련돼 있을까?
이 새로운 질문을 갖고 다시 석굴암을 들여다 보면 놀랍게도 여러 연관성들이 보인다.
무엇보다 의미심장한 것은 본존불이 무덤 형태의 석굴에 좌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설명했듯 석굴암은 횡혈식 석실분 형태의 감실에 봉토를 쌓아 무덤처럼 만들어 놓은 건축물이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무덤 속에서 깨달음을 얻은 원효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본존불은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무덤 속에서 성도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효가 무덤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은 『송고승전』 의상전에 전한다.(---)
석굴암이 원효의 오도처인 무덤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추정은 『송고승전』에 실린 원효의 게송과도 공명한다.

마음이 일어나는 까닭에 갖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감(龕)과 분(墳)이 둘이 아니네. 삼계가 오직 마음이 지은 것이며, 모든 현상은 의식의 전변이라. 마음 밖에 법이 없는데 어찌 달리 구하겠는가?'


원효와 김춘추는 신라사회에 유교적 부계혈통을 새롭게 세우는 데 서로 합의했던 것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원효에게 관리를 보내 요석궁으로 인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교적 부계혈통은 남성계보를 중심으로 하는 승가와도 어긋나지 않는다. 역시 남성중심적인 불교의 질서를 세우려 했던 원효와 태종무열왕은 젠더권력 관계의 변화라는 과업에서 이해를 공유했던 것같다. 당시까지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을 여신신앙과 여성권력에 대해 둘은 동맹관계였을 것이다.
그런데 유교적 부계혈통은 당시 신라사회에 익숙한 문화가 아니었다.
왕실부터가 그랬다. 알다시피 바로 전의 두 왕이 여성이었다. 원칙적으로 여왕은 부계혈통중심 사상에서는 나올 수 없는 모순적 존재다. 때문에 원효-김춘추 동맹이 추구한 부계혈통의 확립은 신라사회에 새로운 충격이었을 것이다. “자루 없는 도끼” 노래가 오늘날까지 전해진 이유다. 그 노래는 원효 개인의 기이한 행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증언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 제3부 10장. 혜공왕 설화 다시 읽기; 원효와 무열왕의 가부장제 동맹 중에서  접기

원효와 요석공주의 결합에는 신라 여신전통을 모르면 보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숨겨져 있다. 요석공주는 왕실여사제 전통에 속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왕실여사제였다면 그녀를 아내로 맞는 일은 불교와 여신신앙의 융섭을 의미한다. 물론 평등한 융섭이 아니라 여신신앙이 불교에 복속되는 방식이다. 요석공주와 원효의 만남이 원효와 무열왕의 가부장제적 공모라는 맥락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만약 요석공주가 여사제였다면 원효로서는 그녀만큼 효과적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당시까지도 상당한 세력으로 존재했던 토착신앙을 그녀와의 결혼을 통해 포섭하고 순치시킬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효가 무애박을 들고 다니며 대중포교에 나선 것이 “설총을 낳은 후”라는 『삼국유사』의 기록은 의미가 크다.
원효와 요석공주의 결합은 오래된 여신이 새롭게 등장한 남신으로 대체되는 과도기에 여신이 남신의 아내로 포섭되곤 했던 여신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홀로 숭배됐던 중국의 창조여신 여와가 복희의 아내로 격하되고, 가나안의 여신 아세라가 야훼의 아내로 짝지워졌던 경우같은 것들이다.
- 제2부 6장. 원효의 파계행 다시 보기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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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신명숙 (지은이) 

가부장제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적 신성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신념으로 여신학)Goddess Stdies)분야를 홀로 개척하고 있는 연구자이자 대학강사. 
2013년 국내 최초의 여신학 분야 박사논문을 썼다. 이후 여성적 신성의 관점에서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를 추적해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
2018년 5월 출간한 『여신을 찾아서』(판미동)를 통해 여신의 역사, 여신문화, 여신순례 등을 한국사회에 소개했다. 과거 강력했던 한국여신의 역사를 회복하는 일을 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여신이 신앙의 중심에 있었을 때 여성 역시 존중되었고, 성과 계층 모두에서 평등한 사회가 유지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접기

최근작 : <붓다에게는 어머니가 있었다>,<여성관음의 탄생>,<여신을 찾아서> … 총 8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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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여성적 신성(Divine Feminine)의 관점에서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를 추적한 최초의 책!이제 세계는 여성부처, 여성하느님, 여신이 필요하다!

관음이 품은 여신, 여신이 바꾼 관음.
석굴암 십일면관음을 관통하는 신비롭고 파워풀한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

“관세음보살은 남성일까?, 여성일까?, 트랜스젠더일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도서는 처음부터 신의 성별을 문제 삼는다. 신의 성별은 세계적으로 남성적 신성이 문제로 부각되고, 신성의 젠더균형이 이슈가 되면서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주제다. 그리고 이 책을 탄생시킨 콘텍스트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를 최초로 탐색해 나간다.

제1부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관음의 성에 대해 소개한다. 인도에서 남성이었던 관음은 중국에 들어와 여성으로 변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도 유사하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 여성화된 관음은 미국으로 건너가 20세기 후반에 또 한번의 변화를 겪었다. 그들의 문화적 변동 속에서 여신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 여신관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적 관음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 흥미로운 역사적 변전과정들이 소개돼 있다.

제2부에서는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를 불교 전래 이후 현재까지 통시적으로 고찰한다.
관음이 여성화된 저변에는 여신이 중심에 있던 토착신앙이 자리하므로 우선 고대 한국의 여신신앙에 대해 소개했다. 여신신앙의 내용과 상징들, 중요한 여신들과 여사제 전통 등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18년 5월 출간된 저자의 책 『여신을 찾아서』에 담겨 있다).
한국에서 관음이 여성화되기 시작한 시기는 불교전래 초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삼국유사』에는 문무왕 대에 처음 나타난다. 그런데 신라의 관음은 여성관음이라고 할 정도로 여성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토착신앙의 여신들이 갖는 특성을 공유한다. 신라의 관음상들 중 가장 여성적인 것은 여성미의 극치라는 평가를 받는 석굴암 십일면관음상이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여성관음은 금강산 보덕굴의 보덕각시다. 그녀와 관련된 설화를 소개하고 분석했다. 그리고 양성적이거나 남성적인 관음으로 알려진 수월관음도가 실질적으로는 여성적 신성을 담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조선시대의 여성관음은 <안락국태자경>과 그것의 이본인 소설 『안락국전』 그리고 소설 『사씨남정기』 등을 통해 설명했다.

한국관음의 전생인물인 <안락국태자경>의 원앙부인.
그녀의 정체를 추적하다 만난 석굴암.
본존불과 십일면관음의 모델이 원효와 요석공주일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한 문제작!

제3부에서는 한국관음의 유일한 본생담인 <안락국태자경>을 집중탐구하고 석굴암과의 관련성을 밝혔다. 1장과 2장에서는 <안락국태자경>의 내용을 소개 분석하고, 주인공 중 하나인 사라수왕을 원효와 비교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사라수는 원효의 상징 중 하나다. 사라수왕의 가족구성과 원효의 가족구성도 같다. 또 <안락국태자경>은 국내창작물이고 이후 유례없이 다양한 장르로 파생되며 엄청난 대중적 영향력을 미쳤다. 한국문화에서 원효가 차지했던 대중적 영향력과 유사하다.
이상의 사실들을 실마리로 사라수왕이 원효를 모델로 창작된 인물일 가능성을 원효의 행적을 추적하며 탐구했다. 그 결과 여러 근거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 추론 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어서 석굴암을 들여다 보았다.
왜냐하면 놀랍게도 <안락국태자경>에 전생이 소개된 불보살·나한들과 석굴암에 모셔진 불보살·나한상들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석굴암에 봉안된 존상들의 구성이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찾아내지 못했다. 그만큼 독창적인 구성이고 배치다. 그런데 <안락국태자경>과 석굴암은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다.
그렇다면 석굴암의 본존불도 원효와 관련돼 있을까? 이 점을 밝힐 수 있다면 사라수왕이 원효를 모델로 창작된 인물이라는 추정이 큰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본존불이 원효불임을 추정해낼 수 있다면 십일면관음은 요석공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석굴암은 가만히 들여다 보면 본존불이 원효불일 가능성을 여러가지로 보여준다.
7장에서 그 근거를 다섯가지로 제시했다. 그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석굴암이 무덤형태로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석굴암은 횡혈식석실분 형태 위에 봉토를 덮어 전체적으로 커다란 무덤처럼 보인다. 현재는 입구에 목조건축물을 세워 놓아 느끼기 힘들지만 조선 후기 석굴암을 방문한 사람들은 석굴암을 소릉(小陵)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무덤같은 굴 속에 들어앉은 본존불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을 때의 모습인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무덤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효를 연상시킨다. 특히 원효는 신라인들에게 석가모니같은 존재로 숭앙되었다. 그는 사라수(석가가 열반에 들 때 사방에 있었던 나무) 아래서 태어났고 사라사라는 절을 지었다. 신라의 석가로 여겨진 원효가 무덤을 본뜬 석굴암에 본존불로 봉안된 것같다(승려이자 거사였던 원효는 <안락국태자경>에서 사라수왕(아미타불의 전생)과 광유성인(석가불의 전생) 두 인물로 나뉘어 형상화되었는데, 석굴암 본존불 역시 석가불과 아미타불의 성격을 함께 갖추고 있다).
지면상 생략하지만 나머지 네 가지 근거들도 본존불이 원효를 표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설득력 있는 것들이다. 그 중 하나는 석굴암 주실에 서 있는 돌기둥이다. 이는 원효의 “자루 없는 도끼” 노래에 나오는 “하늘 바칠 기둥”(아들을 의미)으로 해석된다.
중국인들은 낙양의 용문석굴 봉선사에 모셔진 본존불(7세기 후반)이 당의 무측천을 모델로 했다고 전한다. 또 일본 법륭사의 유명한 구세관음상도 백제 위덕왕이 아버지인 성왕을 그리워 해 그 모습을 본 따 조성한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본존불이 원효불일 가능성에 힘을 주는 사례들이다.
8장에서는 석굴암이 무엇보다 아들을 얻으려는 경덕왕의 기원에 의해 건립되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미 학계 일부에서 나온 주장인데 추론을 훨씬 더 구체화했다. 설총의 아버지인 원효는 아들생산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 인물이다. 불교가 아니라 민중문화의 차원에서 그렇다. 그 흔적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경덕왕 당시 원효는 가부장제 부계혈통의 상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주체적인 신라불교를 선언하기 위해 신라의 부처인 원효불을 봉안한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했다. 석가모니만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것이 아니라 원효도 무덤 안에서 깨달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석굴암의 건립목적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삼국유사』의 기록과 다르다. 10장에서는 그렇다면 왜 김대성이 석굴암을 창건했다는 설화가 만들어져 전하게 됐는지를 당시 신라의 정치적 격변상황을 분석하며 설명한다. 그리고 11장에서는 <안락국태자경> 서사가 석굴암을 근거로 언제쯤 창작됐을지 추정해 보고, 그 이야기가 대중에 유포되면서 한국의 종교문화 전반에 미친 중대한 영향을 살펴본다. 그것은 여성적 신성에서 남성적 신성으로의 전환이라는 패러다임적 변화였다.
<안락국태자경>과 석굴암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 둘은 한국문화의 고유성과 독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데서도 공통적이다. <안락국태자경>은 다른 나라에서 유사작품이나 모본이 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고. 석굴암 또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석굴사원이다. 또 불교미술사에서 석굴암 십일면관음이 한국 여성관음의 정점을 보여준다면, <안락국태자경>의 원앙부인은 불교설화사에서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4부에서는 한국 여성관음의 미래적 가치를 논했다. 불교 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성평등한 변화를 위해 그녀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할수행을 위해 단순히 여성인 관음에 그치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적 맥락의 “여신관음”으로 거듭 태어날 필요를 주장했다.

한국의 토착 여신신앙과 불교의 만남, 그 과정에서 탄생한 여성관음, 원효와 김춘추 동맹이 시작한 유불 가부장제 등 새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이 도서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여성적 신성의 회복을 위한 ‘여성관음’이라는 화두.
그 화두가 밝혀낸 석굴암의 정체와 한국 가부장제의 뿌리.

이상 소개했듯 이 책에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잊혀졌던 토착 여신신앙을 복구하고, 그 관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석굴암의 정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물론 한국 가부장제가 언제 누구에 의해 본격적으로 추동됐는지 중요한 계기를 밝혀낼 수 있었다.
저자가 이 흥미로운 역사탐구 과정에 동원한 자료들은 광범위하고 풍부하다. 국내외 관음신앙 관련 불교경전들과 저서 및 논문들, 젠더 관점의 불교저작들,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의 사서와 고려·조선의 관련문헌들, 설화와 민속, 무속신화들, 소설들, 원효와 석굴암과 신라사 관련 논문들, 신문기사와 인터넷 자료 등등….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이 가능했던 것은 여성적 신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저자의 신념 덕이었다. 책의 핵심적 목소리는 그러므로 “왜 우리가 여성적 신성을 필요로 하는지” 설명하는 제4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현재 서구에서 부상 중인 여신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관음을 한국의 여신으로 재인식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여신의 계보에서 관음이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특별하다. 불교가 한국의 지배적 종교가 되면서 토착여신들이 그녀에게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한국여신들의 총화라고도 할 수 있다. 관음은 또 심오하고 풍부한 불교 사상체계와 다양한 의례들을 품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동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사랑받고 숭배되는 여신일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러한 관음의 특성과 현실은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여신으로서 그녀를 다시 보게 만든다. 현대 한국여성들 혹은 한국사회와 관음의 관계를 재설정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불교의 보살이라는 경계를 넘어 한국의 여신으로서 관음을 새롭게 상상해 보았으면 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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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의 주체적 의식은 결코 남녀 (젠더이분법) 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종교도 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더라고요. 이정도 일줄은 몰랐습니다. 젠더갈등의 원인을 가부장제로 놓고 살아왔는데 결국 원인제공자는 따로 있었네요. 
bntjy07 2020-07-2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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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인 나에게 불상의 성별을 생각해보게 하였으며, 편안하고 욕심없고 생명을 존중하다고 생각했던 불교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게 되었다. 여신학이라는 처음 접해보는 분야의 어려움으로 인해 낯설고 불편하였지만 존중받고 동등한 삶을 살기 위해 탐구하는 느낌을 주었다. 
정지현 2020-07-2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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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여자2기] 여성 관음의 탄생 (김신명숙,이프북스)을 읽고 새창으로 보기
읽는 여자 2기. 보내주시는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의 2권의 무게감이 상당했던지라 이 책의 제목만을 보고서 "몰카"를 다룬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내안의 '관음증'에 대해 반성해봅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어요. 부제가 '한국 가부장제와 석굴암 십일면관음'입니다.

부제를 읽고 제목을 다시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
표지를 넘겨 작가 소개글을 보면 이야기의 전개가 명확하게 그려집니다.

2018년 5월에 출간된 전작이 "여신을 찾아서". 여신의 역사, 여신문화, 여신 순례 등을 소개한 책이라고 하네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전작에 대한 흥미가 동할 듯.

'관음보살'에 대한 학술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여성의 역할과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여성부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밝히면서 끝이 납니다.

읽다보니 궁금해진 부분이 결국 '여성부처의 존재'였거든요. 
언제부터 '관음보살'을 떠올리면 자애로운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생겼을까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종교적, 학술적, 역사적 기원을 짚어봅니다. 생각보다 짧은 역사인 듯.

자극적인 사건을 둘러싼 실시간 대화가 이슈몰이로는 제격일지 몰라도 그 근원을 파헤쳐가는 글쓰기의 생명력에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법에 대한 이해의 처음이 제정목적과 연혁이듯. 이념 혹은 생각의 근원을 찾아가다보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는 듯.

그래서 뭔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면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감정에 대한 호소 역시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론적인 접근 역시 필요합니다.
이프북스에서 좋은 책을 많이 내시는데, 좀 더 많은 분들이 접했으면 합니다. 
참고로 이 책. 생각보다 사진 자료가 많고, 상식에서 접근하는 부분도 많아서 중간중간 흥미가 동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읽어도 잘 익힌답니다 ㅎ

- 접기
csw2700 2020-08-03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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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있으나 새창으로 보기
오래 된 이야기 속에서 몇 가지 마음에 들어오는 요소들을 골라내어 이리 뒤집어 보고 저리 살피며 요런 식으로 보면 어떨까, 저렇게는 못 보는 걸까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 ‘여성 관음의 탄생’이란 제목의 책에 흥미를 느꼈었다.


그런데, 동아시아 여기 저기를 훑으며 고대에 있었을 여신신앙이 가부장제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밀려났다가 가부장적인 힘이 센 종교 중 하나인 불교 안에서 어떻게 통합되어 ‘관음’이란 모습으로 이어져 내려왔는지를 찬찬히 살피는 내용을 따라가는 과정이 그닥, 흥미롭거나 재미 있지가 않았다.

읽으면서 내내 왜 그러지? 고대 여신들의 근원을 자료를 들어 확실친 않지만 이렇게 저렇게 보건대 충분히 이럴 수 있다는 이 얘기가 왜 내게는 얄팍하게 느껴지고 와닿지 않지? 하다가. 아하! 내 이유는 찾을 수 있었는데.

 

저자의 관심사와 내 관심사가 일치한 측면은 있을 수 있는데 그 관심사를 탐색하고 드러내는 방식이, 저자의 궁금증과 그 궁금증을 해결하고 확장하려는 흐름이 아니라 이것 봐 미약하지만 여기 증거가 있잖아, 여기에도 있다니까 하며 계속해서 확실치는 않지만, 자료가 많지 않지만, 이라는 수식을 붙이며 사실 확인을 넘어서지는 않는 방식으로 서술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방식은 내게, 기존의 학문 세계에 자기 주장을 맞춰보려는, 세상에서 여성이 대해지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꼈다면서, 그러나 이렇게나 오랜 시간 ‘그들의 방식’으로 굳어진 틀로 이야기하는, 소위 배운 여성들의 흔하디 흔한, 내가 보기에는 방법 선택의 오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화와 설화에 잠깐씩 등장하는 여성들의 근원을 찾아내어 오, 이런 할매도 있었구나, 싶은 얘기들에 흥미가 생겼다가도, 어차피 다 추측인 걸 이렇게 근거와 증거에 매일 이유가 있었나, 좀더 풍성하고 다양한 상상력을 펼치는 게 더 신나고 재미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읽는 내내 새록새록 솟아나곤 했다.

 

변산반도 일대에 개양할미라는 이름의 여신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는 것, 이름을 알 수 없는 백제의 거인 여신 이야기가 있다는 것, 신라에도 서술성모란 이름의 여신이 수호신이었을 거라는 추측, 그 옛날에 부족을 이끄는 여성 제사장이 존재했을 가능성, 왕에게 종속된 왕비로만 존재하지는 않았을 알영이라는 여성 등을 거론한 것은 흥미로웠지만, 그들에 대해 피와 살을 더한 상상력을 조금 더 발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가 스러지곤 했던 것 또한 아쉬운 점 중 하나였다.

 

고대에는 여성의 역할이나 힘이 지금과 같이 허약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당시의 현실이 다양한 여신들을 존재케 했을 것이며, 그때의 그 힘을 오늘에 되살려 보자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그 취지는 동의하면서도 다른 질문이 계속 생겼는데, 저자의 시도에 딴지를 걸려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대서 이것 봐 저것 봐 이럴 수 있다니까, 라고 주장하는 방식은 그의 전제에 동의하는 사람까지도 그게 사실이라서 뭐 어떻다는 거지? 라는 대응을 먼저 하게 하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까닭은 독자인 내가 증거와 팩트가 무엇을 설명하는가, 신화는 신화로서, 지금 여기의 우리가 우리 방식으로 이해하고 내 삶에 적용하면 되는 것인데, 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테지만.

 

물론 흔치 않은 자료들을 애써 찾아내어 여신과 관음과 오늘의 여성들의 삶을 엮어보려는 시도 자체는 환영할 일이고, 내 생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노력하는 여성들이 있어야 하기도 하므로 미약하나마 학문적 토대를 쌓는 일에서부터 여성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읽어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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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보라 2020-07-3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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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생각해본 적 없던 신의 성별에 대해 새창으로 보기
나무 관세음보살은 누구나 알겠지만 관음의 성별에 대해서 딱히 어떤지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고 양성이다 정도의 인식만 있었다.
처음에 성별에 대한 내용을 읽을때에는 젠더에 대한 여러가지 이슈가 많은 요즘인데 젠더에 대한 해답을 들은 것같았다.

동양과 서구의 관음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종교에도 여성혐오가 가득해 무교지만 가부장제적인 종교 안에서도 우리의 편이 있다는 느낌이랄까 우리도 역사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부심같은게 생기는 것같았다.
그동안 여성이 역사에서 얼마나 많이 지워졌는지를 생각한다면 이런 내용의 기록이 많아졌으면 하면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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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미 2020-07-3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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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관음 새창으로 보기
2019년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33명이 기독교를 믿고 19명이 무슬림이며 13명은 힌두교 6명은 불교를 자신의 종교로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기독교인이 29명(개신교 18명, 천주교 11명)이고 불교인은 23명이고 종교가 없는 사람은 47명이나 된다.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인이 없다면 종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인은 누구인가? 수많은 종교인은 어떻게 다르며 이 순간 어디에 있는가? 통계에 선택지로 등장하는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등의 분류는 어떠한 기준인가? 셀 수 없는 신흥종교는 누구의 발명품인가?

 

내 부모의 종교는 유교 가부장제였다. 아들을 낳기 위해서 딸을 다섯이나 낳았으며,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아들을 낳아 제사를 지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의 나는 어떠한가? 내 종교는 책에서 영화나 드라마로 바뀌었다. 다음은 유튜브나 넷플릭스일까? 아이들은 스마트폰인 것 같다.

신화와 과학은 종교를 해석하는 관점을 변화시켰다. 누구든 아는 만큼 의문을 가지게 됐고 나름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아주 오래전 존재했던 여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이유다. 가부장제가 감췄던 여성이, 여신이 재조명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부족한 자료는 상상력이 대신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왔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테니까 말이다.

관음은 여성? 남성? 트랜스젠더? 라는 의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동아시아의 여성관음과 서구에서 등장한 여신관음을 통해서 한국의 관음신앙을 다시 살펴본다. 특히 관음이 한국에 들어온 후 여성화된 역사적 맥락과 과정을 중점적으로 탐구하며 석굴암 건축 당시 신라의 종교문화적, 정치적 상황을 젠더사적 관점에서 분석한 역사여행을 선물한다.

 한국관음의 여성화는 현재진행형이다.

nowhere 2020-02-01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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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관음의 탄생 새창으로 보기
여성 관음의 탄생. 불교는 사실 잘 알지도 못하고 별 생각이 없어서

관음의 성별 조차 생각한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책을 읽게 되서 신기했고,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솔직히 내용이 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저자 김신명숙 님 .. 들어본거 같기도 한데 정확히 기억이 안나서 유명한 분 같아 찾아보니 .. 이런 분 이셨고..

가부장제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적 신성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신념으로 여신학)Goddess Stdies)분야를 홀로 개척하고 있는 연구자이자 대학강사. 2013년 국내 최초의 여신학 분야 박사논문을 썼다. 이후 여성적 신성의 관점에서 한국 여성관음의 역사를 추적해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

2018년 5월 출간한 『여신을 찾아서』(판미동)를 통해 여신의 역사, 여신문화, 여신순례 등을 한국사회에 소개했다. 과거 강력했던 한국여신의 역사를 회복하는 일을 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여신이 신앙의 중심에 있었을 때 여성 역시 존중되었고, 성과 계층 모두에서 평등한 사회가 유지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더 대단하신 분 이셨다.

40-41p
서구에 등장한 여신 관음

​인터넷에는 서양여성들이 여신인 관음을 찾고 신앙하는 웹사이트들, 챈팅과 노래, 리추얼 등이 증가일로에 있다.
이런 현상을 주도한 그룹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페미니즘 의식을 가진 미국 불교계 여성들이고 다른 하나는 여신운동 진영이다.
두 진영 모두에서 관음은 여신으로 불린다.
142-143p - 144-145p

수월관음도와 <비너스의 탄생>

​대덕사 수월관음의 발아래 왼쪽에는 괴수 같은 존재가 등에 큰항아리를 지고 있다.
그런데 그 항아리에서 영기가 나선 형태로 꿈틀대며 솟구쳐 오른다.
강우방은 그 항아리를 만병 이라고 부르며 만물을 생성시키는 근원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모든 도자기는 대우주의 생명력이 응축된 만병의 성격을 지닌다고 본다.
이는 여신신앙의 자궁상징과 상통하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한국 관음신상에서 정병이나 항아리가 자궁의 상징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280-281p

원효가 의도한 새로운 하늘 : 신성한 남성

​불교에 포섭된 그녀들의 신성은 보조적이고 열등하다. 신성의 최고 담지자는 남성인 석가모니 혹은 아미타불이다.
석굴암 주실 속 본존불의 위상과 같은 것이다. 그 계보는 아들인 대세지보살을 통해 이어질 것이다.
이렇게 보면 원효의 '자루 없는 도끼' 노래가 다시 들린다.
그것은 단지 부계혈통을 세우기 위한 득남기원 노래가 아니였ㄲ다.
원효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것은 부계신성의 확립이였다.
여성적 신성을 모계로 계승했던 여신신앙 전통을 뿌리부터 뒤집는 것이였다.

'신성한 여성' 을 '신성한 남성' 으로 바꾸는 종교적 혁명이었다.
그래서 그난 "하늘을 떠받칠 기둥"이 필요했던 것이다.

책을 보다 보니까 무조건 가부장제가 문제라는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책에 자료까지 덧붙여져 있어서 읽는데에 많이 도움이 됐던거 같다. 이 책은 참 친절하다.

그리고 위에 적어둔 280-281p 원효나오는 부분은 참 역겹다고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는 여혐이 심한걸 알고 있었는데 불교까지 이렇다는 걸 알게되니 참 씁쓸하고
옛날부터 여성은 설데가 아무데도 없다는 생각이 더욱 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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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2020-07-27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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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야 김부타스와 여신 숭배 운동 

새로나올책을 보니 한겨레출판에서 마리야 김부타스, [여신의 언어]를 번역 발행한단다. 책소개는 아래와 같다.  여성신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마리야 김부타스의 역작.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실제 인류 역사의 증거인 고고학적 유물을 바탕으로 신화의 세계를 파헤치며, 그동안 남성적 시각에 갇혀 제대로 주목 받지 못했던 여성 신화의 세계를 발굴한다.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500여 컷의 다채로운 유물 사진을 통해 신화의 풍요로운 세계를 소개하는 이 책은 신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책장에 꼭 꽂아놔야 하는 책으로 자리 ... + 더보기
anathema 2015-05-21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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