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7

정도삼매경 의 태벌(笞罰) 규정을 통해 본 중국불교교단의 한 특징 김보과(동국대학교 박사수료)

 【불교 분과】

[불교분과 2발표]

정도삼매경 의 태벌(笞罰) 규정을 통해 본 중국불교교단의 한 특징

김보과(동국대학교 박사수료)

Ⅰ. 율전의 한역과 계율 관계 위경의 등장

중국 남북조(南北朝, 420-589)시대는 중국불교의 계율 수용과 교단사적 시각에서 보자면 매우 의미 있는 시기이다. 4세기 중후반 시기부터 중국 불교도의 계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도에서부터 이어져온 불 교 전통의 율장(律藏) 한역에 대한 요구가 강해진다. 이런 흐름에 맞춰 여러 율전 문헌이 번역되다가 5세기 초에 구마라집 등에 의해 최초의 한역 광율인 십송율 (404-409)이 역출된다. 그리고 십송율 을 시작으로 불과 4반세기 정도의 짧은 시간에 사분율 (410-412), 마하승기율 (416-418), 오분율 (423-424)이 연 이어 한역되었고, 중국불교는 5세기 초중반의 시기에 4종의 광율을 갖추게 된다(平川彰[1960]1995, 171). 한편 소승율 )로 평가되는 광율과는 궤를 달리하는 보살계라는 새로운 흐름도 같은 시기에 중국불교의 남과 북에 전해진다. 412년에 북량(北涼)으로 온 담무참(曇無讖)이 보살지지경 을, 남쪽의 건강에서는 431년에 구나발마(求那跋摩)가 보살선계경 을 역출한 것이다.

이러한 광율과 보살계 경전의 역출과 더불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으니, 바로 계율과 관계된 위경 (僞經)의 등장이다. 아마도 계율 관련의 위경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경전을 들자면 보살계 경전인 범망경 을 들 수 있을 것인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경전은 450-480년 사이에 화북지방에서 성립된 것이라 보고 있 다(船山徹 2017, 18). 범망경 은 위경임에도 불구하고 성립직후부터 진경(眞經)과 다름없는 권위를 가지고 서 많은 학승들에 의해 연구되었고, 동아시아 삼국에서 불교도의 생활규칙으로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외에도 범망경 의 영향을 받은 보살영락본업경 이나 북위, (北魏)에서 제작된 제위파리경 등도 모두 계율 관계의 위경이다 그리고. 본 발표에서 다룰 정도삼매경(淨度三昧經)  ) 역시 앞서 언급한 위경들과 마찬가지 로 계율 관계 위경이며, 제위파리경 과 함께 북위에서 찬술된 서민경전으로서 주목을 받아왔다. 정도삼매 경 의 주 내용은 재계(齋戒)를 수지하면 선신(善神)이 수호하고 육재일(六齋日)과 팔왕일(八王日)에는 특히 여 법하게 계행을 받든다면 수명이 늘어나고 사후에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고 설한다(牧田諦亮 1976, 142 ;

249).

이처럼 남북조시대는 광율과 보살계 경전 등이 두루 갖추어져 율에 걸맞은 여법한 생활과 교단 운영을 위 한 기반을 이루게 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광율과 보살계만으로는 교단 운영이 충 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불교는. 율장 전래 이전부터 교단 운영을 위해 승제(僧制)라고 통칭되는 자 체적인 생활규약을 만들어 사용하였고 승제의, 제작은 율장 전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진다(선종의 청규 역시 큰 틀에서 승제에 포함된다). 더욱이 계율과 관계된 위경이 등장하였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본래 율장과 보살계 경전은 인도의 풍토와 당시 상황에 맞추어 찬술된 것이므로, 이것 이 인도와 다른 풍토와 시대적 배경을 가진 중국에서는 온전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즉 중국 불교교단에는 인도 전래의 문헌들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존재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찬술된 승제와 위경 문헌들을 통해 당시 중국불교도의 생활상의 모습과 특징, 또 문제점 등을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 발표에서 주목할 정도삼매경 역시 그런 입장에서 살펴봄으로써, 인도 불교와는 구별되는 중국불교교단의 특징의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이하 구체적으로 정도삼매경 의 태벌(笞罰) 규정과 이에 대한 당시의 비판 율장과의, 비교 등을 통해 논지를 전개하고자 한다.

Ⅱ. 정도삼매경 의 태벌 규정

앞서 언급하였듯이 정도삼매경 은 주로 오계의 수지와 재계의 복덕 등을 설하는 민중교화의 성격을 띠는 경전이다 그런데. 이 경전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교단 내 규율 위반자를 대상으로 태벌을 규정하고 있다 는 것이다. 정도삼매경 에 대한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 태벌에 대한 내용에 처음으로 주목한 이는 오 우치 후미호(大內文雄)이다(落合俊典 編 1996, 333 ; 大內文雄 2013, 27-31). 그는 정도삼매경 의 해제에서 정도삼매경 의 인용 용례를 서술하면서 당, (唐)대 율사로 유명한 도선(道宣)의 주저인 사분율산번보궐행사

초 이하( 행사초 로 약칭 에) 정도삼매경 의 태벌 규정이 비판적으로 인용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행사초 의 해당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세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는 언제나 모든 치벌(治罰)에는 다만 절복(折伏) · 가책(呵責)이 있을 뿐이며, 본래부터 매로 사람을 때리는 법은 없다. 최근 대덕과 중주(衆主) 를 보면, [대덕과 중주가] 안으로 도분(道分)의 받들어야 함도 없이, 덕이 없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타인을 잡고서 마음대로 매질한다. 또는 [벌 받는 자를] 대중과 마주 하게하거나 또 방 안에서 속박하여 끈으로 매달아 분수에 맞지 않게 때려서 다스린 다. …… 또 어떤 어리석은 스승은 정도경(淨度經) 의 300대의 복벌(福罰)을 인용한

다. 이것은 위경으로 사람이 만든 것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모두 옳지 않다고 한다.3)

(밑줄; 발표자 강조)

이것을 보면 도선 당시에 중국불교교단 내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자를 다스릴 때 율장에 설해진 부처님의 가 르침대로 행하지 않고 매로 때리는 방법 등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자들은 이렇게 직접적인

 

3) 四分律刪繁補闕行事鈔 卷1(T40, 33b-c), “自三世佛教每諸治罰但有折伏訶責. 本無杖打人法. 比見大德眾主, 內無道分可承. 不思無德攝他專行考楚. 或對大眾或復房中. 縛束懸首非分治打.……又有愚師引淨度經三百福罰. 此乃偽經人造. 智者共非,”

체벌을 가하는 근거로 정도경 , 즉 정도삼매경 을 인용해 복벌(福罰)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는 자들도 있 었다 하지만. 도선은 그 경전은 위경이므로 그에 근거하여 복벌을 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한 것이다. 여기서 도선이 비난하는 정도삼매경 의 구절은 다음과 같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나의 법 중에는 대악인(惡人)을 받지 않는다. 말세의 때에 나의 제자가 지법(至法)을 받들지 않고, 명예를 이용하기 때문에 제자를 구하니, 악인 이 존재하도록 함에 이를 뿐이다. 악인이란 계를 범하고 방일하고 오만하며 금계(禁戒)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이다. 법과 율을 지키는 자는 법을 염려하면서 그들을 다스 린다. 작은 잘못은 그것을 볼기치는 것이 100대, 중간 잘못은 그것을 볼기치는 것 200대로 하여 그들을 복벌(福罰)한다. 중대한 잘못은 그것을 볼기치는 것 300대로 하 여 이를 복벌한다. 뉘우치지 않으며 잘못을 자백하지 않는 자는 멀리 그들을 쫓아내

버려야한다. ) (밑줄; 발표자 강조)

위의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정도삼매경 은 법을 받들지 않고 계를 범하며 금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악 인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 잘못의 경중에 따라 태벌 100대, 200대, 300대로 구분하여 다스리고, 그럼에 도 죄를 고백하지 않으면 쫓아내야 한다고 치벌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 짧은 문장에 의거 한 태벌의 징벌이 도선 당시 불교교단서 질서 유지의 근거로 인용되어 실제로 행해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태벌, 즉 태형은 구체적으로 어떤 징벌일까. 중국 형법사에서 태형은 이미 전국시대에도 사용되 었던 형벌로 한나라 때에는 육형(肉刑) 가운데 하나였고 남북조시대에도 집행된 형벌이었다(張晋藩 2006, 221 ; 430-431). 이후 수당 시대에 새롭게 형벌이 개편되면서 오형(五刑) )의 하나로 속하게 되는데 당 법률 의 주석서인 당률소의(唐律疏議) 에서는 태형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태(笞)란 때리는 것이다. 또한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것이다. 사람에게 작은 허물이 라도 있으면 법으로 반드시 징계해야 하므로 [매로] 때리는 것을 가하여 부끄럽도록 함을 말하는 것이다. 한나라 때에는 태에는 대나무를 사용했으나 지금은 가시나무(楚) 를 사용한다. …… 태격(笞擊)의 형벌은 형벌이 가벼운 것이며, 시대에 따라 연혁(沿革)되어 [형벌의] 경중이 같지는 않다.6)

이에 따르면 태형은 작은 죄를 저지른 사람을 나무로 만든 매로 때리는 것으로 오형 가운데는 가장 가벼운 형 벌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형을 집행하는 이유는 죄를 지은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되어있 다. 또한 태형에 사용하는 매의 길이는 3척 5촌 약( 105cm), 손잡이 부분의 직경은 2分(약  mm), 끝부분의 직경은 1.5分(약 4.5mm)이며, 허벅지와 엉덩이 등을 나누어 때렸다고 한다 김택민( 2004, 95). 사용하는 매 의 크기나 때리는 부위를 생각하면 회초리로 때리는 모습이 상상된다.

이렇게 태형은 중국에서는 공식적인 형벌 가운데 가장 약한 것으로 고대서부터 일반적으로 시행되었고, 주 로 죄질이 가벼운 죄를 다스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죄를 지은 사람에게 부끄러움 을 가르치기 위해 태형을 실시한다는 그 시행 목적을 생각했을 때 이것은, 충분히 민간의 영역에서도 일반적 인 훈계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정도삼매경 이 제작된 시기에도 태형은 사회 전반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던 징벌 방법이었고 이런, 사회의 법률과 관습을 반영하여 복벌이라는 이름으로 경전 찬술의 한 소재가 된 것이라 생각된다.

Ⅲ. 율장의 벌칙 규정

문제는 도선의 말대로 율장에서는 이런 규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교단 본래의 전통 적인 규범집인 율장에서는 범계한 승려를 징벌할 때 어떤 방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율장은 승려들이 승단생 활을 하며 반드시 실천해야 할 행동 규범들을 담고 있으며, 율의 규칙은 강제력을 가지고 있다. 율장의 구성 은 크게 경분별(經分別)과 건도부(犍度部)로 구분된다. 경분별은 승려가 지켜야 할 금계(禁戒)의 조문인 바라 제목차(波羅提木叉)와 각 조문의 제정 인연담, 정의, 구체적인 적용 예시 등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도부는 구족계 포살 자자 안거, , , 등 주로 교단의 운영과 관련된 여러 갈마(羯磨)의 시행방법을 명시하고 있 다. 그러므로 율장의 벌칙 규정이라고 하면, 승려가 바라제목차를 위반하였을 경우와 교단 운영상에 문제가 되는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승려가 바라제목차를 범했을 경우인데 율의, 벌칙은 죄의 경중에 따라 5편 취7 (五篇七聚)로 정리된다. 5편은 바라이(波羅夷), 승잔(僧殘), 바일제(波逸提), 바라제제사니(波羅提提舍尼), 돌길라(突吉羅)이고, 7취는 5 편에 투란차(偸蘭遮)와 악설(惡說)을 추가한 것이다(平川彰[1980]2003, 251-258). 이것들은 죄의 경중이 다 른 만큼 죄를 범하게 되면 받게 되는 벌칙도 차이가 있다 먼저. 바라이는 음행, 살인, 투도, 대망어의 4가지 가 장 무거운 죄로 범했을, 경우 정규 승려로서의 자격을 잃게 되고 승단에 머무를 수 없게 된다. 다음으로 승잔 을 범했을 경우, 6일 밤 즉 일주일간의 근신 처분을 받아 별주(別住)하며 이, 기간 동안 승려로서의 많은 자격 을 정지당하고 정해진 행법을 실천해야한다 이후. 근신 기간이 무사히 끝나면 최소한 20인 이상의 승려들로 구성된 승단에서 출죄(出罪) 의식을 행할 수 있다 이러한. 바라이와 승잔은 중죄(重罪)로 취급되며, 이하 다른 죄들은 경죄(輕罪)로 다루어지며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죄에 따라 승단이나 2, 3명 혹은 1명의 다른 승려 앞 에서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것으로 회과할 수 있다.

다음으로 건도부에는 각종 징벌갈마가 나온다 지면상의. 한계로 하나하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징벌갈마는 승려의 악행을 방치하면 바라이와 승잔과 같은 죄를 범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승단 차원에서 부 과하는 갈마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징벌갈마를 받은 자는 승잔을 범했을 때와 유사하게 별주 조치가 취 해지고 일정한 행법을 수행하며 참회하도록 한다(佐藤密雄[1967]1991, 121). 이때 행법은 모든 징벌갈마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겹치는 규정이 많고 또한, 승잔을 범했을 때 행해야 하는 행법과도 공통점이 많으며 대강 다음과 같다. 다른 이에게 구족계를 주거나, 사미를 둘 수 없고, 비구의 경우 비구니를 교계할 수도 없다. 즉 승단 내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정지되는 것이다 또한. 갈마와 그 갈마를 하는 자를 비난하거나, 청정한 승려가 하는 포살이나 자자를 방해해서도 안 된다. 사실상 승단 내 회의와 행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되는 것 이다 이외에도. 청정한 승려와 함께 지내지 못하고 승단의 변두리에서 생활하며 행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관 리 · 감독받게 된다(이자랑 2004, 286-290).

이상 살펴본 율장에 나타나는 벌칙 규정은 승단 추방, 일정 기간 동안의 근신 처분, 정규 승려로서의 권리 정지, 참회 요구 등으로 정리된다. 이처럼 율장에는 정도삼매경 의 태형처럼 신체에 직접적으로 고통을 가 하는 벌칙은 없는 것이다.

Ⅳ. 교단 내 체벌의 또 다른 사례

그런데 중국불교에서 교단 내 징벌 수단으로 체벌을 사용한 또 다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동진(東晉, 317-420)시대 도안(道安)의 경우이다 도안은. 반야학의 올바른 이해를 통한 격의불교의 극복에 힘쓴 인물로 유명한데 또한, 그는 여법한 교단 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도 노력하였다 앞서. 한역 광율이 역출되기 전에 중국 불교도는 교단 운영을 위해 승제라는 교단규범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하였는데 이, 최초의 승제라고 여겨지는 것이 승니궤범(僧尼軌範) 이고 그 제정자가 바로 도안이다.

이렇게 도안은 스스로 규범을 제정할 만큼 자신의 교단 내에서 엄격한 규율을 시행하였는데, 고승전

법우(釋法遇)전에는 이런 도안의 엄정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한 일화를 전하고 있다.

어느 때 한 승려가 술을 마시고, 저녁의 향을 피우는 일을 하지 못하였다. 법우는 다만 벌만 내릴 뿐 내쫓지는 않았다. 도안이 멀리서 그 일을 듣고, 대나무통에 가시 나무(荊) 하나를 담아 손수 봉하고 글을 써서 법우에게 보냈다. 법우는 봉한 것을 열 고 매(杖)를 보더니 곧 말하였다. “이것은 술을 마신 승려로 인한 것이다. 내가 [대중 을] 훈계하고 통솔함에 부지런하지 않았기에 [도안이] 멀리서 근심하여 선물을 보내신 것이다.” 즉시 유나에게 명하여 건추(犍椎)를 때려 대중을 모으고, 몽둥이가 든 통을 향등(香橙) 위에 두고 행향(行香)을 마쳤다. 법우는 이내 일어나서 대중 앞으로 나가 통을 향해 경례(敬禮)하였다. 이에 땅에 엎드려 유나에게 명하여 몽둥이로 3회 내려치 도록 하였고, 몽둥이를 통 안에 넣고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였다. 그때 경내의 도속(道俗)이 탄식하지 않는 자가 없었고, 그로 인하여 업무에 부지런한 자가 매우 많아졌 다.7)

법우는 도안 밑에서 출가한 제자로, 도안이 378년 장안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양양의 단계사(檀溪寺)에서 함께 체류하였다. 이후 법우는 도안과 헤어지고 강릉의 장사사(長沙寺)에서 지냈는데, 이때 대중들을 이끌다 가 위와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도안이 승니궤범 을 제정한 것은 바로 양양 시절로, 그곳에서 함께 생 활하였던 법우는 당연히 승니궤범 의 내용과 그것에 의거하여 생활하는 교단의 엄정한 분위기를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런 법우에게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자, 도안은 제자를 교계하기 위해 통에 가시나무로 된 매를 담 아 보냈다. 그리고 도안이 보낸 통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법우는 스승의 의중을 알아채고, 유나로 하여금 그 매로 자신을 3회 내려치도록 함으로써 스승이 내리는 벌을 받은 것이다.

 

7) 高僧傳 卷5(T50, 356a), “時一僧飮酒, 廢夕燒香, 遇止罰而不遣. 安公遙聞之, 以竹筒盛一荊子, 手自緘封, 題以寄遇. 遇開封見杖, 卽曰, 此由飮酒僧也, 我訓領不勤, 遠貽憂賜. 卽命維那鳴搥集衆, 以杖筒置香橙上, 行香畢. 遇乃起出衆前, 向筒致敬, 於是伏地, 命維那行杖三下, 內杖筒中, 垂淚自責. 時境內道俗莫不歎息, 因之勵業者甚衆.”

여기서 우리는 법우가 통에 담긴 매의 용도와 벌을 받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아 마 이것은 양양 시절에 그런 벌칙 방법이 도안의 교단 내에서 행해졌음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나 아가 앞서 당률소의 에서 태형은 가시나무(楚)를 사용한다고 하였는데 도안이 보낸 것도 가시나무(荊)라는 점에서 이 일화에서 나오는 벌칙 역시 태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면 중국 불교교단 내에서는 이미 도선 이전에 꽤나 이른 시기부터 태형과 같은 체벌이 교계 목적으로 실행되었을 가 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 정도삼매경 의 태벌 규정을 둘러싸고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았는데 분명, 태벌은 불교교단의 전통적 인 운영규범집인 율장에는 어긋나는 벌칙이다. 현재 우리가 율장을 통해 이해하고 있는 인도불교교단―적어 도 율장에 의거하는 한―내에서는 규율을 위반한 승려에게 신체에 직접적인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참회를 유도하고 속죄하도록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는 정도삼매경 의 경설과 이 에 대한 도선의 비판, 그리고 일찍이 도안의 일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교단의 질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태벌과 같은 체벌이 시행되었다 율장에. 규율 위반자를 징벌하는 방법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벌이 라는 이질적인 벌칙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필시 당시 중국불교교단에서는 교단 운영에 율장만으로는 채워지 지 않는 부분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불교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천하였듯이, 이 사례 역시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어 정착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모습이자 인도불교교단과는 다른 중국불교교단의 한 특 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원전류

四分律刪繁補闕行事鈔 T40 高僧傳 T50

淨度三昧經 ZW07

唐律疏議

단행본 및 논문류 김택민, 2004, 동양법의 일반 원칙 , 서울: 아카넷. 이자랑, 2004, 「惡見 주장자에 대한 불교 승단의 입장(2)」, 大覺思想 Vol.7, 대각사상연구원. pp.275-299 佐藤密雄, [1967]1991, 초기불교교단과 계율 , 김호성(역), 서울: 민족사. 大內文雄, 2013, 南北朝隋唐期佛敎史硏究 , 京都: 法藏館.

落合俊典 編, 1996, 七寺古逸經典硏究叢書 第2卷 中國撰述經典 , 東京: 大東出版社. 張晋藩 2006, 중국법제사 , 한기종 외(역), 서울: 소나무.

船山徹, 2017, (東アジア佛敎の生活規則)梵網經: 最古の形と發展の歷史 , 京都: 臨川書店. 平川彰, [1960]1995, 율장연구 , 박용길(역), 서울: 土房.

, [1980]2003, 원시불교의 연구: 교단조직의 원형 , 석혜능(역), 서울: 민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