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원불교내의 근본주의 비판과 극복
기자명 김도공 교무
입력 2013.07.12
-최근 나타나는 근본주의적 경향의 비판과 극복을 중심으로-
▲ 김도공 교무/원광대원불교학과
1. 서론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했다. '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뜻이다. 이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라는 의미로, 근본(根本)을 잊지 않음 또는 죽어서라도 고향(故鄕) 땅에 묻히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말한다.
모든 존재에게 근본(根本)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고 필요한 것이며 중요한 것이다. 참된 근본은 굳이 근본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존재가 근본을 토대로 삶을 영위하여 간다.
본 고는 원불교의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새로운 원불교 100년을 열어가고자 최근 원불교내에 나타나고 있는 근본주의적 경향들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극복방안을 알아보고자 하는 의도를 중심으로 작성됐다.
2. 근본주의의 개념과 문제점
근본주의란 본래 18세기의 근대주의적 경향에 반대하면서 19세기 후반에 생겨나기 시작한 사조를 말한다. 특히 근본주의라는 용어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쓰이기 시작한 비교적 새로운 시대사조이다. 이는 기독교 내에서 자유주의 신학의 침략에 대항하여 그 본래 교회의 전통신앙을 굳건히 지키려는 신앙 운동을 말한다. 본래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본래 뿌리로 돌아가자는 의미있는 주장에서 시작한다.
현재 근본주의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그 변화에 따르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되는 것과 같이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근본주의는 이미 기독교의 영역을 넘어서 때로는 과격한 테러리즘과 연결되기도 하고, 나치즘이나 공산주의와도 연결되어 사용되며, 일반 사회 속에서 조직 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된지 오래 되었다. 이렇듯 근본주의는 종교적 근본주의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나치즘, 국가사회주의와 같은 유사종교의 성격을 갖는 세속적 근본주의도 있다.
근본주의는 절대적인 도그마를 앞세우며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불관용과 배타적인 독선을 표방한다. 더욱이 근본주의는 자신을 절대적 진리·정의·선(善)으로 간주하고, 적대적 타자를 절대적 거짓·불의·악(惡)으로 규정하여 억압하고 제거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선악 이분법적 믿음을 더욱 강하게 키워 나간다.
모든 조직과 단체 내에는 보수파와 진보파가 존재한다. 보수파는 나름의 가치로 조직과 단체의 이념을 지키고 실현하고자 하며, 진보파는 조직이 나가야 될 이상적 방향에 대한 지적을 통해서 조직의 건실한 성장을 촉진한다.
보수파이든 진보파이든 조직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각각의 영역에서 근본주의가 싹이 트면, 특정한 가치를 도그마 속에 경색시켜 그것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통로를 막으면서 스스로 외부와의 소통을 끊고 고립의 길을 가게 되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3. 근본주의의 유형
일반적으로 종교적 근본주의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고립적 근본주의이다. 이는 적대적 모순의 위협에 대처해서 자신들의 조직과 기관을 확고히 하면서 외부세계와 담을 쌓고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유형이다. 둘째는 변형주의적 근본주의이다. 이는 자신의 신앙을 확대하고 조직과 기관의 외연을 선교를 통하여 연장하면서 세계를 변형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주의적 유형이다. 셋째는 정복주의적 근본주의이다. 이는 외부의 적을 전적으로 전멸시켜 버리거나 또는 전향시킴으로 신국을 지상에 실현하려는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유형이다.
세 가지 유형이 있지만, 모든 근본주의 운동은 잠재적으로는 모두 세계지배를 꿈꾸는 정복주의적 근본주의이다. 다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해 있으면서 고립주의나 변형주의의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근본주의는 그 내면에 강한 정복주의적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심리적 거부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본주의를 극복하는 해법은 근본주의에 대한 대항적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주의가 자랄 수 있는 근본 배경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유방식이 제시되지 않으면 근본주의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근본주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통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4. 근본주의 해체정신과 원불교의 발생
원불교의 발생배경은 소태산의 깨달음으로부터 비롯한다. 그러나 초기 전개과정에 나타난 정신은 기존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아온 유교근본주의 및 쇄락한 불교에 대한 해체와 근본 정신 재정립의 과정이었다.
소태산은 유교와 불교라는 거대한 종교적 전통이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세워온 종교적 전통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는 개혁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근본정신이 사라지고 형식만 남아 위세를 부리고 있는 것을 근본주의라고 한다면, 소태산은 유교와 불교의 본래 근본정신을 찾기 위해서 형식화된 유교와 불교의 근본주의를 과감하게 해체하여 재구성 하고 있는 것이다.
5. 원불교내 근본주의적 경향들
근본주의에 대한 옹골찬 개혁의지로 나온 원불교도 최근 역사가 100여년을 흘러오면서 그 과감한 개혁의 의지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방해의 요소가 되는 몇몇 근본주의적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다.
1) 정전 무수정 무오류론
원불교에서 사용하는 가장 기본 경전은 〈정전〉이다. 그런데 특이할 만한 사항은 교전을 새로이 편수 하는 데 있어서 1960년(원기44) 1월 18일 수위단회에서 "종법사님 친재 하에 전반의 수정을 거쳐 재간된 이후에는 다시 일언일구(一言一句)의 수정도 가할 수 없음"을 결의하고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1962년(원기47년) 7월 24일 제6회 임시수위단회에서도 이렇게 원불교 교전이 완성된 이후에는 이에 대한 일자(一字) 일구(一句)의 수정도 가할 수 없음을 거듭 결의하고 있다. 이는 〈원불교교전〉편찬에 들인 교단의 정성과 의지를 여실하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강력한 결의사항의 영향 때문에 오자 및 탈자에 대한 수정의 요구에도 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울러 고어체나 한문 위주로 써진 문제 때문에 보다 쉬운 교전에 대한 요구가 많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교전을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
2) 오만년 대운론
원불교에서는 이 회상의 운수를 오 만년 대운의 회상으로 보는 수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문헌상으로는 대산(大山)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나, 그 이전에도 많이 사용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원불교의 운수를 오만년 대운에 연결지어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수많은 세월과 역사 속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강절에 따르면, 우주의 역사는 첫 회인 자회(子會)부터 시작하여 6회재인 사회(巳會)까지 성장하며 후반부인 오회(午會)부터 해회(亥會)까지는 줄어드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선천 5만년 후천 5만년을 제하고 나머지 29,600년은 빙하의 휴지기가 되며, 이는 무한한 주기적 반복 순환을 한다고 보았다.
수운은 이러한 시운의 순환론을 믿었으며, 개벽으로 후천 오만년이 열릴 것으로 믿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동학군이 "오만년수운대의(五萬年受運大義)"라는 기를 가지고 또 "오만년대운(五萬年大運)"이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동학혁명을 일으켰다. '오만년 운수'는 수운가사인 용담유사, 검결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러한 사유의 원형은 조선시대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 이데올로기인 〈정감록〉과도 연결된다. 이 점은 19세기 후반 한국에 드러난 여러 신종교의 가르침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동학과 증산교 및 원불교는 하나같이 곧 밝아올 새 세상을 노래했으며, 조선왕조가 망하고 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보았고, 그때가 되면 문자 그대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롭고 복된 사회가 건설되는데 그 운수가 오만년 대운(五萬年 大運)이라고 본 것이다.
3)출가중심주의
원불교가 지향하는 정신 즉 재가 출가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다 같이 불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종교를 만들고자 하는 정신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 재가출가 전교도가 다 같이 주인이 되어'라는 〈교헌〉전문에도 명확히 드러나 있다. 그러나 커진 교단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전문 출가자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출가중심의 교단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가중심 의식구조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현상은 교단 여러 가지 모습에서 자주 관찰되고 있다. 재가 출가의 구분 없이 생활 속에서 불법을 실현할 수 있는 원불교의 구조와 조직 운영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원불교가 본래 출발한 지점 즉 재가 출가 유무식을 막론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신앙하고 수행할 수 있는 구조의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5. 결론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한다. 그러나 기존의 개념과 용법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고 의문을 걸어봄으로써,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다른 이면을 보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해체하고서 우리는 그전에는 전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을 맛보게 된다.
본 논고는 원기100년을 맞이하는 원불교 안에 익숙하게 자리 잡으려 하는 몇몇 현상들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서 앞으로 열어가야 할 새로운 100년을 전망하고자 하는 의도로 작성됐다.
개념 적용여부의 적합성을 떠나서, 원불교 창립초기의 생생약동함과 열정적 개혁성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근본주의의 개념으로 원불교에 나타나고 있는 최근 몇 몇 근본주의적 현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본 것이다.
※ 이 글은 김도공 교무의 논문을 요약 정리 한 것이다.
김도공 교무 wonnews0601@hanmail.net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했다. '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뜻이다. 이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라는 의미로, 근본(根本)을 잊지 않음 또는 죽어서라도 고향(故鄕) 땅에 묻히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말한다.
모든 존재에게 근본(根本)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고 필요한 것이며 중요한 것이다. 참된 근본은 굳이 근본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존재가 근본을 토대로 삶을 영위하여 간다.
본 고는 원불교의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새로운 원불교 100년을 열어가고자 최근 원불교내에 나타나고 있는 근본주의적 경향들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극복방안을 알아보고자 하는 의도를 중심으로 작성됐다.
2. 근본주의의 개념과 문제점
근본주의란 본래 18세기의 근대주의적 경향에 반대하면서 19세기 후반에 생겨나기 시작한 사조를 말한다. 특히 근본주의라는 용어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쓰이기 시작한 비교적 새로운 시대사조이다. 이는 기독교 내에서 자유주의 신학의 침략에 대항하여 그 본래 교회의 전통신앙을 굳건히 지키려는 신앙 운동을 말한다. 본래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본래 뿌리로 돌아가자는 의미있는 주장에서 시작한다.
현재 근본주의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그 변화에 따르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되는 것과 같이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근본주의는 이미 기독교의 영역을 넘어서 때로는 과격한 테러리즘과 연결되기도 하고, 나치즘이나 공산주의와도 연결되어 사용되며, 일반 사회 속에서 조직 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된지 오래 되었다. 이렇듯 근본주의는 종교적 근본주의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나치즘, 국가사회주의와 같은 유사종교의 성격을 갖는 세속적 근본주의도 있다.
근본주의는 절대적인 도그마를 앞세우며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불관용과 배타적인 독선을 표방한다. 더욱이 근본주의는 자신을 절대적 진리·정의·선(善)으로 간주하고, 적대적 타자를 절대적 거짓·불의·악(惡)으로 규정하여 억압하고 제거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선악 이분법적 믿음을 더욱 강하게 키워 나간다.
모든 조직과 단체 내에는 보수파와 진보파가 존재한다. 보수파는 나름의 가치로 조직과 단체의 이념을 지키고 실현하고자 하며, 진보파는 조직이 나가야 될 이상적 방향에 대한 지적을 통해서 조직의 건실한 성장을 촉진한다.
보수파이든 진보파이든 조직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각각의 영역에서 근본주의가 싹이 트면, 특정한 가치를 도그마 속에 경색시켜 그것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통로를 막으면서 스스로 외부와의 소통을 끊고 고립의 길을 가게 되는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3. 근본주의의 유형
일반적으로 종교적 근본주의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고립적 근본주의이다. 이는 적대적 모순의 위협에 대처해서 자신들의 조직과 기관을 확고히 하면서 외부세계와 담을 쌓고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유형이다. 둘째는 변형주의적 근본주의이다. 이는 자신의 신앙을 확대하고 조직과 기관의 외연을 선교를 통하여 연장하면서 세계를 변형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주의적 유형이다. 셋째는 정복주의적 근본주의이다. 이는 외부의 적을 전적으로 전멸시켜 버리거나 또는 전향시킴으로 신국을 지상에 실현하려는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유형이다.
세 가지 유형이 있지만, 모든 근본주의 운동은 잠재적으로는 모두 세계지배를 꿈꾸는 정복주의적 근본주의이다. 다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해 있으면서 고립주의나 변형주의의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근본주의는 그 내면에 강한 정복주의적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심리적 거부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본주의를 극복하는 해법은 근본주의에 대한 대항적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주의가 자랄 수 있는 근본 배경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유방식이 제시되지 않으면 근본주의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근본주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통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4. 근본주의 해체정신과 원불교의 발생
원불교의 발생배경은 소태산의 깨달음으로부터 비롯한다. 그러나 초기 전개과정에 나타난 정신은 기존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아온 유교근본주의 및 쇄락한 불교에 대한 해체와 근본 정신 재정립의 과정이었다.
소태산은 유교와 불교라는 거대한 종교적 전통이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세워온 종교적 전통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는 개혁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근본정신이 사라지고 형식만 남아 위세를 부리고 있는 것을 근본주의라고 한다면, 소태산은 유교와 불교의 본래 근본정신을 찾기 위해서 형식화된 유교와 불교의 근본주의를 과감하게 해체하여 재구성 하고 있는 것이다.
5. 원불교내 근본주의적 경향들
근본주의에 대한 옹골찬 개혁의지로 나온 원불교도 최근 역사가 100여년을 흘러오면서 그 과감한 개혁의 의지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방해의 요소가 되는 몇몇 근본주의적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다.
1) 정전 무수정 무오류론
원불교에서 사용하는 가장 기본 경전은 〈정전〉이다. 그런데 특이할 만한 사항은 교전을 새로이 편수 하는 데 있어서 1960년(원기44) 1월 18일 수위단회에서 "종법사님 친재 하에 전반의 수정을 거쳐 재간된 이후에는 다시 일언일구(一言一句)의 수정도 가할 수 없음"을 결의하고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1962년(원기47년) 7월 24일 제6회 임시수위단회에서도 이렇게 원불교 교전이 완성된 이후에는 이에 대한 일자(一字) 일구(一句)의 수정도 가할 수 없음을 거듭 결의하고 있다. 이는 〈원불교교전〉편찬에 들인 교단의 정성과 의지를 여실하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강력한 결의사항의 영향 때문에 오자 및 탈자에 대한 수정의 요구에도 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울러 고어체나 한문 위주로 써진 문제 때문에 보다 쉬운 교전에 대한 요구가 많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교전을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
2) 오만년 대운론
원불교에서는 이 회상의 운수를 오 만년 대운의 회상으로 보는 수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문헌상으로는 대산(大山)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나, 그 이전에도 많이 사용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원불교의 운수를 오만년 대운에 연결지어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수많은 세월과 역사 속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강절에 따르면, 우주의 역사는 첫 회인 자회(子會)부터 시작하여 6회재인 사회(巳會)까지 성장하며 후반부인 오회(午會)부터 해회(亥會)까지는 줄어드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선천 5만년 후천 5만년을 제하고 나머지 29,600년은 빙하의 휴지기가 되며, 이는 무한한 주기적 반복 순환을 한다고 보았다.
수운은 이러한 시운의 순환론을 믿었으며, 개벽으로 후천 오만년이 열릴 것으로 믿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동학군이 "오만년수운대의(五萬年受運大義)"라는 기를 가지고 또 "오만년대운(五萬年大運)"이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동학혁명을 일으켰다. '오만년 운수'는 수운가사인 용담유사, 검결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러한 사유의 원형은 조선시대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 이데올로기인 〈정감록〉과도 연결된다. 이 점은 19세기 후반 한국에 드러난 여러 신종교의 가르침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동학과 증산교 및 원불교는 하나같이 곧 밝아올 새 세상을 노래했으며, 조선왕조가 망하고 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보았고, 그때가 되면 문자 그대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롭고 복된 사회가 건설되는데 그 운수가 오만년 대운(五萬年 大運)이라고 본 것이다.
3)출가중심주의
원불교가 지향하는 정신 즉 재가 출가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다 같이 불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종교를 만들고자 하는 정신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 재가출가 전교도가 다 같이 주인이 되어'라는 〈교헌〉전문에도 명확히 드러나 있다. 그러나 커진 교단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전문 출가자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출가중심의 교단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가중심 의식구조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현상은 교단 여러 가지 모습에서 자주 관찰되고 있다. 재가 출가의 구분 없이 생활 속에서 불법을 실현할 수 있는 원불교의 구조와 조직 운영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원불교가 본래 출발한 지점 즉 재가 출가 유무식을 막론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신앙하고 수행할 수 있는 구조의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5. 결론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한다. 그러나 기존의 개념과 용법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고 의문을 걸어봄으로써,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다른 이면을 보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해체하고서 우리는 그전에는 전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을 맛보게 된다.
본 논고는 원기100년을 맞이하는 원불교 안에 익숙하게 자리 잡으려 하는 몇몇 현상들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서 앞으로 열어가야 할 새로운 100년을 전망하고자 하는 의도로 작성됐다.
개념 적용여부의 적합성을 떠나서, 원불교 창립초기의 생생약동함과 열정적 개혁성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근본주의의 개념으로 원불교에 나타나고 있는 최근 몇 몇 근본주의적 현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본 것이다.
※ 이 글은 김도공 교무의 논문을 요약 정리 한 것이다.
김도공 교무 wonnews06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