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7

알라딘: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알라딘: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은이),임희근 (옮긴이)반비2020-01-22
원제 : Smoke Gets in Your Eyes: And Other Lessons from the Crematory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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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2,600원

360쪽


편집장의 선택
"김혼비 작가 추천! 유쾌하고 신랄한 죽음 안내서"
그러고 보니 죽은 후에 내 몸이 어떤 과정을 거칠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장례식장이나 화장터에서 봤던 단편적 이미지를 조합한 막연한 상상 정도가 다였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에 6년간 장의사 일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 이후부터 소멸까지 인간의 몸에 얽힌 이야기를 신랄하게 말한다. 화장되기 전 높이 쌓인 관들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체들, 불구덩이 속에서 부위별로 다르게 타오르는 몸 같은 생생한 묘사는 피부에 와닿게 현실적이면서도 일상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라 놀랍고 괴이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이 평범치 않은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데에 있다. ‘죽음’, ‘시체’ 뒤에 오는 단어가 ‘유쾌’라니 어쩐지 실수로 엮인 조합 같지만, 자칫 과도하게 엄숙해질 수 있는 내용이 저자 특유의 밝은 에너지 덕분에 부드럽고 소화 잘 되게 포장된다. 글의 전달 방식이 유머러스하다고 해서 내용까지 의심은 말자. 장의사 시절 에피소드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미국 장의 산업의 문제점, 세계의 각기 다른 장의 문화까지 넘나든다. 죽음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들이다. 새해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인문 MD 김경영 (2020.01.31)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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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가 20대에 여성 장의사로서 장례업계에서 6년간 경험한 것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시체 한 구 한 구에 얽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시신을 운반하고 화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와 함께 재로 가득한 화장장을 거니는 듯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장 곳곳에 위트가 가득하지만 그 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시카고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저자는 역사와 종교,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죽음을 다양한 맥락에서 사유한다. 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운영자이기도 한 그는 유쾌하고도 깊이 있는 글쓰기로,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전한다.


목차


추천의 말 ― 죽음과 겨우 눈 맞추기까지 (김혼비)
저자의 말 ― 두려움을 응시하기

시신을 면도하며
시체 박스
쿵 소리
보이지 않는 죽음
점화 단추
핑크 칵테일
마녀와 아기들
직접 화장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스러움
죽음의 무도
에로스와 타나토스
부패
씻김
혼자 치른 참관 화장
길을 잃다
장의학교
운구차
죽음의 기술
돌아온 탕아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출처에 대하여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여자는 언제나 자기가 면도하는 최초의 시신을 기억하게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봐. 엄마 배 속은 네가 아홉 달 동안 살던 곳이잖아. 이 세상에 너를 나오게 한 곳이잖아. 너의 기원이자...
고향이야. 거기다 투관침을 찔러? 그 몸을 침으로 뚫어? 자기가나온 곳을 망가뜨린다고?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 - 아립
˝피가 내 혈관 속을 돌아 그 밑에 깔린 부패한 시체들 위로 흐르고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 있다. 있을 수도 있는 많은 내일을 품은 채로, 그렇다, 지금 세운 여러 계획들은 내가 죽고 나면 산산조 각 나버리거나 미완성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나는 육체적으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없고, 오로지 정신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만 선 택할 수 있다. 죽음이 28세에 찾아오는 93세에 찾아오든, 나는 만족한 채 무(無)로 돌아가 스르르 미끄러져 죽기로 선택했다. 그래서내 몸을 이루는 원자가 나무들을 가린 바로 그 안개가 되도록 말이다. 죽음과 묘지의 정적은 형벌이 아니라 잘 살아낸 삶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접기 - 아립
경제가 나쁠 때는 주요 도시에서 신원 미상의 시체들이 급증한다. 그들 모두가 노숙인이나 무연고자들은 아니더라도 그렇다. 아들이 어머니를 사랑할 순 있지만, 막상 집이 압류되고 타던 차가 압류되고 나면 어머니의 시신은 유물에서 짐으로 아주 빨리 변하고 마는 것이다. - compotetea
P. 13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경험이 책이나 글로 나와 있지만, 그럴 수 없는 단 하나의 소재가 있다면 ‘죽음의 순간‘, 말하자면 ‘죽음의 실체‘라는 것이었다. 세상에 필자들이 이렇게나 많지만 죽어본 필자는 없고, 고스트 라이어는 있지만 ‘고스트‘ 라이터는 없기 때문이다. 죽음 그 자체는 죽어보지 않은 자들의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다.

-추천의 말 접기 - 은진
P. 19 아주 작은 찰나가 허락된다면 꼭 이것만큼은 떠올리고 싶다. 지금 나는 빌린 원자들을 우주에 반납하는 거라고. 그렇다. 죽음이란 건 내가 있을 자리에 내 몸이 없을 거라는 의미가 아니다. 내 몸이 천천히 우주로 이동 중이라는 의미이다. 이 생각만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말이 없다. 이 생각을 할 때면 나는 죽음과 조금 더 오래 눈을 맞출 수 있을 것만 같다.

-추천의 말 김혼비 접기 - 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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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이 책은 저자 케이틀린 도티가 20대 초반에 화장장에 취업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의업계에서 일한 6년간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그가 작정하고 써내려 간 죽음과 시체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들을 읽으면서 ‘죽음’을 구체적으로 감각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가 인문학적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독창하고 세밀한 방식으로 ‘좋은 죽음’이라는 결론에 가닿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 될 것이다.
- 김혼비 (<다정소감> <유쾌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작가)

나처럼 ‘죽음’ 언저리에서 일하는 저자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뜬 채 직관한 이 죽음의 기록은 차라리 유쾌하고 신랄한 생존 증명서 같다. 그녀를 따라 화장터를 거닐면 어둑한 먹구름이 걷히고 어느새 선명해진 산책 길이 펼쳐진다. 이 마법처럼 재미난 전언을 나는 오래도록 머리맡에 두고 싶다. 삶과 등을 맞댄 죽음이 있기에, 오늘 내 하루가 더 절실하고 뜻 깊다.
- 김완 (작가, 죽음 현장 특수청소부)

결혼식과 장례식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결혼식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만큼, 죽음이란 문화에 대해서는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화장장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이 책에서 저자는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에 일침을 가하며, ‘죽음을 통해 깨닫는 삶의 소중함’ 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나 역시 장례지도사로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백 퍼센트 공감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렇기에 죽음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 심은이

죽음학과 관련해서 이 책은 대단히 희귀한 책이다. 나는 장의사에 대해서 이렇게 생생한 정보를 접한 적이 없다.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최준식 (한국죽음학회 회장,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저자는 20대에 화장장에 취업해 죽음에 매혹되어 이를 일생의 업으로 받아들인다. 갖가지 피부색과 형태, 괴로움을 지닌 시체들을 관리하며, 그녀는 용감무쌍하게 죽음의 세계를 탐험한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문화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솔직하고, 철학적이며, 참여적이고, 사악하기까지 하다.
- 나탈리 쿠즈 (《뉴욕 타임스》)

뻔뻔함과 으스스한 유머로 가득한 이 책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삶의 한 가지 사실에 눈뜨게 한다.
- 반스앤드노블 리뷰 (Barnes&Noble Review)

그녀는 책을 읽는 내내 우리를 웃게 만드는, 믿을 수 있는 안내자다.
- 레이철 러비츠 (《워싱턴 포스트》)

도티는 죽음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를, 강력하고도 유창하게 주장한다.
- 북페이지

이 책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구절이 가득하다. 우리가 저자를 따라 미국의 이상한 죽음 의례를 관통할 때 꼭 필요한 웃음 말이다. 대단한 책.
- 전미서점협회

경이롭고, 민망하며, 종종 웃기고, 때때로 잊을 수 없는, 통찰로 가득한 책.
- 데이비드 이글먼 (<더 브레인> <인코크니토> 저자)

화장장에서 일했던 경험과 ‘죽음 산업’에 대해 쓴, 감동적이고도 유머러스한 이 회고록에서, 저자는 우리가 죽음의 세부 사항에 직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 제시카 페리 (《데일리 비스트》)

가슴 아프면서도 유쾌하고, 매혹적이면서도 기이하고, 생생하면서도 병적인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위트 있고 예리하게 묘사하며 깊은 감동을 준다. 독이 든 칵테일 같은 도티의 이 회고록은 세상에서 잊히는 것까지 포용해야 한다고 부추기면서도 독자들을 취하게 하고 매혹한다. 그녀는 삶을 호흡하여 죽음으로 만든다.
- 도다이 스튜어트 (《제제벨 닷컴》 부편집장)

케이틀린 도티는 문학적이고, 세속적이며, 고전적이고, 합의된 전문가들로 이뤄진 믿을 만한 증인들의 깊은 맥을 발굴해냈다. 그리고 그녀가 만들어낸 중대한 질문에 대한 그들의 최선의 답변을 추가한다.
- 토머스 린치 (《크리스천 센추리》)

소름끼치고, 기가 막히고, 종종 웃긴다.
- 에드워드 M. 에벨드 (《캔자스시티 스타》)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며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흥미롭고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혁명적이다. 당신의 (다음)생을 바꿀 수도 있는 책이다.
- 토냐 헐리 (토냐헐리)

죽음을 바꿔놓는 책. 케이틀린 도티가 전하는 어려우면서도 깊은 메시지는 피투성이 것들에 실려 전해진다.
- 헬렌 럼빌로우 (《타임스》)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마음이 활짝 열릴 것이다.
- 엘리자베스 도널리 (《플레이버와이어》)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0년 1월 31일자
서울신문
- 서울신문 2020년 1월 31일자
한국일보
- 한국일보 2020년 1월 30일자 '금주의 책'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20년 2월 1일자 '새로 나왔어요'
경향신문
- 경향신문 2020년 1월 31일자 '책과 삶'
세계일보
- 세계일보 2020년 2월 1일자 '새로 나온 책'



저자 및 역자소개
케이틀린 도티 (Caitlin Doughty)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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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긍정성 운동’을 주도하는 장례 지도사. 어린 시절 추락사한 아이를 목격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대신 제대로 파고들기로 결심했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뒤, 화장터 운영자, 장례식 감독, 시신 운구 기사로 일하며 수천 구의 시체를 마주했다. 장례 학교에서 시신 방부 처리법을 배우고, 세계를 돌며 장례 풍습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를 바꾸고 죽음의 ‘경이로움’을 알리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대안적인 죽음 문화를 탐구하는 집단 ‘좋은 죽음 교단(The Order of the Good Deat... 더보기

최근작 :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총 42종 (모두보기)

임희근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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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3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DEA학위를 받았다. 여러 출판사에서 기획 및 해외 저작권 부문을 맡아 일했고, 출판 기획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를 만들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라다이스』 『분노하라』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고리오 영감』 『알퐁스 도데』 『보들레르와 고티에』 『헨델』 『쇼팽 노트』 『D에게 보낸 편지』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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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의존을 배우다>,<휘말린 날들>등 총 83종
대표분야 : 한국사회비평/칼럼 16위 (브랜드 지수 12,441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세계적인 유튜브 스타가 전하는 매혹적인 죽음 이야기

“죽음과 시체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들을 읽으면서
‘죽음’을 구체적으로 감각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저자)

“나처럼 ‘죽음’ 언저리에서 일하는 저자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뜬 채
직관한 이 죽음의 기록은 차라리 유쾌하고 신랄한 생존 증명서 같다.”
―—김완(죽음 현장 특수청소부, 하드웍스 대표)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렇기에 죽음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나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심은이(한국의 첫 번째 여성 장례지도사, 『아름다운 배웅』 저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북페이지》 올해의 책

세계적인 유튜브 스타이자 여성 장의사
케이틀린 도티가 전하는 죽음을 대면하는 법

우리는 죽음을 마주하기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다. 시신을 직접 본 적이 있는가? 죽어가는 사람의 곁을 지켜본 적은? 늙고 병든 몸이 요양원과 병원을 거쳐 시체가 되고, 영안실, 장례식장, 무덤과 화장터에 이르러 해체되는 과정은 모두 일상과 유리되어 있다. 다들 죽음에 관한 것은 멀리하지만, 젊음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애쓴다. 운동과 식이요법, 기능성 식품을 부지런히 챙기는 것은 죽음을 하루라도 늦추기 위함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무방비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쉽다. 그때가 되면 내가 원하는 나의 죽음은 어떤 형태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추모해야 할지 충분히 숙고할 새도 없이, 장례업계의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따라가기에도 벅찬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죽음을 회피하는 것은 삶을 주체적으로 마무리할 권한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죽음을 직시할 것을 권하며, 저자는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한 어조로 독자를 시체들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20대에 여성 장의사로서 장례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 책에는 화장터에서 일하며 죽음과 함께한 경험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시체 한 구 한 구에 얽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시신을 운반하고 화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와 함께 재로 가득한 화장장을 거니는 듯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장 곳곳에 위트가 가득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카고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저자는 역사와 종교,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죽음을 다양한 맥락에서 사유한다. 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의 운영자이기도 한 그는 유쾌하고도 깊이 있는 글쓰기로,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전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죽음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시신을 강철 문 뒤에 두고,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병실에 몰아넣는다. 죽음을 너무나 잘 숨기는 바람에, 우리가 죽지 않는 첫 세대라고 거의 믿어도 될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며 우리도 그 사실을 안다. 위대한 문화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두려움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이라는 동물을 따라다닌다.” 죽음이 두려워서 우리는 대성당을 세우고, 아이를 낳고, 전쟁을 선포하며, 새벽 3시에 고양이 동영상을 본다.(21)

시신들은 산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에 매여 있게 한다. 웨스트윈드에서 일하기 전까지, 나는 상대적으로 시신을 못 본 삶을 살아왔다. 이제 나는 화장장 냉장고에 쌓인 시신들을 수십 구씩 다룬다. 시신들을 대하다 보면, 나 자신의 죽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대면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영광스럽게 포장해도 시체는 우리가 먹고 싸고 끝내 죽을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앞으로 시신이 될 사람들인 것이다.(240)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왜 사람들은 죽는가?”, “이런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나는가?” 같은 더 큰 실존적 물음의 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슬픔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죽음이란 당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는 잘 죽는 데 장애물이 된다.(323~324)

이러한 부정은 여러 형태를 띤다. 젊음에 대한 집착, 몸이 자연스레 노화하는 것이 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파는 사람들이 굳이 쓰라고 강요하는 크림과 화학물질과 각종 해독 식이요법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어린이 500만 명 중에 310만 명이 굶주려 죽는데, 우리는 노화방지 상품을 만드느라 1년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죽음에 대한 부정은 우리의 기술과 건축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우리가 도로에 치여 죽는 동물들보다는 맥북의 매끈한 선과 더 비슷한 점이 많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235)

역사적으로, 죽음 의례는 말할 것도 없이 종교적 신앙과 결부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세속적으로 변해간다.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종교는 ‘무교’로, 미국 인구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한다. 자신이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가졌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한때 강력했던 죽음 의례가 요즘은 편의 위주로 바뀌었고 그 의미가 덜해졌다고 느낀다. 이런 시대에 현대 생활에 관한 의례를 만들어내는 창조성에는 한계가 없다. 자유는 짜릿하지만 또한 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죽는다는 사실과 무관하게는 살 수가 없으며, 죽음을 마주하는 세속적 방법을 계발하는 것은 매년 더 중요해질 것이다.(301)

우리 사회에서 구할 수 있는 ‘죽음의 기술’에 대한 교과서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그 책을 쓰기로 했다. 종교인만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점점 그 수가 늘어나는 무신론자들, 불가지론자들, 그리고 막연히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내가 볼 때 좋은 죽음이란, 지금까지 하던 일을 잘 정리하고, 전할 필요가 있는 좋고 나쁜 말을 전하고, 죽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좋은 죽음이란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견딜 필요 없이 죽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은 죽음이란 죽음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죽을 시간이 왔을 때 싸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죽음이지만, 전설적인 정신분석가 칼 융의 말대로 “내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인간이 죽음과 맺는 관계는 오직 그 사람만의 것이다.(310)

나는 죽은 영아들을 굽고 그들의 뼈를 간다는 혐의를 받은 중세 마녀들에 대한 논문을 썼었다. 그로부터 1년 후, 나는 글자 그대로 영아들을 굽고 뼈를 갈고 있다. 마법을 쓴다는 혐의를 받은 여자들의 비극은, 실은 그들이 아기들의 뼈를 갈아 오밤중에 악마의 축제로 날아가는 데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그 혐의로 부당하게 죽었다. 산 채로 기둥에 묶여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반면 나는 아기들의 뼈를 갈았으나, 잘 보살펴주고 염려해줘서 고맙다고, 가엾은 부모들이 내게 감사까지 하는 일이 많았다.(147~148)


20대 여성 장의사의 생생한 화장터 르포르타주

저자는 죽음의 언저리에서 몸소 겪은 아주 생생한 경험들을 기록하며 우리를 죽음 가까이로 데려간다. 이 책은 저자가 화장장에 취직해 시체를 면도하던 출근 첫날부터 시작된다. 그는 어제 죽은 시신부터 부패한 시신까지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시체 박스를 확인하고, 화장로에서 삐져나온 재를 들이마시고, 인간의 지방이 녹아내린 기름을 뒤집어쓰기도 하며, 시체를 둘러싼 온갖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또한 시체 운구부터 씻김, 화장, 분쇄에 이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생생한 화장터 르포르타주를 완성한다.
20대 여성으로서 장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이토록 죽음에 천착하는 것은 어린 시절 목격한 죽음 때문이다. 우연히 쇼핑몰에서 추락사한 아이를 보고 당시 여덟 살이었던 그는 큰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 안에서 어떤 설명도, 위로도 들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죽음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시작되었다.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것도 죽음을 학문적으로 가까이 접하고자 했던 욕망의 결과물이었다. 졸업 후 그는 화장터에서 일하며, 이 경험을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가 죽음에 관해 터놓고 생각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인기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를 운영하며, 초등학생부터 백세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보내오는 죽음과 관련된 질문에 솔직한 답변을 들려준다. 또 대안적인 죽음 문화를 탐구하는 장례업 전문가, 연구자, 예술가 집단인 ‘좋은 죽음 교단’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죽음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유쾌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저자는 집착에 가까운 호기심으로 온갖 기이한 시신들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멀리서 보면 비극인 죽음을 가까이에서 희극으로 승화시킨다. 그는 시신을 정성껏 닦고 입히고 단장시키며, 그들이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인간이었음을 잊지 않는다. 대답 없는 시체에게 농담을 건네고, 그들이 지닌 사연에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뚝뚝한 상사 마이크, 말 많은 운구차 기사 크리스, 재미없는 농담만 골라 하는 방부처리사 브루스까지 정 많은 화장터 동료들이 등장해 소름끼치게 음울하고, 이상하게 웃긴 저자의 캐릭터와 어울리며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를 보여준다. 여기에 저자의 감각적이며 깊이 있는 글쓰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바람 잘 날 없는 ‘웨스트윈드’ 화장터의 일상을 킬킬대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죽음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때때로 나는 죽음에 직접 맞닥뜨리는 체험을 했더라면 내 어린 시절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생각해본다. 죽음이 있는 곳에 앉아 있으면서, 죽음과 악수를 한다. 죽음이 내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미치며 내게 “너는 언젠가 벌레에게 먹힐 몸이야.”라고 귀에 속삭인다. 그리고 우리는 친한 벗이 될 거라는 말을 듣는다. 그랬다면 죽음은 쭉 나의 친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정말이지 나 같은 방년의 아가씨가 웨스트윈드처럼 섬뜩하고 오래된 화장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진실은, 내가 이 직업을 옛날에 여덟 살 먹은 나에게 일어났던 일을 치유하기 위한 방도로 본다는 것이다. 소녀 시절 나는 밤이면 공포에 질려 담요를 덮고 쪼그려 앉은 채, 죽음이 나를 볼 수 없다면 데려갈 수도 없다고 믿었다.(68~69)

나의 하루는 오전 8시 30분에 웨스트윈드의 두 ‘레토르트(화장로를 가리키는 업계 은어)’를 켜면서 시작된다. [……] 레토르트의 벽돌 방 안의 온도가 화씨 1500도(섭씨 816도)에 이르면 화장로는 첫 번째 시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아침마다 마이크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발급된 화장허가서 여러 장을 내 책상 위에 쌓아놓고는, 오늘 화장할 사람은 누군지 내게 알려 준다. 허가서 두 장을 추린 다음 나는 내가 화장할 시신들을 ‘냉장 트럭’에서 찾아와야 한다. 냉장 트럭이란 시신들이 화장될 때까지 대기하는, 담당자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시신 냉장고를 말한다.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냉장고 속을 뚫고 들어가 나는 첩첩이 쌓인 시체 박스(고인의 이름, 죽은 날짜가 적힌 상자)에 인사했다. 냉장 트럭에서는 얼음에 재운 시체 냄새가 난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잊을 수 없는 냄새다.(41~42)

마이크와 나는 소리를 지르며 구석을 다시 돌아 화장장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뼈들이 쓸려나가는 장치에서 ‘녹은 지방’이 콸콸 흘러나왔다. 마이크가 대충 커다란 신발 상자만 한 크기의 용기에서 뼈를 꺼내자, 거기에 3.8리터쯤 되는 불투명한 찌꺼기가 흥건히 고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도 기름은 나오고 또 나오고 있었다. 우리 둘은 뼈가 떨어지는 곳 바닥에서, 마치 새는 배 바닥의 물을 퍼내듯이 용기를 딴 것으로 갈고 또 갈았다. [……] 마침내 상황이 정리되고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내가 입은 원피스가 뜨뜻한 인간의 기름으로 얼룩져 있었다. 나는 땀이 뻘뻘 났고, 패배했고, 사람 기름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은 들었다.(181~182)

이 남자(떠나버린 그의 영혼에 축복이 있기를)는 키도 컸지만 몸 너비도 거의 키만큼이나 컸던 것이다. “자, 해봐. 팔짱을 끼게 해. 관 속에서 누워 있을 자세로 말이야.” 마이크가 지시했다. 나는 시체의 저쪽 팔에 닿으려고 후안의 시체 너머로 몸을 죽 뻗었다. “안 돼. 좀 더 꽉 팔짱을 끼게 해. 꽉, 더 꽉.” 마이크가 줄자로 시신의 어깨 너비를 재려고 자를 펼치면서 요구했다. 이때 나는 시체 위로 몸을 죽 뻗어 있는 상태였다. “계속해, 계속. 그렇지! 좋았어. 이젠 딱 맞겠네.”
“오, 가만있어봐요. 혹시 안 맞을지도 몰라요!” 나는 말했다.
“안 맞으면, 맞게 하면 되지. 가족들은 이미 이 장례식에 자기들이 낼 수 있는 이상의 돈을 지불했어. 혹 대형 관을 만들 수 있대도, 그 비용으로 300달러를 더 내라고 할 수는 없어. 그저 당신네 아들에겐 대형 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고.”(222)

브루스는 10년 전 어떤 임신부와 했던 계약 얘기를 했다. 그 여자 말로는, 이 계약이 죽은 아기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 여자가 들어왔을 때 내가 말했지. “죽은 아이는 참 안됐지만요, 지금 갖고 계신 아이를 낳으실 테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화장 계약을 하고 있는 아기는 바로 배 속의 아기였어. 이미 죽었는데 아직 태아를 꺼낼 수 없었던 거지. 그 아기는 8개월이었어. 기가 막히더군. 그 여자는 배 속에 죽은 아기가 든 채로 내 앞에 앉아 있었던 거야. 난 혼란스러웠어. 요 근래 들어 그때 기억이 나. 최근 들어서 그래. 그래서 장의업계에 알코올 중독자와 약물중독자들이 그렇게 많은가 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잊을 수 있도록 말이야.”(266~267)

엔쿄 패트 오하라는 9・11 사태 당시 뉴욕시 선불교 센터의 수장이었다. 그는 세계무역 센터의 고층 건물들이 혼돈의 비명과 요란한 소리 속에 무너졌을 때 “그 냄새는 몇 주 동안 빠지지 않았고, 마치 우리가 숨 쉴 때 사람들을 들이마시는 것같이 느꼈다.”라며 “그건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해체시킨 온갖 것들의 냄새였다. 사람들과 전기로 된 것들과 돌덩이와 유리와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 오하라는 사람들에게 이 이미지에서 도망치지 말라고 말한다. 이것은 항상 일어나는 일이지만 보이지 않았을 뿐이며, 지금 처음으로 그것을 보고, 냄새 맡고, 느끼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라고 그는 조언한다. 웨스트윈드에서 나는 처음인 듯 느낀 것을 보고, 냄새 맡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었다. 이런 유형의 직면은 현실과 관계 맺는 일이었다. 그건 아주 소중했고, 나는 죽음을 직면하는 데 빠르게 중독되어 갔다.(49)


더 나은 죽음을 상상하라

이 책은 우리가 죽음을 대면하는 것을 방해하는 오늘날의 장례 문화에도 비판적 시선을 던진다. 저자는 상업주의로 물든 장의업계의 이면을 낱낱이 보여준다. 시신에 울긋불긋한 메이크업을 하고, 1급 발암물질로 시신을 방부처리하며, 고가의 관을 권하는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죽음 의례가 실은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음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뒷받침한다. 시신에 방부처리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의 일이며, 중세 유럽의 교회에서는 부패하는 시신의 냄새 속에서 예배를 보는 일도 흔했다. 또한 일본, 중국, 인도, 티베트, 이슬람, 브라질 원주민 등 다양한 문화권의 죽음 의례를 들여다봄으로써 다른 선택도 가능함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서는 저자의 두 번째 책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근간)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속한 문화에서 당연시하는 죽음 의례는 과연 최선의 것인가?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현대인은 죽음과 어떤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종교가 약화되고 무신론자가 늘어나는 지금이, 죽음을 적극적으로 사유하기에 적기라고 본다. 금기 없이 개인과 공동체뿐만 아니라, 자연과 우주 차원에서 그 의미를 폭넓게 고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삶이 “우주의 대출 프로그램에서 몸을 이루는 원자들을 부여”받은 것이라 보고, 이 원자를 돌려주는 과정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시신이 부패해 땅으로 돌아가기 쉽도록 ‘자연 매장’하기로 결심한다. 그에게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서 널리 함께 의논해야 할 공동의 화두이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죽음을 대면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도록 돕는다.

홀로 내버려두면 인체는 썩고 부패하고 분해되어 영광스럽게 원래 나왔던 흙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막기 위해 시신을 방부처리하고, 무거운 보호용 관을 사용하는 관습은, 불가피한 것을 모면해보려는 필사적 시도이며 우리가 명백하게 해체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죽음 산업은 관과 시체가 ‘자연스러워’ 보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명목하에 방부처리를 광고하지만, 미국의 현재 죽음 관습은 곰과 코끼리 같은 커다란 동물들에게 작고 귀여운 옷을 입혀 춤추게 하는 것, 또는 에펠탑 복사본을 세우는 것, 그리고 베네치아의 운하가 사람 살기 힘든 미국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일이다.(228)

장의업이 대중을 속여 가로채고 있었던 것은 돈보다는 ‘죽음’ 자체였다. 그러니까 죽음과의 실제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죽는다는 사실을 대면할 기회를 우리는 박탈당한 것이다.(169)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죽은 사람의 얼굴은 끔찍해 보인다. 어쨌든 우리가 가진 매우 협소한 문화적 기대로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그들의 지친 두 눈은 흐리멍덩하게 허공을 응시한다. 입은 에드바르트 뭉크의 그림 「절규」에 나오는 것처럼 쫙 벌어져 있다.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다. 이런 이미지는 정상적인 생물학적 죽음의 과정을 반영하지만, 가족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가격표에 쓰여 있듯이, 장의업체라면 어디서나 보통 ‘모양을 만드는’ 비용으로 175~500달러를 가족에게 청구한다. 그래서 시신들은 ‘평화롭고’ ‘자연스럽고’ ‘편히 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172)

현대의 세속적 죽음의 해묵은 창고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우리 고객 대부분은 요양원이나 병원처럼 의학적인 환경에서 죽는다. 그리고 냉동은 아니지만 섭씨 4.4도 이하의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장의사의 냉장고로 이송된다. 주에서 발급되는 적절한 허가서가 작성되는 동안 시체들이 냉장고 안에서 며칠간 머물러야 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신들은 부패해서 냄새를 풍기는 단계에 접어들기 한참 전에 화장된다.(232)

서구 문화가 늘 이렇게 해체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부패와 우리의 관계는 옛날에는 전반적으로 친밀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성장하면서, 점점 더 많은 신자들이 교회 내부와 주변에 묻혀 성인과 가까이 있는 덕을 보겠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매장 관습은 로마부터 비잔티움까지 제국 전역에, 그리고 지금의 영국과 프랑스 땅까지 퍼졌다. 이렇게 시신들이 매장된 교회를 중심으로 하여 도시들이 발달했다. 수요는 점점 많아졌고 교회는 이를 공급했다. 물론 유료였다.(228~230)

티베트 고산 지대에서는 땅에 바위가 너무 많아 매장을 하지 못하는 데다 나무마저 드물어 화장에 필요한 장작을 만들 수 없다. 티베트인들은 망자를 처리하는 색다른 방식을 발달시켰다. 직업적인 로규빠(시신을 부수는 사람)가 시신에서 살을 잘게 자르고, 남은 뼈는 보리 가루와 야크 버터와 함께 빻는다. 시체는 높고 평평한 바위 위에 놓아두어 독수리들이 먹도록 한다. 새들이 날아 들어 그 시체를 파먹고 하늘로 날아올라 사방팔방으로 실어 나른다. 이렇게 남은 살을 다른 짐승들이 먹도록 놔두는 것은 시체를 처리하는 너그러운 방식이다.(130)

티베트인들에게는 한 사람의 몸에서 영혼이 떠난 다음에는 그 몸이 다른 존재들을 지탱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북미 사람들은 시체에 방부처리를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어떤 믿음도 갖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의례가 아니라, 장례 비용 청구서에 가욋돈 900달러를 얹는 짓일 뿐이다.(130)

자연 매장은 환경보호적으로 사멸하는 가장 건전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산산조각 나고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는 두려움을 갑절은 감소시킨다. 자연 매장을 택한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유기물질로 이뤄진, 무력하고 조각조각 모인 덩어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경축하노라. 해체 만세!” 웨스트윈드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이미 내 몸을 녹색 매장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일종의 우주의 대출 프로그램에서 내 심장이며 발톱, 간과 뇌를 이루는 원자들을 부여받은 것으로 이해했다. 언젠가는 내가 이 원자들을 돌려줘야 할 때가 올 것이며, 내 미래의 시신을 화학적으로 보존함으로써 그 원자에 매달리려는 시도를 하고 싶지 않다.(236)

피가 내 혈관 속을 돌아 그 밑에 깔린 부패한 시체들 위로 흐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 있다, 있을 수도 있는 많은 내일을 품은 채로. 그렇다, 지금 세운 여러 계획들은 내가 죽고 나면 산산조각 나버리거나 미완성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나는 육체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를 선택할 수 없고, 오로지 정신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만 선택할 수 있다. 죽음이 28세에 찾아오든 93세에 찾아오든, 나는 만족한 채 무(無)로 돌아가 스르르 미끄러져 죽기로 선택했다. 그래서 내 몸을 이루는 원자가 나무들을 가린, 바로 그 안개가 되도록 말이다. 죽음과 묘지의 정적은 형벌이 아니라 잘 살아낸 삶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336)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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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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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재밌고 좋은데 번역이 아쉽다. 격식차린 전형적인 번역투라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이 깎여나갔다 김명남이나 노승영 이한음 같은 전문가가 번역했으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린스윈드 2020-02-06 공감 (1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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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낮은 점수를 받을 글은 아닌데. 현대사회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전면에서 지워버린 탓에, 죽음이 뭔지 잘 모르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좀 충격을 받을만한 부분이 많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독서를 고민해보는것이 좋을듯. 명랑한 문장 속 낯선것에 대한 공포가 스물스물 올라옴
마그놀리아 2020-02-04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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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가식없는 표현. 가볍고 유머러스하지만 이따금씩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죽음, 심리학, 인문학에서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에는 의문. 신선한 내용이나 깊은 내용은 없다. 가볍게 한번 읽을만한 정도의 책.
안남희 2020-02-22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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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주제와 죽음에 대한 현실적인 관점
부담없이 읽어볼만 하다 근데 뭔가 호들갑 떠는 광고에 비해 특별한 건 없음
roomsj 2020-06-16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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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시작한다면 이책을 추천한다.
책읽는양이 2020-04-02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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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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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나는 어릴 적에 겁이 없었다. 나는 다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깡이 좋고 배짱이 좋았다. 중학교 때 친구들이 '똥배짱' 이란 별명을 지어 준 적도 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학교 때 어느 날 학교에 구급차가 왔다. 친구끼리 싸우다 한 명이 크게 다친 것이다. 머리가 깨져서 피가 철철 흐르고 붕대까지 감은 모습을 봤다. 그 때 비로소 나도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체를 바라보면서, 그 사람이 떠났으며 이제 더 이상 삶이라는 경기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아님을 안다. 시체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보고, 자기 자신도 언젠가는 죽을 것임을 안다. 눈으로 보는 것은 스스로 알아차림을 부르는 것이다. 그것은 지혜의 시작이다. -p248-249



눈으로 보는 것은 중요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시각적인 정보는 강렬하다. 우리가 자극적인 영상에서 눈을 때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는 죽음과 시체와 격리된 삶을 살아간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죽음은 집 안에서 이루어졌고 시체는 관 속에 있고 매장되었다. 장례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효율, 편의성을 원칙으로 죽음, 시체가 병원, 장의사 등의 외부의 손에 넘어갔다. 죽음, 시체는 커튼 뒤에 가려졌다.




눈으로 보지 않으니 죽음에 대해 묵상하는 일, 경험은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죽음이 주는 지혜를 잃어버렸다. 고대 로마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 '메멘토 모리' 문화가 있었다. 죽음을 상기시키는 문화가 있었다. 그 때는 죽음이 훨씬 가까웠다. 대부분의 아이는 10살 이전에 죽었다. 10살 넘게 살아있는 것만 해도 행운이었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죽음과 시체를 관리하고 대하는 문화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던진다. 저자는 어렸을 때 대형 쇼핑몰에서 죽음을 목격한다. 자기 또래의 어린 아이가 높은 데서 떨어져서 죽은 것이다. 그 때부터 그녀의 죽음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저자는 중세 역사를 전공했다. 그래서 글이 유쾌하면서도 글에 해박함이 들어있어 더욱 좋았다.




저자는 한 화장터 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시체가 어떻게 운반되고 처리되는지에 대해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 죽음이 주는 엄숙함이 어떻게 자본주의적으로 다뤄지는지를 보는 것은 안타까웠다. 특히나 다양한 죽음과 다양한 시체를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도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죽음에 대해 아직 많은 책을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좀 더 이어서 읽어보려 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자. 죽음이 삶을 밝히는 연료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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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2-09-19 공감(18)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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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대단한 승리(아니면 보는 관점에 따라 끔찍한 비극)는, 우리 뇌가 수백 수천 년간 진화하여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이다. 인간은 슬프게도 자의식이 있는 생물이다. 비록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창의적인 방법들을 찾으려고 하루 종일 움직인다 해도, 자신이 아무리 힘 세고 사랑받고 특별하다 느낀다 해도, 언젠가는 죽어서 썩을 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는 이 지상에서 우리 종의 귀중한 일부만이 공유하는 마음의 짐이다. p.99~100



그 누구도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죽음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죽음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죽음을 똑바로 응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 책의 저자는 '죽음을 가까이에서 이해할수록, 우리는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것이 죽음과 시신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로 가득 찬 이 도발적인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했고, 20대에 여성 장의사로 일하며, 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처음 화장장에 취업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례업계에서 일한 6년간의 경험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죽음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유쾌한 태도를 잃지 않으며, 거침없이 신랄하다가도 세심하고 따뜻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있다.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삶과 죽음의 가치에 대해서 돌아보게 만들고, 죽음을 대면하고,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특별한 책이었다.











피가 내 혈관 속을 돌아 그 밑에 깔린 부패한 시체들 위로 흐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 있다, 있을 수도 있는 많은 내일을 품은 채로. 그렇다, 지금 세운 여러 계획들은 내가 죽고 나면 산산조각 나버리거나 미완성으로 남을 수도 있다. 나는 육체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를 선택할 수 없고, 오로지 정신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만 선택할 수 있다. 죽음이 28세에 찾아오든 93세에 찾아오든, 나는 만족한 채 무(無)로 돌아가 스르르 미끄러져 죽기로 선택했다... 죽음과 묘지의 정적은 형벌이 아니라 잘 살아낸 삶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p.336~337



차갑게 식어 뻣뻣해진 턱에 면도기를 대고, 죽기 직전 며칠간 자란 까칠한 수염 위로 면도 크림을 바르고 플라스틱 면도기를 갖다 대는 느낌은 어떨까. 죽은 지 일주일이 넘어 심하게 부패된 시체의 냄새를 참아 내야 하고, 시체를 재로 만들 때마다 내려앉는 인간 먼지를 뒤집어쓰고, 녹아 내리는 시체의 지방인 인간 기름에 흠뻑 젖는 기분이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험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신을 직접 보거나, 죽어가는 사람의 곁을 지켜보는 것 또한 경험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을 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는 그만큼 무방비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든, 나 자신의 그것이든 말이다. 실제로 내가 경험해 본 죽음은, 생각보다 가족들이 처리해야 하는 장례 절차 관련 수많은 프로세스들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고, 조문을 받고, 비용을 처리하고 등등의 일들이 너무 많아서 충분히 죽음을 추모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저 상황을 따라가기에도 벅차서, 슬픔에 사로잡혀 감정을 추스르고 어쩌고 할 여유 조차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죽음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도, 그리고 죽음과 정면으로 대면하는 방법도 제대로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그건 “왜 사람들은 죽는가?”, “이런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나는가?” 같은 더 큰 실존적 물음의 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슬픔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죽음이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그러니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는 잘 죽는 데 장애물이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사유를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멀리서 보면 비극인 죽음을 가까이에서 희극으로 승화시키고 있는데, 너무도 생소한 ‘웨스트윈드’ 화장터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즈음엔 죽음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며, 삶의 연장선상에서 널리 함께 의논해야 할 공동의 화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죽음의 세계를 탐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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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2020-03-02 공감(1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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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시체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 이미 죽음의 의학화 혹은 산업화된 선진국에서 사는 특권이라고 해요. 생각해보면 저 역시 그러하죠. 죽음이 가장 가까웠던 순간에도, 제가 뵈었던 마지막 할아버지의 모습은 책에 나온 설명 그대로 ‘평화롭고, 자연스럽고, 편히 쉬는 것처럼’ 보이게 꾸며진 것이었을테니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저에게 죽음은 부재로 인식되는 거 같아요. 늘 거기 계시던 분이 더 이상 계시지 않는 그런 것이죠.



그런데 보다 죽음에 밀접하게, 아니 죽음이 일상으로 처리되는 직업을 가진 케이틀린 도티의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장의업계에서 잘 세공한 죽음에 익숙해지는 것이 과연 특권일까?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유튜브스타가 되기도 한 그녀는 ‘웨스트윈드’ 화장터에서 일하고 있는 장의사입니다. 아침마다 냉장트럭에서 나오는 시체박스를 처리하는 순간이 자신의 직업의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하는데요. 그녀에게 전해지는 수많은 시체들, 그 시체 한 구 한 구가 그녀에게는 하나의 모험처럼 다가오기 때문이죠. 때로는 나름대로 탐사취재를 하기도 하면서, 그녀는 한 사람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을 함께합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 그녀와 함께 일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사실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요.



물론 그녀는 장례업계의 표준화된 프로세스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거기에 대한 의문도 같이 갖고 있기도 해요.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던 죽음에 대한 궁금증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죽음이라는 것,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죠. 여러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철학을 세웠지만, 저는 칼 융의 말이 가장 와닿더군요. “내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인간이 죽음과 맺는 관계는 오직 그 사람만의 것이다.” 저는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이제는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죽음 그 자체에서 멀어져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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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3-03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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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케이틀린 도티의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란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염세주의자인가, 아니면 비관론자인가. 아니면 무언가 초월 그 이상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가 싶었다. 케이틀린 도티라는 저자의 이름을 보고서야, '장의, 장례'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는 그녀의 직업다운 또 그녀의 성격에 꼭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시체를 억지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선진국에서만 누리는 특권이다. 바라나시의 보통날, 인도의 갠지스 강둑 위에는 80개에서 100개쯤 되는 화장터가 자리 잡고 불이 타오른다. 매우 공개적인 화장이 끝나면 뼈와 재는 성스러운 강물 속으로 흘려보낸다. 89꼭


도티의 말처럼 죽은 시체를 아무때나 쉽게 볼 수 있는 어린이는 흔히 말하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없다. 심지어 도티처럼 아주 어린 아이가 죽는 순간을 완벽하게 포착한다는 것은 '운이 나쁜, 그것도 매우 나쁜'에 해당될 뿐이다. 죽음을 쉽게 보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음이 아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면 흔히 말하듯 죽음 그자체를 떠올리는 순간 불쾌하고 불행하며 가장 참혹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죽음이 유쾌한 사람은 없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 역시 저자의 말처럼 희망보다 절망이 너무 가깝게 다가와있는 이들도 있으니 그 끔찍한 죽음이 덜 아프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선택하는 최후의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의 죽음을 목격했던 8살의 도티는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럴수록 죽음은 '소리'되어 그녀의 꿈속에 찾아와 '쿵'소리를 내며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의 도망은 그녀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사라지는 듯하고 어느순간 더이상 그녀곁에 머물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녀가 선택한 전공이나 봉사활동 중의 파트는 '시체', '장례'에서 멀어지지 않고 꼭 붙어 있었다. 도망칠수록 더 가까워지는 것이 그녀에게는 죽음 이었고, 그런 그녀가 선택한 것은 죽음 그자체를 명징하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처럼 은행이나 어린이집에 취직하면 적당할 법한 20대 초반의 나이에 그녀가 선택한 직장은 장의사. 시체를 운반하고 면도하는 것 부터 레토르트(간편조리용 음식의 그 레토르트가 아니다!)에 넣고 버튼을 눌러 시체가 가루가 되는 순간, 또 그 순간 부터 유골함에 고운 가루로 담기는 과정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담당하며 그녀가 만(?)났던 시체들과의 인연들을 바로 이 책에 담아낸 것이다. 여기에 저자가 전공했던 중세사에서 배웠던 과거 동서양을 포함한 원주민들의 장례문화와 장례문화에 숨겨진 인류의 의식과 문명에 관한 이야기들이 양념처럼 등장 해 과연 인간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이며, 죽은 후에 과정은 '죽은 자'가 아닌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결정되고 그들의 편의에 의해 변화되어왔음을 알려준다.


홀로 내버려두면 인체는 썩고 부패하고 분해되어 영광스럽게 원래 나왔던 흙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막기 위해 시신을 방부처리하고, 무거운 보호용 관을 사용하는 관습은, 불가피한 것을 모면해보려는 필사적 시도이며 우리가 명백하게 해체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228쪽


사후 자신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을지에 대해 가족과 미리부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미련없이 강이나 바다와 같은 자연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해부용 시체가 되어 의학발전에 마지막까지 아낌없이 내어주고 가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군가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그런 방식들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드다. 단순히 남겨질 가족들의 편의나 국토부족의 이유를 넘어 자신이 어떻게 소멸하기를 바라는지를 생각하다보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잘해봐야 '시체'가 될 우리가 죽음보다 삶을 선택한 이상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책을 만났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안내서인 이 책은 당연하겠지만 '출처'에 대해서도 애정을 담아 자세하게 책 뒤에 참고서적과 저자들을 위해 페이지를 할애해주었다. 편집마저도 장례전문의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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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D 2020-03-04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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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잘 살기만큼 중요한 ‘잘 죽기‘



남들의 장례식에 가보기도 하고 가족의 장례식을 치르기도 하면서 현재의 장례 문화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케이틀린 도티의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이다. 어릴 적 쇼핑몰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또래 여자아이의 추락사를 목격한 저자는 그 후 죽음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게 되었고, 대학에서 중세 역사를 전공하며 죽음에 관한 논문까지 썼다. 졸업 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화장터 업체에 취직해 장의사로 6년을 일했다.




장의사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자가 상상한 장의사의 모습은 엄숙하게 장례를 집행하며 고인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근사한 그것이었다. 오래지 않아 저자의 상상은 상상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 아침 냉동 창고에서 화장을 앞둔 시체를 찾고, 그 시체를 유족들이 '볼 만한' 상태로 '처리'하고, 유족이 보는 앞에서 시체를 화씨 1500도로 달궈진 화장로에 집어넣고, 시체가 다 타면 뼈를 추리고, 추린 뼈를 가루 상태가 되도록 으깨고... 이 모든 과정을 하루에 몇 번씩, 바쁜 때에는 몇 십 번씩 반복하는 것은 '중노동' 그 자체였다.




장의사로서 중노동을 6년 동안 하다 보니 죽음에 대한 생각도 훨씬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인들은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집에서 사람이 죽고,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 요즘은 병원에서 사람이 죽고, 병원이나 전문 장의 업체에서 장례를 치른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알 기회가 없어졌다. 죽음을 인간의 노화에 뒤따르는 자연스러운 섭리라고 여기지 않고, 그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며 피하게 되었다. 그 결과 잘못된 장례 문화가 보편화되고,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만족하지 못하는 장례식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저자는 언젠가 자신만의 화장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답답한 창고 같은 공간이 아니라 밝고 탁 트인 공간에서, 시신이 들어오면 생전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처리하여 유족들에게 보여주고, 시신이 화장로에 들어가는 순간을 유가족이 직접 보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도록 하고 싶다. 저자 자신은 화장이 아니라 자연에 의해 시신이 없어지길 바란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서다. 어떻게 죽을지를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더욱 명확하게 떠오른다.




저자는 '좋은 죽음'을 맞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죽음'을 맞을 권리를 되찾아주고 싶다. 그래서 죽음에 관해 연구하고, 죽음에 대한 글을 쓰고, 유튜브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를 운영하며 죽음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에 관한 일반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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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 2020-02-24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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