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은이)어크로스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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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삶을 모욕하지 않기 위해"
'꼰대 담론'이 퇴치한 것은 꼰대뿐만이 아니다. 꼰대로 몰릴까 겁내는 잠재적 스승까지도 함께 없앴다.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에서 김성우, 엄기호 교수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지만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과 깨달음이 그간 사회의 선배와 스승들을 통해 공짜 수업의 형태로 전해져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꼰대', '진지충', '선비' 같은 단어들의 등장 이후 진지하게 삶의 정수를 말하는 사람들은 많이 사라졌고, 우리는 자유의 영역을 조금 넓힌 대신 공짜 교육의 기회를 잃는 중이다.
그래서 김영민 교수의 이 책이 반갑다. 이 책은 먼저 공부하며 살아가는 자로서 인생의 화양연화를 낭비할지도 모를 이들을 염려하며 쓴 글의 모음이다. 그는 더 나은 인간으로 살기 위한 공부의 필요성과 삶의 태도, 공부의 과정 속에서 취해야 할 자세를 말한다. 책소개를 여기까지만 읽고 '진지충'을 피해 도망하려는 이들에게, 우선 딱 한 챕터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면, 웃기기 때문이다. 분명 진지한 내용은 맞는데 자꾸만 낄낄대게 된다. "불온한 생각을 어디엔가 지뢰처럼 숨겨놓기 위해서라도 당대의 관습과 기대를 숙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책 속 문장처럼, 그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젊은 세대들에게 통할만한 유머 사이에 버무려 놓았다. 시니컬한 유머 뒤엔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워주는 명료한 중심이 있다.
선배와 스승의 공짜 교육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에서, 재밌지만 엄중하게 올곧은 방향을 일러주는 이 글들은 귀하게 느껴진다(물론 이 책도 공짜는 아니다). 무엇보다 그의 말들이 한가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섭도록 냉정한 현실 인식 때문이다. 지나치게 과열되었지만 애초에 불공정한 이 세계에서 노비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다 결국은 시시한 인간이 되고 마는 우리를 직시하며, 그는 인간의 변화를 가져올 공부의 필요성을 말한다. 삶을 모욕하지 않기 위해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엔 설득당할 수밖에 없다.
- 인문 MD 김경영 (2020.08.21)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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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파일 형식 : ePub(33.41 MB)
TTS 여부 : 지원
종이책 페이지수 : 272쪽
책소개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교수가 새로운 질문을 가지고 돌아왔다. 공부에 관한 논의가 입시 ‘제도’에 대한 토론으로 축소된 오늘날,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김영민 교수가 신작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이야기한다.
김영민 교수는 공부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생각의 근육’을 길러주는 리드미컬한 공부 조언을 펼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쓰기, 읽기, 생각하기, 질문하기 등을 중심으로 공부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자기 자신의 견해를 만들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사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로 문을 연 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진지한 생각거리를 유머와 해학으로 포장해 제시하는 김영민 글쓰기는 독자를 차원 높은 사유의 영역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목차
책을 내며
프롤로그: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 꽃은 아니다
1부 공부의 길: 지적 성숙의 과정
명료함은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 정확한 단어 사용법
알맞은 이름을 불러다오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세상에 대해 논술문을 쓰기 위해서는 모순 없는 글쓰기
모호함은 때로 권력자의 무기다 논술문에서 피해야 하는 것
말뜻의 사회적 함의 단어와 사회
나도 제목을 붙이는 것이 귀찮을 때가 많다 제목의 효용
2부 공부하는 삶: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
이 수업은 여러분들의 지적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수업 첫 시간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우기 위해서 공부의 기대 효과
인생 역전 만루 홈런은 없습니다 공부의 생애 주기
지적인 헛소리를 하지 않으려면 공부와 체력
유학이란 무엇인가 고독과 자율
연구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심화 학습의 시간
3부 공부의 기초: 질문과 맥락 만들기
공부하려 마음먹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면 공부와 능동성
모범생의 자세로만은 부족하다 공부와 창의성
정신의 날 선 도끼를 찾기 위해서 독서란 무엇인가
하나의 전체로서 책에 대해 말하기 서평이란 무엇인가
자기만의 인덱스를 만드는 것이 좋다 자료 정리
골반이 삐뚤어졌어도 질문은 바로 해야 질문하는 법
4부 공부의 심화: 생각의 정교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영역에 뛰어들어라 주제 설정
발화의 쾌감에 탐닉하기 전에 생각할 것들 청중과 독자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계획의 특징이지만 연구 계획서 쓰는 법
욕망을 충분히 아는 자, 그럴수록 절제하라 문체에 관하여
멍청한 주장에 대해 멍청한 비판을 하지 않기 위해서 비판의 덕성
자기 견해를 갖는다는 것의 의미 토론의 기술
게으른 사회자가 토론을 망친다 사회의 기술
분석적인 요약문에 필요한 것들 발제하는 법
세미나의 비극을 넘어서 세미나를 즐기는 법
5부 공부에 대한 대화: 목마른 사람처럼 배움의 기회를 찾아야
배움의 순간도 사랑처럼, 의외의 순간에 오는 것- 중앙SUNDAY 유주현 기자와의 인터뷰
대학, 말하고 쓰는 법을 배우는 시간- 서울대 사람들 인터뷰
에필로그: 휴식에 대한 공상
그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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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죄송합니다. 고객님. 오늘치 인내력이 바닥났습니다.
P. 12젊은 날 입시와 취업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공부를 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그 화려한 시간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마치 날씨가 너무 좋은 날 경치가 아름다운 길을 돌아보지 않고 바삐 지나치는 것이 그 시간에 대한 모욕인 것처럼. 나중에 돌이켜본 자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기껏 수능 시험을 얼마나 잘 보았나, 혹은 얼마나 명문 ... 더보기
P. 40이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은 이러한 모순, 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 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해 논술문을 쓰기 위해서는)
P. 74너무 가벼운 무게의 덤벨을 들면, 아무런 근육도 생기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좀 더 무거운 무게를 반복해서 들 때 비로소 근육이 생깁니다. 생각의 근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평생 숨을 쉬며 살아왔지요. 그래서 호흡의 달인이 되었나요? 대충 숨 쉬며 산다고 해서 호흡의 달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하는... 더보기
P. 108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능력이야말로 성공적인 유학 생활의 관건이다. 자신이 구태여 타향까지 와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종종 상기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열정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을 잃지 않고,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기 객관화 능력을 키우고, 타인에게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더보기
P. 127심오한 공부일수록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고된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훈련을 마치기 전에 공부를 포기하면, 공부가 주는 쾌락을 충분히 누릴 수 없다.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는 경기 중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출발 직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강하게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단 공부가 궤도에 오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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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영민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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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위원. 작가이자 사상사 연구자.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서로 『중국정치사상사』, 산문집으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공부란 무엇인가』,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생의 허무를 보다』가 있다.
최근작 : <서울리뷰오브북스 13호>,<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서울리뷰오브북스 9호> … 총 2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이 수업은 여러분들의 지적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
‘생각의 근육’을 길러주는 리드미컬한 조언들
추석이란 무엇인가.
서울대 김영민 교수는 근본을 꿰뚫는 질문 하나로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정체성을 따지는 질문은 대개 위기 상황에서 제기된다”고 말하는 그는 ‘추석이란 무엇인가’란 물음 이외에도 성장이란 무엇인가, 위력이란 무엇인가, 한국이란 무엇인가 등을 질문하며, 꾸준히 대한민국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교수가 새로운 질문을 가지고 돌아왔다. 공부에 관한 논의가 입시 ‘제도’에 대한 토론으로 축소된 오늘날,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김영민 교수가 신작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이야기한다.
“이 사회를 무의미한 진창으로부터 건져 낼 청사진이 부재한 시기에, 어떤 공부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 주지는 않겠지만,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 줄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더 나은 것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나아가 보다 나은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할 것이다.” (14쪽, 프롤로그)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김영민 교수는 공부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생각의 근육’을 길러주는 리드미컬한 공부 조언을 펼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쓰기, 읽기, 생각하기, 질문하기 등을 중심으로 공부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자기 자신의 견해를 만들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사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로 문을 연 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진지한 생각거리를 유머와 해학으로 포장해 제시하는 김영민 글쓰기는 독자를 차원 높은 사유의 영역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우리가 탄 급행열차의 종착지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 한국에서 ‘공부란 무엇인가’ 질문하는 이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묻는다. 우리가 타고 있는, 입시 혹은 공부라는 이름의 급행열차의 종착역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느냐고. 그에 따르면 한국은 청소년기부터 입시에 정열을 바치는 것으로 유명한 교육열의 나라이지만, 누구도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묻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에 지극히 냉담한 나라다.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가 꽃은 아니며, 학교에 다닌다고 다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입시생으로 혹은 취업 준비생으로 이제 학생들은, 삶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노력보다는 삶을 그저 살아내기 위한 노력에 익숙해져야 한다.” (11쪽, 프롤로그)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은 그 과정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 자체가 삶이라는 점을 망각하게 된다. 김영민 교수는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고 말한 오스카 와일드를 인용하며 우리의 시선을 시궁창 아래가 아니라 위로 향할 것을 권한다. 그리하여 우린 다른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탁월함이라는 목표를 가진 인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공부란,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인 동시에
모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책 전반부(1, 2부)에서 김영민 교수는 공부라는 여정에 올라서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평생 공부와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인지 철학적이고 성찰적인 에세이를 펼친다. 공부하는 삶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공부란 지적 변화를 위한 것인 동시에 무용한 것에 대한 열정을 펼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남보다 나아지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어차피 남이 아닌가.” (82쪽,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우기 위해서)
한편, 공부란 모호함을 벗어나 명료함으로 향하는 과정이다. 그는 이제 막 공부의 길에 오르는 이들에게 공부의 정확한 단어 사용법, 개념 정의의 필요성, 모순 없는 글쓰기의 방법 등 지적 성숙의 과정으로서 기초에 대해 논한다.
공부란, 세상에 대한 논설문을 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기에, 우리에게 당연해보이는 문제부터 ‘의식적으로’ 경계하자고 이끈다. 장애우라는 신조어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착하다’라는 말은 어떻게 의미가 변화해왔는지 질문해보자는 것이다
거창한 주장을 할 때 사용하는 국가, 정부, 사회, 공동체 등의 단어들, 또는 민족, 겨레, 종족 등의 단어들 역시 유사하지만 다른 단어라며 정교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단어들의 뜻을 제대로 판별하여 맥락에 맞게 활용할 필요가 크다고 말한다.
“정신의 날 선 도끼를 찾기 위해서”
공부의 기초와 심화를 익히다
책 후반부에서는
지식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것인지(읽기, 듣기, 질문하기 등 배움으로서의 공부/3부 ‘공부의 기초’),
나의 공부를 어떻게 남에게 전달할 것인지(쓰기, 말하기, 논쟁하기 등 표현으로서의 공부/4부 ‘공부의 심화’)를 알려준다.
김영민 교수는 묻는다. 당신이 공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시중에서 나도는 이야기를 그럭저럭 그러모아 늘어놓은 뒤, 이 사회에서 기꺼이 허용하는 수준의 비판의식을 첨가하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타자에 대한 공감 의식을 고명처럼 살짝 얹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신중한 제언을 첨부하는, 크게 흠잡을 데는 없으나 어떤 강렬한 인상도 남기지 않는 말과 글에 대해서 우리는 요구할 수 있다, 좀 더 창의적이 되라고 ”(131쪽, 모범생의 자세로만은 부족하다)
그는 공부란, 정교화한 자기 질문을 만드는 것이며, 또한 이를 가지고 논쟁의 영역으로 뛰어들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공부에 관한 책이라면 으레 담길 법한 공부에 관한 자기계발적 방법론보다는 어떤 관점과 태도로 자신만의 질문과 맥락을 만들지, 생각을 심화하기 위해 무엇을 점검해봐야 하는지를 점검할 실용적인 질문지를 내민다. 지식을 직접 가르치기보다 스스로 진리를 깨우치기를 유도하는 소크라테스식 문답은 여기서도 반복된다.
“시중에서 나도는 이야기를 그럭저럭 그러모아 늘어놓은 뒤, 이 사회에서 기꺼이 허용하는 수준의 비판의식을 첨가하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타자에 대한 공감 의식을 고명처럼 살짝 얹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신중한 제언을 첨부하는, 크게 흠잡을 데는 없으나 어떤 강렬한 인상도 남기지 않는 말과 글에 대해서 우리는 요구할 수 있다, 좀 더 창의적이 되라고 ”(131쪽, 모범생의 자세로만은 부족하다)
그는 공부란, 정교화한 자기 질문을 만드는 것이며, 또한 이를 가지고 논쟁의 영역으로 뛰어들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공부에 관한 책이라면 으레 담길 법한 공부에 관한 자기계발적 방법론보다는 어떤 관점과 태도로 자신만의 질문과 맥락을 만들지, 생각을 심화하기 위해 무엇을 점검해봐야 하는지를 점검할 실용적인 질문지를 내민다. 지식을 직접 가르치기보다 스스로 진리를 깨우치기를 유도하는 소크라테스식 문답은 여기서도 반복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독서란 무엇인가? “사회로부터 도망하기 위해 책을 읽다가 거꾸로 소통을 위한 언어가 풍부해지는 역설을 가져다주는 행위. 언어가 풍부해지면, 사회에 나가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더라도 작은 축제와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된다.” 멍청한 비판을 하지 않으려면? “상대 주장의 약점보다는 강점과 마주하여 비판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상대의 핵심 주장에 강점이 있음에도 상대가 보인 약점에 탐닉한 나머지 그것을 상대의 ‘본질’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그 외에도 주제 설정의 기술, 문체를 갖는다는 것의 읨, 자료를 정리하는 법 등에 관한 물음을 스스로 던져봄으로써 우리의 생각 근육을 단련할 구체적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코로나 0년, 공부의 본질에 다가가는 방법
코로나 0년, 초유의 온라인 강의로 공부란 무엇인가, 학교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금. 좋은 수업이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정보를 꿰뚫는 안목·시야·관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다시금 명확해지고 있다.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교수가 펼쳐놓은 강의실에서 보다 많은 이들이 배움의 경험을 나누기를 바란다. 그의 말처럼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기 때문에.”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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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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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님의 첫 책 부터 나오는대로 사고 있는 독자였는데요. 교수님의 유머러스하고 명랑한 문체가 참 좋았는데, 이번 책에서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몇 곳 있었습니다. p. 117에서 꿀벅지, 아니 꿀주름, 꿀검버섯..같은 부분들이 재미있지않고 좀 과하다고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희야 2020-08-21 공감 (5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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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재료로 쓰는 유머는(아무리 자조라도) 이제 더는 웃기지 않다. 바라건대, 다음 책은 업데이트 해 주시길 부디.
공쟝쟝 2020-09-16 공감 (5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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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저자와 출판사의 조합이라 바로 구입했어요. 아침죽음도 잘 읽었고요 :)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늘 좋은 책을 만나게 해주는 어크로스도 응원해요.
anecdote 2020-08-06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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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작가님의 글은 맛있다.
따뜻하고 소박하지만,
이상하게 든든한 엄마의 밥같이 맛있다.
탁월한 글,
탁월한 식견,
김영민 작가님👍
글월마야 2020-08-24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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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구매 했습니다 김영민 교수님 책이라면 아묻따죠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을거라 믿는데?? ㅋㅋ 관심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여튼, 다 읽고 다시 리뷰하겠슴돠.
달여인 2020-08-08 공감 (12) 댓글 (0)
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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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란 ‘지적 성숙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경험과 지식을 쌓으면 세상은 모순과 부조리가 뒤범벅이 되어 혼탁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는데요. 세상을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되는군요.
공부란 ‘지적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공부를 하기 전과 후의 모습에 변화가 없다면 힘들여서 공부를 할 이유가 없겠지요. 변화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남을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 좀 힘들다 싶을 정도의 부하가 걸려야 하지요. 독서도 일종의 공부입니다. 자신에게 편한 책만 읽으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더라도 변화할 수 없겠지요. 카프카의 말처럼 자신의 편견을 깨는 도끼같은 책도 읽어줘야겠습니다.
공부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안목을 높여줍니다. 안목이 높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대상을 섬세하고 촘촘하게 판별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공부를 깊이 할수록 돋보기가 아닌 현미경으로 대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현미경으로 나뭇잎을 바라보는 사람은 돋보기만 낀 사람보다 훨씬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음은 자명합니다.
공부란 단순히 명문대라고 알려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공부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란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평생의 과정이자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입니다. 게다가 나의 변화를 촉구하는 수단이기도 하지요. 한 사람이 변화하기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오죽하면 ‘죽기전까지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까요. 변화하기 위해서는 평생을 공부한다는 마음을 지녀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입시에 한정된 공부가 아닌 평생의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이 책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저자는 29가지 꼭지로 ‘전인적 공부‘에 대해서 말합니다. 앞서에는 불과 3꼭지에 대해서만 살짝 언급했는데요. 이 책은 ‘대학에 가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성숙한 시민으로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제언입니다.
오호라~ 하는 탄성으로 밑줄 긋다가 지칠때면 위트있는 문장이 배꼽을 잡게 만드는군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 다음 신간은 언제쯤일까요.
- 접기
자강 2020-08-25 공감(2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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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하기
공부란 말 참 많이 듣고 자랐고 이제는 공부하란 말 많이 하며 산다. 공부가 좋다면 스스로 하면 되는데 주로 내가 하기보다 남에게 하라고 시킨다. 대상은 대개 자녀. '공부만한 투자가 없다', '평생 공부다', '공부하는 사람 못따라간다', 판에 박힌 잔소리를 할때 보통땐 듣고 마는 자녀가 어느날 "그러는 엄마는 대체 공부가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라고 되묻는다면 대답할 한마디 근거라도 마련해놓고 있을까? 정말, 공부란 무엇일까.
<아침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명쾌하고 소신있게 강의아닌 강의를 펼쳐주던 저자가 이번엔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무엇을 깨우쳐주려고 하나 기대하며 책장을 열었다.
책을 다 읽고난 소감은, 이런 표현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참 맛있게 읽었다는 느낌이다. 맛은 없지만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었을때와도 다르고, 맛도 없고 몸에도 안좋은 음식을 혹시나 하며 끝까지 먹었을때 느낌도 아니며, 맛은 좋아 다 먹었다만 첨가물 잔뜩 들어 맛을 낸 음식과도 달랐다. 옳은 말이지만 세상에 던지기 어려울수 있는 말, 공부하란 말을 학생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과감하게 던질 수 있는 소신, 다독가이다보니 판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비유, 지식 충전으로 나이를 거슬러가보자는 자체적 해석, 이런것들이 만들어내는 '맛'인가보다.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충만한 것은 거품같은 공허뿐이다.
생각할수 있는 근력이 없기에,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대신해줄 강력한 타자를 갈구한다.
장기적인 것, 공적인 것, 엄정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말초적인 욕망의 충족과 단기적인 이익의 추구와 근거없는 인정욕구가 남발하게 된다. (13쪽)
자녀들에게 잔소리하고 싶을때,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하고 싶을때 읽어보면 좋을 대목이다. 생각할 수 있는 근력, 생각의 척추기립근, 이런 말은 저자의 책에서 인상적으로 남는 말들 중 하나이다.
어떤 신문 기자가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에게 물은 적이 있다.
"당신이 낭가파르바트 설산을 오르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메스너는 대답했다. "그렇게 묻는 당신의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의 대답에는 보통 사람이 쉽게 가지기 어려운 어떤 청춘의 기립근 같은 것이 느껴진다. (87쪽)
얼마전에 읽은 메스너가 여기서도 나와 반가왔다.
기립근. 똑바로 설 수 있게 하는 근육, 힘. 메스너의 이 대답은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 이용된 대답과 비슷한 맥락이다. 추석날 가족들 모인 자리에서 잔소리 하는 어른께 추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되물어보라던.
공부라고 할때 우리는 곧바로 성실성을 함께 떠올린다. '주기적으로 정해진 일을 하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의 말은 곧 성실성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한가지를 더 보태어 강조한다. 성실성 더하기 창의성이다. 이제 모범생의 자세로만은 부족하다면서 창의적이 되라고 한다. 창의적이기 위해 용기와 유연성이 중요한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관습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고, 관습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관습에 의존할수록 에너지 소비가 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른 두 생각을 연결시킬때 생겨난다는 아시모프의 말을 인용하면서.
예상하다시피 엄청난 독서가이기도 한 저자는 서평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써놓았는데,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은 내용과 어떤 관련성이 있나 읽으면서 궁금했다. 책 뒷편에 인터뷰 내용을 보니, 아침에 일어나 페이스북에 그림 한장 올리고 자기 전에 음악 링크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고 한다. 그림은 아마 그렇게 본인 페이스북에 올렸던 그림들을 책에도 포함시킨게 아닌가 싶다.
단테의 <신곡> 첫부분이 이렇게 된다며 인용하였다.
"인생을 절반쯤 살았을 무렵,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 서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거칠고, 가혹하고, 준엄한 숲이 어떠했는지는 입에 담는 것조차 괴롭고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죽음도 그보다는 덜 쓸 것이다."
인생을 절반쯤 살았을 무렵의 나이가 되어 이 대목을 읽으니 이렇게 공감갈 수가 없다. 이 나이 정도 되면 저절로 살아질 줄 알았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이 대목이 책 중에 두번이나 나오기에 아직 안읽었지만 집에 갖고는 있는 단테의 신곡을 꺼내다가 위의 대목만 원문으로 읽어보았다.
그래서, 공부란 무엇이란 말인가.
공부란, 그저 살기만 하지 않는다면 그에 더해지는 모든 활동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계속 고쳐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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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9-16 공감(25) 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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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님, 농담이 지나칩니다
평점 2.5점 ★★☆ B-
우리나라 사람에게 ‘공부’는 애증의 단어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막상 하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다가 끝내 공부에 손을 뗀다. 근면과 성실을 선호하는 우리 사회에서 공부하다가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은 ‘실패한 자’, ‘게으른 자’ 쯤으로 취급받는다. ‘실패한 자’, ‘게으른 자’라면서 비아냥거리는 자들은 한때 무언가에 미쳐서 공부했던 사람들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스스로 공부해볼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하지 않은 자는 공부를 조금 했다가 만 사람들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중앙SUNDAY>에 1년 7개월여 동안 ‘공부’를 주제로 한 칼럼을 연재한 김영민 교수는 공부를 이중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를 이렇게 진단한다.
한국은 일찍부터 입시에 정열을 바친다는 점에서 교육열이 강한 나라이지만,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에 냉담한 나라이기도 하다.
(《공부란 무엇인가》 ‘프롤로그’ 중에서, 10쪽)
그동안 기성세대는 자손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만 말했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수동적으로 공부한 자손들은 기성세대에게 공부 잘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손들은 기성세대가 되고, 그들은 선대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고대로 따라 다음 후손들에게 말한다. “딴짓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나 해. 너한테 도움 되는 거야.”
《공부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너무 잘 몰랐고, 너무 쉽게 생각했고, 너무 하고 싶지 않았던 ‘공부’의 의미와 방식을 다시 되짚어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졌다.
- 1부(‘공부의 길’)에는 논술문 작성 방식과 작성 시 주의할 점이 나온다.
- 본격적으로 공부하고픈 사람은 2부(‘공부하는 삶’)부터 먼저 보는 것이 좋다. 2부에서 글쓴이는 공부할 때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 3부(‘공부의 기초’)는 2부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3부에 공부하면서 쓰게 될 서평의 의미, 공부하는 삶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인 ‘질문하기’에 대한 글쓴이의 조언 등이 담겨 있다.
- 4부(‘공부의 심화’)는 1부와 짝을 이룬다. 글을 좀 더 정교하게 쓰는 방식,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상대방에게 비판받을 때 반드시 있어야 할 덕성, 토론 발제를 잘 만드는 법 등이 나온다.
- 마지막 5부는 글쓴이의 인터뷰다. 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관심 있는 주제의 글을 골라서 천천히 읽으면 된다.
김 교수는 공부하려면 어떤 것을 배우고자 하는 적극성과 자발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125쪽). 공부를 꾸준히 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몸이 아주 나빠진 상태에서 공부를 계속해온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암 투병 중에도 바다와 숲에 가서 생물들을 관찰했고, 《침묵의 봄》을 쓰기 위한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 카슨과 같은 사람들은 정말 위대하다. 하지만 꼭 그런 사람처럼 할 필요가 없다. 건강을 잘 관리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몸이 망가질 때까지 죽을 각오로 공부하다간 정작 공부해서 얻어야 할 소중한 열매를 맺지 못할 수 있다. 누구나 건강상 문제로 공부를 중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런 예상하지 못한 사정을 생각한다면 공부하다가 포기한 사람들을 노력 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해선 안 된다.
김 교수는 독자를 피식 웃게 만드는 재치 있는 표현을 구사하면서 어려운 주제의 글을 쓰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재능도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다음에 나올 인용문은 평소 그의 글을 좋아한 독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으리라.
* 117쪽
나는 이번에야말로 현지 시민 연결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어서, 일본 메이지 시대 문헌을 함께 읽어줄 사람을 물색했다. 마침내 도쿄 대학이 주선한 소개의 자리에 나가본즉, 기본 교양은 물론이고, 기특하게도 옛 문헌을 읽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다가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글래머 초미녀 여성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는 것은 다 뻥이고‥… 등이 굽은 노령의 남자 한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꿀벅지‥… 아니, 꿀주름, 꿀검버섯이‥… 넘실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기특하다’의 뜻은 다음과 같다.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신통하여 귀염성이 있다.’ ‘기특하다’의 유의어는 ‘신통하다’, ‘대견하다’, ‘귀엽다’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옛 문헌을 읽는 데 관심이 있는 미녀가 기특하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미녀는 김 교수의 상상이 만든 인물이지만, ‘기특하다’라는 표현을 실제로 문헌 연구를 하는 여성이 들으면 상당히 언짢게 느껴질 수 있다. 무언가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여성들의 목표는 남성학자들에게 인정받거나 귀여움받는 것이 아니다. 또 ‘글래머 초미녀 여성’은 겹말이 있는 비문(非文)이다. ‘미녀’의 ‘녀(女)’는 여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나이 든 외모를 희화화하기 위해 젊은 여성의 외모와 비교하는 김 교수의 농담이 지나치다.
프로이트(Freud)는 상대방에게 감추고 싶은 리비도(libido)와 무의식적인 충동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무심결에 드러낸다고 주장했는데, 그 방식에 말실수와 농담이 포함되어 있다. 프로이트의 주장대로라면 김 교수는 연구년을 ‘옛 문헌에 관심 있는 일본의 글래머 미녀’와 함께하고 싶은 속마음을 자신의 글에서 농담으로 드러냈다. 다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방식은 과학적인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농담에 대한 프로이트식 해석을 김 교수의 본심이라고 규정해선 안 된다.
2부에 김 교수의 강의 방식을 소개한 글이 있다. 이 글에서 김 교수는 자신만의 지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가야 할 학생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못마땅하다.
* 76~77쪽
수업 도중에 화장실에 가도 안 되냐고요? 물론 안 됩니다. 여러분은 성인이고, 성인의 자부심은 똥오줌을 참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 시간 30분 정도는 생리현상을 관리할 수 있으리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습니다. 마치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르듯이, 강의실에 들어오기 전에 화장실에 들르기 바랍니다. 그리고 손을 씻기 바랍니다.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사람은 미리 상의해주기 바랍니다.
아무리 화장실에 미리 다녀왔어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수업 중에 갑자기 손을 들고, “뭔가 나와요!”라고 울부짖는 것은 민망한 일이겠지요. 그런 경우에는 노래를 부르기로 합시다. 수업 중에 불가피하게 화장실에 가야 할 사정이 생긴 사람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디선가 나직하게 들려오는 노랫가락을 듣고 우리는 누군가 곧 강의실 문을 나갈 것을 예감하고 그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면 강의에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겠지요. 노래를 부르며 강의실을 떠나는 학우의 고통을 공감하고 양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공감과 양해는 규율 못지않게 중요한 시민적 덕성입니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클수록, 곡조가 슬플수록, 그가 처한 상황이 위중하다는 신호겠지요. 저 역시 만에 하나 급히 용변을 봐야 할 사정이 생기면, 장송곡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김 교수의 강의를 들어본 학생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똥오줌을 참으라고 말한 교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가 별일 아닌 일에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까? 갑자기 생긴 생리적 현상 때문에 화장실에 가야할 학생의 행동을 ‘울부짖는 것’으로 과장한 표현은 그 학생에게 굴욕감을 준다. 화장실에 가는 학생 한 사람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깨지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차질없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화장실 가는 학생에게 굴욕을 줘야만 할까. 김 교수와 다른 학생들의 눈치 때문에 노래를 크게 부르면서 화장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내심 불편하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화장실 가는 일을 더욱 민망하게 만든다. 정말로 이런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된다면 수화가 없으면 의사소통이 어렵고, 노래도 부를 수 없는 청각장애 학생은 김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없다. 그러면 강의를 듣는 청각장애 학생은 콧노래라도 불러야 하나. 재미있게 한(쓴) 말이 누군가는 전혀 웃기지 않고, 더욱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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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12-15 공감(24)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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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3] 공부 맛 좀 볼래요?
여기 매우 먹음직스러운 책이 있다.
코 끝을 향긋하게 자극하는 냄새.
첫 술부터 입 안은 참 만족스럽다.
적당한 양의 유머.
풍부하고 깊은 사유.
적절한 비유와 비틀기.
산뜻하고 담백하다.
기분 좋게 배부르다.
공부의 길에 갓 들어선 입문자나,
학자로서 소명을 받들 심화자나,
누가 읽어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으로 풍성하다.
기왕 하는 공부,
즐겁고 행복하게 하길 원한다면,
꼭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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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모찌 2021-02-10 공감(1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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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순간도 사랑처럼, 의외의 순간에 오는 것
공부란 대학에 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하는 것이며,
대학에 가서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면 좋은지에 대한 논의들이었다.
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 248쪽
표지 속 공간은 어디에 있는 곳일까? 실제로 존재하는 곳일까? 예전에 비슷하게 꾸며놓은 곳을 본 적이 있는데, 섬뷰(island view)는 아니었다. 현재 김영민 교수의 공간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저런 뷰를 가진 곳에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아무튼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든 표지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SNS에 이름을 알린 김영민 교수가 이번에는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일부 독자들이 저자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는 편집자의 기대"로 제목이 붙여진 "이 책에 담긴 글들은 다 공부의 각 측면에 대한 것이며, 그 글들을 통해서 공부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있다."(67쪽) 특히, 공부를 잘해서 가는 '대학'이 아닌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대학', 그런 '대학'에서 어떻게 잘 배울 것인가, 그런 측면에서의 공부에 대해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애초 이 책을 읽는 와중에 작가의 어떤 문체에 꽂혀서 내 나름으로 신랄하게 리뷰를 써서 임시 저장해 두었었다. 그런데 「멍청한 주장에 대해 멍청한 비판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나니 도저히 리뷰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글의 내용은 이렇다.
상대 주장의 약점보다는 강점과 마주하여 비판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상대의 핵심 주장에 강점이 있음에도 상대가 보인 약점에 탐닉한 나머지 그것을 상대의 '본질'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하수들일수록 상대의 하찮은 약점에 탐닉한다. 형사무레서 시체가 등장하면, 그 시체를 둘러싼 드라마에 집중해야지, 시체 역을 하는 배우가 얼마나 꼼짝 않고 있는지만 집요하게 살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무런 강점도 없는 경우는 어떡하냐고? 완벽하게 못생긴 사람이 없듯이, 완벽하게 오류로만 점철된 주장은 드물다. 기를 쓰고 상대 주장의 강점을 찾아내서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안으면, 단점을 찾아내 즐기는 페티시(fetish)가 있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 상대의 주장에서 강점을 영 찾을 수 없으면, 이토록 형편없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용기 자체를 칭찬하면 된다. 211쪽
그랬었다. 어떤 한 부분이 마음에 거슬리자, 작가가 전달하고자하는 전체적인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부분을 토해 내지 않고서는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책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부분이 마음에 거슬러서 전체를 볼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전체를 보지 못해서 그 부분이 자꾸 신경 쓰였던 게 아니었을까?
김영민 교수는 책을 읽고 그 책에 관하여 쓰는 서평이 기본적인 기능을 하려면 가장 먼저 적절한 요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나의 전체로서 책에 대해 말하기
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 147~149쪽
책을 소개하는 글이라면, 하나의 전체로서 그 책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책 부분마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많다. 그러나 하나의 전체로서 그 책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서평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책이 그러한 답을 가능케 하는 통일성을 결여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책을 굳이 소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가 들기는 하지만, 그때는 왜 그 책이 그런 상태에 이르고 말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내용 소개가 될 수 있다. 147~148쪽
깊이 있는 서평은 내용 소개에만 그치지 않는다. 본격적인 비평이 담긴다. 서평 대상이 된 책이 제공하는 정보 중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도 있고, 그 책이 담고 있는 주장들의 논리적 결함을 지적할 수도 있고, 그 책의 논의가 암묵적으로 기대고 있는 전제들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물론 설득력 없는 비판을 늘어놓으면 서평자 자신의 얼굴에 검은 먹을 바를 뿐이다. 주례사 같은 서평도 문제지만, 근거 없는 비판으로만 일관한 서평도 문제다.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의적인 질문을 던져서 그 책의 새로운 면모를 증명할 수도 있다. 148~149쪽
최악의 서평 중 하나는 서평을 단순히 자기 이야기의 발판으로 삼는 경우다. 물론 서평도 결국 자기 이야기를 담긴 담지만, 대상이 된 책을 섬세하고 충실하게 경유해야 한다는 장르의 규칙이 있다. 대상이 된 책 내용을 후다닥 요약한 뒤, 자기 이야기만 주절주절 늘어놓으려거든 다른 글의 형식을 취하는 게 좋다. 149쪽
한 권의 책을 요약하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줄거리가 있는 문학들은 요약하기가 쉬운 편인데, 이 책처럼 칼럼 형식의 글들이 나열되어 있으면 전체를 아울러 요약하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은 (이 글 도입부에 이미 적어둔) 저자가 한 문장으로 요약해 놓은 것이 있으므로, 그것으로 대신하면 될듯하다.
마지막으로, 읽는 도중에 서평을 쓰게 만든 문체에 대해서 아주 살짝 이야기 해보겠다. (원래는 이 포스팅을 가득 채울만큼 방대했다.)
내 나름대로는 끊임없이 '지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지적 자극을 받아볼 수 있을까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전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전작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지적 자극'이었다. 특히, '꿀벅지' 같은 단어를 책 속에서 마주치는 순간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다. 어떤 느낌으로 그런 단어들을 사용하는지도 알겠고, 요즘 독자들이 좋아하는 문체라는 것도 알겠지만, 거슬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좋은 문체를 보여준답시고 과한 표현을 남발하지 않는 일이다. 냉정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국면에서 정서적 오지랖이 질질 흐르는 표현을 처발라서는 안 된다. 주장의 논리와 명료함이 논술문의 주된 승부처라고 할 때, 그런 표현은 독자가 논지에 집중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할 뿐이다. 이를테면, 인간의 소화기관을 설명하는 학자가 배고픔 혹은 허기에 대해 서술할 때는 '배고프다', '허기진다'와 같은 간명한 표현이면 족하다. 배고픔이라는 생리 현상을 서술하면서 '인간이 평생 가장 자주 느끼는 결핍감, 그것은 바로 허기'와 같이 멋을 잔뜩 부린 표현을 구사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그저 건조하게 문법에 맞게만 쓰는 게 능사일까. 사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비문과 오타 없이 문법에 맞게만 글을 써주어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그것만 갖추어져도 글을 읽다가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있다. 202~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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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20-09-14 공감(15)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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