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강의계획서들을 모두 올렸다.
특히 이번 학기에는 대학원에서 <한국문화신학사>를 강의한다.
한국신학자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1. 서양과 동양의 철학과 종교를 창조적으로 종합하여 ‘하나’(一)를 추구한 통전적 그리스도교 사상가 다석 류영모.
2. ‘역사적 실재’라는 신학적 물음을 안고 국가 폭력의 시대에 그리스도교는 ‘한(恨)의 사제’가 되어야 함을 주창한 민중신학자 죽재 서남동.
3. 변방(marginality)의 신학자로서 기독교 삼위일체를 동아시아의 주역(周易)을 통해 전개한 민들레 이정용.
4. 풍류(風流)를 통해 아름다움과 초월을 담아내어 한국기독교 신학을 풍류신학으로 정초한 소금 유동식.
학부 강의에서는 이 2배가 되는 신학자들(길선주, 김재준, 박형룡, 안병무, 이용도, 정경옥 등을 더 포함)을 한꺼번에 다루었지만,
대학원 수업인지라 각 신학자들에 대한 깊이 있는 발제와 강독과 토론이 필요하기에 4명으로 줄였다.
특히 이번 학기 한국문화신학사 강의에는 우리 학교에서 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신학자가 포함되었는데, 바로 이정용(1935∼1996)이다.
우리 나라에는 <마지널리티>(포이에마)라는 책으로 소개가 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그의 The Trinity in Asian Perspective(Abingdon Press, 1996)를 번역한 <삼위일체의 동양적 사유>(동연), <易과 모퉁이의 신학>(동연)이 소개되었다.
한국에서는 잘 안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 종교학과 조직신학 분야에서 그의 학문적 업적과 인지도는 높다.
그리고 이정용은 이 네 사람 중 나에게 가장 인간적으로 끌리는 사람이다.
그는 정말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교회로부터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다.늘 신학자가 아닌 목사가 되고자 했던 그는 성품이 순진해서 목회 도중 많이 속고 배신도 당하는 아픔을 겪지만, 미국에서 교포들과 이주민 여성들을 섬기는 여러 교회를 개척하면서 동시에 신학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한다.
그에 대한 한 재미있는 예화가 있다. 그가 무속 연구를 위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무당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의 개인사를 모르는 그 무당이 그에게 한국에 오지 말고 미국에 그냥 있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는 마치 개울가에 있는 고래와 같다며 태평양처럼 넓은 바다로 가라 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귀국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는 미국에 남았고 지금처럼 세계적인 한국인 신학자로 남아있다.
그 외에 서남동, 유동식, 그리고 류영모도 그 생애와 사상이 매우 독특해서 한 학기 동안 푹 빠져볼 생각이다. 이들의 사유가 한국교회와 한국신학에 소중한 얼줄로 깨닫게 되는 때가 오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정용, 서남동, 류영모, 유동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