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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마존', 사랑하는 우리의 교회[서른 살에 읽는 사회교리]
정다빈 ( editor@catholicnews.co.kr )
승인 2020.07.10
아마존 주교 시노드의 결실을 기억하며 바치는 대림 제4주일 기도 지향 카드. (사진 출처 =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신 주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신 주님, 교회가 열어 갈 새로운 길 위에서 사랑과 헌신으로 함께하는 모든 여성을 기억하시어 더욱더 풍요롭고 복된 교회 공동체를 이룩하는 길 위에서 더 많은 여성의, 더 다양한 참여로 나아가는 여정에 부디 함께해 주소서.”
아마 모두에게 낯설 이 기도는, ‘교회와 통합적 생태를 위한 새로운 길’을 주제로 열린 아마존 주교 시노드의 결실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해 겨울, 필자가 근무하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에서 만들어 배포한 기도문이다. 당시에는 아직 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이 발표되기 전이어서, 의안집과 시노드 최종문서를 참고해 기도문을 쓰고, 기도카드를 만들었다.
대림 주간에 맞춰 각각 생물 다양성의 보호, 다양한 문화의 공존, 토착민을 향한 부정의와 폭력에의 대항, 여성들의 역할 등을 주제로 짧게 청하는 기도를 썼다. 직접 기도문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 어떤 문장은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기도문에서 차용했다. 하지만 새로이 만든 문장도 있었고, 왠지 그 표현들에 대해서는 내내 자신이 없었다.
“기도문에 이런 표현을 쓰기도 하나?”, “이렇게 마무리하는 편이 자연스러운가?” 이미 기도카드를 만들어 배포하고 난 뒤에도 검색은 이어졌다. 그리고 특히 자신이 없었던 대목이 앞서 인용한 기도문에 등장하는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신 주님’이라는 하느님을 부르는 수식이었다. 기도문을 쓰면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아버지이자 어머니이신 주님’이라고 불렀지만, 카드에 적힌 문장을 보는 순간 왠지 이질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하느님 아버지’라는 표현에, 남성성으로 하느님을 그리는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존, 교회가 마주한 특별한 도전
그리고 지난 2월 2일 프란치스코 교종은 '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이라는 이름의 주교대의원회의 범 아마존 특별 회의 후속 교황 권고를 발표했다. 아마존 시노드는 기혼 남성 사제 서품과 여성 부제 제도 복구로 숱한 화제를 낳았지만, 시노드의 본질은 생태적, 신앙적으로 큰 어려움에 부닥친 아마존 주민들과 더불어 훼손되는 생태와 불의에 대항하며 원주민 사회와 우리의 지구를 보호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기혼 남성 사제와 여성 부제 제도는 사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마존을 비롯한 오지 주민들의 신앙생활, 특히 성체성사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고려되었을 뿐이다.
시노드 최종문서에 응답한 ‘사랑하는 아마존’은 획기적인 진보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지역 주교들이 더 많은 성소가 나오도록 기도하고, 선교 성소를 보이는 이들이 아마존을 선택하도록 독려하고, 사제양성 과정을 개혁해야 한다는 정도에 머물렀다. 물론 권고는 아마존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사제 직무를 보장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종신 부제를 비롯한 수도자, 평신도 역시 공동체 성장을 위한 중요한 책무를 맡을 수 있고, 이들도 적절한 동반을 통한 도움이 있다면 이러한 직무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령께서 공동체에 주시는 은총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성사는 오직 사제만이 가능하며, 따라서 더 많은 사제가 아마존을 향할 것을 요청한다.
2019년 10월, 3주간의 아마존 주교 시노드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주일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마존 지역 원주민의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Vatican Press Office)
아마존 그리고 교회 공동체를 지켜온 여성의 자리
‘사랑하는 아마존’은 아마존 신앙 공동체를 지켜 온 여성의 힘과 은총에 대해 말한다. “아마존 지역에는, 들러 주는 사제 없이도 오랫동안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신앙을 보전하고 전수해 온 공동체들이 있습니다. 이는 강인하고 관대한 여성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수 세기 동안 이 지역에서 각별한 헌신과 깊은 신앙으로 교회를 든든히 지켜 온 것입니다.”(99항)
권고는 아마존 지역에서 여성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은총을 계속 장려해야 하며, 우리가 마주한 역사적 순간에 구체적인 필요에 부응하는 여성의 다양한 직무와 은사가 생겨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마존 공동체 안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들은 성품성사의 품계를 요구하지 않는 교회 직무나 역할에 받아들여져 여성 고유의 위상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103항)고 말하며 여성의 성직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권고는 이처럼 여성 성직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는데, ‘여성이 성품에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교회 안에서 여성에게 더 큰 위상과 참여가 허용될 것이라는 생각과 접근은 오히려 우리의 시각을 더욱 좁혀버리고, 그동안 여성들이 일구어 온 성과에 담긴 큰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요지다.(100항)
“사제의 직무는 다른 직무들보다 우월하지 않고, 온전히 그리스도의 지체들의 거룩함에 예속된다”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설명처럼 교회 안의 모든 직무는 고유한 가치를 가진 것을 틀림없겠지만, 그동안 각별한 헌신과 깊은 신앙으로 교회 공동체를 지켜 온 여성들 역시 권고와 같은 입장을 지니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아마존의 특수성, 보편교회가 처한 위기의 보편성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종은 여성의 부제 서품 가능성을 검토하는 여성부제연구위원회를 새로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2016년 8월에 세계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UISG)의 요청에 응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설립했으나 그간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아마존 주교 시노드 최종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대 교회에 존재했던 종신부제직을 계속 연구하기 위해 새 구성원으로 확대한 여성부제연구위원회를 재소집해 달라는 (아마존 주교시노드의) 요청을 환영한다”고 했고, 이번 위원회는 그에 따른 후속 조치다.
“여성들이 언제나 여성적 자질을 발휘하는 방식으로”(103항)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자는 권고와 여성 부제 서품 가능성을 검토하자는 교종의 응답이 공존하는 것이 2020년 보편교회의 모습이다. ‘사랑하는 아마존’은 아마존의 문화가 위협받고, 민족들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풍요로운 다양성 안에 꽃피는 생명이 넘치는 공동체를 꿈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권고의 모든 장이 ‘사회적 꿈’, ‘문화적 꿈’, ‘생태적 꿈’, ‘교회의 꿈’을 주제로 이어지는 것은 상징적이다.
아마존의 현실은 대단히 특수한 위기 상황이지만, 생태계 파괴와 자원의 착취, 원주민의 희생을 전제한 개발과 그 과정에서의 폭력, 공동체의 와해는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사제 성소의 감소, 교회 안 여러 직무에 관한 평신도, 특히 여성의 더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지속적인 요청 또한 낯설지 않다.
여성을 맞이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출처 = 바티칸 미디어)
아마존의 꿈, 교회의 꿈
코로나19로 그나마 어렵게 재개했던 공동체 미사와 만남이 다시 속속 중단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의 현실은 아마존과 더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우리는 성당에 가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에 폐를 끼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이상한 시기를 살고 있다. 성당에 갈 수 없는 신자들은 ‘교회의 일치를 드러내고 실현하는 위대한 성사’, ‘교회 생활의 중심’, ‘성령께서 공동체에 주시는 풍성한 은총과 은사’인 성체성사에 참여할 방안이 없다. 성사의 은총이 풍성하고 위대할수록, 또한 이 체험이 우리의 신앙에서 더 핵심적일수록 다시 ‘코로나 시대,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아마존’은 고통받는 아마존 공동체의 삶 안에서 오히려 함께 걸어가는 교회, 생명이 넘치는 공동체, 폭넓고 담대한 길을 향한 꿈을 길러낸다. 이 권고는 끊임없이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회적 꿈은 문화적 꿈으로, 문화적 꿈은 생태적 꿈으로, 생태적 꿈은 교회의 꿈으로, 꿈에서 꿈으로 이어진다. 권고의 의의를 밝히는 7장 역시 이 권고의 꿈에 대해 말한다.
“인간의 아름다움이 다양한 방식으로 빛나는 그 탁월한 문화적 풍요로움을 보전하는 아마존을 꿈꿉니다. 자연의 놀라운 아름다움과 강과 숲을 가득 메우는 풍요로운 생명을 열렬히 지켜나가는 아마존을 꿈꿉니다. 아마존의 특성을 띤 새로운 얼굴을 지닐 수 있도록 아마존 지역에 구체적으로 투신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꿈꿉니다.”
이 아름다운 꿈에서 ‘아마존’을 ‘교회’로 바꿔 다시 읽길 권한다. ‘아마존의 얼굴을 지닌 교회’는 위기의 교회이자, 도전을 마주한 교회다. 곧, 지금 우리의 교회가 아닌가?
정다빈(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
대학에서는 예술경영과 영상이론을, 대학원에서는 법을 공부했다.
인간 존엄성이 어떠한 논리로도 훼손되지 않는 세상, 모든 인간의 다름이 그대로 인정받는 공동체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 위에 싹트는 평화를 위해 오늘도 일하고 읽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