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오히려 퍽 건전하고 꽤 모범적인 인간인데, 불교 공부를 하다 보니 나에게 탐진치가 있다는 둥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자꾸 이래서 기분 안 좋다' 이렇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몇 자 적습니다. ^^ .
불교에 명상기법들이 여러 가지가 있고, '현대인의 심신 이완'을 목적으로 그 정통적인 명상기법들을 변형하여 온갖 프로그램들이 쏟아져나와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발견한 한 가지가 있는데 혹시 맘에 드시면 트라이 해 보셔요. .
1. 허리를 펴고 앉습니다. (두꺼운 책을 놓고 그 위에 방석을 놓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엉덩이가 무릎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유지되도록 하시면 좋습니다. 두 무릎이 방바닥에 닿게 앉는 양반다리 자세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2. 눈을 감고 호흡을 가라앉힌 후 일생동안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아마도 할머니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나 아이/반려동물과 교감하던 기억 등이 떠오르실 거예요. 그 중 하나에 집중하면서 행복하고 감사한 '느낌'을 마음 속에서 충분히 느껴 보셔요.
3. 그러다 보면 '아, 내가 살면서 많은 다른 존재들에게 마음의 빚을 졌구나. 나도 남들에게 그런 사랑이나 이해를 베풀며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4. 누구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한 명 마음에 떠올립니다. (가족이나 애인은 집착이나 소소한 불만 등이 모두 얽혀 있을 가능성이 많아서, 그렇게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보다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친구가 더 바람직합니다.)
5. 2번의 감정을 유지하면서 마음 속에서 4번의 친구 얼굴도 동시에 유지하세요. 내가 느끼는 그 따뜻하고 행복한 마음을 4번의 친구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길동이가 행복하기를' 이렇게 마음 속에서 되뇌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매 10초마다 마음이 distract될 텐데, 그 마음을 그냥 명상 주제로 다시 갖고 오시면 됩니다. 마음이 잡념에 의해 distract되는 시점과 그걸 알아차리는 시점 사이의 시차가 작을수록 좋으며, 시차가 제로가 되는 것이, 그 미세한 움직임도 알아차리는 수준의 각성이 목표.)
6. 여기에 익숙해지면 나중엔 4번에서 가족, 애인, 나랑 데면데면한 사람,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등 그 누구를 떠올려도 됩니다. 그 사람을 대상으로 이 명상을 하고 나면 그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이 아마도 조금은 부드러워질 거예요. (그 사람을 억지로 좋아하라거나 세상 모든 사람들과 무조건 즐겁게/편하게 지내라거나 이런 의미가 아닙니다.) .
불교의 Mettā는 personal한 것도 아니고 '느낌'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명상법은 '일단 술을 끊기 위해 술 대신 아이스크림을 이용하기'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의식하든 못 하든 인간은 끊임 없이 감각 (5감+정신)적 자극과 쾌락을 추구하는데, 그 자극/쾌락을 외부에서 찾기 보다 내부에서 자가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불교는 말합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명상법은 'personal한 느낌'이긴 하지만, 부분적으로나마 내 스스로 일으키는 행복이죠. 과거의 기억과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여전히 그에 의지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지금 당장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 내 하소연 들어 달라고 하거나 우울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TV를 보며 내 자신으로부터 내 자신의 의식을 의도적으로 distract 시키거나 이런 일들보다는 조금은 더 건강하고 독립적인 방법이라는 것이죠.
내 행복을 타인 포함 외부에 덜 의존할수록, 내가 타인과 맺는 관계들도 실은 오히려 점점 더 건강해질 거라고 불교는 말합니다. 타인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좋은 마음을 보내는 것이 이 명상의 의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