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3

마이클 샌델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What Money Can't Buy: The Moral Limits of Markets

알라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은이),안기순 (옮긴이),김선욱 (감수)와이즈베리2012-04-24
원제 : What Money Can't Buy: The Moral Limits of Markets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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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Money Can't Buy: The Moral Limits of Markets (Paperback) Paperback
[품절] What Money Can't Buy (Paperback,International Edition)







책소개
한.미.영 동시 출간되는 마이클 샌델의 2012년 최신작. 시장가치가 교육.환경.가족.건강.정치 등 예전에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모든 영역 속으로 확대되어 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이 때, 마이클 샌델은 이 시대의 가장 큰 윤리적 물음을 던진다. 과연 시장은 언제나 옳은가? 이 책은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을 파헤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시장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한 시장만능주의의 자화상이다. 저자는 시장의 무한한 확장에 속절없이 당할 것이 아니라 공적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샌델 특유의 문답식 토론과 도발적 문제제기, 그리고 치밀한 논리로 일상과 닿아 있는 생생한 사례들을 파헤치며 시장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철학논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샌델은 우리 대신 시장이 가치를 결정하는 시장지상주의가 지난 수십 년간 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 믿음을 공공의 장에 드러내 보이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장에 속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샌델은 도덕적, 시민적 갱생에 대한 희망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재화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결정할 철학적 프레임을 제공한다.



목차


서론 시장과 도덕
시장지상주의 시대
거래 만능 시대
시장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1. 새치기
우선 탑승권
렉서스 차로
대리 줄서기 사업
진료 예약권 암거래
전담 의사제도
새치기의 시장논리
시장 대 줄서기
시장과 부패
암표 거래는 무엇이 잘못일까?
줄서기의 도덕

2. 인센티브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보상
삶에 접근하는 경제학적 방법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주는 상금
건강 유지를 위한 뇌물
왜곡된 인센티브
벌금 대 요금
검은코뿔소 사냥권 구매
바다코끼리 사냥권리
인센티브와 도덕적 혼란

3.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
대리 사과 서비스와 결혼식 축사 판매
선물 교환에 반하는 경제적 논리
선물의 현금화?돈으로 구입한 명예
시장을 둘러싼 두 가지 반박
비시장 규범 밀어내기
핵 폐기장
기부의 날, 그리고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
상품화 효과
혈액 판매
시장에 대한 신념을 둘러싼 두 가지 입장
사랑의 경제화

4. 삶과 죽음의 시장
청소부 보험
생명을 담보한 도박, 말기환금
데스풀
도덕적 측면에서 본 생명보험의 간략한 역사
테러리즘 선물시장
타인의 생명
사망 채권

5. 명명권
사인의 거래
경기 이름
스카이박스
머니볼
광고의 자리
상업주의의 문제는 무엇일까?
시정 마케팅
스카이박스화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정당하게 행동함으로써 정당해지고 용감하게 행동함으로써 용감해진다.”(아리스토텔레스)-6쪽 - 마늘빵
특정 재화를 사고팔아도 무방하다고 결정할 때, 우리는 최소한 은연중이라도 그것을 상품으로, 즉 이윤을 추구하고 사용하기 위한 도구로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27쪽 - 마늘빵
우리는 시장 경제를 가진 시대에서 시장 사회를 이룬 시대로 휩쓸려왔다. -29`쪽 - 마늘빵
시장은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다른 것보다 기준이 높은지, 혹은 더 가치가 있는지 따지지 않는다. 누군가 섹스를 하거나 간을 이식받는 대가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여기에 동의한 성인이 기꺼이 팔고자 한다면, 경제학자가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은 “얼마죠?”일 뿐이다. -33쪽 - 마늘빵
부패라고 하면 흔히들 부정 이득을 연상한다. 하지만 부패는 뇌물이나 불법 거래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재화나 사회 관행을 부패시키는 행위는 그 평판을 깎아내리는 행위고, 가치를 합당한 수준보다 낮게 평가하는 행위다. -59쪽 - 마늘빵
종교의식이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사고팔 수 있는 재화로 다루는 것은 그것을 향해 경의를 표현하는 태도가 아니다. 신성한 재화를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바꾸는 행위는 그 가치를 잘못된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63쪽 - 마늘빵
“벌금은 부자들에게는 푼돈이다. 정부는 부자들이 실제로 타격을 받을 만한 영역, 즉 사회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지위, 평판, 명예 등을 더욱 세게 겨냥했어야 한다.”(중국인민대 사회학과 자이전우 교수)-105쪽 - 마늘빵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도덕은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고 싶은 방식을 가리키고, 경제학은 세상이 실제로 작용하는 방식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적용하려면 그것이 장려해야 할 태도와 규범을 변질시키는지 따져봐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결국 ‘도덕적으로 거래’해야 한다. -127쪽 - 마늘빵
도덕적 책임이 따르는 영역에서는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어떤 방식이 다른 방식보다 더 수준 높고 더 적절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도덕적 가치를 묻지 않고 사람들의 선호를 무차별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129쪽 - 마늘빵
도덕적,시민적 규범을 단순히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비용 효율적인 방식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규범의 내재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167쪽 - 마늘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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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모든 것을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것으로 만들면 시민적 참여, 공공성, 우정과 사랑, 명예 등 인간사회의 덕목이 사라지게 된다. 효율성만 추구하기보다는 무엇이 정말로 소중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우리는 답을 해야 한다.

-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대한민국은 왜' 저자)

대한민국은 큰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위기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시장논리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본다. 우리는 경제생활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의 참 의미를 망각해 왔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궁금하고 답답하게 여겼던 문제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해부하여 그 속에 내재한 암세포를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 한국철학회 회장)

우리나라에서도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이며 공동체의 가치를 파괴하는 기득권자들의 행위들에,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주는 비상식적인 사례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시장에서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샌델의 주장이 당연한 것임에도 너무나 반가운 이유다.

-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마이클 샌델 교수는 답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각별한 재주를 갖고 있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라고 부르짖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진짜 문제는 ‘어떤 경제인가’이다. 이 책이 우리 정치인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마이클 샌델이 하버드에서 강의한,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에 대하여 논의한 책이다. 인도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 미국 이민권, 탄소배출권 등이 거래되는 현재의 상황을 실례로 들어 소개하며 과연 시장은 언제나 옳은지 반문하며 시장지상주의의 한계를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참을 수 없는 시장의 가벼움
- 최보기 (『최보기의 책보기』 북 컬럼니스트)

“미래는 이미 여기 와 있다”
- 이현우 (서평가,『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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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마이클 샌델 (Michael Sandel)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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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수업은 현재까지 수십 년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샌델이 진행 중인 영국 BBC정치철학 토론 프로그램 〈The Global Philosopher〉 시리즈는 ‘철학적 아이디어의 이면을 탐구한다’는 주제로, 세계 각국의 석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30개국 언어로 번역된 전세계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이 있으며, 이 두 도서로 2010년 이후 대한민국에 ‘정의’, ‘공정’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외에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완벽에 대한 반론》,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저술했다. 접기

최근작 : <마이클 샌델과의 대화>,<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공정하다는 착각> … 총 93종 (모두보기)

안기순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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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사회사업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보건복지 비영리 단체인 아시안 카운슬링 앤드 리퍼럴 서비스ASIAN COUNSELING AND REFERRAL SERVICE에서 카운슬러로 근무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자본주의를 구하라》《1 대 99를 넘어》《스티븐 코비의 마지막 습관》《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린 인》《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차이나》《지식의 탄생》 등 다수가 있다. 접기



김선욱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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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 제55대 한국철학회 회장이다.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스쿨과 UC 어바인에서 풀브라이트 시니어 연구교수, 한국철학회 사무총장 및 제22차 세계철학대회 한국조직위 사무총장, 한국아렌트학회 회장, 숭실대학교 학사부총장을 역임했다.
마이클 샌델의 번역서 대부분을 감수하고 일부를 번역했다. 저서로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행복
과 인간적 삶의 조건》, 《한나 아렌트의 생각》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공화국의 위기》, 《칸트의 정치철학》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마이클 샌델과의 대화>,<경세치용의 공공리더십>,<행복과 인간적 삶의 조건> … 총 80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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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생각 끊기의 기술>,<호모 엑스 마키나>등 총 69종
대표분야 : 심리학/정신분석학 8위 (브랜드 지수 137,711점), 경영전략/혁신 16위 (브랜드 지수 33,657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마이클 샌델 2012년 최신작
4월 24일, 한.미.영 동시 출간!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무엇이 정말로 소중한 것인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우리는 답을 해야 한다. - 김동춘(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민주주의연구소장)

시장이 도덕성을 회복하고 공개적으로 도덕적 가치를 논의해야 한다는 샌델의 제안은 경제구조의 개혁에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것이다. -장하성(고려대 경영대학원장)

이 책이 우리 정치인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전 세계가 기다려온 샌델식 토론의 결정판
하버드대학교 최신 인기강의 MARKETS & MORALS를 책으로 만나다

요즈음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을까? 그리 많지 않다.
*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 6250달러, 미국으로 이민할 수 있는 권리 50만 달러, 교도소 감방 업그레이드 1박에 82달러, 대기에 탄소를 배출할 권리 1톤에 13유로, 명문대 입학허가 가격미정

이러한 것들을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2달러, 이마에 광고 문신 새기기 777달러, 제약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대상 되기 7500달러, 용병으로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가 1천 달러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샌델이 2012년 4월,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을 파헤친 최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로 돌아왔다. 시장가치가 교육.환경.가족.건강.정치 등 예전에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모든 영역 속으로 확대되어 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이 때, 마이클 샌델은 이 시대의 가장 큰 윤리적 물음을 던진다. 과연 시장은 언제나 옳은가?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경제는 파국을 맞았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지상주의는 통렬한 최후를 맞이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이 부재한 상태에서 논의의 초점은 현재의 자본주의와 경제구조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고, 시장을 향한 신념은 꺾이지 않았다. 시장이 재화를 분배하고 부를 창출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거래가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면 ‘시장은 언제나 옳다’는 신념은 확신을 넘어 종교와도 같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금융위기로 신용을 잃은 것은 정부다. 공적 담론은 기업과 금융계의 탐욕, 시장의 자율기능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정부를 어떻게 바로잡고 합리적인 규제안을 도출해 낼 것인가에 집중되어 왔다.
마이클 샌델은 그러한 제도적인 개선 이전에 시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의 자율규제와 정부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시장 거래가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도덕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하고 변질시킨다면 효율성이란 이름 아래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내용은 2012년 봄학기부터 ‘Markets & Morals’라는 이름으로 하버드대학교 철학강의로 개설되었고 강의 첫날, 수강신청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도 몰려드는 바람에 더 넒은 강의실로 장소를 옮겨 강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 1998년 옥스퍼드대학교의 ‘인간 가치에 관한 태너 강의’에서 논의한 ‘시장과 도덕(Markets & Morals)’에서 출발했으며, 2000-2002년 카네기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더욱 진전되었다. 2009년 BBC 라디오 4가 주최하는 리스 강연(Reith Lectures)에서 시장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강의로 많은 청중을 감동시켰고, 2011년 세계지식포럼과 2012년 SERI CEO 강연, 채널A의 특별토론 ‘공생발전과 정의’를 통해 국내 지식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시장지상주의의 한계를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이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15년간 철저히 준비하고 고민하여 완성한 역작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시장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한 시장만능주의의 자화상이다. 저자는 시장의 무한한 확장에 속절없이 당할 것이 아니라 공적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샌델 특유의 문답식 토론과 도발적 문제제기, 그리고 치밀한 논리로 일상과 닿아 있는 생생한 사례들을 파헤치며 시장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철학논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도덕을 밀어내는 시장,
모든 것을 사고파는 사회를 해부한다

샌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사회가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갔다고 진단한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은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도구’인 반면,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이다.
샌델은 기존에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던 영역에 돈과 시장이 개입하며 발생한 가치의 변질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많아지자 벌금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의 수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났다.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고 믿는 일반 경제학의 논리에 비추어본다면 매우 당황스러운 결과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 느꼈던 죄책감이 벌금제도의 도입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변질된 것이다. 즉, 금전적 인센티브가 규범을 바꾼 것이다(98쪽).
아이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 아이가 책을 읽을 때마다 약간의 돈을 주는 것은 어떨까? 단기적으로 아이의 독서량은 늘릴 수 있겠지만 아이는 독서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쯤으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에게 주는 돈은 독서의 즐거움 때문에 책을 읽는 높은 차원의 규범을,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읽는 낮은 차원의 규범으로 대체하는, 도덕적으로 타협된 일종의 뇌물이라고 할 수 있다.
면죄부를 팔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 좋은 일이 아닐까? 대학 입학자격을 팔아서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까? 선물을 받을 사람이 무엇을 좋아할지 모를 때에는 상품권을 선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경제학자들은 불평등하거나 강압에 의한 거래만 아니라면 시장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샌델은 성.입학자격.환경.교육 등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의 지배를 받았던 영역까지 돈으로 사고팔면 도덕적 가치가 밀려난다고 반박한다. 즉 어떤 재화는 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될 때 그 가치가 훼손되거나 변질된다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수많은 사례를 통한 치밀한 논증으로, 이처럼 돈으로 사고팔 때 원래의 가치와 목적이 훼손되는 재화의 경우에는 시장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언제 시장을 이용해야 하는지, 시장에서 거래하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려면 건강.환경.교육.국가안보.출산.인권 등의 재화나 사회적 관행이 지닌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샌델은 우리 대신 시장이 가치를 결정하는 시장지상주의가 지난 수십 년간 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 믿음을 공공의 장에 드러내 보이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장에 속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시장지상주의의 참혹한 결과가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임시방편의 제도개선과 보여주기 식의 ‘상생과 공생’의 외침이 아니라, 시장과 시장의 역할에 대한 냉철한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할 시기다. 샌델은 도덕적, 시민적 갱생에 대한 희망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바로 이러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재화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결정할 철학적 프레임을 제공한다. 결국 이 책은 샌델의 표현처럼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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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24-03-12 공감 (16) 댓글 (0)
한때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던 드라마에서 남자 인물이 여자 인물에게 한 말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라는 대사.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소설[위대한 개츠비]에서도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나. 떠난 사랑을 돈으로 잡을 수 있을까?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면 될까? 그렇다면 비싼 가격을 ... 더보기
kinye91 2024-01-29 공감 (18) 댓글 (2)



평점 분포

8.6





돈 없이 못살며 돈으로 못살 수 있는게 거의 없는게 현실이죠. 고고한 도덕율 따위는 겨울에 가스 끊긴 바닥에 3달 누워자고 새벽시장에 가서 일하면 쏙들어간다고 봅니다.
오라오라 2014-03-31 공감 (28)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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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를 보면서도 내가 생각했었지만 이 아저씨 책은 번역이 잘못된거냐 아니면 원래 글을 드럽게 못 쓰는 거냐 내가 정말 이 아저씨 책은 감당이 안 된다
수다맨 2017-08-30 공감 (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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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델에게 있어서 도덕은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돈으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게된 시장으로 인해 도덕적 가치가 훼손되고, 이것이 공동체를 위협한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성민s 2012-07-15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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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자가 그 물건의 가치를 더 잘 이해한 사람이라는 경제학적 논법. 하지만 모든 걸 경제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생기는 모럴의 붕괴에 대한 이야기다
큰도마뱀 2012-07-02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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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는 좀 읽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건 도통 읽고 싶지 않았다.
corcovado 2016-02-01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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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돈으로 살 수 있을까?



ㅇㅅ이가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갔다. 함께 간 친구들 몇 명이 패스트 트랙을 이용권을 갖고 있었다. ㅇㅅ이는 오랫동안 줄서는 자신과 달리 기다리지 않고 입장하는 그 아이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연히! 친구들과 자신이 느끼는 불공평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럼, 너도 돈을 더 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는 집에 와서 엄마와 이 문제를 이야기 했고, 고민에 빠졌다. 엄마 ○○씨는 아이에게 이 책을 권했다. ○○씨는 아이와 읽다보니 생각할 지점이 많은 것 같았다고, 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ㅇㅅ이는 내가 지도하는 독서클럽의 학생이다. 매주 토요일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다. 시작한지 3년이 넘었고, 아이들도 많이 컸다. ○○씨는 더 오랜 시간 나와 책을 읽어온 고전독서 동아리 회원이다.




항상 그렇듯, 목차를 본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로 나뉘었다. 엄마들도 그에 따라 이 책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여러 번에 나누어 읽고, 읽기 전에 각 주제마다 찬성과 반대로 팀을 나눈다. 우선은 책 안에서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증을 정리하기로 했다.(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의 말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첫 장의 제목이 「새치기」다. 음식점에서 웃돈을 얹어주고 얻었던 은밀한 혜택이 이제는 공항, 놀이공원, 관광지 등의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얻는 정당한 권리가 되었다. 공연장에서는 수고비를 받고 대신 입장권을 사주는 라인 스탠더(line stander)들이 있다. 패스트 트랙(Fast Track)의 경우, 기업이나 이용자들 모두에게 이익과 편의를 제공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도 같은 인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라인 스탠더의 경우, 이 문제를 보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런 일반화되고 가벼운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더 심각하고 무거운 문제로 나아간다.




병원의 진료 예약권, 연회비를 지불하는 병원의 전담의사제도의 경우가 그렇다. 이 제도는 “소수를 위한 전담 진료가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다른 환자들을 일반 의사의 붐비는 진료실로 밀어 넣고(50p)”있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줄이 천천히 움직이는 곳에 힘없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다는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50)”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 우리가 사고 파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패스트 트랙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개인의 자유 존중과 행복이나 사회적 효용의 극대화와 같은 논리로는 놓치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항상 자유시장경제와 공리주의 시각이 놓치고 있는 ‘무엇’이다. 줄서기를 비롯해 재화를 분배하는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논리 대체되는 경향은 우리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이 시장을 움직이게 하는 수요자가 되고 있다.



마약 중독자들의 불임수술에 보상을 하는 자선단체 ’프로젝트 프리벤션’의 프로그램으로 2장 「인센티브」의 질문을 시작한다. 태어날 아기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문제로 보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 방법에 있어 도덕적인가에 대한 논란은 심각하다. 과연 이 불임결정이 뇌물이나 강압에서 자유로운가에 대해 아니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장은 오히려 극단적인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생활에서 경험하는 많은 인센티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 우리는 부지 중 인센티브로 인해 성취를 경험하기도 하고, 인센티브를 이용해서 아이들이나 팀원을 격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5장의 「명명권」은 흥미롭다. 이름에 기업이나 상품의 이름을 붙이는 문제에서 나아가 몸에 광고를 문신하는 사람들에 관해 우리의 생각을 묻는다.



과거에는 웃돈을 주고 새치기하는 것은 비난 받는 행위였다.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우리가 사고 파는 시장경제 논리는 과거 우리 삶에서 미덕이라고 생각했던 정신이다. 공동체를 지탱해 왔던 평등의 정신이라면 어떨까? 지속적으로 누군가가 불평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공동체는 합의를 이뤄내기 어렵다. 지금의 양극화의 원인을 거기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그럴 수 있어, 그게 왜 문제가 되지?” 할 수 있는 문제들로 우리에게 접근한다. 그러다가 생명이나 존재와 관련된 자본주의의 부조리 문제에 부딪치게 한다. 마치, “이래도? 그래? 그럼 이건 어때?” 하는 것처럼. 어느새 처음엔 가볍게 여겼던 문제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간다.



독서 클럽의 ㅅㄹ이는 패스트 트랙에 반대하면서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기업은 또 다른 단계의 상품을 만들려고 할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경계를 만들어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 그거야!^^’)



3주에 걸쳐 읽고 있었으므로,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있던 기간 중에 △△씨는 아이들과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첫 날은 패스트 트랙으로, 둘째 날은 줄서서 이용했다. 그러면서 계속 이 책의 내용들이 생각이 났다고, 둘째날 줄 서서 함께 갔던 조카들과 이 문제를 이야기 했다고 한다. 만일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언젠가 이런 문제들을 고민할 나이가 왔을 때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나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인용한 존 롤스의 「장막 뒤의 선택」을 소개했다. 공동체를 위한 선택에 있어 정의를 위한 한 개인의 가장 좋은 생각은 자신이 인종, 성별, 빈부, 학벌 등의 자신의 조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막 뒤에 있는 것처럼 자신의 조건에 대해 무지한 사람처럼 입법이나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는 롤스의 ‘정의론’을 전해주었다. 자신의 조건 안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 것이 정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그러면 어디까지 돈으로 살 수 있는지가 보일 것이라고.



ㅇㅅ이의 마음에 흡족한 토론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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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2-01 공감(51)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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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시장)을 넘어서야



한때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던 드라마에서 남자 인물이 여자 인물에게 한 말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라는 대사.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소설[위대한 개츠비]에서도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나. 떠난 사랑을 돈으로 잡을 수 있을까?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면 될까? 그렇다면 비싼 가격을 부르는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세상이 과연 행복한 세상일까?




아닐테다. [위대한 개츠비] 역시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사랑을, 아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예전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흔히 다루어지던 사법고시에 붙은 가난한 사람 이야기.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소위 마담뚜들이 달라붙는다고 했다. 돈은 있으나 사회적 지위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여겼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법고시에 합격한 가난한 사람에게 재산을 미끼로 결혼을 하자고 한다.




(농담 식으로 판-검사, 의사와 같은 '사'자들과 결혼을 하려면 열쇠가 세 개는 필요하다는 -집, 사무실, 차- 말들이 있었으니, 이런 사고방식이야말로 돈이면 다 된다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돈으로 산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사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방법이 많이 있었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우리 삶에 너무도 깊숙이 들어왔다. 대부분이 금전으로 환산이 된다. 돈이 있으면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편리를 돈으로 사는 세상, '얼마면 돼?'라는 질문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말하지 않고, '그래 얼마만 줘'가 되는 세상이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 사회를 뒤쫓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돈이 사회를 잠식하는 모습도 미국을 따라간다고 볼 수 있다. 아주 씁쓸한 현실이지만.




샌델은 이 책에서 돈이 얼마나 많은 분야를 잠식해 들어왔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결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우선 '새치기'라는 제목으로 1장을 시작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움직일 것 같지만, 아니다. 새치기라는 말에는 도덕적인 비난이 들어 있지만, 우대권이라는 말에는 그런 비난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대권. 무엇으로 우대를 받는가? 돈이다. 이것이 보통은 새치기인데, 이들은 표나지 않게 움직인다.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가를 지불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비행기 탑승을 생각해 보라. 이제는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돈을 더 많이 지불하면 대기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남들이 서는 줄에 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행기 탑승만 이러면 문제가 안 되는데... 의료 문제로 가면 심각해진다. 누구가 평등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비대면진료가 활성화되면, 또 의료민영화가 이루어지면 돈에 따라 진료의 차별이 발생한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사람이 빠르게, 편리하게 진료를 받게 된다. 이를 샌델은 새치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인센티브'라는 장에서는 이 인센티브가 결국 돈으로 사회를 왜곡하는 현상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센티브는 잘못에 대한 벌금을 지불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개념을 돈으로 그것을 덮을 수 있는 요금이라는 생각으로 이끈다고 한다.




지각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면 지각이 줄까?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돈으로 지각을 대체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조차도 없어진다고 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돈으로 지급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문제에서 시작해서 우리들 삶 곳곳에 침투하고 있는 돈으로 바뀌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선물을 주는 문제... 선물을 현금으로 주면 쉽게 해결될 듯한데, 왜 사람들은 굳이 선물을 주려고 할까? 이것은 바로 돈으로만 환산되지 않는 '선물의 경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는 돈으로만 계량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이 점을 깨닫지 않으면 사람과 사람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사람과 사람이 접촉하는 시간과 빈도가 점점 줄고 있는데, 기껏 만나더라도 돈이 개입을 한다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벽이 존재하게 된다.




심하게는 죽음(보험)까지도 돈으로 생각하는 사업이 생겨났다고 하니, 이거야 원, 마지막 장에 '명명권'이라는 이름으로 광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광고야말로 돈으로 모든 것을 환산하는 (공익광고는 예외다)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주 많은 사례들을 들어 돈으로 환산되는 사회가 왜 위험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경제학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샌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샌델은 경제학이야말로 도덕, 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고, 돈으로 환산되는 눈에 보이는 수치화된 이익만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요소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삶에 더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자, 한번 생각해 보자. 내 삶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나는 그런 것들을 얼마큼 지니고 있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지니고 있으면 있을수록 내 삶이 더 행복한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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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ye91 2024-01-29 공감(18)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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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이 책이 출판된 지 12년, 감수자가 우려했던 바대로 시장지상주의는 더욱 확대되고 있고 그에 대한 인식과 자성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듣기 어렵다. 어떻게 이 시장지상주의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까.

📖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도,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 시장가격은 자발적으로 가격을 지불하려는 마음뿐만 아니라 능력도 반영하므로, 누가 특정 재화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인지 가려내기에는 불완전한 지표다. 시장은 사회규범에 흔적을 남긴다. 종종 시장 인센티브는 비시장 인센티브를 잠식하거나 밀어낸다.

📖 도덕적 책임이 따르는 영역에서는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어떤 방식이 다른 방식보다 더 수준높고 더 적절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도덕적 가치를 묻지않고 사람들의 선호를 무차별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자녀가 독서를 하도록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욕구는, 바다코끼리를 코앞에서 쏘고싶은 사냥꾼으 욕구와 정말 똑같이 중요할까?

📖 이타주의, 관용, 결속, 시민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 시장지향사회의 결함중 하나는 이러한 미덕이 쇠약해지게 방치하는 것이다. 우리의 공공 삶을 회복하려면 좀 더 부지런히 미덕을 행사해야 한다.

#시장지상주의 #새치기 #인센티브 #명명권 #공정성 #부패 #상품화효과 #머니볼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머리쓰기 #글쓰기 #주말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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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쓰기&글쓰기 2024-01-01 공감(1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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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아귀에 들어간 윤리적 가치









나도 모르게 돈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p 19)







* 올해 하반기부터 지정좌석제로 운영하는 정기이용권 버스가 시범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기이용권 버스는 1개월 이상 이용권을 구매한 승객을 대상으로 출근시간대 3시간(오전 6~9시), 퇴근시간대 5시간(오후 5~10시) 동안 좌석제로 운행된다. 하루 운행 횟수는 편도 기준 4회 이하다. 예컨대 일산에서 서울역까지 오가는 버스의 정기이용권을 구입하면 매일 지정장소와 시간에 좌석버스를 타는 식이다. 요금은 지역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신고제 방식으로 운영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불법 사설 버스가 경기 용인에서 서울 삼성역까지 월 9만 9000원을 받고 운행한 적이 있으나, 정기이용권 버스 비용은 이보다 낮은 수준일 것"이라며 "일부 승용차 이용자들도 흡수해 대도시 교통난 완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인천지역의 일부 중등고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잘 치르면 상금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들 학교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없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급에 상금을 주고, 기초학력 부진에서 벗어난 학생에게 1만원짜리 상품권을 지급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그리고 성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학생은 자전거, 헤드폰, 선크림 등을 부상으로 받기도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에 따르면 일제고사를 잘 보면 학급에 상금을 지급하거나 학생에게 문화상품권을 주겠다고 한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조사 대상 96개 학교(중학교 54곳, 고교 42곳) 가운데 22%인 21개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 최근에 방한했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청중 1만 명을 대상으로 무료 강연을 펼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샌델 교수의 강연을 돈으로 사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웃지 못할 역설이 발생했다. 이번 강연은 이메일로 신청자를 대상으로 선착순으로 무료 입장권이 지급됐으며, 신청자가 폭주하면서 입장권 발송이 조기 마감되었다. 하지만 신청이 마감된 입장권을 구하려는 사람이 여전히 많자, 이번에는 입장권에 웃돈을 얹어 팔려고 내놓은 암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강연 당일 인터넷 중고장터 등에는 샌델 교수의 강의 입장권을 장당 1만 원에서 많게는 3만 원까지 판매한다는 판매 글이 수 십 개씩 올라왔다.






돈은 편리하다. 또한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돈의 권력은 막강하다. 일상생활의 웬만한 불편거리는 대부분 돈으로 해결된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이 그야말로 딱 어울릴 만큼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돈을 그만큼 많이 벌어야만 한다는 현실을 이제 한국사회는 시장지상주의에 익숙해진 듯하다. 하지만 돈을 대하는 태도는 어쩐지 불안하고도 이중적이다.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시장지상주의를 온몸으로 받아낼 자신도, 피해낼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상에는 이렇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많다. 생명, 질서, 출생, 자연과 같은 가치들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 샌가 돈이 모든 가치를 집어삼키고 있다. 일정한 금액을 지불한다면 얼마든지 지정된 버스좌석에 앉아 편안하게 출퇴근할 수 있다. 그리고 시험만 잘 쳐셔 좋은 성적을 받게 된다면 노력의 성과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일정한 상금 및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샌델 교수의 강연 입장권마저도 거래 대상이 되었다. 후문에 의하면 강연 당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자 샌델 교수는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사회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이루어진다?













(左)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경제를 주장한 애덤 스미스

(右)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공리주의를 창시한 제레미 벤담




시장을 옹호하는 두 번째 주장은 경제학자에게 좀 더 친숙한 것으로 공리주의자(Utilitarian)의 입장이다. 공리주의자는 시장에서의 거래가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똑같이 이익을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집단의 행복이나 사회적 효용을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중략) 이렇게 시장 거래의 결과로 구매자와 판매자는 모두 행복해지고 효용은 증가한다. 이것이 바로 자유시장이 재화를 효율적으로 분배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입장이다. (p 52~53)





시장경제 또는 자유주의 경제체제(시장자유주의)는 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용역을 자유 가격 체제의 수요와 공급 관계에 의해 분배하는 사회구성체이다. 실제로는 순수한 형태로서의 시장경제체제는 존재하고 있지 않지만 각 국가 또는 사회마다 다양한 형태로 수용되고 있다. 시장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는 모든 경제주체의 생산활동은 자유로우며, 시장에서의 물품구입도 자유의지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같은 흐름을 일견 너무 자유로워 무질서한 경제활동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가격이라고 하는 메커니즘이 시장에서의 상품매매를 성사시키고, 또 이것을 근거로 생산과 소비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의 특징은 장기적으로 보아 가격의 자유로운 흐름에 따라 자원의 합리적 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시장자유주의 경제는 매우 효율적인 경제 체제이기는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경제적 효율성은 달성할 수 있지만, 형평성은 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리고 시장자유주의는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고 타고난 능력과 소질도 제각기 다르므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형평성 문제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될 수 있다.













공리주의적 효용 분배의 문제점

(참고자료 : 김정헌 『정책학NOTE』학문사)




공리주의에 입각한 정책(또는 제도) B의 전체 효용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갑과 을이라는 사회 구성원 개인 간의 배분상 문제는 외면하게 된다면 정책 B는 불평등한 정책이 되고 만다. 이것은 결국 사회 전체의 효용 극대화를 강조하는 공리주의의 기본전제에 위반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공리주의의 역설은 시장경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시장자유주의의 환상을 부추기는데 공리주의가 일조하고 있다. 시장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근거의 배경에는 공리주의적 입장이 내포되어 있다. 공리주의는 한마디로 사회구성원 전체 효용을 극대화하도록 목표를 두고 있는데 시장지상주의자들은 시장 거래 행위에 참여하는 구매자, 판매자만 효용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발전에 있어서 효응을 최대한 증진시켜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개인은 자기의 이익을 뜻대로 추구하고 있는 동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상상치 못했던 사회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봤던 애덤 스미스의 주장과 묘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시장지상주의자들은 공리주의의 원리가 친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리주의 역시 시장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효율 분배에 대한 형평성 및 공정성의 기준으로 본다면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공리주의는 사회 전체 효용의 극대화라는 기본전제로 인해서 개인상호간의 효용을 교환하는 것마저도 허용하고 있다. 즉, 마이클 샌델이 지적한 내용대로 도덕적 추구가치로 인정되고 있는 자유, 정의, 공익, 생명 등이 효용의 한 구성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전체 효용이 단지 크다는 이유만으로 개개인간의 배분이 제대로 돌아갔다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즉, 개인간의 효율배분이 불평등하더라도 전체 효용의 극대화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들 간의 차이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공평성 또는 형평성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위에 제시한 표가 의미하는 것처럼 공리주의에 입각한 정책(또는 제도)이 전체 효용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갑과 을이라는 사회 구성원 개인 간의 배분상 문제는 외면하게 된다면 그 정책(또는 제도)은 불평등한 성격이 되고 만다. 이것은 결국 사회 전체의 효용 극대화를 강조하는 공리주의의 기본전제에 위반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공리주의의 역설은 시장경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소개된 사례 하나를 예를 들어보겠다. 미국에서는 '전담 의사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연회비 1500~2만 5천 달러를 지불하여 서비스에 가입한 환자는 불필요하게 기다릴 필요도 없이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24시간 내내 언제나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말 그래도 환자에는 '주치의' 한 명을 두고 있는 셈이다. 내용과 취지만 본다면 환자들이 좀 더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일정한 연회비를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에게만 가능하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환자들은 진료 받기를 대기하고 있는 또 다른 환자들과 함께 진료실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들도 질 좋은 진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라면 비싸더라도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여 특별 진료 서비스 예약권이 암표로 판매되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전담 의사 제도가 진료를 받기를 원하는 모든 환자들에게 전체 효용을 가져다주는 좋은 장점의 제도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러한 제도는 단지 특정 상류층 계층만을 위한 '주치의' 서비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의사들의 윤리적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에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선서 속 내용이 무색하게 마땅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도덕적 윤리가 퇴색될 수 있다.









도덕적 가치와 덕목은 상품이 아니다



1980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조세감면과 사회복지지출를 억제하여 '작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를 시행함으로써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시장지상주의의 번영을 알리는 서막의 신호탄으로 애덤 스미스의 초상화가 새겨진 넥타이를 매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해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시장자유주의가 오랫동안 경제 호황을 가져다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유례없는 풍요와 번영을 이끌어낸 시장자유주의는 인류가 미처 그 다음을 선택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인간사회 자체를 거래가 최선의 행위로 강조하는 시장사회로 만들어버렸다. '재화를 사고 판다'는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점차 현대인의 삶 전제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윤리적 딜레마들은 대부분 저자가 태어난 곳이며 이미 시장경제가 활발히 작동하고 있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책의 서론에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장경제의 윤리적 딜레마들을 열거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답게 거래 대상이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일부 도시에는 죄수가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호텔방 못지 않은 독방을 마련해주는 교도소가 있다. 댈러스에 위치하는 어느 학교는 학생들이 책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돈을 지급해준다. 심지어 어느 명문대는 학생의 성적이 나쁘더라도 부유한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명문대로 입학하기 위한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면 입학을 허락해주는 비공식적인 관례(?)도 있다고 한다. ('관례'라기보다는 '청탁성 뇌물'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 윤리적 딜레마의 사례들이 과연 우리나라에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곳곳에 시장경제체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시장중심적 사고를 일상생활에서도 흡수하고 있다. 아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시장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이미 잠식당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정당하게 행동함으로써 정당해지고, 절제함으로써 절제하는 사람이 되고, 용감하게 행동함으로써 용감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타주의, 관용, 결속, 시민 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 (p 177)







모든 것을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것으로 만들게 되면, 시민정신, 관용, 공공성, 우정과 사랑, 명예 등 인간사회의 중요한 윤리적 덕목이 사라진다. 샌델의 말처럼 이 윤리적 덕목과 가치들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근육이다. 올바른 삶의 질로 이루어진 '근육'이 균형잡혀야 '사회'라는 신체가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다. 하지만 근육은 오랫동안 운동하지 않는다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된다. 이렇듯 삶에서 중요하고도 가치로운 것이 상품화되면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정한 것들의 가치가 변질되거나 저평가되어 삶의 방향성을 상실하게 된다. 시장가치를 내면화하는 경향은 삶의 질, 맺어온 관계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존중의 대상이 아닌 '사물'로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시장 중심의 사고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센델은 시장경제의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도덕적, 정신적 논쟁을 꺼리는 태도로 인해 공적 담론에서 도덕적 에너지와 시민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여전히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부패가 만연하다. 시장경제의 고질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윤리적 딜레마는 빠른 시일 내 해결하기는 무척 어렵다.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이익과 효용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또한 외면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인식한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아니다. 우선 시장의 도덕성의 문제를 제기하여 시장의 가치에 의해 침해받고 있는 공공의 가치가 무엇이며, 그러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공적 토론을 벌임으로써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는 토론 여건이 필요하다. 공공의 영역으로 중요시되는 교육, 의료, 시민권 등은 돈과 시장의 가치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영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가 공공선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정치를 밀어내서는 안 되며, 공공선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견이나 생각을 이끌어내는 공적 토론이 필요하다.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한 논의와 시장에서 가격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되는 사회적 재화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공적 토론을 통해 적어도 우리가 선택했고 적응하고 있는 사회의 이면에 대해서 대중들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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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2-07-18 공감(32) 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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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수 없는 것들(can't buy)과 살 수 없는 것들(can't live).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요즘 세상은 정말 어려운 세상입니다. 여러 가치가 뒤섞이고 하나의 의견과 그에 반대되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명확한 기준도 설정되어있지 않지요. 사실 무엇이 옳은지를 따지는 기준 따위는 없을 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치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 많은 사람들 모두에게 명확하게 적용되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기준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 자체가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것은 사회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어려워집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어떤 상황이 눈 앞에 닥쳤을 때 주의 깊게 생각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불가에서는 팔정도를 이야기하는데, 그 팔정도에는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는 것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바르게 보다, 바르게 생각하다, 와 같은 말들은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근본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이 바르게 본다, 바르게 생각한다, 와 같은 말에서 ‘바르다’ 라는 의미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생각해보면 바르다, 와 같은 말이 상당히 애매모호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각 종교들에서는 자신들의 교리를 따르고 계율을 지키는 것, 혹은 신에게 귀의하는 것이 바른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종교를 믿지 않는, 그리고 설령 믿더라도 그런 종교의 역할이 아무래도 직장생활등과 같은 세속적 삶들 때문에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가 어려워진 현대 사회인들에게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만 들릴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을 조금 진행시켜보면, 우리는 하나의 의미가 확실히 저 ‘바르다’ 라는 말의 기저에 깔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지는 말자, 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와 같은 복잡한 시기에 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 출간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저자인 마이클 샌델은 전작인 ‘정의란 무엇인가’ 에서 이미 그의 현대 사회의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및 문제 제기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었지요. 하지만 그의 전작에서는 이런 저런 질문만 던져두고는 제대로 된 결론을 맺지 않았다, 라는 비판도 분명 있었지요. 이번에 나온 이 책에서도 여전히 확답은 내리고 있지 않지만, 이번 책은 전작과는 다르게 충분히 저자 본인의 의견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그 무게를 어디에 더 두고 있는지 밝히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자는 비시장적인 영역이었던 새치기나 불임시술, 대리 사과 서비스와 같은 문제들, 그리고 생과 사의 문제에까지 자본주의가 침투한 현상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저런 문제들이 정말 팔 수 있는 물건들인가? 라고 말입니다. 저자 본인은 아무래도 전체적인 맥락으로는 팔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는 입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합니다만, 이는 그저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 와 같은 그런 고집이 아닙니다. 자신의 의견에 대하여 합리적인 반박과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충분히 상대편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그런 의지를 여러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표명하고 있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문제 제기는 마이클 샌델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경제학자인 칼 폴라니가 그의 저저 ‘거대한 전환’ 에서 팔 수 없는 물건, 그 중에서도 가장 존귀하게 대접받아야 할 인간이 팔 수 있는 물건으로 전락해버린 그런 상황에 대해서 개탄한 적이 있지요. 이미 예전부터 팔 수 없는 물건과 팔 수 있는 물건에 대한 논의는 경제학계에서 있어왔던 것입니다. 이전에 출간된 ‘인지자본주의’와 같은 책들도 큰 틀은 그에 대한 논의였지요. 인간의 정동마저도 종속되어 자본의 지배하에 놓은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였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마이클 샌델이 그와 같은 논의들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쉽게 어디서나 생각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예를 가져왔다는 점이겠지요. 인간의 정동의 종속에 관한 문제나 팔 수 없는 물건인 인간이 상품이 되버렸다, 등의 논의는 좀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으며, 단편적인 몇 부분의 예(스튜디어스가 미소를 ‘파는’ 등의 예)를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이 다가가기에는 좀 추상적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 다루고 있는 영역은 새치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인센티브, 결혼식 축사를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등의 영역이며, 매우 구체적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지요. 당신이 이제 결혼을 하는데, 당신의 친구에게 축사를 부탁했다. 당신의 친구는 매우 열심히 준비 하려고 했는데, 시간에 쫓기거나, 혹은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들만 생각이 나서 결국 인터넷으로 감동적인 축사를 구매했다. 축사를 받은 당일 당신은 너무 멋진 축사에 감격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가 인터넷으로 축사를 구매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의 기분은 어떨 것인가? 좋다면 왜 좋은가? 나쁘다면 왜 나쁜가? 이런 일이 허용되어져야 할까?

이제 와서 대부분의 것들이 사고 팔 수 있는 물품으로 변해가는 경향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현대사회는 어쩌면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면 가속화될 것이지, 절대 줄어들지는 않겠지요. 앞서 현대사회는 서로의 가치관과 생각이 팽팽히 대립한다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돈을 잘 버는 것이 자신의 가치관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서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고, 심지어 그동안 팔 것으로 규정되지 않았던 것 마저 팔 것으로 만들어 파는 현상에 대해서 감히 옳다, 그르다, 라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생각이 다른 것이 ‘틀린 것’ 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저대로 놓아두어야 할까요? 여기서 마이클 샌델은 두 가지의 반박 기준 틀을 제시합니다. ‘공정성의 문제’ 와 ‘부패의 문제’ 가 바로 그것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이 책에서 자신이 가져온 다양한 예시에 대하여 저 두 가지 기준틀을 날카롭게 들이댑니다. 공정성의 문제는 과연 각 상황들이 정말로 공정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선택이 내려진 것인가? 그 선택이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일종의 강압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흔히 겪는 줄서기와 새치기에 대한 문제를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과연 돈을 주고 먼저 목적지에 가는 것이, 즉 새치기가 얼마나 공정할 수 있을까요? 혹은 마약에 중독된 여자들의 불임시술에 대해서 돈을 지불하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마약을 찾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줄 테니 불임시술을 받으라, 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강요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부패의 문제는 공정성의 문제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정의하는 부패의 의미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부패는 ‘뇌물이나 불법 거래 그 이상의 것으로 사회적 관행이나 재화의 평판을 깎아내리고 가치를 합당한 수준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는 어떤 것에 돈을 지불함으로써, 그것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현상을 뜻하는 것이지요. 앞서 친구의 축사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구가 인터넷에서 축사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분명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축사를 돈을 주고 구매한 행위가 그 축사의 가치를 저평가시키게 되었기 때문에, 즉, 부패시켰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예로 드는 교황 집전 미사에 몇 배나 가격이 오른 암표를 주고 참가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과연 교황 집전 미사가 가지는 그 신성한 의미가 전혀 부패되지 않았다, 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앞서 바르다, 라는 말을 이야기하면서, 그 기저에 인간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가치, 라는 단어도 그 의미가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마이클 샌델이 몇 번이고 앞의 두 문제들, 공정성의 문제와 부패의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는 것은 어쩌면 저 인간의 가치, 라는 개념을 어떻게든 구체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사고 파는 순간 (생명보험이나 책에서 언급한 말기환금보험과 같은 경우) 과연 스스로가 존엄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자신의 친구나 가족들과 맺어진 유대관계를 판매하는 순간 (결혼식 축사나 사과를 대신 해주는 서비스, 선물이 현금으로 건네어지는 경우) 과연 인간은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가 존엄하지도 않고, 사회로부터도 유리된 삶을 살아간다면 과연 그 사람은 자신이 가치가 높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저로서는 아마 아닐 것이라고 여기지만, 또 다르게 생각을 가지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금 질문을 던질 수 있겠습니다. 과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가, 라고 말이지요. 그동안 경제학계에서는 도덕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부분이 점차 곪아서 드러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도덕과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 경제학 부분에서도, 단순히 철학의 영역이라고만 단정 짓지 말고, 깊은 논의가 필요할 때가 다가온 것이겠지요.



이 책의 제목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입니다. 원제인 What money can't buy를 그대로 옮긴 제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번역을 하였을 때 우리나라 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중의성이 생겼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은 말 그대로 돈으로 구매할 수 없는 것들, 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돈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것들, 이라는 의미도 가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돈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으로 친구나 가족의 유대관계를 구매했다고 해서 과연 그 유대관계가 오래갈까요? 부패시킨다고 앞서 말했지요. 부패의 끝은 결국 삭아서 사라지는 것입니다. 살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돈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그 대답은 제가 이전에 읽은 ‘부채 그 첫 오천년’ 이라는 책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경제학자가 아닌, 인류학자가 인류학적 접근으로 경제사를 조명한 책인데, 이 책의 결론은 원래 부채는 인간 저마다가 가진 고유한 특질에 따라 맺어진 자유로운 약속이었으니, 이제 그 의미를 회복할 때가 찾아왔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부채를 ‘인정하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채가 인간성의 회복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일견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서로 서로 상대방에게 감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부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방의 감정이나 유대관계, 그리고 심지어 그 생명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는 각 개개인의 가치를 보존함과 동시에 상대방과의 (현대의 타락한 의미로의 부채가 아닌, 자유로운 약속이었던) 부채, 라는 이름의 유대관계까지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 현대 사회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며, 상대방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만큼,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스스로의 존엄성도 (동일한 인간이기에) 증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끝끝내 현대의 상품화의 가속화되는 경향에 휩쓸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외면한다면, 우리 자신도 이윽고 살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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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6-02 공감(20)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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