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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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대담=황수경 동국대 선학과 강사)
기자명 사진=이강식 기자, 정리=이권수 기자
입력 2008.01.11
불교, 젊은 수좌 나서야 미래 있다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재가수행단체인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는 박영재 교수를 황수경 동국대 선학과 강사가 만나 물리학과 불교, 불교의 나아갈 길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2008년 무자년이 밝았습니다. 교수님이 맞이하는 새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선 수련을 10년 이상 한 이후부터는 ‘지난해다’ ‘새해다’라는 분별이 없어졌습니다. 1년 365일 어느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고 하지요.
저는 연말에 하는 망년회의 ‘망(忘)’자를 바라볼 망(望)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개인을 성찰하고, 새해에는 나 자신을 새롭게 성찰하고 바라보고, 힘차게 살아가는 한 해를 만들자는 의미입니다.



△교수님이 불교를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물리학과 불교의 유사점은 무엇인가요.

유복한 집안의 2대 독자로 아무 부족함 없이 자랐습니다. 저는 과학자의 길을 가기 위해 서강대 물리학과에 입학해 1년을 보낸 후 학문과 삶에 관한 가치관이 흔들려 괴로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학부 2학년 때 우연히 《숫타니파타》를 읽게 됐는데,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짐을 느껴 다양한 불서(佛書)를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불교학생회 선배를 따라 1975년 10월, 1965년 설립된 일반인을 위한 참선모임인 ‘선도회(禪道會)’의 지도법사이셨던 종달(宗達) 이희익(李喜益) 노사(老師)를 만나게 되었지요. 새벽 6시에 일어나 참선으로 하루를 열고, 밤 10시까지 도서관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참선으로 하루를 닫는 삶이 만들어졌습니다. 선도회의 지도법사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기본 틀이 만들어 진 것이지요.

불교와 물리학을 겪어보며 느낀 점은 과학과 불교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은 불교의 어려운 부분을 쉽게 풀어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체득의 종교인 불교를 과학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석·박사시절 선 수행을 하며 물리학의 어려운 난제들을 푼 적도 있었습니다. 연구 주제를 받고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좌선을 했습니다. 그렇게 좌선을 하다 잠이 들어도 그 문제를 끝까지 붙잡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며 문제의 꼬리를 잡곤 했습니다. 즉 논문의 주제가 화두가 됐던 것입니다. 벽을 넘기 위해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는 점이 불교와 물리학의 유사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교수로서, 재가수행자를 지도하는 법사이신데, 스승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스승님은 화두를 던져주고 다음 시간까지 풀어오라고 주문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다음 입실점검시간까지 초긴장 속에 그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곤 했지요. 스승은 한계 상황을 만들어 주며 지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자들은 긴장을 하고 문제를 풀려고 노력을 합니다.

현재 조계종은 간화선을 대중화 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화가 요원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화두를 주고받지만 그걸 점검하는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재가 수행자들의 장점은 무엇이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편지를 주고받으며 간화선에 대해 논한 〈서장〉을 보면 스님은 두 분이고 다른분들은 모두 재가자입니다. 그것도 현대의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이들입니다. 바꿔 말하면 간화선은 현대인에게 더 좋은 상황입니다. 그 당시에는 편지 한통을 주고받는데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이메일 등으로도 얼마든지 입실점검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재가자들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5년 정도는 스승의 지도에 따라 수행의 기틀을 잡아야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 정도씩 참선을 하고 낮에는 일을 해야 합니다. 토요일에는 스승에게 점검을 받고 일요일에는 일주일을 정리하는 형태로 말이지요. 특히 저녁에 회식이 잦은 직장인의 경우 기상시간을 규칙적으로 하고, 회식 자리에서 수행자임을 잊지 않고 1차로 끝을 내야 합니다.

특히 간화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화두타파가 아닙니다. 십우도의 마지막 단계인 입전수수(入纏垂手, 저자거리에 들어가 중생을 돕다)입니다. 그걸 놓아서는 안 됩니다.

△수행 지도를 하다보면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려운 점이라기보다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들어 입문한 사람들 간에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젊은층의 경우 때가 묻지 않아 수행의 진도가 빨리나갈 수 있는 반면 나이가 들어 수행을 시작한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2배 정도의 시간이 더 듭니다. 참선의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는 수식관만 보더라도 젊은 층은 3~6개월 정도면 맥을 잡지만 어르신들은 6개월에서~1년 정도가 걸리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젊은층은 절실함이 부족해서인지 용맹정진을 못하고 방황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절실함이 가득한 어르신들보다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초심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수행해야 할까요.

절실함입니다. ‘내 길은 이 길 뿐이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초발심을 낸 그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수시로 자신을 돌이켜 봐야 합니다.

하루의 1/8은 수행을 하고 나머지 7/8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재가자는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수행임을 알아야 합니다.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근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활발합니다. 특히 불교계에서는 여성들의 활동이 많은데요. 비구니 팔경법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팔경법이 만들어진 당시의 배경을 봐야 합니다. 비구 승단이 만들어진 후 비구니 승단이 구성됐습니다. 부처님은 나중에 만들어진 비구니 승단이 안정화 될 때 까지 비구 승단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로 이 같은 법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사부대중을 넘어 말 그대로 모든 중생에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숫타니파타를 읽고 불교를 접하게 됐다고 하셨는데요. 교수님이 좋아하시는 경전이 있으신지요.

숫타니파타와 아함경을 좋아합니다. 두 경전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의 향이 깊이 묻어납니다. 각자의 근기에 맞춰 친근감있게 법문하신 석가모니부처님은 눈높이 교사입니다. 불교계를 보면 가끔 석가모니부처님보다 조사님들을 앞으로 내세우는 경우를 보며 깜짝 놀라곤 합니다.

△한국 불교가 새해에 나아가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시급한 일중 하나는 우리나라도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년 후에도 오래 사는데 그 세월을 가치관이 바로 선 상태에서 살지 않으면 우울증, 자포자기 등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각해서 남은 인생은 수행자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지난해 TV에서 미국에 있는 한 병원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병원 직원은 400명이었지만 자원봉사자는 500명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정년퇴직한 이들이었고요.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주위사람을 편하게 살게 해 주는 원동력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봉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교는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일반대중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더불어 불교계는 젊어져야 합니다. 일제시대 ‘선(禪)’이 활발했던 이유를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경허선사는 56세 때 모든 걸 놓고 아무도 못 찾는 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현대적인 표현을 쓰자면 스스로 명퇴를 한 것이지요. 당시 그의 제자였던 만공선사가 34세였습니다. 지금 34세를 전후해서 ‘선(禪)’계를 이끄는 이가 얼마나 있나요? 옛 선사들처럼 한국불교의 큰스님들은 젊은 수좌들이 앞으로 나설 수 있도록 힘 있게 이끌어 줘야 합니다. 30~50대 선승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향후 계획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소속된 단체인 ‘선도회’의 숙원 사업이 본원을 건립하는 것입니다. 기숙하며 수행도 할 수 있는 다목적 시설로요. 선도회 법사들이 정년 후 기거하며, 수행·지도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생각입니다.




◇박영재 서강대 교수(53)
·1978년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1987년 뉴욕 주립대(스토니부룩) 이론물리연구소 연구원
·현재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재가수행자 모임인 ‘선도회’ 지도법사
·저서로《죽음을 초월하는 마음의 과학》, 《두문을 동시에 투과한다》 등이 있다.

◇황수경 동국대 강사(43)
·1991년 이화여대 교육학 석사
·2002년 동국대 선학과 박사 수료
·현재 동국대 선학과 강사, 불교인재개발원 이사, 불교여성개발원 상임위원, 불교상담개발원 연구위원국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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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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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일상의 빅퀘스천>,<날마다 온몸으로 성찰하기>,<지구촌 효 이야기> … 총 10종 (모두보기)
서강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강원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1987년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 이론물리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89년부터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입자물리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30여 편의 학술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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