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4

Philo Kalia - “한국사상과 기독교” 한국 철학, 종교, 문화를 포괄하는... | Facebook

Philo Kalia - “한국사상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철학, 종교, 문화를 포괄하는... | Facebook


Philo K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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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상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철학, 종교, 문화를 포괄하는 의미에서 한국사상이라는 말을 썼다.
 
기독교 신학도로서 생각은 젊어서부터 있었지만, 솔직히 실천할 수 없었다. 이제 늦게나마 한국에 대해 알아야겠다. 불국사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한국 기독교인이 있는가? 아니라면 불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상식은 알아야 한다. 안동 도산서원 가기를 거부하는 한국 기독교인이 있는가? 아니면 유학과 서원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신학자가 불교, 유학, 동학과 신종교, 샤머니즘과 풍류도까지 포스팅한다고 걱정해 주는 분도 계신다. 고맙지만 단견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가 계시 종교라고 해서 다른 종교와 섞이기는커녕 구별하고 대화조차 거부하는 습성이 한국 기독교에만 유난히 강하다. ‘계시’가 무엇인가? 성경의 계시가 자기의 아성을 쌓으라고 명한 곳이 있는가? 계시가 나타나는 時空이면 아무리 철옹성이라도 깨어지고 열리고 만다. 버티고 견딜 수 없다. 이게 계시 사건의 본질이고 힘이 아닌가? 계시의 이름으로 철옹성을 쌓는다면 그건 자기모순이다. 계시보다 더 쎈 얼어붙은 고집이다.

선교 초기에 양식있는 선교사들은 한국종교를 연구했다. 소장한 책 중에 찰스 알렌 클라크(Charles Allen Clark, 1878~1961)의 Religions of Old Korea라는 책이 있다. 그가 이 책에서 소개한 종교는 불교, 유교, 천도교 그리고 샤머니즘이다. 그는 미국의 장로교 선교사이다. 곽안련(郭安連)이라는 한국어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승동교회에서 목회했고, 1902년부터 40년간의 내한목회사역에서 약 150여개의 교회와 6,000여 명의 성도들을 목양하였다고 한다. 그는 1941년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회 사건의 관련자로 일제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았고, 같은 해 7월에 일본정부에 의해 강제추방되었다. 정말 훌륭한 선교사이다.

현재 한국 기독교 목회자들과 신도들은 곽안련보다 더 넓고 깊게 한국 사상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한국인이면서 더욱이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이면서 한국의 사상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적은가? 기겁할 일이 아닌가 말이다. 이제 분위기와 교육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책임적으로 찾아 공부해야 한다. 한국 그리스도인이 한국의 문화, 사상, 종교에 대해 아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일이며 성숙해지는 길이다.

일본인 철학자 오구라 기조의 『조선사상사』(2022년)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는 단군신화부터 21세기 거리의 철학까지 간단명료하게 소개한다. 한국 철학사는 대개 읽기가 쉽지 않다. 불교 사상 중심, 유학 사상 중심이다. 통사도 있지만 교과서적인 서술에 여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오구라의 사상사 같은 책이 없을까 찾던 중에, 철학자 조성환 교수의 책들을 만났다.
조성환은 최근 다작인데 어려운 사상을 시의적절!하고도 쉽게!! 풀어 밝힌다. 어떻게 그리 좋은 글을 쓰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모르는 건 쓰지 않고 아는 것만 쓴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나도 기말 리포트 쓸 때, 모르는 것은 쓰지 말고 아는 것, 알아낸 것 중심으로 쓰라고 매번 강조했다.

그는 2018년부터 여러 권의 책을 지어냈다. 『한국근대의 탄생』(2018), 『개벽파선언』(공저, 2019),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2022),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퇴계, 다산, 동학의 하늘철학』(2022), 『한국의 철학자들』(2023), 『K-사상사』(2023) 그리고 이번에 편저한 『한국철학 다시읽기』(2024. 7)이다.

다시 읽는다는 것은 한국철학이 중국 등에서 건너온 외래 사상이지만, 수용자인 한국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이다. “학습자의 환경이나 자질에 따라 받아들이는 내용이나 이해 방식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 달라진 점을 밝혀내는 것이 이 책 전편에 흐르는 주음(主音)이다. 

이 책의 기획을 조성환 교수가 했다. 감사! 이 책은 시민강좌가 기반이 되었는데, 그 판을 깔아준 김용우 이사장의 생각과 의도도 탁월하고 아주 빛난다. 그의 말이다. 이른바 문명전환의 시점에서 “서구적 근대화를 주도한 서구철학이 수용되기 이전에 한반도를 삶터로 살아온 사람들의 사유방식을 성찰적으로 조망함으로써 탈근대문명을 창조해 낼 수 있는 한반도 철학의 가능성을 점검해 보려는 것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주로 서양 철학과 신학에 젖줄을 댔던가. 서양의 역사와 사상가는 알아도 한국의 역사와 문화 사상가들은 누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얼마나 부끄러운 공부를 했는가.
이 책은 5부로 구성, 신라철학, 고려철학, 조선철학, 근대철학, 현대철학을 14인이 저술했다.
 
제1부 신라철학에서
⑴원측, 동아시아 유식사상의 헤르메스/장규언
⑵원효, 불교를 한국화하다/김원명, 최근에 알게 된 원효 연구가이다. 나에게 많은 조언을 들려준다.
⑶이광현, 도교의 불사를 추구하다/김윤경. 한국철학에 도교를 포함시킨 것을 처음 본다.
⑷풍류, 신라사상의 뿌리/최재목. 범부 김정설 연구가로 유명하지만, 노자, 양명학 등의 연구자

제2부 고려철학에서
⑸대각국사 의천, 천태종을 세우다/이병욱
⑹태고 보우, 임제종을 계승하다./김호귀
보조 지눌이 빠져 아쉽긴 하지만, 새로운 인물을 읽게되어 좋게 생각한다.

제3부 조선철학에서
⑺이황, 조선 예학의 선하(先河)/한재훈. 이분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청계서당에서 四書와 지금도 周易의 가르침을 받는 사부이다. 댕기 동자로 알려진 분, 퇴계의 예학 전문가로 2권의 저서가 있다. 유교에도 신종교운동, 갱정유도가 있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⑻홍대용, 중국을 지방화하다/조성환. “유럽을 지방화하다”(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저자의 제목에서 한국 철학의 탈중국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낀다.
⑼최한기, 동서를 융합하다/김경수
조선철학에서도 잘 알려진 율곡, 남명, 화담, 다산 등을 다루지 못했다. 어떻게 한 권의 책 안에 다 담아내겠는가?
 
제4부 근대철학에서
⑽전병훈, 정신철학을 조제하다/김성환. 전병훈, 망각된 조선의 디아스포라 철학자라고 운을 뗀다. 이런 훌륭한 철학자를 무엇을 하느라 여지껏 잊고 살았던가!
⑾소태산, 은혜철학을 발견하다/이주연 원불교의 창시자, 불교의 대전제인 일체개고(一切皆苦) 대신 일체개은(一切皆恩)을 체험한 종교인, 참으로 흥미롭다.
⑿이돈화, 동학을 현대화하다/황종헌
수운과 해월 그리고 의암도 생각한다.

제5부 현대철학에서
⒀함석헌, 공공철학과 절대자유를 실천하다/김대석. 선생 유영모와 함께 응당 거론되어야 할 사상가
⒁변찬린, 선맥과 풍류도의 하늘을 열다/이호재. 이분은 변찬린을 알리기 위해 진력하시는 분이다. 변찬린 전집을 선물 받았다. 기독교 사상을 한국 사람의 시선에서 전면적으로 재해석한 분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워냈다는 감격이 앞선다.
사족을 붙이자면 신라철학 이전의 고조선과 삼국시대의 철학이 연구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