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생태칼리지(가칭) 추진 팀이 다녀가다/
순천시는 생태수도라고 자처하고 있다.
순천시의 국가 정원과 갈대숲의 순천만 등 지리환경적 입지 조건과 이 지역을 생태적 도시로 만들겠다는 이들의 바람과 노력이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 싶다.
이 순천시에서 생태수도를 일구는 구성의 하나로 가칭 '생태칼리지'를 세운다는 내용의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자체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순천시가 생태도시로 자리 잡고 그 역할을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런 역할을 담당할 생태적인 일꾼을 길러내는 생태대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이들의 역설에 시장과 시 의회가 공감하면서 시 차원에서 이런 조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시에서 이를 담당할 전담부서인 '생태문화팀'도 함께 꾸려졌다고 한다.
이 일을 앞서 구상하고 추진해왔던 사랑어린학교의 일부님이 오늘 두 명의 담당 공무원과 그동안 이를 논의해왔던 이들과 함께 찾아왔다. 모두 9명이다.
지난번에도 일부님이 이 문제와 관련하여 찾아왔었는데, 이번에는 추진팀 전체와 함께 온 것이다. 방문 목적이 '생태'에 대한 내 생각과 녹색대학 설립과 관련한 내 경험을 듣고 지혜를 구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생태'라는 용어를 일반 대중적 사회용어로 쓴 것은 내가 앞선 몇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96년 전국귀농운동본부를 출범하면서 '생태가치와 자립하는 삶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그 해에 '생태귀농학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생태'라는 용어는 환경단체에서조차 아직 보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때였다. 그리고 이어서 '생태마을만들기(Ecovillage)'운동과 '생태산촌만들기' 그리고 ‘도시 경작운동’ 등도 함께 전개했다. 녹색대학 또한 생태대학을 표방하며 '생태적 일꾼을 길러낸다.'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했던 것이었다.
오늘 순천팀의 방문은 그런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생태’라는 개념과 의의, 그리고 구체적으로 생태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필요한 조언을 듣고자 한 것이라 싶다.
며칠 전에 올해로 대학 정년을 앞둔 후농선생이 찾아와 ‘생태농업’이란 책을 번역했다며 이야기하기에 지금 생태라는 개념은 그동안 관행농의 대안으로써 사용되던 개념과는 많이 다른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지금의 생태라는 개념은 차라리 '생존(Suvival)'이라는 개념에 더 가깝다는 것이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 생각보다는 순천에 생태대학이 왜 필요한 것인지, 또 그런 대학 설립에 왜 내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생태대학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먼저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등을 이야기했다. 결국 초동주체의 생각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이러한 주제를 중심으로 워크샾을 먼저 진행하고 문명전환의 필요와 생태적 개념을 함께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제러미 리프킨의 ‘회복력 시대’를 읽어오기를 권했다.
그 외에도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지자체와 함께 ‘생태대학’이라는 것을 추진하는 의미와 이에 따른 어려움 등에 대해서도 생각과 의견을 함께 나누었다. 예상되는 문제들과 어려움도 적지 않겠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중요한 시도이고, 다른 지자체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례이니 열심히 하되 무엇보다 이 일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과정 그 자체를 감사하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이 일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나도 한 부분 거들겠다고 말했다.
저녁에 마을 앞 둑방길을 걸으며 내가 꿈꾸는 그 생태대학을 다시 그려본다. 순천시와 함께하는 이 대학이 잘 이루어지기를 마음 모은다.
오늘 저녁은 저녁붉새가 더 선연하다. 아마도 큰 바람 뒷끝이라 그런 모양이다.(24. 0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