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은이),황규백 (그림)샘터사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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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0원
288쪽
책소개
2011년 봄, 이해인 수녀가 암 투병 속에서 더욱 섬세하고 깊어진 마음의 무늬들을 진솔하게 담은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산문집으로는 근 5년여 만에 펴내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는 암 투병과 동시에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이해인 수녀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박하고 낮은 세상을 향해 한결같이 맑은 감성의 언어로 단정한 사랑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는 이번 산문집에서 특히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은 아픔과 마음으로 겪은 상실의 고통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꽃이 진 자리에도, 상실을 경험한 빈자리에도 여전히 푸른 잎의 희망이 살아 있다고 역설한다.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개인으로서의 삶과 사유를 글 갈피마다 편안하게 보여줌으로써 부족하고 상처 입은 보통 사람들을 위로하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판화가 황규백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 정겨운 돌담, 작은 새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정감을 일깨우는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목차
여는 글_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며
제1장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_일상의 나날들
감탄사가 그립다
따뜻한 절밥 자비의 밥상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봄편지 1_나의 마음에도 어서 들어오세요, 봄
봄편지 2_삶은 사랑하기 위해 주어진 자유 시간
스님의 편지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_김용택 시인에게
서로를 배려하는 길이 되어서
불안과 의심 없는 세상을 꿈꾸며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어머니를 기억하는 행복
11월의 편지_제 몫을 다하는 가을빛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12월의 편지_지상의 행복한 순례자
제2장 어디엘 가도 네가 있네_우정일기
제3장 사계절의 정원_수도원일기
제4장 누군가를 위한 기도_기도일기
3월, 성요셉을 기리며
부활 단상
5월 성모의 밤에
사제를 위한 연가
어느 교사의 기도
군인들을 위한 기도
어느 날 병원에서_의사 선생님께
고마운 간호천사들께
세상의 모든 가족들이_가정의 달에 바치는 기도
휴가를 어떻게 보내냐구요?_휴가 때의 기도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_성탄구유예절에서
용서하십시오-조그만 참회록
감사하면 할수록-송년 감사
제5장 시간의 마디에서_성서묵상일기
제6장 그리움은 꽃이 되어_추모일기
5월의 러브레터가 되어 떠나신 피천득 선생님께
우리도 사랑의 바보가 되자!_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에
하늘나라에서도 꼭 한 반 하자고?_김점선 화가 1주기에 부치는 편지
우리에게 봄이 된 영희에게_장영희 1주기를 맞아
사랑으로 녹아 버린 눈사람처럼-김형모 선생님께
물처럼 바람처럼 법정 스님께
사랑의 눈물 속에 불러 보는 이름_이태석 신부 선종 100일 후에
많은 추억은 많이 울게 하네요!_박완서 선생님을 그리며
닫는 글_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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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첫 장을 열고 읽기 시작해 마지막 장까지 다 읽은 후에 아무 말도 쓰지 못하고 며칠을 보냈습니다. 이 사랑들을, 이 단정하게 넘치는 사랑들을, 어디에나 깃들어 그늘을 지우는 이 사랑들을, 오로지 내 것으로 따스하게 품고 지내고 싶은 마음을 당신에게 이해 받을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수녀님’ 이 마음 둘 곳 없는 세상에 사랑을 퍼뜨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사랑으로 모두를 향해 일렁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빛 같은 당신이 계셔서 나는 참 좋습니다. 오래오래 아주 오래 거기에 머물러 주셔요.
- 신경숙 (소설가)
여고시절! 가슴 조이던 남학생들이 꽤 많으셨겠습니다. 수녀님!”
첫 만남에서 내가 했던 말이다. 2006년 여름이었고……악상의 고갈로 음악에 미친 이가 음악을 할 수 없었던 시기였고, 엉켜 있는 매듭의 끄트머리조차 보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하지만 그날 나의 양미간 사이에 저절로 떠오르던 멜로디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멜로디는 수녀님의 시와 만나 <친구야 너는 아니>라는 노래로 세상과 만났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삶과 시와 모습까지도 하나 된 모습! 완벽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리고 좀더 순수해질 수 있는 통로를 보았다. 이해인 수녀님에게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들조차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나는 배웠다.
- 김태원 (그룹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민들레 영토의 클라우디아 수녀님은 고난의 유익함을 일깨워 준다. 다투느라 꽃이 지는 줄도 모르고 주머니가 헐렁한 것만 알았는데 우리가 가진 것이 아직 많다고 그래서 나눠 줄 것도 많다며 웃는다. 사랑이 흐릿해져 동물원 우리에 갇혀 사는 우리에게 식물원의 구름수녀님은 자연과 사람, 삶의 향기로 우리들의 ‘세상 보는 눈’을 밝혀 준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전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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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11년 4월 02일 출판 새책
저자 및 역자소개
이해인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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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이자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1964년 수녀원에 입회했다. 1968년 첫 서원을, 1976년 종신서원을 했다. 필리핀 세인트루이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9회 새싹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대상, 제6회 부산여성문학상, 제5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출간한 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시간의 얼굴》《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작은 위로》《작은 기쁨》《희망은 깨어 있네》《작은 기도》《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이해인 시전집 1·2》《이해인의 햇빛 일기》 등의 시집을 펴냈다. 산문집 《두레박》《꽃삽》《사랑할 땐 별이 되고》《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기쁨이 열리는 창》《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기다리는 행복》《그 사랑 놓치지 마라》, 시산문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꽃잎 한 장처럼》, 인터뷰집 《이해인의 말》 등을 썼다. 옮긴 책으로 《영혼의 정원》《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우리는 아무도 혼자가 아닙니다》 등이 있다. 접기
수상 : 2007년 천상병시문학상
최근작 : <소중한 보물들>,<이해인의 햇빛 일기>,<[큰글자도서] 인생의 열 가지 생각> … 총 170종 (모두보기)
황규백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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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서정성을 판화로 표현해내는 작가. 프랑스 파리를 거쳐,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뉴욕근대미술관, 파리현대미술관,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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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그래도 단독주택>,<서핑, 별게 다 행복>,<[큰글자책] 꽃이 사람이다>등 총 461종
대표분야 : 에세이 8위 (브랜드 지수 770,533점), 정리/심플라이프 14위 (브랜드 지수 4,196점), 과학소설(SF) 17위 (브랜드 지수 31,072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이제 함께 아프고, 함께 웃겠습니다.”
암 투병과 상실의 아픔이 빚어낸 이해인 희망 산문집
2011년 봄, 이해인 수녀가 암 투병 속에서 더욱 섬세하고 깊어진 마음의 무늬들을 진솔하게?담은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가가본 사람은 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며, 작고 소박한 일상의 길 위에서 발견하는 감사가 또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산문집으로는 근 5년여 만에 펴내는 신간《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는 암 투병과 동시에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이해인 수녀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보이듯이,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에 비로소 보이는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수도자로서의 삶과 살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아우르며 때론 섬세하게, 때론 명랑하게 그리고 때론 너무나 담담해서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해인 수녀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일상의 그 어느 하나도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감사”를 얻었다며,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고백한다.
요즘은 매일이란 바다의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합니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주변에 보물 아닌 것이 없는 듯합니다. 나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이미 놓쳐 버린 보물도 많지만 다시 찾은 보물도 많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아직도 찾아낼 보물이 많음을 새롭게 감사하면서 길을 가는 저에게 하늘은 더 높고 푸릅니다. 처음 보는 이와도 낯설지 않은 친구가 되며, 모르는 이웃과도 하나 되는 꿈을 자주 꿉니다.
-<여는 글>에서
소박하고 낮은 세상을 향해 한결같이 맑은 감성의 언어로 단정한 사랑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는 이번 산문집에서 특히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은 아픔과 마음으로 겪은 상실의 고통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꽃이 진 자리에도, 상실을 경험한 빈자리에도 여전히 푸른 잎의 희망이 살아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개인으로서의 삶과 사유를 글 갈피마다 편안하게 보여줌으로써 부족하고 상처 입은 보통 사람들을 위로하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산문집에는 세계적인 판화가 황규백 화가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 정겨운 돌담, 작은 새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내재된 정감을 일깨우는 작품들이 이해인 수녀의 글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읽도록 이끈다.
또한 이해인 수녀가 월간 <샘터>에 2010년 한 해 동안 연재해왔던 <고운말 차림표>를 소책자로 만들어 독자에게 제공한다.
아픔을 승화시킨 삶의 기쁨, 눈물이 키운 삶의 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전체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해인 수녀의 일상을 담은 칼럼들과 오랜 시간 벼려온 우정에 대한 단상들, 수도원의 나날,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묵상 그리고 꽃이 된 그리움을 담은 추모의 글들이 매일 보물을 품듯 일기라는 그릇에 담겨 있다.
이번 산문집의 첫 장에는 익숙한 서문 대신 한 장의 꽃편지가 실려 있다. 이 책을 위해 글을 써주겠다는 약속을 뒤로하고 지난 1월 작고한 박완서 작가의 편지다. 이해인 수녀와 박완서 작가는 개인적인 고통의 시간들을 함께 통과하며 특별한 인연을 맺어 왔던 터라 그 아픔이 더했다. 이해인 수녀는 박완서 작가에 대한 추모의 정과 함께 나눈 시간에 대한 감사를 담아 늘 가슴에 품어 왔던 박완서 작가의 편지(2010년 4월 16일자)로 서문을 대신했다.
사랑하는 이해인 수녀님
그리던 고향에 다녀가는 것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어 가지고 돌아갑니다.
내년 이맘때도 이곳 식구들과 짜장면을 (그때는 따뜻한) 같이 먹을 수 있기를,
눈에 밟히던 꽃과 나무들이 다 그 자리에 있어
다시 눈 맞출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보다는 오래 살아 주십시오.
주여, 제 욕심을 불쌍히 여기소서.
2010. 4. 16. 박완서
제1장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_일상의 나날들>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사람, 계절의 변화와 기억 등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잡아낸 생각들을 이해인 수녀의 감성으로 버무려 감칠맛 나는 언어로 엮어 낸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이해인, <잎사귀 명상>전문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평소에 별로 친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게 보인다.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웬만한 일은 사랑으로 참아 넘기고,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마침내는 이해와 용서로 받아 안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 서로의 다름을 비방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이렇게 다를 수도 있음이 놀랍고 신기하네?!’ 하고 오히려 감사하고 감탄하면서 말이다.
(……)
나하고는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의 개성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울수록 나는 고요한 평상심을 지니고 그 다름을 아름다움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꽃이 진 자리에 환히 웃고 있는 싱싱한 잎사귀들을 보듯이, 아픔을 견디고 익어 가는 고운 열매들을 보듯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서
또한 법정 스님과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담은 <스님의 편지>에서는 다정한 미소를, <따뜻한 절밥 자비의 밥상>, 김용택 시인에게 보내는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등에서는 명랑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가 하면, <어머니를 기억하는 행복>에서는 어머니를 그리는 딸의 그리움이 읽는 이의 가슴에 엷은 슬픔으로 스며들게 만든다. <불안과 의심 없는 세상을 꿈꾸며>에서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수도원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새롭다.
제2장 <어디엘 가도 네가 있네_우정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10여 년간 쓰고 지우며 쌓아 온 우정에 대한 단상 60여 편이 담겨 있다. 이해인 수녀 특유의 맑은 감성과 투병 중의 인간적인 마음을 투정하듯 위로받듯 오롯이 드러낸 단상들은 그 행간에서 뭉클함을 불러낸다.
24
너에게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는 길, 오늘은 비가 내리네. 너를 향한 동그란 그리움과 기도……. 멈추지 않는 나의 웃음을 어찌 알고 동그란 빗방울들이 봉투에 먼저 들어가 있네.
_동네 우체국에 가는 길은 늘 행복하다. 편지를 쓰는 일은 살아서 할 수 있는 아름답고 거룩한 소임이다. 때론 허름한 옷에 앞치마까지 두르고 간 적도 있는데 “수녀님이 정말로 글 쓰는 해인 수녀님 맞으시나요? 멀리 계시다고 여기던 분이 바로 앞에 계시니 참 신기하네요.” 우편물 점검하던 여직원이 웃으며 차 한 잔을 권했다.
36
네가 농사지어 보내 준 포도 잘 받았어.
큰 수술 이후 회복기의 금식을 깨고 과일 먹는 것이 허락됐을 적에 처음으로 내가 먹던 그 황홀한 포도 한 알의 맛! 그 맛은 나에게 지구 전체를 대표하는 살아 있음의 맛이었어.
그 맛을 기억하며 오늘도 너에 대한 고마움으로 포도 한 알을 입에 넣는다.
제3장 <사계절의 정원_수도원 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2010년 한 해 동안 수도원의 일상을 적어 내려간 일기가 담겨 있다. 치료의 고통을 견디는 힘든 시간들의 기록, 인사발령이나 죽음의 길로 떠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일의 소소한 행복감 등 잔잔하면서도 명랑한 톤으로 담긴 수도원의 일상을 통해 그 안에서 생활하는?사람들의 살아 있는 호흡을 느끼게 된다.
며칠 고단했던 심신이 이제는 조금 풀리는 느낌. 미뤄뒀던 빨래도 하고, 성체조배도 하고, 방 정리도 하고……. 조금씩 일상도(日常道)의 기쁨을 찾아가는 중이랄까.
20년 전에 심은 느티나무가 지금은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된다. 밖에 나가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지만 집안에서만 왔다갔다하며 자연과 사물과 인간을 관찰하는 시간도 새롭고 재미있고 유익하다. 앉아서도 먼 길을 달려가는 민들레의 기도 속에……. 2010. 5. 25.
누가 나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한다 해서 들뜬 마음을 갖지 않고 담담해지기……. 누가 나에게 근거 없는 험담이나 비난을 한다고 해서 속상해 하지 말고 담담해지기…….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하느님만이 영원하시다! 2010. 6. 24.
약 보름간의 출장에서 돌아왔다. 경기도에는 하도 비가 많이 와서 움직이기 힘들었으나 부산에 오니 비는 내리지 않았다. 타고 오는 기차 안에서 오늘은 졸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지. 모든 생각들을 잘 익히고 키우면 시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마당엔 분꽃들이 환히 웃고 있고, 내 자그만 방에 들어오니 새삼 반갑고 정겹고 기쁘네. 패랭이꽃과 강아지풀로 장식한 환영의 꽃들, 새로운 임지로 떠나는 수녀가 두고 간 고별의 쪽지, 공동세탁실에서 갖다 둔 88번이 새겨진 빨래들, 우편물들, 살짝 열어 둔 창문 모두가 다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시간 시간을 더 반갑게, 기쁘게, 소중하게 아껴 써야지. 나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 더 많이 감사하면서, 더 많이 기도하면서 나의 시간들을 길들이는 지혜를 주십사고 기도한다. 2010. 9. 11.
일종의 무력증에 빠지려는 자신을 의식적으로 일으켜 세우며 성탄 편지도 쓰고, 객실의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골목길이나 우체국에서 동네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고……. 아무튼 자기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암환자들은 우울증이나 자폐적인 성향으로 기울기가 쉬운 듯해서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0. 12. 1.
제4장 <누군가를 위한 기도_기도일기>에는 군인들을 위한 기도, 사제를 위한 기도, 교사를 위한 기도 등 주제를 가진 기도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어느 날 병원에서-의사 선생님께>에는 암 치료를 위해 오간 병원의 의사에게 오히려 그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글 속에서 육체적인 병의 치료를 받으면서 마음의 치유를 전할 수 있는 그 넉넉함을 배우게 된다.
또 다시 가는 한 해,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기도하렵니다.
‘참 고마워요. 힘들어도 아름다운 일 년이었어요!’
또 다시 오는 한 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기도하렵니다.
‘참 고마워요. 또 하루하루 살아갈 새 힘을 당신이 주실 거지요?’
-<감사하면 할수록>에서
제5장 <시간의 마디에서_성서묵상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1998년~1999년 두 해에 걸쳐 매일 적어 나간 묵상일기를 발췌해 실었다. 수도자로서의?이해인 수녀의 모습과 그의 간구를 여과 없이 느끼게 해준다.
1999년 4월 18일 일
주님.
세상 떠나는 순간까지 늘 감동할 수 있는 뜨거운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사람들과의 만남 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그 사이에 사랑의 식탁이 차려질 수 있게 하소서.
1999년 6월 26일 토
주님, 제게까지 몸과 마음의 아픔을 호소해 오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편지로, 전화로, 방문으로…….
아프다, 아프다 외치는 이들…….
“나를 잊은 건 아니지요? 수녀님마저 저를 잊으면 저는 설 수가 없어요.”라고 호소해 오는 이들에게 저는 “내가 가서 고쳐 주마.” 할 수도 없고…….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주십시오!
1999년 7월 26일 월
땅에 점같이 작은 꽃씨를 심어 보니 알겠습니다. 조그만 것, 힘없이 약해 보이는 것의 그 대단한 위력을……. 작은 것이 작은 것이 아님을…….
매일 매 순간을 ‘작은 일에 대한 충실’로 살게 하소서!
제6장 <그리움은 꽃이 되어_추모일기>에는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다간 우리 시대의 어른들과 이해인 수녀가 맺은 우정과?그리움, 애틋함의 무늬가?새겨진 추모의 글들이 담겨 있다. 피천득, 김수환, 김점선, 장영희, 김형모(《십대들의 쪽지》발행인), 법정, 이태석, 박완서……. “미리 생각하는 이별은 오늘의 길을 더 열심히 가게 한다”고 애써 슬픔을 감추고 존경하는 분과 다정했던 벗을 떠나보내며 쓴 글들은 곁들인 사진과 더불어 읽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내가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는 꿈을 꾸고/ 울다가 잠이 깬 아침// 눈은 퉁퉁 붓고/ 몸은 무거운데/ 눈물이 씻어 준/ 마음과 영혼은/ 맑고 평화롭고/ 가볍기만 하네//창 밖에서 지저귀던/ 새들이 나에게/ 노래로 노래로// 말을 거는 아침// 미리 생각하는 이별은/ 오늘의 길을/ 더 열심히 가게 한다고/ 눈물은 약하지 않은 힘으로/ 나를 키운다고/ 힘이 있다고
-이해인, <눈물의 힘> 전문
언젠가 저더러 항암치료 받느냐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하니 연민의 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래? 대단하다 수녀!” 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힘든 치료를 하는 이들에게 종종 “대단하세요, 정말!” 하며 추기경님의 그 표현을 흉내내어 보기도 합니다.
-<그리운 사랑의 바보 김수환 추기경님께>에서
수단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톤즈의 해맑은 청소년들을 위해 현지인과 똑같이 적응하려 애쓰며 부서지고 부서진 그 사랑은 이제 더욱 빛나는 슬픔이 되어 모든 이를 하나로 모이게 하네요. 자신만을 위하여 안일하고 이기적으로 사는 삶은 더 이상 바람직한 삶이 아니라고 침묵으로 강하게 소리치고 계시네요. 불러도 대답 없으신 이태석 신부님, 아아 우리 신부님 !
-<사랑의 눈물 속에 불러 보는 이름_이태석 신부 선종 100일 후에>에서
문학은 삶에 대한 감사함이라고 일러 주신 선생님, 꿈에서라도 다시 뵙고 싶은 그리운 선생님, 선생님을 보내 드리는 고별식에 참석하고 하관예절까지 다 지켜보고 왔는데도 이 세상에 안 계시다는 것이 실감되질 않네요. 제 방에 수북이 쌓아 둔 각종 일간지에 선생님의 웃는 얼굴이 실린 기사를 보면서도 “이분이 왜 여기 계실까?” 의아합니다. 추억이 많은 그만큼 눈물도 그치지가 않습니다.
-<많은 추억은 많이 울게 하네요!_박완서 선생님을 그리며>에서
마지막에 담긴 시 <여정>에는 이해인 수녀가 투병의 고통 속에도 놓지 않은 삶에 대한 기쁨과 감사 그리고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담겨 있어 뭉클한 따뜻함을 안고 책장을 덮게 해준다.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순례자// 강원도의 높은 산과/ 낮은 호숫가 사이에 태어났으니/ 나의 여정은 하루 하루/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고/ 물 위를 걷는 것과 같았네// 지금은/ 내 몸이 많이 아파/ 삶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내 마음은/ 산으로 가는 바람처럼/ 호수 위를 나르는 흰 새처럼/ 가볍기만 하네// 세상 여정 마치기 전/ 꼭 한 번 말하리라/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이에게/ 가만히 손 흔들며 말하리라// 많이 울어야 할 순간들도/ 사랑으로 받아 안아/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아름다웠다고
-이해인, <여정> 전문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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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글... 고맙습니다.
룰루랄라 2012-02-0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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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울림
슬이아빠 2011-06-2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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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안에 이해인님의 시와 사진들 지인들과의 편지까지 한폭의 수채화입니다♡
책바라기 2011-06-10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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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야 잎이 보이는 것을.. 저는 왜 모르고 급히만 살았을까요..
성공한다 2011-08-18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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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해인 책입니다 ^^ 땡스 2 !
지금공부 2011-04-26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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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
아름다운 꽃향기가 피어날 것 같은 책을 한아름에 안아본다.
이해인 수녀님의 포근하고 따스한 인품이 물씬 묻어나는 책을 한아름에 안아본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기쁨을 나누듯이 나를 보고 있는 책이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라 더욱
다가온다는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처럼, 평소에 별로 친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단점보다
는 장점이 더 크게 보인다는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처럼 , 어쩜 우리에게 한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지혜를 깨닫게 하는 책인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진작 알아차리는 못하는 우리의 삶을 조용히 타이르고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6장의 그리움은 꽃이 되어에서는 피천득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을,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그리움을, 김점선 화가님에 대한 그리움을, 장영희님에 대한 그리움을,
김형모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을, 법정 스님에 대한 그리움을,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그리움을
마지막으로 박완서 작가님에 대한 그리움을 이해인 수녀님 만의 색채로 그려낸 추모일기가
나의 맘에 촉촉하게 적셔온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읽노라면 한없이 작아지고, 한없이 낮아지는 나를 느낀다.
수녀님이 그랬던것처럼.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노라면 세상 욕심 다 부질없음을 느낀다.
수녀님이 그랬던것처럼..
하지만 아직도 그 내려놓지 못하고 삶의 무게에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인 수녀님은 작은 쉼터가 되어주신다.
잠시 무거운짐 내려놓고 쉬어가라고
그루터기를 내어주신다. 이 책과 더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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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지 2016-07-02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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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소식이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새책 소식이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1. 이해인 수녀님 소식을 듣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곁을 떠나신 여러 분들처럼, 마지막 소식이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서였습니다.
몇 년째 암으로 투병하고 계십니다.
2. 최근에 박완서 선생님 다큐에서 수녀님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큐를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 글할 길이 없네요.
크고 좋은 화면으로 찾아봐야겠습니다.
3. 중학교 1학년 보충수업 시간이었습니다.
국어 선생님께서 수업과 관계없는 프린트물을 내 주셨는데
거기에는 박노해 시인의 "손무덤"도 있었고, 피천득 선생님의 "엄마"라는 수필도 있었습니다
4. 제가 수녀님을 처음 인지한 것이 중학교 1학년,
국어 보충수업 시간 프린트물을 통한 수녀님의 시 "몽당연필"
5. 그 뒤 서점에서 <민들레 영토>,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내 혼에 불을 놓아> 등을
구입해서 읽고 또 읽는 수녀님의 팬이자 문학소년이었습니다.
5. 새로이 들은 수녀님 소식은 다행히 새 책 소식입니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라는 산문집을 새로 내셨습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를 여러번 속으로 외쳤습니다.
6.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많은 생각을 몰고 오는 제목입니다.
꽃의 화려함을 뒤로하면 다른 많은 것들이 보이는데
우리는 꽃의 화려함에 정신을 잃고 잎의 푸르름을 보지 못합니다.
7. 글은 언제나 그랬듯이 쉽고 담백합니다.
미사여구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심심하겠지요.
그러나 수녀님의 오랜 독자들은 솔직함, 담백함을 여전히 좋아합니다.
8. 작년에 가신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 김점선 화가, 장영희 교수님, 이태석 신부님 등등...
살아있는 이들보다 떠나신 분들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옵니다.
9. 시인은 항상 작은 것도 소흘히 한 적 없는 분이셨지만
투병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떠나고 없음에
이전과 다른 묵상을 하셨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10.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동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 이해인, <잎사귀 명상> 전문
11.
박완서 선생님께서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주시기로 했는데,
먼 곳으로 가시는 바람에 1년전 받은 편지로 추천사를 대신 했답니다.
12. 암투병으로 성모병원에 입원해 계셨을 때,
p253. 어느 날 내가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추기경님이 오히려 먼저 나를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오셨다. 당시에 나는 평생을 기도하고자 수도원에 온, 말하자면 봉헌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몸이 아플 때는 사람들이 문병 와서 계속 기도만 해주는 것에도 거부감이 생겼다. 물론 수도자로서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님의 고통을 그 어느 때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했지만, 열이면 열 명이 모두 그렇게 말할 때는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다. 인간적인 위로를 먼저 해주고 그 다음에 기도하라고 해도 늦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때 내게 누구보다 인간적인 위로를 건네셨던 분이 바로 옆방에 입원해 계시던 김수환 추기경님이었다. 병실로 불러 주셔서 내가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그분의 방에 갔을 때, 추기경님이 나한테 물으셨다.
"수녀도 그럼 항암이라는 걸 하나?"
그래서 내가 "항암만 합니까, 방사선도 하는데." 라고 대답했더니 추기경님은 무언가 가만히 생각하시는 듯했다. 나는 추기경님이 주님을 위해서 고통을 참아라,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대단한 고위 성직자이고 덕이 깊은 그분의 입에서 나온 말씀은 주님이라든가 신앙, 거룩함, 기도 같은 것이 아니었다. 추기경님은 연민의 정 가득한 눈빛으로 이렇게 딱 한마디 하셨다.
"그래? 대단하다. 수녀."
그 한마디, 인간적인 위로를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다. 추기경님의 그 한마디 속에 모든 종교적인 의미와 가르침이 담겨 있었다. 덕이 깊은 사람일수록 그처럼 인간적인 말을 하는 것임을 그날 깨달았다. 그 이후로 나는 힘든 치료를 하는 이들에게 종종 "대단하세요, 정말!" 하며 추기경님의 그 표현을 흉내 내어 보기도 한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흙장난의 책이야기블로그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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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lee 2011-04-06 공감(1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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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할 게 많은 일상!!
이 책은 클라우디아 수녀이신 이해인 수녀님의 산문집이다.
여기저기에 기고한 글의 일부와 기도일기, 친구들에게 보내는 우정일기, 먼저 먼 길 가신 지인들에 대한 추모일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수녀님은 몇 년 전부터 암을 치료하기 위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서 지내신다.
내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우울증을 앓기도 하며 매사에 짜증이 많이 난다.
수녀님은 수행자여서 일까? 병마와 싸우면서도 매사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주려 애쓰신다.
본인도 환자로 있으면서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과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매일 보던 꽃잎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아침에 눈 뜨면 보이는 일상의 당연함까지도 감사하는 눈이 생겼다고 하신다. 몸이 아프고 나서 더 아픈 사람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고,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하신다.
하지만 수녀님도 사람인 까닭에, 치료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인간적인 속내를 보이기도 하신다.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너무 고통스러운 한때에는 방문객들이 와서 의례적으로 하는 얘기에도 짜증이 일어 한동안 방문객을 만나고 싶지 않아 마음을 닫은 적도 있으셨다 한다. 그 부분에서는 참 인간적이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 TV나 책으로만 만나는 유명한 수녀님이라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음에 사랑이 충만하고 오랜 수행자의 길을 걸은 수녀님에게도 견디기 힘든 치료과정이라 생각하니 ’암’이란 병이 무섭게 다가오기도 했다.
수녀님이 아프다는 뉴스가 나가고 나서 부쩍 아픈 사람의 소식이나 먼 여행길에 오른 소식이 더 많은 듯 하다.
하느님 곁에 먼저 간 소중한 사람이나, 병상에 있는 가족을 위해 기도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한다.
수녀님도 아픈데 ’하하하’ 웃는 좋은 뉴스가 아니어서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아픈 사람 생각하면서, 죽은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면서 한번 더 아픔을 느껴야 할텐데,
부탁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암튼 좀 속상하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이해인수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항상 미소 짓는 모습이다. 선하고 부드럽게 웃는 모습이 편안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에서 느껴지는 소녀같은 수녀님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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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주연 2011-05-11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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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낌없이 사랑할 시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도 모르게 사르르 단잠에 빠져들 것만 같은 사람이 있다.
눈빛의 대화만으로도 긴 이야기를 아주 오래도록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날 때마다 우리네 마음과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강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의 마음 속에는 모든 인류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해인 수녀님의 책은 참 오랜만이다.
반가운 마음에 선뜻 주문을 하고 택배를 통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었다. 언젠가 <민들레 영토>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그때만 해도 수녀님의 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런 기교도 없이 맑고 담백하게 쓰여진 시.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이게 무슨 그림이야! 나도 이런 건 그릴 수 있겠다!” 고 우스갯소리를 하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시는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차츰 이해인 수녀님의 글이 좋아졌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책을 펼치면 책 갈피마다 향기가 피어나는 듯하고, 투명한 영혼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다(海)와 논어의 인(仁)을 좋아해서 해인이라는 필명을 지었다는 클라우디아 수녀님. 암 투병을 하면서 고통도 행복임을 알게 되었다는 말에 가슴이 짠하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됐으며 1장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일상의 나날들’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사람, 계절의 변화와 기억 등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잡아낸 생각들을 수도자가 아닌 일반인의 감성으로 담담히 적고 있다. 법정 스님과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담은 ’스님의 편지’에서는 다정한 미소를, ’따뜻한 절밥 자비의 밥상’, 김용택 시인에게 보내는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등에서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가 하면, ’어머니를 기억하는 행복’에서는 어머니를 그리는 딸의 그리움이 읽는 이의 가슴에 진한 슬픔으로 스며들게 만든다.
2장 ’어디엘 가도 네가 있네-우정일기’에는 수녀가 10여 년간 쓰고 지우며 쌓아 온 우정에 대한 단상 60여 편이 담겨 있다. 힘든 때일수록 서로 사랑하면 된다고 서로 격려해준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이 오롯이 배어있다.
3장 ’사계절의 정원-수도원 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2010년 한 해 동안 수도원의 일상을 적어 내려간 일기가 담겨 있다. 치료의 고통을 견디는 힘든 시간들의 기록, 인사발령이나 죽음의 길로 떠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일의 소소한 행복감 등을 읽노라면 수녀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닜다.
4장 ’누군가를 위한 기도-기도일기’에는 군인들을 위한 기도, 사제를 위한 기도, 교사를 위한 기도 등 주제를 가진 기도일기가 수록됐고, 5장 ’시간의 마디에서-성서묵상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1998년~1999년 두 해에 걸쳐 매일 적어 나간 묵상일기를 발췌해 실었다.
마지막 6장 ’그리움은 꽃이 되어-추모일기’에는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다간 우리 시대의 어른들과 수녀가 맺은 우정과 그리움, 애틋함의 무늬가 새겨진 추모의 글들이 담겨 있다.
피천득, 김수환, 김점선, 장영희, 김형모(’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법정, 이태석, 박완서씨 등. "미리 생각하는 이별은 오늘의 길을 더 열심히 가게 한다"고 애써 슬픔을 감추며 상실의 아픔을 담담히 견디는 모습이 더욱 애잔하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유난히 좋아하여 기도처럼 <서시>를 외우며 살았고, 어쩌면 그 시의 영향으로 수도자의 삶을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견뎌왔는지도 모른다고 고백하는 수녀님의 고운 마음결이 글자 하나하나마다 하얀 벚꽃으로 되살아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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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1-04-2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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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보물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보니 문득 오래 전 수녀님의 시를 읽고 외우고 그것만으론
부족해서 편지 말미에 꼭 수녀님의 싯구를 에쁘게 옮겨적어서 보내곤 했던발머리
소녀가 생각났습니다.
세월이 훌~쩍 흘러 어느새 엄마가 되어 다시금 만난 수녀님의 모습과 글에서는
여전히 맑고 정화된 기운이 전해져옵니다.
수녀님의 글을 읽는 마음이 설레이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건강하셨으면 참 좋을텐데...라는 부질없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소풍을 떠나신 분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몽땅
대신하고픈 욕심이 발목을 잡기때문인가봅니다.
진달래, 목련, 개나리, 벗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서 꽃샘추위로 봄이 온듯만듯
헷갈리는 우리에게 따뜻한 봄이 가까이 왔다고 소식을 전해주었지요.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서일까요? 색색의 꽃들이 유난히 예뻐 보이는 것은,
세상이 환해진 것 같고 나들이를 가야 될듯 마음마저 들뜨게 되는 것은요.
연두빛 새순이 돋았던 나뭇잎새들이 나날이 점점 짙어져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나무그늘도 점점 커져 가더라구요. 이 지독한 황사가 물러가고나면
화사한 햇살이 눈 부신날, 시원한 나무 그늘이 드리운 벤치에 앉아 다시
구름 수녀님의 일기, 편지, 시를 읽고 싶습니다. 꼭.
요즘은 매일이란 바다의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합니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주변에 보물 아닌 것이
없는 듯합니다. - 여는 글중에서
난 순수한 마음으로 가까운 이들을 대한 진심과 사랑을 듬뿍 담아서...
그 누군가를 위해서 두 손모아 기도를 한 적이 있었을까?
고통스러운 병과의 싸움,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님, 박완서님, 법정 스님 등
사랑하는 이들을 저 먼 곳으로 떠나보낸 뒤 삶이란 더욱더 소중한 것임을, 매
순간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수녀님의 말씀이 새삼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시간이었답니다.
또다시 오는 한 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기도하렵니다.
’참 고마워요. 또 하루하루 살아갈 새 힘을 당신이 주실 거지요?’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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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이끼 2011-05-03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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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생각들이 예쁘게도 녹아있는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
참 예쁜 책이었다. 그림도 글도.. 유명하신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부끄럽게도 처음 제대로 접해보았다. 이 예쁜 책을 읽고, 책에 생각을 이렇게도 아름답게 녹여낼 수 있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름답게 억지로 꾸며낸 말들이 없이도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심이 담긴 글, 세상의 쓰디쓰고 달콤한 모든 맛들을 느끼고 난뒤에야 가능한 것일까?
책 속에는 수녀님께서 쏟아낸 예쁜 말들,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판, 그녀의 기도,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상에서 끄적거린 그녀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녀님의 기도가 담긴 부분은 다소 종교적일지 모르나, 종교와 상관없이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 그녀의 추모편지들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부러워할것에 대해 부러워하고, 본받을 것에 대해선 본받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정말 쇼크였던 부분은 다른이를 험담한 자신을 반성하는 부분이었다. '아, 수녀님도 사람이었구나' 하고 피식 웃어보았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솔직한 책이 아닌가? 다름을 이해하고, 이기심을 줄이고, 한번 더 생각하라는 수녀님의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또 그녀는 '마음에 드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내 맘에 안 드는 사람을 진정으로 환대하고 받아들일때 서로 막혀있던 통로가 트이고,조그만 사랑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그리고 이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음을..]
나는 여태껏 싫어하는 누군가에 대하여 '저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다'며 먼저 기피하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외면한다는 것이 이기는 줄만 알았다. 세상 사람들 모두를 사랑으로 감싸안으려는 시도는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다시 한번도 보지 않으려는 좁은 마음을 가지는 건 정말로 용기없는 일이 아닌가? 그녀는 책 속에서 몇번이나 나에게 아름다운 말들로 교훈을 남겨주었다.
나를 정말 가까이서 위로하고 매만져주었던 시가 있어 한번 읊어본다.
사소한 걱정과 불안을 안고 속으로 끙끙 앓아대던 나에게 거의 눈물날 정도로 위로가 되는 시였다.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심각치 않게 여기지 않는 대담함을 가지라고, 너무 많은 것에 신경쓰지말라고. 아마 지금의 청춘들, 그리고 삶의 무게가 벅차는 누군가에게도 마음 속 위안이 되는 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 글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
[우리가 한 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꽃이 지고나면 그제서야 잎이 보이는 것처럼 어떤 것에 대해선 조금은 눈을 감고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꽃이 지기전에 잎을 볼 수 있도록 나를 재촉하고 다독여본다. 그리고 수녀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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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리니 2012-10-1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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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의 위로
부끄럽게도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처음 읽었다.
왠지 나와는 너무 먼 거리에 계신 분인 것 같아 지레 어렵게 생각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수녀님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절에 가서 공양을 할 때 실수로 국을 쏟지는 않을까, 너무 빨리 먹은 건 아닐까, 또 많이 먹은 건 아닐까 하며 긴장하는 모습 속에서 수녀님도 결국은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 고민중 하나가 바로 먹는 습관이다.
똑같이 밥을 먹어도 난 항상 일등으로 밥을 먹는다.
게다가 요즘은 잘 흘리기까지 한다.
한번도 아니고 두 세번씩 흘리고 나면 내 자신이 막 싫어지면서 주변사람들을 살피게 된다.
혹시라도 나를 게걸스럽게 밥먹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절제를 기본으로 해야 하는 수행자라도 밥만은 아주 복스럽고 맛있게 먹어야 보기가 좋고 옆에서도 부담을 덜 느낄 것이다. 밥상에서는 너무 드러나지 않게, 남이 눈치채지 않게 아주 조금씩 절식하는 노력이 더 아름답다고 본다.(20쪽)
너무 드러나지 않게, 남이 눈치채지 않게 아주 조금씩 절식하는 노력...(깊이 새겨야겠다)
이해인 수녀님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면서 또 나와 확실히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
수녀님의 시 <잎사귀 명상>을 읽으면서 세상 모든 이를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끌어 안을 수 있는 그 넓은 마음에 감탄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나'라는 꽃이 지고 나면 어떤 잎사귀가 보일까? 둥근? 길쭉한? 뾰족한?
둥근 잎사귀에 마주나기잎이면 좋겠다. 어긋나기잎은 왠지 삐딱해 보이고, 돌려나기잎은 너무 빡빡해 보이고, 무리지어나기잎은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꽃이 지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욕심꾸러기인 모양이다.
나는 요즘 이 책을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고 있다.
수녀님이 언급한 사람, 책, 노래 등 어느 하나 그냥 흘려듣지않고 노트에 적고 찾아보고 들어본다.
수녀님의 시 또한 소리내어 읽어보고 또 읽어본다.
본디 시를 즐길줄 모르는 나인데 수녀님의 시는 자꾸 읽게 된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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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011-05-0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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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고 기분 좋은, 그리고 깊은 향의…
늦은 밤, 한 잔의 커피를 내리고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지난 며칠을 만회(?!)하고자 늦은 밤에 커피 한 잔과 책을 준비하게 된 것이었다. 빨리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랬던 것인지, 드립을 너무 성의 없이 했던 모양이다. 커피가 맛이 없게만 느껴져 한모금만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본연의 목적인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다시 손이 가서 마신 조금 전의 그 커피는 좀 전과는 전혀 다른 맛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커피의 맛이 그날의 느낌이나 그 순간순간의 분위기에 많이 좌우된다고 하지만 이렇게 확연히-그것도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늦은 밤, 맛없던 커피마저 아주 향긋하고 맛있는 커피로 만드는 그런 힘을 가진 책이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였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이제는 고인이 되신 박완서님의 편지로 대신한 서문으로 시작된다. 책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울컥 뭔가가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는 글을 시작으로 수녀님의 -감히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예쁘고 정말 깨끗한 글 하나하나에 금세 마음은 진정되고 밝아진다. 물론 그 역시도 같은 감정으로만 계속 가지는 않는다. 전체 6장으로 이루어져있는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부터, 우정에 대한 이야기, 수도원의 일상, 다양한 이들을 위한 기도일기, 묵상일기,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이들에 대한 추모의 글들을 담은 이야기들이 차례대로 담겨있다. 그 속에서 감사, 행복, 격려, 위로 등의 다양한 축복들을 만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만나기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과 관련된 또 다른 어떤 것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감사, 격려, 위로, 희망, 축복 그리고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나에게는 이해인 수녀님이 그랬다. 아무것 없이도 ‘이.해.인’이라는 세글자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단어들로는 전혀 표현되지 않을 따뜻함으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숨차게 바쁜 것인지?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성급함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P34
그저 이 책이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만을 전해줬다면 그냥 한 번의 위안으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수녀님의 예쁜 글들은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동안의 내 삶은 어떠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요즘 계속해서 뭔가에 쫓기듯 불안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괜스레 짜증만 내고 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행동은 그렇게 되지 않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내 삶을 생각하고 계획하게 만든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감사, 행복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느낌을, 나를 감싸고 있던 분위기를 바꾸어 커피의 맛을 다르게 느끼게 했듯이, 나를 조금씩 바꾸어가게끔 하는 것이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라는 단 한 줄의 책 제목으로도 충분히 많은 생각들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 책 속의 글들을 하나씩 마음에 새기다보면 그 이상의 생각과 삶을 안겨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어떤 커피보다도 진하고 기분 좋은, 그리고 깊은 향-어쩌면 감히 커피의 향을 이 책과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이 나는 책,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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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르코 2011-05-12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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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 마다 맺힌 삶의 기록. 이해인.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봄이 깊어 침대를 창가 밑으로 옮겼습니다. 요 며칠은 비까지 내려주어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책읽기가 더욱 달콤합니다. 가끔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는 책이 있는데 이해인 수녀님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가 그러했습니다. 여기저기 인용된 글은 수없이 보았으나 이렇게 제대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은 접한 것은 처음인데 생각했던 마음 그대로 글은 소박하고 정갈합니다. p.23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꽃이 지는 통증을 지나고 나야 열매를 맺듯이 소중함을 간과하기 쉬운 본질적인 것들에 대하여 따뜻한 음성으로 전해주는 이야기를 나를 몇번이나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하고 그자리를 맴돌며 읽고 또 읽어봅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3년간의 암투병의 고통과 잇따른 지인들과 이별으로의 슬픔을 통하여 삶의 한가운데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 기쁨과 감사를 일상의 언어로 담담히 고백합니다. p.129 "자신의 삶이 어떻게 꽃피었는지, 또 꽃필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식물의 생명이 물을 요구하듯이 우리에게는 눈물이 요구된다. 흘린 눈물의 양이 사람을 승화시킨다." 그 마음의 맑음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니, 나도 그 마음을 닮아야겠다는 무리한 욕심도 내어봅니다. 그리고 나는 유독 시가 어려워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해인 수녀님을 통해 시를 만나니 한결 가볍고 즐거움이 동합니다.
p. 60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군요.
아-
그대 생각을 빠트렸군요.
- 윤보영. 커피
수녀님이 가장 좋아한다는 윤동주님의 서시도 다시 읽어봅니다. 어린 기억 교과서 안의 지문으로 읽었던 밋밋했던 글자에 깊은 호흡이 담아집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은 선한 마음은 어디에서 얻어지는 것일까요. 아마도 하늘에서 미리 점을 찍어두지 않을까, 하고 쿡 웃어봅니다. p. 221 1998년 9월 17일 목 행여라도 편견을 갖고 사람들을 대하지 않도록, 무심결에라도 무시하는 말이나 몸짓으로 상처를 주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겠습니다. 누구라도 단죄하거나 함부로 비난하는 독선을 범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저입니다. 저는 약해서 두려우니까요. 자주 실수하니까요. 콧날이 시큰하고, 글씨가 흐릿해집니다. 타고난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수녀님의 모습에서 발견한 약함은 이만큼의 깨달음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도와 묵상이, 수행과 노력이 필요했을지 하고 짐작하며 감히 그 마음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장은 그리움으로 꽃을 피운 추모일기인데, 나도 그만 마음이 멍울멍울 하여 잠시 쉬어 갑니다. 피천득 선생님, 김수환 추기경님, 김점선 화가님, 장영희 선생님, 김형모 선생님, 법정 스님, 이태석 신부님, 박완서 선생님 많은 이들의 마음에 별로 새겨진 이름에 그리움이 깊어 집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그리운 사람이었을까요? p.60 가까운 이들과 화해하기 힘들다고 고백하는 이들에겐 '백년 살 것 아닌데 한 사람 따뜻하게 하기 어찌 이리 힘드오."라고 표현한 김초혜 시인의 <사랑초서>의 일절을 들려주면 다들 좋아한다. 늘 '시간이 너무 빨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내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정인듯 살아갑니다. 그리 긴 세월도 아니었는데 등을 돌리고 걸어 온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부끄러움에 한숨이 깊어집니다. p.74 마음에 드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 안 들고, 성격도 안 맞고, 하는 일마다 못마땅하게 생각되는 어떤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서 그것이 사랑으로 변할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승리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는 아직 승리할 그릇이 못되니까 조금 더 기다려야 겠습니다. 억지로 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니까요.
시간이 마음처럼 나지 않아서 토막토막 읽는 시간 내내 다음 장을 읽고 싶어 얼마나 조바심을 냈는지, 그래도 읽는 시간 동안 마음이 따뜻했더랬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품고 사시는 이해인 수녀님 닮은 고운 글씨가 너무 많아 읽는 내내 메모를 하며 감탄도 하고 찔림도 얻습니다.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 부디 건강하세요. 늘 수녀님의 삶이 좋아하시는 봄날 같기를 멀리서 기도합니다.
+) 밑줄the
p.24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못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p.113
행복의 얼굴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닙니다
p.128
누가 나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한다 해서 들뜬 마음을 갖지 않고 담담해지기……. 누가 나에게 근거 없는 험담이나 비난을 한다고 해서 속상해하지 말고 담담해지기…….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p.131
"성공하려면 반복된 생활을 계속하면 된다. 돈에 대한 욕심, 인기에 대한 욕심, 사람에 대한 욕심 다 버리고 '생활의 달인'처럼 살아가면 그게 성공인 거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똑같은 패턴으로 생활하며 어느 순간 '내가 발전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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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 2011-05-21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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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산문집/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누군가를 떠나 보내면 그 빈자리가 더 아쉬워 보인다는
수녀님의 말을 따사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덧 수녀님과 함께 울고 웃던 지기들이 한 명 두 명 세상을 등지고 있었습니다.
또 만나자는 약속이 무색하게 갑자기 떠나버린 그들에 대한 수녀님의 가슴 절절한 그리움과
아쉬움들이 글의 전반에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맺고 그 인연을 소중히 지키면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수녀님의 그리움 한 조각
조각들을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붙여보는 사이 그 그리움들이 마음에
커다란 동굴을 남기고 간 것 같았습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둘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 이해인,(잎사귀 명상) 전문
매일의 묵상과 누군가를 위한 기도 그리고 시간의 소중함과
그리움이라는 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는
쇠잔해져 가는 육신은 빛을 잃어가면서도 여전히 작은일에 대한 자책과
후회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수녀님의
소녀같은 감성이 페이지 마다 곱게 접혀 있었습니다.
어머니 같은 큰 마음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을 안아주고 있는 수녀님의 글을 읽으면서
어찌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욕심 한 자락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기쁨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들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 준
비단 옷을 차려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 이해인.(작은 기쁨) 전문
항상 작은 것에 기뻐하고, 하루 한 순간도 소중하게 여기며,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있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
하루 세 끼 굶지않고 먹을 수 있는 은혜와, 하늘과 바다를 볼 수 있고,
좋은 책과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기뻐한다는 수녀님의 노력하는 마음에서
성서의 한 구절이 절로 떠오릅니다.
항상 기뻐하고 항상 감사하라는 결코 쉽지 않은 말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일상에서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하시는 수녀님 에게서 청정한 구도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한줄기 신선한 바람이 가슴 한 구석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미사도 참석하지 못하고,냉담자 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다니는 저에게 수녀님의
꽃과 같은 향기와 반짝반짝 빛나는 영성의 기도문들은
구절구절 머리를 옥죄는 가시관이 되기도 하고 못 박힌 상처를 어루만지는
나이팅게일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 집을 바라보면
잠시 낮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써이는 마음
그래서 집은 고향이 되나 보다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금방 보고 싶은 사람들
주고받은 상처를
서로 다시 위로하며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다
따듯한 눈길로 하나 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언제라도 문을 열어 반기는
우리 집 우리 집
우리 집이라는 말에선
늘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
고마움 가득한 송진 향기가 난다
- 이해인,(우리 집) 전문
사랑은 가족4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수녀님 역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글과 사로써 역설하고 계십니다.
미소지을 시간과 서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는 우리들에게 가정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랑과 헌신 봉사를 실천해야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방황하는 소녀들과 임시로 가정을 꾸리고 부엌일을 하시던 수녀님, 그리고
무의탁 노인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는 수녀님들의 모습에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속세를 떠난 수녀님 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들에 대한 애정 마저 놓을 수는 없는
인간적인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님과 고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만난적은 없지만
자신의 삶을 바쳐 톤즈의 한 부분이 되어가신 고 이태석 신부를 그리는 마음에서
수녀님이 사람들간의 인간적인 교류와 인연에 대해서
더욱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작은 스침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조그만 인연도 소중히 간직하고 기억해내는
수녀님에게 세상과의 인연은 더없이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병상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도하고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아마 모를 것입니다.
비록 책으로 만나는 수녀님 이지만 보석보다 빛나는 글에서 수녀님의
따듯한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순례자
강원도의 높은 산과
낮은 호숫가 사이에 태어났으니
나의 여정은 하루하루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고
물 위를 걷는 것과 같았네
지금은
내 몸이 많이 아파
삶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내 마음은
산으로 가는 바람처럼
호수 위를 나르는 흰 새처럼
가볍기만 하네
세상 여정 마치기 전
꼭 한 번 말하리라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이에게
가만히 손 흔들며 말하리라
많이 울어야 할 순간들도
사랑으로 받아 안아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아름다웠다고.....
- 이해인 2010.7.12 즉흥시(여정)
별이되어
http://blog.naver.com/oneyefishl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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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되어 2011-05-0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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