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5

알라딘: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이도흠 2000

알라딘: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2000-12-13

양장본355쪽

책소개

일연의 <삼국유사>는 삼국의 역사 외에 우리 민족의 신화·전설·설화·향가 등이 풍부히 수록되어 있는 귀중한 고전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원형과 이미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삼국유사>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러한 상징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설화와 역사가 뒤엉켜 있는 <삼국유사>의 실제 의미를 어떤 방법으로 읽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그 답안으로 '화쟁기호학'이라는 독자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화쟁기호학'이란, 텍스트 자체의 분석만을 중시하는 형식주의 비평과 예술작품을 
사회경제적 토대와 관련시켜 해석하는 마르크스주의 비평을 하나로 아우른 이론이라고.

저자는 이 이론에 따라 먼저 <삼국유사>를 하나의 텍스트로 놓고 이를 '반영상'과 '굴정상'으로 나눈다. 그리고 역사적 자료와 유물 등을 바탕으로 당시의 현실을 재구성한 '반영상'과, 신라인의 꿈과 무의식이 표현된 '굴절상'을 종합해 신라인들의 문화와 세계관에 실증적으로 접근해 나간다.

경문왕의 귀가 당나귀 귀가 된 것은 그가 말로 헌안왕을 속이고 왕위에 오른 것을 은유화한 거라든가, '두 해의 출현'이란 경덕왕이 전제왕권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귀족세력과 대립하던 것을 상징화한 것이라는 등의 새로운 해석들이 그 대표적인 예.

저자는 이같은 방법으로 '화쟁기호학'이라는 이론을 통해 신라의 시조 혁거세부터 경문왕, 처용랑에 이르기까지 <삼국유사>의 각 조목들을 새롭게 해석하며 신라인의 세계관과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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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신화와 설화,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중국이나 인도 문화에 침투당하기 전 한민족의 사유와 정서로 형성한 것이기에 그것은 우리 민족 고유의 원형과 상징, 이미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삼국유사를 제대로 알아야만 우리 민족문화를 제대로 구현하고 계승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 공통의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그 중요성에 비하여 연구가 미진했던 것은 삼국유사를 읽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애는, 용이 나타나 부인을 납치하고 두 해가 출현하는 등 《삼국유사≫에 나오는 황당하기까지 한 '사건'들을 그 시대의 문화적 맥락에서 올바로 읽어내는 것과 용, 혜성, 두 해의 출현 등 숱한 상징들을 일관된 원리로 풀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인문학이론,화쟁기호학으로 어떻게 삼국유사를 풀어냈을까

저자 이도흠은 '화쟁기호학'이란 독특한 방법을 써서 두 문제를 해결하였다. 화쟁기호학은 한 마디로 말하여 원효의 화쟁사상을 통하여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처럼 팽팽히 대립해 있었던 형식주의 비평과 마르크시즘 비평을 하나로 아우른 우리 인문학 이론이다.

형식주의 비평이란 것은 텍스트의 내적 구조를 분석하는 것으로 텍스트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텍스트 자체의 문학성을 드러내지만 예술과 문학을 구체적 삶에서 분리시키고 해석의 지평을 닫아버린다. 반면에 마르크스주의 비평은 예술작품을 그것을 생산한 사회경제적 토대와 관련시켜 해석하는 것이기에 구체적 삶과 관련된 해석의 지평을 펼치나 문학과 예술을 사회나 경제적 토대에 예속시킨다. 화쟁기호학은 삼국유사 텍스트의 내적 구조를 분석하면서도 이를 사회와 문화, 이데올로기와 연관시켜 해석하여 문학성과 구체적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수용자의 맥락에서 살피고 다른 텍스트와 서로 주고 받는 영향관계를 살펴 텍스트의 의미와 미적 가치를 끊임없는'진동'의 과정에 놓는 비평이론이다.

목차

- 머리말: 왜 삼국유사를 읽지 않는가

- 신라인을 만나기 위해



1. 풍류를 알면 신라가 보인다

2. 신라의 조상신들은 왜 산으로 왔는가

3. 선도산 성모 사소, 부처와 만나다

4. 황룡사를 세우니 신라가 곧 불국토라

5. 진지왕, 죽음으로 복사꽃 아씨를 사랑하다

6. 융천사, 한늘과 땅의 질서를 바로잡다

7. 불상 조각의 명장 양지, 지팡이를 부리고 영묘사를 짓다

8. 스치듯 부처님을 만난 신라인들

9. 혜공과 혜숙이 민중 속으로 들어가다

10. 저 미천한 광덕과 엄장이 극락왕생을 이루다

11. 다정다감한 통일전쟁의 영웅 대마로랑

12. 오대산에 화엄만다라의 꽃이 피다

13. 신라판 미시족, 수로부인과 늙은 농부의 로맨스

14. 둘이 아닌 원효식 수행과 의상식 수행

15. 두 김씨가 싸우니 하늘엔 두 해가 나타난다

16. 향가의 달인 월명사, 달조차 멈추게 한다

17. 경덕왕과 충담사, 서로 다른 꿈을 꾸다

18. 희명이 관음보살께 빌어 아이의 눈을 뜨게 하다

19. 조신, 꿈을 통해 무상을 체득하다

20. 경문왕, 당나귀 귀가 된 내력

21. 동해 용의 아들 처용, 귀신 쫓는 신이 되다.



- 신라인과의 만남을 끝내며

- 글쓴이의 관련 논문

-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P. 228 신라 불교는 누구나 간단한 수행만으로도 해탈할 수 있다는 이행도(易行道)를 추구하였다. 아미타불의 이름만 외쳐도 왕생할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신라인이다. 더구나 원효는 그들 속으로내려가 그들과 고락을 같이 하며 깨달음의 길을 열어주었다. 누가 원효를 좋아하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그들은 의상에 앞서서 원효가, 박박보다 부득이 먼저 성불을 이루게 한다. 시대를 초월하여 교조는 언제나 지성의 무덤, 인간의 해체자다.  접기 - dalgial

P. 79 신라인들은 그리 큰 탑을 쌓아 나 아닌 다른 중생들의 행복과 나라의 안녕을 빌었고, 고통의 삶에서 해탈의 삶으로, 속스러운 것에서 진정 성스러운 것으로 나가고자 하는 소망을 높이, 높이곰길어 올렸다. 이제 그 장육존상과 황룡사는 불타고 없다. 사라져선 더욱 아름답고, 더욱 신비한 황룡사. 탑은 구황동 빈 들에서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탑은 우리 마음속에서도 사라졌다.  접기 -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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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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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도흠 (지은이)

한양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학연구소 소장, 계간 『문학과 경계』 주간, 민교협 상임의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기호학회 회장,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 지순협 대안대학 이사장 재임 중. 지은 책으로 『화쟁기호학, 이론과 실제』,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 등이 있다.

수상 : 2016년 유심작품상

최근작 : <과학기술 글쓰기>,<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교사 인문학> … 총 28종 (모두보기)

이도흠(지은이)의 말

<삼국유사>엔 우리들만의 꿈이 있으며 우리들만이 고뇌하고 사랑하고 실천한 길이 있다. 우리들만이 세계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구조를 이루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우리들의 집단 무의식과 원형, 이미지와 상징들이 범벅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이를 읽으면 진정한 나를 안다. 내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그토록 사무치게 한 그리움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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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원효사상과 마르크스주의와 현대기호학을 연구하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신라인의 집단무의식으로 작용했던 풍류 만다라를 찾아내 계급갈등과 민족분단의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고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미당 선생은 '삼국유사' 종교의 신자였다.

  그 분의 '신라초'는 전적으로 '삼국유사'에 의존해 이미지를 구성한 시집이었다. 그 시집 안에서 사소는 세상의 욕망을 초월해 한 송이 꽃의 비밀을 탐색하는 구도자이고, 선덕여왕은 사랑을 나라의 법보다 중요하게 여긴 정치가였다. '0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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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이우일 기자 soraji@bookoo.co.kr

[2001/01/08]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시간 우리는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를 정사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삼국유사」의 경우 유사한 시기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이 황당하다는 이유로 야사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해가 둘이 나타나는가 하면, 바다의 용이 등장하기도 하고, 노래로 왜적의 침입을 물리치는 등 「삼국유사」는 역사적인 기록이라기보다는 신화나 전설, 야담에 가깝다고 본 것은 일면 타당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사회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다소 황당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이 담긴 「삼국유사」야말로 가장 적절한 텍스트로 활용될 수 있다. 서양문명의 역사와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신화를 읽어내듯 신라인과 그 시대의 역사와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유사한 「삼국유사」의 신화적인 세계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형식주의 비평 + 마르크시즘 비평

사실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에 통용되던 문화적인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의 동일한 사물이나 추상적인 개념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양과 서양이란 지리적인 차이에도 나타난다. 단순한 예로 동양에서는 까치를 길조로보고 까마귀를 흉조로 보고 있지만 서양에서는 그 반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지역에서 통용되는 문화적 코드를 통해 다른 지역의 심층적 의미를 파악하게 되면 전혀 엉뚱한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삼국유사」를 대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신라시대에 신라인의 인식 수준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풀어내기 어려운 코드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이것들은 중국이나 인도의 문화적인 영향을 받기 이전의 것들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의미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의 지은이 이도흠은 '화쟁기호학'이란 독특한 이론을 바탕으로 신라인들의 정신세계를 해석해 들어간다.

화쟁기호학이란 한 마디로 원효의 화쟁사상을 통하여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처럼 팽팽하게 대립해 있었던 형식주의 비평과 마르크시즘 비평을 하나로 아우른 우리만의 독특한 인문학 이론이다.
예술과 문학을 구체적 삶에서 분리시키는 형식주의 비평의 단점과 문학과 예술을 사회나 경제적 토대에 예속시키는 마르크시즘 비평의 단점을 극복한 화쟁기호학은 텍스트의 내적 구조를 분석하면서도 이를 사회와 문화, 이데올로기와 연관시켜 해석하여 문학성과 구체적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수용자의 맥락에서 살피고 다른 텍스트와 서로 주고 받는 영향관계를 살펴 텍스트의 의미와 미적 가치를 끊임없이 '진동'의 과정에 놓는 비평이론인 것이다.

풍류만다라의 독특한 세계관 발견

지은이는 「삼국유사」를 통해 신라인의 세계관을 분석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어휘들을 모아 일종의 사전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기록에 등장하는 날 일(日)자를 모두 찾았더니 403곳에 출현한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고유명사를 버리고 보통명사만 남겨 신라인이 사용한 해의 의미를 살폈더니 그들은 '임금', '명약관화', '절대적 존재' 등의 의미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어휘에 대한 사전을 만들어 그 시대 사용되었던 의미를 파악해 전체적인 신라인의 사유체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설픈 서양 신화의 독법이나 현대적인 시각이 아닌 신라시대 그들의 시각으로 삼국유사를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밝혀진 것이 바로 풍류도라는 세계관이었다.

이 풍류도의 세계관은 불교의 유입과 함께 풍류만다라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하고 통일 이후 화엄만다라의 세계관으로 변화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지은이의 주관적인 해석이 아닌 실증적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학문적인 깊이와 함께 역사적인 무게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또한 우리만의 독특한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 본 리뷰는 부꾸(www.bookoo.co.kr)의 리뷰로 등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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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6352

이도흠의 '신라인은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문화
입력 2002.02.15 

‘처용가’는 ‘비빔밥’이다 왜? 산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이도흠 지음 “서울 밝은 달아래 밤늦게 노닐다가 돌아와 보니 다리가 넷이어라”는 ‘처용가’는 ‘비빔밥 설화’다. 무슨말인가. 처용은 무당과 재래신인 용이 결합된 수호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신라말 헌강왕대에 경주 인근 개운포를 통해 들어온 한 이슬람인이 발전된 의술로 우선 개운포 일대에서 병을 퇴치하자 신라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비추어지고 동해 용신의 아들로 신격화 된 것이다. 이 설화의 근원지가 망해사 인근의 울산에서 일어나 망해사 연기설화로 변신한다. 아내를 침범한 것은 역신이며 처용이 노래 부르고 춤을 추자 물러났다는 것은 역신을 쫓는 굿을 행한 것이다.

 이를 불교적으로 해석하면 ‘들어와 자리보니 다리가 넷이구나’는 고통과 번뇌의 원인인 집착을 말하며 ‘둘은 내것이었고 둘은 누것인고’는 인간의 번뇌와 갈등을 보여주며 ‘본래 내 것이지만 빼앗음을 어찌하리오’는 불심으로 갈등을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설명도 가능하다. ‘밤새 노닐었다’는 신라말 퇴폐사회를 말하는 것으로 ‘다리가 넷이구나’는 여자도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풍조에 대한 고발이며 ‘본래 내 것이지만 빼앗음을 어찌하리오’는 그런 퇴폐를 자력으로 어쩔 수 없는 무능과 퇴폐풍조에 빠져든 자조의감정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있다. 이와같이 ‘처용가’는 어떤 설화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역신을 쫓는 벽사신의 공수, 사찰 창건자의 영응력, 타락한 신라사회문화상에 대한 고발등 ‘비빔밥’ 설화가 된다. 

이도흠의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는 이처럼 재미있고 독특하다. 그는 설화와 역사가 뒤엉켜 있는 〈삼국유사〉의 실제 의미를 읽기위해 ‘화쟁기호학’이라는 독자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화쟁기호학’이란, 텍스트 자체의 분석만을 중시하는 형식주의 비평과 예술작품을 사회경제적 토대와 관련시켜 해석하는 마르크스주의 비평을 하나로 아우른 이론이라고. 저자는 이 이론에 따라 먼저 〈삼국유사〉를 하나의 텍스트로 놓고 이를 ‘반영상’과 ‘굴절상’으로 나눈다. 

그리고 역사적 자료와 유물 등을 바탕으로 당시의 현실을 재구성한 ‘반영상’과, 신라인의 꿈과 무의식이 표현된 ‘굴절상’을 종합해 신라인들의 문화와 세계관에 실증적으로 접근해 나간다. 경문왕의 귀가 당나귀 귀가 된 것은 그가 말로 헌안왕을 속이고 왕위에 오른 것을 은유화한 거라든가, ‘두 해의 출현’이란 경덕왕이 전제왕권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귀족세력과 대립하던 것을 상징화한 것이라는 등의 새로운 해석들이 그 대표적인 예. 저자는 이같은 방법으로 ‘화쟁기호학’이라는 이론을 통해 신라의 시조 혁거세부터 경문왕, 처용랑에 이르기까지 〈삼국유사〉의 각 조목들을 새롭게 해석하며 신라인의 세계관과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朴富英기자 bypark@buddhis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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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기자명 입력 2001.01.02

최근 돌아가신 미당 선생은 ‘삼국유사’ 종교의 신자였다. 그 분의 ‘신라초’는 전적으로 ‘삼국유사’에 의존해 이미지를 구성한 시집이었다. 그 시집 안에서 사소는 세상의 욕망을 초월해 한 송이 꽃의 비밀을 탐색하는 구도자이고, 선덕여왕은 사랑을 나라의 법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정치가이다.

사소는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꽃의 문을 열겠다고 선언하며, 선덕여왕은 첨성대 위에 가장 실한 사내를 세우라고 유언하고서도 홀아비 홀어미들이 염려스러워 욕계를 아주 떠나지 못한다.

이제는 벌써 20년도 더 전이지만, 신라에서 걸어나와 나날의 이웃들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 1500년전, 2000년전 사람들에게 나는 전율을 금할 수 없었다.

이도흠은 미당 이후의 유일한 ‘삼국유사’ 신자이다. 신앙의 강도로 본다면 어느 분이 앞설지 판단하기 어려우나 이도흠의 접근 방법은 미당보다 한결 신식이어서 이도흠의 책이 미당의 시집보다 이해하기 용이하다고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다.

이도흠은 형식주의 분석체계와 문학사회학을 종합하는 나름의 분석 방법을 개발해 독자적인 시각에서 ‘삼국유사’를 해명했다.
‘유사’ 본문의 세부를 한 자 한 자 치밀하게 뜯어읽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그려낸 다음에 풍류 만다라의 세계관에 비추어 신라인의 글과 삶과 꿈을 재구성하는 것이 이도흠의 전략이다. 형식주의와 문학사회학을 종합하려는 그의 전략 자체가 불교와 샤마니즘을 종합한 풍류 만다라의 세계관과 유사하다.

우리는 이 책을 지리책으로도, 문학책으로도, 철학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또 오랜 세월 경주의 구석구석을 직접 답사한 결과로 나온 산물이기 때문에 이 책은 어느 관광 안내서보다도 친절하게 경주의 지리를 안내해 준다. 이 책 한 권만 손에 들고 경주에 간다면 누구나 고대와 현대를 비교하면서 경주의 산과 들을 여유있게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

향가 전문가가 일심으로 연구한 결과를 수필로 쉽게 풀었기 때문에 신라가요에 대해서도 새롭고 정확한 정보를 풍부하게 전달해준다. 처용이 중동의 의사였다든지, 조신이 반한 여자의 아버지 김흔이 반역자로 처단된 사람이었다든지 하는 사실들도 흥미롭다.

또 월명사가 하나를 없앤 두 해가 두 임금을 가리킨다든지, 경문왕이 함께 잔 뱀들이 귀족의 위해로부터 왕을 지켜준 화랑을 가리킨다든지 하는 해석도 재미있다. 문학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은 아마 현대인보다 더 자유롭고 용맹한 신라인의 성과 사랑을 다룬 부분에 가장 흥미를 느낄 것이다.

이도흠은 원효사상과 마르크스주의와 현대기호학을 연구하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자연스럽게 신라인의 집단무의식으로 작용했던 풍류 만다라를 체계화하고 현대사회의 심층에 있는 새로운 풍류 만다라를 찾아내 계급갈등과 민족분단의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고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민족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겠으나, 이 책이 현대인의 내면에 숨쉬고 있는 문화와 신화의 깊이를 체험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2000.12.29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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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화쟁사상 도입하는 이도흠 교수
 인터넷 한양뉴스  입력 2006.01.22


인간과 자연의 상생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인문학자는 진지한 성찰 통한 대안 제시할 수 있어야


 인문학은 인간 정신 문화의 총체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로 이행되는 과정 속에서 정신보다는 물질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물신숭배, 배금주의적인 경향이 나타나면서 인류의 정신문화적 산물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흔히들 그 현상을 ‘인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사람들의 가치관마저 획일화· 단순화되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에 이도흠 교수는 인문학은 현실맥락을 배제한 당위적이고 선언적인 공리공론에 그치지 말고 우리가 디디고 있는 이 땅의 모순에 대한 비판과 대안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문학자는 그 시대 인간의 문제와 사회 현실의 부조리에 대해 먼저 분노하며 곧바로 행동하기보다 진지한 성찰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이들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지론이다. 이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주요한 책임을 권위적인 학문의 폐쇄성에 두고 있다고 한다.‘순결한 학문’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대안을 화쟁의 개념을 빌어 설명했다.

 화쟁의 개념 가운데 하나인 불일불이(不一不二)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기에 다른 차원의 대안을 제시한다. 쉽게 말해 씨와 열매는 스스로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으나 열매와의 차이를 통해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즉 씨와 열매는 별개의 사물이므로 하나가 아니지만 씨의 유전자가 열매의 거의 모든 성질을 결정하고 열매는 또 자신의 유전자를 씨에 남기니 양자는 둘도 아니게 된다. 씨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면 씨는 썩어 없어지지만 씨가 자신을 공하다고 해 자신을 흙에 던지면 그것은 싹과 잎과 열매로 변한다. 공이 생멸변화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이 교수는 교수신문이 개최한 ‘제1회 학술에세이 공모전’에서 ‘생태이론과 화쟁사상의 종합’이란 글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기존 서양사상의 실체론, 이분법적 사고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끝에 원효의 ‘화쟁’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설정한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환경위기를 야기하는 근본동인이나 파생자인 자본주의 체제, 산업화와 도시화, 과학기술 중심주의, 국가 등을 비판하고 구체적 대안을 세워나가자는 것이었다.

 또한 그의 저서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푸른역사)’‘왜 더 착한 사람이 고통받을까(을유문화사)’를 통해‘화쟁기호학’을 주창해 역시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이 교수는 "실학 이후, 한국 지식인 사회에 인문학의 토양이란 부재했다”며 “현재의 인문학은 이미 그 한계를 노정한 서구의 실증주의에 여전히 함몰되어 있어‘나’를 초월한 인간과 자연을 서로 상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가장 진정한 사랑이란 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로 가 그가 바라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 교수. 학생들에게는‘삼국유사’라는 텍스트를 도구로 읽어내는 힘을 길러주기 위한 강좌를 개설하는 등 스승으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고 있다. 서로 다른 문명과 타자를 사랑과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고 서로 대화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는 그의 눈빛 속에서 적극적인 현실인식을 강조하는 소장학자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김유라 학생기자 gurapoet@i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