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3

한살림과 철학 - 천도교의 탄생 : 네이버 블로그

한살림과 철학 - 천도교의 탄생 : 네이버 블로그한살림


한살림과 철학 - 천도교의 탄생

푸훗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 1923년 어린이선언 중 어른에게 드리는 글


4월 30일 한살림과 철학 7강은 천도교의 탄생에 관한 강의였다. 

마침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라디오에서는 어린이날의 유래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2월 강의 때 '어린아이를 때리는 것은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다.’는 해월의 가르침이 동학의 제3세 교조 의암 손병희의 사위였던 방정환 등에 의해 어린이운동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이 인상이 깊었는데 마침 이 부분을 어린이선언 중 마지막 문장이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해설자가 짚어주었다. 동학은 과거의 조상이 아니라 현재의 나, 모든 것을 다 품은 어린 아이의 미래를 중요시하는 미래주의 사상의 요체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강의에서는 어린이날을 만든 사상적 요체였고, 동학의 다른 이름이 된 천도교의 탄생과 이 사상이 삼일운동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1894년 동학혁명 이후 1898년 해월 최시형이 처형되고 해월의 3대 제자였던 손병희, 손천민(1900처형), 김연국(1904년 석방, 친일사상을 기반으로 한 시천교 세워 추방)중에 3대 교조가 된 손병희는 1905년 동학을 천도교라는 이름으로 온 천하에 선포했다고 한다. 이전까지 동학은 도덕(수양)으로서의 종교의 개념으로 여길 수 있었는데 천도교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오히려 서구적인 종교나 사회운동화 되어 수련의 개념은 희석화되된 것 같다고 조성환 선생은 평가했다. 1894년의 동학혁명 당시는 척양척왜(斥洋斥倭)라는 반외세(反外勢) 운동의 성격이었으나 1905년 천도교로 전환한 이후 개화사상을 수용하고 개혁과 신문화 운동을 전개하고 3·1독립운동을 주도했고 이후 일제강점기 민중민족문화운동에 힘썼다.

​이번 강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우리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배운 '삼일독립선언문'이 개벽사상에 기초했다는 것. 당시 국내의 천도교의 교세란 지금의 개신교만큼의 규모라고 봐도 무방했다고 한다. 개벽사상은 전환, 개척, 도덕을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는데 삼일운동에 담긴 동학정신에 대해 일찌기 알아본 사람 역시 장일순 선생이었다. 「상대를 변화시키며 함께」, 김익록 엮음, 『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시골생활, 2012, 113쪽에

" 3·1 만세에 민족의 자주와 거룩한 민족의 존재를 천명하는 속에서도 비협력과 비폭력이라고 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었어요. 그것이 바로 동학의 정신이에요.”

중국의 몰락으로 새로운 사상적 기초를 폭력적이고 침략적인 서양사상을 유입하는 대신 스스로 해답을 찾아 동학을 창시했고, " 우리 도는 5만년의 미래를 표준한다"고 말하며 미래를 개척하는 사상적 기준을 제시한다. 활인도덕, 즉 "사람을 살리는 도덕"을 지향한 동학은 기본적으로 평화를 지향하고 제폭구민, 즉 "폭력을 제거하여 백성을 구제한다"는 슬로건을 나타냈다.

삼일독립선언서에 나타난

" 금일 오인의 소임은 다만 자기의 건설이 유할 뿐이요, 결코 타의 파괴에 재치 아니하도다. 엄숙한 양심의 명령으로써 자가의 신운명을 개척함이오."

는 민중들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개벽정신에 다름아니며,(개척)

"구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의 희생을 작하여 구사상,구세력에 기미된 일본위정가의 공명적 희생이 된 부자연, 불합리한 착오 상태를 개선광정하야, 자연 합리한 정경대원으로 귀환케 함이로다"

외세의 폭력에 억압당하고 있는 상황을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개선광정하여 평화로운 새 질서를 만들고자 한 동학농민운동에 이은 두번째 사례이자 다짐(평화주의)

아아!신천지가 안전에 전개되도다.위력의 시대는 거하고 도의의 시대가 래하도다. 과거 전세기에 연마단련된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신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에 투사하기 시하도다.

독립선언서의 시대전환의 역사인식은 물질의 시대에서 정신시대로의 전환, 폭력시대에서 평화시대로의 전환, 후천개벽의 정신의 계승이 아닐 수 없다.(전환)

3·1운동은 천도교가 주축이 되어 일어난 비폭력 저항운동이었고, 천도교는 동학을 서구 근대적인 종교교단의 형태로 발전시킨 조직이다. 그런데 동학은 일반적으로 일제에 저항한 '동학농민전쟁'으로만 알려졌지, 장일순 선생처럼 그 운동의 바탕에 비폭력정신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동학에서 원불교에 이르는 개벽사상이 우리 나름대로의 '새로운 질서', 즉 한국적 근대를 창출하고자 한 창조적인 사상운동이었다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여서 동학과 삼일운동이 같은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동학운동=전쟁, 삼일운동=평화"라는 인식으로 뿌리박혀 있는 것은 우리의 근대사를 저항과 투쟁중심으로만 이해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 안에서 만든 근대의 사상적 뿌리는 동학, 삼일운동, 독립운동, 헌법정신에 기초에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참고>

1.개벽으로 다시 읽는 한국 근대 - 「삼일독립선언서」에 나타난 개벽사상을 중심으로- 종교교육학연구 제59권.pp.1~14. 2019,원광대학교 조성환


2.  7강 천도교의 탄생, 조성환

3.천도교개관(http://www.chondogyo.or.kr/)

4. 한국방정환재단 - ON전람회(국내어린이선언), 방정환사료관(방정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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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훗

인생은 언제나 최초의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냥 손을 뻗어 그것을 붙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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