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2

현실엔 없는 우영우… 자꾸 깨무는 ‘185㎝ 아이’, 엄마는 8년째 우울증 약을 먹는다 - 조선일보

현실엔 없는 우영우… 자꾸 깨무는 ‘185㎝ 아이’, 엄마는 8년째 우울증 약을 먹는다 - 조선일보

현실엔 없는 우영우… 자꾸 깨무는 ‘185㎝ 아이’, 엄마는 8년째 우울증 약을 먹는다
[발달 장애인 25만명] [上] ‘우영우’는 없다

오주비 기자
김휘원 기자
강다은 기자
입력 2022.07.19 03:00


경기 화성시에 사는 김모(57)씨는 최근 화제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얘기를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31살 자폐성 장애를 지닌 아들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다.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지만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천재다. 김씨는 “자폐에 관해 밝고 긍정적으로 그려낸 얘기가 사회에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모든 자폐인이 저렇게 경증(輕症)이라 생각할까 봐 걱정”이라며 “자폐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정에는 드라마가 오히려 희망 고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5살 아들을 키우는 신미경(29)씨는 드라마를 잘 보다가도 아들 생각에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고 했다. 신씨는 “1등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우영우도 자폐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떨어지는데 우영우만큼의 능력이 없는 우리 아들은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지난 5월 말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김남연(55)씨가 아들 이윤호(24)씨에게 요거트를 먹여주고 있다. 발달장애인 중에는 이처럼 가족이나 지인 등이 24시간 가까이 곁에서 돌봐줘야 하는 사람이 많다. 김씨는 이런 돌봄을 정부가 조금이나마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지난 4월과 5월 삭발식에 참여해 머리카락을 잘랐다. /장련성 기자

발달장애란 해당 나이 정상 기대치보다 발달이 25%가 뒤처져 있는 경우로,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 그 밖에 발달이 늦어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경우를 가리킨다. 전국 각 지자체에 등록된 발달 장애인은 약 25만명에 달한다. 본지가 최근 만난 발달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 20명은 드라마와 달리 집에 발달 장애인이 있으면 “모든 가족의 삶이 함께 묶여 버린다”고 했다. 변호사로 활약하는 주인공과 달리 가족·친지 등이 24시간 곁에서 지켜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가족들이 자기 삶을 반쯤 포기해 가며 건강까지 해치게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치킨타임도 공부시간 : 2022년 5월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김남연(55)씨가 자폐성 1급을 받은 아들 이윤호(24)씨에게 '치킨'을 발라주면서도 그 시간을 놓치지않고 '치킨'이라는 단어의 발음을 가르친다. / 장련성 기자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들 김모(21)씨를 키우는 여성 A(59)씨는 집 안에서 목에 호신용 소형 전기충격기를 걸고 지낸다. 아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물고 꼬집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A씨 팔뚝엔 노란색, 보라색, 검은색의 크고 작은 멍과 흉터가 가득하다. 그래서 전기충격기를 샀다고 한다. 아들이 이 기기의 ‘지지직’ 하는 소리를 무서워해 작동만 시켜도 멀리 떨어지기 때문이다. 함께 차를 타고 갈 때는 꼬집거나 물어도 참을 수 있도록 한여름에도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는다.

아들이 태어난 직후 처음 몇 년은 아들의 발달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년간 매달 300만~400만원씩 들여 온갖 병원이나 치료센터를 다녀봤다. 하지만 아들은 몸만 자라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는 ‘키 185㎝ 신생아’가 됐다. A씨는 “아파트 16층에 사는데 아들과 떨어져 같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고 했다. A씨는 8년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2022년 5월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김남연(55)씨가 발달장애를 갖고있는 아들 이윤호(24)씨가 가르쳐준 단어를 기억해내자 이씨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에 사는 김남연(55)씨의 집 거실에는 매트만 3개가 깔려 있다. 자폐성 장애와 지적 장애가 함께 있는 올해 24살인 93㎏짜리 아들 이윤호씨가 수시로 펄쩍펄쩍 뛰어서다. 김씨네 집은 1층이지만 그럴 때면 2층까지 울린다고 한다. 아들 이씨는 인지 기능이 만 2세다. 먹고 이동하고 씻는 행동 대부분에 도움이 필요하지만, 힘이 세서 엄마 김씨가 그를 감당하기 벅차다고 한다. 산책을 나가도 아들이 워낙 빠르게 걸어 아들을 쫓아가느라 뛰다시피 다닌다. 신호등 구분을 못해 차로로 뛰어들까 걱정이 되어서다. 그러다 보니 무릎이 늘 아파 정형외과를 1년째 다닌다.

2022년 5월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도로에서 김남연(55)씨가 아들 이윤호(24)씨와 산책을 하면서 손에 수건을 잡고 있다. 수건 대신 손을 잡을 경우 땀이 생기면서 이씨가 손을 놓을 수 있다. / 장련성 기자

‘건강 이상’ 호소하는 고위험 장애인 가족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가족들은 병이 든다.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고위험 장애인 가족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가족 돌봄자 374명 중 37%는 ‘우울·불안 등의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고, 35%는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린 적이 있거나, 실제로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발달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잇따라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3~6월, 4개월간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알려진 것만 5건의 자살 및 자녀 살해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을 접하는 다른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남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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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들에게 여전히 정글: 2022년 5월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횡단보도 앞에서 김남연(55)씨가 발달장애를 갖고있는 아들 이윤호(24)씨의 팔을 꽉 잡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은 신호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빨간 보행 신호등에도 길로 뛰어들 위험을 갖고 살아간다. / 장련성 기자

특히 지난 2년간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복지관 등이 휴관하고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등 모든 활동이 제한되며 가족들은 더 큰 고통을 겪었다. 지적 장애가 있는 딸(17)을 키우는 장모(53)씨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던 2020년 일반 학교에서 통합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비대면 수업 참여 방법을 몰라 한 학기 동안 수업도 못 듣고 사실상 방치됐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에선 2020년 코로나로 낮 시간 발달장애인을 보호하던 센터가 문을 닫자 50대 엄마가 20대 발달 장애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하기도 했다.

서로 손에 수건을 잡고 길을 나선 어머니 김남연씨와 자폐성 1급의 발달장애속에 있는 아들 이윤호씨. '발당장애의 치료와 돌봄이 단지 가족간의 개별 문제만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공감와 연대에서 나오는 이해와 배려의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장련성 기자

경제적 부담도 크다. 언어·감각·인지 등 보통 월 5~6회 이용하는 각종 재활 치료는 1회당 5만~6만원에 달하고, 주간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시설인 평생교육센터나 주간보호센터 등도 월 20만~30만원 든다고 한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자녀 곁에 있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조성원(58)씨는 발달장애인 아들(23) 때문에 10년 전 직장을 관뒀다. 조씨는 “아이가 야행성이다 보니 주로 낮에 운영되는 복지관에도 가기 어려워 24시간 집에서 아들을 돌봤다”며 “그 이후 쭉 아내 외벌이로 살았다”고 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중학생 아들을 둔 김모(46)씨는 “아들이 발달장애라는 걸 3살에 알고나서부터 언어, 체육, 감각 통합 등 치료에 매달 40만원 가까이 써왔다”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부모들은 지난 4~5월 정부를 향해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집단 삭발식도 했다. 4월에는 청와대 인근에서 555명이, 5월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19명이 삭발에 참여했다. 이들은 삭발을 하며 “우리나라에서 발달 장애인 돌봄은 온전히 그 가족 몫”이라며 “발달장애인도 사회 구성원이다. 도움이 절실하다”라고 외쳤다.


드라마 ‘우영우’의 법률 자문을 맡았던 이한희 변호사는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논란에 대해 “드라마인만큼 한계는 있겠지만 법조계를 포함한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발달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발달장애인의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애 가족들이 처한 현실과의 간격을 좁히는 것은 사회의 남겨진 숙제”라고 했다.

☞발달 장애

발달 장애란 해당 나이 정상 기대치보다 발달이 25%가 뒤처져 있는 경우로,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 그 밖에 발달이 늦어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경우를 가리킨다. 전국 각 지자체에 등록된 발달 장애인은 약 25만명에 달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지적 장애 없는 ‘고기능 자폐’를 지녀 특정 분야에서 재능을 특출나게 발휘하는 인물로, 발달 장애인 가운데 극히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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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누구도 모든 측면을 골고루 '균형있게' 보기는 힘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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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정신적 에너지에 용량의 한계가 있기에, A라는 사람/집단에 감정적으로 깊이 공감 (emotional empathy) 할수록 그와 반대편에 서 있는 B라는 사람/집단의 입장을 이해/상상하고자 하는 이성적인 노력 (intellectual compassion)은 방해받으며, 그렇기에 B를 '비인간화'하는 경향 ('적'에 대한 테러나 잔혹행위가 대표적인 예)도 커진다는 것이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의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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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수석 졸업에 법정에서 변론도 잘 하고 '증'에 가려진 피고인의 '애'까지 정확히 헤아리며 게다가 썸까지 탈 정도면 더이상은 '장애'라 부를 수조차 없건만, 누군가에겐 자식과 함께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게 만들고 그래서 오죽하면 부모들이 나서서 "탈시설 막아 달라!" 애원하는 문제를 소재로 '착한' 드라마를 만들어 예쁘고 귀여운 천재 주인공에 감탄하면서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보라"고 하는 이들은, 몸은 장정인데 정신적으론 유아 (幼兒)인 자식들의 '땡깡'에 안전의 위협까지 느껴 자기 자식을 상대로 사용할 전기충격기까지 구입하는 부모들의 현실에 의해 '좋은 연속극'의 재미와 감동이 방해받는 것이 싫은 것이려니. 成人 중증 자폐인을 자식으로 둔 노부모들에 감정이입하는 나 같은 사람은 또, 시청자들의 환타지를 위해 타인의 시련을 소비하는 일에 괜히 자기가 다 모욕감을 느끼는 오바를 시전하는 것이고.
우영우에 공감하든 중증 자폐인들의 부모들에 공감하든 감정적 공감은 '자기중심적' (제사에 희생되기 위해 끌려가는 소가 공포로 부들부들 떠는 것을 보고서 소 대신 양을 죽이라 했다는 제나라 선왕의 仁과도 같은)일 뿐이고 사람을 편파적으로 만들며 이성은 흐리게 만들기에, 그래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은 emotional empathy가 아니라 intellectual compassion"이라고 얘기하는 인지과학자들. 도시 출신 교사를 외딴 섬 주민들이 성폭행했을 때 "젊은 사람들끼리 좋아지낼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문제삼냐?"던, '내 이웃'과 '우리 편'에게만 감정이입하는 시골 주민들 ('인정 많고 순박한'이라는 이미지와 우리가 평소 연결시키는)의 반응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인간의 감정은 인간의 이성보다 훨씬 더 본능적=자기중심적이기에, 결국 그 극복은 감정이 아닌 이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심리학자들의 얘기가 이전보다도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이런 연속극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는 하겠지만, 당사자들이 소외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비현실성을 제어하는 노력도 좀더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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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은 Emotional Empathy가 아니라 Intellectual Compa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