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불교기초강의] 쉽게 말해 ‘공’이란 무엇입니까 - 불교신문
[청년을 위한 불교기초강의] <33> 쉽게 말해 ‘공’이란 무엇입니까
이정우 군법사ㆍ육군 대령
승인 2019.09.27
이정우
Q 부처님은 모든 것은 다 ‘공(空)’이라 말씀하셨는데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 설명을 들어도 너무 어렵다. 쉽게 설명해 줄 수 없는가?
무엇이 있다가 비워졌을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
A 불교의 교리 가운데 ‘공(空)사상’은 부처님 가르침의 근간이기도 하고, 특히 대승불교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사상입니다. 공이라고 하는 단어는 인도 고어 산스크리트어의 순야타(nyat)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으로, 우리말로는 ‘비어있음·텅 빔’, 영어로는 ‘Emptiness’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순야타의 어근은 슈비(vi)라고 하는데 이는 ‘부풀다’는 뜻이고, 동시에 가운데가 ‘텅 비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즉 외견상으로는 사물이 부풀어 올라와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어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단어의 의미를 토대로 공을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공은 ‘비어있음’이라고 했는데 ‘무엇이 비어있다’고 하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비어있음은 무엇이 있다가 ‘비워져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컵에 들어있는 커피를 다 마셨다면 컵이 비어있다고 말합니다. 컵이 없다(無, 무)는 말은 아닙니다. 컵 안에 있던 커피가 비워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색이 공이라는 말은 색이 없다(無)라는 말이 아니라, 방금까지 색을 채우고 있던 그 무엇이 비워졌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비었다는 것은 이전에 무엇이 있었던 것인가를 알기 전에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컵에 더 이상 커피가 없지만 공기까지 비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비워졌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두 번째, 비어있음인 공은 무엇이 비워졌는가하면 그 무엇이든 ‘홀로 영원히 존재함(自性)’이 비워졌습니다. 이 세상에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하나 없고, 서로 상호연관성 없이 홀로 존재함은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몸이 공이라고 하면 내 몸이 없다(無)는 말이 아니라 내 몸 속에 채워져 있는 것들이 ‘홀로 영원히 존재함’의 성질이 비워졌다는 것입니다. 몸은 심장과 폐와 위와 신장과 같은 장기와 뼈와 살과 근육, 피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폐는 산소를 공급해 피를 맑게 하고 피는 폐에 영양을 공급합니다. 피 없이 폐가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몸(오온)은 홀로 영원히 존재함(自性)이 불가능하므로 ‘비었다(空)’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이치를 확대해 보면 우주만물이 모두 ‘홀로 영원히 존재함(自性)이 비어있음(空)’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은 비어있음이고 무엇이 비워졌냐면, 다름 아닌 홀로 영원히 존재함(自性)이 비워진 것이다’라는 것을 이해하시면 여러분도 일체개공(一切皆空)의 도리를 쉽게 깨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