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5

이병철 - 생태영성의 땅 제주와 돌문화공원의 장체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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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 생태영성의 땅 제주와 돌문화공원의 장체성에 대하여/

우리가 흔히 자신을 소개할 때 앞서 내세우는 것이 어디 출신인가 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 또는 어디에서 온 누구라고 하는 것은 자신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또는 살고 있는 곳과 자신이 둘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자기다움을 일컫는 정체성이란 곧 자신이 이고 서 있는 그 땅과 하늘, 자연 지리적 환경과 분리될 수 없는 까닭이다. 숨 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과 먹는 밥이 모두 그 땅과 하늘과 이어져 있고 그렇게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화와 역사와 문화가 어울려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이루고 영혼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한반도에 속해 있지만 뭍과는 자연 지리적 조건만이 아니라 역사 문화적으로도 사뭇 다른 땅이다. 아열대성 기후대가 그렇고 한라산과 곶자왈과 천혜의 풍광이 그렇고 탐라왕국의 옛 역사가 또한 그렇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설문대할망, 제주의 창조신화가 뭍의 창조신화와 다른 것이 가장 그렇다. 시원, 그 뿌리를 달리 두고 있는 까닭이다.
 
제주의 제주다움, 그 정체성의 바탕은 이것이다. 제주에 돌문화공원을 조성하여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신화를 재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돌문화공원은 제주의 정신, 제주의 혼인 설문대할망 신화를 중심으로 제주 생태영성을 집약해놓은 정체성의 상징 공간인 것이다.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은 자기다움을 잃는 것이고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잃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자신의 정신과 혼의 상실에 다름 아닌 것이다.
 
지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 등으로 인류문명의 대전환이 절박한 상황에서 생태영성에 대한 각성이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는 것도 인류라는 종의 자기정체성에 분명한 자각 없이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란 불가능하다는 뒤늦은 자각 때문이다.
제주의 정체성을 새삼 생태영성의 땅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미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처럼 제주 천혜의 자산과 함께 설문대할망 신화의 생명모성성이 인류문명의 대전환의 시대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제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한라산과 곶자왈과 설문대할망 신화, 특히 그 신화를 재현해 놓은 돌문화공원의 의미와 가치는 새롭게 평가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제주도를 사랑하고 이 땅의 정체성 회복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염원하는 많은 이들이 제주돌문화공원을 새삼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단순한 관광지나 유원지가 아니다. 가서 놀고 즐기는 공원이 아니라 방문하여 만나고 교감하고 체험하는 신화와 영성의 공원이다. 제주도, 이 땅의 근원 그 뿌리가 어디인지, 제주를 낳고 빚은 창조여신 설문대할망과 오백의 장군의 신화와 혼이 어떻게 제주의 뼈인 돌의 형상으로 다시 나투어 있는지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체감하는 공간인 것이다. 이 공간에서 제주의 정체성과 함께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인식하고 연결하는 일이 이루질 수 있는 것이다. 돌문화공원을 제주 생태영성의 성소이며 사원이어야 한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돌문화공원의 이러한 취지와 정신에 반하는 심각한 훼손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어 많은 이들의 우려와 안타까움을 더하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 들어 행정기관인 공원관리소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몰지각한 훼손은 날로 더 해가고 있다. 이것은 제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자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일이며 제주의 보배로운 가치를 스스로 망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훼손 행위는 이른바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라는 명분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동차와 이를 위한 공원 내 포장도로의 건설이다. 공원관리소는 올해에 들어 더 많은 전동차를 운영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포장도로를 내어 제주생태영성의 성소를 더욱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반 유원지에서나 볼 수 있는 조악하고 이질적인 설치물들을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치하여 스스로의 얼굴에 흙칠을 하는 황당한 일까지 저지르고 있다. 이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 날로 더해지고 있어 이제 더 이상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 제주돌문화공원은 노약자나 장애를 이유로 전동차를 타고 가서 그냥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신을 벗고 한 걸음 한 걸음 제주의 영성,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품으로 다가가야 할 사원이다. 걷기가 어려운 노약자나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서라면 전동차가 아니라 휠체어를 함께 밀고 가거나 부축하면서 천천히 참배하고 감상하는 것이 제주의 혼, 설문대 할망의 신화와 영성을 몸으로 체감하는 바른길일 것이다.
  • 휠체어나 장애인 편의시설 사용을 위한 손길이 필요하다면 보호자와 함께 돌문화공원을 돌보고 사랑하는 이들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자들이 기꺼이 그 역할을 맡으면 될 일이다. 자원봉사자 도우미들이 휠체어를 밀고 가면서 이 공원의 의미와 설치물들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모습이 곧 이곳에 생태영성을 꽃 피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영성이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 천지만물 안에 이미 깃들어 있는 것을 밝게 일깨우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존재 앞에, 풀 한 포기, 돌 하나를 마주하여 삼가고 감사하며 모시는 그 마음에서 꽃 피어나는 것이다. 돌문화공원을 이루고 있는 모든 조형물들이 그런 마음과 손길로 빚어진 것들이다. 어찌 만들어 놓은 것만이겠는가.
돌문화공원 전체가 다 그렇다. 어느 것 하나 편의를 논리로 함부로 할 수 없는 것들이고 그 공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바로 전동차 운행을 멈추고 훼손된 도로와 설치물을 철거하고 원상회복을 시작해야 한다.

자금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원의 설립 취지와 정신, 그리고 제주를 지구촌의 생태영성의 중심 땅으로 새롭게 일으켜 세우고자 하는 지향과 반하는 이런 일들은 그 본질이 비전문가들인 공무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에 의해 운영되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돌문화공원의 운영주체를 관련전문가와 이 공원의 의미와 가치를 바르게 살리고자 하는 도민 중심의 재단법인 설립을 통해 이관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하고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돌문화공원 훼손 등 작금의 사태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공통적인 생각이다.
 
제주는 생명평화의 섬이자 생태영성의 땅이어야 한다. 그것이 제주의 참다운 정체성의 회복이자 인류문명의 전환을 위한 적절한 기여이다.
생명평화의 바탕이 생태영성이다. 생태영성의 피어남 없이 생명평화란 없기 때문이다. 돌문화공원은 제주 생태영성의 사원이다. 생태영성의 땅,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돌문화공원을 지키고 가꾸고 돌보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하는 까닭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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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제주돌문화공원 관리문제와 관련하여 엊그제 '제주의 소리'에 기고글로 썼던 것인데, 돌문화공원 훼손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이들 중심으로 긴급하게 '돌사모'(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구성하고 몇 단체들과 함께 이 글을 오늘 성명서로 채택하여 발표했다. 나도 뜻을 함께 하여 동참하고 있다. 마음을 함께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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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崔明淑, 강길모 and 37 others


Lee Wonryul

제주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지만 저는 하나만 꼽으라면 돌문화공원을 선택하겠습니다.주변 지인들에게도 꼭 가보갈 권하는 곳입니다.특히 도시락 싸서 오롯이 하루를 보내겠다는 마음을 먹고 느긋하게 가라고 추천을 하지요.
휴식이란 것이 돌문화공원안에서 제대로 이뤄질거란 생각입니다만 요즘 이런저런 훼손과 관련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