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의 발견 - 상수와 의리가 무너진 주역의 본질
문용직 (지은이)부키200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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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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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쪽
책소개
오경 중 으뜸으로 꼽히며, 3천여 주(注)와 소(疏)가 있을 정도로 그 해석이 분분한 주역이 철학서가 아닌 점서에 불과하다고 논파한 책. 역경은 무당의 보고이고, 역전은 그 설명인데, 무리하게 역경까지 체계화하려 함으로써 지금까지 오류가 거듭되었다는 입장을 현대 고고학과 기호학, 인지언어학 및 형식 논리학의 성과를 빌어 설파한다.
총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점이란 무엇인지, 점서로서 역경이 가진 구조와 의미를 밝히고, 역경이라는 텍스트를 근거로 이루어진 의리학과 상수학의 한계와 모호한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등을 통해서 주역은 결국 무엇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읽으면서 해석하는 책이라는 것을 읽는 이들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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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1장 주역이란 무엇인가 1
占이란 무엇인가
공시성
주역의 구조
모든 占의 선택과 결과는 서로가 독립적이다
2장 서법과 역경의 성립
점서법
효에 높고 낮음이 없다
변괘와 괘변
숫자괘의 등장 - 象은 없었다
역경의 성립
8괘와 8상 - 그 기원에 대해
괘의 이름에 대해서 - 괘사와 효사의 관계
3장 괘변, 그 모순의 체계
매혹적인 판단 방식, 괘변
괘변의 정의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괘변의 본질적 한계
계사전과 8괘: 괘변의 연원
해석학적 읽기의 자의성 - 무의미에의 의미 개입
선후천 8괘, 음양오행
4장 역경의 언어
역경의 언어와 은유
8상의 등장, 관계와 설명
논쟁적인 역경 언어의 기준
은유와 詩歌
古來의 의문들: 元亨, 利貞과 孚
나무 은유와 상하 은유, 상형문자와 표의문자
5장 주역이란 무엇인가 2
점과 언어, 부호
텍스트로서의 주역
역전은 권위 있는 해석인가
역경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역경, 어떻게 읽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用九와 用六이 만들어 내는 세계의 크기에 대해서
점을 쳐도 되는가
책 쓰면서: 술과 나, 너
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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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내가 거처하고 있는 집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집 내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만, 밖에서도 바라보아야만 한다. 바로 그것이다.주역을 알려면, 주역 속에서 헤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주역 밖에서도 바라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밖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그것은 주역을 아는(within) 것이 아니라 주역에 관해서(about) 이해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타(meta)-주역의 관점을 지닐 필요가 있는 것이다.-p53 중에서 접기
추천글
주역의 '정통' 해석을 깨다
- 고명섭 (<한겨레> 문화부장《광기와 천재-루소에서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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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문용직 (지은이)
한국기원 전문기사이자, 정치학 박사이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83년 전문기사에 입단했다. 1988년 제3기 프로 신왕전에서 우승, 제5기 박카스 배에서 준우승하였으며, 1994년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이화여대, 충남대 등에서 한국정치론, 정당론, 정치통계학 등을 강의했다. 2007년 현재「국민일보」와「영남일보」에 바둑 칼럼과 관전기를 집필하고 있고, 인터넷 바둑 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 ‘오로산책’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바둑의 발견>, <수담과 무언>, <수법의 발견> 시리즈(전10권)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주역의 발견>,<바둑의 발견 2>,<날 붙이기> … 총 16종 (모두보기)
문용직(지은이)의 말
주역을 책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하나의 문화라고 해야 하나? 둘 다 맞을 것이다. 그래도 주역이란 무엇인가. 글쎄다. 사실, 그 질문이야말로 이 책에서 내가 답하고자 했던 것이다. 나는 한두 마디 말로 그 답을 할 능력은 없다. 그래서 꾀를 부렸다. 주역, 그것은 대체 어떤 구조로 성립된 것일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나의 공부를 던지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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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이란 텍스트에 대한 해체적 이해
해체란 무엇인가.
기존의 권위있는 읽기와 멀어져서 체험과 이해로 텍스트를 읽는 것.
곧 이해의 인식론을 요구받는 것.
삶을 주제로 질문과 답을 찾아야 한다는 그런 해석학적 요청.(328)
알파고와 이세돌이 5판 두어 4판을 기계가 이겼다.
당연하다. 한 판 이긴 것도 굉장하다.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계속 빠른 계산을 해야하는 반복이 바둑인데,
처음에는 인간도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바둑두는 사람이 왜 주역에 관심을 가졌을까?
미생이라는 만화에서 바둑이 하나의 '필터' 역할을 했듯,
주역 역시 삶에 대한 '필터'였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여느 사람들이라면, 주역에 대하여 현대식 해석을 한두마디 붙이고 말겠지만,
역시 '바둑의 발견'의 저자인 만큼, 주역에 대하여 권위를 차치하고,
갈가리 분석한다.
배우고 믿으며 시작하는 것과 전혀 다른 해석학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주려고 하기보다,
인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구성해야 정의로운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냐,
에 댛나 답을 주된 관심사로 삼음으로써 주역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고,
그 가치는 결코 가볍게 평가될 수 없다.(342)
견강부회.
주역만큼 이 말이 부합한 책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데 주역을 읽는가.
세계는 인과론적 연결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여기서 '공시적'이라는 개념이 생기는데,
직선적, 인과론적 원리가 부정되는 '해체'의 시기에 재조명될 책이 주역이다.
프로이트의 인과론이 20세기에 극찬을 받았다면,
새 시대에는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가 우위에 서기도 하는 셈이다.
연역적으로 따지고 캐내어 결론을 얻을 수 없는 인생이기에,
표의문자인 한자의 세계에서
주제가 모호한 역설의 <모습 象>과 <숫자 數>로 삶의 변화 이치를 따지려 든 것이 주역이다.
당신이 점을 치고자 할 때 과연 질문을 잘 만들 자신이 있는가?
답은 무엇보다 질문의 한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362)
좋은 말이다.
불교에서 화두를 안고 수련을 하듯,
올바른 질문 앞에서는 마른 똥 막대기도, 뜰앞의 잣나무도 모두 이치에 가까운 '형상'일 수 있는 법.
역경을 읽게 되면 세상을 변화의 시각에서 이해하는 버릇이 몸에 배게 된다.
그것이 철학적 안목을 가져다 줄 것.(270)
여기서 철학이라 함은, 세상을 보는 안목의 필터 구실을 하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말이렷다.
그래서 공자가 위편삼절 하며 보던 책이고,
오십이 되어 이제야 천명을 알겠다 하던 것이다.
역경은 바로 이러한 환유와 은유의 배열을 통해 우리의 인식을 넓혀 준다.
점사는 독립적이기에 환유와 은유의 힘은 더욱 크다.(262)
은유는 이해에, 환유는 주의를 끄는 것오 좀더 활용의 초점이 있다.(261)
여러가지 '전'들은 '설명'을 하려 드는 것이다.
삶을 설명하지 못할 경지도 많다.
그래서 '경'은 힘이 세다.
음양 오행은 사물을 범주화하고, 그 사물간의 관계로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하나의 가설이지만,
역경은 세상을 범주화해서 재현할 뿐이다. 점서다.
이론도 가설도 주장도 아니다.(229)
해석학적 읽기는 자의적이다.
고정된 해석만 존재하지 않는다.
논리학에서 볼 때,
전제가 허위이면 그 다음부터 추론되는 모든 명제는 참이다.
본래 역경의 괘는 아무 의미도 없는데,
그 무의미한 체계에서 의미있는 체계로 본다면,
참과 거짓을 검증할 수 없는 체계를 바탕으로 나오는 모든 명제는 '참'이 되는 것.(219)
점쟁이한테 인과관계를 묻지 않듯, 주역 역시 그러하다.
연역적인 방식으로 64괘의 변화를 탐색하려는 노력은 주역을 연구하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자 믿음이었다.
나는 그것이 틀렸다고 보고 이 책을 쓰고 있다.(176)
괘와 괘 사이의 관계를 다양하게 탐구한 역사가 있다.
착종, 교호... 등등
한 마디로 '견강부회'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면 도대체 주역을 왜 읽는가.
세상은 이분되어야만 이해된다.
차이를 인식한다는 것.
변화에 대한 이해를 가진다는 것.
변화란 이것에서 저것으로 나아가는 것.(96)
결국 주역은 '과정'과 '변화'를 응시하는 책이라는 것.
굳어져버린 도그마로서의 '경'과 '전'이 아니라,
세상을 은유와 환유로 빗대보려는 '상'과 '설명'의 책.
작가가 주역의 의미를 분석하려한 틀 자체가 수학의 원리든,
논리학적 분석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해석의 관점을 보여주려 노력한 것은 높이 살 만하다.
주역을 줄줄 외우고 꿰뚫고 있지 않은 일반인인 나에게는,
읽기에 무리인 설명들도 많았다.
- 접기
글샘 2016-03-29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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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의 숨결
주역의 실체를 냉정히 평가한 바둑고수의 승부사적 기질이 엿보이는 수작
qltanf 2015-12-1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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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과정
.. 나는 이리 생각한다. 어느 분야든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두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첫번째 과정은 그 분야 속으로 들어가서 흠뻑 몸을 적셔보는 것이다. 두번째 과정은 그 학문 속에서 밖으로 나와서 돌아보는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이 두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문용직 <주역의 발견> 중에서
균윌 2009-11-29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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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이런 책을 읽어라
주역이라는 서물이 워낙 동양 지혜의 정수 쯤으로 자리매김하다 보니,
고래로 유가, 도가, 심지어 불가에서까지 한다 하는 천재들은 한 번쯤 건드려 봤던 것이 주역의 해석사가 되겠다.
이런 전통은 요즘에도 이어져서 소위 재야의 동양학자, 점술가 등등까지 달라붙어서,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 싶으면 관련서를 한 권씩 내다 보니
가짓수는 번잡하게 많되 정작 독자들이 읽을만한,
꼭 읽어야 할 서적들이 파묻히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나쁜 책이 좋은 책을 쫓아내는 격.
여기 알라딘에도 보니 추천서랍시고 제일 위에 올려놓은 책들 꼬락서니가 ...
자, 이번에는 주역 필독서 한 번 챙겨보자.
먼저 ... 개론서라고나 할까? 두어 권 훑어주는 것도 좋겠다.
주역에 나오는 익숙치 않은 개념들을 잡는데 약간의 도움을 줄 것이다.
[역학원리강화]는 1950년대에 나왔으니, 거의 '고전'의 반열에 드는 책으로, 주역의 기초, 하도낙서의 원리 등에 대해 문답식으로 재미있게 풀이하였다.
[우주변화의 원리]를 위한 서론 격이라고 할까 ...
이에 비해 [역의 원리]는 요즘 시각으로 잘 풀이한 개론서.
이런 개론서 류에서 잘못 빠지면 하도 낙서, 선천 후천, 음양오행, 사주명리, 정역 등등으로 나가게 되니 ... 주의(?)를 요망한다. ^^
주백곤이나 남회근 선생의 저작들 같은 좀더 학술적인 주역 사상 입문서로 중심을 잡아주도록 하자.
개론서를 맛보았으면, 본격적인 탐구로 들어가자.
주역에 있어서, 교과서와도 같은 책이 두 권 있다. 표준이지.
먼저, [주역왕한주(周易王韓注)].
위나라 때의 요절한 천재소년 왕필(王弼)의 작품이다.
천재다운 시건방짐으로 ... 주역의 역경 부분에 대한 해설이라 볼 수 있는 역전에는 따로 주석을 달지 않으셨다. 역전 지은 놈들이랑은 같은 급이라, 이거지.
해서, 역전 부분에는 한강백(韓康伯)이라는 분께서 주석을 달아서,
합하여 이름하니 [주역왕한주].
이 판본은 당나라 때 [십삼경주소(十三經注疏)]라는 유교경전 정리작업에
공영달 아저씨의 주소가 덧붙여져서 [주역정의(周易正義)]라는 이름으로 들어가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요즘은 다행히도 전문 연구가에 의한 번역본이 있다.
1998년도에 처음 나왔는데, 두 번인가의 개정을 거쳤다.
번역본은 보지 않아서 번역에 대한 왈가왈부는 생략.
천 년 가까이 표준적인 판본으로 자리매김한 [주역왕한주]의 아성에 도전한 책이
바로 주자의 [주역본의]. 번역자는 [주자어류] 등에 나온 관련 내용까지 꼼꼼히 훑어서 실어주었다. 참고로, 주자의 주역 입문서인 [역학계몽]도 두 종이 번역되어 있다.
이 책 역시, 정이천의 [역전], 흔히 [이천역전(伊川易傳)]과 함께 편집되어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이라는 이름으로 역시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권위 있는 교과서 역할을 도맡은 [사서오경대전(四書五經大全)]에 포함되었던 판본. 따라서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가장 많이 본 판본이 되겠다.
가장 먼저 추억의 퍼런 표지로 나왔던 현토완역 주역전의는 좀더 산뜻하고 진중한 옷을 입고 나왔고, 가장 최근에 나온 경학연구원판까지 해서 삼파전이 형성되고 있다.
조선 경학사의 최고봉, 다산 선생의 [주역사전]도 번역되어 나왔다.
19세기의 갑골문, 20세기의 마왕퇴한묘백서, 곽점초간 등의 고고학적 성과로, 경학에 있어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최근의 연구성과들은 기존 통행본들의 애매모호한 부분들을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밝혀주고 있다.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며 구구절절, 중언부언했던 것이 역학사의 한 단면일진데, 잡설을 쏙 빼고 담백하게 읽어보자. [고형의 주역] 및 그 한국어판 번역자인 김상섭 선생의 저서들이 대표적이다.
그 외 개성적인 시각으로 주역을 풀이한 책들.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 한 권.
참고로, [최고의 고전 번역] 주역 부분 비평자 곽신환 교수의 코멘트 :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주역 번역서는 적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출간된 것만 대충 추려봐도 서정기 역, 김석진 역, 박병대 역, 김상섭 역, 양학형 역, 김인환 역, 임채우 역, 이기동 역, 백은기 역, 서대원 역, 성백효 역, 김흥호 역 등이 있다. 이들은 주역을 번역했지만 제목이 반드시 ‘주역’이라 돼있진 않다. 관심을 끌려고 부제가 주제를 덮어버린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들 번역서 중엔 번역서라 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주역이라는 경전이 갖는 특징때문이다. 우선 판본의 문제가 있고, 해석의 갈래 문제가 있다. 현재 통용되는 주역은 經 부분과 이른바 10翼이라 불리는 傳 부분이 붙어있다. 경 부분은 64개의 괘와 이 괘에 붙어있는 판단의 말로 구성돼있다. 10익은 그동안 공자의 저작, 또는 적어도 공자 문하생들이 스승의 철학을 바탕으로 저작한 것을 통설로 여긴다. 翼, 곧 날개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주역은 이 열개의 날개를 얻음으로 인해 그 공간적 확대와 시간의 시련을 견디어내는 보편성과 탄력성을 획득한 것도 사실이다. 한대 이래로 10익으로 經을 해석하는 것과 10익을 나눠 해당 경문아래 붙여둬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의 표준으로 삼아온 전통이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대한 반발도 결코 약하지 않다. 우선 ‘周易本義’라는 저술을 통해 기존의 주역 이해에 강력하게 도전한 주희도 경과 전을 분리해 주역 해석에 傳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하려했다. 조선조 유학자들의 주역 이해에는 주희의 관점이 상당히 반영돼있다.
위의 번역들은 경만을 번역한 것, 경과 전 모두 번역한 것, 그리고 특정인의 주석을 번역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또 ‘주역전의대전’처럼 주석을 합쳐 놓은 것에 대한 번역도 있다. 그런데 경 또는 경과 전을 함께 번역한 경우엔 대부분 역자의 해석이 장황하게 붙어있다. 특정 역학자의 주석을 곁들여 번역한 경우는 번역 자체에만 충실하려 했다.
또 번역자들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주역 번역은 대학전공자보다는 江湖에 숨은 고수가 이름을 드러낸 경우가 많다. 長短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강호의 제현들에게서 발견되는 문제는 공자가 말한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思而不學則殆)’는 폐단, 즉 주관적 사유와 개인적 체험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객관성의 결여나 비뚤어진 통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역번역엔 여러 고전연구가들과 한학자들도 상당수 합류하고 있다. 여기에다 역술가들까지 합치면 어지러울 정도다. 이율곡은 “무릇 역은 만사의 근본으로 善惡과 邪正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역을 배우다가 잘못돼 그 큰 뜻을 잃고 사특한 이론에로 들어간 경우도 있다”라고 해 주역 공부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주역번역에 있어서 얼마나 원전에 충실하며 쉽게 읽히느냐의 문제만을 다루긴 어렵다. 전혀 방향이 다른 주해서가 많다는 것과 해석의 갈래가 심하다는 것, 여전히 의미가 모호한 글자와 구절들이 많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예컨대 건괘의 괘사이며 주역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구절인 元·亨·利·貞을 원, 형, 이, 정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원형, 이정으로 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권위적인 학자들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데 어느 하나만 고집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왜냐하면 양갈래 길이 너무나 길고 찬란하게 전개되고 있기에 한쪽만 취하고 나머지를 버리는 것이 모험에 가까우며, 또 이후 이뤄진 길이 아깝기 때문이다. 역자들 대부분이 여기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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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 2012-09-14 공감 (8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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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오디세이] 주역의 맛
주역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도전 했는데, 영 신통치가 않다. 그러고 보니 도전이라고 할 만한 노력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관심만 오래도록...
라이프니츠가 주역에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는 아는 사람들은 안다. 정확히 말하면, 라이프니츠가 구상한 이진법 체계가 있었는데, 나중에 지인이 중국에서 보내 준 주역 64괘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보다 지나치게? 앞서서 고대에 이미 더 완전한 기호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라이프니츠의 이진법 체계는 사이버네틱스 연구에까지 이르렀으니, 현재의 컴퓨터와 주역은 이미 은밀한 내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역은 서양의 사상가들에게 우리가 아는 것보다 큰 영향을 준걸로 보인다. 헤겔도 주역에 문외한이 아니었는데, 직접 강의까지 했다는 얘기도 어디서 본 것 같다. 중국문명이 서양에 침투한 흔적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이라는 책에서 엿볼 수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완역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축약본(3권)으로 나온 책도 절판이라 이마저도 현재 읽기가 어려운 상태다. 일본에서는 아마 11 권짜리 완역이 있는 걸로 안다
주역은 이렇게 첨단과학이라 일컫는 컴퓨터로까지 닿기도 하고, 미신이라 여기는 운명학이니 사주팔자 같은 곳에서 미심쩍게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극단적인 주역의 운명이랄까?
우선 주역의 첫걸음에 적합한 책들이다. <주역의 과학과 도>는 정말 초보자가 볼 만한 책인데, 주역의 기본기를 익히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알기쉬운 역의 원리>는 주역의 맛과 기본을 다지는데 좋은 것 같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림으로 풀어쓴 역경>도 초보자가 보기엔 부담이 적을 것 같다.
주역읽기에 대한 방법들은 정말 다양하다. <송재국 교수의 주역 풀이>는 전에 본 책인데, 어느 정도 괜찮았던 거 같다. <인문으로 읽는 주역>은 남회근 선생의 여러 책들을 번역하기도 했던, 신원봉의 책인데, 나중에 찾아 볼 생각이다.
본격적인 주역공부를 시작하려면 이런 책들을 봐야하지 않을까. 여기서는 <대산 주역강의>가 유명한 걸로 안다. 그 외에도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 주역의 맛을 어느 정도 품고 있는 책들이라서 그런지 두께도 만만치 않다. 정말 주역을 제대로 공부할 마음이 아니라면 완독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원문 주역사전>
공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주희의 역학은 봐야할 듯 싶은데, <역학계몽>이 다행히 완역이 되어 있다. 다산 정약용도 주역에 꽤 조예가 깊었다. 전에 <다산의 역학>이라는 책이 있었지만, 현재는 절판이라 구하기 어렵고, 대신 <다산의 주역 해석체계>라는 책으로 그의 주역사상을 볼 수 있다. 정약용의 <주역사전>도 8권이나 번역되어 나와 있다. 이 사전과도 연관이 있는 정약용의 주역사상이 담겨 있는 <주역반정>이란 책도 눈에 띈다. 주역 해석에 유독 뛰어난 중국의 천재 왕부지가 있는데, 이를 다룬 <왕부지의 주역철학>이란 책도 역시 절판이라 구하기 어렵다. 뭐 이런 책이 한 두권이겠냐만은.. 특히 역학 책들 중에는 오히려 절판된 책들 중에 좋은 책들이 더러 있다.
주역이 우리나라에 와서 변형된 것이 있는데, 김일부의 정역이 그것이다. 정역은 이정호가 여러 책들을 썼는데, 최근 윤종빈의 <정역과 주역>이 눈에 띈다(전에 나온 <역학연구의 심법>의 개정판). 정역은 후천시대를 말하는데 조선말기에 민중들에게 큰 영향을 준 동학이나 강증산 같은 인물과도 연관이 크다. 정역을 다룬 소설도 있는데, <하늘 북 소리>가 그것이다.
최근에 나온 책이다. 위에서 소개한 송재국 교수의 <주역 풀이>가 나온 지 10년 만에 정역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주역 풀이>라는 책에도 뒤에 보면, 선천 후천과 관련하여 정역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책에서는 더욱 심화된 정역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주역에 관한 책들을 많이 보진 못했다. 입문서 비슷한 책들과 중급 정도의 책들인데,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은 남회근 선생의 <역경잡설>이었다. 남회근 선생은 역경 뿐만이 아니라 동양사상 전반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다. 전에 번역된 책들이 절판되고, 새로운 출판사에서 다시 나오고 있는데, 주역에 관한 책도 다시 나오길 기대한다.
남회근 선생의 <주역계사 강의>는 전에 나온 <주역강의>의 개정판이다. 이 책을 먼저 본 후, <역경잡설>을 읽는다면 짝이 맞을 것 같다.
- 그 외 주역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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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n 2010-07-16 공감 (6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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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이런 책을 읽어라
주역이라는 서물이 워낙 동양 지혜의 정수 쯤으로 자리매김하다 보니,
고래로 유가, 도가, 심지어 불가에서까지 한다 하는 천재들은 한 번쯤 건드려 봤던 것이 주역의 해석사가 되겠다.
이런 전통은 요즘에도 이어져서 소위 재야의 동양학자, 점술가 등등까지 달라붙어서,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 싶으면 관련서를 한 권씩 내다 보니
가짓수는 번잡하게 많되 정작 독자들이 읽을만한,
꼭 읽어야 할 서적들이 파묻히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나쁜 책이 좋은 책을 쫓아내는 격.
여기 알라딘에도 보니 추천서랍시고 제일 위에 올려놓은 책들 꼬락서니가 ...
자, 이번에는 주역 필독서 한 번 챙겨보자.
먼저 ... 개론서라고나 할까? 두어 권 훑어주는 것도 좋겠다.
주역에 나오는 익숙치 않은 개념들을 잡는데 약간의 도움을 줄 것이다.
[역학원리강화]는 1950년대에 나왔으니, 거의 '고전'의 반열에 드는 책으로, 주역의 기초, 하도낙서의 원리 등에 대해 문답식으로 재미있게 풀이하였다.
[우주변화의 원리]를 위한 서론 격이라고 할까 ...
이에 비해 [역의 원리]는 요즘 시각으로 잘 풀이한 개론서.
이런 개론서 류에서 잘못 빠지면 하도 낙서, 선천 후천, 음양오행, 사주명리, 정역 등등으로 나가게 되니 ... 주의(?)를 요망한다. ^^
주백곤이나 남회근 선생의 저작들 같은 좀더 학술적인 주역 사상 입문서로 중심을 잡아주도록 하자.
개론서를 맛보았으면, 본격적인 탐구로 들어가자.
주역에 있어서, 교과서와도 같은 책이 두 권 있다. 표준이지.
먼저, [주역왕한주(周易王韓注)].
위나라 때의 요절한 천재소년 왕필(王弼)의 작품이다.
천재다운 시건방짐으로 ... 주역의 역경 부분에 대한 해설이라 볼 수 있는 역전에는 따로 주석을 달지 않으셨다. 역전 지은 놈들이랑은 같은 급이라, 이거지.
해서, 역전 부분에는 한강백(韓康伯)이라는 분께서 주석을 달아서,
합하여 이름하니 [주역왕한주].
이 판본은 당나라 때 [십삼경주소(十三經注疏)]라는 유교경전 정리작업에
공영달 아저씨의 주소가 덧붙여져서 [주역정의(周易正義)]라는 이름으로 들어가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요즘은 다행히도 전문 연구가에 의한 번역본이 있다.
1998년도에 처음 나왔는데, 두 번인가의 개정을 거쳤다.
번역본은 보지 않아서 번역에 대한 왈가왈부는 생략.
천 년 가까이 표준적인 판본으로 자리매김한 [주역왕한주]의 아성에 도전한 책이
바로 주자의 [주역본의]. 번역자는 [주자어류] 등에 나온 관련 내용까지 꼼꼼히 훑어서 실어주었다. 참고로, 주자의 주역 입문서인 [역학계몽]도 두 종이 번역되어 있다.
이 책 역시, 정이천의 [역전], 흔히 [이천역전(伊川易傳)]과 함께 편집되어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이라는 이름으로 역시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권위 있는 교과서 역할을 도맡은 [사서오경대전(四書五經大全)]에 포함되었던 판본. 따라서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가장 많이 본 판본이 되겠다.
가장 먼저 추억의 퍼런 표지로 나왔던 현토완역 주역전의는 좀더 산뜻하고 진중한 옷을 입고 나왔고, 가장 최근에 나온 경학연구원판까지 해서 삼파전이 형성되고 있다.
조선 경학사의 최고봉, 다산 선생의 [주역사전]도 번역되어 나왔다.
19세기의 갑골문, 20세기의 마왕퇴한묘백서, 곽점초간 등의 고고학적 성과로, 경학에 있어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최근의 연구성과들은 기존 통행본들의 애매모호한 부분들을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밝혀주고 있다.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며 구구절절, 중언부언했던 것이 역학사의 한 단면일진데, 잡설을 쏙 빼고 담백하게 읽어보자. [고형의 주역] 및 그 한국어판 번역자인 김상섭 선생의 저서들이 대표적이다.
그 외 개성적인 시각으로 주역을 풀이한 책들.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 한 권.
참고로, [최고의 고전 번역] 주역 부분 비평자 곽신환 교수의 코멘트 :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주역 번역서는 적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출간된 것만 대충 추려봐도 서정기 역, 김석진 역, 박병대 역, 김상섭 역, 양학형 역, 김인환 역, 임채우 역, 이기동 역, 백은기 역, 서대원 역, 성백효 역, 김흥호 역 등이 있다. 이들은 주역을 번역했지만 제목이 반드시 ‘주역’이라 돼있진 않다. 관심을 끌려고 부제가 주제를 덮어버린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들 번역서 중엔 번역서라 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주역이라는 경전이 갖는 특징때문이다. 우선 판본의 문제가 있고, 해석의 갈래 문제가 있다. 현재 통용되는 주역은 經 부분과 이른바 10翼이라 불리는 傳 부분이 붙어있다. 경 부분은 64개의 괘와 이 괘에 붙어있는 판단의 말로 구성돼있다. 10익은 그동안 공자의 저작, 또는 적어도 공자 문하생들이 스승의 철학을 바탕으로 저작한 것을 통설로 여긴다. 翼, 곧 날개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주역은 이 열개의 날개를 얻음으로 인해 그 공간적 확대와 시간의 시련을 견디어내는 보편성과 탄력성을 획득한 것도 사실이다. 한대 이래로 10익으로 經을 해석하는 것과 10익을 나눠 해당 경문아래 붙여둬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의 표준으로 삼아온 전통이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대한 반발도 결코 약하지 않다. 우선 ‘周易本義’라는 저술을 통해 기존의 주역 이해에 강력하게 도전한 주희도 경과 전을 분리해 주역 해석에 傳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하려했다. 조선조 유학자들의 주역 이해에는 주희의 관점이 상당히 반영돼있다.
위의 번역들은 경만을 번역한 것, 경과 전 모두 번역한 것, 그리고 특정인의 주석을 번역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또 ‘주역전의대전’처럼 주석을 합쳐 놓은 것에 대한 번역도 있다. 그런데 경 또는 경과 전을 함께 번역한 경우엔 대부분 역자의 해석이 장황하게 붙어있다. 특정 역학자의 주석을 곁들여 번역한 경우는 번역 자체에만 충실하려 했다.
또 번역자들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주역 번역은 대학전공자보다는 江湖에 숨은 고수가 이름을 드러낸 경우가 많다. 長短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강호의 제현들에게서 발견되는 문제는 공자가 말한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思而不學則殆)’는 폐단, 즉 주관적 사유와 개인적 체험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객관성의 결여나 비뚤어진 통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역번역엔 여러 고전연구가들과 한학자들도 상당수 합류하고 있다. 여기에다 역술가들까지 합치면 어지러울 정도다. 이율곡은 “무릇 역은 만사의 근본으로 善惡과 邪正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역을 배우다가 잘못돼 그 큰 뜻을 잃고 사특한 이론에로 들어간 경우도 있다”라고 해 주역 공부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주역번역에 있어서 얼마나 원전에 충실하며 쉽게 읽히느냐의 문제만을 다루긴 어렵다. 전혀 방향이 다른 주해서가 많다는 것과 해석의 갈래가 심하다는 것, 여전히 의미가 모호한 글자와 구절들이 많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예컨대 건괘의 괘사이며 주역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구절인 元·亨·利·貞을 원, 형, 이, 정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원형, 이정으로 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권위적인 학자들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데 어느 하나만 고집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왜냐하면 양갈래 길이 너무나 길고 찬란하게 전개되고 있기에 한쪽만 취하고 나머지를 버리는 것이 모험에 가까우며, 또 이후 이뤄진 길이 아깝기 때문이다. 역자들 대부분이 여기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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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 2012-09-14 공감 (8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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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오디세이] 주역의 맛
주역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도전 했는데, 영 신통치가 않다. 그러고 보니 도전이라고 할 만한 노력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관심만 오래도록...
라이프니츠가 주역에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는 아는 사람들은 안다. 정확히 말하면, 라이프니츠가 구상한 이진법 체계가 있었는데, 나중에 지인이 중국에서 보내 준 주역 64괘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보다 지나치게? 앞서서 고대에 이미 더 완전한 기호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라이프니츠의 이진법 체계는 사이버네틱스 연구에까지 이르렀으니, 현재의 컴퓨터와 주역은 이미 은밀한 내통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역은 서양의 사상가들에게 우리가 아는 것보다 큰 영향을 준걸로 보인다. 헤겔도 주역에 문외한이 아니었는데, 직접 강의까지 했다는 얘기도 어디서 본 것 같다. 중국문명이 서양에 침투한 흔적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이라는 책에서 엿볼 수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완역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축약본(3권)으로 나온 책도 절판이라 이마저도 현재 읽기가 어려운 상태다. 일본에서는 아마 11 권짜리 완역이 있는 걸로 안다
주역은 이렇게 첨단과학이라 일컫는 컴퓨터로까지 닿기도 하고, 미신이라 여기는 운명학이니 사주팔자 같은 곳에서 미심쩍게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극단적인 주역의 운명이랄까?
우선 주역의 첫걸음에 적합한 책들이다. <주역의 과학과 도>는 정말 초보자가 볼 만한 책인데, 주역의 기본기를 익히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알기쉬운 역의 원리>는 주역의 맛과 기본을 다지는데 좋은 것 같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림으로 풀어쓴 역경>도 초보자가 보기엔 부담이 적을 것 같다.
주역읽기에 대한 방법들은 정말 다양하다. <송재국 교수의 주역 풀이>는 전에 본 책인데, 어느 정도 괜찮았던 거 같다. <인문으로 읽는 주역>은 남회근 선생의 여러 책들을 번역하기도 했던, 신원봉의 책인데, 나중에 찾아 볼 생각이다.
본격적인 주역공부를 시작하려면 이런 책들을 봐야하지 않을까. 여기서는 <대산 주역강의>가 유명한 걸로 안다. 그 외에도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 주역의 맛을 어느 정도 품고 있는 책들이라서 그런지 두께도 만만치 않다. 정말 주역을 제대로 공부할 마음이 아니라면 완독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원문 주역사전>
공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주희의 역학은 봐야할 듯 싶은데, <역학계몽>이 다행히 완역이 되어 있다. 다산 정약용도 주역에 꽤 조예가 깊었다. 전에 <다산의 역학>이라는 책이 있었지만, 현재는 절판이라 구하기 어렵고, 대신 <다산의 주역 해석체계>라는 책으로 그의 주역사상을 볼 수 있다. 정약용의 <주역사전>도 8권이나 번역되어 나와 있다. 이 사전과도 연관이 있는 정약용의 주역사상이 담겨 있는 <주역반정>이란 책도 눈에 띈다. 주역 해석에 유독 뛰어난 중국의 천재 왕부지가 있는데, 이를 다룬 <왕부지의 주역철학>이란 책도 역시 절판이라 구하기 어렵다. 뭐 이런 책이 한 두권이겠냐만은.. 특히 역학 책들 중에는 오히려 절판된 책들 중에 좋은 책들이 더러 있다.
주역이 우리나라에 와서 변형된 것이 있는데, 김일부의 정역이 그것이다. 정역은 이정호가 여러 책들을 썼는데, 최근 윤종빈의 <정역과 주역>이 눈에 띈다(전에 나온 <역학연구의 심법>의 개정판). 정역은 후천시대를 말하는데 조선말기에 민중들에게 큰 영향을 준 동학이나 강증산 같은 인물과도 연관이 크다. 정역을 다룬 소설도 있는데, <하늘 북 소리>가 그것이다.
최근에 나온 책이다. 위에서 소개한 송재국 교수의 <주역 풀이>가 나온 지 10년 만에 정역을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주역 풀이>라는 책에도 뒤에 보면, 선천 후천과 관련하여 정역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책에서는 더욱 심화된 정역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주역에 관한 책들을 많이 보진 못했다. 입문서 비슷한 책들과 중급 정도의 책들인데,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은 남회근 선생의 <역경잡설>이었다. 남회근 선생은 역경 뿐만이 아니라 동양사상 전반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다. 전에 번역된 책들이 절판되고, 새로운 출판사에서 다시 나오고 있는데, 주역에 관한 책도 다시 나오길 기대한다.
남회근 선생의 <주역계사 강의>는 전에 나온 <주역강의>의 개정판이다. 이 책을 먼저 본 후, <역경잡설>을 읽는다면 짝이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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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n 2010-07-16 공감 (6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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