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욱
승인 2021.05.12
집단 암 발병 진원지인 비료공장 터에서 시민포럼 열려
주민들과 각계각층 머리 맞대고 치유 위한 공감대 형성
12일 익산 장점마을서 열린 익산문화도시 문화다양성 치유마을 시민포럼에서 조성환 원광대학교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세월호와 코로나19가 우리의 공동체의식을 일깨웠듯이, 장점마을이 익산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돌아가신 ‘님’들의 넋을 기리고 살아계신 분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길이 아닐까요?”
익산 함라 장점마을 치유를 위한 제1회 익산문화도시 문화다양성 치유마을 시민포럼이 12일 집단 암 발병의 진원지인 비료공장 터에서 열렸다.
이날 장점마을 주민들과 지역의 활동가, 철학자, 건축가, 환경운동가, 교수 등 각계각층은 가동이 중단되고 철거가 진행돼 휑하게 뼈대만 남아있는 비료공장 안에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댔고, 공감과 관계성을 토대로 한 공동체의식 회복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날 시민포럼은 ‘답은 현장에 있다’는 판단 하에 현장에서 피해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주민 중심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각 분야별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고 중간중간 주민들을 위한 공연이 펼쳐졌다.
조성환 원광대학교 교수는 “장점마을의 비극은 농촌의 생명평화가 무참히 깨졌다는 점에서 한살림운동과 지리산살리기운동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면서 “부디 이번 시민포럼이 익산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한살림운동, 생명평화운동, 그리고 지구지역학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위험을 경고하는 1980년대 한살림운동과 2000년대 생명평화운동의 흐름을 이어받아 지구위험시대에 지구와 인간, 인간과 만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자생적 학문운동(지구인문학)을 제창하고 있는데, 장점마을 치유를 위해서는 이를 토대로 한 관계성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세훈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 박사는 “장점마을 사례는 환경성 질환 중 비특이성 질환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이고, 마을주민들과 학계·의료계·시민사회단체·정치권·행정이 힘을 합쳐 조사를 수행한 최초의 사례”라며 “주변 공장 등 우리 일상의 환경적 유해성에 대한 관심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손문선 좋은정치시민넷 대표는 “여기 계신 주민분들 스스로가 자긍심을 가져야 국민의 지지와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지금까지 힘겹게 이끌어온 과정이 환경문제 측면에 있어 하나의 모델로 제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회복과 치유를 위한 주민들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돼야 하며, 그래야 시민사회나 행정의 지원이 뒤따를 수 있다”면서 “그러면 장점마을이 예전처럼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그간 주민들의 고통과 힘겨웠던 과정을 회상하며 지금까지 함께 해온 주민들과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장점마을 치유와 회복을 위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