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2

알라딘: 천 일의 순이

알라딘: 천 일의 순이
천 일의 순이 
- 2021 문학나눔 선정 도서 
김난희 (지은이)북치는소년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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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14,000원

책소개
치매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기록이다. 죽음 학자 김난희가 치매 엄마의 곁을 지킨 삼 년의 르포르타주이기도 하다. 엄마가 치매를 앓고 생전 보지 못한 사람으로 변화하며 영면하기까지 그의 가족이 치렀던 간병 일기이도 하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공론화해야 할 노인 복지 문제 보고서이기도 하다.

부모가 치매에 걸리는 순간 가족의 일상적 삶은 평온을 잃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누구의 책임도 의무도 아니면서 수많은 윤리적 문제와 맞닥뜨리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철학적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나아가 생명 소외의 자본화된 의료 현실 앞에 좌절하게 되는 사회 체계 문제와 다투게 된다.

이러한 문제 앞에 지은이는 때론 좌절하며 때론 끈기 있게 엄마의 곁을 지킨다. 어느 때는 황망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며 어느 때는 새로운 삶의 신비를 체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의 가족은 전쟁터의 군인처럼 대오를 형성하며 적과 싸우는 가족애를 보여 준다.


목차


프롤로그 • 7

1929년생, 서정순의 약전略傳
약전略傳에 앞서: 엄마, 그리고 나 • 27
1929년생, 서정순: 재주가 많으면 평생 고생한다더니 • 43

병상 기록 1
엄마가 치매라니: 치매의 증상과 진단 • 53
거처를 옮긴 엄마, 안착하지 못하고 • 62
근데, 내가 누구냐: 길고 우울한 ‘터널 증후군’ • 68

병상 기록 2
엄마, 요양 병원 침대에 갇히다 • 79
여기가 엄마의 마지막 집이라고? • 88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 97

병상 기록 3
코로나, 엄마의 운명을 가르다 • 105
이 상태로는 어디에도 엄마를 보낼 수 없어 • 117
섬망과 식탐, 그리고 실면失眠 • 124
돌봄, 치매 엄마 곁에서 존재하기 • 130

임종 기록
수면 장애 치료와 고관절 골절 • 141
우리 착한둥이, 순둥이 • 148
우주의 진흙, 엄마의 똥 • 157
엄마의 울음 • 164
마지막 만찬 후, 숨을 거두다 • 170

애도 기록
아버지와 나란히 누운 엄마 • 183
엄마 없는 날들 • 196

에필로그 • 209

여백 • 216

추천사 •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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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가장 큰 죽음 공부

이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당장 무언가 급한 마음이 들어 몸을 일으켰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별별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만큼 이 글은 무겁다. 인간 죽음을 다루면서도 삶의 문제와 끊임없이 겹치고 있다.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나 접했던 치매가 내 문제로 선뜻 다가섰다. 그처럼 이 글은 현실적이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삶의 뜻이 움트는 미동을 느꼈다. 고통 속에 피어난 엷은 미소 같았다.
이 침묵과 파열은 떠도는 이야기를 한 편의 완결된 예술로 승화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특히 이 글은 기록성과 문학성을 갖춘 제대로 된 기록 서사라 할 수 있다. 종래 기록 문학, 소위 르포 문학은 현장성에 치우쳐 예술성을 상실한 채 생경한 모습이다. 거대 담론이나 특정 정파와 논리에 빠져 보도식 전달에 그치고 마는 형국이다. 그 자체로 뜻이 있겠지만 애초에 도모했던 서발턴(subaltern)의 현실은 정서적으로 체감하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이 글은 미니멀리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빛이 들지 않는, 눈길이 가지 않는 곳에 골똘히 시선을 모둔 첨예한 글쓰기이다. 단지 그 대상이 글쓴이의 어머니였을 뿐이다. 글을 읽으며 글쓴이의 어머니는 어느새 내 엄마로 변신해 있었다. 글쓴이의 감정은 내게 충분히 이입돼 글을 읽는 시간은 오로지 내 시간이며 내 세계였다. 소소한 삶은 없다. 거대한 우주에서 나름대로 성좌를 이루며 빛나다 스러지는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기록하는 존재다.
글쓴이와 겹친 세월은 짧다. 그는 인생 선배이면서도 한발 앞서 배웠다는 내 모자람을 너그럽게 받아 주었다. 동문수학하면서 스승을 대하는 마음과 벗들을 챙기는 품이 넉넉했다. 글을 읽으며 그것이 글쓴이의 단면이었음을 알았다. 더 넓은 세계가 그에게 있었다. 그래서 이 글은 한 사람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보여 준 매개체이기도 하다. 죽은 이의 기록을 통해 산 자의 진면목을 드러낸 것이다. 르포르타주의 길이기도 하다. 허구에 치우친 소설이 다 하지 못한 진실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며 앙드레 말로의 『인간 조건??』이 떠올랐다. 소설로도 백미이지만 르포르타주의 원형이기도 하다. 죽고 죽이는 살육 현장에서도 인간 본성은 착함과 우애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인간 실존의 애환을 깊이 담았다. 그처럼 『천 일의 순이』는 추함과 협소로 끝날 것 같은 인간 종말에서 그렇지 않다는 확신을 준다. 인간의 위대함은 살아온 기적을 살아갈 기적으로 삼는 지혜에 있다는 것을 새삼 간직하게 된다. 치매는 비극이 아니라 삶을 마무리하는 인간 조건이라 여기게 되었다. 그 사건으로 사람들은 인간의 진면목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이 글에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의 정신과 눈길과 손끝이 어루만져야 할 세상의 이야기가 모래알처럼 가득하다.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공부하는 사람이다. 간병의 고통과 때때로 도망치고 싶었던 충동, 죄책감, 그러나 더 힘이 셌던 연민과 애정의 단상들을 담으며 가장 큰 공부가 되었다는 그의 고백이 일러 주었다. 죽음에 앞서가 보는 일은 삶의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부모의 죽음만큼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은 묘연하다. 이 글이 실재로 이끌어 주었다. 사적이면서도 가장 공의로운 나날을 기록한 글쓴이와 울고 웃고 아파하며 비로소 위안을 얻었다. 그가 바라본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윤리적 책임이 떠올랐고 그가 들었던 목소리를 통해 지식 속에 갇힌 세계에서 풀려나는 경이로운 체험을 했다. 이 글은 가장 순수한 글쓰기이며 치열한 르포르타주이다.
- 이민호 (시인·문학평론가)

치매 엄마의 돌봄과 죽음맞이를 위한 생생한 안내서

2021년 현재 코로나19로 한국도 많은 것들이 멈추고 단절됐다. 그중 내게 가장 안타까운 건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자주 뵈러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번은 전화로는 도저히 걱정과 그리움을 달랠 수 없어 무작정 기차를 타고 어머니께 달려간 적이 있었다. 팔순이 넘은 어머니는
허리가 더욱 구부정해지고 지팡이 없이는 걷기조차 어려웠다. ‘아!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까? 이러다간 어머니 살아계실 때 따뜻한 밥 한 공기도 못 지어 드리는 건 아닐까?’ 문득 불안감과 죄송스러움이 밀려들었다. 실제로 조선 시대 사람들은 아들이 부엌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을 해 연로하신 부모님께 올리는 것을 최고의 효도로 여겼다. 대표적으로 19세기 실학자 서유구가 그러했다.
김난희 선생님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삼 년 동안 치매 엄마를 돌보고 하늘나라에 보내 드렸으며, 이제 그 경험을 토대로 한 권의 의미 있는 책까지 내시는 선생님 특유의 그 ‘호탕함’에 또다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년 전 선생님을 만나면 주말마다 치매 엄마를 모시러 수원에서 서울로 가야한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 나는 으레 고생이 많겠다고 위로의 말을 하곤 했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지는 이 책을 보고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선생님은 치매에 걸린 엄마를 삼 년여 동안 가족들과 돌보면서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공부를 한 듯했다. 이 책은 죽음 학자답게 자기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치매 엄마의 돌봄과 죽음맞이에 초점을 맞춰 아주 담담히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 기억 상실과 터널 증후군, 수면 장애, 배변 장애 등 여러 가지 치매 증상들과 돌봄 방법, 요양 병원 선택법이나 연명 치료 여부, 치매와 죽음 관련 참고 도서 등 그야말로 알찬 정보들을 각주 형식으로 일러주고 있다. 역시 죽음 학자답게 자기 경험담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을 쓴 것이다.
선생님. 이 책으로 어머니는 맑은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실 겁니다. 아주 큰일을 하셨습니다.
- 정창권 (고려대학교 교양교직부 교수)


저자 및 역자소개
김난희 (지은이)


문학 박사, 미국 ADEC(Association for Death Education and Counselling)의 죽음 교육 수련 디렉터(FT). 2011년부터 서강대학교, 청주교육대학교, 고려대학교(세종, 안암) 등에서 글쓰기 강의를 했다. 2021년 현재는 순천향대학교 인문 교양 학부에서 글쓰기 강의를 맡고 있다.
저서로 『부정성의 시학과 한국 현대시』, 『한국 전후 문제시인 연구 6』(공저), 『삶의 성찰 죽음에게 묻다』(공저)가 있으며, 「1980년대 노동시의 헤테로크로닉 양상」, 「1980년대 모더니즘 시의 정치적 무의식」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천 일의 순이>
김난희(지은이)의 말

이 책은 엄마의 죽음을 기록한 개인 서사이다. 개인의 기록을 바탕으로 고령 사회에 내재한 죽음의 보편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엄마의 개인적인 기록에 메모를 덧붙여, 읽는 독자가 죽음을 접할 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자 했다. 엄마의 죽음이 처음이었던 내가 엄마의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접했던 자료들이다.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고 문헌의 제목, 저자, 출판사, 출판 연도, 쪽수까지 빼놓지 않고 밝혔다.
죽음이 병원과 요양 시설의 몫이 된 현대 고령 사회에서 엄마의 죽음을 맞이한 나의 죽음 대처 능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 비단 내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근대화와 산업화 이후, 마을이나 가족 공동체에서 밀려나 병원과 요양 시설의 밀실에서 부모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일반화된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경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의 죽음을 기록한 이 책을 사적이되, 공적인 기록으로 받아 주었으면 좋겠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맞이한 부모님 죽음의 기록 서사로 읽히길 바란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인생의 시작과 끝이 준 은총

이 책은 치매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기록입니다. 죽음 학자 김난희가 치매 엄마의 곁을 지킨 삼 년의 르포르타주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치매를 앓고 생전 보지 못한 사람으로 변화하며 영면하기까지 그의 가족이 치렀던 간병 일기이도 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공론화해야 할 노인 복지 문제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치매에 걸리는 순간 가족의 일상적 삶은 평온을 잃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누구의 책임도 의무도 아니면서 수많은 윤리적 문제와 맞닥뜨리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철학적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나아가 생명 소외의 자본화된 의료 현실 앞에 좌절하게 되는 사회 체계 문제와 다투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 앞에 지은이는 때론 좌절하며 때론 끈기 있게 엄마의 곁을 지킵니다. 어느 때는 황망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며 어느 때는 새로운 삶의 신비를 체험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의 가족은 전쟁터의 군인처럼 대오를 형성하며 적과 싸우는 가족애를 보여 줍니다. 특히 여성들의 눈물겨운 헌신은 희생의 차원을 넘어 숭고한 증여로 승화됩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치매가 일군 여성 계보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 어머니, 언니, 동생으로 이어지는 여자들의 움직임은 남자들을 보좌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곡신(谷神)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보다 몸이 앞서는 존재, 논리보다 실천을 앞세우는 현장에서 죽음은 어느 순간 새로운 의미로 새겨집니다.
이 책은 하이데거가 말한 죽음에 앞서가 보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합니다. 지은이는 그것을 가장 큰 죽음 공부라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삶의 공부이기도 합니다. 치매는 인생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비극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시작처럼 인간 삶의 끝에 찾아온 은총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평화로운 죽음’의 선구자 의사 이시토비 고조는 이에 대해 치매 환자들과 접할 때는 자신이 구원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고 치매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인생의 애교’와도 같다고도 말합니다.
누구나 언젠간 닥칠지 모를 삶의 한 순간, 치매 앞에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지은이가 먼저 앞서가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치매와 걷는 안내서이자 지침서이기도 합니다. 특히 기록 서사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며 인간애를 오롯이 담은 문학으로서 오래 두고 읽을 만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 일의 순이』는 무엇을 담았는가?

치매 환자는 사람이다

이 책은 만성 심부전증을 오래 앓았던 지은이의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영면하기까지 만 삼 년의 시간을 병상, 임종, 애도의 기록으로 나누어 묶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고 노인 장기 요양 4등급으로 2016년 11월 말경부터(87세) 2020년 9월 10일 새벽 두 시 십오 분, 숨을 거두기까지(91세) 삼 년하고도 십 개월 정도 근 사 년의 기록입니다. 요양 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냈던 일 년 정도의 기간을 빼면 실제 근 삼 년에 해당하는 기간입니다.
지은이의 엄마는 이른바 ‘터널 증후군’이라는 긴 시간을 거치면서 치매가 악화되고, 엉덩이뼈마저 부러져 용변 처리를 남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요양 병원과 요양원 에서 지내다 가족의 품 안으로 돌아와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삼 년의 이야기 속에는 치매와 심장병 악화로 숨을 거두기까지의 좌충우돌 간병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죽음을 향해 한발씩 걸음을 내디뎠던 엄마 곁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간병의 고통과 그 고통으로부터 때때로 도망치고 싶었던 충동, 그 충동으로 싹튼 죄책감, 그러나 다행히도 그보다는 더 힘이 셌던 엄마를 향한 지은이의 강한 연민과 애정의 단상들을 담았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끝은 의심의 여지없이 머잖아 누구나 맞이하게 될 나 자신의 죽음을 일깨워 줍니다. 결코 개인적인 경험담만은 아닙니다. 이변이 없는 이상 우리도 ‘최빈도 죽음’의 경로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최빈도 죽음’은 고령화 사회 노인들의 일반적 죽음입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자연스러운 존엄사가 허락되기 어려운 의학의 관리 체제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고령화 시대 조만간 다가올 초고령화 시대에 노인이 될 우리의 죽음 경로이기도 합니다. 고령화 시대에 맞게 평균 수명을 산다면 지은이의 엄마처럼 우리는 노화와 질병의 긴 시간을 거치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숙명에 처합니다. 이 책이 담은 병과 죽음에 관한 기록은 어쩌면 지은이의 엄마의 죽음을 빌린 우리의 미래 죽음의 투시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