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2

Facebook 박정미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에 적극적인 진보를 꿈꾸며 책 포스트 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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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에 적극적인 진보를 꿈꾸며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이 책 <포스트 피크>를 읽고 내 의식에 남은 과거의 흔적이 또 한조각 스르르 떨어져나갔다. 삼십여년 전 대학시절부터 나를 포박하고 규정지었던 몇 권의 책과 몇 년의 경험치에서 풀려나 지금의 현실에 가깝게 발을 딛었다는 느낌이다.
내로남불의 현 N86정부 덕분에 이상주의에 대한 도덕적부채감을 말끔히 청산한데 이어 인식론적 사유의 지평을 넓히게 되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앞서 나아간다’는 어감과는 달리 뒷북이 진보의 운명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대학시절에는 백년도 더 된 마르크스이론을 금과옥조로 삼았다. 지구 저쪽에서 현실사회주의는 다 망해가고 있던 바로 그 시점에 1917년의 혁명을 꿈꾸었다. 소련의 해체를 받아들인 이후에는 최신이론이랍시고 오십년도 더 된 로자룩셈부르크와 그람시를 들먹였다.
진보를 표방해왔지만 현실에서 퇴행하여 과거 역사를 외우고 되새기고 재현하고 살았던 거다.
과거를 가지고 추론한 거대이론으로 변화된 현재를 뒷북으로 공격하는 데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선두에 섰다.
<자본론>은 산업혁명의 여파로 형성된 영국노동계급상황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개선되었을 시점인 1867년에 이르러서야 나왔는데, "자본이 축적될수록 임금수준과 상관없이 노동자의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이 틀림없다"고 썼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된 지 일년도 안 돼 내 손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최신책이다. 지은이 앤드루 맥아피는 MIT경영대학원에 재직중인 정보경제학자로서 통계적사실과 추론을 엮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최근 미국지질조사국USGS 통계가 근거로 제시되고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내생적 성장이론) 와 노드하우스(탄소세)의 이론이 결론으로 제시된다.
맬서스주의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미래에 관해 늘어놓는 부당한 비관론'으로 쓰인다. 지금 우리 환경운동은 맬서스주의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농경시대 이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 다 죽어나가고 다시 시작하는 진동현상을 겪어왔다.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산출식량이 인구를 부양하지 못하여 자체조절과정을 거치는 탓이다.
하지만 근대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이 인구의 증감을 반복하는 맬서스의 진동을 드디어 돌파하게 되었다. 이제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생산량 또한 인구증가속도를 앞질러 세상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다.
환경운동진영 일각에서 믿어지는 맬서스적 지구종말론 또한 1970년대의 암울한 상황에서 집약된 거대이론이 몸을 틀지 못하고 그냥 직진하여 변화된 현실을 들이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발전이 자원을 절약하는 쪽으로 가는게 아니라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원수요를 확대해서 파국에 이른다는 논리로서 자원과기술의 신맬서스주의라고 할 수 있다.
생물학자 카머너는 이렇게 정리했다."현재의 생산체계는 자기파괴적이며 현재 인류문명은 자살을 향해 가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드레고르의 질문은 신맬서스주의자들의 사고 진전방향을 잘 보여준다."물질생산의 무성장(더 나아가 탈성장)이 필요조건인 지구의 균형상태가 자본주의 체제와 양립가능할까?".
이제 지구의 생존을 위해서는 기술발전에 이어 기술발전을 추동하는 자본주의도 적으로 돌리는데에 이르게 된 것이다.지금 현대인의 주류적사고방식 또한 그렇게 파국을 향한 불안과 두려움을 기저로 깔고 있다.하지만 그 이후 환경운동진영에서 자신만만하게 예측한 식량부족과 기근, 생태계붕괴, 멸종, 천연자원고갈등의 사태는 아직 실현될 기미조차 안보이고 있다.
이 책은 환경운동의 비관론과는 달리 자본주의와 과학기술 발전으로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 줄리안사이먼은 조만간 천연자원이 고갈될 위험은 없다고 한다. 그는 경제학의 기본원칙인 '희소성의 원칙'으로부터 시작한다.자원이 희소해지면 가격이 올라가는데 가격급상승은 인간의 탐욕을 부추기고 창의성을 불러일으켜 자원을 대체하거나 더 효율적으로 쓰게하는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이 바로 효율극대화(Ephimeralization)로서 이를 통해 물질세계로부터 자원을 덜 쓰면서 인간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이후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로 발전하게 된다.
지은이는 1900~2015년 동안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연관광물소비량(수입된 소비량도 포함)을 탈물질화의 근거로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5대금속의 연간총소비량은 모두 '정점 이후 post- peak단계 '에 이르렀다. 대부분 2000년을 기점으로 증가추세가 꺾여서 그 이후 15년동안 철강 15퍼센트, 알루미늄 32퍼센트, 구리 40퍼센트 정도로 감소했다.
이는 농업생산에 있어서도 같은 추세를 보여주는데 1984년에는 관개용수가 1999년에는 비료가 연간소비량의 정점을 찍고 하락추세다.
이 기간동안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우상향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경제성장률과 발을 맞추어온 총에너지사용량도 동조화를 깨고 2008년 정점을 지나서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이렇듯 미국과 유럽연합 선진국에서 덜 쓰면서 더 많이 얻는, 탈물질화 과정은 뚜렷한 추세다. 인도와 중국도 아직 물질정점을 지나지 못했지만 산업구조가 고도화될수록 탈물질화 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은이는 맬서스가 미래를 예측하는 쪽으로는 형편없었지만 과거를 설명하는 쪽으로는 대체로 옳았다고 지적한다. 바로 그것이다. 과거의 추세를 보고 연장하여 미래를 함부로 예측할 일이 아니다. 추세는 언젠가 뚝! 끊기는 지점이 있다. 근본적인 변화가 물밑에서 일어나 지표면을 뚫고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과거에서 추출한 원리로 현재를 설명하려는 거대이론은 대부분 그런 함정을 갖고 있다.
농경시대의 패러다임으로는 도저히 산업사회의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이제 나는 똑 같은 불일치를 우리시대에 보고 있다.
산업시대는 인간근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함으로써 지구를 변모시켰다. 현시대는 AI등 디지털기술로 인간의 정신적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첫번째 멜서스주의는 기술발전으로 지구로부터 더 많은 것을 취함으로써 번영할 수 있었던 산업시대에 깨졌고 두번째 신멜서스주의는 덜 취하면서 번영하는 법을 깨달은 현 디지털기술시대에 깨지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이 인류의 전망을 자동으로 낙관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작동원리인 시장은 본질적으로 외부효과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 동식물멸종과 오염과 온실가스의 문제가 대표적인 외부효과이다. 시장바깥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올바르게 현실과제를 추려내는 '대중의 인식'과 이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반응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환경운동의 미래가 있다.
자본주의와 기술발전으로 세상은 종말로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반자본주의나 농경시대로의 회귀 등 ‘엄청난 경로수정’으로 세상이 구원된다는 믿음은 아예 버려야 현실에 발을 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운동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1900년대가 아닌 변화된 시대, 2021년에 발맞추어 환경운동도 진화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적극 찬동한다.
때로 비주류의 운명은 주류가 파국으로 치달을 때 물꼬를 내어 댐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데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거대한 강물이 대평원을 달리는 평화의 시기가 오면 주류의 흐름에 합류하여 같이 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내 젊음을 회고하기도 한다.















16김두화, Jeong-Woo Lee and 1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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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

어려운 말글로 된 책을 많이 읽다보니 쉬운 걸 어렵게 얘기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책많이 읽은 먹물들만 알아듣는 이야기... 지송. ^^ 위 글을 시장판 80~90대 할머니도 알아들을 수 있는 순 우리말로 한번 바꿔서 쓰면 무지하게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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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김석수 실력이 딸리는디 워쩌케 쉽게 씁니까. 쓴 사람은 기록용으로 썼지만 읽은 사람이 용하십니다.ㅎㅎㅎ(고맙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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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h






김석수

ㅎㅎ 한번읽고 지나기 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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