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0

알라딘: [전자책]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알라딘: [전자책]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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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다가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으로써, 일단 이 책의 제목이 나를 강력하게 불렀다. 부제목으로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도 마음에 들었다. 박홍규와 박지원의 이름을 처음 들어 보아서 그분들에 대해 알고 싶기도 했다. 이 책은 평생을 내내 읽으며 살아온 학자 박홍규의 삶과 생각에 대해 박지원이 묻고, 박홍규가 답하는 대담집이다. 많이 읽으며 살아왔기에 여기엔 당연히 책얘기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책을 통해 발견한 지혜를 세상을 향해 내던지는 담론이 더 많다.

 

한평생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 학교를 오가는 사람, 오늘도 가방에 도시락을 싸든 채 홀로 도서관에 틀어박히는 사람, 노동법을 전공하고 법대 교수를 지내며 한국 사회와 노동 현실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 그리고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40년간 150권이 넘는 책을 쓰고 옮겼던 사람....

책머리에 박홍규옹에 대해 이렇게 쓰여져 있다. 자발적인 단독자의 길을 택하고 좌우를 떠나 모든 진영과 집단의 패거리 문화를 진심으로 싫어한 사람으로 아나키스트적인 계몽주의자의 면모를 보이는 분이다.

 

70을 눈앞에 둔 분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교수출신으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고 모든 권위와 가족주의를 해체하고, 불합리, 억압과 편견을 버리자는 주장은 쉽지 않다. 상당히 진보적인 시각으로 지금의 현실을 비판한다. 학자이기에 누구나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담집을 읽어가며 이 분은 사회적인 실천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지향하는 노년의 삶과 생각들에 많은 구심점이 되어 주어 좋았다.

 

읽는다는 것은 고독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이다. 더 많이 읽기 위해 삶의 잔가지들을 제거하고 집중하고 몰두해야 한다. 읽으면서 거기에 있는 것들을 모아가며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 얼마만큼 많이 읽어야 박홍규옹처럼 막힘없는 답변이 술술 나올수 있는지 나로서는 참 아득하다.

 

대담의 형식으로 된 책을 읽다보면, 두 대담자의 언어가 너무 어려워 읽어내기가 힘든 것도 있고, 지루할 때도 많다.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는 이러한 면에서 읽기가 편하다. 여러 분야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가며 다양한 얘기를 풀어나간다. 작가인 박지원씨는 단지 질문만이 아닌 내용에 대한 정리도 잘 해준다. 다만 이런 책은 내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데 참 힘들고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무조건적이지 않게, 좋고 옳은 것만 받아들여야겠다.

 

이 책은 461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읽는 내내 양손으로 책을 눌러서 읽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잘 펴지지가 않는다. 책의 마지막 부분의 박홍규옹의 아내분과의 인터뷰는 별로 필요없을 것 같다.

 

내내 읽으며 늙어 갈 수 있고, 도시락까지 싸주시는 아내분의 노고로,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교수님이 부럽다. 내내 분주하게 살아가며 잠시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나의 삶과 비교된다.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시지만 여자를 위하는 것과 여자와 똑같이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 밥벌이와 고마움으로 모든 것이 상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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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6-02 공감(48) 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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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고독”을 위한 책읽기

법학자이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박홍규 선생은 자연, 자치, 자유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1년 전 대학에서 퇴임한 후 시골로 이사한 후 오전에 밭일을 한 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1988년부터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152권의 책을 냈다. 3분의 2는 직접 쓴 책이고 나머지는 번역서이다. 그는 전공인 법학 뿐 아니라 문학, 철학, 미술, 음악까지 다양한 글을 써오고 있다. 집단 패거리 문화를 싫어해서 동창회, 회식에는 나가지 않고 혈연, 지연, 학연은 끊고 산다. 군중과 권력에서 거리를 두고 사회를 비판하고 무리 짓지 않고 소신껏 살아온 그다. 이 책은 박홍규 선생의 오랜 독자인 출판인 박지원과의 대담집이다. 독서가 어떻게 박 선생의 인생을 형성해 왔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박홍규 선생은 책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너무 고독하고 너무도 심심하고 외로웠기”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청소년기에는 헤세의 작품을 읽으면서 사회로부터의 왕따가 된 그의 외로움과 반민주적이고 반인간적인 사회의 규율 속에서 밀려나 고통스러워했던 헤세에게 크게 공감했다. 더 나아가 헤세처럼 전쟁에 반대하고 사회와 공동체 안에서 생명과 자연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고전과 철학서를 읽으면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인간성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은 얼마나 심오한지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선생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교육의 문제점으로 독서의 부족을 지적한다. 서구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절대적인 책’ 즉,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교사가 여러 출판사 책을 참조하여 수업을 구성한다. 그는 “교과서가 아닌 다른 텍스트는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야 말로 적폐중의 적폐”라고 꼬집는다. 특히 교과서만이 완벽하다는 미신은 아직도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억누르고 있다. 정해진 답을 좆아 가야 하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무시당하게 된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위해서는 교과서 원칙주위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5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한 그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로 연구하는 공통의 문화자산인 번역 문화의 빈약함을 토로한다. 대학 시스템도 문제다. 교수평가 업적에 번역은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논문 작성만을 업적으로 치기에 전문가들이 번역에 신경쓰지 않는다. 번역은 다른 나라문화와 한국 문화를 결합시키는 데 ‘가교’역할을 한다. 박 선생은 각 분야 전문가들은 그들만 보는 논문만 쓰는게 아니라 일반대중들이 읽을 번역서를 많이 출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책을 읽으며 선생은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반민주주의에 맞섰던 이단아들- 사이드,오웰, 간디, 톨스토이, 고흐 등-을 만나며 이 각박한 세월에 책 속의 아웃사이더들이 고통을 이겨냈듯이 우리도 우리만의 우직함과 용기를 가지라 한다. 그가 추구하는 자발적 고독이자 자유다. “어떤 주류적 이념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주장과 노선을 지키는 것. 그게 고독을 강조하는 나의 입장과 연결”된다.

자발적인 고독의 생활을 해온 박홍규 선생의 지난 50년 책과 살아온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독서야말로 홀로서기의 시작임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이야 말로 혼자만의 고독한 경험이자 스스로를 성찰하는 행위이다.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사회에 일갈하는 작가나 사상가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저항을 배우고 자유롭고 싶은 나를 발견할 것이다. 이런 개인이 모인다면 좀 더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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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19-12-31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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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혹한 땅에 닮고 싶은 어른을 만나다니! 새창으로 보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사람은 많이 가지거나 많이 배울수록 자기 성찰은커녕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오만을 부린다는 생각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소위 지식인이나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내제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열등감도 한몫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만의 견고한 지식의 성에서 벽을 높게 세운 채로 보통의 사람들은 물론 이 땅의 모든 소수자들과는 전혀 공감되지 않는 지식은 종이 쪼가리보다 못 하다는 건 변함없는 생각이다. 



'무리 짓지 않은 삶의 아름다움' 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읽던 책을 미루고 읽기 시작한 책. 출판인이자 작가인 박지원이 묻고 칠십 평생을 고독한 독서인으로 살아 온 박홍규가 답을 하고 그 답을 다시 명쾌하게 박지원이 정리하며 다음 질문을 이어가는 형식이 꽤나 흥미로웠다. 

나도 따라 내내 읽다가 은빛 머리카락 흩날리며 늙는 상상을 하면서 책을 덮을 때까지 몇 날 며칠 숨을 죽이며 가만가만 조용히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방향성을 잃지 않은 질문과 사려 깊은 답 속에 들어 있는 (방대한 독서를 통한 )지식이 자기만의 틀에 갇힌 것이 아니어서 놀라웠다. 



더욱 나를 들뜨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가진 것을 내세우지 않고 글과 말과 삶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 고독한 독서가이지만 세상의 부조리함과 불의를 모른 척 하지 않으며 가장 열악한 곳에 있는 소수자를 향해 따스한 시선을 가진 사람,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참혹한 땅을 살아가는 우리가 닮고 싶은 든든한 어른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외롭고 쓸쓸한 그대들이여,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얻고 싶다면 내내 읽다가 늙어버린 고독한 독서인 박홍규를 만나보시라. 책을 통해 지혜를 건지는 건 오롯이 그대들의 몫이지만, 긴긴 겨울을 나기 위해 어머니가 땅속 깊이 묻어 둔 김장독처럼 따스하고 든든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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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2020-01-0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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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일상사 새창으로 보기
내가 학자로서 존경해마지 않는 분들이 여럿이 있다. 그중에서 급진적 사상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분이 두 분 있다. 한 분이 녹색평론 대표인 김종철 선생이고, 또 다른 한 분이 법학자이자 상상을 불허하는 엄청난 인문학적 책을 저술하고 번역한 박홍규 선생이다. 김종철 선생으로 치자면 1991년부터 지금까지 격월간으로 《녹색평론》이라는 생태사상 잡지를 내고 있으니, 그 저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박홍규 선생도 마찬가지. 그가 쓴 저술을 소개한 내용을 보자.

그동안 『아돌프 히틀러』, 『누가 헤밍웨이를 죽였나』,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 『복지국가의 탄생』, 『헤세, 반항을 노래하다』, 『제우스는 죽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조지 오웰』, 『니체는 틀렸다』, 『인문학의 거짓말』,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내 친구 톨스토이』, 『함석헌과 간디』, 『독학자 반 고흐가 사랑한 책』, 『독서독인』, 『마르틴 부버』, 『이반 일리히』, 『디오게네스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다시 보기』,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 『누가 아렌트와 토크빌을 읽었다 하는가』, 『윌리엄 모리스 평전』,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생각하라』, 『자유인 루쉰』 등을 집필했으며,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 『유한계급론』, 『군주론』, 『산업 민주주의』, 『간디가 말하는 자치의 정신』, 『간디, 비폭력 저항운동』, 『유토피아』, 『이반 일리히의 유언』, 『학교 없는 사회』, 『자유론』, 『간디 자서전』, 『오리엔탈리즘』, 『사상의 자유의 역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중에 내가 사고 읽은 책만 반이 넘는다. 나도 어지간이 읽은 셈이다.

이 정도면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내내 썼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박홍규 선생이 이번에 대담집을 냈다. 박지원이 묻고 박홍규가 답한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사이드웨이, 2019)이다. 제목에서 확인하듯이 그의 쓰기는 읽기의 반영이다. 내내 읽었으니, 내내 썼던 셈. 현재 박홍규 선생은 교편을 접고 그의 아내와 경북 경산의 시골로 가서 600평의 땅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휴대폰도 없이, 자동차도 없이,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도서관으로 출퇴근한다. 주말이면 아내와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본다. 책 표지를 보니, 그러한 박홍규 선생의 삶을 ‘고독한 독서인’, ‘영원한 이단아’, ‘르네상스적 지식인’ 등 다양한 타이틀을 붙여 소개해놨다. 부제는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이라 지었으니, 번다하고 과하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박홍규 선생의 삶을 생각해보면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칭이다.

이 대담집은 박홍규 선생의 다른 책에 비해 읽기가 수월하다. 질문도 쉽거니와, 대답도 동네에 지혜로운 노인의 말처럼 쉽고 명료하다. 독서, 고독, 사회, 인간 등을 주제로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다정다감하다. 지적으로 무장한 박홍규가 아니라, 자상하고 친절한 박홍규를 보는 것이 낯설지만, 글이 날 서있다고 삶이 날 선 것이 아니라 생각하니 그 또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체의 명예나 지위도 갖지 않고 오직 독서와 집필에만 몰두하는 그의 고독한 삶은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부럽다기보다는 경외감이 든다. 일본작가 마루야마 겐지 정도와 맞먹는 인물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나와 동시대에 박홍규 선생과 같은 지성인이 한 하늘에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뿌듯해진다. 일독을 권한다.




생각을 깊이 하라, 많이 하라는 말은 세상에 얼마나 많나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처럼 ‘생각의 힘’을 막무가내로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저는 생각한다는 일의 진정한 힘은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이라고 믿고 있어요. 다양한 생각들이 자기 안에 축적되어 있고, 그래서 자기 생각의 좌표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 그런 축적과 인식의 연쇄 과정. 그게 바로 생각의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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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뚱 2020-04-19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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