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에 대한 오해 #6. 어머니가 외아들을 사랑하듯 세상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 불교의 자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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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외아들을 사랑하듯 세상 모든 존재들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보호하는 것이 불교의 자비"라는 관념이 널리 퍼져 있지만, 나는 다른 해석을 지지한다. Karaniya Mettā Sutta의 해당 부분은 "As a mother would try to protect her child, her only child, so should one cultivate a limitless heart with regard to all beings"인데, 이 경전이 詩의 형식인지라 모호성이 존재하므로 초기경전의 다른 부분들, 특히 부처님의 언행을 보아야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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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처님은 '어리석은 사람'( =인과를 이해/예측 못 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부적(符籍)이라고 말씀하셨다 (a). "어리석은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말라”와 "세상 모든 이들을 어머니가 외아들 대하듯 대하라"는 양립 불가능한 얘기. 그런데 부처님은 모순이 없는 분이셨다. (인과를 모르는 사람에게 인과를 가르쳐 주는 것이 자비이긴 하지만, 배우고 익히려는 의지가 없는 상대를 귀찮게 하는 건 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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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ot associating with fools, consorting with the wise, paying homage to those worthy of homage: This is among the best protective charms." -- Sn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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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기가 죽어 울고 있는 여인 Kisa Gotami에게 부처님은 따뜻한 위로 대신 "마을에 내려가 일가 친척 누구 하나 죽은 적 없는 가문을 찾아 내어 그 집에서 겨자씨를 빌려 가져오라"고 하셨다. 생로병사의 고통이 싫다면 수행하여 무수한 윤회를 끝내라는 뜻. 보통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자기 딸의 슬픔에 대해 보이는 반응이라고 할 수 없으며, 상식적 의미에서의 사적 감정적 공감/연민과도 전혀 다르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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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적 감정적 pema (love, 사랑)에 대해 부처님은 오히려 부정적이셨다 (c,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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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When one loves, there arises the state of change & aberration, sorrow, lamentation, pain, distress, & despair:" -- AN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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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Love is born of love. Aversion is born of love. Love is born of aversion. Aversion is born of aversion. ... ... On the occasion when a monk, through the ending of effluents, enters & remains in the effluent-free awareness-release & discernment-release, having directly known & realized them for himself right in the here & now, then any love of his that is born of love, ... any aversion of his that is born of love, … any love of his that is born of aversion, … any aversion of his that is born of aversion is abandoned ... ." -- AN 4: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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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탐진치의 탐을 제거하는 훈련으로서 자선/봉사가 본격적인 수행의 기본 준비가 되며 당연히 선업이다. 그러나 자선/봉사가 팔정도의 8요소에 속하지는 않으며 수행자의 의무=계율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해탈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고, 팔정도의 8요소만큼 큰 선업도 아니라는 얘기. 자선/봉사 등의 선행을 할 때조차, 그 선행을 하는 사람, 받는 사람, 제 3자 등 그 누구에게도 여하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방법은 피해야 한다고도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e). 다시 말해, 불교가 자비를 가르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희생을 장려하지도 절대 않는다는 얘기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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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A person of integrity gives a gift without adversely affecting himself or others." -- AN 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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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출생 직후 7발자국을 걸었다는 둥, 신체상 특징이 어떻다는 둥, 부처님이 전생에 자기 자신을 굶주린 호랑이에게 먹이로 제공했다는 둥 ("Jataka")의 얘기들이 있기는 한데, 이런 건 모두 부처님 우상화를 위해 후에 섞여 들어간 '오염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내가 내 목숨을 대신 희생한다 해도, 그 행동이 나의 업 계좌에 선업으로 기록은 될지언정 내가 살린 사람의 업 자체에는 도움이 1도 안 된다. 또 주는 사람이 있으면 받는 사람도 있어야 하기에, 니체의 말처럼 이타주의는 꼭 그만큼의 이기주의를 필요로 하며 이타주의의 장려는 이기주의자들을 배양하는 결과가 되는 것. 그런데 부처님은 새디스트도 매져키스트도 아니다. 몸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몸을 학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듯, 자기중심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만 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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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런 사실들을 고려할 때, 어머니의 외아들 사랑 같은 절절하게 감정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부처님이 장려하셨을 리는 없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Karaniya Mettā Sutta에서 "어머니가 목숨 걸고 외아들을 보호하듯이"의 피수식어는 "모든 존재들을 보호하라/사랑하라"가 아니라 "(모든 존재들에 대한) 자신의 mettā/사무량심을 보호하고 유지해라"라는 타니사로 스님의 해석이 맞다고 보이며, 실제로 MN 21에서 부처님은 강도가 내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내고 있는 와중에도 상대에 대한 mettā를 유지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강도에게 팔다리를 잘리고 있는 와중에 강도에 대해 ‘어머니가 외아들 사랑하듯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란 완전 불가능. 그러나 내 팔다리를 자르고 있는 강도가 악업을 그만두고 선업으로 마음을 돌릴 경우 강도 자신에게도 좋고 나의 목숨부지 확률이 높아져 나에게도 좋은 일이 되므로, 강도가 선업을 행하여 행복을 짓기를 바라는 기원은 100%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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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우리가 세상 모든 생명체들에 대해, 심지어 나를 해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조차 유지해야 하는 태도인 mettā는, '어머니의 외아들 사랑'이 아니라 '선업을 쌓는 지혜를 통해 이승의 행복과 영원한 행복( =해탈)을 당신 스스로 성취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진실한 기원인 것이며, 이 기원만 늘 갱신한다면, 상대에 대한 싫은 느낌이 순간순간 올라오더라도, 상대와의 인연을 놓더라도 여전히 mettā라는 것이 타니사로 스님의 주장이다.
따라서 mettā의 번역으로 lovingkindness 보다 goodwill이 적확하다고 보여지며,
그래서 각묵 스님 (Pali Canon과 아비담마를 한국어로 완역하신 분)도 '慈'를 '사랑' 아닌 '성냄 없음'으로 정의하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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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 ... mettā is not necessarily an attitude of lovingkindness. It’s more an attitude of goodwill—wishing the other person well, but realizing that true happiness is something that each of us ultimately will have to find for him or herself, and sometimes most easily when we go our separate ways. ... ...
The Buddha never recommends developing universal pema—for, as he notes, love can easily lead to hatred ... ... instead of drawing a parallel between protecting your only child and protecting other beings, he draws the parallel between protecting the child and protecting your goodwill. This fits in with his other teachings in the Canon. Nowhere does he tell people to throw down their lives to prevent every cruelty and injustice in the world, but he does praise his followers for being willing to throw down their lives for their precepts. ... ... If you truly feel metta for yourself and others, you can’t let your desire for warm feelings of love and intimacy render you insensitive to what would actually be the most skillful way to promote true happiness for all." -- 'Mettā Means Good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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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If you think of goodwill as lovingkindness and you’re there like the mother protecting her only child, as some people believe that passage in the Karaniya Mettā Sutta says, it becomes pretty oppressive — and very inflated. How are you going to go running around protecting everybody the way a mother would protect her child? It’s hard enough to protect one child, much less all beings. But actually, the Buddha’s saying in that passage that you’ve got to protect your goodwill, both for yourself and for others, as a mother would protect her child. That’s something you can actually do."
-- 'Goodwill in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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