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도 읽은 책…파커 파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입력 : 2018.08.26
지난 3월 파커 J 파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 문재인 대통령 앞에 놓여있는 사진을 게시하면서 이 책의 판매량이 급등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달초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 읽은 세 권의 책이 공개되자마자 일약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이른바‘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 셀러’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이 나왔는데요.
미국의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가 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글항아리·2012)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난 3월 파머가 페이스북에 2014년 8월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을 벌이던 문대통령의 곁에 자신의 책이 놓여있는 사진 한 장을 게시하면서, 이 책의 판매량이 무려 40배나 뛰어오른 바 있죠.
미국에서 2011년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 직역하면‘민주주의의 마음을 치료하기’라는 뜻입니다. 파머는 수도, 전기, 철도 등이 국가의 기본 인프라를 이루듯이, 민주주의를 탄탄하게 만드는 인프라는 다름 아닌 마음이며,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한 ‘마음의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뉴햄프셔대 교육학과 브루스 멀로리 교수는 미국 학술 저널‘민주주의와 교육’ 제20호에 기고한 서평에서 이 책이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과 교육 제도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21세기초에 나온 저작들 중 가장 중요한 책이다”며 특히 “숙의민주주의 운동의 참여자들, 효과적이고 활동적인 시민이 되려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이들, 현대 정치를 관통하는 흐름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는 이들”을 거론했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에 쓰인 ‘비통한 자들(the brokenhearted)’을 달리 해석하면‘마음이 부서진 자들’인데요. 저자는 “마음이 부서져 흩어진 게 아니라 깨져서 열린 사람들이 정치의 주축을 이룬다면, 보다 평등하고 정의롭고 자비로운 세계를 위해 차이를 창조적으로 끌어안고 힘을 용기있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18세기 중반 미국의 퀘이커 교도 존 울만은 부서진 마음이 지닌 정치적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울만은 많은 상류층 퀘이커 신자들이 노예주라는 사실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몹시 괴로워했지만, 분노를 토해내는 대신 노예주들이 스스로 모순을 직시하도록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결국 퀘이커 공동체는 미국 종교 공동체 중 최초로 노예 해방을 지지하게 됩니다. UC버클리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를 받고 공동체 조직가로 일했던 파머는 그 자신이 독실한 퀘이커 교도이기도 합니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글항아리)의 저자 파커 J 파머. 파머는 미국의 저명한 사회운동가이자 고등교육 전문가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이 책에서 파머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을 지배하는 편집증적 공포, 특히 국경 너머의 타자들을 불신하고 서로를 이방인으로 만드는 현실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저자는 시민 참여의 위축. 과두제의 부상, 사려깊은 공적 토론의 실종 등 지금의 정치 환경을 대담하게 비판한다”면서 “공적인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과 씨름하는 일은 치유적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79세인 파머는 1997년‘용기와 회복 센터’를 설립해 각계 각층 미국인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 미국에서 페이퍼백으로 출간된 이 책의 개정판에서는 미국 헌법의 첫 문장인 ‘우리 미국인(We the People)’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강조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힘이 우리 각자의 마음의 습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261507001&code=960205#csidxdeb19a459a8576bbd99f05bc408cf41
입력 : 2018.08.26
지난 3월 파커 J 파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 문재인 대통령 앞에 놓여있는 사진을 게시하면서 이 책의 판매량이 급등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달초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 읽은 세 권의 책이 공개되자마자 일약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이른바‘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 셀러’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이 나왔는데요.
미국의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가 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글항아리·2012)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난 3월 파머가 페이스북에 2014년 8월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을 벌이던 문대통령의 곁에 자신의 책이 놓여있는 사진 한 장을 게시하면서, 이 책의 판매량이 무려 40배나 뛰어오른 바 있죠.
미국에서 2011년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 직역하면‘민주주의의 마음을 치료하기’라는 뜻입니다. 파머는 수도, 전기, 철도 등이 국가의 기본 인프라를 이루듯이, 민주주의를 탄탄하게 만드는 인프라는 다름 아닌 마음이며,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한 ‘마음의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뉴햄프셔대 교육학과 브루스 멀로리 교수는 미국 학술 저널‘민주주의와 교육’ 제20호에 기고한 서평에서 이 책이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과 교육 제도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21세기초에 나온 저작들 중 가장 중요한 책이다”며 특히 “숙의민주주의 운동의 참여자들, 효과적이고 활동적인 시민이 되려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이들, 현대 정치를 관통하는 흐름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는 이들”을 거론했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에 쓰인 ‘비통한 자들(the brokenhearted)’을 달리 해석하면‘마음이 부서진 자들’인데요. 저자는 “마음이 부서져 흩어진 게 아니라 깨져서 열린 사람들이 정치의 주축을 이룬다면, 보다 평등하고 정의롭고 자비로운 세계를 위해 차이를 창조적으로 끌어안고 힘을 용기있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18세기 중반 미국의 퀘이커 교도 존 울만은 부서진 마음이 지닌 정치적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울만은 많은 상류층 퀘이커 신자들이 노예주라는 사실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몹시 괴로워했지만, 분노를 토해내는 대신 노예주들이 스스로 모순을 직시하도록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결국 퀘이커 공동체는 미국 종교 공동체 중 최초로 노예 해방을 지지하게 됩니다. UC버클리대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를 받고 공동체 조직가로 일했던 파머는 그 자신이 독실한 퀘이커 교도이기도 합니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글항아리)의 저자 파커 J 파머. 파머는 미국의 저명한 사회운동가이자 고등교육 전문가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이 책에서 파머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을 지배하는 편집증적 공포, 특히 국경 너머의 타자들을 불신하고 서로를 이방인으로 만드는 현실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저자는 시민 참여의 위축. 과두제의 부상, 사려깊은 공적 토론의 실종 등 지금의 정치 환경을 대담하게 비판한다”면서 “공적인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과 씨름하는 일은 치유적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79세인 파머는 1997년‘용기와 회복 센터’를 설립해 각계 각층 미국인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 미국에서 페이퍼백으로 출간된 이 책의 개정판에서는 미국 헌법의 첫 문장인 ‘우리 미국인(We the People)’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강조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힘이 우리 각자의 마음의 습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261507001&code=960205#csidxdeb19a459a8576bbd99f05bc408cf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