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의 초기소설에 나타난 ‘구도자의 변화양상’고찰
A consideration on Ko Un's early novels appeared in Changing Patterns of investigators PDF icon
한국사상과 문화
약어 : 사상과 문화
2012, vol., no.63, pp. 137-167 (31 pages)
UCI : G704-000697.2012..63.009
발행기관 : 한국사상문화학회
연구분야 : 인문학 > 한국어와문학
배경열 /BAE,KYEONG-YEOL 1
1건국대학교
KCI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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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의 일상적일 수 없는 삶의 조건을 시인의 시적인 서술의 절박함과 그것에 대응하는 심리적인 묘사의 지속이 문장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예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고은은 문학의 장르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는 우수한 시인으로서만 고립되지 않는다고 하여 분명히 여러 장르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를 정도이다. 그만큼 그는 그의 문학을 말할 때 늘 안개 속에 숨어 있으며, 어떤 문단적인 관계에 대하여 고독한 섬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은문학에서 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불교사상(佛敎思想)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의 그러한 불교사상은 그의 오랜 젊은 시절이 승려라는 법의(法衣)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랄 수도 있겠지만, 그는 너무도 깊이 불교사상에 심취해 있었다기보다 몰입되어 있었다는 게 옳은 말일 것이다. 그러나 초기소설에서는 참선에서부터 해탈에 이르기까지에는 수많은 번뇌가 있음을 보여주다가 결말부분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독자에 따라서는 초기소설에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불교의 해탈의 경지에 들어선 그가 세속적인 번뇌의 세계의 작품을 써도 되는가라고. 그러나 인간은 긴장과 이완의 생체 리듬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는 이 소설의 작가가 오랫동안 문학과 행동 양면에서 그 누구보다도 격정적인 삶을 살아왔음을 알고 있다. 그의 문학, 그의 실천행동은 적에 맞서고 대중의 고심분투심을 격발시키는 격정으로 충만하여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어찌 격정만으로 살 수 있겠는가. 지속적인 격정‧ 긴장 상태는 인간 유기체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반하는 것으로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아무리 의식이 투철하고 투지만만한 작가라도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타지 않고 격정을 지속시키려고 한다면 결국 그것은 맥 빠진 격정, 상투적인 분노가 되고 말 것이다. 스님 역시 사람이므로 때로는 세속적인 번뇌에 흔들린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민중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입장에서, 또한 불교의 세계에 들어서려고 할 때에는 한꺼번에 모든 번뇌를 씻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적으로 미루어 작가는 소설 속의 선재처럼 머물지 않고 항시 떠나는 나그네임에 틀림없다. 그가 ‘헤어지지 않고 만날 수 없다’라고 했듯이 그는 이미 이 작품에서 떠나버렸을 것이다.
장편소설 『산산이 부서진 이름』, 『일식(日蝕)』과 단편소설 「미인」, 「파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결국 소설 『화엄경』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번뇌에서 벗어나 오로지 구도의 길로 정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91년에 그가 내놓은 소설 『화엄경』은 선재동자(善財童子)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으로, 당당하게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소설작품들은 마땅히 고은문학의 한 적자(嫡子)로 편입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비평적 홀대는 비평가들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된 것일 따름이다. 그의 소설들은 그가 써낸 탁월한 시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눈부신 문학적 상상력이 분출하면서 이루어낸 현품이며, 실재이다.
그의 소설들은 그의 다양한 문학적 편력의 한 굽이를 당당하게 감당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들은 꼼꼼하게 읽혀져야 하며 그것의 문학적 가치와 의미도 검증되어야 마땅하다. 고은의 소설들은 그가 써낸 탁월한 시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눈부신 문학적 상상력이 분출하면서 이루어낸 현품이며, 실재다. 따라서 그의 소설들은 꼼꼼하게 읽혀야 하며, 그것들의 문학적 가치와 의미도 검증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