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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표의 “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 – AI 시대에 돌아보는 서양 근대철학, 데카르트에서 마르크스까지”를 일독(一讀)했다.
요즘 집중력이 떨어져 1주일 정도에 읽을 생각이었는데, 3일 만에 읽었다.
교양 수준에서 철학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기 때문에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 말이 ‘철학 공부 굳이 하지 말라’ 였다.
서양 근대철학의 중심 과제들이었던 경험론과 합리론, 관념론과 실재론,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과 복잡한 뒤섞임 등에 대해 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는 식으로 여러 사상 이론 등을 소개하고 있다.
과학과 철학이 함께 다룬 영역들에서 이 책은 제목처럼 ‘철학의 물음을 과학이 답하는’ 방식으로, 지금 시대의 사람이라면 그 이름도 유명한 철학자들(데카르트,로크, 흄, 칸트,스피노자, 헤겔, 마르크스 등)의 이론이나 사상을 머리 아프게 ‘굳이 공부하지 말라’라는 말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하지 않아도 좋으려면 이 책을 한번 읽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교양 수준이라고 말은 했지만, 부록에 그가 참조한 책만 해도 65권이었다.
그가 오랫동안 집중한 노고에 편승하여 쉽게 ‘굳이 어렵게 철학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기회를 만난 것은 나에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과학(자연과학에서 점차 심리과학까지 확장)과 철학과 종교가 함께 섞인 테마들에 대해서, 많은 신비(神祕)들이 과학의 발전으로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과학이 벗긴 베일은 광대한 우주에서 보면 아직 아주 작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해진 것은 이제 과학이라는 창구(窓口)를 거쳐야 우주 자연 인간의 신비에 옳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머릿글에서 이야기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철학은 ‘주로 서양 철학을 말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정치철학과 도덕철학을 제외한 철학일반’이라는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철학을 하고 과학을 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운동을 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우리 인간의 삶이 물질적 결핍, 사회 제도의 억압, 인간의 특징인 관념 안에 존재하는 부자유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가 정치철학과 도덕철학의 유용성을 인정하는 것은 그런 취지와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도덕 철학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한다면, 도덕이라는 말이 갖는 규범적 강제성이나 의무성을 넘어서는 것이 과제라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축의 시대에 출현한 인간 정신의 위대한 선각자들이 열어간 세계는 근대 철학이 부딪친 함정들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여전히 또 앞으로도 AI 시대에도 우리들이 석가나 공자 예수에게 배워야 하는 이유다.
미래의 종교는 아마도 우주 진화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관념계에 내재하는 부자유로부터 해방을 돕는 역할이 그 존재 의의가 될 것이다.
요즘은 인류 생존 자체가 위협 받는 사태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궁극적으로는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것으로 되어서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문명전환은 현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과 분리될 수 없다.
특히 한국의 현재의 정치 사회 경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과도기적 혼돈을 넘어서야 하는 것은 살아남아 번영하기 위한 절박한 과제로 되고 있다.
586세대에 속하고 특히 정치 분야에서 활동해온 저자가 철학 공부를 집중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자신을 위해서나 사회정치운동을 위해서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평소부터 우리 정치 운동이 인문운동과 융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자의 이런 노력이 그런 방향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아무쪼록 퇴영적이고 비생산적인 편가름의 정치, 낡아서 쓸모없게된 관념이나 정서가 발목을 잡는 정치에서 벗어나 문명전환의 새로운 정치, 상생과 연합의 정치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의 맨 끝에 쓴 내용이다.
“AI 시대를 전망하면서 인류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탐구하는 철학을 기대한다. 인류의 진로와 시대정신에 관한 논의는 개별과학의 범위를 벗어난 마지막 남은 철학의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AI와 관련해서 바둑을 예로 들었다.
사람은 AI에 이길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바둑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바둑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AI와 인간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어쩌면 바둑이 실생활에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바둑을 즐겨 보는 편이다.
언제 홍 선생과 수담(手談)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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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 - AI시대에 돌아보는 서양근대철학, 데카르트에서 마르크스까지
책소개
철학비전공자인 저자가 데카르트에서 마르크스까지의 서양철학을 비판적으로 개괄한 책이다. 책은 철학계의 성역에 과감히 도전한다. 과학의 발전 속에서 철학이 어떤 도전을 받고 어떻게 허물어졌는지? 가감 없이 논하며 일부 철학의 무용론도 제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전문가들은 기존 철학사에 대한 비판적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 거장들의 철학에 대해 ‘가치가 없다’는 비평을 하게 되면 계속 철학계에 남아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단 철학자들 다수는 과거 철학자들의 죽은 지식의 권위에 기대어 생존하고 있다. 이들에게 서양근대철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할 수 없다.
목차
프롤로그
1. 기원을 찾아서-철학과 근대문명
1.1. 철학이란 무엇인가?
1.2. 철학의 시작
1.3. 철학의 가치와 난해함
1.4. 근대문명과 근대사상
2. 한 발은 중세, 한 발은 근대-데카르트
2.1. 고대의 유산에서 과학의 근대로
2.2. 데카르트 자연관의 한계
2.3. 영혼, 신, 코키토
2.4. 데카르트는 근대인이었나
3. ‘마음’은 없다-정신, 감각, 뇌
3.1. 마음은 어디에?
3.2. 보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3.3. 현대 뇌과학이 밝혀낸 정신과 감각
4. 지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나-경험론 대 합리론
4.1. 근대이전의 인식론
4.2. 근대적 인식론의 전개
4.3. 합리론과 경험론의 쟁점
5. 인식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칸트
5.1. 인식론의 종합 시도
5.2. 칸트의 도덕철학
6. 세계는 실재하는가-물질과 정신
6.1. 관념론 대 실재론
6.2. 유물론의 등장
7. 관념론의 극단-스피노자, 헤겔
7.1. 두 얼굴의 스피노자
7.2. 관념론의 완성자 헤겔
8. 유물론의 반격-마르크스주의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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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이 책에서는 근대철학의 쟁점들에 대해 현재 시점의 지식수준에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평가들을 제시해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과거에 철학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친다면 철학이 아니라 역사공부에 더 가까운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때 그 철학자들의 주장과 이론이 오늘날 어떤 ‘지식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살피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한편 검증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모호한 주장들에 대해서는 가치가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말할 것이다.
우선 오히려 철학전문가들은 이런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철학 거장들의 이론이 가치가 없다는 수준의 비평을 하게 되면 계속 철학계에 남아 있기 어려울 것이다. 유튜브의 <플라톤 아카데미>채널에서 한국의 칸트 권위자인 두 명의 철학교수가 놀랍게도 일반인들에게 <순수이성비판> 읽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이는 마치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천체 물리학자가 일반인에게 오래전 폐기된 천동설의 경전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를 읽어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강단의 철학자들 다수는 과거 철학자들의 죽은 지식의 권위에 기대어 생존하고 있다. 이들에게 서양근대철학에 대한 과학적 기준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는 것은 자기부정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유튜브에는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이라는 채널이 있다. 여기에 김상환 철학교수의 ‘왜 칸트인가’의 철학 강의와, 최영기 수학교수의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의 수학강의가 있는데 뚜렷하고 흥미로운 대비가 된다.
김교수는 칸트의 철학을 소개하는데 주력하는데 개념어의 난무와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과연 이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의 철학 강의가 그렇듯이 이 강의도 칸트 철학이 지금 우리의 지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반면 최교수는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가 유클리드기하학이 절대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도 칸트 추종자들의 공격을 의식하여 그 발표를 유보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칸트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명제가 보편적 진리라고 전제하고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였으니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발견은 칸트철학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 사례는 우리가 칸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어떤 방법이 더 좋은지 잘 알려주고 있다.
-서문중에서 접기
근대철학의 내용 대부분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의 기준에서 보면 조잡하거나 심지어 터무니없다. 근대철학을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떤 논의에 관심이 있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시대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그때’를 기준으로 그 생각이 과거보다 진일보한 면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 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비전문가들에게는 현재 학문의 기준으로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의 근대철학의 가치 평가는 오늘의 기준에서 그들의 생각의 ‘가치’를 알려는 실용적 요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정 철학자를 숭배하거나 비판하기에 앞서, 그들의 이론 가운데 여전히 믿을 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현대의 우리가 가져야 할 합리적 태도이기도 하다. 당시 그들이 왜 알지 못했는지 비웃거나 질책하자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가졌던 의문에 대해 과학이 어떤 답을 내렸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접기
데카르트는 인류가 근대로 가는 길목에서 지적 자산을 축적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길을 잘못 들었다. 특히 신에 의존한 인식론의 전개를 보면, 데카르트는 아직까지 중세에 머물러 있거나 잘 봐줘야 중세와 근대의 과도기에 위치했다고 보인다. 데카르트의 과오는 다행히 뉴턴과 로크 등에 의해 빨리 교정될 수 있었다.
인간의 감각기관에 대한 불신이 관념론의 시초로 보인다. 착시와 사물의 끊임없는 변화를 겪으면서 인간에게 보이는 것들은 허상이고 우리의 관념에 떠오르는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발상에 빠지는 사람들이 나온 것이다. 외부에 실재하는 것 같은 세계가 실은 우리의 관념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현실의 공포나 고통을 잠시 잊게 하는 효과를 주기도 하였다. 오늘날의 표현으로는 우리 눈앞의 모습이 가상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진 것이다. 이때 꿈이 이런 사고에 빠지는데 큰 영향을 미친것 같다. 과학시대 이전에 꿈은 모든 문명권에서 예외 없이 사람을 혼란에 빠지게 하였다. 이미 죽은 사람이 나오는 꿈은 영생하는 영혼에 대한 믿음을 주었고 미래를 알려주는 신비한 기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데카르트는 지금 현실이라고 믿는 것이 혹시 꿈일지 모른다는 회의를 했고, 장자는 유명한 ‘나비의 꿈’에서 유사한 의심을 했다. 꿈에서는 모든 것이 관념이듯이 현실세계도 관념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망상을 하게 된 것이다. 버클리 또한 ‘대화’에서 필로누스의 입을 빌려 꿈에서는 외부대상이 없이도 지각이 가능하다는 것을 관념론의 근거로 들고 있다. 접기
헤겔의 이성은 더 이상 세계를 관찰하고 인식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창조자가 된다. 정신자체가 운동을 하고 세계를 창조한다는 망상의 단계로 나가버린 것이다. 헤겔의 철학은 사실이나 논리의 영역을 모두 벗어나 종교와 유사한 믿음의 영역에 놓여있다. 포퍼는 진리탐구에서 단순성과 명백함의 추구는 지성인의 의무이며 명증성의 결여는 죄악이며 과장은 범죄라고 규정했다. 헤겔은 그 반과학적 성격을 볼 때 근대에 속하지 않는다. 헤겔은 정신의 운동으로 세계의 원리를 설명해내겠다는 과욕을 부렸고 결국 실패하였다. 플라톤 이래로 근본원리를 발견하여 세계를 설명하려는 욕망에 빠진 철학자들 중 헤겔은 관념론의 계보로는 최후의 사람으로 보인다.
AI가 등장하면서 정신은 물질 중에서도 유기체에서만 파생될 수 있다는 논리도 수정되어야 한다. 유기체가 아닌 컴퓨터도 물질을 잘 결합시키고 전기라는 에너지를 공급하면 유기체의 뇌에서만 가능했던 정보의 수집과 전달, 연산이라는 지적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AI는 학습과 판단이라는 창조활동의 단계로 나가고 있다. 지능은 정신활동의 핵심이라서 무생물도 정신활동이 가능하다는 예상은 이제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AI시대에는 정신을 신비화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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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홍진표 (지은이)
1963년생으로 광주 인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정치학과를 중퇴했다. 전민련 조국통일위원회 부장,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사상이론지 <시대정신> 편집인을 지냈다. 현재 사)시대정신 상임이사로 있다.
최근작 : <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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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철학비전공자인 저자가 데카르트에서 마르크스까지의 서양철학을 비판적으로 개괄한 책이다. 책은 철학계의 성역에 과감히 도전한다. 과학의 발전 속에서 철학이 어떤 도전을 받고 어떻게 허물어졌는지? 가감 없이 논하며 일부 철학의 무용론도 제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전문가들은 기존 철학사에 대한 비판적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 거장들의 철학에 대해 ‘가치가 없다’는 비평을 하게 되면 계속 철학계에 남아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단 철학자들 다수는 과거 철학자들의 죽은 지식의 권위에 기대어 생존하고 있다. 이들에게 서양근대철학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할 수 없다.
책은 고대그리스에서 시작된 서양철학의 존재론과 인식론 등 주요한 문제의식이 마르크스주의에서 일단락된다고 보고,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서양철학사의 핵심을 간추려서 제공하는데 주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