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9

동양포럼/ 오늘의 한국에서 ‘나이 듦’을 함께 생각한다 < 동양포럼 < 특집 < 기사본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동양포럼/ 오늘의 한국에서 ‘나이 듦’을 함께 생각한다 < 동양포럼 < 특집 < 기사본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오늘의 한국에서 ‘나이 듦’을 함께 생각한다

기자명 동양일보
입력 2020.09.27 
김양식 박사의 신간 나이듦, 가슴 뛰는 내일 서평




[동양일보]우리는 우리 주변이나 가깝게 있는 것들을 소홀히 여기기 쉽다. 그러나 거기서 뜻하지 않는 값진 보물을 다른 사람이 찾아내고서야, 비로소 뒤늦게 등잔 밑이 어둡다는 진실을 깨닫게 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동양일보 조철호 회장의 선도 아래 동양일보의 기획 사업으로 추진했고, 나와 유성종 전 충청북도교육감이 각각 주간(主幹)과 운영위원장을 맡아 동양포럼을 관리한지 5년이 되었다. 그 동안 정상혁 보은군수가 대표적인 장수마을의 특성답게 ‘노년철학 국제학술회’를 주최하고, 동양포럼이 주관한 ‘한일 노년철학 대화회의’가 6차에 걸쳐 진행된 성과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충북학연구소장 김양식 박사의 최신저서 <나이 듦, 가슴 뛰는 내일>(수류책방, 2020)은 저자 자신이 ‘책을 펴내며’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한일 노년철학 대화회의’의 제2차 회의에 참석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많은 성찰과 독자적인 관점·입장·견해를 다양·다원·다층으로 표출하고, 특히 ‘인생 100세 시대에 행복하게 나이 드는 삶의 지혜를 간명하게 제시해 준 마음 흐뭇한 역작이다.

더구나 그것이 어느 먼 곳에 있는 낯선, 그래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고명인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같은 고장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일상적 생활세계를 함께 살아가는 고장사람의 친근한 숨결·삶결·살결이 담긴 글모음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진실을 깨우쳐 주는 것은 먼 곳에서만 높은 곳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아주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도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나이 들어간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어 이 세상을 아주 떠나게 될 때까지, 한 순간도 멈춤 없이 한결같이 계속해서 우리는 나이 들어간다.

삶이란 나이 듦이다. 그런데 ‘나이를 잊고 산다’는 것이 자랑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직 철모르는 삶’일 수밖에 없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이 70대까지는 나이를 잊고 살았다. 그러나 80대에 들어서면서 내 인생도 잘 생각하여 보면, 결국 나이 듦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나이 듦인 것인가를 생각해볼 겨를이 없이, 그냥 바쁘게 살았구나, 좀 더 뜻있게 나이 들 수도 있었을 터인데,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더 준비를 하고 80대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었을 텐데. 후회막급, 지금에야 그런 회한을 거듭해보아도 소용이 없다. 김양식 박사는 이제 막 60대에 들어선 신중년 OPAL세대에 속하는 활기차고 긍정적 마음의 습관을 지닌 충북학 연구자이다.

그에게 다가오는 인생 3막의 인생설계를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동년배와 보다 젊은 세대를 위해서, 열심히 살피고 끈질기게 연구한 각고의 노력의 성과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리 모두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싶어 한다. 나는 그가 여기 소중히 여기는 해월 최시형 선생의 ‘사인여천(=사람을 섬기되 하늘 섬기듯 한다)’의 정신과 실천의 삶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의 책을 읽으면 전문가들의 권위의식도 없고, 누구처럼 현학적 오만도 없다. 그저 자기가 절차탁마를 통해서 ‘나이 듦’의 뜻과 보람을 진솔하게 전해준다. 그는 힘주어 그러나 겸허하게 말한다. ‘이 책에서 지향하는 나이 듦은 조화로운 삶을 통해서 영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으로, 궁극적인 목표는 노년초월이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슈 초인이 되는 길이자, 대자유의 세계에서 생의 마지막을 향유하는 것이다’라고.

그렇다. 김양식 박사의 규정대로, ‘60대~70대는 인생의 황금기일 것이다. 계절에 비유하면 가을이다. 가을이니 곱게 물들어야 하고 무르익어야’하겠지. 그는 자기가 속한 나이 세대에 충실하게 나이 듦의 보람과 목표를 성심껏 제시하고 있다.

주의 깊게 읽고 난, 80대 후반을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의 개인적인 소견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김양식 박사의, 그리고 그와 동년배들의 나이 듦에 이어지는 진짜 노숙년기 인생도 제발 ‘가슴 뛰는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때도 똑같이 가슴 설레는 나이 듦이 계속될 것을 믿고 싶다. 나에게 있어서 80대~90대~100대는 웬지 원시반본하는 시기이다. 한 삶이 애초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시기이다. 계절로 따지자면 겨울이다. 겨울의 뜻을 아는가?

나는 봄도 여름도 가을도 나름대로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겨울이 좋다. 겨울은 흰 눈 덮인 땅속 깊게 모든 것이 저장되고, 거기서 새로운 생명의 태동이 예비되는 때다. 김양식 박사의 가을 예찬을 내 겨울송가와 오버랩시킨다.

80대 인생은 니체의 위버멘슈의 단계를 지나, 초월의 단계를 음미하고 나서, 다시 돌아와 다음세대들과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숨김없는 대화를 나누는 시기이다. 미지의 새 삶을 시작하기 전에 이생을 품위 있고 우아하게 끝맺음할 수 있도록, 다음세대와의 인간적 성심을 다하는 최후의 사귐에 진력하는 시기임을 보여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둘째는 김양식 박사가 왜 니체의 초인을 언급하고, 의암 손병희 선생의 ‘인내천’을 말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니체 이후 많은 서양의 철학자들이 초인의 모습을 그리다가 마침내 최근에 와서 이스라엘의 역사철학자 유발 하라리가 ‘호모데우스’(말 그대로 직역하면 ‘인간신’ 또는 ‘인간 즉 신’)라는 신조어를 통해서 전망했고, 미래의 인간상, 아니 관점을 바꾸어 말하면, 나이 듦의 궁극적 경지를 묘사하고 있고, 그것이 전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는데, 그보다 100년이나 앞서서 ‘인내천’을 설파했던 손병희 선생의 선견지명을 내세워도 좋지 않았을까? 의암 선생도 청주인이다. 청주에서 김양식 박사가 손병희 선생이 사람의 삶의 궁극적 실상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가운데, 마침내 만나게 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었을 터인데. 어디까지나 나 개인의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다른 사람은 다른 소감이 있을 테니까. 김양식 박사의 계속되는 나이 듦의 탐구를 기대한다. 80대의 김양식 박사는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까?

여기서 김양식 박사가 지금까지처럼, 아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삶과 나이 듦의 새로운 차원·지평·세계를 열어가기 위해서, 그러나 남의 나라와 사람들의 말과 글, 거기에 담긴 역사적 경험과 개인적 견해들에의 의존도를 반성적으로 줄이고, 보다 우리의 역사적 공동체험과 인간적 공유인식의 가능성과 실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주기를 기대한다.

한 가지 실례로 말씀드리면, 김 박사는 역사학자이고 동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나이 듦의 과정을 수운 선생의 ‘시천주’와 해월 선생의 ‘양천주’, 그리고 의암 선생의 ‘체천주’의 체험심화·공감확대를 통해서 마침내 의암 선생이 설파했던 ‘인내천’에 함께·더불어·서로 이르게 되는, 충분히 실존개벽적이면서 세상개벽적인 ‘다시개벽’을 함께·더불어·서로 실현시켜 나가는 존재·생명·인격의 3차원 상관연동으로 뜻풀이·자리매김·대화활동으로 해명해나가면 어떻겠는가?

나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소견으로는 활명삼소방을 통해서 꾸준히·한결같이·성심을 다해서 연재하고 있는 김용환교수의 ‘해월신사 법설·무체법경 단상’은 다른 어느 외국인 저작에서보다 우리 삶결과 숨결이 담긴 진실을 전해주고 있고, 가까운 곳에서 늘 살아 움직이고 있는 실존적 공감을 가능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보물이다.

함께 나이 듦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가는 데 적지 않은 힘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가까운 사람들의 힘과 열과 에너지를 모으고 기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20년 9월 18일.







이 책은...

행복하게 나이 먹는 삶의 지혜를 소개하는 책, <나이듦, 가슴뛰는 내일>은 역사학자이자 명상가이며 문학박사인 김양식(60·사진) 충북학연구소 소장이 펴냈다.

책에는 인생 3막을 열어가는 삶의 태도 12가지가 담겨 있다.

김 소장은 책을 통해 △오늘이 내 생애 가장 빛나는 하루, 나이듦을 즐긴다 △모든 것을 수용한다 △언제 어디서나 미소 짓는다 △단순한 삶을 산다 △배우는 것을 즐긴다 △도전한다 △세상과 소통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습관화한다 △나이 들어가는 미덕을 실천한다 △내면의 고요함을 즐긴다 △자연과 대화를 나눈다 △죽음을 초월한다 등의 12가지 습관을 제시했다.

저자는 한국요가문화협회 부회장,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청주대 평생교육원 명상 강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리산에 가련다>, <한국 근대 사회변동과 농민 전쟁>, <근대 권력과 토지>, <새야 새야 파랑새야>, <근대 현대 충북의 역사와 기억>, <충북 하늘 위에 피어난 녹두꽃>, <청주학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