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천인합일(天人合一)
이상만 전 성균관도덕부흥운동본부장
승인 2017.04.25
하늘에는 해와 달과 무수한 별이 공존하고 있듯이 땅에는 온갖 만물이 상존하고 있다. 이 중에 가장 핵심은 하늘의 해와 땅의 사람이다. 이 점에서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뭇 사람에게 공감대를 주었다. 전장에서 핀 애정과 우정을 밀도 있게 그림으로서 하늘 향한 인간 정서의 무한함을 보여 준 걸작이다.
마치 땅콩을 쪼개보면 두 개의 콩이 가지런히 있듯이 남녀의 존재를 느낄 수가 있고, 언제나 고소한 맛이 변함없다는 점에서 한 쌍의 연인은 땅콩을 많이 닮았다.
천인합일(天人合一), 요즘에 하늘과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가면 「귀천(歸天)」이라는 작은 찻집이 있다. 알만한 시인과 유명 예술인들이 들르는 조용한 그곳은 천진(天眞)한 모습으로 살다간 천재(天才) 시인 천상병의 부인이 운영하는 명소이다. 천상병 시인은 어눌한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1993년 4월 28일 향년 63세에 서둘러 하늘로 갔다. 가장 확실하게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그의 대표작 “귀천(歸天)”을 영원히 남기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1967년 당시 정보부 요원들이 남산 부근 그 악명 높은 지하실로 그를 데리고 갔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대학 시절 친구의 수첩에 천상병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는 물고문과 성기에 충격을 가하는 전기 고문을 받고 불치의 정신장애라는 심신의 상처를 안고 6개월 만에 나왔다. 권력 남용의 어눌한 세태에 한 천재의 운명을 지탱케 해주는 것은 오로지 한 잔의 막걸리였으며 측은하게 여기는 몇몇 문인 동료뿐이었다.
서울의 중심 거리 종로에 가면 대로 옆에 달린 뒷길 피맛골이 있었다. 그 옛날 말달리던 큰길을 피해 드나들던 소시민의 정든 골목길이다. 10여 년 전에 성균관에서 만난 의형인 수필가 신용철 형을 따라 작은 ‘소문난집’ 주점을 자주 가게 되면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우연히 피맛골에서 만나면 용철 형에게 손을 불쑥 내밀며 ‘형, 막걸리 사 먹게 천원만!’ 했다던 천상병이었다고 들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행려시인의 고달픈 삶을 살았던 모습이 새삼 아른거린다. 그런 와중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고 되내이는 깊은 심중의 소리가 시로 나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단 천 시인만이 아니리라. 극한 상황을 겪고 살아온 많은 민초들이 의지할 곳은 오로지 하늘이었다. “하늘이시여 굽어살피소서”,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 맙소사”,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하느님이 보우하사” 이렇듯 상황이 어려울 때 찾는 것은 저 높고 넓은 푸른 하늘이었고 말없는 하느님이었다.
진정한 인간만이 하늘을 바라보고 하느님을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에 아부하거나 권력을 탐하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정녕 인간의 탈을 쓴 것인가? 왜, 편을 가르고 상대를 모함하고, 자기만이 잘났다고 교만해야 하는가? 왜, 무엇 때문에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왜, 양민을 수탈하고 관직을 사고팔고 탐관오리의 길을 자행했는가? 왜, 비리에 물들고 비정한 도시의 삶을 재물로 향유하려는가?
역사상에도 민초가 들고 일어나면 많은 희생이 따르지만 권력 남용하는 부패한 관료를 지탄하고 심판하며 정의(正義)를 바로 세웠다. 여기서 천벌(天罰)이 생겼고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 성립했으며 천둥 번개를 치며 만물을 깨우듯이 천인합일이 실증된 것이다. 오로지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만이 진정한 사람으로 살다 하늘나라로 간다. 육신은 썩어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하늘 향한 마음은 자유를 노래하며 영원히 남아 풍운(風雲)처럼 구천(九天)을 맴돌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대권에 집착하지 않고 이념갈등에 물들지 않고 모두가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과 같이 높고 넓은 깨끗한 마음을 배우고 천리(天理)에 순응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하늘을 바라보고 가르치지 않는 교육자는 스스로 반성하여 양심선언을 하고, 새 정치인은 하늘·땅·사람의 역사를 바르게 알고 춘추대의 정신으로 시대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세종과 정조처럼 하늘을 바라보고 애민(愛民)정책을 추진한 천인합일 하는 정치가 아쉽다.
옛날처럼 모든 백성이 받들던 제천의식(祭天儀式)을 부활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스스로 이 땅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같은 하늘 아래 세계시민으로서 하늘 사랑으로 거듭나는 일이 남아 있다. 모든 종교를 초월해서 상고 시대 선조의 가르침인 홍익인간 재세이화 접화군생(接化群生)이라는 인생의 나침반이 있으므로 좋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하늘과 사람이 하나 되는 하늘로 다시 돌아갈 수가 있다.
<다음은 경천애인(敬天愛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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