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Yuha vulnerability, 평화의 조건
노인이 임산부를 공격했다는 보도가 있는가 하면 노인이 학대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살아온 세월만큼 지혜로워지고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리적노화에 지나지 않는 나이를 훈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이대는 노인들이, 아닌 게 아니라 우리사회에는 적지 않다.
유교적 장유유서사상에 찌든 결과겠지만. 그 노인들은 집에서 학대까진 아니라도 불행한 노인이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임산부"라는 약자에게조차 자신의 약자성(노약자)을 들이대며, 보호받아야 할 순위에서 우위에 서려고 했을 리가 없다.
불행이 불행한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사람을 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 페친이 공유해 준 Ted강연을 보다가 익숙한 한 단어를 만났다. 취약성이라고 번역되어 있었지만 일본의 한 문화인류학자는 공격유발성으로 번역했고 한 공동체 안에서 희생양이 되는 대상에 대한 분석개념으로 쓰였다. 한사람의 내외부에 존재하는 상처받기 쉬운 어떤 성정이 재빠르게 간파되어 주변의 공격대상이 되는 정황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화해를 위해서"일본판을 냈을 때 내게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편집자에게 듣기도 했던 단어.
오늘 다시 그 단어를 만나 나도 모르게 귀기울이게 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총체적으로 가혹한 사회라는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한국에선, 어린이도 학대 당하고 청년도 수모당하며 노인도 멸시받는다. 물론 가혹한 동물학대 역시지극히 한국적인 단면이다.
힘을 가진 자가 폭력을 행하는 이유는 대부분, 두려워서다. 그들은 불행하고 고립되어 있고, 폭력으로 인해 더 고립된다. 김정은이 핵개발에 목매는 이유도 두려워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강연에 따르면 두려운 이유, "연계" 되지 못하는 이유는 누구나가 갖고 있는 취약성, 약점, 그로 인해 상처받기 쉬운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못하는 데에 있다. 오로지 그런 자신을 감추기 위해, 우리는 강자가 되려고 한다.
한국사회와 그 한 축약공간인 페북에 틈만 나면 누군가를 향한 비난이(물론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정치가나 경제인이나 법조인등은 예외. 그들은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일에 익숙한 강자였으니까) 난무하는 것도 그래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난이나 공격은, 때로, 자신 역시 약점많은,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라는 걸 잊게 만든다. 비난과 비판은 같지 않다.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은 한국사회가, 약자의 체험을 강요당한 한국사회가, 강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욕망이야말로 인간을 파괴시키고 때로 국가마저 파괴시킨다. 상대에게 관대하지 않고 자신에게마저 관대하지 않은 "강자"(완벽한 자) 를 지향하는 욕망이, 우리사회에 넘치는 우울과 분노와 폭력과 자살의 주범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약한 노인"이 되고자 한다. 뼈와 근육과 얼굴과 머리카락의 노화를, 부끄러워 하지 않고, 가능하면 당당히, 동시에 겸손하게 받아들이면서 나이들고 싶다. 그건 자신이 점점 (신체적) 약자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고,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이 될 "약자로의 길"은 또다른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강화시켜 주리라.
그러니 세계 몇위라는 숫자에 더이상 목매지 말고, 자신과 타자의 약자성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것만이 오히려, 우리를 진정으로 강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얼마전에 산 나무가 꽃을 피웠다. 밖에선 호박꽃처럼 보이던 꽃이 집안에 두니 백합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진한 향기를 내뿜었다. 밤에는 작은 종처럼 보였다. "Angel's Trumpet". 아름다운 이름이다.
그런데 한꺼번에 피더니 하루만에 한꺼번에 지고 말았다. 좋은 사람불러 와인 파티라도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재판이 다시 열흘 뒤에 기다리고 있으니, 핑계삼아 참기로 한다. 금욕의 나날들이다.
아무튼 이제 10월.
309You, 이소, 李昇燁 and 306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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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https://www.ted.com/talks/brene_brown_on_vulnerability
TED.COM
The power of vulnerabilityThe power of vulnerability